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두머리의 실력은 고우혁을 초월했으니 고씨 가문의 가주 고중천임이 틀림없다.고중천은 상대방이 자신의 신분을 알아차릴까 봐 걱정되어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내가 저놈을 상대할 테니 너희들은 고대영을 죽이거라!”싸움에 욕심을 부린 것에 조금 후회가 되었다.진작에 고대영을 죽였더라면 오늘 같은 일도 일어나지 않을테고 위험을 무릎 쓸 일도 없을 것이다. 말을 마친 고중천은 바로 염구준을 공격했는데, 신분을 감추기 위해 원소의 힘, 검법 그리고 눈에 띄는 초식은 사용하지 않았다.촤아악!그에 맞서 염구준도 손을 들어 빠른 속도로 검기를 휘둘렀다.고중천은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옆으로 비키며 계속 접근했다.‘하! 싸우는데 감히 몸을 사린다고?’염구준은 상대방의 의도를 단숨에 알아차리고 검법을 계속 펼치며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가까이서 그의 검을 봉인하려고 하다니 어림도 없지!“젠장. 미꾸라지처럼 빠르네.”하지만 그는 속도가 빨라 염구준이 차마 공격할 수 없어 나지막하게 욕을 뱉으며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 시간을 끌면 상대방이 버티지 못하겠지만 그에게는 지금 시간이 많지 않았다.용필을 쳐다보니 온몸으로 네 명의 공격을 받아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오랫동안 공격을 받으면 중상을 입을 것 같았다.“나오지 않으면 바로 갈 겁니다!”염구준이 문쪽을 향해 소리쳤다.사실 따져보면 고씨 가문의 일인데 본인의 일인 것처럼 힘을 빼고 있으니 말이다. “염구준 씨, 조급해 마세요. 바로 갈게요.”미리 도착한 고영준이 부하들을 데리고 용필을 도와주었다.그는 뒷끝이 심하기에 지난번 빚을 갚으러 왔다는 걸 알았다.고영준은 실력이 뛰어난 부하들만 데리고 와 전투 상황을 완전히 뒤엎었다.“방금 네놈이 제일 세게 쳤지?”용필이 욕설을 퍼부으며 개조 로봇과 싸우기 시작했다.비록 로봇일지라도 건장한 사내가 맞붙으니 한순간에 승부를 가리기 어려웠다.고우혁은 눈에 띄는 초식을 사용하지 않은 탓에 바로 고영준에게 제압당했다.오늘 습격한 무리는 고대영을
염구준은 손에 든 검을 아래로 베어 상대방을 죽이려 했다.‘나를 죽이려고? 꿈 깨.’생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순간에, 고중천은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얼음 원소의 힘을 움직였다.딱딱한 얼음 결정이 왼쪽 어깨를 감쌌다.촤아악!하지만 어깨에 검이 닿은 순간 얼음 결정이 부서지고 검기도 사라졌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검기의 위력을 발휘하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고중천은 숨을 고를 틈이 생기자 재빨리 몸을 비켜 공격 범위에서 벗어났다.방금은 방심한 탓에 염구준의 공포스러운 폭발력을 우습게 본 격이 됐다.멀지 않은 곳에서 고영준이 익숙한 기운을 감지하고 복면을 쓴 고중천을 힐끗 쳐다봤다.그가 작은 범위로 사용해도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게 되면 원소의 힘을 바로 알 수 있었지만 아직도 격전을 벌이고 있어서 나중에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어르신, 제법인데요. 공격을 다 피하고 있군요.”싸울 의욕이 급증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맞섰다.그는 강력한 상대를 만날 때면 늘 이렇게 피가 끓어올랐다.“너, 제법이구나…!”고중천은 어깨에서 전해지는 통증을 힘들게 참으며 말했다.이제야 염구준의 전투력을 똑똑이 알게 된 것이다. 아무리 전력으로 싸워도 그를 제압할 수 없었다.“다시 붙어보죠!”염구준은 검을 빙빙 돌리며 다시 공격했다. 오늘 고중천을 죽일 수 있다면 고유란의 유골을 가져오는 데 아무런 방해꾼도 안 생기기 때문이다.“철수한다!”고중천이 우렁찬 소리로 명령을 내리더니 뒤로 돌아 창문을 뚫고 어둠속에서 사라졌다.데리고 온 부하들도 싸움에 연연하지 않고 빠르게 뒤를 따랐다.너무 결단력 있게 후퇴해서 누구도 막지 못했다.“도망친다고? 나한테 허락받았어?!”염구준이 검기를 휘두르며 퇴로를 막아 전신 경지에 이른 고수 한 명은 창문을 뛰어내리다가 막혀 버렸다. 이어서 염구준이 뒤를 바짝 쫓아 그 사람을 제압했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고영준도 가만 있지 않았다. 살아 있는 인질을 잡으려고 부하들을 이끌고 주변을 포위했다.“협조하면
