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세로 보아 고대영을 죽여 자신의 음모를 영원히 감추려는 게 틀림없었다. "지금 사람을 죽여 증거인멸 하려는 건가요?"염구준은 손에 구자검을 들고 고중천을 막고는 그를 주시했다."이건 고씨 가문의 일이니까 비키시죠." 고중천이 더 많은 기운을 내뿜으며 크게 소리 질렀다."그 전에 절 먼저 이기시죠."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얼굴을 굳히더니 바로 공포스러운 기운을 내뿜었다.기운만 보면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였다. 고중천과 염구준은 서로를 주시하며 누구도 먼저 공격하지 않고 대치했다. "다른 건 신경 쓰지 말고 계속 말해." 이때, 염구준이 입을 열었다. 그의 말을 들은 고대영은 뒤로 돌아 사람들을 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고대강이 흑풍과 손을 잡고 가문 사람들을 해친 걸 염구준에게 덮어씌운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그 배후에는 고중천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저를 개조 로봇으로 만들기 위해 감금하기까지 했었죠. 그깟 옥패를 얻겠다고 이런 일을 벌여? 당신은 정이란 게 없어?"고대영은 말을 마치고는 붉어진 두 눈으로 상대방을 주시했다. 격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기운으로 보아 싸우려는 것 같았다."날 모함 하지마. 외부인과 손을 잡고 나와 대적하려고 들다니, 염구준이 너한테 얼마를 줬지?" 고중천은 당황하지 않고 계속 책임을 돌리기 바빴다.감탄이 나올 정도로 뻔뻔하게 말이다. "시치미 떼지마. 네가 당시에 유란 아가씨에게 독을 먹여 경지가 떨어지게 하지만 않았더라면 아가씨가 흑풍 그 쥐새끼한테 죽을 일도 없었으니까.""내가 구차하게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바로 네가 어떻게 죽는지 지켜보기 위해서였어."강희주는 염구준이 이렇게 강한 걸 보자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그동안 이 사실을 숨겼던 건 염구준이 실력도 되지 않는데 복수를 하기 위해 덤볐다가 죽을까 봐 겁이 나서였다."죽어!"염구준은 방대한 양의 기운을 풀며 고중천을 향해 돌진했다.어머니를 죽인 원수는 살려둘 수 없으니까. "얼른 날 도와 이 짐승
고대영은 화를 내며 고우혁을 향해 달려들었다. 두 사람이 맞붙자 나머지 사람들도 따라서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격하는 기세를 보니 깊은 원한이 있는 것 같았다. 제대로 붙을만한 이유가 없었을 뿐, 고씨 가문의 각 파벌 싸움은 이미 전부터 시작됐었다.무공이 없는 사람들까지 옆에서 싸우기 시작해 현장은 금세 아수라장이 되었다.그야말로 대전투였다.한번도 이런 싸움을 본 적이 없던 손가을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비수를 쥐고 있던 손까지 땀으로 흠뻑 젖어버렸지만 고유란의 유골함은 품에 꼭 안고 있었다."오빠, 가서 구준 씨 좀 도와줘... 난 괜찮으니까."손가을은 한참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염구준을 보며 용필에게 걱정스럽게 말했다. "구준이는 널 지키라고 했으니까 난 어디도 안 갈거야."용필은 고개를 저으면서 두 손으로 합금으로 된 막대기를 꼭 쥐고는 경계하며 사방을 둘러보았다.지금 그는 오직 염구준의 말만 따랐다.손가을은 그런 용필을 말릴 수 없어 그저 염구준이 한눈을 팔지 않도록 자신을 잘 지키는 수밖에 없었다. 한편, 고중천과 염구준의 싸움은 더 이상 말릴 수 없을 정도로 극도로 격렬해졌는데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바로 목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하아, 하"길어지는 싸움에 두 사람도 이젠 지쳐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비록 기운이 전보다 많이 빠지긴 했지만 전의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높아졌다. 보는 사람이 무서울 만큼. 검을 휘두르는 속도 또한 전보다 더 빨라졌다.휘두르는 매 검에는 어마어마한 기세와 힘이 담겨져 있어 위력이 엄청났다. 쾅!두 사람은 칼을 부딪힌 뒤 다시 뒤로 물러났다. 염구준은 세 걸음을 물러났고 고중천은 아홉 걸음을 물러나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이번 합으로부터 지금 고중천이 지고 있는 게 너무 확연해졌다.체력은 역시 젊은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도 천인경의 경지에 거의 발을 내딛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염구준의 상대는 아니었다. 사실 그들의 차이는 검술의 깨달음에 있었다.염구준은 다시 힘
