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앞으로 나오면 우린 바로 공격한다!”앞장선 마을 이장이 힘차게 외쳤다.“퉷! 영감. 어디 한 번 공격해 봐!”정장을 입은 남자가 앞으로 다가가며 침을 뱉었다.상대방이 도발해도 마을 사람들은 감히 나서지 못하고 경계태세만 유지했다.“그냥 가. 우리 과수원을 내놓지 않을 거야.”이장이 다시 소리치며 손에 든 창을 꽉 잡았다.“좋게 얘기하자고. 우리 대농회사에서 과수원을 매수하는 거 영광인 줄 알아!”정장남은 반듯한 이미지와 다르게 반말에 사투리를 날렸다.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열이 받아 큰소리로 비난하기 시작했다.“왜 가서 과수나무를 빼앗지 그래?”“맞아. 과일 1키로에 천원도 안 한다니. 이거 사람을 우습게 보는 거야.”“꺼져. 우리 마을에서 강도들은 환영하지 않아!”쏟아지는 욕설에 정장남은 분노하며 명령 투로 바꿨다.“누가 말을 듣지 않으면 죽도록 쳐라!”명령이 떨어지자 머릿수가 마을 사람들 두 배나 되는 부하들을 모두 쓸어갔다. 정말 싸운다면 마을 사람들이 큰 손해를 볼 것이 분명했다.솔직히 이장은 두렵지만 마을 사람들 위해 앞장서야 했다.상대방이 점점 접근하면서 곧 치열한 몸싸움이 일어날 무렵!“와! 냄새 좋네. 먹어도 됩니까?”염구준이 냄새를 맡으며 다가왔다.‘이거 분명 돼지갈비찜 냄새야.’이장은 마을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아침부터 돼지를 잡아 요리를 해놓고 다같이 모여서 먹기를 기다렸던 것이다.‘어디서 온 거지놈이지?’염구준의 옷은 피범벅에 여기저기 찢어져 모두 거지로 착각했다.“에이, 관두자. 김씨 아주머니. 이 사람한테 밥이랑 갈비찜 좀 갖다줘요.”외딴 산지대에 살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 인심이 후했다.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뿐이였다. “감사합니다.”염구준은 깍듯하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은 겉보기엔 거지 같았지만 정장남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혹시나 해서 그가 밥을 다 먹고 간 후에 쳐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잠시 후, 김씨
한편, 맞은편에서 시계를 보던 정장남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시작해!”그는 더는 기다리기 싫었기에 누가 나서기라도 한다면 전부 처리할 작정이었다.“가자!”정장남이 막대기를 휘두르며 기세 등등하게 앞서 갔다.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서 몸이 저절로 떨렸다.그들은 성실한 농사꾼들이기에 상대방이 저가로 과수원을 매수하겠다고 하지만 않는다면 전혀 싸울 생각이 없었다.“아아악!”이때 갑자기 정장남이 비명소리를 질렀고, 부하들 모두 놀라 뒤돌아봤다.그의 다리에 어느새 젓가락 하나가 꽂혀 있는 게 아닌가!“아주머니. 젓가락 하나를 써버렸는데 새것으로 주시겠어요?”염구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저놈이 젓가락을 꽂았어?”방금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정장남에게 향해 있느라 염구준이 무엇을 했는지 보지 못했다.“알았어..”그러자 김씨 아주머니는 새 젓가락을 꺼내 건네주었다.“감사합니다.”염구준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계속 밥을 먹었다.열받은 정장남은 그가 한 짓이란 걸 알고 큰소리를 쳤다.“먼저 저 거지 새끼를 죽여라!”“아아악!”그러자 부하들이 고함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 수백 명 가까이 되는 무리가 달려들면 그를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 수도 있다.“젊은이, 빨리 도망가! 우리가 막아 줄게.”이장이 창을 들고 앞장섰다. 그는 염구준이 젓가락을 던진 것만으로도 이미 한 편이라 여겼다.“왜요? 갈 사람들은 저놈들이죠.”염구준은 마지막 한 입까지 놓치지 않고 싹싹 긁어 먹은 후 그릇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달려오는 무리를 보며 경멸하듯 노려보았다. 배부르게 먹었더니 부활한 것처럼 몸에 에너지가 차올랐다.‘팔극철산장.’염구준이 몸을 번쩍 들어 마을 사람들 앞에 서더니 무리를 향해 순식간에 돌진했다.오른팔에는 부상을 입어 왼팔로 9할의 힘을 다해 그들과 부딪쳤다.그래도 상대방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양쪽으로 튕겨 나갔다.머릿수가 많아도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 그의 눈에는 애송이나 다름없었다.그리고 염구준은 순