”가족끼리인데 너무하네. 어떻게 가족을 죽이려고 하는 거냐?”“가자. 사람을 불러서 수호사에 따지러 가야겠어.”한 무리가 시끌벅적 떠들면서 결판을 내러 성큼성큼 걸어갔다.“거기 서!”그러자 고영준이 꾸짖었다.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따지러 가면 모순만 커질 뿐 아무도 해결되지 않기에 부가주로서 전체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염구준은 그들의 말에 끼어들지 않았다.만약 주범이 고씨 가문의 가주 고중천이라고 말하면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되지 않았다.“염구준 씨.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습니까?”고영준이 되물었다.‘늙은 여우 같으니라고.’염구준은 속으로 욕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씨 가문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저더러 말을 하라면 가주가 출관한 후에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말은 아끼라고 많이 말할수록 오히려 오해만 사게 되기에 간략하게 말했다. 모든 일이 그의 계획대로 흐르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했다.“네, 그럼 가주가 출관할 때가지 기다리죠.”고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방금 습격할 때 두 사람은 누가 우두머리인지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발설하지 않았다.한편, 밀실에서는 패배하고 돌아온 고중천이 엄한 사람들한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병신 같은 놈들! 어떻게 여럿이서 한 놈도 죽이지 못해?”고중천 본인은 염구준을 제압했는데 부하들이 용필의 방어를 뚫지 못해서 고대영 살인 작전에 실패한 것이라 생각해 꾸짖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열이 받은 듯 했다.“그자는 무식하게 힘만 세서 아예 공격이 먹히지 않았습니다….”한 부하가 죽어가는 소리도 대답했다.“퉷! 아직도 말대꾸냐?”고중천이 발로 걷어차자 부하가 바닥에 넘어져 뒹굴고 말았다.그 장면을 보던 나머지 부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오늘 저녁 작전에서 다쳐도 괜찮지만 한 부하를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혹시나 모든 것을 자백하면 일을 전부 망치게 되고 모든 고씨 가문이 그를 적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끼익!그때
지금까지 그는 손해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아직도 생각만 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한편, 고씨 가문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가족회의는 고씨 가문에서 가장 성대한 행사로서 보통 가문의 미래를 결정했기에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고씨 가문 사조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주가 이틀 뒤에 출관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출관일을 앞당겼을까요?”“바보냐? 당연히 염구준이 왔으니까 직접 상대하려고 그러겠지.”“그러네요. 가주가 계시면 그 악마도 날뛸 날이 얼마 남지 않겠네요.”조사로 향하는 인파에서 염구준이 가장 눈에 띄었다.옆 사람들은 혹시나 자신을 해칠까 멀리 떨어져 걸었다.“부가주님. 제가 그렇게 무섭습니까?”염구준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물었다.“하하하. 그게 무슨 농담입니까.”고영준은 멋쩍게 웃을 뿐 말을 하지 않았다.“그렇다면 고씨 가문에서 왜 저를 저승사자처럼 보는 거죠?”염구준은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일전에 고씨 가문과 상업계에서 싸울 때 쌍방 모두 무력을 동원해서 어떤 사람은 죽기까지 했다.고씨 가문에서 그를 원망해야 정상인데 지금은 그를 피하고 있다.“정말 알고 싶어요?”고영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물었다.“그럼요. 죽어도 이유는 알아야겠어요.”염구준은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직접 보세요.”그러자 고영준이 한 종이를 건넸는데, 바로 고씨 가문의 신문이었다. 염구준은 대충 둘러봤을 뿐인데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다 엎어버릴 뻔했다.“뉴스 1면에 염구준이 대노하여 신생아 9명을 잡아먹었다.”“염구준은 어린이집을 발로 차버리고 양로원을 주먹으로 박살냈다.”“염구준이 잔인한 수법으로 고씨 가문을 참살했다.”손가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완전히 근거 없는 억측 뿐이었다.“누가 기사를 낸거야?!”염구준이 분노를 억누르며 가까스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바다 건너 선진국가들보다 허튼 소리를 잘 지어냈다.“고씨 가문과 손씨 그룹이 잠시 사이가 안좋을 때 고우혁과 고대강이 책
