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이 지나자, 족장이 돌아왔다. 그러나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돌아온 사람은 아주 적었다."무슨 일이에요, 족장님? 외계 사람들은 우리 직계보다 사람이 더 많아야 하지 않나요? 왜 이 정도밖에 안 왔어요?""어? 이 사람이 바로 지금의 엘 가문 주인인가요? 너무 별로네요."말하는 사람은 군중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 팔자 눈썹에 외국인처럼 수염을 기르고 있어 다른 사람과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족장은 한숨을 쉬며 앞으로 걸어와 물을 마시고 나서야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흩어진 시간이 너무 오래돼서 이미 각자 사업을 경영하고 있었네. 게다가 우리가 다시 모이려 한다는 소리를 들은 후에도 오고 싶어 하지 않으니, 나도 어쩔 수 없었네!"앨리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외계의 가족이 돕지 않는다면 직계 가족들은 아주 바쁠 것이다. 게다가 일부 자질구레한 일을 수습할 사람이 없어 직계 가족이 처리해야 했고 기업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흥. 자기가 경영하는 사업이 있긴 무슨, 오기 싫었겠죠!"앨리스는 숨김없이 바로 화를 냈다.하지만 아까 가소롭다는 듯 말하던 사람이 계속 나서서 말했다."어이구, 화났나 봐요? 가주 정말 별로네요, 일이 닥치면 화나 내고. 어쩐지 다들 돌아오지 않더라니, 이것 때문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안 왔죠!"앨리스는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앨리스가 화를 내는 것이 청용의 눈을 거슬리게 했다. 그는 바로 앞으로 나섰다.그는 단번에 그 사람의 목덜미를 잡아당겼고 서로 이마를 맞대었다."이 자식아, 가만히 좀 있어.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난 궁금하지 않아. 안 와도 괜찮거든? 한마디만 더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할 거야!""하하, 네가 감히? 날 건드리면 아무도 남아있으려 하지 않을 거야!""그래?"청용이 목소리를 깔자, 그 사람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너, 너, 뭐 하려는 거야?"말하는 사이에 청용은 손바닥에 힘을 주
염구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어쩐지 다들 오지 않았네요. 예전에 와흐 가문에서 태클을 걸 때도 몰래 수작을 써서 다른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라요. 아마 엘 가문이 여전히 예전처럼 흩어진 상태인 줄 알 거예요!"앨리스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즉시 족장과 다른 사람을 시켜 엘 가문을 다시 결성한 후 발생한 일을 조용히 방계 사람들에게 전하게 했다.족장은 다 듣고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그리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 고성 대문 앞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게다가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 왔다.들어오는 사람마다 앨리스와 반갑게 인사를 했고 아주 친해 보였다."허허, 겉으로는 다들 앨리스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이윤을 노리고 있겠죠."청용은 1층 로비에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짜증 섞인 모습으로 바라보았다."이해할 수 있어. 다들 자신의 생계를 유지 할 방법이 필요해. 궁지에 몰린 가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을 수 없어. 다들 자신의 가정을 돌봐야 하니까!""들었어? 너 좀 봐봐, 넌 너무 극단적이야. 좋거나, 나쁘거나! 전신님처럼 정도 있고 의리도 있을 수 없어?"주작이 청용을 흘겨보고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존경의 빛이 담겨 있었다. 마치 마음속으로 눈앞의 사람이 그녀에게 속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듯했다.그러나 그녀는 빠르게 단념했다. 신과도 같은 염구준을 보며 그녀의 마음속에는 경외심이 생겨났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의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별로잖아?""엘 가문이 이미 과거의 휘황찬란한 시절로 돌아간 줄 알았더니, 이런 고성 안에서 지내야 하고 정말 너무하네!"어려 보이는 여자애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고성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물티슈로 신발 위의 먼지를 닦으며 불편해하는 모습이었다."아, 그건 가문이 다시 모였기 때문이에요. 아직 어떤 곳은 수습할 겨를이 없으니, 여러분이 양해하길 바랍니다."앨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와 설명했다.