의식이 조금 남은 정장남이 애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청했다.“임시 구조는 돈을 추가해야 해.”나무 가지에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비스듬히 기대어 조건을 제시했다.그는 앉아서 가격을 부르는 일에 아주 능숙했다.“알았어. 부르는 대로 줄게..!”목숨이 달린 일이니 감히 흥정도 하지 못하고 바로 대답했다.협상이 이루어지자 청년, 강대웅은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이봐, 풀어줘. 돈 절반을 나눠 줄게.”강대웅은 손을 쓰지 않고 돈을 받는 것을 원했다.평소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난 돈에 관심이 없어. 젊은 나이에 종사에 도달한 것 같은데 부디 자중해.”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염구준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신경쓸 필요가 없었다.“헐, 건방지네. 방금 실력을 보니까 이제 종사에 들어선 것 같은데.”강대웅은 말하는 동시에 한 쌍의 유협도를 꺼냈다.그는 원래 사람을 죽여 돈을 버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돈을 포기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힘을 쓰겠다는 생각이였다.강대웅이 염구준을 살펴보았는데, 그의 검은 등에 있으니 당분간은 검을 뽑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마지막으로 충고하는데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이 싸늘한 말투로 경고했다.‘바로 지금이야!”지금의 절호의 기회라 느낀 그는 잽싸게 사각지대인 염구준의 뒤로 가 두 손에 유협도를 들고 그의 등을 내리찍으려고 했다.“조심해. 뒤에 있어!”마을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혹시라도 염구준이 당할까 봐 귀띔해 주었다.이 바닥에서 강대웅은 명성이 자자한 고수로서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기에 자신감이 넘친 상태였다. 염구준을 단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 휩싸여 있었다. ‘늦었어.’쿵!하지만 역시 염구준은 달랐다! 유협도가 염구준의 등과 1센치 가까이 거리를 두었을 때 무형의 힘으로 막아 버렸다. 모두의 앞에서 피가 튀기는 장면은 다행히도 발생하지 않았다.“호체기운!”같은 무술인이라 강대웅은 말하지 않아도 어떤
정장남이 다행이라고 안심할때쯤, 이내 두 발에 통증이 느껴지더니 이내 마비되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으악..! 내 발!”극심한 통증으로 그는 잔뜩 인상을 구기고 바닥에서 뒹굴었다.그는 순식간에 불구가 되어 버렸다!“누구의 개가 되는 건 괜찮지만 미친개는 되지는 말아야지.”염구준이 담담하게 한마디 던지고 마을 주민들을 향해 걸어갔다.강대웅의 부하들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왜 아직도 꺼지지 않지? 너희들도 저 꼴이 되고 싶어?!”“허걱. 빨리 가자!”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부하들은 정장남을 업고 주차한 곳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혹시나 염구준이 쫓아올까 봐 부랴부랴 차를 타고 도망쳤다.강대웅을 보던 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돈을 주면 아무 일이나 다 하지?”“맞습니다.”강대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상함을 느끼고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닙니다.”등골이 오싹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고, 그저 반천인 고수에게 덤벼서 사태가 심각해진 것만 생각났다.염구준은 돌아와서 마을 주민들을 향해 질문했다.“이 사람 여기서 무슨 짓을 했습니까?”어떤 일은 확실하게 물어봐야 다시는 실수하지 않기 때문이다.마을 주민들 또한 염구준이 그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걸 알기에 더는 감추지 않았다.“작년에 저놈이 사채업자들을 도와서 기용이 아빠 다리를 부러트렸어.”“반년 전에 이장의 한 쪽 손도 부러트렸어. 누가 돈을 줘서 지시했다나 뭐라나.”“엊저녁에 집 한 채를 불 태우고 과수원을 팔라고 협박까지 했어.”마을 주민들이 그들의 죄행을 모조리 말했다.따지고 보면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충분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널 그냥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염구준이 혀를 차며 구자검을 꺼냈다.“선배님, 살려주세요…! 밥벌이하느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강대웅은 너무 무서워서 계속 이마를 바닥에 박으며 큰절을 올렸다.“하.. 이럴 줄 알았으면
