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아, 아버님 부축해, 우리 밥 먹으러 가자."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일어나서 운전을 하러 나갔다.그때 벤틀리 한 대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왔다."여기서 멈춰!"벤틀리 차주인은 차로 출구를 기울지도 않고 딱 맞게 막아버렸다."아빠, 이러면 안 돼요, 다른 사람의 길을 막을 수 있어요."차 안의 어린 여자아이가 젖먹이 소리를 내며 말했다.장용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딸의 코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딸, 네가 아직 몰라서 그래, 좋은 차는 눈에 띄어야 하는 법이야!""아빠가 여기에 세우지 않으면 누가 우리가 벤틀리를 운전하는 걸 볼 수 있겠어?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어떻게 우리 집안을 부러워하고 질투할 수 있겠어? "장용은 양복을 입고 한 손으로 딸을 꼬집으며 출구를 단단히 막지 않았을까 봐 뒤를 돌아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가자, 네 큰고모 데리러!"부녀가 떠난 지 얼마되지 않아 염구준이 포르쉐를 몰고 천천히 다가오다가 문을 막고 있는 벤틀리를 보고 눈썹을 찡그리며 경적을 울렸다.경비 아저씨가 나와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차주인이 들어갔어요. 기다려요.""전화해서 옮기라고 하세요."염구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을 뻗어 벤틀리 앞 유리에 있는 차량 이동 전화번호를 가리켰다."사장님, 사장님 차가 아파트 출구를 막고 있어요. 시간 되시면 나와서 차 좀 옮겨주세요."경비 아저씨는 바로 전화를 걸어 완곡하고 공손하게 말했다.그는 능구렁이가 다 된 사람이라 어떤 사람들을 건드리면 안되는지 마음속으로 아주 잘 알고 있다."나 시간 없어! 잠깐만 주차하는 거잖아? 가난한 놈들 보고 입 다물고 기다리라고 해!"장용은 전화를 끊고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효과였다. 이 저급 동네에는 가난뱅이들 밖에 없을 건데, 누가 감히 그의 앞에서 횡포를 부리겠는가?그의 벤틀리는 4억이 넘는데 누구든 피해 가야 되지 않겠는가?그냥 순순히 기다려주면 되지!경비 아저씨가 고개를 돌려 염구준를 쳐다보며
"누가 벤틀리 차 주인보고 허세 부리래, 난폭한 형님 만났지? 그것도 돈 많은 난폭 한 형님이야, 진짜 너무 멋있어! ""아마 벤틀리 차 주인이 자기 차를 보면 기절할 거야! "인터넷에는 벤틀리 차주가 허세 부리려다 실패하고 오히려 벤틀리 차주한테 인생 교육을 받은 일로 떠들썩했다.비슷한 역겨운 일을 겪었던 네티즌은 염구준의 행동에 온몸의 피가 끓어올랐다.반면 차 안에 있던 세 사람은 얼굴이 귀밑까지 빨개지고 심장이 떨렸다."구준아,너 너무……너무 충동적이었어. "손태석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구매한지 며칠 되지도 않은 새 차인데 어떻게 이렇게 손상시킬 수 있지?"차가 비싼 만큼 수리하려면 돈이 많이 들지? "진숙영은 정신을 차리자 마음이 아팠다."수리할 필요 없어요,내일 한 대 사면돼요. "염구준은 아주 자연스러운 듯 덤덤하게 말했다.손가을 등 세 사람은 멍 해졌다.염구준……정말 점점 알 수가 없어!몇 분 뒤.아파트 입구로 장용이 딸을 끌어당기며 나왔고, 옆에는 그의 누나 장연, 바로 정숙영을 괴롭히던 이웃 아줌마가 서있었다."누나,나 이제 은행 고층 관리자야! 연봉도 몇 배나 올라서 방금 슈퍼카를 한 대 뽑았어! ""뭐? 슈퍼카? 우리 이웃도 한 대 구매한 것 같았는데 무슨 포르쉐 라나, 말로는 2억이래! ""쳇,2억짜리 포르쉐가 뭐라고, 내 4억짜리 벤틀리 앞에선 그냥 쓰레기지! "장용이 시큰둥하게 말했다.장용은 차 키를 꺼내서 눌렀지만, 자신의 차 라이트가 켜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아니! 차도 없어진 것 같았다.장용은 얼굴색이 변하더니 재빨리 입구로 달려갔다. 설마 교통경찰이 끌고 갔나?그는 잠금 해제 버튼을 세게 누르며 드디어 아파트 입구로 도착하자, 희미한 불빛을 발견했다!경비 아저씨는 손전등을 비추고 옆에 있는 벤틀리를 훑으며 쯧쯧 혀를 찼다."내 차……. "손전등의 희미한 빛을 빌려 장용은 자기 차 앞부분을 보고 마음속에 피가 솟구치더니 그대로 기절했다…….청해 명주 호텔.청해시에서 가장 고급스
여자 종업원은 얼버무리는 게 뻔했다!그녀는 염구준을 한 번 훑어보았다. 온몸에 물건을 다해봤자 5만 원도 안 되는 사람이 청해 명주를 예약할 자격이 있을까?손가을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여종업원의 태도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염구준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비치며 눈빛이 더욱 흐려졌다."구준아, 밖은 너무 귀찮아. 우리 집에 돌아가자, 내가 요리해 줄게!"진숙영은 상황을 보고 손가을의 팔을 잡아당겼다."아니요, 어머님, 오늘 무조건 여기서 먹어야겠어요!"염구준은 여종업원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너희 사장님 번호 불러봐!"