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고? 청강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계약서를 훑어보더니 너무 어이가 없어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계약서의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청강이 인수한 손 씨네 가업을 무조건 손 씨 그룹에 넘기는 것이며 사인을 하면 바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었다!“염구준, 방금까지만 해도 난 네가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멍청이었네!”청강은 섬뜩한 웃음을 짓더니 바로 계약서를 찢어버렸다. 그리고 찢어진 계약서를 염구준을 향해 내던지며 솔리쳤다. “염구준, 미리 말해두는데, 내 구역에 왔으면 제 아무리실력이 강한 자라 해도 목숨은 못 건져!”염구준이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여기까지 차를 타고 온 사실을 손가을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오후 2시, 저녁에 염희주와 함께 밥 먹기로 약속했는데 마침 시간이 되었다. 염구준은 며칠 전에 회사 동료들과 함께 소풍 다녀왔다. 염희주를 오랜만에 보는 것도 있고약속을 진즉 잡아둔 거라 절대 지각해서는 안 되었다.“1분은 아주 빨리 흘러가지. 아직 20초 남았어.”염구준은 청강을 조용히 쳐다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부하들보고 계약서 한 장 더 가져오라고 해. 내용은 변하지 않고 말이야. 계속 시간 끌어 봐. 그 대가는 너의 목숨일 테니까!”청강의 얼굴에 섬뜩한 웃음이 점점 짙어졌다. 운성의 도박장에서 감히 나대다니? 목숨이 아깝지도 않다는 말이지!“청해에서 넌 내 부하를 폐인으로 만들고 나와 가장 친한 형제를 죽였어!”실눈을 뜬 청강의 눈빛엔 살기가 가득했다.“또 내 앞에서 건방 떠는군. 내가 너를 정말 모를 줄 알아?”말을 마친 뒤 청강은 염구준을 향해 삿대질 하며 비웃었다.“너 북부에서 군인이었으니까 이젠 전역병이겠네. 무예를 몇 년 해봤고 지금은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지! 쓰레기 같은 놈, 감히 내 앞에서 까불다니? 넌 아직 멀었어!”말을 마친 뒤 청강으 손짓하며 외쳤다. “형제들, 패버려! 단, 절대 죽이면 안돼. 내가 염구준이 죽을 때까지 갖고 놀 생각이니깐!”슈슈슉! 청강의 주변에
검을 쥔 조로의 오른손도 엉망이 되었다. 그 손은 검을 통해 전해지는 거대한 힘에 의해 비뚤어졌고 선혈과 뼛조각들이 손목 피부를 뚫고 나왔다!“악!!”두 사람은 심한 고통을 느끼며 손목을 잡고 비명을 질렀다. 외국에서 이름을 날리던 무도 강자 두 명도 염구준의 공격을 단 한 번도 막지 못했다!“이… 이럴 수가!”옆에서 지켜보던 청강과 70, 80명의 양아치가 놀라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 아주 강력하였다! 그들은 존과 조로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다. 총기를 사용하지 않는 전제에서 몇백 명이 덤벼도 두 무도 고수는 거뜬히 이길 것이다! 그런데 염구준이 잠깐 사이에 두 고수를 폐인으로 만들다니? 더 무서운 건 염구준은 아까부터 줄곧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분명 최선을 다하지 않는것처럼 보였다. 염구준… 그의 실력은 대체 어디까지인가? 정녕 인간이 맞을까!“내가 얘기했잖아. 시간은 소중하다고.”염구준은 가볍게 손을 흔들더니 다른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시선을 청강에게로 향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얘기해 봐, 목숨을 버릴 거야? 아니면 계약서에 사인할 거야?”목숨을 버리거나 계약에 사인하겠냐고? 청강은 자기도 모르게 무서워 뒷걸음질 쳤다. 그는 너무 놀라서 염구준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염구준이란 남자는 정말 독하군! 갱단을 누비고 다니던 청강은 운성에서도 으뜸가는 건달로 독한 인간들을 적잖게 봐왔다. 그러나 염구준처럼 지독한 캐릭터는 평생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들은 적도 없었다! 가장 친한 형제를 죽이고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존과 조로를 폐인으로 만들다니… 염구준의 실력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사… 사인할게!”청강은 더는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그는 곧바로 부하를 불러 어금니를 꽉 깨물고 화를 참으며 소리쳤다.“계약서를 한 장 복사해 줘. 지금 당장!”그 부하는 몇 초 동안 만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얼른 청강이 찢어버린 계약서를 허겁지겁 붙여놓고는 2층으로 달려갔다. 부하는 2분도 안 되어
