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인데 너무하네. 어떻게 가족을 죽이려고 하는 거냐?”“가자. 사람을 불러서 수호사에 따지러 가야겠어.”한 무리가 시끌벅적 떠들면서 결판을 내러 성큼성큼 걸어갔다.“거기 서!”그러자 고영준이 꾸짖었다.화가 잔뜩 난 상태에서 따지러 가면 모순만 커질 뿐 아무도 해결되지 않기에 부가주로서 전체 상황을 고려해야 했다.염구준은 그들의 말에 끼어들지 않았다.만약 주범이 고씨 가문의 가주 고중천이라고 말하면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되지 않았다.“염구준 씨.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습니까?”고영준이 되물었다.‘늙은 여우 같으니라고.’염구준은 속으로 욕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씨 가문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굳이 저더러 말을 하라면 가주가 출관한 후에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말은 아끼라고 많이 말할수록 오히려 오해만 사게 되기에 간략하게 말했다. 모든 일이 그의 계획대로 흐르고 있으니 그것으로도 충분했다.“네, 그럼 가주가 출관할 때가지 기다리죠.”고영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방금 습격할 때 두 사람은 누가 우두머리인지 알고 있었지만 입 밖으로 발설하지 않았다.한편, 밀실에서는 패배하고 돌아온 고중천이 엄한 사람들한테 화풀이를 하고 있었다.“병신 같은 놈들! 어떻게 여럿이서 한 놈도 죽이지 못해?”고중천 본인은 염구준을 제압했는데 부하들이 용필의 방어를 뚫지 못해서 고대영 살인 작전에 실패한 것이라 생각해 꾸짖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열이 받은 듯 했다.“그자는 무식하게 힘만 세서 아예 공격이 먹히지 않았습니다….”한 부하가 죽어가는 소리도 대답했다.“퉷! 아직도 말대꾸냐?”고중천이 발로 걷어차자 부하가 바닥에 넘어져 뒹굴고 말았다.그 장면을 보던 나머지 부하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오늘 저녁 작전에서 다쳐도 괜찮지만 한 부하를 두고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혹시나 모든 것을 자백하면 일을 전부 망치게 되고 모든 고씨 가문이 그를 적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끼익!그때
지금까지 그는 손해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아직도 생각만 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한편, 고씨 가문은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가족회의는 고씨 가문에서 가장 성대한 행사로서 보통 가문의 미래를 결정했기에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고씨 가문 사조 앞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주가 이틀 뒤에 출관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왜 출관일을 앞당겼을까요?”“바보냐? 당연히 염구준이 왔으니까 직접 상대하려고 그러겠지.”“그러네요. 가주가 계시면 그 악마도 날뛸 날이 얼마 남지 않겠네요.”조사로 향하는 인파에서 염구준이 가장 눈에 띄었다.옆 사람들은 혹시나 자신을 해칠까 멀리 떨어져 걸었다.“부가주님. 제가 그렇게 무섭습니까?”염구준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물었다.“하하하. 그게 무슨 농담입니까.”고영준은 멋쩍게 웃을 뿐 말을 하지 않았다.“그렇다면 고씨 가문에서 왜 저를 저승사자처럼 보는 거죠?”염구준은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일전에 고씨 가문과 상업계에서 싸울 때 쌍방 모두 무력을 동원해서 어떤 사람은 죽기까지 했다.고씨 가문에서 그를 원망해야 정상인데 지금은 그를 피하고 있다.“정말 알고 싶어요?”고영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물었다.“그럼요. 죽어도 이유는 알아야겠어요.”염구준은 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직접 보세요.”그러자 고영준이 한 종이를 건넸는데, 바로 고씨 가문의 신문이었다. 염구준은 대충 둘러봤을 뿐인데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다 엎어버릴 뻔했다.“뉴스 1면에 염구준이 대노하여 신생아 9명을 잡아먹었다.”“염구준은 어린이집을 발로 차버리고 양로원을 주먹으로 박살냈다.”“염구준이 잔인한 수법으로 고씨 가문을 참살했다.”손가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완전히 근거 없는 억측 뿐이었다.“누가 기사를 낸거야?!”염구준이 분노를 억누르며 가까스로 말했다.말도 안 되는 소리, 바다 건너 선진국가들보다 허튼 소리를 잘 지어냈다.“고씨 가문과 손씨 그룹이 잠시 사이가 안좋을 때 고우혁과 고대강이 책