전신전 전주로써 청해에서 밥 한 끼도 못 먹는다고?예약한 테이블이 마음대로 없어진다고?웃기시네!"허, 우리 사장님은 용준영이에요, 용 대표님!"여자 종업원이 코웃음을 치며 거들먹거렸다.용 대표님의 이름을 말하면 이 가난뱅이들 놀라 죽을거야!이렇게 별거 없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가난뱅이다. 다행히 그들에게 자리를 남겨 주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음식값을 낼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었다!염구준은 여자 종업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용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용준영은 펜트 하우스 스위트룸에서 삼류 배우가 그의 품에 안겨 이리저리 비비고 있었다.휴대폰이 울리자, 그는 짜증스럽게 힐끗 쳐다보더니, 깜짝 놀라 얼른 안고 있던 여자를 밀치고 전화를 받았다."준영아."염구준은 휴대폰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10분 줄게. 청해 명주로 와!"큰일났다!용준영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외투를 걸치고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뛰쳐나갔다.전신전 전주가 청해 명주에서 밥을 먹는다고?어떤 눈치 없는 새끼가 감히 이 거물의 화를 돋운거야?만약 전주가 화를 낸다면...... 호텔 위부터 아래까지 전부 해고야!한편 호텔 입구에서는 여자 종업원이 멍청이를 보듯 염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준영아?"이 가난뱅이가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청해시 전체를 통틀어 누가 감히 용준영을 이렇게 불러?죽고 싶어 환장했나
뢰인은 손을 뻗어 염구준을 가리키며 미친 듯이 크게 웃었다."내 앞에서 설쳐? 네가 감히 나를 위협해? 내 주먹 한 방에 네 녀석 목숨은 바로 끝이야! 감히 나에게 네 앞에서 큰소리칠 거냐고?”"다 덤벼!"와르르!뢰인의 뒤에 있던 사내들이 바로 움직이려 했다."개자식들!"울부짖는 소리가 멀리서 갑자기 울려 퍼졌다!용준영!구두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부랴부랴 뛰어와 뢰인을 향해 목놓아 소리쳤다. "죽고 싶어? 다들 그만해!”뢰인은 온몸을 흠칫 떨었고, 여자 종업원은 입이 크게 벌리고 표정이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았다.용 대표님, 정말 용 대표님이라니!이 가난뱅이…… 아니, 이 분이 정말 용 대표님을 불러왔어!"개자식들! 젠장!"용준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뛰어가서 뢰인의 머리에 주먹을 날렸다."너 대가리에 물 들어찼어? 감히 형님을 골탕 먹여?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 이 사람은 내 형님이야! "말을 끝내고, 서둘러 염구준 앞에 가서 절을 했고, 마치 잘 못을 한 아이 같았다."염 선생님…… 아니, 형님! 준영이가 늦었습니다. 부하들이 눈은 있어도 눈치가 없었어요, 형님께서 벌을 내려주세요! "뢰인은 그 자리에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머릿속은 마치 천둥에 맞은 것 같은 느낌에 머리 위의 큰 혹도 아프지 않았다. 여자 종업원은 더욱 얼굴이 질려 온몸을 떨고 있었다.용 대표님...... 이 사람이 용 대표님의 형님이라니, 그의 앞에서 용 대표님이 자신을 준영이라고 부른다고?이, 이게 어떻게 가능해?!손태석과 진숙영은 놀라서 입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당연히 용준영의 이름을 들어봤지만, 집안의 데릴사위가 언제 그의 형님이 된 거지?!"멍청한 것들, 빨리 형님에게 사죄하지 못해!"용준영이 차갑게 사람들을 훑어보았다."형…… 형님, 제가 망할 놈입니다, 제가 눈치가 없게 몰라봤습니다!"뢰인은 자신의 뺨을 때렸고, 허리를 바닥까지 굽히고 싶었다."제... 제가 무식해서 말을 천박하게 했습니다. 제가 미천
카운터의 미인은 입이 커다랗게 벌어졌다.청해시의 거물 용준영이 다른 사람을 형님이라고 부른다고?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구준아."진숙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그냥 아무 룸에서나 식사하면 돼.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건…… 이건 아니야.""네, 어머님 말 들을게요."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용준영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네, 이모님 말이 맞아요. 지금 당장 준비할게요!"용준영은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서둘러 앞에서 길을 안내하며 염구준 등을 자신의 개인 룸으로 안내했다.그의 룸은 레스토랑에서 가장 호화로운 곳이었고, 다른 사람을 접대 한적이 없었다.하지만 염구준이 남인가?