”어… 스마트폰은 없나요? 영상통화하고 싶어서요.”폴더폰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기에 이미 어떻게 끄고 켜는지 다 잊어버렸다.“연이야. 네 휴대폰 좀 가져와.”이장이 손녀에게 휴대폰을 가져오라고 했다.“싫어요. 새로 산 거란 말이에요!”연이는 자신의 소중한 핸드폰을 빼앗아갈까 봐 두 손으로 꼭 잡고 있었는데, 여러 사람들의 설득에 못 이겨 결국 어쩔 수 없이 염구준에게 건네 주었다.“조심해서 사용하세요. 기스 나면 안 되니까. 그리고 내 메지시 보지 마시고요!”“알겠어.”염구준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휴대폰을 받자마자 조용한 방으로 들어가 제일 먼저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연결음이 울리자마자 손가을이 전화를 받았다.“구준 씨! 괜찮은 거지..?”휴대폰 너머로 손가을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급하게 물었다.이 둘은 헤어진 후 하루만에 연락하는 것이였다. “난 괜찮아. 이틀 뒤면 청해에 도착할 것 같애. 가족들은 무사하지?”염구준은 억지로 웃으면서 다정하게 물었다.“응, 다 잘 지내고 있어. 지금 어디 있어? 마중 나갈게.”“됐어. 혼자 갈 수 있어. 가족들 잘 보살펴.”하지만 염구준은 거절했다.며칠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손씨 그룹에 산더미처럼 쌓인 업무와 가족들을 보살펴야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한참동안 얘기를 나누었다.고중천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흘려버렸다. 피 비린 장면을 얘기해 봤자 걱정만 시킬 뿐이였기 때문이다.통화를 마친 후, 염구준은 망가진 오른손을 쳐다보며 인상을 굳혔다.그러고는 곧바로 이제마에게 전화를 걸었다.“또 무슨 일로 전화하셨습니까?”이제마가 심드렁한 말투로 받았다.“살아 있는지 확인차 연락했어요.”염구준도 만만치 않게 건방지게 대꾸했다.외부인이 없으니 두 사람은 예의조차 지키지 않았다.“별일 없으면 끊을게요. 지금 바빠요.”“아니 끊지 마세요. 저 좀 치료해 주세요.”그러자 염구준은 옷을 벗고 휴대폰 카메라를 오른쪽 어깨에 비추었다.보고 듣고 묻고 절단하는 것은 의사의 필
”전 이틀 뒤에 갈 테니까 먼저 청해로 가셔서 필요한 약재를 준비하세요.”염구준이 대답했다.“알았어요. 어깨 부상은 빨리 치료받아야 합니다.”이제마는 그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까 봐 다시금 충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그리고 세 장의 처방을 써주면서 현지에서 약을 찾으면 먼저 복용하라고 일렀다.똑똑!“은인, 나와서 밥 드시지요.”그때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염구준이 나쁜 놈을 쫓아냈으니 마을 사람들에게 이보다 경사스러운 일은 없었다.“갈게요.”염구준은 그제서야 휴대폰 액정에 뜬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이렇게 늦은 시간이 되었다니 깜짝 놀랐다. 자신이 몇 시간씩이나 통화한 줄 몰랐던 것이다.“은인. 자리에 앉으시지요.”염구준이 나가자 마을 사람들이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며 친절하게 대했다.“하하하. 다들 편하게 말씀해주세요.”염구준이 웃으면서 말했다. 과한 친절은 오히려 더욱 불편했다.“휴대폰!”이때 한 그림자가 쑥하고 염구준 앞에 나타나 앞길을 막았다.바로 연이었다. 휴대폰은 그녀의 목숨이나 다름없는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1분만 더 쓸게.”염구준은 이장에게 물었다.“이장님, 혹시 마을에 한약에 능통한 한의사가 있나요? 제가 진찰을 받고 싶어서요.”비록 염구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워낙 주변이 조용해서 모두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내가 이전에 한약에 대해 배운적이 있다네. 괜찮다면 내가 봐 드려?”이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이 마을에서 그만큼 약재를 잘 아는 사람도 없었기에마을 사람들은 아프면 모두 이장을 찾아 처방을 받아서 약을 지어먹었다.“그럼 한 번 봐주세요.”염구준은 오른손을 뻗고 왼손으로 휴대폰을 열어 방금 이제마가 보낸 처방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한참동안 어깨를 살펴보던 이장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경맥을 다친 것 같군. 난 치료하지 못해.”역시 염구준의 예상대로였다.“이장님, 혹시 여기 이것과 똑 같은 약재가 있나요?”염구준은 휴대폰을 가까이 들이밀었다.첫 번째 사진을
”검에 다쳤다고요? 무슨 액션 영화 찍어요?!”마침 약재를 빻던 연이가 볼멘 소리로 중얼거렸다.“하하하.”염구준은 어색하게 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이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굳이 따질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연아, 참견하지 말거라.”이장이 제지했다.평소 그는 손녀딸을 가장 아껴서 감히 심하게 나무라지 못했지만 말이다.“네.”연이는 풀이 죽어 대답하고는 고개를 숙여 다시 약을 갈기 시작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장이 약을 배합하고 즙으로 만들어냈다.“약을 쓰면 좀 아파. 참아.”“알겠습니다.”