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 씨한테 구씨 그룹을 선물하고 싶어서 인수한 거예요.”송청연은 귀여운 보조개를 보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네? 송씨 가문에서 약속한 사례금은 충분히 받았는데요.”염구준은 명분이 없는 돈은 받지 않으니 완곡하게 거절했다.나중에 그 약점으로 또 도와달라고 하면 귀찮아질 것이 뻔했다.“방금 기지에서 주은 부품들이 값이 꽤 나가거든요. 반띵했다고 쳐요.”하지만 송청연도 준 물건은 도로 받지 않았다.“근데 난 경영도 하지 않고 손씨 그룹의 산업도 이쪽이 아니에요.”염구준은 계속 거절할 이유를 찾았다.“괜찮아요. 제가 구씨 그룹을 손씨 그룹 산하에 배치하고 직접 관리할게요. 구준 씨는 편하게 놀면서 돈만 받으면 돼요.”말투를 보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알았어요. 하지만 인수 비용은 내가 내고 매년 수익 20%씩 관리비로 드릴게요. 흥정은 안 됩니다.”일방적으로 이런 조건을 제기하다니 요즘 세상에 정말 보기 드문 사람이었다.“좋아요.”그녀는 염구준이 이렇게 나올 줄 몰라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화물차를 타고 송씨 가문의 공장에 도착했다.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할 일이 생겨버렸다.“구준 씨, 할아버지가 찾으세요.”송청연이 휴대폰을 들고 다가오며 말했다.그녀의 할아버지가 지금 송씨 가문의 가주였다.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않아 차세대 가주는 송청연 세대로 넘어가게 되었다.염구준이 전화를 받고 서슴없이 말했다.“용하에 있는 청목 기지는 전부 제거했습니다. 이제는 누구도 부품을 빼앗으러 오지 않을 테니까 우리 거래도 여기서 끝났습니다.”늙은이가 손녀를 내세워 그를 유혹하려고 한 것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송 가주는 언짢은 말투를 듣고 빙그레 웃었다.“하하하, 이번 일은 정말 고마웠어요. 이틀 뒤에 내 칠순 잔치인데 염 선생을 초대해서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네요.”‘칠순 잔치?’하지만 친한 사이도 아니라서 염구준은 거절하려고 했다.“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칠순 잔치는…”휴대폰 너머로 심상치
송씨 가주의 생신은 가장 성대한 연회라 송씨 가문의 자손들뿐만 아니라 강철 도시에서 알아주는 거물들도 자리에 참석했다.강철 도시에서 송씨 가문의 10대 차량이 출발하기 시작했다.송청연은 자발적으로 염구준과 한 차에 올라탔다.가는 도중에 백미러로 계속 염구준을 쳐다봤다.“할아버지는 어떤 분이세요?”염구준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네?”송청연은 순간 훔쳐본 것이 들킨 줄 알고 깜짝 놀랐다.“할아버지는 자상한 사람이에요. 가족을 위해서 모든 것을 기꺼이 바치셨어요.”할아버지에 대한 높은 평가를 듣고 염구준은 고개를 저었다.“가문을 위해 온갖 수단을 마다하지 않은 거겠죠?”상대방의 말을 한마디로 간파했다.“그럴 리가요.”송청연은 반박했지만 이유를 찾지 못하자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어찌됐든 할아버지는 한 번도 그녀를 해치지 않았다.염구준과 맺어주려고 한 것도 그녀의 앞날을 위해서였다.‘뒷좌석에 앉은 남자는 무술이 정말 강해.’염구준은 더는 말하지 않고 눈을 감고 안정을 취했다.송 가주가 속심수에 능숙하지만 그에게 계속 아부하는 것을 보아 당분간 해치지 않을 것 같았다.차는 계속 달렸다.며칠 동안 밤을 새웠더니 스르르 눈이 감겼다.반천인 경지에 도달한 고수라도 육체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이니 여러 차례의 대결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진짜 잘생겼어.’송청연은 백미러로 넋 놓고 자는 모습을 쳐다보았다.몇 시간 뒤, 차가 멈추자 염구준이 깜짝 놀란 듯 눈을 번쩍 떴다.가는 길에 토끼잠을 잔 것이다.“도착했어요?”염구준이 물었다.차창밖에 건물이 없는 것을 보니 아직 도착한 것 같지 않았다.전방에 가로 폭이 50미터는 되는 강이 보였다.“강을 건너면 곧 도착해요. 그 다음은 차로 움직일 수 없어서 걸어서 가야 해요.”송청연은 왠지 안색이 좋지 않았다.차가 멈추자 하나둘씩 차에서 내렸다.강변 임시 주차장에 송씨 가문의 각종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다.탁탁!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다들 시선을 돌렸다.누가 물속에 있