T봇이 고중천의 앞을 막은 걸 본 염구준은 일이 잘못됐음을 느꼈지만 검을 다시 뽑기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하압!"염구준이 팔을 흔들자 어마어마한 양의 검기가 나오더니 T봇을 순식간에 박살내 버렸다!이렇게 반보천인의 개조 로봇은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된 셈이 되었지만, 고중천은 이 기회를 틈타 얼음 원소의 힘을 불어넣은 검으로 염구준을 찔렀다.쾅!그러자 염구준은 재빨리 얼음을 부수고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방금 너무 많은 힘을 쓴 탓에 오른팔이 계속 떨려왔고 혈관이 다 터져버려 옷이 피로 흠뻑 물들어 버렸다. "하하, 빨리 가서 치료를 받지 그래? 그렇지 않으면 네 오른손은 평생 검을 잡을 수 없을 테니까."고중천은 얼굴의 주름이 접힐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비록 큰 전력을 하나 잃기는 했지만 염구준의 필살기를 막았으니 헛되지 않은 공격이였기 때문이다.오늘 고씨 가문을 평정하고 가문을 하나로 통합하기만 하면 앞으로 염구준을 더욱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어머니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한쪽 팔을 잃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염구준은 심한 고통을 참으며 다시 구자검을 집어들었지만 이미 도착한 십검시가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손가을에게 달려갔다.이를 곁눈질로 얼핏 본 염구준은 적인지 아니면 같은 편인지 몰라 일단 공격을 포기하고 손가을의 옆으로 달려갔다."십검시, 얼른 검진을 만들어 나와 함께 염구준을 죽이자."고중천은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했다.자신과 십검시가 함께 오른팔이 다친 염구준을 공격한다면 상대방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여겼으니 말이다. "주인님을 뵙습니다!"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십검시는 손가을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이 모습을 본 고중천과 염구준 부부 모두 멍해졌다.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이상한 행동을 하니 그 누구도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갑, 너.. 대체 뭐하는 거야?!" 고중천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유란 가주가 떠
"어머니, 저희 먼저 집에 가겠습니다!"그녀는 품 안의 유골함을 보고 염구준의 말대로 먼저 용필과 함께 청해시로 돌아가려고 했다."저도 같이 갑시다. 평생 아가씨를 옆에서 지키고 싶어요."이때, 강희주가 부탁했다."함께 가시겠다니, 저야 영광이죠."손가을은 흔쾌히 동의하면서 강희주의 팔을 잡았다.죽은 주인을 오랫동안 지킨 그녀의 행동은 정말 존경할만 했다. "주인님, 저희도 같이 가도 될까요?" 이에 갑도 간청했다."저희가 아는 사이였던가요?"손가을은 말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갔지만 누구도 그녀를 막지는 못했다.'이런, 미움 받았군.'십검시는 어찌할 바를 몰라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지켜주겠다는데 거절했으니 말이다.이런 일은 아마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그럼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뒤에 있는 사람이 물었다."먼저 주인님을 집까지 모신 뒤 다시 고씨 가문을 재건하자. 나머지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갑이 답했다.손가을은 아직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현재로서는 천천히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고씨 가문의 싸움은 고우혁이 중상을 입으며 거의 끝나갔지만 고영준과 고대영은 머리가 아파왔다. 이 뒷처리는 그들이 해야 하니까.한편, 염구준은 아직도 고중천을 추격하는 중이었다.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염구준 혼자만 쫓아오는 걸 눈치 챈 고중천은 속으로 연신 다짐했다. '계속 쫓아와 봐. 좀 있다 죽여줄 테니.'조사당에서 싸울 때는 비록 밀렸지만 지금 가는 곳에 도착하면 누가 질지 모르는 일이었다.슉슉.바로 그때, 뒤에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예리한 검기가 날아오자 고중천은 재빨리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이미 염구준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가까워진 덕분에 염구준은 그가 피하는 사이에 왼손으로 칼을 휘둘러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었다.챙!고중천은 검을 휘둘러 막고난 후 계속 뒤로 물러나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두 사람은 주