염구준은 여유롭게 팔을 들었다. 평범한 전사가 되었을 때부터 부상은 밥 먹듯이 입어서 이 정도 아픔은 참을 수 있었다.“스읍!”하지만 약을 바르자마자 심장을 찌르는 듯한 심한 고통이 밀려와 심호흡을 들이마셨다.속으로 이제마가 일부러 이런 처방을 주었다고 불평했다. “은인은 어디서 왔나?”이장은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주의력을 분산시켰다. 평소 마을 사람들을 치료할 때도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고향은 북방이고 지금 청해시에 살고 있어요.”염구준이 드디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약재가 아팠지만 그래도 참을만했다.“연이도 청해대학에 다니는데 이런 우연이 다 있군!”이장의 눈이 반짝였다.“공부를 잘하나 봐요. 청해대학에 가기 쉽지 않은데요.”이건 사실이었다. 청해대학은 손씨 그룹의 후원을 받아 최근에 용하 1순위 대학으로 꼽혔다.“연이는 우리 마을에서 나온 첫 대학생이야.”이장은 이 말을 할 때마다 가슴이 뿌듯했지만 이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시내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취직이 어려울 거 같아 걱정이구려.”염구준은 말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는 진지하게 말했다.“청해에 제 지인들이 있는데 졸업하면 저를 찾아오라고 하세요.”이장이 치료를 해줬으니 당연히 보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고맙네.”이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허세를 부리긴!”연이는 염구준을 힐끗 째려보다가 할아버지가
”그게 어떻게 된 일이냐면…”이장이 말하려고 할 때 염구준이 나서서 그를 막았다. “이런 사람들과 좋게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염구준은 장 대표를 경멸하듯 쳐다봤다.“뚱보. 날 찾으러 왔지?”“뚱보?”이 별명은 정말 오랜만에 듣는다. 아니, 누구도 감히 부르지 못했다.“그래. 이따가 처맞고도 그런 말을 하나 두고 보자.”외진 산골에서 그는 황제처럼 행동했다.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서 두 명의 고수가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두 사람은 정진왕자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였다.잠시 후 윙 하는 검날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염구준은 왼손으로 검을 뽑아 한 사람의 팔을 베었다.달려오던 부하는 반짝이는 빛이 스쳐가는 것과, 갑자기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내 팔이… 끊어졌어!”다른 부하들 또한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감히 공격을 가하지 못했다.단 한 번 검을 휘둘러서 정진왕자 경지에 도달한 고수의 팔을 잘랐으니 감히 대항하지 못했다.“선배님, 저는 그저 지나가던 길입니다. 저 사람은 몰라요.”겁쟁이 같으니라고!“모른다니 다행이네. 그럼 가서 뚱보 이빨을 전부 뽑아오던가.”염구준이 검으로 장 대표를 가리켰다.“장 대표님.. 죄송합니다.”두 사람은 한마디만 내뱉고 장 대표에게 달려들어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비록 한 사람은 팔이 끊어졌지만 다리를 쓸 수 있어서 화풀이하듯 더 세게 찼다.“으아악! 너희들은 내 돈을 받고도 나를 때리냐…?”장 대표는 머리만 감싸고 바닥에서 뒹굴면서도 소리를 질렀다.뒤에 선 나머지 부하들은 두 고수의 실력을 알고 아예 못 본 척했다.“됐어. 그러다 똥이 다 나오겠어.”이 정도면 되겠다 싶어 염구준은 그들을 제지하고 질문을 던졌다.“내가 여기 있어. 이제는 어쩔 건데?”“나도 그냥 지나가던 길입니다..”장 대표도 똑같은 말을 했다.오늘 이곳까지 온 이상 빚은 갚아야 했지만 두 고수가 두려울 정도라면 그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장 대표는 꼬리를 내렸지만 그
우르릉쾅!한창 격전을 치를 때, 지하가 심하게 진동하면서 위에서 자갈과 모래들이 떨어졌다.지하가 언제든 무너질 것 같았다.이곳은 지면과 거리가 있어서 묻히게 되면 아무도 살아서 도망칠 수 없다.“도망쳐! 지진이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양쪽 세력은 싸움을 멈추고 지하 입구로 도망쳤다.그들은 내려올 때, 나중에 올라가기 쉽게 밧줄을 묶어 사다리처럼 연결해 놓았다.이미 지하 입구 아래에 도착한 염구준은 사다리를 잡고 가볍게 위로 올라갔다.임시 작전팀에서 싸우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지하를 나가면 바로 석굴암이었다.평소 풀도 자라지 않고 한산하기 그지없던 곳에 오늘따라 사람들로 북적거렸다.딱 봐도 7인조 패거리는 보통 무술인 같지 않았다.“미카엘, 실은 자폭 기관을 가동할 필요 없어. 내려가서 저놈들 죽여버리면 그만이야.”한 여인이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조심해야 해. 저들 중에 고수들이 있다고 들었어.”