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호는 이를 물었다. 화가 난 나머지 얼굴도 새빨개졌다. 이게 그냥 손을 씻는건가? 아니, 이건 그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였다.몇 조억을 가지고 있는 부자로서, 부산 몇개 도시의 유명한 뱀 우두머리로서, 그는 한 평생 이런 치욕을 당한적이 없었다!"자, 여러분, 손 닦으시고 계속 노래부르고! 계속 신나게 놉시다!"구준은 가을의 손을 잡고 동료들에게 미소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클럽 사장을 보고 덤덤히 입을 열었다. "어쩌다 와서 스트레스를 푸는데 쓰레기한테 방해를 받으면 안되죠. 전세냈다고? 좋습니다! 전세 낸 비용이 얼마든 오늘 제가 열배로 냅니다! 필요없는 사람들은 내보내세요!"열, 열배?!클럽 사장의 동공이 움직였다.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보였다. 오늘 전세 낸 비용이 얼마인가?3억이다! .. 열배면 30억!그는 이때까지 클럽을 열면서 염 선생님처럼 돈많고 호탕하고 박력있는 남자를 본 적이 없었다.10배의 가격으로 전세를 낸다니, 그야말로 미친 행위였다!"어이, 염씨!"안건호는 두 눈이 빨개졌고 이를 악문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돈으로 나를 누르려고? 아직 젊군. 내가 오늘 전세를 낸다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내지! 나랑 놀고싶어? 그럼 오늘 끝까지 놀아주마!"말을 마친 그는 클럽 사장으로 고개를 돌리고 얼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20배. 69억으로 오늘 전세내겠어 여기! 빨리 쟤네들 꺼지라고 해!""20배? 하하"염구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손가락 하나를 치켜들고 웃으며 말했다."오늘 여기 누구도 내게서 뺏어갈 수 없어. 나는 100배를 내지."100배?미쳤다,정말 미쳤다!백배면 얼마인가?자그마치 300억이다!레인 와인바가 지금까지 운영하면서 8년동안의 정산을 합쳐도 그 정도는 안된다!눈앞의 손영 그룹 염부장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 같았다!이 안씨 돼지는 염부장님에 비하면 뭔가?개똥도 안되었다!"백배......"구준의 뒤에있던 손씨그룹 직원들은 멈칫했다. 흥분되여 온몸이 떨렸
비록 말은 안했지만 눈빛이 모든걸 다 설명했다. 내가 너보다 돈이 많고, 너보다 더 미쳤고, 돈으로 네 얼굴 때리는거라고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라고. "때려,죽을듯이 때려!"안건호는 더이상 참지 못했다. 치아는 너무나도 꽉 물어서 부서질것 같았다. 그는 뒤에 있는 여덞병의 경호원들을 향해 손짓했다. "여기있는 모든 사람들, 한명도 놓치지 말고. 특히 저 염씨 죽을듯이 때려, 형체도 못 알아보게 때려!"안건호의 뒤에 있던 성렬을 우두머리로 한 여덞명의 경호원들이 구준의 얼굴을 향해 달려갔다. 표정은 흉악했다. 그들은 모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라 어느정도의 능력이 있었기에 실력은 뒤쳐지지 않았다. 주먹을 뻗는 찰나의 순간에도 이미 일곱 여덟개의 주먹과 다섯 여섯개의 발이 구준을 향해 날아갔다."겨우 이정도야? 너무 약해!"구준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른손으로는 가을의 손을 잡고 왼손은 가볍게 들었다.팍, 팍, 파팍, 파파팍.눈깜짝할 사이 구준의 손은 여러개의 잔영을 남겼고, 8명 경호원 모두 한 번씩 뺨을 맞았다."아!"여덞명의 비명소리는 거의 동시에 울렸다. 그들은 공중을 날아 몇미터 밖으로 날랐다.어떤 이는 무대위로 떨여졌고, 어떤 이는 클럽의 유리 술상을 넘겨뜨렸고, 어떤 이는 더 멀리있는 바카운터의 벽에 부딪쳤고, 어떤 이는 전렬대에 놓여진 술을 모두 엎어버렸다.잠깐 사이에 여덟명의 고수들이 모두 구준의 한방으로 쓰러졌다.꾸...꿀꺽.조용해진 클럽안에서 몇명인지도 모를 사람의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고 눈알은 튀여나올듯 놀라했다. 역시 손영 그룹의 경호원 부장은 달랐다. 아주 막강하다! 순식간에 8개의 뺨을 때린다? 상식을 벗어난 실력이었다."움직임이 작지 않네, 이렇게 많이 부수다니."구준은 여덟명의 경호원들은 보지도 않고 클럽 사장을 보며 미소지었다. "계산해주세요, 모두 얼마만큼 피해를 입었는지. 술값, 전세비, 부서진 물건들이랑 술상...... 오늘 밤에 든 모든 금액 저한테 정확히 알려주세요!"클럽 사장은
