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봇이 고중천의 앞을 막은 걸 본 염구준은 일이 잘못됐음을 느꼈지만 검을 다시 뽑기에는 이미 늦은 뒤였다. "하압!"염구준이 팔을 흔들자 어마어마한 양의 검기가 나오더니 T봇을 순식간에 박살내 버렸다!이렇게 반보천인의 개조 로봇은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된 셈이 되었지만, 고중천은 이 기회를 틈타 얼음 원소의 힘을 불어넣은 검으로 염구준을 찔렀다.쾅!그러자 염구준은 재빨리 얼음을 부수고 뒤로 물러나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방금 너무 많은 힘을 쓴 탓에 오른팔이 계속 떨려왔고 혈관이 다 터져버려 옷이 피로 흠뻑 물들어 버렸다. "하하, 빨리 가서 치료를 받지 그래? 그렇지 않으면 네 오른손은 평생 검을 잡을 수 없을 테니까."고중천은 얼굴의 주름이 접힐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비록 큰 전력을 하나 잃기는 했지만 염구준의 필살기를 막았으니 헛되지 않은 공격이였기 때문이다.오늘 고씨 가문을 평정하고 가문을 하나로 통합하기만 하면 앞으로 염구준을 더욱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어머니의 복수를 위해서라면 한쪽 팔을 잃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염구준은 심한 고통을 참으며 다시 구자검을 집어들었지만 이미 도착한 십검시가 다른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손가을에게 달려갔다.이를 곁눈질로 얼핏 본 염구준은 적인지 아니면 같은 편인지 몰라 일단 공격을 포기하고 손가을의 옆으로 달려갔다."십검시, 얼른 검진을 만들어 나와 함께 염구준을 죽이자."고중천은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했다.자신과 십검시가 함께 오른팔이 다친 염구준을 공격한다면 상대방을 죽일 수 있을 거라고 여겼으니 말이다. "주인님을 뵙습니다!"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십검시는 손가을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 “...”이 모습을 본 고중천과 염구준 부부 모두 멍해졌다.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와서 이상한 행동을 하니 그 누구도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갑, 너.. 대체 뭐하는 거야?!" 고중천은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유란 가주가 떠
"어머니, 저희 먼저 집에 가겠습니다!"그녀는 품 안의 유골함을 보고 염구준의 말대로 먼저 용필과 함께 청해시로 돌아가려고 했다."저도 같이 갑시다. 평생 아가씨를 옆에서 지키고 싶어요."이때, 강희주가 부탁했다."함께 가시겠다니, 저야 영광이죠."손가을은 흔쾌히 동의하면서 강희주의 팔을 잡았다.죽은 주인을 오랫동안 지킨 그녀의 행동은 정말 존경할만 했다. "주인님, 저희도 같이 가도 될까요?" 이에 갑도 간청했다."저희가 아는 사이였던가요?"손가을은 말을 마친 후 밖으로 나갔지만 누구도 그녀를 막지는 못했다.'이런, 미움 받았군.'십검시는 어찌할 바를 몰라 제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전신 위 경지의 강자들이 자존심을 버리고 지켜주겠다는데 거절했으니 말이다.이런 일은 아마 역사상 처음일 것이다."그럼 저희는 어떻게 합니까?" 뒤에 있는 사람이 물었다."먼저 주인님을 집까지 모신 뒤 다시 고씨 가문을 재건하자. 나머지 일은 나중에 얘기하고."갑이 답했다.손가을은 아직 그들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현재로서는 천천히 다가갈 수 밖에 없었다.고씨 가문의 싸움은 고우혁이 중상을 입으며 거의 끝나갔지만 고영준과 고대영은 머리가 아파왔다. 이 뒷처리는 그들이 해야 하니까.한편, 염구준은 아직도 고중천을 추격하는 중이었다.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염구준 혼자만 쫓아오는 걸 눈치 챈 고중천은 속으로 연신 다짐했다. '계속 쫓아와 봐. 좀 있다 죽여줄 테니.'조사당에서 싸울 때는 비록 밀렸지만 지금 가는 곳에 도착하면 누가 질지 모르는 일이었다.슉슉.바로 그때, 뒤에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예리한 검기가 날아오자 고중천은 재빨리 몸을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이미 염구준의 공격 범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가까워진 덕분에 염구준은 그가 피하는 사이에 왼손으로 칼을 휘둘러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었다.챙!고중천은 검을 휘둘러 막고난 후 계속 뒤로 물러나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갔다.두 사람은 주