그러나 칼은 무언가에 부딪혀 버려 찌르지 못했다.그것은 바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투명한 고드름 때문이었다."본 적 없지? 이건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천년 빙백검이다. 여기에 줄곧 묻어놨었지. 이 검 역시 예전에 고유란이 발견한 거야. 이 검으로 널 죽이면 구천에서 네 어미가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네!"고중천은 승부가 이미 갈렸다고 느껴 여유롭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뒤로 거둔 뒤 다시 계속 공격을 가했다.상대방이 어떤 검을 쓰든, 어떤 기술을 쓰든 오늘 반드시 죽일 것이라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계속 공격했으니 이젠 내 차례겠지?"고중천은 염구준의 검을 쳐낸 후 더 이상 방어만 하지 않고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빙백검을 쓰니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강하다..'염구준은 빙백검을 막을 때마다 체내에 한기가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몸 주위에 있는 불꽃도 찬바람에 흔들려 언제든지 꺼질 수 있는 정도였다. 한마디로 지금은 염구준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는 뜻이다."하하,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쫓아오래? 죽어도 누구도 못 찾을 곳에 묻히게 생겼잖아."고중천은 환하게 웃으며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한기는 냉동실에서 갓 꺼낸 시체보다 더 차가웠다.쉴새없이 공격해오는 예리한 검술에도 염구준은 오른손을 몇 번 쥐었다가 그냥 내려놓고 줄곧 왼손으로만 막았다.'오른손은 이제 마음대로 쓸 수 없어.'그러니 마지막 승부를 가릴 때에 오른손을 쓸 수 있도록 아껴두어야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 싸움을 이어갔고 해가 질 때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염구준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 고중천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싸움에만 전념했다.환경의 도움도 있으니 염구준을 빠르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상대방은 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고 굳셌기 때문이다.'왼손으로도 내 공격을 빈틈없이 막아내다니. 대단하군.'시간은 흘러 달은 어느덧 하늘 높
아직 그 정도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근처까지 왔다.무기가 난무하는 시대에 검을 이 정도로 연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쿵!순식간에 두 사람은 최강 초식이 되어 맞붙자마자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나면서 바로 나가떨어졌다.그때 고중천이 얼음을 결정으로 환화하여 바닥에 냅다 뿌려댔다.하지만 염구준이 계속 공격을 가하자 그는 어마어마한 검기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검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몸은 더더욱 움직일 수 없어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할 때까지 지켜만 봐야 했다.“윽!”염구준이 빙백검을 물리치고 구자검을 고중천의 가슴에 찔렀다. 동시에 검에서 검기가 폭발하며 그의 오장육부를 파괴했다.숨 한 가닥만 남은 고중천은 그렇게 맥없이 쓰러졌다.드디어 승부가 가려졌다!“콜록…! 네가 선조의 본원 검기를 길들였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고중천은 계속 피를 토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어렵나?”염구준은 가볍게 받아 쳤지만 오른손에서 구자검이 스르르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떨어트렸다.지금 오른손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피범벅이 된 팔이 몸뚱이에 달려있을 뿐, 아마도 쓸모가 다한 것 같았다.“으스대지 마. 내가 만약 인제를 사용했다면 넌 분명 죽었어.”고중천이 가까스로 말했다.