안건호의 낫빛은 순식간에 파랗게 질렸다. 여덟명의 전문 경호원들도 구준의 상대가 아닌데, 보통 사람에 불과한 그가, 그것도 100키로 정도의 살을 달고나서 구준을 상대한다? 그는 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였다. 구준의 화를 돋구면 목숨 절반은 잃었다고 볼수있다."염 선생님, 이만 화 푸시죠."안건호는 두 눈이 빨개지고 얼굴에는 억울함이 어려있었으며, 목소리는 치아 틈새사이로 겨우겨우 내는것 같았다. "클럽의 피해는, 제......제가 전액 배상하겠습니다!"배상금은 매우 쎘다. 클럽의 피해, 정상적으로 소비한 것, 구준등 사람들이 손 씻은 라마 메를로...... 무려 21억 9604만원 이였다. 안건호의 얼굴에는 혈색이 돌지 않았다. 아무 반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배상금을 직접 계산해야 했다. "염 선생님."클럽에서 카드를 긁어 계산한 뒤 안건호는 구준의 앞으로 다가왔다. 얼굴은 화를 꾹 참고있는 듯했다. "클럽의 피해 배상금은 다 지불했으니 이제 가도 될까요?"구준은 눈도 들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꺼져!""너......"안건호는 이를 악물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여덟명의 다친 경호원들을 데리고 나갔다. 그러다 클럽 입구에서 멈추더니 뒤를 돌아 구준을 빤히 쳐다보았다. 눈빛에는 원망이 서려있었다."염 부장님, 만세!"클럽안, 손씨 그룹의 직원들은 잠시 멍때렸지만 이내 이구동성으로 소리질렀다. 얼굴에는 환희의 미소가 걸려있었다."염 부장님!"한 부문의 경리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구준을 향해 감탄했다. "오늘 정말 덕분에 시야가 넓어졌습니다. 염 부장님이 이렇게 대단하신줄은 몰랐어요! 무려 여덟명의 전문 보디가드들을 순식간에 다 쓰러뜨리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맞아요, 부장님 오늘 정말 나이스하셨습니다! 몇천짜리 술로 손을 씻다니, 저 안 돼지 체면이 부장님 덕분에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가을도 구준을 응시했다. 입술은 살짝 깨물었고 얼굴은 빨개졌다.구준이 오늘 한 모든 일이 다 예상밖이였다. 한푼
장무현은 벤틀리 뒤좌석에 앉아 맞은편에 앉은 손태진 부자를 보며 이를 꽉 물며 말했다. "나 장씨 가문 둘째 도련님이 청해 이 작은 곳에서 일이 터지다니! 염구준......그를 처리할 무슨 방법이 있는지 말해!"손태진은 머리를 숙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갑자기 머리를 들었는데 눈에는 악독함이 서려있었다. "아낄수록 가질게 없는 법이죠. 제가 이번에 미끼가 되겠습니다!" 옆에 있던 손호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아버지,설마......"손태진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언의 결심을 내린듯 그는 한 글자 한 글자씩 천천히 말했다“.너 지금 운성으로 가서 청강한테 말해. 그가 내세운 인수조건 다 받아들이겠다고! 그리고 내 요구는 딱 하나라고 전해주렴. 삼일내에 손태석 집안 모든 사람들의 시체를 봐야겠다고!"다음날,운성.이곳 또한 해동성의 연해 개방 도시 중의 하나로서 청해와는 대략 150키로메터 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므로 두 도시의 경제 래왕은 더욱 밀접해졌다."강형."호화로운 인테리어의 도박장 내 손호민은 맞은편의 가죽 소파에 앉은 단발머리의 남자를 보며 공손히 말했다. "형님이 내세운 인수 조건 저희 아버지가 다 동의하셨습니다!"단발머리 남자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무서운 웃음을 지었다. 그, 청강은 운성 지하에서 유명한 인물로, 깡패조직과 정파조직에 다 몸 다구어 300명이 넘는 부하를 거느리고 있다. 또한 거금을 들여 해외에서 두 명의 무술 전문가를 모셔왔기에 당지의 제일 권력가였다. 이 몇년간 그의 아래에 있는 기업들은 부단히 세탁을 함에 따라 그는 먼저 일곱 여덟개의 회사를 인수했는데 그의 다음 목표가 바로 청해시의 손씨 집안이였다!"손태진이 머리가 멍청하진 않단 말이야? 사리 구별할줄은 아는거 보면!"청강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만족스럽다는듯이 한모금 피였다. "내 조건이 승낙하기 쉬운 건 아닌데, 손태진이 이렇게 박력 있게 나오는 거 보면 어디 보자...... 또 다른 요구가 있구나?""강형은 역시 강형이십니다! 뭐든 못 숨기
청해시, 손 씨 그룹.워크숍에서 돌아온 지도 이미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손태석은 집에서 휴양하고 있었다. 전의 절던 다리는 거의 다 나았고 회사일도 지체되지 않아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갔다. 손가을은 돌아온 후 바로 일에 몰두했다. 공업지역에 있는 새 공장도 정식으로 지어 사용할 수 있게 되였는데 구준은 시에 있는 사무소에서 실시간으로 인사를 조정하는 책임자로 있었다.이때, 새 공장 지역.공장장의 비서, 정장을 입은 안경을 낀 남자가 헉헉거리며 공장 사무실로 달려 들어왔다. 그리곤 공장장 "주상현"을 보며 외쳤다. "공장장님, 밖에 어떤 사람들이 행패 부리고 있습니다! 말하기로는 우리 공장 안으로 억지로 들어오겠답니다!"뭐?주상현은 당시 이 토지 시공원 감독 책임자였다. 그는 잠시 멍 때리다가 급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너가 바로 여기 공장장 주상현이냐?"산업원 입구, 스물몇 명의 문신을 새긴 남자들이 차가운 웃음을 띠였다. 제일 우두머리에 있는 남자는 입에 담배를 물고 상현을 차갑게 바라보며 소리쳤다. "빨리 너네 직원들 꺼지라고 해. 오늘부터 손 씨 그룹은 내가 접수한다!"