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히 따라오십시오." 다짜고짜 진숙영을 지점장실로 끌고 간 보안 요원 중 한 명이 그녀를 힘껏 소파에 처박았다. 그가 지점장의 눈치를 살피며 살살 아부했다."지점장님, 말씀대로 끌고왔습니다." 혹시나 지점장의 눈에 들어 내일 당장 보안 팀장으로 승진할지도 몰랐으니, 그에게 잘 보여야 했다. 진숙영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따졌다."뭐 하는 짓이야. 당장 이거 놓지 못해?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이래!" 지점장이 냉소했다."뭐야,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순순히 인정하시지." 진숙영은 잠시 멍해졌다. 대체 뭘 인정하란 말인가? 자신은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뻔뻔하기는."여직원이 진숙영을 위아래로 기분 나쁘게 훑었다. 주름지고 건조한 피부에 낡고 허름한 옷... 기껏해야 건물 청소나 할 법한 사람이었으니 절대 이 블랙 카드의 주인이 아니었다. "이 카드, 어디서 훔쳤어?" 여직원은 진숙영을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벙찐 진숙영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자신이 번 돈으로 당당하게 살아온 그녀였다. 한데 어떻게 도둑이라는 누명을 쓴단 말인가? "헛소리하지 마!" 블랙 카드를 노려보던 진숙영이 이를 악물었다."이건 우리 딸 카드야." "정말 웃기는 여자네. 끝까지 발뺌이지. 경찰 앞에서도 그럴 수 있는지 두고 보자고." 여직원이 한껏 비아냥댔다.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은행에서 막중한 피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첫 번째 징계 대상은 다름 아닌 자신일 테고. "이런 파렴치한 짓을 저지르다니, 늙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 여직원의 말은 비수가 되어 진숙영의 심장을 아프게 찔러댔다. 잔뜩 화가 난 진숙영이 여직원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짝-그러나 보안 요원이 진숙영의 뺨을 후려갈기며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죽고 싶어? 얌전히 있으라고 했지!"손바닥 자국을 따라 진숙영의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그녀의 여린 자존심도 한없이 짓밟혔다
"도둑년. 마지막으로 할 말은?"지점장은 신문지로 진숙영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도록 강요했다. 그러면 자신은 아주 큰 공을 세우는 셈이었다."나... 나... "보안 요원에게 목덜미를 잡힌 채 바닥에 엎드리게 된 진숙영이 이를 꽉 깨물었다. 잔뜩 쉰목소리로 그녀가 울먹거렸다."가족들과 연락하게 해줘."공사 현장.프로젝트에 관한 지시를 내린 손가을은 몹시 뿌듯했다.현장에 오기 전, 그녀는 단단히 각오를 다진 상태였다. 사실 일이 이렇게 순조롭게 풀릴 줄은 미처 몰랐던 것이다. 작업반장은 자신의 결정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비위를 맞춰주기까지 했다. 지난번의 방문과는 무척이나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그녀를 철저하게 무시하던 사람들이었다.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슬쩍 훔쳐보았다. 손가을은 심장이 간질거리는 것만 같았다. 아마도 염구준이 그녀를 위해 미리 사람들을 제압했을 터였다. "수고하세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 주시고요." 마지막 당부를 마친 손가을이 빠른 걸음으로 염구준에게 다가갔다. 그러나 도중에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는 다름 아닌 그녀의 어머니였다. 전화를 받은 손가을이 웃으며 말했다."엄마, 방금 퇴근했어요! 곧 집으로 돌아갈..." "가을아." 울먹이는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왔다."엄마가 억울하게 도둑으로 몰렸어..." 진숙영은 조금 전 은행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낱낱이 토로했다."가자." 염구준은 군말 없이 손가을을 포르쉐에 태웠다. 포르쉐가 무서운 굉음을 내며 은행을 향해 질주했다. 가는 내내 손가을은 분노를 삭이며 눈물을 훔쳤다. "이렇게 억울한 일은 아마 처음 겪으실 거야. 자존심이 강한 분이신데... 지금쯤 분명…" 도둑으로 몰려 경찰서에 끌려가게 생겼다니, 그녀는 한없이 절망하고 있을 터였다. 비록 그들은 돈도 없고 생활고에 시달렸으나, 법을 어기는 부끄러운 짓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아빠도 엄마한테 욕을 한 적 없는데.