염구준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청강은 텅 빈 도박장 문 앞을 바라보며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오늘 나를 죽이지 않은 걸 후회하게 해주마! 꼭 염구준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손 씨 가문을 다 죽여버릴 거야!”청강의 뒤에는 존과 조로가 부러진 손목을 꽉 잡고 미친 듯한 눈길로 서로 쳐다보았다.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함께 청강을 쳐다보며 겨우 목소리를 냈다.“청 선생, 우리 이대로 가만있으면 안 돼.. 염구준이 저렇게 날뛰니까 반드시 대가를 충분히 치르게 해야지. 청 선생의 친구는..”청강은 숨을 힘겹게 몰아쉬었으며 두 눈은 벌겋게 충혈되었다. 그 친구는… 염구준의 실력이 아무리 강해도 그 “친구”가 나서면 염구준 한 명은 물론이고 10명, 백 명일지라도 분명 아주 비참하게 죽여버릴 수 있을 것이다!…한편 청해시 황금빛 햇살 유치원에서는.“안 사장님, 바로 이곳이에요!”유치원 정문에서 멀지 않은 곳, 어느 뒷골목에서 우람진 체구의 두 사내가 검은색 벤틀리 옆에 서서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안 사장님께서 찾으시는 염구준의 딸이 이 유치원에 다닌다고 합니다!”벤틀리 뒷좌석에 살찐 안건호가 시가를 물고 악독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오봉산 관광구에 있는 레인 와인 바에서 안건호는 염구준한테 당한 적이 있다. 안건호가 살면서 그렇게 당하는 건 처음이었다! 오늘에서야 드디어 참지 못하고 사람들과 함께 청해에 왔다!“염구준이 딸을 아주 소중히 해. 그리고 손가을도…”손가을을 떠올리던 안건호는 갑자기 실눈을 뜨고 간사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청해시에서 으뜸가는 미녀인 손가을을 침대로 데려가서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손가을은 염구준의 아내이기에 손가을을 그냥 죽이는 건 밑지는 장사라고 생각했다!“운해에 있는 암 시장과 연락했지?”안건호가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한 경비원한테 낮은 소리로 말했다.“손가을을 그들한테 맡기기만 하면 염구준이 아무리 신통한 능력이 있어도 절대 건들 수 없을 거야!”경비원은 대뜸 머리를 끄덕이더니 음험한 표정을
지난번에 염희주가 유치원 문앞에서 양 할머니의 어린 손자와 트러블이 생긴 뒤로 용준영에게 염희주의 안전을 꼭 지켜줘야 한다고 명령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가을과 염희주가 납치당하다니!“이건 일반적인 납치가 아니야!”염구준은 몇 분 동안 침묵하더니 갑자기 실눈을 뜨며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문자 한 통을 보냈다.수취인은 전신전 4대 전존 중 한 명인 주작전존이었다! 문자 내용은 당장 군단의 위성 서류를 보내줘요. 청해시 황금빛 햇살 유치원 문 앞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알아야겠어요! 약 10분 뒤. 띵! 군사정찰위성으로 촬영된 영상 화면이 염구준의 핸드폰으로 보내졌다. “안건호 이놈이..!”염구준은 디테일 하나 놓칠세라 영상 화면을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그의 시선은 유치원 옆에 있는 골목에 닿았다. 그리곤 그의 눈빛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안건호!영상은 북부 군단의 20시간 정찰위성으로 찍은 것이었으며 특별히 포커스를 잡지는 않아서 영상 해상도가 높지 않았다. 그러나 염구준은 벤틀리에 앉은 뚱뚱한 중년 남자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 사람은 바로 오봉산 관광구에서 창피를 당했던 뚱보 안건호였다![벤틀리가 마지막으로 나타난 곳은..]염구준은 재빨리 문자 한 통을 더 보냈다.[주작, 벤틀리에 포커스를 맞추고 계속 따라가. 그리고 위치를 찾아내!]2분도 안 되어 주 작전존에게서 답장이 왔다.[주군, 벤틀리는 지금 주군에게서 약 260킬로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위치는 해동성 성 소재지인 운해시 운천클럽 뒷마당입니다!]운천클럽? 염구준은 용준영의 말을 다 들을새도 없이 바로 포르쉐에 들어가 엑셀을 밟았다. 차는 운해시를 향해 달렸다!…늦은 밤 10시 좌우, 운해시, 운천클럽.이곳은 운해시에서 가장 호화로운 클럽이었다. 인테리어가 상당히 화려했고 손님들도 죄다 부자나 귀한 신분의 사람들이었다. 운해의 거의 모든 최고급 권문세가가 모인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오늘 밤 같은 경우에는 딜러를 포함한 운해의 30여