아랫사람들의 기싸움에 윗사람들은 참견하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송청연과 함께 온 가족들은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들 모두 경영에 몰두했지 무술과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진짜 싸운다면 꼼짝 못하고 당할 게 뻔했다.“좋은 말 할 때 얌전히 있어. 아니면 심한 꼴 당할 거야.”그때 염구준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렸다.눈앞에서 싸움이 벌어졌는데 보고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당한다고? 내가 누구한테?”송대용의 부하가 갑자기 그를 습격했다.탁!하지만 염구준이 가볍게 손을 들어 상대방의 머리를 잡아버렸다.이 정도 실력으로 맞서다니 정말 수준 미달이었다.“뭐야? 감히 송씨 가문의 영역에서 행패 부려? 죽고 싶어?”송대용이 바로 가문을 내세우며 으름장을 놓았다.다른 사람들에게 송씨 가문은 엄청 강력한 집안이지만 염구준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어디 한번 해 봐.”그는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리면서 부하의 멱살을 잡아 강으로 던졌다.물결이 세차게 흐르며 덮치자 부하는 살려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러다 한참을 파닥거리더니 겨우 쇠사슬을 잡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너 이 자식…”송대용은 부하가 굴욕을 당하자 염구준에게 삿대질을 했다.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말을 버벅거리고 말았다.염구준이 갑자기 다가가 송대용의 손가락을 잡고 힘을 주었다.“나한테 삿대질하는 거 못 참아.”“아아아악! 알았어. 그만해.”정말 아팠는지 송대용이 식은 땀을 뚝뚝 흘렸다.말이 안 통하면 바로 주먹질이라니 어디서 굴러온 놈인지 알 수 없었다.“방금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아서 얼마나 대단한 놈인 줄 알았는데 너도 아픈 걸 아는구나.”염구준은 대놓고 조소를 날렸다.송 가주도 깍듯하게 대하는데 후배가 뭐라고 꽥꽥거리는지 어이가 없었다.송대용은 너무 아픈 나머지 명문가 후손들이 자주 써먹는 수법을 사용했다.“여긴 송씨 저택이야. 나한테 무력을 쓰는 건 가문에 대한 불경이야. 빨리 놓지 못해?”“그래? 너 같은 것도 송씨 가문을 대표하냐? 그럼
명령이 떨어지자 부하들은 와이어를 들고 염구준을 체포하려 들었다.송씨 가주의 저택에서 소란을 피우는 자로 바로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셋째 삼촌, 그만하세요. 이분은 제가 모셔온 손님이예요.”그때 송청연이 나서서 말렸다.“송씨 가문에서 소란을 피우면 아무리 대단…”쿵!대장의 말이 끝나기 전에 공격했던 부하들이 전부 그의 주변에 날아왔다.염구준이 주먹 하나로 모두를 쳐낸 것이다.어마어마한 실력에 다들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몇 번이나 눈을 비비고 확인했다.그런데 아무리 눈을 비벼도 명백한 사실이었다.“너 강해. 하지만 여긴 송씨 가문의 구역이야!”대장은 말을 마치고 전신 영역을 펼쳐 공격 자세를 취했다.상대방이 누구든 자신의 위신을 세워야 했다.“근데 넌 너무 약하지.”염구준은 송대용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정면으로 두 주먹을 날렸다.한 주먹으로 영역을 부수고 다른 주먹으로 상대방을 무찔렀다.대장의 몸에 주먹이 닿자마자 또 재빨리 두 주먹을 날렸다.주변 사람들은 공격 자세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경호대장이 갑자기 강에 빠져서 허우적대고 있었다.송청연이 어떤 괴물을 데리고 왔는지 단번에 전신 경지에 이른 고수를 쓰러트렸다.이렇게 공포스러운 힘이 세상에 존재한다니 너무나 불가사의했다.“또 누가 있어?”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당당하게 말했다.하지만 다들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봐 시선을 피하며 뒤로 물러섰다.현장은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이때다 싶어 송청연이 나서서 상황을 수습했다.“우리 먼저 강을 건너요. 할아버지가 우리를 기다리고 계세요.”그 말에 염구준이 기운을 거두고 물러나자 다들 안심했다.“얼른 가야지.”“맞아요. 우리 먼저 강을 건너요.”이어서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은 쇠사슬로 건너고 무술을 못하는 사람들은 배를 향해 걸어갔다.겁쟁이 별명을 달더라도 어쩔 수 없이 강을 건너야 했다.펑!염구준이 갑자기 오른손에 검기를 펼치더니 쇠사슬을 끊어버렸다.“다들 배에 타세요.”결국은
