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주작은 예감이 좋지 않아 얼른 앞으로 걸어가 물었다."다들 괜찮아요?"앨리스는 손을 놓아 코를 막고 있던 옷을 버리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잠시 후에야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우리는 괜찮아요. 다만 방금 너무 오래 숨을 참아 산소가 좀 부족해요!"주작은 마음을 놓고 여러 사람들의 반응을 검사해 보았다. 다들 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했다.그리고 다들 염구준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염구준이 이미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엘 가문 사람들은 겨우 살아난 후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누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청용은 가장 먼저 돌진해 나갔다."전신은 틀림없이 그들을 쫓으러 갔을 거예요. 우리도 빠지면 안 돼요!"방문을 뛰쳐나가자, 염구준은 이미 홀로 두 사람과 싸우고 있었다."흥,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 외에 또 뭘 할 수 있는지 볼까?"청용은 함정에 빠져 이미 마음속으로 내키지 않았다. 만약 혼자 싸운다면 그는 염구준의 수하 중 가장 내세울 만한 사람이다. 염구준을 제외하고 아무에게도 승복한 적 없다.네 사람이 뒤엉켜 싸우자 주작은 끼어들 수 없어 가문 사람들을 대피시켰다.염구준은 방금 전의 일로 인해 지금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아직 한 사람에게 두 번 당한 적은 없었다!염구준이 두 손을 하늘로 들어 올리자 보이지 않는 힘이 순식간에 온몸에 가득 찼고 분위기부터 어마어마한 변화가 일어났다!"실력이 끊임없이 강해지고 있어, 어서 막아!"두 사람은 동시에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다. 그들은 저항하지 않고 순식간에 멀리 도망쳐 주머니에서 다시 알약을 하나 꺼내 먹었다.청용은 막으려 했지만 실패했다. 두 사람이 각 다른 방향으로 도망치는 바람에 순간 청용은 판단력을 잃었다.실력 향상이 완성되자 염구준은 하늘에서 내려온 신과 같이 금빛이 그의 몸을 휘감고 있었다.청용도 이 모습을 보고 저도 몰래 무서웠지만 그래도 눈빛에 숭배의 마음이 가장 많았다."잘됐어. 전신이 힘
"이런, 계속 숨어다니는 거야?"청용은 줄곧 욕설을 퍼부었다. 염구준은 그래도 상대를 다칠 수 있고 우세를 차지할 수 있지만 청용은 그렇게 행운스럽지 못했다. 상대의 털끝조차도 만질 수 없었다."허허, 정면으로 싸울 수 있다며? 어서 잡아봐. 날 잡으면 어떻게 처리하든 내버려둘게."청용은 주먹을 꽉 쥐고 이를 악물었다. 사방으로 도망치는 상대를 보니 여름에 귓가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니는 모기와 같았다. 어두운 밤에 졸음이 쏟아지는데 몇 번이고 모기를 잡지 못해 짜증나는 상황 말이다."그만해!"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계속 쫓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상대가 자신을 이길 수 없다 하더라도 줄곧 자신의 체력을 소모하는 것은 결국 약을 먹은 것과 비길 수 없었다!염구준은 멈춰선 후 오른손으로 허공을 짚었다. 손끝의 위치에 갑자기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아주 눈부셨다."하하, 왜? 날 잡지 못하니까 공법을 쓰기 시작한 거야? 쓸데없어. 설마 속도가 빠르면 어떠한 공격도 피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거야?"염구준은 그 사람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밝은 빛이 손끝에서 더욱 밝아졌다. 그 사람은 갑자기 당황하여 걸음이 하마터면 흐트러질뻔했다."이 순간의 허점만으로도 충분해!"