그러나 칼은 무언가에 부딪혀 버려 찌르지 못했다.그것은 바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투명한 고드름 때문이었다."본 적 없지? 이건 천연적으로 만들어진 천년 빙백검이다. 여기에 줄곧 묻어놨었지. 이 검 역시 예전에 고유란이 발견한 거야. 이 검으로 널 죽이면 구천에서 네 어미가 무슨 생각을 할지 모르겠네!"고중천은 승부가 이미 갈렸다고 느껴 여유롭게 설명했지만 염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뒤로 거둔 뒤 다시 계속 공격을 가했다.상대방이 어떤 검을 쓰든, 어떤 기술을 쓰든 오늘 반드시 죽일 것이라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었다. "네가 계속 공격했으니 이젠 내 차례겠지?"고중천은 염구준의 검을 쳐낸 후 더 이상 방어만 하지 않고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빙백검을 쓰니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았다!'강하다..'염구준은 빙백검을 막을 때마다 체내에 한기가 전해져 오는 것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몸 주위에 있는 불꽃도 찬바람에 흔들려 언제든지 꺼질 수 있는 정도였다. 한마디로 지금은 염구준이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는 뜻이다."하하,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쫓아오래? 죽어도 누구도 못 찾을 곳에 묻히게 생겼잖아."고중천은 환하게 웃으며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한기는 냉동실에서 갓 꺼낸 시체보다 더 차가웠다.쉴새없이 공격해오는 예리한 검술에도 염구준은 오른손을 몇 번 쥐었다가 그냥 내려놓고 줄곧 왼손으로만 막았다.'오른손은 이제 마음대로 쓸 수 없어.'그러니 마지막 승부를 가릴 때에 오른손을 쓸 수 있도록 아껴두어야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계속 싸움을 이어갔고 해가 질 때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염구준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 고중천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묵묵히 싸움에만 전념했다.환경의 도움도 있으니 염구준을 빠르게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상대방은 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하고 굳셌기 때문이다.'왼손으로도 내 공격을 빈틈없이 막아내다니. 대단하군.'시간은 흘러 달은 어느덧 하늘 높
아직 그 정도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근처까지 왔다.무기가 난무하는 시대에 검을 이 정도로 연마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쿵!순식간에 두 사람은 최강 초식이 되어 맞붙자마자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나면서 바로 나가떨어졌다.그때 고중천이 얼음을 결정으로 환화하여 바닥에 냅다 뿌려댔다.하지만 염구준이 계속 공격을 가하자 그는 어마어마한 검기에 눌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검을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몸은 더더욱 움직일 수 없어서 염구준이 검을 들고 공격할 때까지 지켜만 봐야 했다.“윽!”염구준이 빙백검을 물리치고 구자검을 고중천의 가슴에 찔렀다. 