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종업원은 얼버무리는 게 뻔했다!그녀는 염구준을 한 번 훑어보았다. 온몸에 물건을 다해봤자 5만 원도 안 되는 사람이 청해 명주를 예약할 자격이 있을까?손가을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여종업원의 태도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다.염구준의 얼굴에는 불쾌함이 비치며 눈빛이 더욱 흐려졌다."구준아, 밖은 너무 귀찮아. 우리 집에 돌아가자, 내가 요리해 줄게!"진숙영은 상황을 보고 손가을의 팔을 잡아당겼다."아니요, 어머님, 오늘 무조건 여기서 먹어야겠어요!"염구준은 여종업원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너희 사장님 번호 불러봐!"전신전 전주로써 청해에서 밥 한 끼도 못 먹는다고?예약한 테이블이 마음대로 없어진다고?웃기시네!"허, 우리 사장님은 용준영이에요, 용 대표님!"여자 종업원이 코웃음을 치며 거들먹거렸다.용 대표님의 이름을 말하면 이 가난뱅이들 놀라 죽을거야!이렇게 별거 없는 사람들은 틀림없이 가난뱅이다. 다행히 그들에게 자리를 남겨 주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음식값을 낼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었다!염구준은 여자 종업원을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용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때 용준영은 펜트 하우스 스위트룸에서 삼류 배우가 그의 품에 안겨 이리저리 비비고 있었다.휴대폰이 울리자, 그는 짜증스럽게 힐끗 쳐다보더니, 깜짝 놀라 얼른 안고 있던 여자를 밀치고 전화를 받았다."준영아."염구준은 휴대폰을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10분 줄게. 청해 명주로 와!"큰일났다!용준영은 순간 얼굴이 하얗게 변하며 외투를 걸치고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뛰쳐나갔다.전신전 전주가 청해 명주에서 밥을 먹는다고?어떤 눈치 없는 새끼가 감히 이 거물의 화를 돋운거야?만약 전주가 화를 낸다면...... 호텔 위부터 아래까지 전부 해고야!한편 호텔 입구에서는 여자 종업원이 멍청이를 보듯 염구준을 쳐다보고 있었다."준영아?"이 가난뱅이가 너무 나대는 거 아니야?청해시 전체를 통틀어 누가 감히 용준영을 이렇게 불러?죽고 싶어 환장했나
뢰인은 손을 뻗어 염구준을 가리키며 미친 듯이 크게 웃었다."내 앞에서 설쳐? 네가 감히 나를 위협해? 내 주먹 한 방에 네 녀석 목숨은 바로 끝이야! 감히 나에게 네 앞에서 큰소리칠 거냐고?”"다 덤벼!"와르르!뢰인의 뒤에 있던 사내들이 바로 움직이려 했다."개자식들!"울부짖는 소리가 멀리서 갑자기 울려 퍼졌다!용준영!구두도 제대로 신지 못한 채 부랴부랴 뛰어와 뢰인을 향해 목놓아 소리쳤다. "죽고 싶어? 다들 그만해!”뢰인은 온몸을 흠칫 떨었고, 여자 종업원은 입이 크게 벌리고 표정이 마치 귀신을 본 것 같았다.용 대표님, 정말 용 대표님이라니!이 가난뱅이…… 아니, 이 분이 정말 용 대표님을 불러왔어!"개자식들! 젠장!"용준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뛰어가서 뢰인의 머리에 주먹을 날렸다."너 대가리에 물 들어찼어? 감히 형님을 골탕 먹여?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 이 사람은 내 형님이야! "말을 끝내고, 서둘러 염구준 앞에 가서 절을 했고, 마치 잘 못을 한 아이 같았다."염 선생님…… 아니, 형님! 준영이가 늦었습니다. 부하들이 눈은 있어도 눈치가 없었어요, 형님께서 벌을 내려주세요! "뢰인은 그 자리에서 눈이 휘둥그레졌고 머릿속은 마치 천둥에 맞은 것 같은 느낌에 머리 위의 큰 혹도 아프지 않았다. 여자 종업원은 더욱 얼굴이 질려 온몸을 떨고 있었다.용 대표님...... 이 사람이 용 대표님의 형님이라니, 그의 앞에서 용 대표님이 자신을 준영이라고 부른다고?이, 이게 어떻게 가능해?!손태석과 진숙영은 놀라서 입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당연히 용준영의 이름을 들어봤지만, 집안의 데릴사위가 언제 그의 형님이 된 거지?!"멍청한 것들, 빨리 형님에게 사죄하지 못해!"용준영이 차갑게 사람들을 훑어보았다."형…… 형님, 제가 망할 놈입니다, 제가 눈치가 없게 몰라봤습니다!"뢰인은 자신의 뺨을 때렸고, 허리를 바닥까지 굽히고 싶었다."제... 제가 무식해서 말을 천박하게 했습니다. 제가 미천