손가락을 조금 앞으로 향하자 밝은 빛이 순식간에 앞으로 돌진해 상대의 미간을 향해 갔다.방금 발걸음이 흐트러져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고 그 금빛은 금방이라도 따라잡을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상대는 방법이 떠올랐다.그는 자신의 몸을 억지로 비틀었고 몸으로 믿을 수 없는 곡선을 이루며 움직였다. 사람 전체가 반쯤 쓰러진 상태로 순식간에 하늘로 날아올랐다.이 순간으로 인해 상대는 화를 피했고 저도 몰래 웃음을 지었다."고작 이 정도밖에 안 돼?"일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그 금빛은 뜻밖에도 방향을 바꾸어 공중에 있는 그를 향해 돌격했다."아, 큰일이야!""공중에서 어떻게 피할지 볼까?"한 사람의 속도가 아무리 빨라도 공중에서는 헛수고와 다름 없었다. 우주에서 걷
주작은 상대를 흘겨보고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을 기둥 위에 묶었다.청용은 주작을 쫓아가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려 했으나 염구준의 눈빛에 놀라 의기소침하게 도와주러 갔다."만약 네가 소홀히 해 암기가 있는 곳을 검사해 내지 못한 게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낭패를 봤겠어?"청용은 한쪽 무릎을 꿇고 경건한 모습으로 말했다."네,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물을 부어서 깨워!"청용은 차가운 우물물을 들어 두 사람의 얼굴을 향해서 뿌렸다.‘쫙!’물 한 대야가 상대의 몸을 향해 뿌려졌지만, 상대는 깨어나지 않았다.염구준은 어딘가 이상하다 느꼈다. 설마 또 함정이 있는 건가?몇 사람을 데리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자, 바닥의 물이 뜻밖에도 색이 바뀌었다!"전신님, 어서 보세요! 물이 색이 변했습니다!""독이야! 건드리지 마!"염구준은 죽어라 앞에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설마 몸 안에 독액이 들어있는 건가? 움직임이 제한되거나 죽으면 독소를 방출해 이미 이겼다고 생각한 사람을 물러나지 못하게 하려는 건가?"우린 방금 독을 쓰지 않았습니다. 설마 이 독은 저 사람들 몸에서 흘러나온 건가요?"말을 마치고 주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상대를 가리켰다."뭐?""전신님, 저 사람들의 얼굴을 어서 보세요!"염구준은 주작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두 사람의 얼굴이 퍼렇게 변하기 시작했다!몸의 혈관은 아주 선명했고 몸 전체가 서서히 자줏빛을 띠었다."이건 뭐지?"염구준은 콧방귀를 뀌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흥, 중독된 거야!""중독이요? 무슨 독이죠? 저희는 독을 쓴 적 없습니다!""스스로 쓴 독이야.""정말 괘씸하네요, 죽더라도 유용한 정보를 뱉지 않는다니!""이 독은 스스로 쓴 독이 아니야. 문밖에서 훔쳐볼 때 눈에 너무 많은 독소가 들어가서 그래. 뚜렷하지는 않지만 이미 몸 안에서 발작하고 있었고 진기를 동원하자마자 독소 발작을 일으켰어!""이걸 자업자득이라고 하지!"두 사람이 심하게 중독된
반나절이 지나자, 족장이 돌아왔다. 그러나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돌아온 사람은 아주 적었다."무슨 일이에요, 족장님? 외계 사람들은 우리 직계보다 사람이 더 많아야 하지 않나요? 왜 이 정도밖에 안 왔어요?""어? 이 사람이 바로 지금의 엘 가문 주인인가요? 너무 별로네요."말하는 사람은 군중들 속에서 걸어 나왔다. 팔자 눈썹에 외국인처럼 수염을 기르고 있어 다른 사람과 분위기가 달라 보였다.족장은 한숨을 쉬며 앞으로 걸어와 물을 마시고 나서야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흩어진 시간이 너무 오래돼서 이미 각자 사업을 경영하고 있었네. 게다가 우리가 다시 모이려 한다는 소리를 들은 후에도 오고 싶어 하지 않으니, 나도 어쩔 수 없었네!"