이 중의 일부는 그가 죽인 것일 수도 있으니까.현장에 있던 고씨 가문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이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해졌다. 염구준이 고유란의 아들이라는 건 일부 고씨 가문의 고위층들만 알고 있는 소식이었기 때문이다.쾅!조사당에 큰 소리가 나더니 고중천이 곧 한 방에서 나왔고, 그와 함께 공포스러울 정도의 얼음 원소의 능력이 주위를 덮었다."수련을 끝마치신 걸 축하드립니다, 가주님."고씨 가문 사람들은 전부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이구동성으로 외쳤다.고씨 가문에서 가주란 표면상으로 모두의 우두머리인 존재이기 때문에 각 파벌도 어느정도의 체면을 세워주곤 했다."하하. 다들 이러지 마시고 일어나시지요."고중천은 자상한 표정을 지으며 꼭대기층에서 뛰어내리고는 다른 사람들을 훑어보았다. 가주로서 그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늘 자신의 이미지를 유지해야 했다."위선적이기는."염구준이 경멸하며 말했다.어젯밤까지도 복면을 쓰고 와서 자신을 죽이려던 사람이 오늘 밤에는 좋은 사람인 척 하니 토가 나올 지경이었다. '앞뒤가 다르긴.'"그럼 시작하지."고중천은 주석에 가서 앉은 다음 옆에 있는 고우혁을 향해 말했다. "고씨 가문의 회의를 정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고우혁의 말에 가문의 고위층들은 각자 자리에 앉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옆에 섰다.그렇게 고씨 가문의 조사당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모두가 고중천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얼마 전에 저는 사람들을 보내 가문의 보물을 되찾아 오라고 했으나 모두 염구준의 손에 죽었습니다. 후에 고대강을 보내 한 번 이야기 해보라고 했지만 그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죽게 되었고 손씨 그룹은 고씨 가문의 사업을 억눌렀었죠. 하지만 인의가 모든 일의 첫 번째 원칙이 아니겠습니까? 평화적으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전 이번에 염구준 씨와 그의 아내분을 초대했답니다."인의니, 도덕이니를 언급해대며 그는 이 일을 전부 임찬혁의 탓으로 돌렸다.만약 정말로 이 일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런 말을 해서 가문
"돈이 폐지인 줄 알아? 차라리 가서 빼앗지 그래?""뭐야, 지금 잘못한 사람이 먼저 저렇게 당당하게 딜하는 거야?""200조? 우리 가문한테 갚는 게 아니라 우리더러 갚으라고? 멍청이 아니야?"사람들은 전부 임찬혁을 욕하기 바빴고 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한편, 주석에 앉아 이 장면을 보고있던 고중천은 간악한 웃음을 지었다. 이게 바로 그가 원하던 결과이었으니 말이다. 반면 손가을은 가슴을 졸이기 시작했다. 상대방 사람이 너무 많아 전부 해석하려면 힘들었다. "조용히 하세요!"염구준은 말을 하기 위해 목소리에 모든 힘을 담아 외쳤다.종사 아래 사람들은 이 고함소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서둘러 두 손으로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했다."염구준, 우리가 좋게 말했더니 넌 공격을 해? 고씨 가문이 안중에도 없는 거지?"고우혁은 이 기회를 틈타 사람들을 선동했다.그의 행위는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고씨 가문 사람들은 정신을 차린 후 더욱 심하게 욕했다.이대로 가다가는 말 한마디조차 할 수 없을 게 뻔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전신전 내부의 통신 채널을 열었다."주작, 간만에 큰 소리 좀 듣고 싶으니까 내가 보낸 위치로 그것 좀 보내.""네, 알겠습니다."주작은 대답하자마자 준비하러 떠났다.고씨 가문 내부에서 염구준은 몇 천명에게 둘러싸여 욕을 먹고있었지만 어차피 같이 욕을 한다고 이기지도 못할 게 뻔하니 그냥 입을 열지 않았다. '하여튼 싸움도 못하면서 입만 살아가지고.'자신들의 원하던 상황에 고중천 등은 매우 기뻐했다. 염구준이 증거가 있다고 해도 상관이 없었다. 지금처럼 말을 못하게 하면 된다. 쾅!바로 그때, 귀가 떨어질만큼 큰 소리와 함께 불빛이 번쩍였고, 곧 자욱한 연기가 고가성 밖의 무인지역에서 피어올랐다.큰 소리에 모두가 말을 멈추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순식간에 온 도시가 조용해졌다."더 할 말 있나요?" 염구준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미사일