주상현의 낫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리고 입을 열려는 순간 그 남자는 상현이 말할 기회도 주지 않고 비열하게 웃으며 선수쳤다. "손 씨 어르신, 손태진이 손 씨 그룹의 사업을 전부 다 우리 큰형님한테 양도했거든? 만약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면, 나도 방법이 다 있다고!"손태진?주상현은 화가 났다!이 공장은 손 씨 그룹, 즉 손태석 것으로서 예전의 청해 손 씨 집안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그뿐아니라, 손태진 집안과는 관계도 끊은것은 이미 청해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빨리 가시오, 우리 일을 방해하지 말고!"주상현은 화를 가까스로 참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곳은 손 씨 그룹 겁니다, 예전의 손영 그룹이 아니라! 손태진이 당신들과 무슨 거래를 했든 우리와는 관계가 없단 말입니다! 만약 계속 행패 부리신다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주상현 뒤로는 일곱 여덟명의 경비들이 모였고, 손에는 모두 고무봉을 쥐고 있었는데 정말로 때리려는게 아닌 그저 겁만 주려는거였다. "빨리 가! 우리 산업에 영향 주지말고! 아니면 손 쓸테니까!"손을 써?남자는 비열하게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먼저 맞겠다고 한거다. 우리 탓이 아니야! 얘들아, 이 주 씨 먼저 잡고 다른 사람을 패버려!"스물몇 명의 문신 있는 남자들이 미친 듯이 웃었다. 마치 늑대가 양을 잡듯이 모두 피바람을 몰고 다니는듯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여덟명의 경비를 가볍게 찍어눌렀다.한 명은 칼을 들어 주상현의 목에 대고 쓰러지게 한 뒤 그의 얼굴을 발로 마구 밟았다.그리고는 퉤하고 침을 뱉으며 말했다. "겨우 이정도로 나랑 싸우겠다고? 지 주제를 몰라!""손가을은? 빨리 그년보고 튀어나오라고 해!"바닥에서 주상현의 얼굴은 빨개졌다.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멀리서 이 모습을 본 비서는 놀라서 공장 사무실로 뛰어갔다. 빨리 이 소식을 손 대표님께 알려야 한다! 아니면 일이 더 커지기에!......"손 대표님!"사무실로 달려간 비서는 숨을 헐떡이며 전했다. "방, 방금전에 어떤 사람들이 행패를 부리다가 공장장님을 데려갔습니다......"그는 문앞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말했다."뭐라고?"손가을은 바로 의자에서 일어났다.화가 나 온몸을 떨었다.비열해,너무 비열해!큰 아버지 손태진이 바로 손 씨 집안의 사업을 운성의 청강한테 팔아 남겼다고? 그것도 손 씨 그룹까지?미쳤어, 정말!"손 대표님, 입구에 있는 그 사람들 정말 흉악해요. 저희 경비들로는 못 이깁니다!"안경을 낀 비서는 얼굴에 있는 땀을 닦았다. 그의 모습에서 조급함이 느껴졌다."저희 아니면 염 부장님한테 연락합시다. 빨리 오시라고! 염 부장님이 그렇게 강하신데, 반드시......""아니!"가을은 입술을 깨물었다. 무언가 결심한것 같았다.손 씨 그룹이 창립된 이후 구준이 도와준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모든 일을 다 그 에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경리
스물몇 개의 눈빛이 모두 일치하게 가을을 쳐다보았다. "네가 손가을?"멀지 않는 곳에 남자가 손에 담배를 들고 있은 채 가을을 아래 위로 훑고는 음침하게 웃었다. "형님이 특별히 생포해 오라고 강조하시더라니 흐흐.. 곱게도 생겼네!"가을은 소름이 돋아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뭐라고? 못알아듣겠네! 왜 공장까지 와서 행패질이죠? 문제가 있으면 저한테 와서 말하세요! 공장 생산을 방해하지 말고, 먼저 사람들부터 놔줘요!"남자는 냉소했다.사람을 놔주라는 기색은 하나도 없었다.그는 가을의 가슴쪽 부근을 힐끗대더니 또 냉소하며 말했다."손대표님,이렇게 큰 새로 지은 공장인데 손에 큰 비지니스건 하나 가지고 계시죠?""생산이 늦어지면 배상해야 할 위약금이 한두푼이 아닐거야? 나랑 거래를 하려면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어? 이건 안 가르쳐도 되죠?"말을 하며 그는 가을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눈에는 스파크가 튀였다.곱다, 정말 고와!그의 눈앞에 있는 손가을은 몸매 건 얼굴이건 모두 대박이였다. 비록 그가 적지 않은 여자들과 놀았다지만 이렇게 최고급인 건 단 한 명도 없었다."도대체 뭘 원하는거죠?"가을은 이를 악물고 그를 바라보고는 소리치며 말했따. "하고싶은 말 있으면 직접해요. 돌려말하지 말고! 우린 당신이랑 낭비할 시간 없어!"남자는 박장대소했다.그는 손가락 하나를 가을을 향해 몇번 꼬더니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고는 얼굴에 변태 같은 웃음을 띠우고 말했다. "손 대표님, 이렇게 고운 미녀는 화내는 것도 아름답네요. 내 영혼까지 빠져 드는것 같아!""급하게 굴려고 하지마요. 거래하자며? 좋지! 호텔 하나 잡아서 천천히 말해봅시다!"말을 마치고 방자하게 웃었다."수치를 모르시네요!"가을은 얼굴이 빨개지고 화가 치밀어 온몸을 떨었다. "저는 당신과 거래할 생각 죽어도 없어요! 손태진과 손 씨 그룹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 그가 계약한건 저희랑 관련 없습니다!"남자는 고개를 젖혀 웃었다. 미치도록 웃었다.한참 웃고 나서 그는 차갑게