그 초식을 사용하면 그도 죽기 때문에 참은 거긴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고 싶어도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다 죽어가는 목숨인데 그 초식을 쓸 여력이나 있겠어? 그리고 세상에는 그렇게 많은 만약이란 없어.”염구준이 다시 검을 들고 고중천에게 다가갔다.벌겋게 충혈된 눈에 살의가 가득했다.“하하하.”고중천이 큰소리로 웃더니 갑자기 비수를 꺼내 자신의 목을 베려고 했다.하지만 염구준이 한 발 앞서 목을 베었다.어머니의 복수는 직접 본인의 손으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비틀거리며 하산했다. 한 차례 기나긴 싸움을 했더니 체력이 떨어져 당장 에너지 보충이 필요했다.비록 빙백검이 보검에 속했지만 설산을 떠나면 녹아버리는 검
”누가 앞으로 나오면 우린 바로 공격한다!”앞장선 마을 이장이 힘차게 외쳤다.“퉷! 영감. 어디 한 번 공격해 봐!”정장을 입은 남자가 앞으로 다가가며 침을 뱉었다.상대방이 도발해도 마을 사람들은 감히 나서지 못하고 경계태세만 유지했다.“그냥 가. 우리 과수원을 내놓지 않을 거야.”이장이 다시 소리치며 손에 든 창을 꽉 잡았다.“좋게 얘기하자고. 우리 대농회사에서 과수원을 매수하는 거 영광인 줄 알아!”정장남은 반듯한 이미지와 다르게 반말에 사투리를 날렸다.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열이 받아 큰소리로 비난하기 시작했다.“왜 가서 과수나무를 빼앗지 그래?”“맞아. 과일 1키로에 천원도 안 한다니. 이거 사람을 우습게 보는 거야.”“꺼져. 우리 마을에서 강도들은 환영하지 않아!”쏟아지는 욕설에 정장남은 분노하며 명령 투로 바꿨다.“누가 말을 듣지 않으면 죽도록 쳐라!”명령이 떨어지자 머릿수가 마을 사람들 두 배나 되는 부하들을 모두 쓸어갔다. 정말 싸운다면 마을 사람들이 큰 손해를 볼 것이 분명했다.솔직히 이장은 두렵지만 마을 사람들 위해 앞장서야 했다.상대방이 점점 접근하면서 곧 치열한 몸싸움이 일어날 무렵!“와! 냄새 좋네. 먹어도 됩니까?”염구준이 냄새를 맡으며 다가왔다.‘이거 분명 돼지갈비찜 냄새야.’이장은 마을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아침부터 돼지를 잡아 요리를 해놓고 다같이 모여서 먹기를 기다렸던 것이다.‘어디서 온 거지놈이지?’염구준의 옷은 피범벅에 여기저기 찢어져 모두 거지로 착각했다.“에이, 관두자. 김씨 아주머니. 이 사람한테 밥이랑 갈비찜 좀 갖다줘요.”외딴 산지대에 살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 인심이 후했다.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뿐이였다. “감사합니다.”염구준은 깍듯하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은 겉보기엔 거지 같았지만 정장남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혹시나 해서 그가 밥을 다 먹고 간 후에 쳐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잠시 후, 김씨
한편, 맞은편에서 시계를 보던 정장남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시작해!”그는 더는 기다리기 싫었기에 누가 나서기라도 한다면 전부 처리할 작정이었다.“가자!”정장남이 막대기를 휘두르며 기세 등등하게 앞서 갔다.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서 몸이 저절로 떨렸다.그들은 성실한 농사꾼들이기에 상대방이 저가로 과수원을 매수하겠다고 하지만 않는다면 전혀 싸울 생각이 없었다.“아아악!”이때 갑자기 정장남이 비명소리를 질렀고, 부하들 모두 놀라 뒤돌아봤다.그의 다리에 어느새 젓가락 하나가 꽂혀 있는 게 아닌가!“아주머니. 젓가락 하나를 써버렸는데 새것으로 주시겠어요?”염구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저놈이 젓가락을 꽂았어?”방금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정장남에게 향해 있느라 염구준이 무엇을 했는지 보지 못했다.“알았어..”그러자 김씨 아주머니는 새 젓가락을 꺼내 건네주었다.“감사합니다.”염구준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계속 밥을 먹었다.열받은 정장남은 그가 한 짓이란 걸 알고 큰소리를 쳤다.“먼저 저 거지 새끼를 죽여라!”“아아악!”그러자 부하들이 고함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 수백 명 가까이 되는 무리가 달려들면 그를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 수도 있다.“젊은이, 빨리 도망가! 우리가 막아 줄게.”이장이 창을 들고 앞장섰다. 그는 염구준이 젓가락을 던진 것만으로도 이미 한 편이라 여겼다.“왜요? 갈 사람들은 저놈들이죠.”염구준은 마지막 한 입까지 놓치지 않고 싹싹 긁어 먹은 후 그릇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달려오는 무리를 보며 경멸하듯 노려보았다. 배부르게 먹었더니 부활한 것처럼 몸에 에너지가 차올랐다.