룸에 들어서자 진숙영과 손태석은 손을 들어 눈을 비볐고,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여, 여기가 룸이야?자신의 집의 두 배 정도 크기였다!호화롭지만 실속을 잃지 않는 인테리어는, 곳곳에 대범함이 깃들어 있었고, 모든 디테일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이렇게 호화로운 룸은 처음 봤다!자기 집 사위…… 체면이 정말 너무 크고, 용준영은 정말 너무 깍듯했다!"주방에 말해서 대표 메뉴 전부 다 올려!"용준영은 손을 휘저으며 즉시 분부하고, 또 환심 어린 얼굴로 손태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저씨, 술은 어떤 걸 좋아하세요?부하들에게 준비하라고 할게요!”"괜찮아요. 몸이 안 좋아서 물을 마시면 돼요."손태석은 과분한 대우에 놀라며 황급히 거절했다."그러면 안되죠, 아저씨가 오셨는데 준영이가 어찌 감히 홀대할 수 있겠어요!"말하면서 용준영이 손가락을 튕기자 종업원이 재빨리 최고급 술과 샤또 라뚜루를 하나씩 들고 나왔다.진숙영과 손태석이 놀라서 자신을 바라보자, 용준영은 긴장하며 얼른 설명하였다. "이전에 형님의 베풂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습니다! 두 분 안심하고 소비하세요, 제 레스토랑이 바로 형님의 레스토랑입니다, 두 어르신에 한해서는 영원히 무료로 대접해 드립니다! "손태석은 진숙영과 눈을 마주쳤고 더욱
게다가 그녀는 똑똑히 봤다. 용준영이 염구준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애써 아부하는 모습이 어디를 봐서 형제란 말인가!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또 손을 들어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얼른 음식을 드세요. 다 식겠어요!"손태석과 진숙영은 젓가락을 들었다 다시 놓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염구준이 포르쉐를 샀을 때, 그들은 이 사위가 실종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마도 이전과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가 명성이 자자한 용준영을 굽신거리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진짜 상상초월이었다!"구준이 이제 정말 돈이 많네."진숙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조금 있어요."염구준이 겸손하게 말했다."무술도 할 줄 알았어?"그다음 손가을이 입을 열었다."조금 할 줄 아는것 뿐이야."염구준은 여전히 겸손한 자태로 음식을 한 입 먹었다.손가을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날 염구준이 공사장에서 수십 명을 덜덜 떨게 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구준아, 내 다리, 정말 고칠 수 있을까?"결국 손태석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어 물었다."아버님, 저를 믿으세요. 무조건 고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줄게요!"염구준은 이번에는 웃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염구준을 잘 아는 사람만 그가 한 약속이 얼마나 소중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안다!손태석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10여 년 동안 이렇게 마음이 놓인 적은 처음이었다.그는 염구준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눈가를 한 번 훔친 다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갑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가득 채웠다.이어서 그는 테이블을 돌려 염구준에게 부어 주려고 했다.염구준은 서둘러 두 손으로 받았다."구준아, 내 다리는 고질병이야. 나도 큰 희망을 품지 않고 있지만 네가 방금 한 말 너무 감격스럽고 고마워!"술을 거의 마시지 못하는 손태석은 한 잔을 들이키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격렬하게 기침을 했지만, 눈 속에는 흥분이 가득했다…….진숙영은 손태석을 막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염구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감개무량했다.이전에 했던 모든 것들, 마침내 받아야 할 보답을 얻었고 장인, 장모님이 마침내 자신을 받아들였다!저녁 식사 후, 밤은 이미 깊어졌다.손가을 가족은 오늘밤처럼 이렇게 즐겁고 후련한 적이 거의 없었다.포르쉐가 이미 박살 난 관계로 용준영은 아예 고급 차량 두 대 준비해 이들을 집으로 호송했다.손태석은 술을 마신 후에 진숙영의 목을 감싸고 술주정을 부리며 정이며 사랑을 속삭였다."가만히 있어 봐, 애들이 보고 있잖아!"진숙영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살짝 밀쳐냈다.