누군가의 흐릿하면서 힘 있는 형체가 먼 곳으로부터 휙휙 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그 형체는 마치 평지에 갑자기 나타난 태풍처럼 손가을을 스쳐 지나갔다. 쿵, 쾅! 두 가지 소리가 거의 동시에 들렸다! 몸에 문신이 가득한 두 사내는 상대방의 모습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거꾸로 20미터쯤 멀리 날아갔다. 공중에서 두 사내의 뼈가 우두둑 하며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두 사내는 땅에 떨어지자마자 피를 토하며 목숨을 거두었다!“구.. 구준이구나!”이때 그 형체가 그제서야 동작을 멈추었다. 그 형체를 보자 손가을은 감격한 나머지 흐느끼기까지 하였다. 그 형체의 주인공은 바로 염구준이었다! 방금 염구준의 속도가 너무 빨라 현장에 있던 모든 이의 눈을 어지럽게까지 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염구준이 어떤 동작을 했는지 심지어 어디서 왔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염구준이 나타나는 순간 두 문신한 사내의 발은 이미 공중에 날아올랐다!염구준은 문신이 있는 사내들한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체구가 우람한 사내한테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염구준은 단지 손가을의 섬섬옥수를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나 왔어”‘나 왔어’,짧디짧은 세 글자였지만 손가을에게는 가장 힘이 되는 위로였다. 손가을은 감격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구준 씨가 왔다. 구준 씨가 정말 왔다. 구준 씨가 드디어 왔다!“손가을, 무서워하지 마. 이제 다 괜찮아.”...“당… 당신 누구야?”우람한 체구의 사내가 염구준을 노려보았다. 아까 음탕한 웃음을 짓던 모습과는 전혀 달리 그 사내는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 사람은 분명 고수일 것이다! 우람한 체구의 사내의 두 부하는 한때 성급 산타 선수였기에 실력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염구준과 싸울 때 동작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니? 이 정도 실력이라면 혹시…“네가 염구준이구나!”이 순간 우람한 체구의 사내는 드디어 모든 걸 깨달았다. 그는 두 주먹을 갑자기 들어 올리더니 살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보스가 그러셨어. 염구준
“같이 죽자!”거록은 몸에서 붉은 기운을 미친듯이 발사했다.생사의 갈림길에서 사술을 사용한 것이다.이 기운이 소진되면 바로 목숨을 잃게 된다.심혈주를 연마하지 않은 사술은 반제품에 불과하지만 기운은 놀랍도록 강했다.하지만 염구준은 물러서지 않고 공격 자세를 취했다.그제야 온몸에 전의를 불태우며 진지하게 대응하려는 것이었다.이런 상대라면 전력으로 싸울 가치가 있었다.윙!염구준이 등뒤에 있는 검갑에서 구자검을 꺼내자 검에서 이명소리가 들렸다.그는 두 손으로 검을 잡고 기승을 부리는 검기를 휘둘렀다.쿵!당황한 거록은 단칼을 머리 위에 올려 막았지만 한쪽 무릎을 꿇고 두 팔이 잘려 나갔다.염구준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발로 힘껏 차서 날려버렸다.거록 존주는 강해졌지만 염구준의 진짜 실력에 비하면 발꿈치에도 닿지 못했다.“끝났네.”관전하던 민천석이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여기 계속 있으면 두 사람이 공격할까 봐 적혈석을 챙기고 먼저 떠나려고 했다.바로 그때 뒤에서 살기가 느껴졌다.“푸압!”위험을 감지한 순간 이미 늦었다.민천석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더니 앞으로 쓰러졌다.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다른 놈이 나타난 것이었다.“하하하, 적혈석을 손에 넣었다. 염구준, 오늘은 네 제삿날이야!”남자가 큰소리로 웃었다.말투만 들어도 염구준에게 원한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바로 흑풍이었다.“약은 놈, 이제야 나타났구나.”염구준이 비꼬았다.왠지 흑풍의 기운이 전보다 많이 강해진 것 같았다.“네가 뭘 알아. 이런 걸 능력이라고 하는 거야.”흑풍 존주는 손바닥만 한 적혈석을 들고 몇 번 점프하더니 거록 존주의 앞에 나타났다.보아하니 둘이서 염구준을 상대하려는 것 같았다.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었다.“흑풍, 차라리 내가 죽은 뒤에 오지 그래!”거록은 폐허속에서 일어나며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형을 위해서 적혈석을 빼앗아 왔잖아. 민환의 심혈이 있으면 형도 곧 성공할 거야.”흑풍은 적혈석을 던져주었다.