동시에 검에서 검기가 폭발하며 그의 오장육부를 파괴했다.숨 한 가닥만 남은 고중천은 그렇게 맥없이 쓰러졌다.드디어 승부가 가려졌다!“콜록…! 네가 선조의 본원 검기를 길들였다니 믿을 수가 없구나.”고중천은 계속 피를 토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어렵나?”염구준은 가볍게 받아 쳤지만 오른손에서 구자검이 스르르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떨어트렸다.지금 오른손에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피범벅이 된 팔이 몸뚱이에 달려있을 뿐, 아마도 쓸모가 다한 것 같았다.“으스대지 마. 내가 만약 인제를 사용했다면 넌 분명 죽었어.”고중천이 가까스로 말했다.그 초식을 사용하면 그도 죽기 때문에 참은 거긴 하지만 지금은 사용하고 싶어도 그럴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다 죽어가는 목숨인데 그 초식을 쓸 여력이나 있겠어? 그리고 세상에는 그렇게 많은 만약이란 없어.”염구준이 다시 검을 들고 고중천에게 다가갔다.벌겋게 충혈된 눈에 살의가 가득했다.“하하하.”고중천이 큰소리로 웃더니 갑자기 비수를 꺼내 자신의 목을 베려고 했다.하지만 염구준이 한 발 앞서 목을 베었다.어머니의 복수는 직접 본인의 손으로 해야 했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비틀거리며 하산했다. 한 차례 기나긴 싸움을 했더니 체력이 떨어져 당장 에너지 보충이 필요했다.비록 빙백검이 보검에 속했지만 설산을 떠나면 녹아버리는 검
”누가 앞으로 나오면 우린 바로 공격한다!”앞장선 마을 이장이 힘차게 외쳤다.“퉷! 영감. 어디 한 번 공격해 봐!”정장을 입은 남자가 앞으로 다가가며 침을 뱉었다.상대방이 도발해도 마을 사람들은 감히 나서지 못하고 경계태세만 유지했다.“그냥 가. 우리 과수원을 내놓지 않을 거야.”이장이 다시 소리치며 손에 든 창을 꽉 잡았다.“좋게 얘기하자고. 우리 대농회사에서 과수원을 매수하는 거 영광인 줄 알아!”정장남은 반듯한 이미지와 다르게 반말에 사투리를 날렸다.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열이 받아 큰소리로 비난하기 시작했다.“왜 가서 과수나무를 빼앗지 그래?”“맞아. 과일 1키로에 천원도 안 한다니. 이거 사람을 우습게 보는 거야.”“꺼져. 우리 마을에서 강도들은 환영하지 않아!”쏟아지는 욕설에 정장남은 분노하며 명령 투로 바꿨다.“누가 말을 듣지 않으면 죽도록 쳐라!”명령이 떨어지자 머릿수가 마을 사람들 두 배나 되는 부하들을 모두 쓸어갔다. 정말 싸운다면 마을 사람들이 큰 손해를 볼 것이 분명했다.솔직히 이장은 두렵지만 마을 사람들 위해 앞장서야 했다.상대방이 점점 접근하면서 곧 치열한 몸싸움이 일어날 무렵!“와! 냄새 좋네. 먹어도 됩니까?”염구준이 냄새를 맡으며 다가왔다.‘이거 분명 돼지갈비찜 냄새야.’이장은 마을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아침부터 돼지를 잡아 요리를 해놓고 다같이 모여서 먹기를 기다렸던 것이다.‘어디서 온 거지놈이지?’염구준의 옷은 피범벅에 여기저기 찢어져 모두 거지로 착각했다.“에이, 관두자. 김씨 아주머니. 이 사람한테 밥이랑 갈비찜 좀 갖다줘요.”외딴 산지대에 살지만 마을 사람들 모두 인심이 후했다. 아무리 번거롭더라도 다른 사람을 도우려는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들뿐이였다. “감사합니다.”염구준은 깍듯하게 감사 인사를 표했다.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은 겉보기엔 거지 같았지만 정장남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혹시나 해서 그가 밥을 다 먹고 간 후에 쳐들어가기로 마음 먹었다.잠시 후, 김씨
한편, 맞은편에서 시계를 보던 정장남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시작해!”그는 더는 기다리기 싫었기에 누가 나서기라도 한다면 전부 처리할 작정이었다.“가자!”정장남이 막대기를 휘두르며 기세 등등하게 앞서 갔다.그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서 몸이 저절로 떨렸다.그들은 성실한 농사꾼들이기에 상대방이 저가로 과수원을 매수하겠다고 하지만 않는다면 전혀 싸울 생각이 없었다.“아아악!”이때 갑자기 정장남이 비명소리를 질렀고, 부하들 모두 놀라 뒤돌아봤다.그의 다리에 어느새 젓가락 하나가 꽂혀 있는 게 아닌가!“아주머니. 