응?경비원 팀장이 눈썹을 치켜올림과 동시에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사단을 일으키러 온 거군! 얘들아, 손님들의 분위기를 깨지 못하게 이 사람들 얼른 처리해!”슉슉! 나머지 경비원 3명이 염구준과 곧 싸울 것처럼 고무봉을 기세등등하게 흔들어 댔다.쿵!! 하지만 염구준의 강철같은 주먹은 움직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주먹은 아주 선명하게 연한 흰색의 태풍을 만들어 냈고 팀장을 포함한 4명의 경비원을 전부 날려 보냈다!“악!!”4명의 경비원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가 버렸고 그들은 그렇게 뒤에 있는 클럽 로비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들의 입에서 치아와 더불어 선혈이 흘렀고 로비의 카펫은 피로 물들었다!슈슈슉! 멀지 않은 곳에서 경매에 참여한 손님들이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듣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손님들은 바닥에 있는 피와 통곡하며 비명 지르는 경비원들을 보고, 살기등등한 염구준을 보더니 깜짝 놀란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여긴 운천클럽이야! 감히 누가 여기서 소란을 피워?!”로비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났다.“이 자식을 잡아!”슈슈슉! 로비에서 질서를 지키던 20여 명의 경비원들이 사방으로부터 염구준에 달려갔다. 그들은 각자 고무봉을 하나씩 들었는데 아주 기세등등하였다!“응?!”염구준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경비원들을 쳐다보았다.“감히 다가오는 자는 죽여버릴 테다!”화라락…20여 명의 경비원들이 전부 멈추었다. 염구준의 얼음장 같은 눈빛에 충격을 받았다. 대체 저런 눈빛은 어떻게 나오는 걸까! 그 눈빛은 경비원들의 생명을 경시하고 그들을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기는 눈빛이었다! 마치 손짓 하나만으로 그들을 전부 죽여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염씨 성의 청년은 분명 진정한 킬러일 것이다!“지금 당장 대답해!”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경비원들을 쳐다보며 물었다.“사장님은 어디 계셔? 안건호는 또 어디 있고! 손가을이랑 염희주는 또 어디 있어? 거짓말했다가는 너희들을 다 죽
“이봐, 오늘 경매하는 게 너희 아내와 딸이라고?”정장 차림의 중년 남자가 귀빈석에서 일어나더니 염구준을 향해 코웃음을 쳤다.“그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잘 들어요. 당신은 말할 자격이 없어요. 당신은...”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염구준은 손을 들어 휙 하고 젓자, 신분이 비범해 보이는 중년 남자는 염구준의 손에 의해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는 7, 8명 손님의 머리 위로 날아갔으며 떨어질 때는 로비에 있는 의자들이 다 넘어질 지경이었다!“악, 너무 아파… 젠장!”중년 남자는 애써 일어나 아주 화난 얼굴로 염구준을 쳐다보며 소리쳤다.“감히 임 모한테 손찌검을 하다니? 임 모는...”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염구준의 눈빛을 보았기 때문이다! 냉정하고 차가우며 살기등등한 그 눈빛! 로비는 엄구준의 살기로 가득 찼고 심지어 온도도 급작스레 내려가는 듯하였다. 시쳇더미와 핏자국을 보는 듯하여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릴 지경이었다!“저런 눈빛은…”임씨 성의 중년 남자는 몸을 파르르 떨었고 심장도 저도 모르게 격렬하게 떨렸다! 지금 앞에 있는 염구준은 마치 냉혈 킬러처럼 한 마디만 내뱉어도 상대방을 당장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대체 무슨 일이야?!”이때 아주 음침하고 차가운 청년의 목소리가 갑자기 염구준의 뒤에서 들려왔다.“누군가 여기서 소란을 피운다며? 우리 아버지도 만나고 싶어 한다니.. 하하! 누구야? 당장 나와!”슈슈슉! 로비에 있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 청년에게로 향했다. 운천클럽 사장님의 아들, 별명은 “태자”, 운해시 폭력배들 사이에서 유명하며 손태산 조직마저 그의 체면을 봐줘야 했다! 그는 염구준 앞에 다가가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코웃음을 쳤다.“아까 손가을이 당신의 아내고 염희주는 당신의 딸이라며? 잘 들어, 과거에 그녀들이 누구였든! 운천클럽에 오기만 하면 경매품이 돼! 내 말 알아듣겠어? 알아들었으면 저리 꺼져. 알아듣지 못하면 개만도 못하게 해줄 거야!”개? 염구준이 실눈을 뜨더니 천천