"오빠, 왜 이래? 내 편도 안 들어주고. 저 사람들 오빠한테는 안 되지, 오빠 우리 부두에서 패왕이잖아!"청용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아직도 자칭 패왕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니."이봐요, 당신 왜 웃어요? 죽고 싶어요? 우리 오빠 앞에서 건방지게, 사람을 찾아 당신 혀 자를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요!""여향아, 입 닥쳐!""어머, 어린 아가씨가 건방지네. 사람을 찾아 혀까지 자르겠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데?""당신! 오빠, 저 사람 좀 봐, 나 괴롭혀!"주작의 말에 진옥용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유여향을 도와 편을 들지 않고 멍하니 주작을 바라보기만 했다. 진옥용은 이미 주작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오빠, 뭐해?"진옥용의 신경이 주작에게 쏠린 것을 보고 그녀는 여자로서 질투를 느꼈고 참을 수 없었다.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지 않고 유여향은 손가락을 뻗어 주작의 얼굴을 잡으려 했다. 아쉽게도 일반인의 실력으로 어찌 최고의 킬러와 비길 수 있을까?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주작의 속도는 아주 빨랐다. 그녀는 손을 뻗어 상대의 손을 막고 단번에 상대의 목덜미를 덥석 잡았다.가볍게 힘을 주자 상대는 참지 못했다. 처음에는 질투로 인해 방어하며 애써 버텼지만, 주작이 점차 힘을 가하자, 소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녀의 손은 갑자기 아래쪽에서 급습해 왔다!"흥, 너 진짜 간사하구나!"주작은 당황하지 않고 주먹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막아냈다. 유여향의 손은 마치 강철을 잡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고, 아픔과 동시에 마비되는 것 같았다."저, 앨리스 씨. 정말 미안합니다, 여향이가 철이 없어요. 제 체면을 봐서라도 놓아주세요!"앨리스도 협력을 망치고 싶지 않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주작 앞에 가서 부탁하려던 순간, 주작이 상대방을 확 밀쳤다.진옥용은 아무리 어리석어도 이럴 때 부축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유여향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울기 시작했다."여향아, 괜찮아?""
진옥용은 차가운 눈으로 옆에 있는 유여향을 바라보았다. 이익을 앞둔 선택에 그는 도가 텄다. 엘 가문을 따라 일하는 것이 그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비록 부두에서 기초 사업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여 진행하는 일이다. 그래서 매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일을 해야 했다. 그야말로 찬밥 신세와 같다. 이런 수모에 그는 이미 싫증이 난지 오라다.지금 기회가 생겼으니, 그는 주저 없이 엘 가문 쪽을 선택할 것이다."오빠!"유여향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심한 충격으로 소리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진옥용은 그녀를 위로할 겨를도 없이 바로 주작의 곁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입을 열었다."엘 가문과 계속 협력하고 싶습니다!"주작은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뭔가 음흉하게 의도적으로 자기와 접촉하려 하는 것 같아서, 주작은 눈을 흘기고 입을 삐죽거리며 몸을 비틀어 거들떠보지 않았다.앨리스는 상대의 말을 듣고 흥분해서 걸어와 계약을 진행했다.한 시간쯤 지나자, 자리의 80% 이상의 사람들이 계약을 진행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떠났거나 벼락부자가 되어 이런 일을 하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다른 사람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유여향은 한참 울다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자 혼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여향 마음속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붉은 눈시울은 지옥에서 나온 처녀귀신처럼 무서웠다. 그녀는 비록 주작을 이길 수 없지만 그렇게 싸늘한 눈빛으로 주작을 바라보니 주작은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이 사람 어때?"염구준은 유여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청용은 옆에서 주위를 한참 두리번대다 턱을 만지작대며 말했다."확실히 죽여 주네요!"그런 쪽으로 얘기한 적도 없는데, 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정신력과 골격을 말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저 사람은 몸 상태가 아주 좋아. 훈련한 적 없지만 조금만 훈련을 시켜도 앞으로 주작보다 더 대단할 수 있어."청용은 사람의 기질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낮에 날 다치게 한 그 늙은 여자 어디 있어요?"유여향의 뒤에는 열 명이 되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다들 제대한 군인 같아 보였다. 탄탄한 근육에 키도 엄청 컸다.누가 보면 의장대를 데리고 온 줄 알 것이다.주작은 상황을 보고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표정도 여전히 가소롭다는 듯 건방졌다."어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계집애잖아? 왜? 복수하러 왔어?"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계집애? 유여향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미 상대에게 비웃음을 당한 것도 눈치챌 새가 없었다.주위 사람들이 참지 못해 웃음을 터뜨리자 그제야 상대가 욕한 것을 눈치챘다."허허, 이 상황에 도망치지 않고 내 앞에서 날뛰는 거야? 