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이 지나자, 족장이 돌아왔다. 그러나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돌아온 사람은 아주 적었다."무슨 일이에요, 족장님? 외계 사람들은 우리 직계보다 사람이 더 많아야 하지 않나요? 왜 이 정도밖에 안 왔어요?""어? 이 사람이 바로 지금의 엘 가문 주인인가요? 너무 별로네요."말하는 사람은 군중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 팔자 눈썹에 외국인처럼 수염을 기르고 있어 다른 사람과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족장은 한숨을 쉬며 앞으로 걸어와 물을 마시고 나서야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흩어진 시간이 너무 오래돼서 이미 각자 사업을 경영하고 있었네. 게다가 우리가 다시 모이려 한다는 소리를 들은 후에도 오고 싶어 하지 않으니, 나도 어쩔 수 없었네!"앨리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외계의 가족이 돕지 않는다면 직계 가족들은 아주 바쁠 것이다. 게다가 일부 자질구레한 일을 수습할 사람이 없어 직계 가족이 처리해야 했고 기업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흥. 자기가 경영하는 사업이 있긴 무슨, 오기 싫었겠죠!"앨리스는 숨김없이 바로 화를 냈다.하지만 아까 가소롭다는 듯 말하던 사람이 계속 나서서 말했다."어이구, 화났나 봐요? 가주 정말 별로네요, 일이 닥치면 화나 내고. 어쩐지 다들 돌아오지 않더라니, 이것 때문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안 왔죠!"앨리스는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앨리스가 화를 내는 것이 청용의 눈을 거슬리게 했다. 그는 바로 앞으로 나섰다.그는 단번에 그 사람의 목덜미를 잡아당겼고 서로 이마를 맞대었다."이 자식아, 가만히 좀 있어.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난 궁금하지 않아. 안 와도 괜찮거든? 한마디만 더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할 거야!""하하, 네가 감히? 날 건드리면 아무도 남아있으려 하지 않을 거야!""그래?"청용이 목소리를 깔자, 그 사람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너, 너, 뭐 하려는 거야?"말하는 사이에 청용은 손바닥에 힘을 주
염구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어쩐지 다들 오지 않았네요. 예전에 와흐 가문에서 태클을 걸 때도 몰래 수작을 써서 다른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라요. 아마 엘 가문이 여전히 예전처럼 흩어진 상태인 줄 알 거예요!"앨리스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즉시 족장과 다른 사람을 시켜 엘 가문을 다시 결성한 후 발생한 일을 조용히 방계 사람들에게 전하게 했다.족장은 다 듣고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그리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 고성 대문 앞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게다가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 왔다.들어오는 사람마다 앨리스와 반갑게 인사를 했고 아주 친해 보였다."허허, 겉으로는 다들 앨리스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이윤을 노리고 있겠죠."청용은 1층 로비에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짜증 섞인 모습으로 바라보았다."이해할 수 있어. 다들 자신의 생계를 유지 할 방법이 필요해. 궁지에 몰린 가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을 수 없어. 다들 자신의 가정을 돌봐야 하니까!""들었어? 너 좀 봐봐, 넌 너무 극단적이야. 좋거나, 나쁘거나! 전신님처럼 정도 있고 의리도 있을 수 없어?"주작이 청용을 흘겨보고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존경의 빛이 담겨 있었다. 마치 마음속으로 눈앞의 사람이 그녀에게 속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듯했다.그러나 그녀는 빠르게 단념했다. 신과도 같은 염구준을 보며 그녀의 마음속에는 경외심이 생겨났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의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별로잖아?""엘 가문이 이미 과거의 휘황찬란한 시절로 돌아간 줄 알았더니, 이런 고성 안에서 지내야 하고 정말 너무하네!"어려 보이는 여자애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고성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물티슈로 신발 위의 먼지를 닦으며 불편해하는 모습이었다."아, 그건 가문이 다시 모였기 때문이에요. 아직 어떤 곳은 수습할 겨를이 없으니, 여러분이 양해하길 바랍니다."앨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와 설명했다.