앨리스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외계의 가족이 돕지 않는다면 직계 가족들은 아주 바쁠 것이다. 게다가 일부 자질구레한 일을 수습할 사람이 없어 직계 가족이 처리해야 했고 기업의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흥. 자기가 경영하는 사업이 있긴 무슨, 오기 싫었겠죠!"앨리스는 숨김없이 바로 화를 냈다.하지만 아까 가소롭다는 듯 말하던 사람이 계속 나서서 말했다."어이구, 화났나 봐요? 가주 정말 별로네요, 일이 닥치면 화나 내고. 어쩐지 다들 돌아오지 않더라니, 이것 때문이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안 왔죠!"앨리스는 마음속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고 앞에 있는 이 사람을 산산조각 내고 싶었다.앨리스가 화를 내는 것이 청용의 눈을 거슬리게 했다. 그는 바로 앞으로 나섰다.그는 단번에 그 사람의 목덜미를 잡아당겼고 서로 이마를 맞대었다."이 자식아, 가만히 좀 있어. 너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난 궁금하지 않아. 안 와도 괜찮거든? 한마디만 더 하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게 할 거야!""하하, 네가 감히? 날 건드리면 아무도 남아있으려 하지 않을 거야!""그래?"청용이 목소리를 깔자, 그 사람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너, 너, 뭐 하려는 거야?"말하는 사이에 청용은 손바닥에 힘을 주
염구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어쩐지 다들 오지 않았네요. 예전에 와흐 가문에서 태클을 걸 때도 몰래 수작을 써서 다른 사람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라요. 아마 엘 가문이 여전히 예전처럼 흩어진 상태인 줄 알 거예요!"앨리스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녀는 즉시 족장과 다른 사람을 시켜 엘 가문을 다시 결성한 후 발생한 일을 조용히 방계 사람들에게 전하게 했다.족장은 다 듣고 아주 만족스러워하며 가문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그리고 이튿날 아침이 되자, 고성 대문 앞에 사람들이 찾아왔다. 게다가 여러 명이 무리를 지어 왔다.들어오는 사람마다 앨리스와 반갑게 인사를 했고 아주 친해 보였다."허허, 겉으로는 다들 앨리스와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이윤을 노리고 있겠죠."청용은 1층 로비에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짜증 섞인 모습으로 바라보았다."이해할 수 있어. 다들 자신의 생계를 유지 할 방법이 필요해. 궁지에 몰린 가문을 따라 내리막길을 걸을 수 없어. 다들 자신의 가정을 돌봐야 하니까!""들었어? 너 좀 봐봐, 넌 너무 극단적이야. 좋거나, 나쁘거나! 전신님처럼 정도 있고 의리도 있을 수 없어?"주작이 청용을 흘겨보고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존경의 빛이 담겨 있었다. 마치 마음속으로 눈앞의 사람이 그녀에게 속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는듯했다.그러나 그녀는 빠르게 단념했다. 신과도 같은 염구준을 보며 그녀의 마음속에는 경외심이 생겨났다. 그녀는 두 사람 사이의 차이를 잘 알고 있었다."별로잖아?""엘 가문이 이미 과거의 휘황찬란한 시절로 돌아간 줄 알았더니, 이런 고성 안에서 지내야 하고 정말 너무하네!"어려 보이는 여자애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고성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물티슈로 신발 위의 먼지를 닦으며 불편해하는 모습이었다."아, 그건 가문이 다시 모였기 때문이에요. 아직 어떤 곳은 수습할 겨를이 없으니, 여러분이 양해하길 바랍니다."앨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얼른 다가와 설명했다.