잠시 후면 웃음기 사라질 거야. 심지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네 주제에, 허풍이 심하네! 설마 낮에 어떻게 당해서 울기까지 했는지 잊었어?"음식을 먹고 있던 진옥용도 들이닥친 유여향을 알아보고 다급히 일어나 말했다."여향아, 소란 피우지 말고 이리 와!""웃기지 마. 권세에 들러 먹는 주제에, 내가 당신이랑 만났다는 건 정말 모욕이야!""유여향, 그만해. 계속하면 나도 너 못 지켜!"진옥용도 화가 났다. 애인 주제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언을 내뱉다니.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잡혀 사는 줄 알 것이다."날 지켜준다고? 언제 지켜줬는데? 이익 앞에서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잖아?"진옥용은 묵묵부답이었다. 낮에 한 행동은 확실히 그랬다. 그는 직설적인 말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염구준은 그녀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염구준이 이렇게 침착하자 앨리스도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엘 가문 사람들에게 유여향을 신경 쓰지 말고 식사를 계속하라고 했다."전신, 주작 안 도와도 되는 겁니까? 다들 제대한 군인들이잖아요. 실력이 강하진 않아도 열 명이면 주작 혼자 상대하기 어렵습니다!"청용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염구준을 보았지만 그는 움직이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머리를 만지작대며 짜증을 냈다. 지금 손을 써서 주작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우리 탓하지 마요. 우리도 원하지 않습니다. 협조 좀 부탁할게요. 여향이가 나쁜 짓은 안 할 겁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잡으려면 바로 와요. 열 명이 같이 덤벼요!"주작의 말에 열 명의 제대 군인은 눈빛이 반짝였다. 다들 주작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느린 발걸음으로 열 사람이 동시에 주작을 향해 걸어왔다.상대방이 이렇게 느린 것을 보고 주작은 성질을 참지 못해 바로 돌진했다.주작의 속도를 보고 맞은 편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무슨 속도야? 상대도 제대한 군인인가?"다들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억지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비록 주작의 빠른 속도와 날쌘 몸짓을 보았지만 결국 생각이 많아 강하게 대적하지 않았다. 게다가 속도를 보아 주작을 양보하는 것 같았다."열 명이 함께 달려요. 사정을 봐줄 필요 없어요!""좋아요. 그럼 미안하게 됐어요!"주작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녀는 간사한 표정을 지으며 순식간에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온몸이 튕겨 나간 것처럼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뭐? 사라졌어!"청용은 옆에서 먹던 것을 뿜어낼 뻔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분명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훈련을 받은 적 있는 사람들이 알아보지도 못하다니 정말 한심했다."사라진 게 아니라 속도가 너무 빠른 거야. 지금 우리 뒤에 있어!"사람들이 고개를 돌릴 때 주작이 마침 돌진해 왔다. 주먹은 크지 않았지만, 위력은 사람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아!"한차례 공격으로 열 명 중 여섯 명이나 쓰러졌다. 남은 네 사람은 주작의 실력을 파악한 뒤 더는 자신의 실력을 아끼지 않았다.네 사람은 일렬로 모여 서로 팔 하나 정도의 거리만 남긴 채 주작을 향해 다가왔다.이런 상황하에 주작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녀는 앞으로 걸어가 그들을 맞섰다."아가씨, 협조 부탁할게요. 아니면
주작의 발걸음이 점점 가까이 가자, 진옥용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 달려가 주작의 앞을 가로막고 유여향을 지켰다."예쁜 아가씨,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뭘 하고 싶던 나한테 해요. 여향이 다치지 않게 하면 안 될까요?"유여향은 갑자기 마음속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눈앞의 남자가 사실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당신이 대신 뭘 하려고요? 대신 죽을래요?"죽음이라는 예민한 화제가 나오자 다들 진옥용을 바라보았다. 진옥용도 착잡했다. 사실 유여향과 그는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유여향이 불쌍해서 데리고 다녔을 뿐인데 이렇게 인맥이 많아 제대 군인까지 알 줄은 몰랐다.그러나 유여향에 대한 첫인상을 생각하며 진옥용은 눈을 딱 감고 말했다."여향이를 죽이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뭐든 들어줄게요. 하지만 굳이 죽여야 만족한다면 대신 죽을 순 없어도 최선을 다해서 한 번 막아낼 겁니다!"이 말은 비록 대신 죽겠다는 말보다 거창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의리가 있는 말이었다. 주작은 눈앞의 불량배에 대한 견해를 바꾸었다."오빠, 정말 바보야? 나 같은 사람 때문에 그럴 필요 없어. 어서 가, 방금 다 홧김에 한 소리였어!"진옥용은 은은하게 웃으며 시선을 주작에게 집중했다.사실 유여향과 주작은 아무런 원한도 없었다. 그저 유여향이 마음속으로 남자 때문에 주작을 적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것이 아마 여자의 소유욕인가 보다.한숨을 쉰 후 주작은 몸을 돌려 떠났다. 그리고 걸어가며 한마디 했다."흥, 사람을 죽이는 일은 안 해요. 누가 고소하면 어떡해요!"이 말의 뜻을 상대는 이미 알아차렸다. 진옥용은 감격에 찬 얼굴로 주작을 보며 고맙다는 말을 연신 했다."뭐야, 자리를 비운 지 얼마나 됐다고 새우 다 먹은 거야?"청용의 입가에 달린 새우 껍질을 보면서 주작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그녀는 단번에 손을 뻗어 청용의 귀를 틀어잡았다.소란스러운 와중에 한마디가 들려왔다."나한테서 무예를 배우고 싶어?