식은 죽 먹기지!3명의 경비원이 미처 반응할 사이도 없이 염구준이 내던진 테이블에 맞아 10여 미터 떨어진 뒤에 있는 테이블에 날아갔다! 엉망진창이었다! 그들의 가슴이 쑥 들어갔고 테이블 위에 있던 술과 요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술과 음료가 주변에 있던 손님들한테 튀었다. 그러자 깜짝 놀란 손님들이 머리를 감싸 쥐고 도망갔다!“당신…”태자의 오만방자하던 표정은 사라지고 놀라서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믿을 수 없었다! 손잡이가 100여 킬로그램 되는 원목 테이블이 저렇게 쉽게 날아가다니? 게다가 내공이 두둑하고 실력이 강한 경비원 3명을 순식간에 넘어져 일어나지도 못하게 하다니? 염구준의 실력은 대체 어느 정도인가?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가 있을까?!“내 아내랑 딸이 납치당해서 경매당하는 중이야.”염구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로비에 있는 사람들을 다 무시한 채 태자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내 아내와 딸이 상품이라고? 돌려보내지도 않겠다고? 알았어, 좋아! 내 실력을 보여주지!”말을 마친 염구준은 손바닥으로 힘차게 따귀를 때렸다. 팟! 따귀를 한 번 더 때리니 핏방울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태자는 순간 얼굴이 엉망이 되었고 코뼈가 부러졌으며 코피가 흘렀고 눈과 귓속에서도 피가 흘렀다… 태자의 머리가 목 위에서 한 바퀴 돌다가 몸과 함께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러다가 꽈당하고 바닥에 넘어졌고 그 모습은 마치 힘 빠진 죽은 강아지 같았다. 그리곤 태자의 팔과 다리가 격렬하게 떨리더니 그는 제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다!“어딜 감히!”이때 로비 앞에 있는 무대에서 아주 화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염 모시기가 염구준 당신이야? 감히 내 아들을 다치게 하다니? 나, 임 모는 널 가만두지 않겠다!”응? 로비에 있는 당황한 표정의 손님들과 염구준이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운천클럽의 사장님, 운해시 지하 세력 중 으뜸가는 독한 사람, 7, 8개 스타즈 호텔, 그리고 클럽 몇 개를 소유한 지하 세계의
” “1초도 지체하지 말고 지금 당장 아내와 딸을 나에게 줘. 내 실력을 의심하지 마. 내가 널 죽이는 건 사람이 개를 죽이듯 쉬우니깐!”씁! 로비에 있던 뭇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거의 모든 손님이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임진태 어르신을 개 죽이듯이 죽인다고? 청해에서 온 염구준은 분명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이곳은 청해처럼 작은 지방이 아니고 성 소재지인 운해시니까! 명성이 자자한 임진태 어르신은 운해시의 지하 세계의 제왕이다!“우리 아들을 다치게 하고는 막말까지 하더니.. 이젠 나까지 죽이겠다고?!”이때 임진태는 아들 곁으로 다가가 아들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염구준을 쳐다보았다.“좋아, 아주 좋아, 굉장히 좋단 말이지! 여기 계신 분들의 체면을 고려해서 경매회가 끝난 뒤에 당신을 처리하려고 했어! 그런데 당신이 직접 죽겠다고 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네!”말을 마친 뒤 임진태는 먼 곳에 있는 무대 뒤를 향해 소리쳤다.“나 아저씨, 염구준이 오늘 꼭 죽어야 한다니깐 나 아저씨가 직접 죽여주세요!”나 아저씨?! 클럽 로비에 있던 거의 모든 손님이 의자에서 일어나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먼 곳에 있는 무대를 바라보았다. 운해시 지하 세력 중 으뜸가는 강자, 진정한 무도 고수, 임진태가 절반 이상의 수입을 투자해 특별히 모시는 히든카드인 ‘나 아저씨’가 바로 임진태의 비장 무기이다. 나 아저씨가 존재하는 한 아무도 지하 세계 강자 임진태의 위치를 건드릴 수 없었다!“이봐, 너무 나대지 마.”무대 뒤에서 나 아저씨가 옅은 회색의 당대 복장 차림에 두 손은 뒷짐을 지고 있었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는 무대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아주 마른 몸매에 두 눈은 혼탁해 보였으나 은은하게 빛났다. 발걸음은 빠르지도 늦지도 않았고 발걸음마다 보폭은 똑같았으며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마치 아주 무거운 북소리 장단 같아서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염구준은 그를 보곤 살짝 실눈을 뜨며 그
“염 선생님, 우리 마씨 가문을 구해줘서 정말 감사합니다.”마거봉은 술잔을 들고 연신 감사를 표했다.“당연한 일입니다. 게다가 마거봉 씨 결정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어요.”염구준은 모두 사소한 일이라 여기며 술잔을 단숨에 비웠다.잔을 비우자 마거봉이 바로 술을 따르며 말을 이어갔다.“염 선생님, 어렵게 바위성에 오셨는데 며칠 더 머무르면 제가 직접 가이드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저희 바위성의 풍경은 아름답고 명승고적도 많거든요.”생명의 은인에게 보답할 길이 없으니 최대한의 성의라도 보이고 싶었다.“아닙니다. 식사를 마치고 바로 떠나야 합니다. 아직 처리할 일이 많아요.”염구준은 완곡하게 거절했다.임무를 완성했으니 붉은 장미 일행은 귀국하여 이번 작전 상황을 보고하고, 전신전 부하들도 각자 맡은 임무가 있어 빨리 제자리로 복귀해야 했다.