‘팔극철산장.’염구준이 몸을 번쩍 들어 마을 사람들 앞에 서더니 무리를 향해 순식간에 돌진했다.오른팔에는 부상을 입어 왼팔로 9할의 힘을 다해 그들과 부딪쳤다.그래도 상대방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양쪽으로 튕겨 나갔다.머릿수가 많아도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 그의 눈에는 애송이나 다름없었다.그리고 염구준은 순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하, 이겼다.”얼마나 많은 수를 무르고서야 할아버지는 이겼다고 아이처럼 기뻐하셨다.이렇게 특이한 방식으로 진 적은 없지만 번마다 이길 때면 엄청 좋아하셨다.단지내에서 염구준만 이 할아버지와 장기를 두었다.“대단하세요.”염구준은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올렸다.자신의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노인들은 모두 좋은 대우를 받길 바랐다.지잉-전신전에서 연락이 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어르신, 급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얼른 가. 일이 중요하지.”할아버지는 장기판을 보며 기쁨을 만끽했다.염구준은 자료를 보면서 집으로 달려갔다.“국주님, 놈들 행적을 추적했습니다. 지금 남극 빙원에 있어요. 구체적인 위치는 아직 모르겠고 놈들의 수법이 은밀해서 빼앗은 로봇을 모두 여러 갈래로 운반하고 있어요.”남극 빙원은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기후가 악랄하고 환경이 복잡한 데다 수많은 세력들이 잠복해 있었다.아직까지 통제할 지도자가 나타나지 않은 탓이다.몇 년 전만 해도 그곳의 기후가 매우 낮아 누구도 살지 않았었다.그런데 최근,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방한 기술이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수많은 조직과 세력들이 그곳에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하지만 아직까지 치안이 혼란스럽고 주먹이 센 사람이 통치는 바람에 곳곳에 위험이 도사렸다.염구준은 자료를 살펴보고 바로 답장을 보냈다.[정영팀은 신속하게 청해로 온다. 위장을 잘하고 절대 행적이 드러나면 안 된다.]이번 작전에 대해 대략적인 계획을 세운 후, 집에 돌아와 손가을에게 말하고 그날 저녁에 청해 부두로 향했다.장모님인 진숙영에게 은밀히 고수들을 붙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신비한 클럽은 인간 세상에서 증발할 것처럼 사라져서 골치가 아팠다.하지만 국정이 급선무인 지금 청목을 먼저 해결해야 했다.염구준이 부두에 도착했을 때 백호, 주작, 현무 그리고 세 명의 전왕이 기다리고 있었다.그들 모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큰 가방을 들고 있었다.“주… 염 선생님!”여섯 사람은 염구준에게 다가와 깍듯하
“주작. 천목 시스템을 가동해. 내가 구체적인 좌표를 보내줄 테니까 그 해역의 화물선을 주시해.”“백호. 7인 정예팀을 선발해서 잠시 내 명을 대기하고 있어.”“현무, 한 달 사용할 최첨단 무기를 준비해.”“청룡, 넌 전신전을 지키고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염구준이 지시를 내릴 때 누구도 농담하지 않고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다.“네.”임무를 내린 후, 염구준은 한마디를 남기고 청해로 돌아갔다.“송 가주와 국주가 상의하는 동안 누가 방해를 한다면 바로 죽이러 올 것이다.”염구준의 말에 외부인들은 바로 속셈을 거두었다.이어서 송씨 가문은 절반 주식을 국주에게 담보로 내놓고 보호를 받았다.국주가 내세운 조건은 송씨 가문이 스스로 보호할 능력이 생길 때 다시 주식을 돌려주는 것이었다.중요한 임무를 맡은 송현우는 지금 상황에서 반천인 경지와 싸울 수 있는 유력한 후계자였다.송명호 일가는 더는 송 가주를 방해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족보에서 쫓겨났다.그를 지지했던 세력들은 자발적으로 돈으로 배상하고 평화를 유지했다.송씨 가문의 세력이 대폭 하락하니 이러는 수밖에 없었다.청해로 돌아온 염구준은 손가을이 잘 관리한 덕에 편히 지낼 수 있었다.“구준이 왔어?”그를 제일 먼저 맞이한 사람은 방금 기도를 마친 진숙영이었다.최근 신비한 클럽이 감쪽같이 사라진 바람에 그녀는 갈 곳이 없어 집에만 있었다.“장모님.”염구준이 뭐라고 하기 전에 진숙영은 또 속으로 중얼거리며 기도했다.“아빠.”인기척을 듣고 나온 염희주가 활짝 웃으면서 두 팔을 벌리고 다가갔다.“그래.”‘귀여운 녀석, 어쩜 이리 애교가 많을까. 며칠을 못 봤더니 또 키가 컸네.’염구준은 대답하면서 딸을 뻔쩍 들어올렸다.딸을 보는 그의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 같았다.“저러다 신선이 되겠어요.”염희주는 진숙영을 힐끔 보면서 염구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그런 말하면 못 써.”염구준이 바로 말렸다.어른들의 일에 아이가 끼어드는 것과 함부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아빠