염구준은 고개를 들어 그를 힐긋 보았다. 눈빛 하나로도 모든 사람을 두려워하게 하기에 충분했다.그 순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던 공포가 깨어난 것 같았다. 진옥용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던 이성이 그를 깨웠다."맞나봅니다. 다행이에요, 여향이가 당신을 따라가면 분명 큰일을 이룰 겁니다!"축 처져있던 진옥용은 기뻐하는 상태로 바뀌었다."미안해요. 다 제 잘못입니다. 오늘 이렇게 소란을 피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유여향은 모두의 앞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그녀가 풍기던 분위기는 180도 변했다."우리가 봤던 양아치 맞아? 왜 이렇게 예의가 바르지? 이렇게 점잖은 모습이라니, 아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그 후 유여향은 염구준과 다른 사람을 따라 방으로 갔다. 유여향은 지난 10여년간의 삶을 염구준에게 알려주었다.주작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유여향의 어깨를 토닥였다."네가 10여년 동안 이렇게 처참하게 지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널 괴롭혔으니 나도 사과할게!""괜찮아요.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걸 알아요!""그럼, 10여년 동안 군대에 간 오빠들을 따라 지낸 거야?""네. 전 태어났을 때부터 고아였고 오빠들이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키워줬어요. 하지만 인생이 다 그렇죠,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너도 너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야.""그리고 오빠들은 모두 나를 떠나 군대로 갔고 난 성격을 바꿀 수밖에 없었어요. 만약 사나운 사람들을 이기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끼어들어 더욱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진옥용을 만났고 그와 몇 년 동안 함께 살았어요.""허허, 사실로 보아 넌 확실히 그 사람들보다 똑똑해!"말하다 유여향은 눈시울을 붉혔다. 촉촉한 눈가는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눈물을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사람을 시켜 소란을 피운 것도 확인하려는 거예요. 듣던 대로 다들 그렇게 강한 건지, 하지만...""하지만 전신님이 먼저 너에게 손을 내밀어 줄 줄 몰랐지
서커스단 공연은 염구준이 사라진 후로 잠시 중단되었다.손가을은 손씨 그룹에서 절반 넘는 경호원들을 불러 수색하기 시작했다.거기에 호찬, 초상비 등 고수들도 있고 신위무관의 원종과 정경림도 있었다.이 기세로 보아 은세가문과 전쟁을 치러도 충분할 것 같았다.용필은 신혼여행을 떠나서 연락하지 않았다.“당장 사람을 풀어줘!”손가을이 언성을 높이며 모처럼 화를 냈다.평소 그녀는 성격이 털털해서 어떤 일에 부딪쳐도 화를 내지 않았다.하지만 남편이 눈앞에서 사라졌으니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아무리 남편의 실력이 대단해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여사님, 저희 계약서까지 작성했어요.”광대가 계약서를 내밀며 말했다.촤아악!“부끄럽지 않아서 이런 불법 계약서를 꺼내?”손가을은 빼앗아와서 바로 찢어버리고 바닥에 내팽개쳤다.오늘 염구준을 찾지 못한다면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것이다.“근데 마술사가 사라져서 저희도 찾을 수 없어요.”광대가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하라는 식으로 시큰둥하게 말했다.“땅을 파서라도 찾아내세요!”손가을이 뒤에 있는 경호원에게 지시했다.“아빠 예전처럼 사라지는 거예요?”깜짝 놀란 염희주가 울면서 물었다.지난 일은 어린 가슴속에 응어리가 되어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팠다.이번 일로 인해 아마 평생 서커스단에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아니야. 아빠는 우리랑 숨박꼭질하는 거야.”손가을은 애써 웃으면서 딸을 진정시켰다.지시를 받은 손씨 그룹 경호원은 이미 굴착기까지 불러서 땅을 팔 기세였다.서커스 경호원들은 아무리 말려도 역부족이었다.관중들은 그 장면을 보고 혹시나 불똥이 튈까 봐 뿔뿔이 사라졌다.“가자. 대표님 화 나셨어. 보통 일이 아니야.”“손 대표님 사람이 얼마나 좋은데, 부디 남편을 찾길 바라.”“이제 보니 서커스가 문제 있네. 방금 무대에 나가지 않아서 다행이야.”떠들썩하던 관중석은 텅텅 비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펑!경호원이 굴착기를 작동해 땅을 파려고 할 때 굉장한 소리가 들리