이 중의 일부는 그가 죽인 것일 수도 있으니까.현장에 있던 고씨 가문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이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졌다. 염구준이 고유란의 아들이라는 건 일부 고씨 가문의 고위층들만 알고 있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쾅!조사당에 큰 소리가 나더니 고중천이 곧 한 방에서 나왔고, 그와 함께 공포스러울 정도의 얼음 원소의 능력이 주위를 덮었다."수련을 끝마치신 걸 축하드립니다, 가주님."고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이구동성으로 외쳤다.고씨 가문에서 가주란 표면상으로 모두의 우두머리인 존재이기 때문에 각 파벌도 어느정도의 체면을 세워주곤 했다."하하. 다들 이러지 마시고 일어나시지요."고중천은 자상한 표정을 지으며 꼭대기층에서 뛰어내리고는 다른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가주로서 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늘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다."위선적이기는."염구준이 경멸하며 말했다.어젯밤까지도 복면을 쓰고 와서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이 오늘 밤에는 좋은 사람인 척 하니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앞뒤가 다르긴.'"그럼 시작하지."고중천은 주석에 가서 앉은 다음 옆에 있는 고우혁을 향해 말했다. "고씨 가문의 회의를 정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고우혁의 말에 가문의 고위층들은 각자 자리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옆에 섰다.그렇게 고씨 가문의 조사당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고중천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얼마 전에 저는 사람들을 보내 가문의 보물을 되찾아 오라고 했으나 모두 염구준의 손에 죽었습니다. 후에 고대강을 보내 한 번 이야기 해보라고 했지만 그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죽게 되었고 손씨 그룹은 고씨 가문의 사업을 억눌렀었죠. 하지만 인의가 모든 일의 첫 번째 원칙이 아니겠습니까? 평화적으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전 이번에 염구준 씨와 그의 아내분을 초대했답니다."인의니, 도덕이니를 언급해대며 그는 이 일을 전부 임찬혁의 탓으로 돌렸다.만약 정말로 이 일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런 말을 해서 가문
"돈이 폐지인 줄 알아? 차라리 가서 빼앗지 그래?""뭐야, 지금 잘못한 사람이 먼저 저렇게 당당하게 딜하는 거야?""200조? 우리 가문한테 갚는 게 아니라 우리더러 갚으라고? 멍청이 아니야?"사람들은 전부 임찬혁을 욕하기 바빴고 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한편, 주석에 앉아 이 장면을 보고있던 고중천은 간악한 웃음을 지었다. 이게 바로 그가 원하던 결과이었으니 말이다. 반면 손가을은 가슴을 졸이기 시작했다. 상대방 사람이 너무 많아 전부 해석하려면 힘들었다. "조용히 하세요!"염구준은 말을 하기 위해 목소리에 모든 힘을 담아 외쳤다.종사 아래 사람들은 이 고함소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서둘러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했다."염구준, 우리가 좋게 말했더니 넌 공격을 해? 고씨 가문이 안중에도 없는 거지?"고우혁은 이 기회를 틈타 사람들을 선동했다.그의 행위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고씨 가문 사람들은 정신을 차린 후 더욱 심하게 욕했다.이대로 가다가는 말 한마디조차 할 수 없을 게 뻔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전신전 내부의 통신 채널을 열었다."주작, 간만에 큰 소리 좀 듣고 싶으니까 내가 보낸 위치로 그것 좀 보내.""네, 알겠습니다."주작은 대답하자마자 준비하러 떠났다.고씨 가문 내부에서 염구준은 몇 천명에게 둘러싸여 욕을 먹고있었지만 어차피 같이 욕을 한다고 이기지도 못할 게 뻔하니 그냥 입을 열지 않았다. '하여튼 싸움도 못하면서 입만 살아가지고.'자신들의 원하던 상황에 고중천 등은 매우 기뻐했다. 염구준이 증거가 있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처럼 말을 못하게 하면 된다. 쾅!바로 그때, 귀가 떨어질만큼 큰 소리와 함께 불빛이 번쩍였고, 곧 자욱한 연기가 고가성 밖의 무인지역에서 피어올랐다.큰 소리에 모두가 말을 멈추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순식간에 온 도시가 조용해졌다."더 할 말 있나요?" 염구준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미사일