젓가락 하나를 써버렸는데 새것으로 주시겠어요?”염구준이 웃으면서 말했다.“저놈이 젓가락을 꽂았어?”방금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정장남에게 향해 있느라 염구준이 무엇을 했는지 보지 못했다.“알았어..”그러자 김씨 아주머니는 새 젓가락을 꺼내 건네주었다.“감사합니다.”염구준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계속 밥을 먹었다.열받은 정장남은 그가 한 짓이란 걸 알고 큰소리를 쳤다.“먼저 저 거지 새끼를 죽여라!”“아아악!”그러자 부하들이 고함소리를 지르며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 수백 명 가까이 되는 무리가 달려들면 그를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 수도 있다.“젊은이, 빨리 도망가! 우리가 막아 줄게.”이장이 창을 들고 앞장섰다. 그는 염구준이 젓가락을 던진 것만으로도 이미 한 편이라 여겼다.“왜요? 갈 사람들은 저놈들이죠.”염구준은 마지막 한 입까지 놓치지 않고 싹싹 긁어 먹은 후 그릇을 내려놓았다.그리고 달려오는 무리를 보며 경멸하듯 노려보았다. 배부르게 먹었더니 부활한 것처럼 몸에 에너지가 차올랐다.‘팔극철산장.’염구준이 몸을 번쩍 들어 마을 사람들 앞에 서더니 무리를 향해 순식간에 돌진했다.오른팔에는 부상을 입어 왼팔로 9할의 힘을 다해 그들과 부딪쳤다.그래도 상대방은 그 힘을 이기지 못해 양쪽으로 튕겨 나갔다.머릿수가 많아도 그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니 그의 눈에는 애송이나 다름없었다.그리고 염구준은 순
의식이 조금 남은 정장남이 애절한 눈빛으로 도움을 청했다.“임시 구조는 돈을 추가해야 해.”나무 가지에 20대로 보이는 청년이 비스듬히 기대어 조건을 제시했다.그는 앉아서 가격을 부르는 일에 아주 능숙했다.“알았어. 부르는 대로 줄게..!”목숨이 달린 일이니 감히 흥정도 하지 못하고 바로 대답했다.협상이 이루어지자 청년, 강대웅은 나무 위에서 뛰어내려 염구준에게 다가갔다.“이봐, 풀어줘. 돈 절반을 나눠 줄게.”강대웅은 손을 쓰지 않고 돈을 받는 것을 원했다.평소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겠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었다.“난 돈에 관심이 없어. 젊은 나이에 종사에 도달한 것 같은데 부디 자중해.”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염구준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신경쓸 필요가 없었다.“헐, 건방지네. 방금 실력을 보니까 이제 종사에 들어선 것 같은데.”강대웅은 말하는 동시에 한 쌍의 유협도를 꺼냈다.그는 원래 사람을 죽여 돈을 버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돈을 포기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힘을 쓰겠다는 생각이였다.강대웅이 염구준을 살펴보았는데, 그의 검은 등에 있으니 당분간은 검을 뽑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마지막으로 충고하는데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거야.”염구준이 싸늘한 말투로 경고했다.‘바로 지금이야!”지금의 절호의 기회라 느낀 그는 잽싸게 사각지대인 염구준의 뒤로 가 두 손에 유협도를 들고 그의 등을 내리찍으려고 했다.“조심해. 뒤에 있어!”마을 사람들이 그 장면을 보고 혹시라도 염구준이 당할까 봐 귀띔해 주었다.이 바닥에서 강대웅은 명성이 자자한 고수로서 누구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기에 자신감이 넘친 상태였다. 염구준을 단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착각에 휩싸여 있었다. ‘늦었어.’쿵!하지만 역시 염구준은 달랐다! 유협도가 염구준의 등과 1센치 가까이 거리를 두었을 때 무형의 힘으로 막아 버렸다. 모두의 앞에서 피가 튀기는 장면은 다행히도 발생하지 않았다.“호체기운!”같은 무술인이라 강대웅은 말하지 않아도 어떤