마거봉은 더는 설득하지 않고 재산 절반을 염구준에게 주려고 했지만 또 거절을 당했다.하지만 이미 내놓은 돈을 다시 받을 수 없으니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했다.염구준은 돈을 위해서 타인을 돕지 않았다.오로지 마거봉이라는 사람이 있으면 용하의 발전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이거 놔. 당신들 대장 나오라고 해. 이거 그 사람이 준 명함이야!”다들 기분 좋게 식사하고 있을 때, 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파티 주최자인 마거봉은 안색을 굳히며 밖으로 나갔다.“뭐가 이렇게 시끄러워?”“경찰이 볼일이 있다면서 들어오려고 합니다.”밖에서 경호원도 막기 버거운지 힘겹게 대답했다.경찰이 내민 명함에 이름은 없고 주소만 적혀 있어서 함부로 들여보낼 수 없었다.“들어오라고 하세요. 그분도 공을 세웠어요.”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염구준은 엊저녁에 온몸에 피투성이면서도 물러나지 않았던 남자가 생각났다.경찰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염구준을 보며 말했다.“역시 여기에 계셨군요. 제 이름은 윤걸입니다. 당신 부하가 되고 싶습니다.”윤걸은 밤새 생각했었다.아직 종사 경지로 실력이 턱없이 부족하니 더 많은
“그렇지. 그럼 한 번 더 도와줘.”거록은 갑자기 소매에서 단칼을 꺼내며 또 공격하려 들었다.“미친놈아!”흑풍은 화를 내며 합금칼을 꺼내 막았다.촤아악!두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하지만 흑풍은 거록의 힘을 이기지 못해 뒤로 물러나고 말았다.염구준과 싸울 때도 중상을 입지 않았는데 피방패술을 사용하는 바람에 지금 많이 허약했다.그러니 필사적으로 싸워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사술을 함부로 사용하면 어둠에 침식되어서 미치광이가 될 수 있어. 나를 보내면 해결할 방법을 알려 줄게.”힘으로 상대가 되지 않자 흑풍은 설득하기 시작했다.“죽어라! 더는 날 속이지 마. 네 심혈만 있다면 난 살 수 있어!”거록은 충혈된 눈을 부릅뜨고 미친듯이 포효했다. 지금 상태를 보면 인성이 남아 있는 것 같지 않았다.“너나 죽어!”흑풍은 큰 결심을 내리고 다시 피방패술을 펼쳐서 사라졌다.이 술법을 두 번이나 사용했기에 도망친 거리가 멀지 않았지만 그래도 충분했다.죽지 않아서 다행이었다.흑풍은 허약한 몸을 끌고 멀리 도망쳤다.이번 교훈을 통해 다시는 타인에게 사술을 전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악!”허공을 무찌른 거록은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그러나 아직 용하에 있기에 지체하지 않고 해외로 도망쳐야 했다.두 사람은 생사를 건 사투 끝에 원한을 맺었으니 다시는 만나지 않을 것이다.그들 사이가 틀어진 반면, 다른 곳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승전의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청룡을 불러 마거봉을 도와 마무리를 하도록 안배했다.밤새 여러 사람들이 노력한 덕분에 바위성은 드디어 질서를 회복했다.마거봉은 파티를 열어 공신들을 초대했다.파티에서 염구준 일행은 한 테이블에 앉고 나머지는 따로 앉았다.이뿐이 아니었다.마거봉은 다른 음식점까지 대여하여 이번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축하주를 마셨다.이쪽 테이블에서 다들 젓가락을 들지 않고 염구준의 말을 기다렸다.“식사하기 전에 각자 상황을 말씀하세요.”그러자 책임자들이 하나씩 일어나서 자신의
한 바탕 싸운 후, 공연장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다.염구준의 기세는 여전히 죽지 않았다.그는 두 사람을 향해 걸어가며 싸늘하게 물었다.“봉유곡이 어디 있어?”고대 사술은 악랄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으니 하루 빨리 막아야 했다.점점 더 압박해 오자 거록과 흑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더는 싸울 힘이 없어서 대항할 수 없었다.“흑풍! 네게 마지막 패가 있다고 했잖아!”거록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가자!”흑풍은 거록을 잡아당기며 무서운 기운을 폭발시켰다.주변에 붉은 안개가 피는 것이 피방패 술법이었다.염구준은 연달아 열 개 넘는 검기를 휘둘렀지만 허공을 치고 말았다.붉은 안개가 사라졌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도망친 후였다.하지만 흑풍이 강력한 술법을 사용한 이상 손해 본 기운을 단기간에 회복할 수 없을 것이다.‘거록이 말한 마지막 패가 도망치는 건가?’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며 찾았지만 어디에도 기척을 느끼지 못했다.“마거봉 씨, 여기 마무리를 부탁할게요.”“그럼요. 부하들이 지금 여기로 오는 중입니다.”마거봉은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이런 일은 진작에 안배했다.바위성 실세인만큼 수중에 사람들이 많았다.