손가을은 오랫동안 부모님의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해 수줍으면서도 기뻐하다가 염구준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집에 가서 정리한 후 모두 취기를 가지고 잠에 들었다.여전히 손가을이 침대에서 자고, 염구준이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다."구준아.""나 있어.""오늘…… 고마워!"손가을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별말씀을."이어 어둠 속의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앞으로 돈을 함부로 쓰지 마, 될까?"안 돼!"염구준은 단호히 거절했다. "두 분은 우리 부모님이고, 너는 내 아내인데, 내가 집이랑 가족에게 돈을 쓰지 않으면 누구에게 돈을 쓰겠어?""하지만…….""그만, 자자. 잘 자."손가을은 계속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잘 자라는 소리에 묵묵히 고개를 흔들며 눈을 살며시 감았다.다음날 일어나자 진숙영이 이미 푸짐한 아침을 준비했다.염구준은 스스럼없이 허겁지겁 먹으며 물었다."아버님은요?""아, 그 사람이 말이야, 술을 마시지 못하면서 극성을 부리더니 아직도 자고 있구나."진숙영은 사위가 밥을 먹는 것을 보면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염구준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아버님이 연습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접대 자리가 많이 있을 건데요""응?"진숙영은 멍해졌다.손태석은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무슨 접대가 필요하겠는가, 보아하니 사
진숙영은 얼굴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물었다."아,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청해 은행 총행장, 허한입니다.""이분은. 지사 사장,송종현입니다."허한의 옆에 있던 남자가 죄송스러운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진숙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 사람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고도 자신을 경찰로 보내려던 그 은행 사장이 아니던가?진숙영이 불쾌해하자 총행장 허한은 유빈을 노려보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이모님, 모두 저희 잘못입니다, 오늘 저희가 특별히 이모님에게 사과하러 왔습니다!"허한의 말을 듣고 진숙영은 순간 멍해졌다.은행 고위 간부 두 명이 직접 찾아와서 그녀에게 사과한다고?"이모님, 들어가서 얘기해도 될까요?"총행장이 다시 한번 몸을 굽이며 한 마디 물었다.진숙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걸어갔다.이때 아파트 입구에는 이미 난리가 났다.장용은 어두운 낯빛으로 두 눈가가 칠흑같이 어두워져 밤새 눈을 붙이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그는 부동산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출근 시간이 되자마자 미친 듯이 소리쳤다."CCTV 돌려! 빨리 CCTV 돌려! 도대체 어떤 새끼가 감히 내 차를 이렇게 만들어 놨어! "방금 산 벤틀리야! 4억이 넘는단 말이야!4S 가게에 가져갔는데 수리도 안 해줘!그는 꼭 그 사람을 찾아서 돈을 배상하고, 경찰서에 들어가게 해야 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너무 늦어서 CCTV에 찍히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부동산 주임도 장용과 같은 사람을 속으로 역겹게 여겼다. 분명히 자신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 놓고 일을 당하니 또 와서 울고 난리다.이런 사람은 한번 당해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지, 혼날 만도 하다!"나 절대 안 믿어! 지난번에 진 영감이 거리에 서 있는 여자를 껴안고 있는 것도 모두 훤히 찍었는데, 오늘 이 일을 반드시 해결해야 해!"장용의 누나 장연도 부동산에 따라와서 목청을 높이며 소리쳤다. "CCTV를 돌리지 않으면, 내가 경찰에 전화해서 너 일자리 잃게 할 거야!"부동산 주임은 어쩔