그들 모두 염구준이 지금 반대로 말한다는 걸 알아차렸기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들이 조용해진 걸 보자 염구준은 반격하기 시작했다."사람이 많다고, 자기네 구역이라고 저한테 욕 했었죠? 만약 오기 전에 아버지께서 이곳은 어머니가 힘들게 만든 곳이라고 당부하시지 않으셨다면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다 부수었을 겁니다. 여기서 당신들이랑 입씨름하지 않고요. 굳이 창피를 당해봐야 정신차리겠어요?"이렇게 단체로 창피를 당하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었다. 고씨 가문 사람들은 미사일이 이번엔 안에 날아올까 봐 무서워서 계속 침묵했지만 염구준의 엄마가 누구인지, 가문과 무슨 연관이 있는 건지 궁금해 했다."염 선생,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시지요! 가문 사람들도 방금 전에는 그냥 너무 흥분해서 막말한 것이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시고요."이때 고중천이 다시 굳은 미소를 지으며 분위기를 풀었다.'하여튼 불신과 꿍꿍이로 가득 차가지고는.'염구준은 일단 그를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웃는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가을아, 동영상 좀 띄워줘.""알겠어."손가을은 대답한 후 노트북을 안고 염구준에게 다가갔고, 그녀가 키보드를 몇 번 누르자 곧바로 허공에 3D 화면이 나타났고 고대강의 모습이 비추었다."검은 단풍잎이면.. 흑풍 조직의 로고잖아! 이씨 가문에서 버려진 흑풍 존주가 만든 거 말이야."고씨 가문 사람들 중 눈치 빠른 사람이 한눈에 알아보며 놀라 소리쳤다.이 외에도 손가을은 고씨 가문 사람이 손씨 그룹 직원을 살해하는 동영상을 몇 개 띄웠다.동영상이 틀어지자 고대강이 흑풍조직과 손을 잡았고 고씨 가문이 먼저 손씨 그룹을 공격했다는 증거가 확실해져서 더는 부인할 수 없었다. 그들은 전혀 억울한 쪽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면 반대였지!영상을 본 고중천의 얼굴은 거의 썩어있었다. 상대방이 이렇게까지 확실한 증거를 가져올 줄은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였다. "고대강 저 망할 녀석이 감히 가문을 배신하고 우리의 명성을 깎는 일을 저질러? 죽어도 싸네
"가주, 제가 어머니의 유골을 되찾으려고 하는데 의의 있으실까요?"겉으로는 상대방의 의견을 묻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의 가벼운 말투는 지금 상대방을 도발하고 있음을 나타냈다."감히 가주님께 이렇게 말하다니. 검방지구나."고우혁이 큰소리로 꾸짖었다.가주가 바로 곁에 있으니 한 번은 잘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모난 돌이 정 맞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흥, 맨날 나한테 맞아서 도망치기나 하는 패배자 따위가 무슨 용기로 이렇게 말하는 거지?""두 발로 서 있을 수 있다고 해서 네가 사람인 것 같아? 내 눈에 넌 주인 없는 개새끼에 불과한 걸."염구준은 봐주지 않고 세게 반격했다.'모욕을 줄 생각은 없었지만 저렇게 당하고 싶어하는데 어쩌겠어.'"정말 우리 고씨 가문에 사람이 없는 줄 알아?" 고우혁은 손을 잡고 임찬혁과 대척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나 아까와는 달리 고씨 가문 사람들은 염구준을 화나게 하고 싶지 않아 모두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그는 결국 외톨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창피하게 굴지 말고 가만히 있어!" 고중천이 낮은 소리로 꾸짖었다. 이런 장소에서 마음대로 말했다가는 계획을 망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었다.양쪽에서 모두 욕을 먹은 고우혁은 풀이 죽어 고개를 숙이고 한쪽으로 물러났다.'요 며칠 사이에 체면이 다 구겨졌네.'염구준은 고중천을 주시하며 그의 대답만을 기다렸다."당연히 유란 가주의 후손에게 줘야죠. 가져가시지요. 당시엔 유란 가주의 시체가 황야에 버려진 채로 썩어갈까 봐 가져와서 이곳에 모셔둔 것 뿐입니다."고중천은 속으로 염구준이 얼른 유골을 가지고 고씨 가문을 떠나길 바랬다. 옥패든, 검보든 나중에 다시 되찾으면 그만이었다. 어짜피 시간은 많으니까!'파렴치 하기는.'염구준이 속으로 욕했다. 어머니의 유골은 분명 고중천이 아버지의 손에서 빼앗아 간 것인데 이렇게 말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는 적과 크게 싸우고 빼앗아 온 거라며 이야기를 꾸몄었지. 그 덕분에 고씨 가문에서 명성