그들은 싸움은 잘 못하지만 다른 일은 잘 처리했다.한편, 도망친 흑풍과 거록은 바위성을 벗어나서야 걸음을 멈추었다.길에서 전신전의 부하들이 앞을 막았지만 청룡이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은 이미 멀리 도망치고 없었다.두 사람 모두 반보천인이라 중상을 입어도 평범한 무술인들은 막지 못했다.“퉷! 재수없어! 미리 피방패술을 연마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그 자리에서 죽었어!”흑풍은 나무에 기대어 피를 토했다.지금 기운이 약해져서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피방패술은 대단한 술법이지만 그만큼 부작용이 심했다.“젠장, 내가 반드시 염구준 그놈을 죽일 거야.”거록도 씩씩거리면서 입으로만 욕을 뱉았다.“지금 우리 상태를 봐. 안전한 곳을 찾아서 먼저 치료부터 하자.”운기를 하던 흑풍은 깜짝 놀랐다.내상이 심각하여 아무리 반
염구준은 또 한 번 거센 공격을 펼치며 흑풍을 몰아붙였다.붉은 기운이 몸을 보호하고 있으니 흑풍은 팔이 저릴 뿐, 다치지는 않았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너 전보다 강해졌어?”흑풍은 상대가 안 되자 경악하며 염구준을 쳐다봤다.안 본 사이에 염구준은 검의를 더 깨닫고 일부분 용의 기운을 융합했다.게다가 옥패에 숨은 무술도 멈추지 않고 연구했으니 실력이 강해지지 않으면 이상했다.“하, 너도 강해지는데 나라고 제자리 걸음하라는 법이 있어?”염구준이 되물었다.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은근 놀라웠다.흑풍이 이 정도로 강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놈의 실력은 공무적과 비슷했지만 여전히 방어력은 약했다.“흥, 이따가 형이랑 같이 공격하면 네가 어떻게 막을지 두고 보자.”흑풍은 그렇게 두렵지 않았다.옆에서 적혈석을 연마하는 거록이 가장 큰 패였기 때문이다.그런 생각을 하다 고개를 돌렸을 때 흑풍의 안색이 굳어졌다.“형, 뭐 하는 거야? 빨리 적혈석을 부수고 심혈을 연마해!”“혈석이 단단해서 깨지 못하겠어.”거록 존주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꿈에서도 바라던 보물이 손에 들어왔는데 사용할 수 없으니 완전히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하하하.”염구준이 웃음을 터트렸다.두 사람은 사술이 아니라 개그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았다.“봉유곡이 너랑 같이 있어?두 사람의 사술은 고대 사악한 술법과 흡사했다.흑풍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놈에 대해 말하고 보니 너한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어.”만약 염구준이 중상을 입히지 않았다면 흑풍의 눈에 띄지 않았고 실력도 빠르게 향상되지 않았을 것이다.염구준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제자리에서 기운을 축적했다.검의를 어느 정도 끌어올렸으니 최강 살수로 승부를 낼 자신이 있었다.“그만해. 나랑 같이 공격하자. 저놈이 검을 꺼내면 안 돼.”흑풍은 아연실색하며 잘린 왼쪽 팔을 떠올렸다.염구준의 실력을 과소평가한 탓에 적지 않은 손해를 보았다.스스슥!흑풍은 거록과 눈빛을 마주치더니
“같이 죽자!”거록은 몸에서 붉은 기운을 미친듯이 발사했다.생사의 갈림길에서 사술을 사용한 것이다.이 기운이 소진되면 바로 목숨을 잃게 된다.심혈주를 연마하지 않은 사술은 반제품에 불과하지만 기운은 놀랍도록 강했다.하지만 염구준은 물러서지 않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그제야 온몸에 전의를 불태우며 진지하게 대응하려는 것이었다.이런 상대라면 전력으로 싸울 가치가 있었다.윙!염구준이 등뒤에 있는 검갑에서 구자검을 꺼내자 검에서 이명소리가 들렸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기승을 부리는 검기를 휘둘렀다.쿵!당황한 거록은 단칼을 머리 위에 올려 막았지만 한쪽 무릎을 꿇고 두 팔이 잘려 나갔다.염구준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발로 힘껏 차서 날려버렸다.거록 존주는 강해졌지만 염구준의 진짜 실력에 비하면 발꿈치에도 닿지 못했다.“끝났네.”관전하던 민천석이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여기 계속 있으면 두 사람이 공격할까 봐 적혈석을 챙기고 먼저 떠나려고 했다.바로 그때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푸압!”위험을 감지한 순간 이미 늦었다.민천석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니 앞으로 쓰러졌다.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다른 놈이 나타난 것이었다.“하하하, 적혈석을 손에 넣었다. 염구준, 오늘은 네 제삿날이야!”남자가 큰소리로 웃었다.말투만 들어도 염구준에게 원한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바로 흑풍이었다.