“주상님, 저 돌아왔어요. 고릴라들이 왔어요?”얼마되지 않아 백호가 돌아왔다.주변이 너무 조용해서 그가 물었다.“이미 끝났어. 일찍 왔더라면 너도 봤을 거야.”염구준이 대답했다.고릴라와 장난하듯 싸우지 않았다면 더 빨리 끝났을 것이다.바로 그때, 현무가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질렀다.“주상님, 결계 열었어요. 그런데 곧 닫칠 거 같아요.”“가자!”염구준 일행은 빠르게 결계 안으로 들어갔다.만약 삼선도 사람들이 결계 전무가를 잡고도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열받을까.일행이 들어가자마자 결계는 자동으로 닫혀버렸다.자아 치유 능력이 생각보다 강했다.이 결계는 상고시대에 배치한 거라 일반 결계와 달랐다.‘피비린 냄새다.’염구준은 코를 움직여 냄새를 맡더니 이내 손을 들어 모두를 저지시켰다.“여기 싸운 흔적이 있어. 식물들이 손상된 점으로 보아 전신지상 실력이야.”그는 계속 냄새를 탐색하며 덤불에 다가가더니 몸을 숙여 잎에 묻은 피를 부드럽게 만졌다.피가 아직 응고되지 않았다는 건 여기서 싸운 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것을 설명한다.“주상님, 삼선도가 서로 죽이다가 남긴 게 아닐까요?”백호가 합리적인 설명을 내세웠다.“아니야. 조금은 이상해.”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만약 삼선도가 자기들끼리 싸웠다면 전신지상뿐만 아니라 반보천인 고수도 참여했을 것이다.결계 내부에 강력한 물건이 있거나 다른 곳에서 누가 침입했다는 것을 설명한다.불안전한 요소로 상황이 더 복장해졌다.“수색해서 다른 단서를 찾아. 다들 조심해.”염구준이 명령을 내렸다.사전에 미리 상황을 판단하면 돌발 상황에서 손실을 막을 수 있다.“알겠습니다.”일행은 무기를 들고 흩어져서 수색하기 시작했다.방금 전에 싸웠으니 반드시 흔적이 남아 있을 것이다.“주상님, 발견했습니다.”“주상님, 여기도 발견했습니다.”10분도 안 되어서 여기 저기서 단서가 나왔다.역시 효율이 높았다.염구준이 다가가 살펴보자 시체가 있었다.금발에 콧대가 높은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바로 자취를 감추었다.백호는 뒤를 돌아보다가 숲속 안으로 쫓아갔다.고릴라들은 그를 공격하지 않고 나무 위에서 몸을 흔들며 멀리 유인했다.정말 이놈들은 끈질기게 들러붙었다.“왔다.”염구준은 주변 나무에서 기척을 느꼈다.그것도 상당히 많은 수가 있었다.“두 사람은 현무가 안심하고 결계를 깰 수 있게 이중 전신 영역으로 보호해.”서로 맞지 않는 주작과 붉은 장미는 협조하라는 말에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이 전신 영역을 펼쳤다.이런 상황에서 싸우면 자기만 우스운 꼴이 되기 때문이다.“우후후후!”고릴라 한 마리가 외치며 숲에서 뛰쳐나오더니 바로 염구준을 향해 공격했다.“뭔가 수상해.”수상함을 느낀 염구준은 왼손에 검을 쥐고 오른손으로 상대했다.전력으로 싸우지 않은 것이다.첫 공격을 하자마자 뭐가 문제인지 알아챘다.이 고릴라는 왕이 아니라 탐색하러 보낸 부하였다.붉은 장미의 말에 따르면 고릴라 왕은 전신지상의 실력이고 이 고릴라는 이제 겨우 전신경에 이르렀다.짐승이 사람 못지 않게 교활한 수작을 부리니 저절로 감탄이 나왔다.“그래 어디 한번 놀아보자.”염구준은 차분하게 고릴라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정도로 상대했다.고릴라 왕을 유인하기 위해서였다.고릴라 따위가 본인과 머리를 굴려서 모략을 꾸미다니 제대로 혼내려고 마음먹었다.“크아아앙!”그때 귀를 찢을 뜻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고릴라가 나타났다.덩치가 어찌나 큰지 작은 별장만큼 컸다.그러더니 숲에서 엄청 많은 고릴라가 나타나 계속 울부짖었다.고릴라 왕은 무조건 적을 이길 수 있다 착각하고 싸우러 나온 것이다.그러면 부하들 앞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할 수 있으니까.전에 삼선도 일행들이 죽이러 쫓아와서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짐승은 그래도 짐승이야. 머리가 없어.”염구준은 뒤로 물러서며 입꼬리를 올렸다.고릴라 왕이 인내심 있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나타날 줄은 몰랐다.“쿠아아앙!”고릴라 왕은 포효하며 부하들을 진정시키고는 염구준
스윽!염구준은 손을 들어 강력한 검기를 도명현에게 발사했다.“합!”그러자 도명현은 대검을 들고 전력을 다해 막아냈다.지난번에 염구준에게 꼴 좋게 패배했으니 트라우마가 생겨 다시는 우습게 볼 수 없었다.펑!하지만 연달아 공격하는 검기에도 결계는 뚫리지 않고 잔물결만 일렁거렸다.수천년 동안 유지한 결계라 그런지 만만치 않았다.이미 한번 겁을 먹은 도명현은 저항하다가 결국 대검을 들고 허우적대고 말았다.그 모습을 본 부하들은 창피했다.“도명현 도주님, 파리 잡고 있어?”염구준이 마지막 공격을 가하며 말했다.방금은 일부러 공격한 것이다.하나는 도명현에게 겁을 주고 둘째는 결계 강도를 시험하기 위해서였다.“흥, 이만 가자!”체면이 깎인 도명현은 더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부하들은 대놓고 웃고 싶었지만 둘째 도주의 체면을 위해 애써 참았다.일행이 염구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들의 갈등은 이제 격화되어서 어디를 가든 서로 모른 척했다.“주상님, 왜 쫓아가지 않습니까?”주작은 삼선도 사람들이 가는 것을 보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만약 쫓아갔더라면 결계에 들어갔을 텐데 염구준은 그냥 보내주었다.“유적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저들이 먼저 탐색하다가 서로 싸울지도 몰라. 그러면 우리는 수고를 덜 수 있어.”염구준이 이유를 말하자 그제야 이해했다.붉은 장미는 그의 계략에 감탄하여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렸다.이 사람의 머리는 무술을 잘하는 것만큼 똑똑했다.전에 그를 해하려고 했던 짓을 생각하면 헛웃음이 저절로 나왔다.염구준은 그들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치료하고 있는 현무에게 다가가 말했다.“한 시간 30분 뒤에 결계를 깰 거야.”현무가 치료를 마치면 결계를 연구할 것이다.“현무, 결계를 깰 자신이 있어?”염구준이 물었다.솔직히 그에게도 80% 확률로 결계를 깰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바로 일력파만법으로 말이다.“문제없습니다. 방금 대략 살펴보았는데 10분이면 충분합니다.”현무가 많이 회