그야말로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는 자였다."그쪽 장모가… 남의 카드를 훔쳤다는데... 감히 이딴 식으로 소란을 피우다니! 당장 경찰에 신고할 거야! 악!" 여직원이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으나 바로 염구준에게 뺨을 얻어맞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지점장의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지더니 지린내가 공기 중에 퍼졌다. 다른 사람의 카드를 훔쳤다고? 지점장 손에 들려 있는 검은 카드를 힐끗 쳐다본 염구준의 동공이 가늘게 수축했다.G.J? 저건 분명히 자신의 카드였다. "그 카드인가?" 염구준이 카드를 노려보며 살벌하게 물었다."내가 장모님께 드린 용돈 카드야. 훔친 카드라고? 대체 얼마나 멍청하면 그런 생각을 하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지점장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그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이 사람아. 이 카드가 어떤 카드인지 아나? 용돈? 개떡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이 카드 안에 들어있는 예금만 해도 자그마치 2000억이었다. 어지간한 중소기업의 시가총액보다 많은 액수였다. 그런 걸 용돈이라고 덥석 쥐여준다고? 허풍도 이런 허풍이 없었다. 사람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그러나 염구준은 쓸데없는 일로 실랑이를 벌이는 건 딱 질색이었다. 지점장을 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버린 그가 해외에 전화를 걸며 낮게 으름장을 놓았다."당장 아서와 연결해." 이는 해당 카드 본사에서 VIP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특별 설치한 전용 라인이었다. 곧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친애하는 염 선생. 어쩐 일로.." 그의 말을 끊은 염구준이 싸늘하게 질책했다."아서, 해명이 필요해. 당신 부하들이 감히 겁도 없이 내 장모님을 괴롭히고 있더군. 당신이 준 VVIP 카드가 내겐 어울리지 않는 모양이야." 깜짝 놀란 아서가 커피를 바닥에 쏟았다. 그가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제 보좌관을 노려보았다. 당장 조사해! 귀한 분의 심기를 건드린 자를 절대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보좌관은 서둘
총집행관은 지점장에게 욕설을 한바탕 퍼부은 뒤 버럭 고함을 질렀다. "이 일을 해결하지 못하면 자네 목을 따버릴 줄 알아." 총집행관이 전화를 끊자마자 이번엔 용제국 책임자가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당장 그를 산 채로 찢어 죽이고 싶은 눈치였다. "큰, 큰일났다..." 은행 지점장, 송희창은 눈앞이 캄캄해지며 귀에서는 이명이 들렸다. 머리가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VVIP께서 뜬금없이 청해에 나타날 건 뭐람?이 카드는 아서가 그에게 준 것이다. 아서가 누구인가, 바로 총집행관이었다. 송희창이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하늘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지점장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듯싶었다. 앞으로 승승장구하는 일만 남은 줄 알았건만, 결국 이 일이 그의 출셋길을 막고야 말았다. "지점장님, 제가 당장 경찰서에 신고할게요." 비틀거리며 일어난 여직원은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가 옆에서 끊임없이 종알거렸다. "신고한다고? 신고는 개뿔!"송희창이 여직원의 뺨을 힘껏 후려쳤다.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은 여직원이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우리 업계 최고 VVIP를 이딴 식으로 대접하라 그랬어? 오늘 네년을 때려죽여 버리겠어."뺨을 얻어맞은 그녀의 얼굴이 퉁퉁 부어올랐다. 입가를 타고 피가 주룩 흘러내렸지만 그녀는 감히 울음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화풀이하듯 여직원을 두들겨 팬 송희창이 무릎을 털썩 꿇으며 염구준과 진숙영에게 고개를 조아렸다."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눈이 멀어서 귀한 분을 못 알아보고 그만 억울하게 누명을 씌웠습니다. 저는 죽어 마땅한 짐승입니다..." 송희창은 고개를 조아리며 제 뺨을 철썩철썩 때렸다. 그러나 염구준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주변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내쉴 수 없었다. 송희창은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진숙영의 용서를 받지 못하면 그의 비루한 생은 여기서 끝이었다. VVIP 고객인 동시에
