"도련님, 이 원수는 꼭 갚아야 합니다!"그는 억지로 숨을 붙들고는 울부짖었다. "제가 다친 일은 작은 일이지만 저희 정씨가문의 명성에 흠이 가는 건 큰일입니다! 용준영은 분명히 도련님을 안중에도 두지 않았어요, 그냥 이렇게 방치하시면 안됩니다!"정소헌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눈안에는 차가운 빛이 어렸다.만약 용준영이 순순히 자신의 밑으로 들어왔다면 많은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길이 통하지 않으니 그와 정면돌파를 할수 밖에 없었다.손을 아예 쓰지 않았으면 몰라도 썼으면 깔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지금은 용준영은 물론이고 염구준까지 죽여야 했다. 그래야 바로 청해시, 어쩌면 중해시까지 차지할수 있을테니까!"풍씨가문과 주씨가문 가주들에게 통지해. 빨리 오라고 말이야."정소헌은 손을 저었다. 표정은 악랄했다."세 가문의 힘을 모아 염구준을 죽이는거야!"겨우 30분도 안되여 풍씨가문과 주씨가문의 가주가 도착했다.얼굴엔 신중함이 가득했다!북방에는 세가들이 매우 많았다. 그중, 풍씨가문과 주씨가문이 바로 정씨가문을 옹호하는 세가였다.정소헌은 비록 젊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정씨가문 미래의 가주 자리가 정소헌에게 돌아갈 것을 알고있었기에 그의 부름을 중시할수 밖에 없었다. "모두 같은 편이니까 바로 말하겠습니다."정소헌은 앞에 있는 두 가주를 보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번에 두 분을 모신 목적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바로 중해시에 진출하고 청해시를 차지하는 거예요!"중해시는 동남쪽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로서 자원이 헤아릴수 없이 많았으며 청해시는 운성과 양성을 연결하는 곳으로서 마찬가지로 병기를 다루는 집안이라면 반드시 차지해야하는 땅이었다.중해시와 청해시를 차지하기만 한다면 동남의 절반을 통제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게 되면 정씨가문의 지위는 반드시 하늘을 찌를 것이며, 심지어 북방의 4대 명문가에도 뒤지지 않게 되리라!"청해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염구준입니다. 중해시는 손씨가문이고요..."주씨가문 가주, '주승훈' 은 풍씨가
그렇구나, 일찍이 정씨가문 아래에 들어갔구나!"오씨 삼형제가 나선다면 저희의 승산은 훨씬 커집니다!"주승훈과 풍개산도 동시에 세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들은 모두 패기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저희 주씨와 풍씨, 두 가문은 각각 세 명의 종사들을 파견할겁니다. 염구준의 실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절대 저희의 적수가 아닐거예요!"세개의 가문이 손을 잡아 총 아홉명의 종사들을 내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런 라인업은 충분히 공포스러웠다!"그럼 이렇게 합시다!"정소헌은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두 가주와 선후로 악수를 한 뒤 미소를 지었다. "두분께서 준비를 다 하신 다음 바로 염구준과 손일남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겁니다!""이번 기회를 말미암아 저는 염구준과 손일남에게 왕은 언제나 왕이라는 것을 깨닫게 할 겁니다. 그들과 같은 개미새끼들이 멋대로 도전할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것도요!"주승훈과 풍개산은 동시에 포권을 했다. 그들은 일이 끝난 후의 이익 분배를 환상하며 탐욕 어린 표정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일을 미루어서는 안됩니다, 즉시 시작하죠!"세 가문이 대대적으로 나서자 북방의 세가들은 거의 모두 놀랐다.상상조차 못했다!하룻밤 사이에 정씨가문에서 전해진 소식은 이미 떠들썩했다. 북방의 거의 모든 세가들이 의논했다. 화제는 오직 하나 뿐이었다.청해시는 아홉명의 종사들의 강림으로 위태로워졌다는 것!"세 가문은 이번에 마음을 굳혔어. 청해시 염구준, 중해시 손일남... 그들은 아마 이 재난을 피해가기 어려울거야!""정씨가문 둘째 정해준이 염구준의 손에 죽었다며. 정씨가문이 보복하는 것도 당연해. 다만 규모가 이렇게까지 클 줄이야!""염구준, 손일남... 내가 보기엔 둘 다 도망갈거 같아. 외국으로 피해있지 않으면 죽게 될테니까!"모든 사람들의 견해는 기이할 정도로 일치했다.그들은 청해시 염구준, 중해시 손일남은 절대 세 가문의 적수가 아니라고 여겼다...."일남아, 이번에는 내 말을 들어라!"이튿날 깊은 밤, 중해시, 손씨가문 별장.