정장남이 다행이라고 안심할때쯤, 이내 두 발에 통증이 느껴지더니 이내 마비되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으악..! 내 발!”극심한 통증으로 그는 잔뜩 인상을 구기고 바닥에서 뒹굴었다.그는 순식간에 불구가 되어 버렸다!“누구의 개가 되는 건 괜찮지만 미친개는 되지는 말아야지.”염구준이 담담하게 한마디 던지고 마을 주민들을 향해 걸어갔다.강대웅의 부하들은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왜 아직도 꺼지지 않지? 너희들도 저 꼴이 되고 싶어?!”“허걱. 빨리 가자!”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부하들은 정장남을 업고 주차한 곳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혹시나 염구준이 쫓아올까 봐 부랴부랴 차를 타고 도망쳤다.강대웅을 보던 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하게 웃었다.“돈을 주면 아무 일이나 다 하지?”“맞습니다.”강대웅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상함을 느끼고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닙니다.”등골이 오싹해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고, 그저 반천인 고수에게 덤벼서 사태가 심각해진 것만 생각났다.염구준은 돌아와서 마을 주민들을 향해 질문했다.“이 사람 여기서 무슨 짓을 했습니까?”어떤 일은 확실하게 물어봐야 다시는 실수하지 않기 때문이다.마을 주민들 또한 염구준이 그들을 도와주고 있다는 걸 알기에 더는 감추지 않았다.“작년에 저놈이 사채업자들을 도와서 기용이 아빠 다리를 부러트렸어.”“반년 전에 이장의 한 쪽 손도 부러트렸어. 누가 돈을 줘서 지시했다나 뭐라나.”“엊저녁에 집 한 채를 불 태우고 과수원을 팔라고 협박까지 했어.”마을 주민들이 그들의 죄행을 모조리 말했다.따지고 보면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쉽게 용서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충분이 나쁜 놈이라는 것을 증명했다.“널 그냥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염구준이 혀를 차며 구자검을 꺼냈다.“선배님, 살려주세요…! 밥벌이하느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강대웅은 너무 무서워서 계속 이마를 바닥에 박으며 큰절을 올렸다.“하.. 이럴 줄 알았으면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
“두 가지 선택을 줄게. 여기서 죽거나 바다에 뛰어내려서 헤엄쳐 가.”듣다 못한 노인이 언성을 높였다.“여긴 용하국의 해역이다. 너희들 멋대로 행패를 부릴 수 없다.”“아니지. 1분 전에 용하국을 벗어났어.”우두머리가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체크했다.“시간이 많지 않아. 5분 줄 테니까 대답해.”장난치는 게 아니라 시간이 되면 진짜 말한 대로 할 것이다.청년과 노인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고 속만 끙끙 앓았다.“3분 됐어.”우두머리는 계속 시간을 말해주었다.참다 못한 노인이 따져보려고 입을 열었다.“너희들… 컥!”말을 꺼내기 전에 노인의 머리가 멀리 날아갔다.일행의 살의는 생각보다 강했다.“쓸데없는 소리 지껄이라고 했어?”우두머리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발로 툭툭 찼다.단진무성 초기에 도달한 무술인이었다.기운만 봐도 우두머리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아저씨!”청년은 머리 없는 시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음을 터트렸다.“사람을 죽였어!”파티를 즐기던 사람들이 이 장면을 보고 기겁하는 소리를 지르며 흩어졌다.피범벅이 된 살인 현장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누가 감히 천랑성호에서 살인을 저질러?”살인 사건이 터지자 매니저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현장에 나타났다.“왜 청목 존주님의 일에 너희들이 끼어들어?”남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청목 존주님?’청목 존주란 이름은 전에 들어본 적 없었지만 최근에 용하국에 이름이 자자했다.유람선을 운영하는 매니저는 혹시나 부딪칠까 걱정했는데 하필 오늘 만날 줄은 생각도 못했다.“형님들 마음대로 하세요.”