집에 돌아온 손가을은 바로 엄마에게 약을 발라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그 뺨은 엄마의 얼굴뿐만 아니라 딸인 그녀의 마음에도 맞았다!이 생각을 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우리 가을이 울지 마. 엄마는 괜찮아."진숙영은 손가을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한참 지나서야 겨우 기분이 조금 회복되었다.오늘 만약 딸과 사위가 없었더라면 그녀는 정말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을 텐데, 그거야말로 가장 창피한 일이다!이 나이에 막상 들어가면 그녀는 못 살 것 같았다!"구준아, 이리 와봐. 너한테 할 말이 있어."진숙영은 약을 바르고 침실로 들어갔고, 염구준이 들어오자 다시 문을 닫았다."어머님, 오늘 일은 제 잘못이에요. 제가 카드에 대한 일을 제대로 말씀드리지 못했어요."염구준이 먼저 주동적으로 잘못을 인정했다.진숙영은 복잡한 표정으로 염구준을 쳐다보았다.그때 그 매니저는 그 카드에 적어도 2천억은 있다고 말했다. 지난번 차를 구매한 후에 그녀는 염구준이 돈이 많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다!"솔직히 말해봐. 이 몇 년 동안 도대체 뭐 했어?!"진숙영은 심호흡을 하고,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이 당한 억울함보다 손가을이 상처받는 것이 더욱 두려웠다.염구준은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웃으며 말했다."5년 전에 제가 갈 곳도 없고 직접 설립한 회사도 남에게 빼앗겨 길거리에서 굶어 죽을 뻔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가을이가 저를 구해줬어요.""그리고 그녀가 오늘의 저를 만들었어요."염구준은 심호흡을 하고, 눈가가 살짝 촉촉이 젖어 들었다. "제가 떠난 5년 동안, 우리 가족이 더는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지 않고 잘 살 수 있게 하기위해 출세해야 했어요!"진숙영은 복잡한 눈빛으로 몇 번 망설이다가 염구준에게 물었다."그러면 5년 동안 너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이것은 진숙영의 마음속 가장 큰 응어리였다, 그녀는 염구준이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을까 너무 걱정됐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돈이 어디서 생겼을
"가을아, 아버님 부축해, 우리 밥 먹으러 가자."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서 운전을 하러 나갔다.그때 벤틀리 한 대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왔다."여기서 멈춰!"벤틀리 차주인은 차로 출구를 기울지도 않고 딱 맞게 막아버렸다."아빠, 이러면 안 돼요, 다른 사람의 길을 막을 수 있어요."차 안의 어린 여자아이가 젖먹이 소리를 내며 말했다.장용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딸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딸, 네가 아직 몰라서 그래, 좋은 차는 눈에 띄어야 하는 법이야!""아빠가 여기에 세우지 않으면 누가 우리가 벤틀리를 운전하는 걸 볼 수 있겠어?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 집안을 부러워하고 질투할 수 있겠어? "장용은 양복을 입고 한 손으로 딸을 꼬집으며 출구를 단단히 막지 않았을까 봐 뒤를 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가자, 네 큰고모 데리러!"부녀가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염구준이 포르쉐를 몰고 천천히 다가오다가 문을 막고 있는 벤틀리를 보고 눈썹을 찡그리며 경적을 울렸다.경비 아저씨가 나와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차주인이 들어갔어요. 기다려요.""전화해서 옮기라고 하세요."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뻗어 벤틀리 앞 유리에 있는 차량 이동 전화번호를 가리켰다."사장님, 사장님 차가 아파트 출구를 막고 있어요. 시간 되시면 나와서 차 좀 옮겨주세요."경비 아저씨는 바로 전화를 걸어 완곡하고 공손하게 말했다.그는 능구렁이가 다 된 사람이라 어떤 사람들을 건드리면 안되는지 마음속으로 아주 잘 알고 있다."나 시간 없어! 잠깐만 주차하는 거잖아? 가난한 놈들 보고 입 다물고 기다리라고 해!"장용은 전화를 끊고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효과였다. 이 저급 동네에는 가난뱅이들 밖에 없을 건데, 누가 감히 그의 앞에서 횡포를 부리겠는가?그의 벤틀리는 4억이 넘는데 누구든 피해 가야 되지 않겠는가?그냥 순순히 기다려주면 되지!경비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 염구준를 쳐다보며