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손일남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뜻은 이미 아주 명확했다.염구준은 물론 아주 강하지만 오씨 삼형제의 적수는 아니었다. 하물며 이번에는 오씨 삼형제뿐만아니라 또 다른 여섯명의 종사들도 있었다."우리 가문은 이대로 끝인가..."손일남은 눈을 감았다. 눈물이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면 어떡하겠는가? 세 가문의 아홉명의 종사들, 이건 손씨가문로서는 전혀 맞설수 없었다. 그들과 정면으로 맞선다는건 계란으로 바위치기와 같았다. "일남아, 더 이상 망설이지 마!"손역창은 손일남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고통스럽다는 표정을 하고서. "우리 손씨가문이 오랫동안 경영해서 겨우 이루어낸 사업들을 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하지만, 너도 알아야 해, 만약 종사들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도망갈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그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틈을 타서 너라도 당장..."여기까지 말하고 그는 말을 멈추었다.별장 대문 밖에는 조금도 숨기지 않은 아홉개의 강대한 기운들이 마치 먹구름처럼 손씨가문 별장 전체를 뒤덮었다!손씨가문 별장으로부터 약 200메터 떨어진 곳에 아홉명의 그림자가 일자로 늘어섰는데 발걸음은 느려보였지만 속도는 아주 빨랐다. 겨우 몇걸음만에 그들은 이미 대문앞에 도착했다.세 가문의 아홉명의 종사들!"다 잘 들어라!"아홉명의 종사들의 정중심에서, 절반 정도 패자의 경지에 오른 오씨 삼형제의 첫째 '오천무' 는 손에 원환합금칼을 쥐고 손씨가문 별장의 대문을 한칼에 쪼갠 뒤, 큰 소리로 말했는데 그의 목소리는 손씨가문 별장의 상공까지 울렸다."손일남을 넘기고 나머지는 중해시를 벗어나서 다시는 돌아오지마라.""그렇지 않으면, 손씨가문은 오늘부로 완전히 사라질거다!"그들이... 왔다!손씨가문 별장 거실에서 손역창은 온몸을 떨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무너진 별장의 대문을 보고 다시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손일남을 보면서 참지 못하고 절망했다.결국은 늦었다!그들은 방금전에 세
"제발... 잘 살아주세요, 그리고 저를 말리지 말아주세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갑자기 무릎을 꿇고 손천복과 손역창을 향해 세 번 절을 한 뒤 결연한 표정으로 별장 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녀 한 사람의 목숨으로 손씨가문의 모든 사람들의 안전을 맞바꿀수 있다!"일남아..."손일남의 뒤에서 손천복은 늙은 몸을 휘청했다. 그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손역창은 허리춤의 도를 여러차례 빼내고 싶었지만 억지로 참았다. 두눈은 이미 핏빛으로 붉어졌다.손씨가문의 무인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가주님!!"...손씨가문 별장 입구에는 아홉명의 종사가 서있었는데 마치 산처럼 위압감을 주었다!여덟 명의 종사 절정의 강자들과 한 명의 반 패자는 마치 흔들리지 않는 우뚝 솟은 산악과도 같았다. 온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비할 데 없이 무서웠다. 단지 거기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손일남이 걸어가기 힘들게 만들었다.거실 입구에서 별장 대문까지 200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그녀는 족히 일분을 걸었다. 별장 문밖까지 갔을때 그녀는 도무지 서있을수가 없었다. 그녀는 가녀린 몸을 휘청했고 여러번 무릎을 꿇을 뻔했다!"네가 손일남이야?"뭇 종사들의 중심에 서있는 오천무는 키가 190센치를 넘었는데 우람한 체구는 마치 탑과도 같았다. 그의 손에는 원환합금칼을 들고 있었는데 목소리는 차갑고 무정했다. "손씨가문 가주 손일남이 하루살이가 범 무서운 줄도 행동하니, 처단하라는 큰 도련님의 명령이 있으시다!"말을 마치며 그는 손일남의 하얀 목덜미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끝났어..."손일남은 창백한 얼굴을 하고는 처량하게 웃었다. 머릿속에는 한 사람이 더올랐는데, 그는 몸이 다부졌고 얼굴에는 늘 미소가 걸려있었으며 늘 그렇게 담담했다."손가을이 정말 부러워. 다음 생이 있다면 난 꼭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 사람한테 그 사람의 아내가 되고 싶다고 말할거야... 염구준, 안녕..."머리 위에서 부는 칼바람을 느끼며 그녀는 눈을 감고 죽기를 기다렸다.10분의 1