카운터의 미인은 입이 커다랗게 벌어졌다.청해시의 거물 용준영이 다른 사람을 형님이라고 부른다고?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지?!"구준아."진숙영은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그냥 아무 룸에서나 식사하면 돼.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말자. 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건…… 이건 아니야.""네, 어머님 말 들을게요."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용준영을 담담하게 바라보았다."네, 이모님 말이 맞아요. 지금 당장 준비할게요!"용준영은 한치의 소홀함도 없이 서둘러 앞에서 길을 안내하며 염구준 등을 자신의 개인 룸으로 안내했다.그의 룸은 레스토랑에서 가장 호화로운 곳이었고, 다른 사람을 접대 한적이 없었다.하지만 염구준이 남인가?룸에 들어서자 진숙영과 손태석은 손을 들어 눈을 비볐고,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여, 여기가 룸이야?자신의 집의 두 배 정도 크기였다!호화롭지만 실속을 잃지 않는 인테리어는, 곳곳에 대범함이 깃들어 있었고, 모든 디테일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이렇게 호화로운 룸은 처음 봤다!자기 집 사위…… 체면이 정말 너무 크고, 용준영은 정말 너무 깍듯했다!"주방에 말해서 대표 메뉴 전부 다 올려!"용준영은 손을 휘저으며 즉시 분부하고, 또 환심 어린 얼굴로 손태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저씨, 술은 어떤 걸 좋아하세요?부하들에게 준비하라고 할게요!”"괜찮아요. 몸이 안 좋아서 물을 마시면 돼요."손태석은 과분한 대우에 놀라며 황급히 거절했다."그러면 안되죠, 아저씨가 오셨는데 준영이가 어찌 감히 홀대할 수 있겠어요!"말하면서 용준영이 손가락을 튕기자 종업원이 재빨리 최고급 술과 샤또 라뚜루를 하나씩 들고 나왔다.진숙영과 손태석이 놀라서 자신을 바라보자, 용준영은 긴장하며 얼른 설명하였다. "이전에 형님의 베풂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는 없습니다! 두 분 안심하고 소비하세요, 제 레스토랑이 바로 형님의 레스토랑입니다, 두 어르신에 한해서는 영원히 무료로 대접해 드립니다! "손태석은 진숙영과 눈을 마주쳤고 더욱
게다가 그녀는 똑똑히 봤다. 용준영이 염구준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애써 아부하는 모습이 어디를 봐서 형제란 말인가!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또 손을 들어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얼른 음식을 드세요. 다 식겠어요!"손태석과 진숙영은 젓가락을 들었다 다시 놓고는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염구준이 포르쉐를 샀을 때, 그들은 이 사위가 실종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마도 이전과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가 명성이 자자한 용준영을 굽신거리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진짜 상상초월이었다!"구준이 이제 정말 돈이 많네."진숙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조금 있어요."염구준이 겸손하게 말했다."무술도 할 줄 알았어?"그다음 손가을이 입을 열었다."조금 할 줄 아는것 뿐이야."염구준은 여전히 겸손한 자태로 음식을 한 입 먹었다.손가을은 입을 삐죽거렸다. 그날 염구준이 공사장에서 수십 명을 덜덜 떨게 하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구준아, 내 다리, 정말 고칠 수 있을까?"결국 손태석은 망설이다가 입을 열어 물었다."아버님, 저를 믿으세요. 무조건 고칠 수 있는 사람을 찾아줄게요!"염구준은 이번에는 웃지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염구준을 잘 아는 사람만 그가 한 약속이 얼마나 소중하고 신빙성이 있는지 안다!손태석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10여 년 동안 이렇게 마음이 놓인 적은 처음이었다.그는 염구준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눈가를 한 번 훔친 다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갑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가득 채웠다.이어서 그는 테이블을 돌려 염구준에게 부어 주려고 했다.염구준은 서둘러 두 손으로 받았다."구준아, 내 다리는 고질병이야. 나도 큰 희망을 품지 않고 있지만 네가 방금 한 말 너무 감격스럽고 고마워!"술을 거의 마시지 못하는 손태석은 한 잔을 들이키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격렬하게 기침을 했지만, 눈 속에는 흥분이 가득했다…….진숙영은 손태석을 막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염구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감개무량했다.