그들 모두 염구준이 지금 반대로 말한다는 걸 알아차렸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이 조용해진 걸 보자 염구준은 반격하기 시작했다."사람이 많다고, 자기네 구역이라고 저한테 욕 했었죠? 만약 오기 전에 아버지께서 이곳은 어머니가 힘들게 만든 곳이라고 당부하시지 않으셨다면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다 부수었을 겁니다. 여기서 당신들이랑 입씨름하지 않고요. 굳이 창피를 당해봐야 정신차리겠어요?"이렇게 단체로 창피를 당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었다. 고씨 가문 사람들은 미사일이 이번엔 안에 날아올까 봐 무서워서 계속 침묵했지만 염구준의 엄마가 누구인지, 가문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궁금해 했다."염 선생,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시지요! 가문 사람들도 방금 전에는 그냥 너무 흥분해서 막말한 것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요."이때 고중천이 다시 굳은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풀었다.'하여튼 불신과 꿍꿍이로 가득 차가지고는.'염구준은 일단 그를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가을아, 동영상 좀 띄워줘.""알겠어."손가을은 대답한 후 노트북을 안고 염구준에게 다가갔고, 그녀가 키보드를 몇 번 누르자 곧바로 허공에 3D 화면이 나타났고 고대강의 모습이 비추었다."검은 단풍잎이면.. 흑풍 조직의 로고잖아! 이씨 가문에서 버려진 흑풍 존주가 만든 거 말이야."고씨 가문 사람들 중 눈치 빠른 사람이 한눈에 알아보며 놀라 소리쳤다.이 외에도 손가을은 고씨 가문 사람이 손씨 그룹 직원을 살해하는 동영상을 몇 개 띄웠다.동영상이 틀어지자 고대강이 흑풍조직과 손을 잡았고 고씨 가문이 먼저 손씨 그룹을 공격했다는 증거가 확실해져서 더는 부인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전혀 억울한 쪽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면 반대였지!영상을 본 고중천의 얼굴은 거의 썩어있었다.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확실한 증거를 가져올 줄은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였다. "고대강 저 망할 녀석이 감히 가문을 배신하고 우리의 명성을 깎는 일을 저질러? 죽어도 싸네
"가주, 제가 어머니의 유골을 되찾으려고 하는데 의의 있으실까요?"겉으로는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가벼운 말투는 지금 상대방을 도발하고 있음을 나타냈다."감히 가주님께 이렇게 말하다니. 검방지구나."고우혁이 큰소리로 꾸짖었다.가주가 바로 곁에 있으니 한 번은 잘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모난 돌이 정 맞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흥, 맨날 나한테 맞아서 도망치기나 하는 패배자 따위가 무슨 용기로 이렇게 말하는 거지?""두 발로 서 있을 수 있다고 해서 네가 사람인 것 같아? 내 눈에 넌 주인 없는 개새끼에 불과한 걸."염구준은 봐주지 않고 세게 반격했다.'모욕을 줄 생각은 없었지만 저렇게 당하고 싶어하는데 어쩌겠어.'"정말 우리 고씨 가문에 사람이 없는 줄 알아?" 고우혁은 손을 잡고 임찬혁과 대척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고씨 가문 사람들은 염구준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모두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그는 결국 외톨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창피하게 굴지 말고 가만히 있어!" 고중천이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이런 장소에서 마음대로 말했다가는 계획을 망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양쪽에서 모두 욕을 먹은 고우혁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한쪽으로 물러났다.'요 며칠 사이에 체면이 다 구겨졌네.'염구준은 고중천을 주시하며 그의 대답만을 기다렸다."당연히 유란 가주의 후손에게 줘야죠. 가져가시지요. 당시엔 유란 가주의 시체가 황야에 버려진 채로 썩어갈까 봐 가져와서 이곳에 모셔둔 것 뿐입니다."고중천은 속으로 염구준이 얼른 유골을 가지고 고씨 가문을 떠나길 바랬다. 옥패든, 검보든 나중에 다시 되찾으면 그만이었다. 어짜피 시간은 많으니까!'파렴치 하기는.'염구준이 속으로 욕했다. 어머니의 유골은 분명 고중천이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아 간 것인데 이렇게 말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는 적과 크게 싸우고 빼앗아 온 거라며 이야기를 꾸몄었지. 