"오빠, 왜 이래? 내 편도 안 들어주고. 저 사람들 오빠한테는 안 되지, 오빠 우리 부두에서 패왕이잖아!"청용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아직도 자칭 패왕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니."이봐요, 당신 왜 웃어요? 죽고 싶어요? 우리 오빠 앞에서 건방지게, 사람을 찾아 당신 혀 자를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요!""여향아, 입 닥쳐!""어머, 어린 아가씨가 건방지네. 사람을 찾아 혀까지 자르겠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데?""당신! 오빠, 저 사람 좀 봐, 나 괴롭혀!"주작의 말에 진옥용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유여향을 도와 편을 들지 않고 멍하니 주작을 바라보기만 했다. 진옥용은 이미 주작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오빠, 뭐해?"진옥용의 신경이 주작에게 쏠린 것을 보고 그녀는 여자로서 질투를 느꼈고 참을 수 없었다.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지 않고 유여향은 손가락을 뻗어 주작의 얼굴을 잡으려 했다. 아쉽게도 일반인의 실력으로 어찌 최고의 킬러와 비길 수 있을까?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주작의 속도는 아주 빨랐다. 그녀는 손을 뻗어 상대의 손을 막고 단번에 상대의 목덜미를 덥석 잡았다.가볍게 힘을 주자 상대는 참지 못했다. 처음에는 질투로 인해 방어하며 애써 버텼지만, 주작이 점차 힘을 가하자, 소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녀의 손은 갑자기 아래쪽에서 급습해 왔다!"흥, 너 진짜 간사하구나!"주작은 당황하지 않고 주먹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막아냈다. 유여향의 손은 마치 강철을 잡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고, 아픔과 동시에 마비되는 것 같았다."저, 앨리스 씨. 정말 미안합니다, 여향이가 철이 없어요. 제 체면을 봐서라도 놓아주세요!"앨리스도 협력을 망치고 싶지 않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주작 앞에 가서 부탁하려던 순간, 주작이 상대방을 확 밀쳤다.진옥용은 아무리 어리석어도 이럴 때 부축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유여향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울기 시작했다."여향아, 괜찮아?""
진옥용은 차가운 눈으로 옆에 있는 유여향을 바라보았다. 이익을 앞둔 선택에 그는 도가 텄다. 엘 가문을 따라 일하는 것이 그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비록 부두에서 기초 사업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여 진행하는 일이다. 그래서 매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일을 해야 했다. 그야말로 찬밥 신세와 같다. 이런 수모에 그는 이미 싫증이 난지 오라다.지금 기회가 생겼으니, 그는 주저 없이 엘 가문 쪽을 선택할 것이다."오빠!"유여향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심한 충격으로 소리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진옥용은 그녀를 위로할 겨를도 없이 바로 주작의 곁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입을 열었다."엘 가문과 계속 협력하고 싶습니다!"주작은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뭔가 음흉하게 의도적으로 자기와 접촉하려 하는 것 같아서, 주작은 눈을 흘기고 입을 삐죽거리며 몸을 비틀어 거들떠보지 않았다.앨리스는 상대의 말을 듣고 흥분해서 걸어와 계약을 진행했다.한 시간쯤 지나자, 자리의 80% 이상의 사람들이 계약을 진행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떠났거나 벼락부자가 되어 이런 일을 하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다른 사람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유여향은 한참 울다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자 혼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여향 마음속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붉은 눈시울은 지옥에서 나온 처녀귀신처럼 무서웠다. 그녀는 비록 주작을 이길 수 없지만 그렇게 싸늘한 눈빛으로 주작을 바라보니 주작은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이 사람 어때?"염구준은 유여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청용은 옆에서 주위를 한참 두리번대다 턱을 만지작대며 말했다."확실히 죽여 주네요!"