"염 선생이 비록 유란 가주의 아들이기는 하지만 저희 가문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성이 염씨이기도 하고 고씨 가문의 족보에도 들어가지 않으시니까요."고중천의 뜻은 분명했다. 염구준이 고씨 가문의 일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는 거였다."제가 몇 마디 해도 되겠죠?"이때 고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입을 열었다.고중천은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지만 마음을 가라앉힌 후 웃으며 말했다."물론. 가족회인 이상 고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지.""들고 와."이 말을 들은 고영준이 손을 흔들자 흰 천에 덮인 시체가 들려왔다.이윽고 흰 천이 열리자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아는 얼굴이 드러났다.바로 수호사의 고명훈이었다!고씨 가문의 강자 한 명이 죽자 사람들은 당황하여 고영준을 보며 그가 설명해주기만을 기다렸다."고명훈이 죽다니. 누가 그런 거지?" 고중천은 놀라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그의 연기는 아주 좋았다. 웬만한 톱스타한테도 지지 않을 만큼.고영준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사람들을 훑어보며 천천히 이야기했다."어젯밤에 여섯 명의 복면을 한 강자들이 대영이를 죽이려고 했는데, 고명훈이 그 중 하나였습니다. 모두 실력이 강한 이들이었죠. 반보천인이 세 명이나 있었으니까요. 다행히도 염 선생이 도와준 덕분에 적들을 물리칠 수 있었답니다. 이 화면을 보시지요."말하면서 고영준은 방안에 임시로 설치해두었던 씨씨티비를 돌렸는데 싸움 화면이 뚜렷한 걸 보아 조작한 게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동족 내의 싸움은 사람들에게 염구준이 고씨 가문에 온 것보다 더한 충격을 안겨주었다."고영준, 수호자로서 할 말이 없는가?" 고영준이 고우혁을 보며 물었다."하! 여기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 거지? 고대강도 부가주로서 가문을 배신 했으니 고명훈도 일찌감치 배신했을 수도 있지."전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해 고중천은 일찌감치 고우혁더러 책임을 모두 떠넘기라고 알려줬었다. 어차피 죽은 이는 말을 하지 못하니까 말이다."됐다. 가문의 미래를 위해서
이 기세로 보아 고대영을 죽여 자신의 음모를 영원히 감추려는 게 틀림없었다. "지금 사람을 죽여 증거인멸 하려는 건가요?"염구준은 손에 구자검을 들고 고중천을 막고는 그를 주시했다."이건 고씨 가문의 일이니까 비키시죠." 고중천이 더 많은 기운을 내뿜으며 크게 소리 질렀다."그 전에 절 먼저 이기시죠."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얼굴을 굳히더니 바로 공포스러운 기운을 내뿜었다.기운만 보면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 고중천과 염구준은 서로를 주시하며 누구도 먼저 공격하지 않고 대치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말해." 이때, 염구준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들은 고대영은 뒤로 돌아 사람들을 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고대강이 흑풍과 손을 잡고 가문 사람들을 해친 걸 염구준에게 덮어씌운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고중천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저를 개조 로봇으로 만들기 위해 감금하기까지 했었죠. 그깟 옥패를 얻겠다고 이런 일을 벌여? 당신은 정이란 게 없어?"고대영은 말을 마치고는 붉어진 두 눈으로 상대방을 주시했다.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으로 보아 싸우려는 것 같았다."날 모함 하지마. 외부인과 손을 잡고 나와 대적하려고 들다니, 염구준이 너한테 얼마를 줬지?" 고중천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 책임을 돌리기 바빴다.감탄이 나올 정도로 뻔뻔하게 말이다. "시치미 떼지마. 네가 당시에 유란 아가씨에게 독을 먹여 경지가 떨어지게 하지만 않았더라면 아가씨가 흑풍 그 쥐새끼한테 죽을 일도 없었으니까.""내가 구차하게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바로 네가 어떻게 죽는지 지켜보기 위해서였어."강희주는 염구준이 이렇게 강한 걸 보자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그동안 이 사실을 숨겼던 건 염구준이 실력도 되지 않는데 복수를 하기 위해 덤볐다가 죽을까 봐 겁이 나서였다."죽어!"염구준은 방대한 양의 기운을 풀며 고중천을 향해 돌진했다.어머니를 죽인 원수는 살려둘 수 없으니까. "얼른 날 도와 이 짐승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