그 덕분에 고씨 가문에서 명성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각 세력들은 세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그녀가 스텔라성과 엮여서 믿을 수가 없었다.베르가 말한 동맹도 결국은 이익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염병할 놈!”베르는 염구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에취!”한편, 바다의 동굴을 지나던 염구준이 재치기를 하더니 귓구멍을 파며 중얼거렸다.“또 어떤 놈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 거야?”그는 이미 수백 미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동굴을 살펴보았다.오래전에 인공으로 만들어진 동굴로서 지하수도로 사용했거나 육지에서 지각이 변화하여 이곳에 가라앉을 가능성도 있었다.이제 동굴 내부에 완전히 적응되어서 속도를 낼 때가 되었다슝!위험도 없고 갈림길도 없으니 팔다리를 빨리 저으며 앞으로 전진했다.동굴 끝에 무엇이 있는지 참 기대가 되었다.그것이 고대 옥패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말이다.푸!가는 도중에 갑자기 장어 같은 바다 동물의 습격을 받았지만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았다.‘누가 있어.’얼마나 헤엄쳤는지 모르겠지만 눈앞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염구준은 그 사람의 생사를 알 수 없어 한 줄기 검기를 발사했다.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것을 보고 죽은 사람이라 생각했다.가까이 다가가 보니 잠수복을 입은 시체는 부패되지도 않고 마치 자는 것처럼 보였다.그 옆에 커다란 가방이 있었는데, 열어보니 황금, 비취. 진주 등 값나가는 보물들이 잔뜩 들어 있었다.“진짜 보물이 있었네. 고대 옥패도 있을까?”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보물이 가득한 가방은 뒤로 한 채 계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점점 더 많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궁금했다.왜 시체들이 하나 같이 상처도 입지 않고 평온한 표정으로 죽었는지 말이다.이상한 상황으로 하여금 점점 주변을 경계하게 만들었다.앞으로 더 나아갔을 때, 동굴은 사라지고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이곳이 바로 목적지인 것 같았다.그리고 내부를 살펴보려고 수십 발의 불꽃을 발사하던 염구준
찾겠다고 약속했던 보물이며 고대 옥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그때 누군가 가슴이 벅차오르는 소식을 전했다.“절벽 위에 동굴이 있어요!”“여기에도 있어요. 불덩어리를 던졌는데 끝이 보이지 않아요!”“동굴에서 100그람되는 금덩어리를 발견했어요!”드디어 보물이 나타났다는 말에 다들 동료를 잃은 슬픔에서 금세 벗어났다.“일단 경거망동하지 말고 우리 대책부터 세웁시다.”중요한 순간에 베르가 나서서 대국을 주재하려 했다.염구준을 고립시키고는 각 세력들을 이용해 더 많은 것을 차지하려는 수작이었다.“부성주님,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합리적인 대안이라면 지시를 따를게요.”메노스가 환심을 사려고 스텔라성의 편에서 말했다.염구준의 실력이 너무 강해서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저들의 도움이 필요했다.나머지 가주들은 드디어 줄을 서야 하는 때가 온 것을 알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줄을 서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선택 문제였다.만약 잘못 선택하면 아무런 이득은 보지 않고 끝없는 재앙만 맞이할 것이다.…그 외에 무술인들은 가주들이 중요한 일을 논의하는 것을 알고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몇몇 사람들이 토론한 결과로 대다수 사람들의 생사를 결정할 것이다.“염 선생은 대책이 있습니까?”노신기가 긴장이 흐르는 분위기를 깨고 떠보듯 물었다.지금 염구준은 혼자서도 스텔라성를 상대하기 충분했다.다들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염구준이 한 동굴 입구에 서서 말했다.“상의할 게 뭐가 있어요? 보물이 보이면 능력에 따라서 챙기면 되죠. 실력이 있으면 많이 챙기고 없으면 바닷물이나 마시다 가면 되죠.”그 말 뜻은 물질적이지만 현실적이기도 했다.지금 각 세력들이 꿍꿍이를 세우고 있으니 아무리 상의를 해도 진심이 아닐 것이다.어차피 나중에 사이가 틀어질 텐데, 지금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염구준의 말을 들은 베르는 각 세력들의 마음이 돌아설까 봐 바로 안색이 어두워졌다.“염구준, 지금 분열을 일으키는 거야?