염구준의 뒤에 있던 손일남은 몸을 떨며 감격스러워 어쩔줄을 몰라했다.남자란 무엇인가?이게 진정한 남자다!그녀는 염구준이 싸우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염구준이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 남자가 이렇게까지 강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 남자는 너무 터무니없게 강하고 무서울 정도로 강하며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그의 손가락은 마치 무너지지 않는 요새처럼 그녀에게 충분한 안전감을 가져다 주었다."둘째야, 셋째야!"반 패자로서 오천무의 전투경험은 비할 데 없이 풍부하였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외쳤다. "염구준은 실력이 비범해. 아무래도 같이 덤벼서 죽여야 할 것 같다!"오씨 형제의 둘째 '오천우', 셋째 '오천여' 는 오천무의 양측에서 동시에 튀여나와 손에 똑같은 원환합금칼을 쥐고는 각각 가로와 사선으로 칼을 썼는데 동시에 염구준의 왼쪽 머리와 오른쪽 허리를 공격했다.그들과 동시에 다른 여섯 명의 종사들도 공격했다!그들은 진정한 종사 강자들로서 하나하나가 비할바없이 충족한 화진을 갖고있었다. 그들은 장검을 휘두르고 장도를 휘둘렀으며 배트까지 휘둘렀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그들은 모두 염구준을 향해 빈틈없이 공격했다.필살 일격이었다!아홉명의 종사들이 힘을 합친 위력은 굉장했다. 그들이 공격한 순간에 폭발한 전력은 허공에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진공 지대를 형성했다!"겨우 이정도야?"염구준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에 있는 손일남을 돌아보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눈 감아."말을 마치고 그는 왼손을 들어 공격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나서 그는 오직 한마디만 내뱉었다."꺼져!"석파천경권!마치 거대한 짐승이 포효하는 것처럼 큰 소리가 울려퍼졌다. 이 소리에 의해 손씨가문 별장 전체가 격렬하게 흔들렸고 거실 테이블 위의 컵들이 거의 전부 가루로 되어버렸으며, 거실에 있던 손역창과 손천복, 그리고 120명의 무인들까지 모두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고막이 터져나가는 것 같았다
아무도 염구준의 실제 실력을 몰랐다.염구준한테 직접 참살된 적국의 총사령관도, 염구준의 손에 죽은 십여 명의 제국 전신들도, 전신전에서 가장 강한 4대 전존들도, 그 누구도 몰랐다!그들은 오직 당시 천조국 국주의 곁에 있던 패자의 실력을 훨씬 뛰어넘은 공포의 강자, 즉 최강의 총사령관이 염구준과의 합에서 두 합을 못견디고 졌다는 것만 알았다.당시, 세 번째 합에서 그의 몸은 염구준의 주먹에 의해 터져서 허공에 피안개를 형성하여 천조궁 전체를 붉게 물들였었다!"내가 누군지 모르는거야?"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아홉 종사들을 쳐다보고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조금전에 이미 내 이름을 불렀었잖아? 정씨가문, 풍씨가문, 주씨가문이 날 적게 조사하지는 않았을거 아니야?""청해시 염구준은 이미 비밀이 아닐텐데, 설마 내가 직접 알려줘야 하는건 아니지?"아홉 종사들은 몸이 굳었다. 그들의 살이 없어진 팔뼈들이 심하게 떨렸다.몸의 상처보다 마음속의 놀라움이 더 컸다!그들은 그들의 실력으로 손을 잡기만 하면 청해시는 물론, 중해시까지 완전히 차지할수 있을줄 알았다. 그러나 눈 앞에 서있는 염구준한테 질 줄은, 그것도 반격할 여지조차 없이 질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건 어느만큼의 차이란 말인가?그들은 심지어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의심했다!아무리 무도 왕자라도, 패자의 절정에 있는 고수라도 이렇게까지 무서운 수를 쓸 수는 없었다."염구준, 너는 강하다."다른 여덟의 종사들은 안색이 창백하여 입을 열지 않았다.반 패자 '오천우' 만이 두 눈에 핏발이 가득 차서 염구준을 향해 낮은 소리로 비웃었다. "오늘 네게 패하고 나서야 난 알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비록 우리의 팔을 병신으로 만들고 우리를 폐인으로 전락시켰지만, 도련님께서 맡기신 임무는 죽어도 완수해야 하니..."훅!여기까지 말하고 나서 그는 갑자기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아랫배는 순식간에 높이 부풀었다. 온몸은 풍선처럼 팽창했는데 옷은 견디지 못하고 찢어졌다