송씨 가문의 절반 재산은 천문학적인 숫자인데 그것을 단호하게 거절하다니 생신을 축하하러 온 손님들이 당황했다.“제가 어리석었습니다. 부디 염 선생이 말씀해 주시죠.”송 가주는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국주한테 가서 얘기하면 아마 기꺼이 도와줄 겁니다.”염구준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송 가주는 그제야 깨달은 듯 허벅지를 탁 쳤다.솔직히 말해서 염구준도 절반 재산을 갖고 싶었다.하지만 손씨 그룹에 비해 용하에서 더 필요할 것 같아서 거절한 것이다.이 정도 대의는 갖추고 있었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두 사람 대화할 때 한 남자가 허겁지겁 달려왔다.“얼른 말해. 이것보다 더 나쁜 상황이 있냐?”송 가주는 현장에 있는 사람들 앞에서 과감하게 말했다.“저희가 해외에 수출한 로봇 화물선이 습격당했어요. 거기에 나무 표식이 있었습니다.”그 사람은 재빨리 다가가 태블릿을 보여줬다.확인하던 송 가주가 두 눈을 부릅떴다.“염 선생. 이거 진짜 큰일 났습니다.”송 가주는 태블릿을 빼앗아 염구준에게 걸어갔다.이번에야말로 진짜 큰일이 벌어졌다.염구준은 힐끗 쳐다보려 했으나 태블릿에 시선을 고정하고 말았다.“젠장. 이건 노골적으로 도발하는 겁니다.”옆 사람들은 방금 싸울 때도 이렇게 화내지 않았는데 반천인 고수가 화난 모습을 보니 등골이 오싹했다.태블릿에 뜬 메시지에 몇 글자과 사진 2장만 보였다.내용은 이랬다.[먼저 송씨 가문을 도륙하고 용하국을 주살한다.]사진 한 장에 검정색 나뭇잎이 찍혀 있고 다른 한 장에는 청색 나뭇잎이 찍혀 있었다.그것은 분명히 떠돌이 7인조에서 흑풍과 청목을 가리키고, 두 사람이 송씨 가문과 용하를 상대하겠다는 뜻이었다.용하국에서 송씨 가문을 건드리지 않는다면 염구준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용하를 건드린다면 상의할 여지없이 싸워야 했다.“염 선생,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까요?”송 가주는 마땅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았다.지금 폐인이 되어서 아무리 훌륭한 계략을 짜도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
“이제 좀 재미있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공격할 태세를 잡았다.송현우의 검의가 얼마나 강한지 엄청 기대되었다.승부는 금방 갈리고 구경군들은 두 사람을 뚫어지게 쳐다봤다.필경 마지막 공격으로 모든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매화검법. 쇄산!”먼저 기운을 축적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했다.송현우의 검의는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게다가 고씨 선조들이 남긴 시구를 본 이후로 염구준이 초식을 조금 바꾸었는데도 무궁무진한 힘을 발산했다.“죽어라!”그때 맞은편에서 송명호도 패왕창을 들고 공격했다.염구준의 기운을 감지하고 본인이 졌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하면서 공격한 것이다.예를 들면 갑자기 염구준이 심장병이 발작한다든가.쿵!칼끝과 창끝이 부딪치면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폭발했다.강력한 위력에 송명호는 저항하지 못하고 패왕창을 든 채로 뒤로 튕겼다.한마디로 말해서 한 초식도 감당해지 못하는 패배자였다.싸움이 드디어 끝났다.이 결과는 모두 예상하지 못했다.조금은 어느 정도 싸우다 체력이 소모되었을 때 주변에서 습격하려고 했는데 이젠 망상이 되어버렸다.염구준은 검과 주변의 검기를 거두었다.“4할 전력이 남았어요. 도전할 분 계신가요?”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패기 있게 말했다.“…”송명호 일가는 도전해도 볼품없이 패배할 텐데, 도전은 개뿔이라고 속으로 욕했다.“투항하겠습니다.”그때 누가 무기를 버리고 무릎을 꿇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도 잇달아 투항했다.우두머리인 송명호가 죽은 이상 계속 대항할 이유가 없었다.투항하면 적어도 목숨은 건질 수 있지 않은가.상황이 전환되어 송 가주 일가가 승리했다.“할아버지, 아버지.”송청연이 외치며 앞으로 달려갔다.“난 괜찮다.”송 가주는 부축임을 받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역전승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염구준의 앞에 다가간 그는 무릎을 꿇었다.“염 선생, 살려줘서 고맙습니다.”“염 선생, 감사합니다.”송 가주 일가 모두 무릎을 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