“잠깐만, 당신 이름이 뭐야?”이런 실력이라면 아무리 부하들이 많아도 승산이 없었다.“염구준이다.”이름일 뿐 염구준은 솔직하게 말해주었다.그가 정체를 밝히자 코브라는 겁에 질려 목소리까지 떨렸다.속으로 망했다고 별의별 욕을 다하고 싶었다.“염 선생님, 오해입니다. 정말 죄송해요. 이제 가셔도 됩니다.”이 사람만큼은 절대 건드릴 수 없었다.“그럼 저 사람들은?”염구준이 주변 철창을 둘러보며 말했다.“그게… 선생님이 원하는 대로 해드릴게요.”코브라는 살짝 망설이다가 웃으면서 타협했다.“아니, 내 뜻을 오해했어. 내 말은 저 사람들 복수는 어떻게 갚아야지?”염구준이 엄하게 질문했다.용하에서 국민들을 해쳤으니 여기서 쉽게 끝내면 안 되었다.상대방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코브라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어떻게 하고 싶습니까?”“무슨 상황인지 전부 말하고 너희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 그러면 살려 줄게.”염구준은 말을 돌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했다.상대방은 올 게 왔다고 생각했는지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상의할 여지는 없습니까?”코브라가 질문하는 척하면서 슬그머니 기운을 움직이며 공격할 준비를 했다.“하, 저 사람들의 피를 뽑을 때 상의하고 했나?”염구준이 비웃으면서 되물었다.어떤 일은 상의할 여지가 없다.“이러나 저러나 죽게 생겼는데 한번 붙어보자.”코브라가 독하게 마음을 먹고 명령을 내렸다.스스슥!한 무리 그림자가 한 사람을 향해 전신 경지 실력을 펼치며 공격했다.그 반면, 코브라는 뒤로 물러서며 도망치려고 했다.“뭘 그렇게 급하게 도망쳐?”염구준은 몸을 번쩍 들어 앞을 가로막았다.공격하러 온 부하들은 어느새 바닥에 쓰러진 채 생사를 알 수 없었다.“겨우 이 정도로 앞길을 막다니 너무 자신만만하지 않나?”“날 죽이면 안 됩니다. 저는 거록 존주의 사람이에요.”코브라는 도망칠 수 없게 되자 뒷배를 내세웠다.“거록 존주?”염구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머릿속에 정보를 떠올렸다.흑풍, 여우, 청목과 맞
방심했었다.우두머리는 제자리에 서서 식은땀을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보스가 CCTV를 통해 지켜보고 있으니 어떤 말은 함부로 할 수 없었다.“벙어리야?”염구준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과감하게 공격했다.몇 차례 공격을 퍼부어서 상대방을 완전히 제압했다.“잘 생각하고 말해. 한 번만 기회를 줄게.”염구준이 마지막으로 통보했다.“할 말 없어!”그드득!우두머리가 말하는 동시에 염구준은 목을 부러트렸다.그가 원하는 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모든 것이 순식간에 발생했다.염구준은 죽은 사람을 옆에 던지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보스는 뒤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중얼거렸다.“이제 보니 정보가 틀렸군. 하지만 무성의 실력이라면 통제할 수 있어.”그가 신경 쓰는 것은 염구준일 뿐 부하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었다.마술사는 부하들을 이끌고 감시실에서 나왔다.염구준을 잡으러 가는 것이다.상대방의 실력을 파악했으니 충분히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한편, 염구준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이것은 함정이었다.“살려줘…”그가 한참 걸어갔을 때 앞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목소리를 들으니 곧 죽을 것 같았다.염구준은 걸음을 재촉하여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희미한 불빛을 빌어 상황을 살펴보다 조금은 경악했다.이곳에 철창 10개 정도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갇혀 있었다.남자, 여자할 것 없이 노인과 아이들도 있었다.그 사람들 상태는 몹시 허약했다.방금 관중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아마도 마술쇼를 하면서 사라진 사람들 같았다.염구준처럼 말이다.이 사람들은 가슴에 감은 붕대에 핏자국이 묻어 있고 공기에도 피비린내가 풍겼다.‘설마 심혈?’이 사람들 심장에서 피를 뽑은 것 같았다.전에 고전 서적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적이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이런 수법은 이미 사라진 고대 사술에서만 사용했고 보통 무술인의 실력을 제고할 때 사용했다.그러나 선정된