미카엘이라는 남자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엄숙하게 말했다.그런데 불복하는 일행이 나서서 반격했다.“뭐가 무서워? 우리 7명이 모이면 저놈들은 살아서 돌아갈 수 없어. 감히 조상들의 물건에 눈독을 들여?”“맞아. 난 수년 전에 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해서 아무도 안 무서워.”미카엘이 다시 나서서 말렸다.“큰소리하지 마. 기관이 작동하면 절대 되돌릴 수 없어. 일단 보초군부터 해결하자.”“나 혼자면 충분해!”한 그림자가 브레인이 지시한 부하들에게 돌진했다.“너희들 누구야?”반보천인 고수의 갑작스러운 습격에 리아성전의 부하들은 반격할 기회도 없이 참살당했다.이어서 남자는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며 지하로 연결된 밧줄을 끊어버리려고 했다.스스슥!그때 마침 염구준이 지하에서 올라오며 남자의 얼굴을 향해 발을 힘껏 날렸다.갑작스러운 공격을 당한 남자는 두 팔로 얼굴을 막으며 뒤로 물러섰다.‘강하다!’이미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했지만 상대의 발차기에 팔이 저리고 아팠다.“당신은 현지 무술인입니까?”염구준이 두 사람을 내려
브레인이 말을 번복하니 여러 세력들은 불만을 품고 논쟁을 벌이다 결국 싸움이 일어났다.손전등이 비추는 곳 외에 어두워서 누가 누굴 공격하는지 누가 죽었는지도 알아볼 수 없었다.임시 작전팀의 철석 같은 동맹이 며칠 사이에 원수가 되어버렸다.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함께 공격하라! 브레인을 죽여라. 리아성전의 횡포가 하늘을 찌른다!”“맞아. 저 영감을 죽여야 해.”“감히 리아성전의 위엄에 도전하다니 죽고 싶어?”브레인이 모두의 분노를 사서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이젠 리아성전에 반보천인 고수 2명이 있어도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구석에서 몇몇 사람들은 혼전에 참가하지 않았다.“장미 대장, 정말 도와주지 않을 겁니까?”호전적인 누군가는 벌써 손이 근질근질했다.“죽고 싶으면 막지 않을게.”붉은 장미는 두 팔로 가슴을 감싸고 싸늘하게 대답했다.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한 켠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여기 시끌벅적하네.”바로 염구준이었다.그 목소리를 들은 임시 작전팀은 바로 동작을 멈추고 물러섰다.변수가 나타났으니 계속 싸운다면 오히려 남에게 좋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형님 맞습니까?”그때 어느 바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나약하게 들렸다.염구준의 기억이 맞다면 목소리의 주인은 아마 노교수의 제자 광휘일 것이다.그가 재빨리 다가가자 피바다에 쓰러진 노교수가 보였다.호흡이 미약하게 들리는 것이 이미 가망이 없었다.그리고 수호와 채나는 보이지 않고 다른 여제자도 죽었다.“어떻게 된 일이에요?”염구준이 광휘의 상처를 살펴보며 물었다.“수호와 채나가 돈에 눈이 멀어서 우리를 음해하고 보물을 챙기고 도망갔어요.”온몸이 피투성이인 광휘가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노교수의 팀은 설립된 지 오래되어서 다들 정이 깊었다.그런데 재물 앞에서 사람을 죽인 것이다.“에휴, 내… 내가 어리석었어.”노교수가 가까스로 말을 하면서 자신을 책망했다.염구준은 두 사람의 상처를 살펴봤다.두 다리를 심하게 다친 광휘는 앞으로 휠체어에 앉아
한 차례 격전은 30분 정도 지속되어서야 끝났다.반보천인 고수가 있었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전부 이곳에서 구렁이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전신 경지 이하는 빨리 열매를 따고 나머지는 구렁이가 나타나는 것을 대비해 방어한다.”브레인은 또다시 변고가 생길까 봐 인상을 찌푸리며 현장을 지휘했다.방금 거대 구렁이의 방어력이 엄청나서 속으로 꽤 놀았었다.윙!그때 갑자기 이명소리가 들리더니 검 하나가 구석에서 날아와 석벽에 꽂혔다.“혈자보제는 내 거야. 너희들은 꺼져.”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은 염구준이었다.그는 모습을 드러내며 구자검을 회수했다.염구준을 본 브레인은 안색을 굳히며 싸늘하게 말했다.“염구준, 덩굴에 열매가 빈 것을 보아 네가 많이 딴 모양이구나. 그것으로 만족해!”이런 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수 없었다.“섭섭하게 무슨 말씀이세요. 혈자보제는 기이한 열매라 아무리 많아도 성이 차지 않네요.”염구준이 석벽으로 걸어가더니 열매를 따기 시작했다.리아성전의 부하들은 깜짝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 눈길을 브레인에게 돌렸다.그의 명령을 기다리는 것이었다.전에 싸우면서 염구준이 보여준 어마어마한 전투력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절반씩 나누자. 나도 많이 양보했어.”브레인은 어쩔 수 없이 양보하기로 했다.“벌써 귀가 먹었어요? 꺼지라고 했잖아!”