다들 구경할 자세를 취했다.그 중에 염구준이 방금 쇠사슬을 끊어버려서 망신을 당하길 바라는 사람도 있었다.쿵!갑자기 요란한 소리가 들리더니 염구준이 번쩍 뛰어 강을 넘기 시작했다.하이라이트가 시작되자 다들 염구준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그런데 맞은편 강변까지 아직 거리가 있어 도착할 수 없을 거라 여겼다.“하하하. 나대더니 꼴 좋다. 날개를 달아야 건너갈 수 있겠네.”송대용은 속이 다 후련했다.“보세요. 셋째 도련님이 아래에 있어요!”그러고 보니 마침 강을 헤엄쳐가는 경호대장이 보였다.“뭐야?”경호대장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그에게 접근하는 것을 느끼고 위를 쳐다봤다.탁!상황을 살피기 전에 시커먼 물건이 그의 얼굴을 밟은 탓에 물을 몇 번이나 먹었다.한참이나 허우적대다가 겨우 수면 위로 올라왔다.염구준은 2차 힘을 빌어 신발에 물도 묻히지 않고 무사하게 강변에 도착했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입을 떡 벌였다.‘세상에, 이게 가능해?’외문한들에게 흥미진진한 구경거리지만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은 속으로 감탄했다.방금 염구준의 행동은 별거 아니었지만 실은 주변의 환경을 전부 고려했던 것이다.특히 헤엄쳐가는 대장과 거리를 잘 파악해야 하고 풍부한 실전 경험이 없으면 불가능했다.미리 강변에 도착한 염구준은 자리를 찾아 털썩 앉았다.두 배는 50미터를 건너 바로 강변에 도착했다.일행은 송씨 저택으로 걸어갔다.대부분 송씨네 집안 사람들이었다.초대한 귀빈들은 생신 잔치 당일에야 도착한다.그런데 누구도 강물에서 허우적대는 경호대장을 상관하지 않았다.대장의 성격이 워낙 난폭한데 오늘 망신까지 당해서 아는 척하다가 불똥이 튈까 두려웠다.한참을 걸었더니 송씨 가문 저택이 보였다.입구에서 가주가 가문의 어르신들을 데리고 기다리고 있었다.심지어 레드카펫을 깔고 양쪽에 의장대까지 초대했다.가족들은 누굴 맞이하려고 성대한 환영식을 치르는지 알 수 없었다.오늘 날 송씨 가문의 지위로 보아도 용하에서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은 많지 않았다.
“염 선생. 이제야 오셨군요. 한참이나 기다렸습니다.”송 가주가 예의를 갖춘 행동과 말투로 대하자 송대용은 부끄럽고 어이가 없었다.어디 쥐 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염 선생? 설마 염구준?”다들 반응하고 염구준을 쳐다봤다.그제야 이 사람이 일전에 가문의 위기를 해결하려고 모신 고수라는 걸 알아챘다.고씨 가문 고위층은 무술에만 집중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걸 몰랐다.그러니 염구준을 알지 못했다.이유는 그가 용하에 있는 청목 조직을 제거한 공로를 모두 송청연에게 넘겼기 때문이다.그래서 가족들은 염구준이 별로 도움을 주지 않고 거액의 사례금을 받은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가주님, 이런 환대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염구준도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웃는 얼굴에 침을 뱉지 않는다고, 방금 화가 나서 답답했는데 웃는 얼굴을 보니 순식간에 화가 수그러들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가문을 위해서 강적을 물리쳤는데 당연히 환대를 해야죠.”송 가주가 자세를 낮추고 상대방을 띄어 올렸다.염구준의 정체를 파악했으니 친분을 맺고 싶은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염구준은 이런 처사가 마음에 안 들었다.“내가 왔으니 준비한 두 물건…”옥패와 고씨 가문의 선조가 남긴 검법이 아니라면 지금쯤 청해로 돌아갔다.“급하지 않아요. 일단 식사를 하고 약속한 물건은 무조건 드릴게요.”송 가주는 말하면서 그의 손을 잡았다.그가 도망칠까 봐 긴장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알았습니다. 그럼 일단 밥이나 먹죠.”염구준은 슬쩍 손을 빼며 대답했다.여기까지 온 이상 이틀 머물고 생신 연회가 끝나면 다시 말할 생각이었다.“안으로 드세요.”염구준이 흔쾌히 대답하자 송 가주는 기뻐하며 뒤로 물러섰다.이젠 공손한 태도가 아니라 염구준을 공경하고 매일 절을 올릴 것 같은 분위기였다.“그럼 갑시다.”염구준은 더는 사양하지 않고 레드카펫을 밟고 산장 안으로 들어갔다.송 가주는 뒤를 따르며 계속 말을 걸었다.남