이전에 했던 모든 것들, 마침내 받아야 할 보답을 얻었고 장인, 장모님이 마침내 자신을 받아들였다!저녁 식사 후, 밤은 이미 깊어졌다.손가을 가족은 오늘밤처럼 이렇게 즐겁고 후련한 적이 거의 없었다.포르쉐가 이미 박살 난 관계로 용준영은 아예 고급 차량 두 대 준비해 이들을 집으로 호송했다.손태석은 술을 마신 후에 진숙영의 목을 감싸고 술주정을 부리며 정이며 사랑을 속삭였다."가만히 있어 봐, 애들이 보고 있잖아!"진숙영은 얼굴을 붉히며 그를 살짝 밀쳐냈다.손가을은 오랫동안 부모님의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해 수줍으면서도 기뻐하다가 염구준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집에 가서 정리한 후 모두 취기를 가지고 잠에 들었다.여전히 손가을이 침대에서 자고, 염구준이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다."구준아.""나 있어.""오늘…… 고마워!"손가을은 입술을 가볍게 깨물고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별말씀을."이어 어둠 속의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앞으로 돈을 함부로 쓰지 마, 될까?"안 돼!"염구준은 단호히 거절했다. "두 분은 우리 부모님이고, 너는 내 아내인데, 내가 집이랑 가족에게 돈을 쓰지 않으면 누구에게 돈을 쓰겠어?""하지만…….""그만, 자자. 잘 자."손가을은 계속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잘 자라는 소리에 묵묵히 고개를 흔들며 눈을 살며시 감았다.다음날 일어나자 진숙영이 이미 푸짐한 아침을 준비했다.염구준은 스스럼없이 허겁지겁 먹으며 물었다."아버님은요?""아, 그 사람이 말이야, 술을 마시지 못하면서 극성을 부리더니 아직도 자고 있구나."진숙영은 사위가 밥을 먹는 것을 보면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염구준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아버님이 연습을 많이 하셔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접대 자리가 많이 있을 건데요""응?"진숙영은 멍해졌다.손태석은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는데, 무슨 접대가 필요하겠는가, 보아하니 사
진숙영은 얼굴에 경계심을 드러내며 물었다."아, 제 소개를 할게요. 저는 청해 은행 총행장, 허한입니다.""이분은. 지사 사장,송종현입니다."허한의 옆에 있던 남자가 죄송스러운 얼굴로 어색하게 웃었다.진숙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이 사람은,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고도 자신을 경찰로 보내려던 그 은행 사장이 아니던가?진숙영이 불쾌해하자 총행장 허한은 유빈을 노려보고 웃는 얼굴로 말했다."이모님, 모두 저희 잘못입니다, 오늘 저희가 특별히 이모님에게 사과하러 왔습니다!"허한의 말을 듣고 진숙영은 순간 멍해졌다.은행 고위 간부 두 명이 직접 찾아와서 그녀에게 사과한다고?"이모님, 들어가서 얘기해도 될까요?"총행장이 다시 한번 몸을 굽이며 한 마디 물었다.진숙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을 데리고 안으로 걸어갔다.이때 아파트 입구에는 이미 난리가 났다.장용은 어두운 낯빛으로 두 눈가가 칠흑같이 어두워져 밤새 눈을 붙이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그는 부동산 입구에서 기다리다가 출근 시간이 되자마자 미친 듯이 소리쳤다."CCTV 돌려! 빨리 CCTV 돌려! 도대체 어떤 새끼가 감히 내 차를 이렇게 만들어 놨어! "방금 산 벤틀리야! 4억이 넘는단 말이야!4S 가게에 가져갔는데 수리도 안 해줘!그는 꼭 그 사람을 찾아서 돈을 배상하고, 경찰서에 들어가게 해야 했다!"선생님, 죄송합니다. 너무 늦어서 CCTV에 찍히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부동산 주임도 장용과 같은 사람을 속으로 역겹게 여겼다. 분명히 자신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 놓고 일을 당하니 또 와서 울고 난리다.이런 사람은 한번 당해야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지, 혼날 만도 하다!"나 절대 안 믿어! 지난번에 진 영감이 거리에 서 있는 여자를 껴안고 있는 것도 모두 훤히 찍었는데, 오늘 이 일을 반드시 해결해야 해!"장용의 누나 장연도 부동산에 따라와서 목청을 높이며 소리쳤다. "CCTV를 돌리지 않으면, 내가 경찰에 전화해서 너 일자리 잃게 할 거야!"부동산 주임은 어쩔