"손 가주가 내가 방금 전에 했던 말을 까먹은 것 같네."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낮은 소리로 웃었다. "내가 말했지, 누구든 손 가주 머리카락 한 오리도 건드릴수 없을거라고. 자폭이라... 좋은 방법이긴 한데, 아쉽게도 잘못 썼어."말을 마치며 그는 두 손바닥을 동시에 뻗어 존재하지 않는 둥근 공을 잡기라도 하는듯 행동했는데 곧 중심으로 천천히 합쳤다."겨우 자폭 따위.""눌러라!"말을 마치자마자 손바닥에 맞닿은 공기가 빠른 속도로 압축되었다. 전방 십여 미터 떨어진 아홉 종사들의 주변 공기는 염구준의 손바닥과 맞닿은 공기와 똑같아졌다. 그것은 마치 허공에서 나타난 아홉개의 에어 케이지처럼 그들의 몸을 단단하게 속박했는데 부단히 팽창하던 그들의 기세를 억지로 내리눌렀다.그들의 근육, 혈관, 골격, 화진...모든 것들이 에어 케이지의 봉쇄하에, 빠르게 압박되고, 변형되고, 왜곡되었다.이 모든 과정이 2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들은 손씨가문 사람들의 눈앞에서 형체도 알아볼수 없는 싸늘한 시체로 변했다.무려 아홉 명의 종사들이 염구준 앞에서는 자폭도 할 수 없었다!"자, 자폭이 해제되었어..."200여 미터 떨어진 곳, 방금 거실에서 도망쳐나온 손역창과 손천복, 그리고 120명의 무인들은 눈을 크게 뜨고 아홉 종사들의 시체를 바라볼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눈은 눈알이 튀어나올 것 마냥 커졌다.이건 또 무슨 수인가?염구준, 염선생...저게 진짜 사람인가?그들처럼 지구에 사는 사람이 맞나?외계인도, 신도 아닌 사람이라고?진짜 강하다!!"이제 손씨가문은 완전히 안전해졌어."염구준은 손역창 등의 반응을 개의치 않고, 아홉 종사들의 시체는 더욱 거들떠보지도 않은채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손일남을 보며 미소 지었다. "손 가주가 조금전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보이던데?""이제 말해도 돼."손일남의 아름다운 눈은 멍해졌다. 머릿속도 텅 비워졌다.눈앞에 이 남자가 방금 아홉 종사들의 자폭을 막았다고?그는 가장 위급한 순
"아홉 종사들이 곧 돌아올 때가 됐군."북방, 정씨가문 정원 주체별장 거실.주승훈과 풍개산은 편하게 앉아있지도 못하고 수시로 거실문어귀를 바라보았다. 비록 아홉 종사가 나서면 반드시 만전을 기할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줄곧 이유 모를 방황과 불안함이 느껴졌다.정소헌은 두 사람의 창백한 안색을 보고 낮게 웃었다.큰일을 해내기는 글렀어!그는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시며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두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희의 첫 번째 목표는 손씨가문입니다. 손역창과 손씨가문 무인들은 절대 아홉 종사의 상대가 아니에요. 제가 파견한 오씨 삼형제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손씨가문은 끝났어요!"주승훈과 풍개산은 눈을 마주쳤다. 얼굴의 창백함은 점차 사라졌고 대신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곧 정소헌을 향해 아첨했다. "도련님의 말이 맞습니다. 겨우 손씨가문 따위야, 오씨 삼형제가 나서면 반드시 손에 넣을 것입니다!"정소헌은 득의양양하며 천천히 다리를 꼬았다. "아홉 종사가 돌아오면 즉시 손씨가문을 분할하도록 합시다. 두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는..."쾅!굳게 닫힌 거실 방문이 밖에서 갑자기 부딪혀 정소헌의 뒤의 말을 끊었다!정씨가문의 부하 한명이 비틀거리며 거실로 달려들어 왔는데 정소헌의 앞에 털썩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목소리는 벌벌 떨렸다. 그는 참지 못하고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사망하셨습니다, 다 사망하셨습니다!""오늘 이른 아침, 아홉 종사들의 시체가 문 밖에 버려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시체는 마치 로드롤러에 깔린 것 같이 모두 변형되어있었습니다!""저희들이 중해시쪽의 정보원들에게 전화를 했으나 한 통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모두 변을 당한 것 같아보입니다. 그리고... 아홉 종사의 시체는 흰 천으로 덮여 있었는데 그 위에는 피로 글자가 크게 쓰여 있었습니다.""우리를 건드리면 누가 됐든 죽인다!"거실의 공기가 완전히 굳어졌다!정소헌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