하지만 두 고수에게 무시를 당하고 말았다.“염구준, 너 방금 나가지 않았어?”거록 존주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다시 들어올 수도 있지. 문제 있어?”염구준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상대를 비웃었다.‘또 속았어!’거록은 열 받았지만 화를 가라앉히고 말했다.“염구준, 내가 적혈석을 가져가면 다시는 보지 말자.”“하, 네가 사술을 성공시키고 나를 죽이러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였어? 게다가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으니 언제든 죽을 거야!”거록의 마음을 꿰뚫어본 이상 여기서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인간들은 죽어도 속죄할 수 없으니 봐줄 필요가 없었다.“네놈이 여러 번이나 내 계획을 망치고 내 부하들을 죽였다. 네가 두려워서 참는 줄 알아?”거록은 말이 통하지 않자 붉은 기운을 폭발시키며 돌진했다.그 모습을 본 염구준은 전에 대결에서 패배한 무술인이 떠올랐다.그 무술인도 이런 사술을 사용했었다.“너 같은 놈은 살려두면 안 돼!”쿵!두 사람은 먼저 상대방의 실력을 탐색하든 공격했다.거록 존주가 뒤로 물러서며 약간 밀리는 상황에 처하더니 이내 서로 주먹을 날리며 공격과 방어를 펼쳤다.고수들 싸움은 대부분 처음에 상대 실력을 탐색하고 마지막에야 진짜 실력을 발휘했다.“상상했던 것보다 실력이 형편없네.”염구준은 싸우면서도 말할 여유가 있었다.거록의 실력을 어느 정도 탐색한 결과, 싸움이 곧 끝날 것 같았다.“우습게 보지 마라!”거록은 소매에서 날카로운 단칼 두 개를 꺼냈다.삼척칼이었다.칼을 든 거록은 한 칼은 염구준의 목, 다른 칼은 심장을 찌르려고 했다.두 곳 모두 치명상을 노린 것이다.거록의 최대 실력이 습격이라니 오늘 처음 알았다.쿵!염구준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단칼을 피하고 주먹으로 다른 단칼을 튕겨서 방어했다.거록의 치명적인 초식은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데 염구준은 아주 쉽게 피했다.“아아아악!”충격을 받은 거록은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미친듯이 포효했다.그러더니 팔다리를 마구 휘두
명령이 떨어지자 일행은 빠른 속도로 남쪽에 집결하여 놈들을 몰아냈다.그 방법이 은근 효과가 있었다.거록 조직의 활동 범위가 좁혀지자 납치했다. 주변을 파괴하는 속도도 느려져 바위성에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었다.모든 것이 정상 궤도에 들어서자 염구준이 다른 명령을 내렸다.“백호, 이제부터 네가 지휘해. 마거봉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그리고 염구준은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갔다.이제 시상식을 올릴 때가 되었으니 적혈석이 나타날 시간이 되었다.거록 존주가 바위성을 혼란에 빠트렸으니 그에게 서프라이즈를 주려고 마음먹었다.한편, 공연장 내부.마지막 프로그램이 막을 내리고 평가 점수가 나오자 현장 분위기는 최고봉에 도달했다.드디어 우승자를 발표할 순간이 온 것이다.“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마술사는 바로 로브 마술사입니다.”사회자가 결과를 발표하자 현장은 다시 고함소리로 들끓고 박수갈채를 보냈다.“로브.”“로브.”로브가 전 세계 마술사 1위 타이틀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막강한 실력 덕분이었다.그 덕에 마술은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발전했다.전에 염구준을 만난 이후로 수법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사회자가 손바닥을 내리자 관중석이 조용해졌다. “이어서 유명한 마술 가문의 민 대표님께서 로브 마술사에게 상을 수여하겠습니다.”드디어 적혈석이 나타났다.평범한 사람들의 이목은 끌지 않았지만, 그것은 몽환적인 피를 상징했고 마술사에게 있어 커다란 영광이었다.윙윙!공중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리더니 민씨 대표가 적혈석을 갖고 무대에 나타났다.염구준이 생각한 것과 같았다.만약 적혈석이 바위성에 있었다면 거록 존주가 진작에 빼앗아 갔을 것이다.슝!헬리콥터 위에서 한 그림자가 뛰어내렸다.민씨 대표는 불꽃을 터트리면서 비행장치에 기대어 안정적으로 착지했다.“민씨 가문의 후예, 민천석 여러분께 문안을 드립니다.”30대 초반으로 되는 것을 보아 민씨 가문 3대 후손일 것이다.민천석은 인사를 올리고 적혈석을 로브에게 건넸다.“로브 마술사님