염구준은 브레인을 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예로부터 보물은 능력이 있는 자만이 차지했으니 브레인은 공유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염구준, 말이 너무 심하네. 우리 리아성전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고!”브레인이 뒷배를 내세웠다.“잔말 말고 물건은 여기 있으니까 능력이 있으면 빼앗아 보시든지.”염구준은 말하면서도 계속 열매를 따고 있었다.그 태도를 보아 브레인을 안중에 두지도 않았다.끄드득!열받은 브레인은 손가락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공격할 기세였다.“염구준, 너 몇 시간 전에 결투를 벌였으면서 나를 상대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을 거다.”이번에 다른 반보천인
혈자보제는 아주 귀한 보물이다.하지만 보관하기 어려워서 열매를 딴 후 바로 복용해야 했다.아니면 약효야 떨어지고 며칠 뒤에 아예 썩어버린다.모든 약효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염구준은 제자리에 앉아 꼼작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는지, 통로에서 다시 인기척이 전해지면서 일행의 말소리가 들렸다.“대장, 밖에 보물 정말 챙기지 않을 겁니까?”“이 바보야, 그렇게 무거운 걸 얼마나 가질 수 있을 거 같아? 그보다 더 가치가 있고 가벼운 것을 챙겨야지.”“역시 대장은 똑똑해요.”두 남자의 대화 소리가 점점 가까이에서 들렸다.염구준은 어두운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혈자보제를 흡수하고 있기에 그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잠시 후, 두 사람은 혈자보제가 자란 곳까지 다가왔다.그들 반응도 염구준과 똑같았다.“대장, 여기 방울토마토 있어요.”대장은 얼떨떨했다. 햇빛도 없는 곳에 어떻게 식물이 자랄 수 있는지 말이다.퍽!“이 무식한 자식아, 방울토마토가 이렇게 생겼어?”대장은 부하의 뒤통수를 갈기며 물었다.“그럼 이건 뭡니까?”부하는 맞은 곳을 슥슥 문지르며 물었다.“이것은…”한참을 살피던 대장도 무엇인지 몰라 대답하지 못했다.이런 식물은 본 적도 없었지만 동글동글한 것이 참 탐스럽게 생겼다.“혈자보제다. 하하하.”바로 그때 다른 통로에서 브레인이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났다.강력한 고수들은 더 귀한 물건을 원했기에 금은보화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브레인 팀장님도 여기에 오셨군요.”대장은 상대방의 정체를 확인하고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지만 속으로 짜증을 냈다.한 사람이 더 나타나면 어떤 귀한 물건이라도 모두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특히 브레인 같은 고수와 동행하면 국물도 얻어먹지 못할 것이다.“그래. 너희들 모두 나가. 여기는 리아성전의 귀속이고 밖에 재물들이나 가져.”브레인은 혈자보제를 탐욕스럽게 쳐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이것이 어떤 물건인지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브레인 전주님, 그건 아니죠. 혈자보제는 돈으로
“교수님, 이거 과학적이라 생각하십니까?”광휘가 옆에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염구준은 수많은 화살 공격을 받아도 전혀 다치지 않았다.만약 그들이었다면 진작에 피바다에 쓰러져 죽었을 것이다.“물어보지 마!”노교수는 안색을 굳히며 어떻게 대답할지 몰랐다.오늘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다.그때 염구준을 곱게 안 보던 수호가 또 궁시렁거렸다.“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 그럼 방해하지 않을 텐데.”쿵!화살이 멈출 기미가 보지이지 않자 염구준은 더는 방어하지 않고 검기로 석벽을 무너트렸다.그러자 자갈들이 우르르 떨어지면서 노궁 기관을 파괴했다.드디어 화살 공격이 멈추었다.맹렬한 공격 끝에 주변의 청석은 대부분 파괴되었고 전방 왼쪽에 50센치는 되는 구멍이 생겼다.얼떨결에 고대 궁전의 비밀을 찾은 셈이었다.염구준은 구멍으로 다가가 탐색했다.대부분 숨긴 것들은 보물이니 여기 안에 있는 물건이 더 큰 서프라이즈를 주길 바랐다.“선생님, 저희도 따라가겠습니다.”노교수도 궁금했지만 염구준은 그보다 더 궁금했다.“따라오지 마세요. 안에 어떤 위험이 존재할지 모릅니다. 난 교수님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어요.”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노교수가 또 잔소리할까 봐 아예 겁을 주었다.스으윽!말이 끝나기 바쁘게, 구멍에서 기척이 들렸다.지름길이가 1미터는 되는 구렁이가 기어서 나오더니 새빨간 혀를 낼름거리며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윙!염구준은 검을 번쩍 들어 구렁이의 하부를 잘라 두 동강을 냈다.속으로 조금은 놀랐다.이 구렁이의 육체는 보통 구렁이보다 더 단단했다.그는 검을 멈추지 않고 계속 공격했다.무려 다섯 번이나 공격해서야 구렁이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었다.그가 추측한 것과 같이 구멍 안은 확실히 위험했다.노교수 일행은 위험을 감지하고 마른 침을 꼴깍 삼켰다.“그럼 선생님이 가세요. 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염구준은 서슴없이 구멍으로 들어갔다.그가 몸으로 불빛을 발사하자 전방의 상황이 또렷이 보였다.구멍