당황한 조련사가 긴 막대기를 들고 사자의 머리를 누르며 뒤로 물리쳤다.탁!사자가 손바닥으로 막대기를 쳐서 부러트리고 아이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갔다.“우와아아앙!”깜짝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아이가 높은 소리로 울수록 사자는 더 흥분되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저기 누가 들어가고 있어요.”그때 한 그림자가 갑자기 철창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었다.“으아아아악!”염구준이 두 손으로 철창을 잡고 힘을 주자 단단한 쇠가 구부러지며 양쪽으로 휘었다.그리고 구멍을 통해 철창 안에 들어가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았다.“울지 마. 이제 괜찮아.”“으르렁!”사자는 먹잇감이 빼앗기자 입을 크게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덮쳤다.“죽어!”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자 사자는 뒤로 튕겨 구석에 나가떨어졌다.그가 살의를 뿜어냈다.동물은 워낙 살의에 예민했다.사자는 벌러덩 드러누워서 작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그 동작은 서커스단에서 배운 것이다.염구준은 아이를 안고 철창에서 나와 아이 엄마에게 넘기며 신신당부했다.“앞으로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니세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 가족은 경악해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계속 동물을 구경했다.“아빠는 슈퍼맨이에요?”방금 장면을 떠올리던 염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사자가 아버지 앞에서 고양이처럼 말을 잘 들어서 깜짝 놀랐다.“하하하. 방금 아빠가 마술을 부려서 그래.”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떤 일은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마술? 이따가 마술쇼도 있는데 가르쳐줄 수 있어요?”염희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염구준을 봐라봤다.그 말에 염구준은 난감했다.마술을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마술은 나중에 배워. 이제 곧 마술쇼 시작이야. 들어가서 앉아야지.”손가을이 나서서 남편을 도와줬다.“시작했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요!”염희주는 빨리 들어
용필과 하윤나는 초고속으로 이튿날에 바로 미니 결혼식을 올렸다.정식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성대하게 올리려고 했다.쌍방 부모님들이 모두 도착했다.하동철과 김연주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손씨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200만씩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하동철은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경호 대장인 용필과 함께 일하고 김연주는 청소부에 취직했다.용필을 봐서 두 노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어차피 앞으로 한 식구로서 자주 만날 텐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물러날 때는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두 사람을 탄복하게 만든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하동철이 출근하면 회사에서 용필을 대장이라 부르고 퇴근하면 용필이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한다는 것이다.미니 결혼식은 무사하게 진행되어 두 사람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이 모든 것은 다 염구준이 추진한 덕분이라 두 사람은 엄청 고마웠다.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덧 서커스단이 공연하는 날이 다가왔다.염희주가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연장에 도착했다.