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어떤 무술인들은 적대 관계이고 위에서 아무런 태도도 드러내지 않았지만 감사의 눈길을 보냈다.베르 일행은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것처럼 침묵하고 있으니 염구준을 칭찬하는 것은 더 불가능했다.“이곳은 위험해서 항상 조심하세요. 그렇다고 매번 도와줄 수 없어요.”염구준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차피 이번만 도와줄 거라 뻔뻔하게 구는 사람이 있어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때 통신기에서 당황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저기 모래벌레 무리가 오고 있어요!”그 말에 다들 다시 안절부절했다.염구준이 재빨리 통신기에 대고 모두를 진정시켰다.“당황하지 마세요. 대부분 바닥으로 들어가고 몇 마리만 뒤를 따라왔을 겁니다.”땅으로 돌아가지 않은 모래벌레들은 전부 그의 검에 잘렸기 때문이었다.다들 안심하고 싸울 준비를 할 때, 꽃무늬 셔츠를 입은 젊은이가 공을 들고 앞에 나섰다.이곳까지 오면서 나약한 실력 때문에 항상 타인의 보호를 받았는데, 왜 이제야 나서는지 다들 알지 못했다.“썩을 놈의 벌레야! 첨단 과학기술의 위력을 보여 줄게!”젊은이가 건방지게 말하며 손에 든 공을 힘껏 던져버렸다.“안 돼!”메노스가 나서서 말렸지만 공을 이미 던져서 늦어버렸다.갑작스러운 행동에 다들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방어!”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기운으로 호체 기운을 끌어냈다.반보천인인 염구준마저 긴장하게 만들다니, 모두 젊은이가 던진 공은 틀림없이 대단한 물건이라고 생각했다.펑!공이 수십 미터 떨어진 곳으로 흘러서 올라간 순간,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마침 달려오는 모래벌레들을 순식간에 폭발시켰다.물속에서도 이 정도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다니, 보기만 해도 감탄이 흘렀다.“악!”그런데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물속에서 퍼지더니 사람들의 몸에 부딪치며 오장육부에 침투되었다.순식간에 거대한 생물체를 몇 마리나 제거했으니 사람에 미치는 영향도 치명적이었다.실력이 약한 무술인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로 죽었다.퍽!가장 먼저 공격받은 젊은이는 충격에 한참이나
“알겠습니다.”“네.”두 사람은 대답하자마자 각자 맡은 20명이 넘는 부하들을 이끌고 심해 모래벌레가 드문 변두리 지역으로 향했다.실력이 뛰어난 무술인 두 명이 앞장서서 길을 터주고 있으니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로서 부하들의 사기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그 장면을 본 남은 세력들도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지 부하들에게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살고 싶으면 빨리 천기문의 뒤를 따라가!”지금 염구준이 뒤를 맡고 있었기에 그들도 벗어나기 훨씬 수월했다.베르가 떠날 때는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염구준의 뒤를 노려보면서 저렇게 싸우다 콱 죽으라고 저주까지 했다.결국은 살려고 바삐 피신하느라 누구도 염구준을 도와주지 않았다.혼자 남은 그는 결국 심해의 모래벌레에게 포위되었다.“에휴, 저럴 줄 알았어. 그동안 도와준 걸 봐서라도 우리도 도와줍시다.”염구준은 자신이 한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벌레를 살해했다.각 세력의 무술인들이 이미 멀리 떨어졌으니 지금은 이 무리를 뚫고 나가야 했다.촤아악!순식간에 수많은 검기가 주변에 발사하며 바다 밑을 들쑤시는 바람에 모래와 진흙이 시야를 가렸다.어렴풋이 보이는 것은 덩치가 큰 물체들이 하나둘씩 쓰러지는 것이었다.아무리 바다가 모래벌레의 구역이라 해도 염구준의 검을 막지 못했다.검망이 닿는 곳은 그들 시체로 널렸다.염구준이 뛰쳐나오려고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을 때 도망친 각 세력들은 균열 변두리에서 편하게 쉬고 있었다.“염 선생이 우리를 위해 혼자 희생하는데 우리도 소수 정예병을 조직해서 도와줍시다!”그레이가 통신기에 대호 한마디 제안했다.흔쾌히 나설 사람은 없겠지만 일단 말은 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하, 대단한 것처럼 건방지게 굴더니, 저런 놈은 죽어도 싸.”“그러게요. 저 악마의 생사는 우리랑 상관없어요.”베르와 세라가 시큰둥하게 자신들의 태도를 표명했다.“당신들…”그레이가 나서서 비판하려고 할 때 그들과 싸워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더는 말을 잇지 않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