마술사는 모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후, 갑자기 문을 열어서 상자 안을 보여줬다.사람은 사라지고 상자는 텅 비어 있었다.“아빠 사라졌나 봐요.”그 장면을 본 염희주가 얼떨떨해졌다.관중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라진 염구준을 찾았지만 나타나지 않았다.인근 도시에서 전해진 말이 진짜인 것 같았다.한편, 염구준은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그곳의 불빛은 희미하고 주변은 어두컴컴했다.무대 아래였다.그는 상자에 들어가자마자 얼마되지 않아 아래로 추락하는 느낌이 들면서 무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었다.무대에 장치가 있었다. 이것이 서커스단의 속임수였다.무대가 앞에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선반 위에 무대가 있고 아래는 텅 비어 있었다.서커스단에서 왜 염구준을 죽이려고 하는지 아직 이유를 찾지 못했다.“일단 지켜보자.”그는 전방으로 걸어갔다. 어차피 이곳에 통로는 하나였다.방음은 엄청 잘 처리되어서 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하하하.”갑자기 몸통 절반이 나타나면서 음침한 웃음소리를 냈다.도구였다.그는 힐끗 쳐다보고는 무표정으로 바로 지나갔다.기운도 없고 위기감도 없어서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행동했다.귀신집에서 염구준 같은 손님을 만난다면 바로 문을 닫을 것이다.이어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지만 그는 공격하지 않았다.CCTV를 통해서 그를 지켜보면 누구는 속이 바짝 탔다.이런 식으로 염구준이 공격하도록 유도해서 실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한 팀을 데리고 내려가서 실력을 테스트해 봐.”감시실에서 마술사가 입을 열었다.“네.”옆에 있던 사람은 공수하며 대여섯 명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이 사람들은 아주 신중하게 움직였다.통로에서 한참을 걷던 염구준은 걸음을 멈추고 귀를 움직였다.‘누가 오고 있어.’발자국 소리가 아무리 조용해도 그의 예민한 귀를 피하지 못했다.그는 어떤 경지의 힘을 사용할지 고민했다.만약 제대로 싸우면 배후가 실력을 알고 도망칠 수 있으니까.스스슥!그때 몇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종목들은 정말 신나고 하나같이 감탄이 저절로 나올 지경이었다.암퇘지가 철사슬 위로 걸어가고, 곰이 외발자전거를 타는 장면을 본 아이들이 깔깔 웃으면서 연신 박수를 쳤다.방금 일로 염구준은 자꾸 주변을 살펴보며 경계했다.여러 종목이 끝난 후, 광대 진행자가 나와서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존경하는 여러분, 이어서 저희 피날레 종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활인을 할 텐데 어느 분이 게스트로 올라오시겠습니까?”그 말에 현장이 조용해지고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어떤 아이들은 자기가 나가겠다고 했지만 부모가 한사코 입을 막으면서 말렸다.“나가면 안 돼. 이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야.”“나도 들었어요. 인근 도시에서 발생했는데 게스트가 계약서까지 작성했대요.”“무서워. 어떻게 그런 일이 있어?”서커스 공연은 재미있지만 이 종목은 다들 뒤로 물러나며 지켜보기만 했다.“아빠, 내가 나가도 돼요?”그때 염희주가 말했다.“가지 마. 나중에 내가 믿을 만한 마술사를 불러서 체험하게 해 줄게.”옆에서 하는 말을 들었으니 딸을 위험하게 내보낼 수 없었다.“알았어요.”염희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무룩해 있었다.곧 분위기가 썰렁해지자 공연장의 불빛이 어두워지며 한 줄기 전등만 광대를 비추었다.“여러분, 제가 행운 게스트를 뽑으면 전등이 그분을 비출 겁니다. 물론 나올지 말지는 그분이 결정하면 되겠습니다.”서커스의 수법은 한번 또 한 번 곤란한 상황으로 밀어붙였다.정말 게스트로 당첨된다면 체면 때문이라도 무대에 올라갈 것이다.“감격스러운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광대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전등이 현장을 누비며 빠르게 움직였다.“멈추세요!”한참 뒤, 광대의 말에 전등이 멈추었다.게스트로 염구준이 당첨되었다.이번에야말로 현장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이 되었다.역시 나름 계획이 있었다.염구준은 방금 몰래 감시하던 사람이 자신을 찾고 있었다고 생각했다.“축하드립니다. 무대에 올라와서 협조해 주