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아직 공연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밖에 철창을 몇 개를 놓고 안에 맹수들을 가둔 것이 보였다.독수리, 호랑이, 원숭이 등등 동물들을 관람용으로 놓은 것이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었다.다들 신기해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아빠는 사자를 본 적이 있어요?”염희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봤기도 했고 먹어도 봤어. 근데 맛이 없었어.”염구준은 딸을 속일 필요가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전에 흑주 벌판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팀과 연락을 잃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잡는 족족 배를 채웠다.“아빠는 왜 맨날 거짓말만 해요? 내가 나쁜 것만 배우면 어떡해요?”염희주는 아예 믿지 않았다.사자는 사나운 짐승이고 초원의 패권자이자 흑주의 우두머리인데 그것을 잡아 먹었다니믿어지지 않았
“시작.”오백하는 ‘시’자를 말할 때부터 얼마되지도 않는 힘을 손에 넣었다.억지가 따로 없었다.그러나 용필의 손은 꿈쩍하지도 않았다.힘으로 똘똘 물친 용필과 힘을 겨룬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힘을 준다. 합!”용필이 한마디 하더니 오른팔에 힘을 주어 가볍게 상대방의 손목을 꺾었다.그런데 테이블까지 부숴버렸다.겨우 이 정도에 진 것이다.“악!”왼쪽 팔이 탈구된 오백하는 귀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질렀다.어려서부터 다친 적이 없이 곱게 자랐으니 이런 고통을 감당할 리가 없었다.“안 된다고 했는데 뭐 하러 용필 오빠한테 개기냐?”하윤나가 말하면서 용필의 팔을 끌어당겼다.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해칠까 봐 그런 것이다.솔직히 그녀는 용필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윤나야, 나 정말 힘을 쓰지 않았어.”용필이 억울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나도 알아.”하윤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팔씨름에서 졌으니 오백하는 패배하고 유일한 선택은 용필밖에 없었다.“꺼져. 설마 남아서 밥 먹고 가게?”염구준은 아직도 아파서 바닥에서 뒹구는 오백하에게 싸늘하게 내뱉았다.“이놈들 잡아 쳐!”열받은 오백하는 경호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쿵!경호원들이 다가가려고 할 때 염구준이 기운을 펼치며 그들을 문밖으로 몰아냈다.봐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퍽!그리고 오백하를 발로 뻥 차서 밖으로 쫓아냈다.룸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글로벌 호텔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오더니 오백하 일행을 들어 호텔 밖으로 내쫓았다.이 과정은 고작 몇 분만에 진행되었다.“사돈 어르신, 두 사람 이제 결혼해도 됩니까?”두 노인은 염구준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럼요. 저희도 찬성해요.”하동철과 김연주는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원래 사위 후보가 2명이었는데 한 명이 도망쳤으니 이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그럼 두 사람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나중에 결혼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
“아씨, 저 새끼가 내 물건을 훔쳤어. 다음에 눈에 띄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목소리에서 상대방을 얼마나 미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도련님, 어서 오세요.”하윤나의 부모님은 목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나 반갑게 맞이했다.염구준은 그 모습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방금 용필이 들어올 때 쳐다보지도 않더니 지금은 개처럼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당당한 사람이 되는 게 좋지 않은가?“네.”오백하는 한 글자로 답하고 당연하듯이 주석에 앉아 거만하게 행동했다.