그때 여광으로 벽에 커다란 도안이 들어왔다.옥패였다.염구준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손바닥의 화염을 더 밝게 비추었다.그러다 거대한 옥패 도안의 가운데 작은 홈이 있는 걸 발견했다.이 홈은 보면 볼수록 눈에 익었다.그는 안쪽 호주머니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그 홈에 끼워 넣었다.한 치의 오차도 없이 딱 맞아 떨어졌다.여기 있는 옥패를 누가 가져간 것이 틀림없다.고대 나라가 하룻밤 사이에 전멸한 것은 어쩌면 옥패를 두고 전쟁을 벌이다 이 지경이 된 것 같았다. 예로부터 옥패 쟁탈전은 멈춘 적이 없었다.그의 손에 있는 옥패 4개도 주인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모른다.“선생님, 그 물건을 빼내세요.”바로 그때 노교수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제 거예요.”노교수의 눈썰미가 이렇게 좋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불빛이 희미한데도 보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염구준은 또 무슨 일이 생길까 바로 옥패를 빼서 챙겨 넣었다.“선생님, 그러면 안 됩니다. 물건을 제자리에 놓으세요.”노교수가 달려와 인내심 있게 설득했다.“정말 제 거예요. 보세요. 모두 4개.”염구준은 다른 손을 꺼내 옥패를 전부 보여주었다.옥패에 새겨진 무늬가 약간 다를 뿐, 외형은 모두 똑같았다.“세상에, 내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네 개나 챙겼어요?”노교수의 언성이 높아졌다.상대방이 여기서 가졌다고 확신한 이상 무엇을 말해도 소용없었다.그 바람에 노교수의 제자까지 우르르 몰려들었다.채나가 나지막한 소리로 궁시렁댔다.“우리 보고는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더니 혼자서 할 건 다 하네.”“당신들이 무엇을 갖든 나랑 상관없거든요. 기관을 건드리면 난 해결할 수 있지만 그쪽은 해결할 수 있어요? 이건 원래 내 거예요.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막아봐요. 그럴 능력이 없으면 잔말 마세요.”불쾌한 염구준은 더는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아 자리를 떴다.그가 화를 내자 아무도 찍소리를 못했다.염구준은 그들이 계속 따라와서 귀찮게 굴까 봐 계속 앞으로 걸었다.여기 지하는 생각보다 크지
‘저 자식이 든다고?’일행은 염구준이 기관을 찾았다고 추측했다.그런데 그가 단룡석 앞에 서더니 두 손으로 바위 밑을 잡는 것이었다.순간 그의 근육이 팽팽해지면서 주변에 기운이 감돌았다.“헐! 맨손으로 들려고?”누군가 경악하면서 소리를 질렀다.정말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렇게 큰 바위는 사람이 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전에 염구준과 시비가 붙었던 수호와 채나는 속으로 저주했다.“나대기를 참 좋아하네. 그냥 콱 깔려서 죽어라!”“아니야. 저 자식 들 수 없어. 그냥 근육이 부풀었을 뿐이야.”두 사람은 못마땅해하며 염구준이 개망신당하길 기다렸다.“일어나!”그때 염구준이 갑자기 힘을 끌어올리더니 단룡석이 점점 바닥에서 떨어졌다.그리고 머리 위에 번쩍 들어올렸다.“뭐 하는 겁니까? 지나가려면 빨리 가세요!”독촉하는 소리에 그제야 일행은 정신을 차렸다.“빨… 빨리 지나가자.”노교수가 외치자 일행은 바닥의 가방들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갔다.속으로 깜짝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이토록 무지막지한 힘은 리프트잭보다 백 배는 강해서 인간 리프트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쿵!모두 지나간 다음, 염구준은 단룡석을 제자리에 놓았다.바닥에 떨어질 때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다.“선생님, 이게…”놀라움을 금치 못한 노교수는 묻고 싶었지만 입에서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맨손으로 무게가 엄청난 단룡석을 거뜬하게 들다니 이런 충격적인 장면은 마치 귀신을 본 것과 흡사했다.수호와 채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염구준이 방금 했던 말을 듣고 따지고 들까 봐 무서웠다.“저 원래 힘이 타고 났어요.”염구준이 태연하게 설명했다.“이건 과학적이지 못해요. 몇 백 키로나 되는 무게는 들어올려도 이것은 단룡석이란 말입니다.”노교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왠지 염구준을 연구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그들 눈에는 모두 환상적인 힘이었다.“그만하시고 안에 들어가 보시죠.”염구준은 더는 설명하기가 귀찮아 혼자 저벅저벅 앞