당황한 조련사가 긴 막대기를 들고 사자의 머리를 누르며 뒤로 물리쳤다.탁!사자가 손바닥으로 막대기를 쳐서 부러트리고 아이에게 어슬렁어슬렁 다가갔다.“우와아아앙!”깜짝 놀란 아이가 울음을 터트렸다.아이가 높은 소리로 울수록 사자는 더 흥분되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드러냈다.“저기 누가 들어가고 있어요.”그때 한 그림자가 갑자기 철창 앞에 나타났다.바로 염구준이었다.“으아아아악!”염구준이 두 손으로 철창을 잡고 힘을 주자 단단한 쇠가 구부러지며 양쪽으로 휘었다.그리고 구멍을 통해 철창 안에 들어가 울고 있는 아이를 안았다.“울지 마. 이제 괜찮아.”“으르렁!”사자는 먹잇감이 빼앗기자 입을 크게 벌리고 으르렁거리며 덮쳤다.“죽어!”염구준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자 사자는 뒤로 튕겨 구석에 나가떨어졌다.그가 살의를 뿜어냈다.동물은 워낙 살의에 예민했다.사자는 벌러덩 드러누워서 작은 소리를 내며 애교를 부렸다.그 동작은 서커스단에서 배운 것이다.염구준은 아이를 안고 철창에서 나와 아이 엄마에게 넘기며 신신당부했다.“앞으로 아이 손을 꼭 잡고 다니세요.”“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아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염구준 가족은 경악해 있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계속 동물을 구경했다.“아빠는 슈퍼맨이에요?”방금 장면을 떠올리던 염희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사자가 아버지 앞에서 고양이처럼 말을 잘 들어서 깜짝 놀랐다.“하하하. 방금 아빠가 마술을 부려서 그래.”염구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떤 일은 설명하기 어렵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마술? 이따가 마술쇼도 있는데 가르쳐줄 수 있어요?”염희주는 두 눈을 깜빡이며 염구준을 봐라봤다.그 말에 염구준은 난감했다.마술을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됐어. 마술은 나중에 배워. 이제 곧 마술쇼 시작이야. 들어가서 앉아야지.”손가을이 나서서 남편을 도와줬다.“시작했어요? 그럼 빨리 들어가요!”염희주는 빨리 들어
용필과 하윤나는 초고속으로 이튿날에 바로 미니 결혼식을 올렸다.정식 결혼식은 나중에 다시 성대하게 올리려고 했다.쌍방 부모님들이 모두 도착했다.하동철과 김연주는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염구준이 두 사람에게 손씨 그룹에서 일하면 월급을 200만씩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하동철은 경비원으로 취직하여 경호 대장인 용필과 함께 일하고 김연주는 청소부에 취직했다.용필을 봐서 두 노인과 얼굴을 붉히지 않으려고 이렇게 안배한 것이다.어차피 앞으로 한 식구로서 자주 만날 텐데,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물러날 때는 이득을 주는 방식으로 두 사람을 탄복하게 만든 것이다.재미있는 것은 하동철이 출근하면 회사에서 용필을 대장이라 부르고 퇴근하면 용필이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한다는 것이다.미니 결혼식은 무사하게 진행되어 두 사람은 드디어 부부가 되었다.이 모든 것은 다 염구준이 추진한 덕분이라 두 사람은 엄청 고마웠다.행복한 시간은 빠르게 지나, 어느덧 서커스단이 공연하는 날이 다가왔다.염희주가 계속 재촉하는 바람에 세 사람은 아침 댓바람부터 공연장에 도착했다.벌써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아직 공연장 문이 열리지 않았다.밖에 철창을 몇 개를 놓고 안에 맹수들을 가둔 것이 보였다.독수리, 호랑이, 원숭이 등등 동물들을 관람용으로 놓은 것이었다.이곳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었다.다들 신기해서 감탄을 금지 못했다.“아빠는 사자를 본 적이 있어요?”염희주가 궁금해하며 물었다.“봤기도 했고 먹어도 봤어. 근데 맛이 없었어.”염구준은 딸을 속일 필요가 없어 솔직하게 대답했다.전에 흑주 벌판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팀과 연락을 잃어서 먹을 것이 없었다.그래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잡는 족족 배를 채웠다.“아빠는 왜 맨날 거짓말만 해요? 내가 나쁜 것만 배우면 어떡해요?”염희주는 아예 믿지 않았다.사자는 사나운 짐승이고 초원의 패권자이자 흑주의 우두머리인데 그것을 잡아 먹었다니믿어지지 않았