“저놈들 걸어 다니지 못하게 만들어.”염구준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스스슥!네 그림자가 튕기듯 돌진하면서 강력한 기운을 발산했다.데리고 온 무리를 한바탕 휩쓸고 나니 이성환 혼자 남게 되었다.그가 강한 것이 아니라 옆에 사람들도 보지 못했다.탁탁!이성환은 겁을 먹고 온몸을 벌벌 떨더니 결국은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주변에 지린냄새가 확 풍겼다.“내가 뺨을 때려줄까, 아니면 스스로 때릴 거야?”주작이 앞으로 나서며 두 가지 선택지를 주었다.촤아악!이성환은 바로 몽둥이를 버리고 자신의 얼굴을 치기 시작했다.힘을 엄청 준 탓에 몇 대만에 벌써 입가에 피가 흘렀다.“계속해. 내가 돌아오기 전까지 멈추지 마.”주작이 싸늘하게 말했다.이성환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양쪽 손을 번갈아 가면서 얼굴을 쳤다.“가자.”염구준의 말이 떨어지자 일행은 바람이 스친 것처럼 먼 곳으로 사라졌다.거록 존주의 악행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위험하니 빨리 가서 도와줘야 했다.이성환은 제자리에서 계속 뺨을 쳤다.방금 본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라 감히 떠나지 못했다.거록 조직이 일을 크게 벌였기 때문에 오늘 저녁 바위성은 안전하지 못했다.야밤에 납치 사건이 곳곳에 발생하면서 온 도시가 혼란에 빠졌다.어느 외진 골목에서 온몸에 피투성인 남자가 한 소년의 앞을 막고 있었다.“길거리에서 납치하다니 너희들은 법도 두렵지 않냐?”그 말에 상대방이 껄껄 웃었다.“하하하, 우리는 법보다 이 주먹만 믿어. 게다가 고작 한 달 월급 200밖에 받지 못하면서 뭐 하러 목숨을 걸어. 저리 꺼져!”이런 말을 거침없이 하는 놈은 거록 존주의 부하고 소년을 지키는 남자는 바로 경찰이었다.퇴근하자마자 이런 장면을 보고 도저히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퉷, 내 몸을 밟고 지나가지 않는 한, 목숨을 바쳐서라도 바위성을 지킬 것이다.”경찰은 비수까지 꺼내면서 사투를 벌일 의지를 보여줬다.“정의는 개뿔, 지옥에나 꺼져!”푹!거록 조직의 부하
하지만 미녀와 마주친 남자들은 이대로 가만 있지 않고 휴대폰을 꺼냈다.“저기요. SNS 추가하죠. 저는 이성환이라고 해요. 바위성을 잘 알고 있어서 모르는 게 있으면 얼마든지 알려드릴게요.”“그러죠.”붉은 장미는 별 생각 없이 휴대폰을 건넸다.그냥 연락처를 주고받는 시늉만 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주제를 모르고 계속 말을 걸었다.“마술쇼 끝나면 야식 먹으러 갈까요?”참 고리타분한 수법이었다.야식을 먹으면서 술을 잔뜩 먹이고 다음 절차로 가려는 수작이었다.붉은 장미가 바로 거절해버렸다.“시간 없어요. 그리고 궁금한 거 물어봤을 뿐인데 쓸데없는 착각하지 마세요.”그녀는 염구준 쪽을 쳐다보며 일행이 있다는 눈치를 주었다.“괜찮아요. 다들 같이 가면 더 북적거리고 좋잖아요.”이성환은 말하면서 은근슬쩍 두 팔을 벌여 주작과 붉은 장미의 어깨를 감싸려고 했다.염구준을 포함한 남자는 아예 무시하면서 은근 텃세를 부렸다.그냥 몇 마디 물어봤을 뿐인데 이런 뻔뻔한 녀석을 만나다니 참 재수가 없었다.“내가 물어보라고 했으니까 내가 해결할게요.”퍽퍽!말이 끝나기 바쁘게 염구준은 이성환 일행을 기절시키고 밖으로 내쫓았다.옆에 관중들은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드디어 조용해졌다.“아, 역겨워.”주작이 짜증을 내며 툴툴거렸다.비록 손이 닿지는 않았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방금 이성환이 그녀의 어깨를 건드렸다면 이 자리에서 죽여버렸을 것이다.그러고 보면 염구준이 목숨을 살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드디어 사회자가 간단하게 게스트와 심사위원을 소개하고 마술쇼 대회가 시작되었다.무대 위에서 대부분 대형 마술쇼를 펼쳤다.처음 시작했을 때 아무 문제없다가 중간에 이르렀을 때 변고가 발생했다.현무가 최신 정보를 받자마자 염구준에게 보고했다.“주상, 저들이 움직였어요. 밖에서 사람을 납치하는 것도 모자라 주변까지 파괴하고 있어요.”할 일이 생기자 모두 염구준을 보며 당장이라도 싸울 기세를 보였다.“대놓고