“괜찮습니다. 전 필요 없어요.”염구준은 거절하고 마음만 받았다.이 노인은 사람은 좋은데 말이 너무 많았다.그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뭐 만졌어요?”“뭐 하는 거예요? 아프잖아요.”채나는 시선을 피하며 벗어나려고 했다.“저기요, 할 말 있으면 좋게 하시죠.”동행이 그 모습을 보더니 나서서 말렸다.채나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그러죠. 방금 만진 물건에 독이 있어요. 손바닥을 보세요. 검은 기운이 어깨까지 올라가면 신선이라도 구할 수 없어요.”염구준은 채나의 손을 들어 보여주었다.‘그럼 죽는 건가?’당황한 채나는 바로 무릎을 꿇고 울먹거렸다.“잘못했어요. 바닥에 떨어진 보석을 줍지 말았어야 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그녀는 말하면서 호주머니에서 주먹만한 큰 루비를 꺼냈다.이 보석 겉면에 독약이 남아 있었다.“방금 독약은 다 제거했어요. 손바닥이 독가스에 화상을 입었지만 며칠 뒤면 괜찮아질 겁니다.”염구준은 그저 경고를 주며 노교수를 쳐다봤다.“제자들을 잘 지켜보세요. 고대 궁전에 기관이 많고 함정도 많아서 함부로 만지면 안 됩니다. 전 괜찮지만 손해보는 건 결국 당신들이에요.”이미 주의를 줬으니 듣든 말든 더는 상관하지 않았다.노교수는 난감했다.염구준에게 한바탕 뭐라고 했는데 결국은 본인 제자들에게 문제가 생겼으니.“채나야, 어리석게 왜 그랬어? 우리 고고학자들은 유혹에 부딪쳐도 절대 넘어가면 안 돼.”…교수의 설교를 들으면서 일행은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방금 채나의 손바닥을 보고 다들 조심스럽게 움직였다.그로 인해 염구준에 대한 인상이 달라졌다. 왠지 보통 사람 같지 않았다.앞으로 가는 길에 석상과 벽화 등이 눈에 보였다.염구준이 거들떠도 보지 않고 지나가자 일행도 바로 뒤를 따랐다.노교수는 멈춰서 연구하고 싶었지만 이곳에 워낙 기관들이 많아 제자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겨우 마음을 가라앉혔다.“길이 끊겼네.”손전등을 흔들어보나 앞에는 검정색 벽만 있고 양측에
“잠시만요!”노교수는 염구준이 저만치 앞서가자 말을 끊고 서둘러 뒤쫓았다.왠지 모르게 그를 따라가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여기는 왜 오신 겁니까?”노교수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일단은 그냥 둘러보려고요.”“그리고 나서는요?”“괜찮은 게 있으면 빌릴 생각입니다.”“그건 도둑질이에요!”“여긴 용하국도 아니고, 지키는 사람도 없습니다. 궁전은 누구의 소유도 아니고요. 그러니 엄연히 말해서 도둑질은 아니죠.”두 사람은 길을 걸으며 끊임없이 논쟁을 벌였으나 서로를 설득하지는 못했다.하지만 사실상 염구준이 탐낼 만한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쉿.”이때, 걷다가 이상함을 감지한 염구준이 걸음을 멈추고 일행을 향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으나 노교수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따지고 들었다.“말 돌릴 생각 하지 마세요. 이건 중요한 얘기니까요.”하지만 곧 염구준의 한마디에 모두가 등골이 오싹해졌다.“저희, 한 명이 줄어든 것 같아요.”밀폐된 공간, 빛 한 점 없는 지하에서 이런 말은 너무나 섬뜩했다.방금 전에 오줌을 싸지 않았다면 이 말을 들은 뒤 다들 바지에 오줌을 지렸을 게 뻔했다.“장난치지 마세요.”한 여성 대원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그녀가 말하자마자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퍼져 주위에 사람들이 가득 찬 듯한 착각이 들게 했다.“뒤에 있어요!”염구준은 장난치려는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갑자기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악!”그의 말에 뒤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은 머리를 풀어헤친 여성을 보고 놀라서 소리 질렀다.옷차림으로부터 그녀가 노교수 일행 중 다른 한 여성임을 알 수 있었다.휘익.그녀는 말없이 흉악한 표정을 지으며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 채 가장 가까운 대원에게 달려들었다.귀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말이다.그러나 염구준이 그녀보다 더 빨리 그녀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고 가볍게 들어올렸다.그녀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반보천인의 경지에 도달한 염구준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란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