승무원은 초면인 사람에게 더 건방지게 굴었다.“거지 같은 파티에 티켓 없으면 들어갈 방법이 없나?”염구준은 믿지 않았다.금전을 숭상하는 유람선에서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한 사람당 티켓 200만 원 내면 들여보낼게. 그럴 돈이 있어?”승무원이 의기양양한 말투로 물었다.몇 시간밖에 안 되는 파티에 200만 원이라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하. 생각보다 싸네. 7장 줘.”염구준은 돈 뭉치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그가 돈 뭉치를 던질 줄은 생각도 못했는지 승무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뭘 봐? 이건 돈이 아니야?”염구준은 큰소리치며 전혀 체면을 주지 않았다.‘사람이 서로 존중해야지 때리지 않은 것만 해도 많이 봐준 줄 알아.’큰소리에 깜짝 놀란 승무원이 꽥하고 소리질렀다.“안 돼. 차림새가 너무 촌스러워!”그녀는 트집잡기 선수였다.방금 금목걸이에 모피를 걸친 사람도 들여보냈는데 염구준 일행은 안된다고 잡아뗐다.원래 문지기 개는 주인보다 사나운 법이었다.“매니저 어디 있어? 얘기 좀 해야겠어.”염구준은 승무원과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경호원, 누가 소란을 피워요. 빨리 오세요!”오히려 승무원이 적하반장으로 저쪽을 보며 소리질렀다.이 일이 매니저에게 알려지면 바로 쫓겨나게 되니 절대 만나게 하면 안 되었다.“이 사람들 잡아서 쫓아내세요.”20명 넘는 경호원이 나타나자마자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들었다.쓸데없는 말을 하기보다 사람을 잡는 게 더 확실하다고 생각했다.쿵!그때 주작이 기운을 펼치며 달려오는 경호원들을 전부 튕겨버렸다.“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 무슨 싸움을 하겠다고. 너희들 목숨줄이 그렇게 길어?”아무리 간이 부어도 상대가 누군지 보면서 덤벼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문외한들은 무술에 대해 모르니 경호원들이 날아가는 장면을 보고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때 함성 소리와 함께 승무원 옷을 입은 꺽다리가 나타났다.“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매니저님, 이 사람들 행패
“이쪽은 가짜, 저쪽은 진짜예요. 됐죠? 당신들은 나가세요.”승무원의 태도는 반감을 살 정도로 불쾌했다.염구준은 무시하고 지나칠 수 있지만 나머지 6명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우리 티켓이 가짜라면 말없이 나갈 수 있어요. 근데 그쪽 태도가 영 마음에 안 들어요.”염구준이 나지막하게 말했다.“흥, 불만이세요? 여기서 내 말이 법이에요.”승무원이 표독스럽게 대꾸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산 사람들에게 아예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촥촥!보다 못한 주작이 바로 승무원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네가 뭔데?”감히 보스 앞에서 법을 내세우다니 참을 수가 없었다.승무원은 오랫동안 근무했지만 이렇게 폭력적인 상황은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최하 등급 티켓을 사는 주제에 감히 자신의 뺨을 맞은 것이 억울해 바로 전기봉을 들었다.“미친년, 방금 날 때렸어?”탁!하지만 내려치기 전에 전기봉이 주작의 손에서 두 동강이 났다.