그는 지금 후회돼 죽을 것 같았다. 만약 염구준이 그렇게 큰 배경이 있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담이 열개라도 감히 진숙영을 건드리지 못했을 것이다!이번에 허 행장님까지 자칫하면 금융계에서 쫓겨날 뻔했으니, 일이 너무 커졌다!허한이 손짓을 하자 뒤에 있던 비서들이 미리 준비한 선물을 바닥에 쌓았고 무려 문의 절반을 막을 정도였다. 로열젤리, 안궁환 등 귀중한 선물도 빠짐없이 있었다."이모님, 자그마한 성의이니 받아 주세요.""이모님에게 손을 댄 경비는 제가 사퇴시키고 행포사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이외에 여 카운터는 파면처리 중이고, 그리고……."허한은 공정함을 표현하며, 결연히 천숙영이 받은 불공평한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그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 스스로 자신을 낮추지 않으면 목숨도 지킬 수 없었다."허 행장님, 필요 없습니다.""살아가기도 쉽지 않은데. 그들을 용서해 주세요. 젊은이들은 충동적이니 교육을 시키면 될 거에요. 나도 이해할 수 있어요.”진숙영은 한숨을 쉬며 손을 내저었다.그녀는 그날 수모를 당하고 원망스럽고 짜증스러워서 그 사람들을 처벌하고 싶었다.그러나 뼛속까지 선량한 그녀는 두 가정을 망칠 필요 없이 봐주기로 결정했다.허한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더니, 나중에는 얼굴에 탄복이 가득했다. "이모님, 이렇게 너그럽고 아량이 넓으시다니, 정말 탄복스럽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뒤에 있는 비서에게 손을 흔들었고, 비서는 바쁘게 봉투 하나를 건넸다.총행장이 봉투를 열어 그 안에서 블랙 카드를 꺼냈다."존경하는 진숙영 여사님, 이것은 저희 은행 VIP카드입니다. 이 안에 10억이 들어 있습니다. 이모님의 몸과 마음이 저의 은행에서 상처를 입었으니 이 돈은 이모님에 대한 보상으로 생각해 주세요."총행장의 진심이 가득한 말이 끝나자마자 일행들은 일제히 진숙영에게 허리를 숙였다. 잘못을 저지른 지사 사장 송종현은 더더욱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진숙영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비록 그녀가 은행에서 불공평한 일을
장연은 허리를 잡고 표독한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냈다.많은 이웃들이 소문을 듣고 달려와 입구에 둘러서서 구경했다.장용은 진숙영이 나온 것을 보고 바로 손에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를 내밀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니들이 내 차를 부쉈지? 당장 배상해!""4억, 1원도 적으면 안 돼! 너희들이 감히 모른척하면, 내가 가만히 안 둘거야!"진숙영은 겁에 질려 놀라서 거실로 물러났다.그녀는 이미 배상해야 할 것은 반드시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장용의 기세가 너무 놀라워서, 한마디 잘못하면 바로 손을 댈 기세여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장용?"거실에서 허한이 한 번 훑어보더니 바로 걸어나왔고, 얼굴색이 더할 나위 없이 어두웠다. "지금 출근 시간인데, 너 출근하지 않고 여기서 뭐하는 거야?!""허 행장님!"장용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손에 들고 있던 야구방망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이게 어떻게 된거지?총행장이 어떻게 이런 저급 동네에 있을 수 있는 거야?게다가 진숙영의 집에서 나오기까지!장용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 그의 직급으로는 허한에게 도발이 아니라 차를 대접할 자격조차 없었다!"허 행장님, 저…… 사람을 아십니까?"진숙영은 조금 의아했다."아, 진 여사님, 이분은 우리 은행에서 막 발탁된 사무실 주임입니다."허한은 사실대로 말했다.그의 눈치로 당연히 장용이 소란을 피우러 온 것을 알 수 있었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그들이 얼마나 힘들게 진숙영이 카드를 받게 했는데, 지금 장용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니 완전히 망했다!이 새끼, 절대로 다시는 은행 전체를 끌어내리게 해서는 안 된다!"장용, 여기서 소란을 피울 거야?"허한은 생각할수록 짜증이 나서 목소리가 순식간에 말도 안되게 차가워졌다.장용이 얼버무리며 말했다. "행…… 행장님, 제 설명 좀 들어보세요. 제,제가 방금 산 차가, 이 사람들에게 부, 부딪혀서 부서졌습니다……."허한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흥! 아무 말도 할 필요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