"누가 벤틀리 차 주인보고 허세 부리래, 난폭한 형님 만났지? 그것도 돈 많은 난폭 한 형님이야, 진짜 너무 멋있어! ""아마 벤틀리 차 주인이 자기 차를 보면 기절할 거야! "인터넷에는 벤틀리 차주가 허세 부리려다 실패하고 오히려 벤틀리 차주한테 인생 교육을 받은 일로 떠들썩했다.비슷한 역겨운 일을 겪었던 네티즌은 염구준의 행동에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반면 차 안에 있던 세 사람은 얼굴이 귀밑까지 빨개지고 심장이 떨렸다."구준아,너 너무……너무 충동적이었어. "손태석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구매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새 차인데 어떻게 이렇게 손상시킬 수 있지?"차가 비싼 만큼 수리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 "진숙영은 정신을 차리자 마음이 아팠다."수리할 필요 없어요,내일 한 대 사면돼요. "염구준은 아주 자연스러운 듯 덤덤하게 말했다.손가을 등 세 사람은 멍 해졌다.염구준……정말 점점 알 수가 없어!몇 분 뒤.아파트 입구로 장용이 딸을 끌어당기며 나왔고, 옆에는 그의 누나 장연, 바로 정숙영을 괴롭히던 이웃 아줌마가 서있었다."누나,나 이제 은행 고층 관리자야! 연봉도 몇 배나 올라서 방금 슈퍼카를 한 대 뽑았어! ""뭐? 슈퍼카? 우리 이웃도 한 대 구매한 것 같았는데 무슨 포르쉐 라나, 말로는 2억이래! ""쳇,2억짜리 포르쉐가 뭐라고, 내 4억짜리 벤틀리 앞에선 그냥 쓰레기지! "장용이 시큰둥하게 말했다.장용은 차 키를 꺼내서 눌렀지만, 자신의 차 라이트가 켜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차도 없어진 것 같았다.장용은 얼굴색이 변하더니 재빨리 입구로 달려갔다. 설마 교통경찰이 끌고 갔나?그는 잠금 해제 버튼을 세게 누르며 드디어 아파트 입구로 도착하자, 희미한 불빛을 발견했다!경비 아저씨는 손전등을 비추고 옆에 있는 벤틀리를 훑으며 쯧쯧 혀를 찼다."내 차……. "손전등의 희미한 빛을 빌려 장용은 자기 차 앞부분을 보고 마음속에 피가 솟구치더니 그대로 기절했다…….청해 명주 호텔.청해시에서 가장 고급스
여자 종업원은 얼버무리는 게 뻔했다!그녀는 염구준을 한 번 훑어보았다. 온몸에 물건을 다해봤자 5만 원도 안 되는 사람이 청해 명주를 예약할 자격이 있을까?손가을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여종업원의 태도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염구준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비치며 눈빛이 더욱 흐려졌다."구준아, 밖은 너무 귀찮아. 우리 집에 돌아가자, 내가 요리해 줄게!"진숙영은 상황을 보고 손가을의 팔을 잡아당겼다."아니요, 어머님, 오늘 무조건 여기서 먹어야겠어요!"염구준은 여종업원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너희 사장님 번호 불러봐!"전신전 전주로써 청해에서 밥 한 끼도 못 먹는다고?예약한 테이블이 마음대로 없어진다고?웃기시네!"허, 우리 사장님은 용준영이에요, 용 대표님!"여자 종업원이 코웃음을 치며 거들먹거렸다.용 대표님의 이름을 말하면 이 가난뱅이들 놀라 죽을거야!이렇게 별거 없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가난뱅이다. 다행히 그들에게 자리를 남겨 주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음식값을 낼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었다!염구준은 여자 종업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용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용준영은 펜트 하우스 스위트룸에서 삼류 배우가 그의 품에 안겨 이리저리 비비고 있었다.휴대폰이 울리자, 그는 짜증스럽게 힐끗 쳐다보더니, 깜짝 놀라 얼른 안고 있던 여자를 밀치고 전화를 받았다."준영아."염구준은 휴대폰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10분 줄게. 청해 명주로 와!"큰일났다!용준영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외투를 걸치고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뛰쳐나갔다.전신전 전주가 청해 명주에서 밥을 먹는다고?어떤 눈치 없는 새끼가 감히 이 거물의 화를 돋운거야?만약 전주가 화를 낸다면...... 호텔 위부터 아래까지 전부 해고야!한편 호텔 입구에서는 여자 종업원이 멍청이를 보듯 염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준영아?"이 가난뱅이가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청해시 전체를 통틀어 누가 감히 용준영을 이렇게 불러?죽고 싶어 환장했나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