세 사람은 강력한 기운을 내뿜어도 정작 공격할 때면 여전히 그대로였다.속으로 서로를 경계한 지 오래되어서 쉽게 경계심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늙은 여우.’다들 속으로 한마디씩 욕했다.황지열은 두 사람도 천인 경지를 돌파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알았다.이곳까지 온 이상 언제든지 본색을 드러낼 거라 생각했다.평소에 두 사람이 멍청하다고 여겼는데 과소평가한 것 같았다.염구준은 세 사람의 싸움에 관심이 없었다.상대방이 약하면 그는 기세를 몰아 더 강해지고 공격도 날카로워졌다.도주 세 명도 이렇게 싸우면 본인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서 죽고 싶지 않았다.그러니 어쩔 수 없이 방어하는 수밖에 없었다.한편, 다른 무리의 싸움도 삼선도에 불리했다.전신지상 고수 세 명이 협공해도 백호를 막아내지 못했다.그 외에 전신지상 두 명도 주작과 붉은 장미의 공격에 번마다 당하여 곧 죽을 것 같았다.다른 부하들도 싸움에 끼어들었지만 어쩌지도 못하고 하마터면 죽음을 당할 뻔했다.현무가 치료하는 것을 방해하고 싶었는데 방금 염구준이 보초군을 죽이는 장면을 보고 간담이 서늘했다.삼선도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우르릉 쾅!그때 갑자기 지면이 흔들리며 결계가 불안정해지더니 손바닥만 한 균열이 나타났다.입구가 드디어 생긴 것이다.“하하하, 내가 방금 나경판을 놓았는데 이제야 작용한 모양이구나.”우대구가 호탕하게 웃었다.실은 허세일 뿐 방금 나경판을 놓을 때 전혀 자신이 없었다.운이 좋았던 것이다.그런데 지금 큰 문제가 생겼다.염구준에게 제압당해 어떻게 철수해야 할지 몰랐다.“대도주 실력이 막강하니 저놈을 먼저 제압하고 있어.”도명현이 그의 반응을 떠보았다.성격이 충동적이지만 삼선도의 둘째 도주로서 그 정도 머리는 있었다.“좋다. 내가 셋까지 세면 너희들은 물러서.”대도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숙하게 대답했다.“알았어.”두 도주는 황지열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정말 처음이었다.“셋!”황지열이 마지막 숫자를
사람이 도착하기 전에 이미 여러 갈래 검기가 현무를 공격하려는 세 사람을 물리쳤다.“공격한다!”어쩔 수 없는 황지열은 속으로 도명현을 욕하면서 명령을 내렸다.번마다 멋대로 나대는 바람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먼저 도착한 염구준은 현무의 어깨를 잡고 뒤로 밀어버리고 검을 휘둘러 세 사람을 가차 없이 죽여버렸다.그 동작은 깔끔하게 단번에 이루어졌다.본래 이렇게 빨리 죽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상대방이 허튼 수작을 부린다면 죽어도 누굴 탓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염구준, 인질을 교환하겠다면서 약속을 어기고 내 부하를 죽였어?”도명현이 버럭 화를 냈다.“하,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어야지. 너랑 말 섞는 것조차 역겨워.”염구준은 억지를 부리는 인간과 도리를 따지기도 귀찮았다.막무가내인 사람에게 시간 낭비하면서 입씨름하고 싶지 않았다.“염구준, 여기 결계가 있다. 내가 먼저 열면 안 되겠느냐?”세 명의 보초군이 죽자 황지열은 손을 들어 싸움을 제지했다.오랫동안 계획한 끝에 금비녀를 손에 넣고 이 공간을 연 것은 오로지 천인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설 때문이었다.지금 무엇보다 이곳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당신을 죽이고 나 혼자서도 들어갈 수 있어.”염구준은 검을 들고 타협하지 않았다.결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지만 뒤에 있는 현무는 이 방면에 전문가였다.한마디에 대화가 끝났으니 더는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말할 것도 없어. 그냥 저놈을 죽여!”불 같은 성격인 도명현은 참지 못하고 대검을 들고 공격했다.삼선도 세력은 머릿수가 많아서 우위를 차지했지만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세 명밖에 없었다.그중에서 한 사람은 눈에 띄게 강했다.도명현이 움직이자 나머지 부하들도 뒤를 따랐다.“백호, 내가 저놈을 맡을 테니까 넌 나머지를 처리해.”염구준은 지시를 내린 후, 검을 들고 앞으로 돌진했다.반보천인 고수 세 명의 실력은 만만치 않으니 경계는 늦추면 안 되었다.특히 대도주 황지열의 기운은 염구준과 막상막하로 실력이 약하