주작은 말하는 동시에 한 줄기 기운을 던지면서 로브를 물리쳤다.이것은 경고에 불과했다.“맞아, 어제 이런 힘을 썼어. 비열해.”로브는 전혀 두렵지 않는지 끈질기게 들러붙었다.억지를 부리는 모습을 보고 염구준은 두통이 아파왔다.죽이기엔 큰 죄를 지은 것도 아니어서 한 가지 질문만 했다.“그쪽 무술계 친구가 말해주지 않았어? 나 같은 무술인에게 시비를 걸지 말라고.”“그건…”깜짝 놀란 로브의 표정을 보니 아마 처음 듣는 것 같았다.무술계 친구라는 작자가 제대로 말을 해주지 않은 모양이다.윙!염구준이 한 줄기 기운으로 그를 제자리에 고정시키더니 앞으로 다가가며 한마디 했다.“사람이 성격이 난폭하면 안 돼. 다시 귀찮게 굴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죽이진 않겠지만 적어도 다리는 부러트릴 수 있었다.“아아악!”로브는 억울함에 고함을 질렀다.아무리 화가 나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마지막 남은 의식에서 상대방의 말이 옳다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일행은 로브를 뒤로하고 공연장으로 들어갔다.좌석이 뒤쪽에 위치해 있어 출입하기 편리했다.염구준이 주도면밀하게 안배한 것이 느껴졌다.주작과 붉은 장미도 세심하게 간식까지 챙겨왔다.정말 마술쇼를 보러 온 사람들처럼 말이다.아직 마술쇼가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한참이나 남았다.관중들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을 때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그 얘기 들었어? 이번 이벤트 상품이 돌이래. 너무 웃기지 않아?”“돌이라고? 모르는 소리. 그건 혈석이야. 원래 주인이 마술 실력이 대단한 걸 보면 마술사에게 아주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아.”…두 남자가 주고받는 말에 염구준은 벌써 유용한 정보를 얻었다.그가 옆을 보며 눈짓을 보냈다.“저기요. 혈석은 뭐예요? 설명해 줄 수 있어요?”“저도 듣고 싶어요.”주작과 붉은 장미가 뒤돌아 앉더니 미소를 지으며 남자들에게 물었다.예쁜 여자 둘이 질문하자 남자들은 홀린 듯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토로했다.“이 돌은 적혈석이라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염구준에게 쏠렸지만 다음 말은 없었다.“주상, 조금만 말씀해 주시죠.”주작이 궁금해서 물었다.“오늘 저녁 대형 마술쇼 대회가 있어. 우리 같이 보러 가자. 아주 특별한 상품이 있단다.”진지하게 말하는 염구준의 표정은 전혀 장난치는 것 같지 않았다.그 말에 다들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싸우는 게 아니라 놀러가자고?’현무가 잠깐 뜸을 들이다 최신 소식을 말했다.“주상, 오늘 저녁 거록이 움직입니다. 우리가 지정한 목표물에 손을 댈 거 같습니다.”바위성 마술쇼 이벤트 기간에 명성을 듣고 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니 적합한 후임도 많을 것이다.“급하지 않아. 저들이 움직이면 그때 다시 얘기하자. 어부지리를 챙기는 거지.”염구준은 가슴을 펴면서 손을 저었다.지금 거록 조직은 분산되어서 상대하긴 조금 까다로웠다.얘기하는 사이에 요리들이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다들 맛있게 음식을 먹은 후, 일행은 바위성의 거리를 여유롭게 거닐면서 다양한 상품을 구경했다.어제 거록이 손해를 보았기에 오늘은 감시자들을 보내지 않았다.그렇게 걷다가 어느새 공연장에 도착했다.오늘 저녁 마술쇼 대회가 열리는 장소였다.이곳은 원래 축구장이었는데 나중에 축구팀이 해체되면서 극장으로 재건한 것이다.규모가 상당히 커서 수만 명은 거뜬히 수용할 수 있었다.“가자. 검표 시작한다.”염구준이 입구를 가리키며 일행에게 말했다.농담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마술쇼를 보러 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하지만 대장이 하자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저기요. 거기 서세요!”그때 귀에 거슬리는 고함소리가 들렸다.주작이 홱 돌아서서 노려보더니 입을 가로막고 피식 웃었다.“큭큭, 주상의 아들이 왔네요.”바로 로브였다.어제 참교육을 받았는데 오늘 또 시비 걸러 오다니 참 용감상을 주고 싶을 정도였다.시끄러운 소동에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어제보다는 많지 않았다.‘아들?’멀리서 그 말을 들은 로브는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는