그런 쪽으로 얘기한 적도 없는데, 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정신력과 골격을 말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저 사람은 몸 상태가 아주 좋아. 훈련한 적 없지만 조금만 훈련을 시켜도 앞으로 주작보다 더 대단할 수 있어."청용은 사람의 기질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낮에 날 다치게 한 그 늙은 여자 어디 있어요?"유여향의 뒤에는 열 명이 되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다들 제대한 군인 같아 보였다. 탄탄한 근육에 키도 엄청 컸다.누가 보면 의장대를 데리고 온 줄 알 것이다.주작은 상황을 보고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표정도 여전히 가소롭다는 듯 건방졌다."어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계집애잖아? 왜? 복수하러 왔어?"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계집애? 유여향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미 상대에게 비웃음을 당한 것도 눈치챌 새가 없었다.주위 사람들이 참지 못해 웃음을 터뜨리자 그제야 상대가 욕한 것을 눈치챘다."허허, 이 상황에 도망치지 않고 내 앞에서 날뛰는 거야? 잠시 후면 웃음기 사라질 거야. 심지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네 주제에, 허풍이 심하네! 설마 낮에 어떻게 당해서 울기까지 했는지 잊었어?"음식을 먹고 있던 진옥용도 들이닥친 유여향을 알아보고 다급히 일어나 말했다."여향아, 소란 피우지 말고 이리 와!""웃기지 마. 권세에 들러 먹는 주제에, 내가 당신이랑 만났다는 건 정말 모욕이야!""유여향, 그만해. 계속하면 나도 너 못 지켜!"진옥용도 화가 났다. 애인 주제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언을 내뱉다니.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잡혀 사는 줄 알 것이다."날 지켜준다고? 언제 지켜줬는데? 이익 앞에서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잖아?"진옥용은 묵묵부답이었다. 낮에 한 행동은 확실히 그랬다. 그는 직설적인 말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염구준은 그녀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염구준이 이렇게 침착하자 앨리스도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엘 가문 사람들에게 유여향을 신경 쓰지 말고 식사를 계속하라고 했다."전신, 주작 안 도와도 되는 겁니까? 다들 제대한 군인들이잖아요. 실력이 강하진 않아도 열 명이면 주작 혼자 상대하기 어렵습니다!"청용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염구준을 보았지만 그는 움직이
어쩔 수 없이 그들은 머리를 만지작대며 짜증을 냈다. 지금 손을 써서 주작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아가씨, 우리 탓하지 마요. 우리도 원하지 않습니다. 협조 좀 부탁할게요. 여향이가 나쁜 짓은 안 할 겁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잡으려면 바로 와요. 열 명이 같이 덤벼요!"주작의 말에 열 명의 제대 군인은 눈빛이 반짝였다. 다들 주작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느린 발걸음으로 열 사람이 동시에 주작을 향해 걸어왔다.상대방이 이렇게 느린 것을 보고 주작은 성질을 참지 못해 바로 돌진했다.주작의 속도를 보고 맞은 편에 있던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이게 무슨 속도야? 상대도 제대한 군인인가?"다들 곰곰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억지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비록 주작의 빠른 속도와 날쌘 몸짓을 보았지만 결국 생각이 많아 강하게 대적하지 않았다. 게다가 속도를 보아 주작을 양보하는 것 같았다."열 명이 함께 달려요. 사정을 봐줄 필요 없어요!""좋아요. 그럼 미안하게 됐어요!"주작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녀는 간사한 표정을 지으며 순식간에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온몸이 튕겨 나간 것처럼 순식간에 제자리에서 사라졌다."뭐? 사라졌어!"청용은 옆에서 먹던 것을 뿜어낼 뻔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분명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훈련을 받은 적 있는 사람들이 알아보지도 못하다니 정말 한심했다."사라진 게 아니라 속도가 너무 빠른 거야. 지금 우리 뒤에 있어!"사람들이 고개를 돌릴 때 주작이 마침 돌진해 왔다. 주먹은 크지 않았지만, 위력은 사람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아!"한차례 공격으로 열 명 중 여섯 명이나 쓰러졌다. 남은 네 사람은 주작의 실력을 파악한 뒤 더는 자신의 실력을 아끼지 않았다.네 사람은 일렬로 모여 서로 팔 하나 정도의 거리만 남긴 채 주작을 향해 다가왔다.이런 상황하에 주작은 당황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녀는 앞으로 걸어가 그들을 맞섰다."아가씨, 협조 부탁할게요. 아니면