그리고 눈에 불을 켜고 용필과 하윤나를 노려보았다.염구준 부부도 봤지만 인사도 건네지 않았다.“도련님, 무슨 일로 늦게 오셨어요?”하동철이 차를 따르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다.“말도 마세요. 오는 길에 미친놈을 만났는데 내가 윤나한테 주려고 준비한 선물을 도둑맞았어요. 차로 뒤쫓아도 잡지 못했어요.”오백하는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무슨 인간이 그렇게 빨리 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초상비.’염구준과 용필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상대방이 누군지 알아챘다.‘의리 있는 사람이네. 앞으로 잘 지내야겠어.’용필 입장에서 초상비가 오백하를 죽이지 않고 그냥 방해한 것만으로도 형제로서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했다.“분명 비싼 물건이겠죠.”하동철의 관심은 언제나 돈이었다.“그렇게 비싸지도 않아요. 2억짜리 다이아몬드 목걸이에요.”오백하가 허풍을 떨기 시작했다.어쨌든 물건을 찾아오지 못했으니 가격을 20억, 200억을 불러도 누구도 따지지 않을 것이다.“아쉽게 됐네요. 제가 경찰에 신고할까요?”하동철이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됐어요. 이따가 가서 다시 살게요.”오백하는 손을 들어 하동철을 제지시켰다.그는 허풍이 들통나지 않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했다.솔직히 하윤나와 연인 사이도 아닌데 이렇게 귀한 물건을 선물할 리가 없었다.“됐어요. 허풍은 그만 떨고 본론으로 갑시다.”염구준은 귀가 썩을 것 같아서 대화를 끊어버렸다.오늘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될 텐데 체면을 줄 필요도 없었다.
하윤나는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나중에 부모님들에게 말하려고 했다.그런데 부모님들이 눈치를 챘는지 자꾸 방해를 하는 것이다.보다 못한 김연주가 나서서 말렸다.“됐어. 그만 싸워. 이따가 두 사람 다 오니까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결정해.”듣기에 공평한 것 같지만 실은 오백하를 두둔하고 있었다.용필의 상황으로는 경쟁할 가치도 없고 그냥 망신만 주려고 생각한 것이다.똑똑!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 일행이 들어왔다.방금 세 식구가 한 말을 밖에서 다 들은 것이다.용필의 안색이 퍼렇게 질려서 보기 흉했다.“들어오세요.”하동철이 이내 표정을 바꾸고 반갑게 맞이했다.지금 들어온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만약 오백하라면 추태를 보여주지 않았나 은근 걱정이 되었다.끼익!문이 열리자 제일 먼저 용필이 들어오면서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아버님, 어머님. 제가 왔습니다.”그를 본 하동철의 웃던 얼굴이 바로 굳어져버졌다.“앉아.”모든 말이 얼굴에 써져 있었다.“오빠, 이쪽으로 와서 앉아.”하윤나는 앞으로 다가가 용필의 팔을 잡아당겨 자기 옆에 앉혔다.두 사람은 깨알이 쏟아질 정도로 다정했다.그 장면을 본 하동철은 혈압이 슬슬 올라왔다.“형님, 안목이 있네요.”염구준이 장난을 치며 손가을과 함께 룸으로 들어왔다.병원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다.그런데 오늘 가까이서 봤더니 하윤나의 외모는 경국지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예뻤다.“어머, 손 대표님, 염 선생님이 오실 줄은 몰랐어요. 어서 앉으세요.”하동철은 얼른 일어나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했다.얼굴 표정이 변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적응되지 않았다.“편하게 말씀하세요.”염구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는 아내와 함께 용필의 옆자리에 앉았다.세력과 재부에 눈이 멀어 아부하는 소인배를 용필과 연관되어 있지 않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하하하.”하동철은 뻘쭘해서 헛웃음을 지었다.돈만 준다면 그를 어떻게 대해도 기꺼이 참을 수 있었다.세 사람이