“약은 놈, 이제야 나타났구나.”염구준이 비꼬았다.왠지 흑풍의 기운이 전보다 많이 강해진 것 같았다.“네가 뭘 알아. 이런 걸 능력이라고 하는 거야.”흑풍 존주는 손바닥만 한 적혈석을 들고 몇 번 점프하더니 거록 존주의 앞에 나타났다.보아하니 둘이서 염구준을 상대하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었다.“흑풍, 차라리 내가 죽은 뒤에 오지 그래!”거록은 폐허속에서 일어나며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형을 위해서 적혈석을 빼앗아 왔잖아. 민환의 심혈이 있으면 형도 곧 성공할 거야.”흑풍은 적혈석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두 고수에게 무시를 당하고 말았다.“염구준, 너 방금 나가지 않았어?”거록 존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다시 들어올 수도 있지. 문제 있어?”염구준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상대를 비웃었다.‘또 속았어!’거록은 열 받았지만 화를 가라앉히고 말했다.“염구준, 내가 적혈석을 가져가면 다시는 보지 말자.”“하, 네가 사술을 성공시키고 나를 죽이러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였어?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으니 언제든 죽을 거야!”거록의 마음을 꿰뚫어본 이상 여기서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인간들은 죽어도 속죄할 수 없으니 봐줄 필요가 없었다.“네놈이 여러 번이나 내 계획을 망치고 내 부하들을 죽였다. 네가 두려워서 참는 줄 알아?”거록은 말이 통하지 않자 붉은 기운을 폭발시키며 돌진했다.그 모습을 본 염구준은 전에 대결에서 패배한 무술인이 떠올랐다.그 무술인도 이런 사술을 사용했었다.“너 같은 놈은 살려두면 안 돼!”쿵!두 사람은 먼저 상대방의 실력을 탐색하든 공격했다.거록 존주가 뒤로 물러서며 약간 밀리는 상황에 처하더니 이내 서로 주먹을 날리며 공격과 방어를 펼쳤다.고수들 싸움은 대부분 처음에 상대 실력을 탐색하고 마지막에야 진짜 실력을 발휘했다.“상상했던 것보다 실력이 형편없네.”염구준은 싸우면서도 말할 여유가 있었다.거록의 실력을 어느 정도 탐색한 결과, 싸움이 곧 끝날 것 같았다.“우습게 보지 마라!”거록은 소매에서 날카로운 단칼 두 개를 꺼냈다.삼척칼이었다.칼을 든 거록은 한 칼은 염구준의 목, 다른 칼은 심장을 찌르려고 했다.두 곳 모두 치명상을 노린 것이다.거록의 최대 실력이 습격이라니 오늘 처음 알았다.쿵!염구준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단칼을 피하고 주먹으로 다른 단칼을 튕겨서 방어했다.거록의 치명적인 초식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데 염구준은 아주 쉽게 피했다.“아아아악!”충격을 받은 거록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미친듯이 포효했다.그러더니 팔다리를 마구 휘두
명령이 떨어지자 일행은 빠른 속도로 남쪽에 집결하여 놈들을 몰아냈다.그 방법이 은근 효과가 있었다.거록 조직의 활동 범위가 좁혀지자 납치했다. 주변을 파괴하는 속도도 느려져 바위성에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었다.모든 것이 정상 궤도에 들어서자 염구준이 다른 명령을 내렸다.“백호, 이제부터 네가 지휘해. 마거봉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그리고 염구준은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갔다.이제 시상식을 올릴 때가 되었으니 적혈석이 나타날 시간이 되었다.거록 존주가 바위성을 혼란에 빠트렸으니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마음먹었다.한편, 공연장 내부.마지막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고 평가 점수가 나오자 현장 분위기는 최고봉에 도달했다.드디어 우승자를 발표할 순간이 온 것이다.“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마술사는 바로 로브 마술사입니다.”사회자가 결과를 발표하자 현장은 다시 고함소리로 들끓고 박수갈채를 보냈다.“로브.”“로브.”로브가 전 세계 마술사 1위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실력 덕분이었다.그 덕에 마술은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발전했다.전에 염구준을 만난 이후로 수법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사회자가 손바닥을 내리자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이어서 유명한 마술 가문의 민 대표님께서 로브 마술사에게 상을 수여하겠습니다.”드디어 적혈석이 나타났다.평범한 사람들의 이목은 끌지 않았지만, 그것은 몽환적인 피를 상징했고 마술사에게 있어 커다란 영광이었다.윙윙!공중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더니 민씨 대표가 적혈석을 갖고 무대에 나타났다.염구준이 생각한 것과 같았다.만약 적혈석이 바위성에 있었다면 거록 존주가 진작에 빼앗아 갔을 것이다.슝!헬리콥터 위에서 한 그림자가 뛰어내렸다.민씨 대표는 불꽃을 터트리면서 비행장치에 기대어 안정적으로 착지했다.“민씨 가문의 후예, 민천석 여러분께 문안을 드립니다.”30대 초반으로 되는 것을 보아 민씨 가문 3대 후손일 것이다.민천석은 인사를 올리고 적혈석을 로브에게 건넸다.“로브 마술사님