“시작.”오백하는 ‘시’자를 말할 때부터 얼마되지도 않는 힘을 손에 넣었다.억지가 따로 없었다.그러나 용필의 손은 꿈쩍하지도 않았다.힘으로 똘똘 물친 용필과 힘을 겨룬다니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힘을 준다. 합!”용필이 한마디 하더니 오른팔에 힘을 주어 가볍게 상대방의 손목을 꺾었다.그런데 테이블까지 부숴버렸다.겨우 이 정도에 진 것이다.“악!”왼쪽 팔이 탈구된 오백하는 귀가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질렀다.어려서부터 다친 적이 없이 곱게 자랐으니 이런 고통을 감당할 리가 없었다.“안 된다고 했는데 뭐 하러 용필 오빠한테 개기냐?”하윤나가 말하면서 용필의 팔을 끌어당겼다.참지 못하고 상대방을 해칠까 봐 그런 것이다.솔직히 그녀는 용필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가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도 바라지 않았다.“윤나야, 나 정말 힘을 쓰지 않았어.”용필이 억울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나도 알아.”하윤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했다.팔씨름에서 졌으니 오백하는 패배하고 유일한 선택은 용필밖에 없었다.“꺼져. 설마 남아서 밥 먹고 가게?”염구준은 아직도 아파서 바닥에서 뒹구는 오백하에게 싸늘하게 내뱉았다.“이놈들 잡아 쳐!”열받은 오백하는 경호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반드시 복수를 할 것이다.쿵!경호원들이 다가가려고 할 때 염구준이 기운을 펼치며 그들을 문밖으로 몰아냈다.봐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퍽!그리고 오백하를 발로 뻥 차서 밖으로 쫓아냈다.룸 안이 드디어 조용해졌다.글로벌 호텔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달려오더니 오백하 일행을 들어 호텔 밖으로 내쫓았다.이 과정은 고작 몇 분만에 진행되었다.“사돈 어르신, 두 사람 이제 결혼해도 됩니까?”두 노인은 염구준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그럼요. 저희도 찬성해요.”하동철과 김연주는 깜짝 놀라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원래 사위 후보가 2명이었는데 한 명이 도망쳤으니 이제 선택할 여지가 없었다.“그럼 두 사람 먼저 시청에 가서 혼인신고하고 나중에 결혼
“진정하세요. 많지도 않습니다.”염구준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이게 많지 않다니 두 사람은 경악했다.최근 청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땅값이 점점 올라 제일 저렴한 별장도 20억 이상이었다.“염 선생님, 그쪽과 상관없는 일 아닌가요?”오백하가 못마땅 해하며 물었다.손씨 그룹이 끼어들면 그는 뒷배인 회사를 내세워도 대항할 수 없었다.“용필 형, 나를 뭐라고 부르죠?”염구준이 옆을 보며 물었다.“내 매제지.”용필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들었어요? 나랑 상관 있죠?”염구준이 되물었다.상대방이 기어코 끼어들겠다고 하니 오백하는 심란하여 계속 머릿속을 굴렸다.‘어떡하지, 어떡하지?...’돈은 어느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적어도 52억은 있어야 상대방과 싸울 수 있었다.평소 그는 돈으로 다른 사람을 억압하는 것을 즐겼는데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돈으로 억압당할 줄은 몰랐다.인과로 보복을 당하니 매우 불쾌했다.“저기요. 왜 예물값을 올리지 않나요?”염구준은 그가 대답하지 않자 주의를 주었다.‘올리긴 뭘 올려?’오백하는 속으로 욕하면서도 겉으로 애써 웃었다.돈으로 통하지 않으니 다른 방면으로 능력을 보여서 자신의 우세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저 멍청한 놈은 윤나를 지킬 자격이 없어요. 두 분 신중하게 생각해 보세요.”오백하가 갑자기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그게…”하동철은 두 남자를 번갈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무조건 가격을 올리라는 속셈이었다.“주먹다짐을 비교하고 싶으면 그냥 말하면 되죠.”염구준이 분명하게 말했다.종사 경지에도 도달하지 못한 녀석이 감히 용필 앞에서 나대다니 속으로 우스웠다.능력이 안 되면 가만히 있을 것이지 자기 무덤을 파는 꼴이 되었다.“안 돼.”갑자기 하윤나가 용필을 부둥켜안으면서 싸우지 못하게 붙잡았다.하지만 오백하의 눈에는 그녀가 용필을 걱정하는 것으로 보였다.그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으면서 펄쩍 뛰었다.“남자라면 나랑 겨루자. 지면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