주작의 발걸음이 점점 가까이 가자, 진옥용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 그는 앞으로 달려가 주작의 앞을 가로막고 유여향을 지켰다."예쁜 아가씨,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뭘 하고 싶던 나한테 해요. 여향이 다치지 않게 하면 안 될까요?"유여향은 갑자기 마음속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눈앞의 남자가 사실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당신이 대신 뭘 하려고요? 대신 죽을래요?"죽음이라는 예민한 화제가 나오자 다들 진옥용을 바라보았다. 진옥용도 착잡했다. 사실 유여향과 그는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냥 유여향이 불쌍해서 데리고 다녔을 뿐인데 이렇게 인맥이 많아 제대 군인까지 알 줄은 몰랐다.그러나 유여향에 대한 첫인상을 생각하며 진옥용은 눈을 딱 감고 말했다."여향이를 죽이지 않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뭐든 들어줄게요. 하지만 굳이 죽여야 만족한다면 대신 죽을 순 없어도 최선을 다해서 한 번 막아낼 겁니다!"이 말은 비록 대신 죽겠다는 말보다 거창하진 않지만 그래도 꽤 의리가 있는 말이었다. 주작은 눈앞의 불량배에 대한 견해를 바꾸었다."오빠, 정말 바보야? 나 같은 사람 때문에 그럴 필요 없어. 어서 가, 방금 다 홧김에 한 소리였어!"진옥용은 은은하게 웃으며 시선을 주작에게 집중했다.사실 유여향과 주작은 아무런 원한도 없었다. 그저 유여향이 마음속으로 남자 때문에 주작을 적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것이 아마 여자의 소유욕인가 보다.한숨을 쉰 후 주작은 몸을 돌려 떠났다. 그리고 걸어가며 한마디 했다."흥, 사람을 죽이는 일은 안 해요. 누가 고소하면 어떡해요!"이 말의 뜻을 상대는 이미 알아차렸다. 진옥용은 감격에 찬 얼굴로 주작을 보며 고맙다는 말을 연신 했다."뭐야, 자리를 비운 지 얼마나 됐다고 새우 다 먹은 거야?"청용의 입가에 달린 새우 껍질을 보면서 주작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그녀는 단번에 손을 뻗어 청용의 귀를 틀어잡았다.소란스러운 와중에 한마디가 들려왔다."나한테서 무예를 배우고 싶어?
염구준은 고개를 들어 그를 힐긋 보았다. 눈빛 하나로도 모든 사람을 두려워하게 하기에 충분했다.그 순간,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 있던 공포가 깨어난 것 같았다. 진옥용 마음속에 조금 남아있던 이성이 그를 깨웠다."맞나봅니다. 다행이에요, 여향이가 당신을 따라가면 분명 큰일을 이룰 겁니다!"축 처져있던 진옥용은 기뻐하는 상태로 바뀌었다."미안해요. 다 제 잘못입니다. 오늘 이렇게 소란을 피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합니다."유여향은 모두의 앞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이고 사과를 했다. 그녀가 풍기던 분위기는 180도 변했다."우리가 봤던 양아치 맞아? 왜 이렇게 예의가 바르지? 이렇게 점잖은 모습이라니, 아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잖아!"그 후 유여향은 염구준과 다른 사람을 따라 방으로 갔다. 유여향은 지난 10여년간의 삶을 염구준에게 알려주었다.주작은 그 말을 듣고 한숨을 쉬며 유여향의 어깨를 토닥였다."네가 10여년 동안 이렇게 처참하게 지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널 괴롭혔으니 나도 사과할게!""괜찮아요.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걸 알아요!""그럼, 10여년 동안 군대에 간 오빠들을 따라 지낸 거야?""네. 전 태어났을 때부터 고아였고 오빠들이 저를 데리고 다니면서 키워줬어요. 하지만 인생이 다 그렇죠, 힘들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너도 너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야.""그리고 오빠들은 모두 나를 떠나 군대로 갔고 난 성격을 바꿀 수밖에 없었어요. 만약 사나운 사람들을 이기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끼어들어 더욱 나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진옥용을 만났고 그와 몇 년 동안 함께 살았어요.""허허, 사실로 보아 넌 확실히 그 사람들보다 똑똑해!"말하다 유여향은 눈시울을 붉혔다. 촉촉한 눈가는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눈물을 한 방울씩 떨어트렸다."사람을 시켜 소란을 피운 것도 확인하려는 거예요. 듣던 대로 다들 그렇게 강한 건지, 하지만...""하지만 전신님이 먼저 너에게 손을 내밀어 줄 줄 몰랐지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