이어서 묻지마 폭행이 이어졌다.“주둥이를 확 찢어버릴라. 방금 뭐라고 했어?”“아가씨, 잘못했어요. 너무 아파요!”승무원이 비명을 질렀다.“저년 바다에 처넣자. 아니면 귀찮아져.”옆에서 백호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멍청한 말을 꺼냈다.그 말에 승무원은 물론 옆에 있던 모녀까지 벌벌 떨었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사람을 바다에 처넣다는 말에 단단히 겁을 먹었다.“아니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안목이 없어서 무례를 범했습니다. 당신들 티켓은 진짜예요.”승무원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사정했다.“만약 귀찮게 일을 벌리면 바로 물고기 먹이가 될 줄 알아. 꺼져!”염구준은 살기를 뿜으며 승무원에게 겁을 주었다.만약 복수한다고 사람을 부른다면 일이 귀찮아지게 될 것이다.“절대 안 그럴게요. 절대요.”제대로 겁먹은 승무원은 네 발로 기어서 도망갔다.“따… 딸아. 우리 그냥 티켓 다시 사자.”아주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딸에게 말했다.염구준 일행은 겉보기에 선한 얼굴이지만 화가 나면 저승사자 같아서 괜히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잠깐
“저기요. 뭐 좀…”“아는 척하지 마세요. 차림새를 봐.”말이 끝나지 않았는데 젊은 승무원에게 무시를 당했다.‘작전을 위해서 참자.’현무는 억지로 웃으면서 물었다.“9527호실은 어디로 가면 됩니까?”그들 일행은 일련번호가 찍힌 티켓을 들고 있어 방 한 칸만 찾으면 되었다.“몰라요.”승무원은 눈을 흘기며 으리으리하게 차려 입은 남자에게 달려갔다.“고객님, 천랑성호에 탑승한 것을 환영합니다. 원하는 서비스가 있을까요?”고급진 장소일수록 인간의 본성이 드러났다.그 모습을 지켜본 현무는 열 자리 이상 숫자인 통장 잔고를 승무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무시당하는 기분이 정말 불쾌했다.“한 사람 한 층씩 찾아.”염구준은 이어폰으로 객실을 찾으라고 명령을 내렸다.이번 작전에서 첫 명령이었다.“네. 알겠습니다.”일행은 작전 명령이라 여기고 빠른 걸음으로 객실을 찾으러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어폰에서 말소리가 들렸다.“찾았어요. 3층 중간 방입니다.”객실에 도착한 후, 염구준은 일행이 도착하자마자 짧은 회의를 열었다.“이번 작전은 아주 위험해. 내가 반천인 경지 개조 로봇을 봤어. 그러니까 방심하지 말고 불필요한 상황에서 절대 나서지 마. 만약 밖에 나가서 놀고 싶다면 주작을 찾아서 분장한 다음에 나가. 알겠지?”엄숙한 표정으로 짧게 설명하던 염구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이번 여행을 즐기자. 유람선에서 비용은 내가 다 쏜다.”그 말에 다들 눈을 반짝였다.“형님 만세! 벌써 신나요.”세계 유람이라도 다들 비용을 낼 형편은 되었다.하지만 다른 사람이 비용을 낸다면 기분이 달랐다.똑똑!다들 기뻐할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음식을 주문하지 않았고 아는 사람도 없는 유람선에서 누가 찾아왔는지 어리둥절했다.염구준이 일어서 문을 열자 낯선 모녀가 밖에 서 있었다.“무슨 일입니까?”아주머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휴, 당신들 우리 열쇠를 훔치고 우리가 예약한 방에 들어왔는데 무슨 일이라니요?”아주머니의 눈길을 보니 당장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