“그럼요. 지금 안내해 드릴게요.”송 가주가 바로 일어섰다.어떤 일은 미루면 미룰수록 상대방의 반감을 사기 쉽기 때문이다.아직 테이블에 앉아 있는 가족들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이제 반찬 두 점을 집었고 아직도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지만 가주가 일어난 마당에 그들도 수저를 놓고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그때 누군가 물에 홀딱 젖은 채로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아버지. 집안에 도둑놈이 들어왔어요.”그 사람은 바로 경호대장이자 송 가주의 셋째 아들 송윤석이었다.송 가주가 소리를 낮추면서 타일렀다.“아들아, 지금 귀한 손님을 대접하고 있어. 이렇게 큰소리로 무슨 망신이야?”귀한 손님이라는 말에 송윤석은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봤다.염구준의 면상을 보니 화가 슬슬 치밀어 올랐다.“도둑놈아! 네놈을 가만두지 않겠어!”비록 염구준을 이길 수 없지만 여기 가족들이 많고 아버지까지 있어 담이 커졌는지 주먹을 들고 덤벼들었다.촤아악!“이놈아, 지금 반항하는 거냐?”송윤석은 주먹이 염구준에게 닿기 전에 송 가주에게 뺨을 맞고 욕을 먹었다.어렵게 모셔온 사람에게 무례하게 구는 걸 용서할 수 없었다.“아버지. 저는…”송윤석은 일어서며 설명하려 했지만 송 가주가 버럭 화를 냈다.“꺼져. 내가 창피해서 못살겠다.”“에휴.”송윤석은 본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꼬리를 내리고 물러났다.어려서부터 얻어맞고 자라서 아버지 말은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염 선생, 참 부끄럽습니다. 가시죠.”송 가주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다시 환하게 웃으면서 길을 안내했다.그 장면을 본 가족들은 하마터면 턱이 떨어질 뻔했다.외부인의 편을 들어 자신의 아들에게까지 손찌검하는 걸 보니 염구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고 추측했다.그 와중에 송대용은 너무 괴로워 얼굴이 시퍼렇게 되었다.가주가 염구준을 감싼 탓에 본인이 당한 수모를 갚을 기회가 없어서 답답했다.송씨 가문 저택의 관검산.모두 송 가주의 안내에 따라 비교적 번화한 곳에 도착했다.“염 선생, 전방은
이 검술과 매화검보는 같은 사람이 창조한 것이라 한두 개라도 깨달으면 앞으로 무술을 연마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어느새 일행이 관검산 아래에 도착했다.절벽 아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청석광장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몇몇 사람은 검술을 연습하고 있었다.초식마다 열심히 연습했지만 검술은 정말 형편없었다.그 외에 광장춤을 추는 사람, 데이트하는 커플 등등 이곳에서 여유를 즐겼다.천물을 망가트리는 짓에 염구준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만약 고씨 가문이라면 이곳을 보물처럼 여기고 모든 사람들의 출입을 막았을 것이다.이렇게 강력한 검술에서 몇 초식만 배워도 바로 종사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저 사람들 다 물리칠 테니까 편히 감상하세요.”“괜찮습니다. 전혀 영향받지 않습니다.”염구준은 마다하고 앞으로 다가가 새겨진 글자를 자세히 관찰했다.그러다 큰 공터를 찾아가 오른손에 검결을 잡고 글자 획을 따라 긋기 시작했다.구자검이 있었더라면 효과가 배로 나타났을 것이다.그때 한 소년이 목검을 들고 와서 물었다.“전에는 못 봤는데 아저씨도 검술을 연습하러 오셨어요?”염구준은 손짓을 멈추고 웃으면서 대답했다.“맞아. 나 오늘 처음 왔어.”염구준과 같은 검술의 길을 걷는 소년이라 방해해도 나무라지 않았다.“그럼 저희와 함께 하실래요? 제가 6살부터 검을 연습했는데 벌써 10년이 되었어요. 어쩌면 제가 가르쳐드릴 수도 있어요.”소년이 진심으로 그를 초대했다.송씨 가문을 통틀어도 검을 사용하는 사람은 드물었다.염구준은 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았다.소년이 검술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지만 실력은 정말 볼품없었다.멀리서 송 가주가 그 모습을 보고 달려와 한마디 했다.“현우, 가서 검이나 연습하고 염 선생을 방해하지 마.”송 가주는 아끼는 손주라서 크게 꾸짖지 않았다.소년은 송청연과 송대강의 친동생 송현우였다.“하지만…”송현우는 검치라 검술에 흥미를 갖고 있는 염구준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송 가주가 인상을 찌푸리며 화내려고 하자 염구준이 나서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