“그립죠. 방금 꿈에서도 아들을 봐서 더욱 그립네요.”마거봉의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아들은 그의 보배이자 삶의 전부였다.거록은 상대방의 아픈 곳을 건드린 뒤 조건을 내세웠다.“내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차마 그럴 수 없었어. 이렇게 하자. 바위성에 비밀 통로가 어디 있는지 말하면 사람을 풀어주겠다.”‘사람을 풀어줘?’마거봉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사색에 잠겼다.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지 않았다.대체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모르지만 변고가 생겼다는 것을 알아챘다.그것도 마린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아마도 죽거나 누구에게 구출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왜, 알려주기 싫어?”“그럴 리가요. 약속대로 존주님이 필요하시다면 비밀 통로 안내하겠습니다.”마거봉은 약점을 건드렸다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했다.비밀 통로는 마거봉과 마씨 가문의 유일한 카드이니 쉽게 꺼내면 안 되었다.“지금 당장 필요해. 말해 봐.”거록 존주가 기운을 폭발시키는 것을 보니 이 자리에서 손을 쓸 것 같았다.마거봉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존주님, 약속대로 내일 저녁에 안내할게요.”“죽고 싶으냐?”거록 존주가 갑자기 버럭 화를 내며 마거봉에게 돌진하더니 무릎을 꿇렸다.조금만 힘을 줘도 당장이라도 죽을 수 있었다.“내… 내일 저녁에 반드시 말할게요. 바위성에서 저만 비밀 통로를 알고 있어요.”마거봉은 겨우 소리를 내어 말했다.지금 말하면 바로 죽고 시간을 끌면 살아남을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니까.“휴.”한참을 사색하던 거록 존주가 한숨을 내쉬더니 기운을 거둬들였다.“단독으로 가둬라. 내일 저녁 일을 마치면 비밀 통로를 안내해줄 것이다.”“네.”옆에 있던 두 부하가 마거봉을 양쪽으로 끌며 밖으로 나갔다.그때 뒤에서 거록 존주가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마거봉! 개수작을 부린다면 너의 가족을 전부 몰살할 거다.”“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 제발 가족들은 건드리지 말아 주십시오.”마거봉은 대꾸하지 않고 비굴하게 행동했다.본채 별장에 거록 존
계획대로 주작이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염구준이 나타나자 그녀가 앞으로 다가갔다.“주상, 일이 잘 풀렸나 보네요.”“그래, 녀석을 청룡에게 맡겨서 잘 돌보라고 해.”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린을 내려놓고 얼굴에 물을 뿌렸다.차가운 기운에 화들짝 놀란 마린은 낯선 사람을 보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서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우아아앙~! 집에 갈래요. 아빠 찾으러 갈래요.”“울지 마. 나야.”염구준은 인피가면을 벗고 원래 얼굴을 보여줬다.몇 년 전에 마씨 일가를 구해줬을 때 본 적이 있었다.“천신 아저씨!”그제야 마린은 활짝 웃으면서 와락 안겼다.아저씨라는 말에 조금은 억울해도 녀석에게 따지지 않았다.나이 차이가 얼마되지 않았지만 본인이 원하는 대로 부르게 내버려두었다.“마린, 네 아빠가 잠시 할 일이 생겨서 나랑 같이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며칠 뒤에 돌아오자.”염구준이 타일렀다.“알았어요. 아저씨 말 들을게요.”마린은 어린 아이처럼 얌전하게 말을 잘 들었다.“그럼 이 누나랑 같이 가. 너를 보살펴줄 거야.”염구준이 앞을 가리켰다.“같이 가죠. 이모.”마린은 말하자마자 주작의 기분을 망쳐놓았다.“누나라고 불러!”주작은 이마를 찌푸리며 예민하게 굴었다.그녀의 모습에 마린은 몸을 움츠리고 더는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주작은 마린을 데리고 떠났다.그렇게 오늘 저녁 작전은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휴.”염구준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마린이 그의 말을 잘 따라주어서 다행이었다.하지만 마린의 성격으로 상황을 자세히 말하지 않으면 청룡이 꽤 애를 먹을 것 같았다.일을 마쳤으니 염구준은 호텔에 돌아가 쉬었다.나머지는 거록 존주가 알아서 지지든 볶든 내버려두었다.그의 추측이 맞다면 거록 존주는 바로 소식을 차단하고 마거봉에 대한 통제를 더 강화할 것이다.마거봉이 어떻게 할지는 가기 전에 했던 말이 있으니 정확한 선택을 했으리라 믿는다.소식은 예상대로 빨리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