황지열이 웃으면서 말했다.“아니, 아니야. 당신들은 우리 섬의 손님인데 죽일 리가 있겠나.”어렵게 한 사람을 잡았는데 인질로 남겨야 했다.‘썩을 영감탱이!’현무는 속으로 욕하고 조용히 눈을 감고 체력을 회복했다.여기서 도망치지 못해도 힘이 있어야 자살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대도주님 보고합니다. 네 명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속도가 너무 빨라 그림자만 보입니다.”한 보초군이 황급히 달려와 보고했다.“드디어 왔구나.”황지열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엄숙한 표정으로 숲을 쳐다봤다.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두려워하면 바로 나타났다.“전원 경계하고 집합하라!”명령을 내리자 부하들은 큰 적을 만난 것처럼 손에 무기를 들고 한 곳에 모였다.적이 누군지 잘 모르지만 대도주의 긴장한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여기 맞네.”염구준은 한 사람의 멱살을 잡고 숲을 빠져나왔다.삼선도 곳곳에 배치한 보초군은 이미 처리한 뒤였다.“염구준! 악마 같은 놈아! 한 발짝 다가오면 이 자식을 죽여버릴 것이다.”도명현은 이를 악물고 현무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협박했다.황지열은 욕을 퍼붓고 싶었다.인질을 저렇게 사용할 생각은 아니었다.순간 수 없이 가르쳐도 왜 알지 못하는지 두통이 아팠다.“네 명으로 한 명을 바꾸자. 현무는 풀어줘.”염구준은 이미 정신을 잃은 보초군 네 명을 가리켰다.현무가 상대방의 손에 있으니 무리하게 공격하지 않았다.“웃기지 마.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바로 죽일 거다.”손에 강력한 기운을 불어넣은 도명현은 당장이라고 죽일 기세로 으르렁거렸다.현무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염구준의 눈빛을 보고 삼켜버렸다.함부로 나서면 일을 더 망치게 되니까.‘망했어. 완전히 엉망진창이야.’황지열은 속이 답답했지만 어떤 말은 대놓고 할 수 없었다.“그래? 네 명으로도 바꾸지 않겠다니 보초군들 목숨이 값이 없군. 아니면 저 사람들은 네 눈에 사람으로 안 보이나?”염구준은 전방을 훑어보면서 일부러 삼선도 부하들이 들으라고 이렇게 말했다.사람을 공격하는 것
이 말에 이 일의 중요성을 아는 백호와 주작은 즉시 귀를 기울였다.아는 정보가 많을 수록 위험한 장소에서 생존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붉은 장미는 염구준의 압도적인 전투력에 겁을 먹은 상태라 차마 속임수를 쓰지 못하고 솔직하게 입을 열었다.“그곳에 결계가 쳐져 있어서, 저도 들어가 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 아주 포악한 고릴라 무리가 살고 있다는 건 알아요. 수가 많고 힘도 강해서 상대하기가 만만치 않다더군요.”붉은 장미는 그 유적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 때문에 더 알아볼 용기가 없어 알고있는 게 별로 없었다. 염구준은 들은 정보를 토대로 즉시 결정을 내렸다.“모두 준비해. 유적지로 전속력으로 간다!”그들이 있는 곳부터 유적지까지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그들의 실력으로는 한 한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잠시후, 밀림 속에서 네 개의 그림자가 마치 유령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한편, 유적지 앞에는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칠째 작업 중인데, 아직도 안 끝난 거야?”질문을 하는 황지열의 얼굴에는 이미 위선적인 웃음조차 걸려있지 않았다.황지열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특별한 방법으로 부하들을 소집해 재빨리 유적지로 향했었다. 그러나 그가 받은 정보는 잘못된 것이었다. 유적지가 결계에 둘러싸여 있어 전혀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으니까 말이다.“거의 다 끝났어.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돼.”우대구는 땀을 줄줄 흘리며 대답했다.그들 무리 중 결계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우대구뿐이었지만, 그의 실력으로는 이 결계를 해결할 수 없었다. “셋째야, 힘 좀 내 봐. 이틀전에도 이 말 했잖니.”황지열은 속이 타들어 가서 다시 재촉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도 여유를 부렸을 테지만, 이번에는 염구준도 같이 들어온 상황이라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었다“최선을 다해 볼게.”우대구는 대답하면서 계속해서 유적지의 주변을 빙빙 돌았지만 속으로는 전혀 자신이 없었다.그는 이미 열 손가락으로 셀 수도