“지금 윤나 부모님들도 이 금액을 요구하고 있어. 근데 나 돈이 없잖아. 어르신이 오후에 글로리 호텔에서 만나면 답변을 준댔어. 말로는 오백하도 온대.”용필은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감히 어머니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다.건장한 몸으로 반보천인 고수와 싸울 수 있지만 돈 앞에서 한결 작아졌다.하지만 돈은 확실히 만능인 물건이었다.“간단해. 내가 가서 오백하 놈을 죽여버릴게. 그럼 누구도 방해하지 않아.”초상비가 화끈한 제안을 했다.그는 강호에서 여러 해를 굴러먹어서인지 겁이 없고 수법이 거칠었다.“안 돼. 윤나가 폭력으로 해결하지 말랬어.”용필은 고개를 저으며 입구를 막았다.혹시나 방심한 사이에 초상비가 뛰쳐나갈까 봐 미리 방지한 것이다.보안실 경호원들 중에서 실력이 가장 약한 초상비도 정신지상 실력이니, 평범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염구준이 잠시 중얼거리더니 계속 물었다.“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어요?”용필은 생각하면서 말했다.“그리고 연봉이 높은 직장을 찾으래.”지금 그는 매달 월급 300만으로 청해시에서 수입이 중상 레벨이지만 부잣집 자식들과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일도 아니죠.”염구준이 일어나더니 용필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돈에 눈이 어두운 사람이라면 조금이라도 경고를 줄 필요가 있었다.아니면 앞으로 용필만 힘들게 될 것이다.“무슨 뜻이야?”돈이 없는 용필은 어리둥절했다. “돈이 필요하면 내가 낼게요. 호텔에 나와 가을도 함께 갈게요.”염구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정말이야?”갑작스러운 행복에 용필은 어쩔 줄 몰랐다.“정말이죠. 거짓이겠어요?”그가 엄숙하게 대답했다.글로리 호텔 입구에 핑크색 포르쉐가 멈추더니 염구준 일행이 내렸다.“손 대표님, 저한테 맡기세요. 안전하게 주차하겠습니다.”입구에 있던 종업원은 거물이 오자 바로 달려왔다.“수고하세요.”손가을은 한마디하면서 팁으로 현금까지 쥐어 주었다.그리고 세 사람은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용필은
“맞아!”“얼마 전에 용필 오빠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했었잖아?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오빠를 간호해 준 간호사 윤나 씨랑 정이 들어서 지금 결혼 얘기까지 오간 상태야.”“그런데 문제는 저 오백하라는 사람이 해외에서 돌아온 후 중학교 동창회에서 윤나 씨를 보고 첫눈에 반해 버려서 미친 듯이 쫓아다니고 있다는 거야.”손가을은 상황의 전말을 설명했다. 친척의 일이기도 해서 그녀는 유독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다.“그럼 형님과 윤나 씨의 사이는 어떤데?”염구준은 듣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남녀 간의 감정은 억지로 이어질 수 없는 법이었다. 만약 하윤나가 과거의 인연에 흔들려 마음이 변했다면, 그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아주 좋아. 근데 문제는 오백하가 윤나 씨 부모님께 돈을 줘서 두 분이 둘의 관계를 반대하고 있어.”손가을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수작을 부렸네.’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느긋하게 말했다.“시간 나면 형님과 얘기 좀 해봐야겠어.”용필은 그의 가족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 해준 사람이라 그도 이번엔 상대방을 도와줄 생각이었다. 오백하가 돈을 얼마를 줬대도 상관 없었다. 돈은 어차피 그가 더 많을 테니까 말이다.그 후, 가족들은 맛있는 식사를 마친 뒤 아쿠아리움에 들렀고, 저녁에는 어린이 영화를 관람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한편, 손태석과 진숙영이 여행을 떠난 탓에 집안은 조금 썰렁했다.‘역시 사람이 많아야 시끌벅적하구나.’다음 날, 염구준은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 뒤 손씨 그룹 본사로 향했다.건물 입구에서 경비복을 입은 채 고개를 숙이고 서있는 용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전투 인형으로 만들어졌다가 염구준에게 구출된 이후로, 그가 이렇게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남자는 쉽게 울지 않는 법이었다. 진짜로 슬플 때는 빼고 말이다.용필이 뇌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단지 정상인보다 지력이 낮을 뿐이지, 바보는 아니었다. “왜 그래요? 돈이라도 잃어버렸어요?”염구준은 농담하며 말을 걸었다.“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