“저놈들 걸어 다니지 못하게 만들어.”염구준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스스슥!네 그림자가 튕기듯 돌진하면서 강력한 기운을 발산했다.데리고 온 무리를 한바탕 휩쓸고 나니 이성환 혼자 남게 되었다.그가 강한 것이 아니라 옆에 사람들도 보지 못했다.탁탁!이성환은 겁을 먹고 온몸을 벌벌 떨더니 결국은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주변에 지린냄새가 확 풍겼다.“내가 뺨을 때려줄까, 아니면 스스로 때릴 거야?”주작이 앞으로 나서며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촤아악!이성환은 바로 몽둥이를 버리고 자신의 얼굴을 치기 시작했다.힘을 엄청 준 탓에 몇 대만에 벌써 입가에 피가 흘렀다.“계속해.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멈추지 마.”주작이 싸늘하게 말했다.이성환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양쪽 손을 번갈아 가면서 얼굴을 쳤다.“가자.”염구준의 말이 떨어지자 일행은 바람이 스친 것처럼 먼 곳으로 사라졌다.거록 존주의 악행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하니 빨리 가서 도와줘야 했다.이성환은 제자리에서 계속 뺨을 쳤다.방금 본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라 감히 떠나지 못했다.거록 조직이 일을 크게 벌였기 때문에 오늘 저녁 바위성은 안전하지 못했다.야밤에 납치 사건이 곳곳에 발생하면서 온 도시가 혼란에 빠졌다.어느 외진 골목에서 온몸에 피투성인 남자가 한 소년의 앞을 막고 있었다.“길거리에서 납치하다니 너희들은 법도 두렵지 않냐?”그 말에 상대방이 껄껄 웃었다.“하하하, 우리는 법보다 이 주먹만 믿어. 게다가 고작 한 달 월급 200밖에 받지 못하면서 뭐 하러 목숨을 걸어. 저리 꺼져!”이런 말을 거침없이 하는 놈은 거록 존주의 부하고 소년을 지키는 남자는 바로 경찰이었다.퇴근하자마자 이런 장면을 보고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퉷, 내 몸을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목숨을 바쳐서라도 바위성을 지킬 것이다.”경찰은 비수까지 꺼내면서 사투를 벌일 의지를 보여줬다.“정의는 개뿔, 지옥에나 꺼져!”푹!거록 조직의 부하
하지만 미녀와 마주친 남자들은 이대로 가만 있지 않고 휴대폰을 꺼냈다.“저기요. SNS 추가하죠. 저는 이성환이라고 해요. 바위성을 잘 알고 있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알려드릴게요.”“그러죠.”붉은 장미는 별 생각 없이 휴대폰을 건넸다.그냥 연락처를 주고받는 시늉만 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주제를 모르고 계속 말을 걸었다.“마술쇼 끝나면 야식 먹으러 갈까요?”참 고리타분한 수법이었다.야식을 먹으면서 술을 잔뜩 먹이고 다음 절차로 가려는 수작이었다.붉은 장미가 바로 거절해버렸다.“시간 없어요. 그리고 궁금한 거 물어봤을 뿐인데 쓸데없는 착각하지 마세요.”그녀는 염구준 쪽을 쳐다보며 일행이 있다는 눈치를 주었다.“괜찮아요. 다들 같이 가면 더 북적거리고 좋잖아요.”이성환은 말하면서 은근슬쩍 두 팔을 벌여 주작과 붉은 장미의 어깨를 감싸려고 했다.염구준을 포함한 남자는 아예 무시하면서 은근 텃세를 부렸다.그냥 몇 마디 물어봤을 뿐인데 이런 뻔뻔한 녀석을 만나다니 참 재수가 없었다.“내가 물어보라고 했으니까 내가 해결할게요.”퍽퍽!말이 끝나기 바쁘게 염구준은 이성환 일행을 기절시키고 밖으로 내쫓았다.옆에 관중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드디어 조용해졌다.“아, 역겨워.”주작이 짜증을 내며 툴툴거렸다.비록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방금 이성환이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렸을 것이다.그러고 보면 염구준이 목숨을 살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드디어 사회자가 간단하게 게스트와 심사위원을 소개하고 마술쇼 대회가 시작되었다.무대 위에서 대부분 대형 마술쇼를 펼쳤다.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 문제없다가 중간에 이르렀을 때 변고가 발생했다.현무가 최신 정보를 받자마자 염구준에게 보고했다.“주상, 저들이 움직였어요. 밖에서 사람을 납치하는 것도 모자라 주변까지 파괴하고 있어요.”할 일이 생기자 모두 염구준을 보며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를 보였다.“대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