“도망쳐!”이 말에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앞에 놓인 음식을 집어 들고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계속 이곳을 누르고 있던 광마가 없어진 지금, 이곳의 특수한 생존 방식으로는 외부의 사람들이 언제라도 쳐들어와서 약탈을 벌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대규모적인 싸움이 무조건 벌어지는 건 이제 시간 문제였다.사람들이 모두 떠나자 염구준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기운을 조절하며 회복을 시작했다.반면에 붉은 장미와 주작은 특별히 한 일이 없었기에 얼마 쉬지 않아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왠지 낯이 익은데, 우리 어디선가 만난 적 있지 않아?”주작은 붉은 장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흥, 예전에 네가 날 추룡대삼각 지대까지 쫓아온 덕에 내가 여기에 말려오게 된 거잖아.”붉은 장미는 상대방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와는 다소 달라졌지만 말이다.“너, 붉은 장미구나!”상대방의 말을 듣고 과거를 떠올린 주작은 경계심을 품고 그녀를 바라보았다.과거 해전에서의 일을 그녀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가 그녀 인생에서 처음으로 적의 수령을 쫓아간 것이었다.“알아챘으면 이제 그때의 빚을 갚아볼까?”붉은 장미는 일부러 싸우려는 듯한 태세를 취하며 말했다.“좋아, 우리 쪽에 반보천인만 둘인데 괜찮겠어? 주상께서 널 가만두실 것 같아?”주작은 눈치가 빨라서 상대방이 감히 손을 댈 용기가 없다는 걸, 지금은 그냥 자신을 겁주는 것 뿐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주상과 함께 왔다면 정체가 탄로난 건 분명할 테고, 참교육도 당했겠지.’“꼬맹이가 누구한테 배웠길래 이렇게 꾀가 는 거야?”상대방에게 의도를 들킨 붉은 장미는 더 이상 연기하지 않았다.“메롱, 비밀이다!”주작은 이긴 것에 기뻐서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그 후 두 사람은 손을 대지 않긴 했지만 대신 말싸움을 벌였다. 둘의 말싸움은 매우 격렬했는데, 반보천인들의 싸움보다 더 흥미진진했다. 왜, 속담에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도 뒤집어진다.’ 라는 말이 있지 않나? 두 명이어서 망
“후... 네게 방법은 하나뿐이니 알아서 해 봐.”염구준은 길게 숨을 내쉬며 백호의 요청을 허락했다.이런 일은 억지로 막을 수 없었다. 지금은 백호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감사합니다!”백호는 머리를 숙여 인사한 뒤 일어서며 주작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주작아, 앞으로는 명령 제대로 따르고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야 해, 알겠지?”4대 전존 중 백호가 가장 마음에 걸리는 존재는 주작이었다. 즉흥적인 성격으로 일을 처리하다가는 언젠가 사고가 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주작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흥, 잔소리하고 싶으면 살아남고 나서 해!”그녀의 말을 들은 백호는 합금으로 된 전투도를 뽑아 들고 광마에게 다가갔다.현재 그에게서는 전신 위 경지의 극치에 다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이 싸움은 이 두 사람의 전장이 될 운명이었다. “웃기지 마! 겨우 전신 위의 경지로 나를 죽이겠다고?”광마는 화를 내며 땅을 한 번 세게 내리쳤고, 그 반동을 이용해 몸을 일으켰다.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영광스럽게 전사하는 편이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죽어라!”두 사람은 동시에 외치며 전력을 다해 서로에게 달려들었다.이렇게 목숨을 건 싸움은 승패가 금방 갈리기 마련이었다.쾅!무기끼리 부딪히는 순간, 백호는 피를 토하며 신속하게 뒤로 밀려났다.압도적인 힘 차이 때문이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주작은 애가 탔지만, 이는 백호가 먼저 요구한 공정한 대결이었기 때문에 그녀도, 그리고 염구준도 끼어들 수 없었다.만약 누군가 개입한다면 백호의 고집스러운 성격으로는 정말 자결을 택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끝났네.”백호의 기운이 변한 것을 느낀 염구준은 미소를 띠며 중얼거렸다.쿵!그와 동시에 밀려온 진기에 반등한 백호가 몸을 떨더니 갑자기 전대미문의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광마를 뒤로 밀었다.그러면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다가가 도를 휘둘렀고, 광마의 머리는 그렇게 바닥에 떨어졌다.한계를 돌파해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주상! 해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