"오빠, 왜 이래? 내 편도 안 들어주고. 저 사람들 오빠한테는 안 되지, 오빠 우리 부두에서 패왕이잖아!"청용은 참지 못하고 피식 웃었다. 아직도 자칭 패왕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니."이봐요, 당신 왜 웃어요? 죽고 싶어요? 우리 오빠 앞에서 건방지게, 사람을 찾아 당신 혀 자를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요!""여향아, 입 닥쳐!""어머, 어린 아가씨가 건방지네. 사람을 찾아 혀까지 자르겠다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 같은데?""당신! 오빠, 저 사람 좀 봐, 나 괴롭혀!"주작의 말에 진옥용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유여향을 도와 편을 들지 않고 멍하니 주작을 바라보기만 했다. 진옥용은 이미 주작에게 완전히 매료되었다."오빠, 뭐해?"진옥용의 신경이 주작에게 쏠린 것을 보고 그녀는 여자로서 질투를 느꼈고 참을 수 없었다.다른 사람의 생각을 신경 쓰지 않고 유여향은 손가락을 뻗어 주작의 얼굴을 잡으려 했다. 아쉽게도 일반인의 실력으로 어찌 최고의 킬러와 비길 수 있을까?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주작의 속도는 아주 빨랐다. 그녀는 손을 뻗어 상대의 손을 막고 단번에 상대의 목덜미를 덥석 잡았다.가볍게 힘을 주자 상대는 참지 못했다. 처음에는 질투로 인해 방어하며 애써 버텼지만, 주작이 점차 힘을 가하자, 소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녀의 손은 갑자기 아래쪽에서 급습해 왔다!"흥, 너 진짜 간사하구나!"주작은 당황하지 않고 주먹을 내밀어 상대의 손을 막아냈다. 유여향의 손은 마치 강철을 잡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고, 아픔과 동시에 마비되는 것 같았다."저, 앨리스 씨. 정말 미안합니다, 여향이가 철이 없어요. 제 체면을 봐서라도 놓아주세요!"앨리스도 협력을 망치고 싶지 않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다.주작 앞에 가서 부탁하려던 순간, 주작이 상대방을 확 밀쳤다.진옥용은 아무리 어리석어도 이럴 때 부축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유여향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갑자기 눈시울을 붉히며 울기 시작했다."여향아, 괜찮아?""
진옥용은 차가운 눈으로 옆에 있는 유여향을 바라보았다. 이익을 앞둔 선택에 그는 도가 텄다. 엘 가문을 따라 일하는 것이 그에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이다.비록 부두에서 기초 사업을 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여 진행하는 일이다. 그래서 매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일을 해야 했다. 그야말로 찬밥 신세와 같다. 이런 수모에 그는 이미 싫증이 난지 오라다.지금 기회가 생겼으니, 그는 주저 없이 엘 가문 쪽을 선택할 것이다."오빠!"유여향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심한 충격으로 소리 없이 울음을 터뜨렸다.진옥용은 그녀를 위로할 겨를도 없이 바로 주작의 곁으로 걸어가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입을 열었다."엘 가문과 계속 협력하고 싶습니다!"주작은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뭔가 음흉하게 의도적으로 자기와 접촉하려 하는 것 같아서, 주작은 눈을 흘기고 입을 삐죽거리며 몸을 비틀어 거들떠보지 않았다.앨리스는 상대의 말을 듣고 흥분해서 걸어와 계약을 진행했다.한 시간쯤 지나자, 자리의 80% 이상의 사람들이 계약을 진행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이미 떠났거나 벼락부자가 되어 이런 일을 하려 하지 않았다.그리고 다른 사람은 아예 오지도 않았다.유여향은 한참 울다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자 혼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유여향 마음속의 분노는 머리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붉은 눈시울은 지옥에서 나온 처녀귀신처럼 무서웠다. 그녀는 비록 주작을 이길 수 없지만 그렇게 싸늘한 눈빛으로 주작을 바라보니 주작은 왠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 같았다."이 사람 어때?"염구준은 유여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청용은 옆에서 주위를 한참 두리번대다 턱을 만지작대며 말했다."확실히 죽여 주네요!"그런 쪽으로 얘기한 적도 없는데, 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정신력과 골격을 말하는 거야. 솔직히 말해서, 저 사람은 몸 상태가 아주 좋아. 훈련한 적 없지만 조금만 훈련을 시켜도 앞으로 주작보다 더 대단할 수 있어."청용은 사람의 기질을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낮에 날 다치게 한 그 늙은 여자 어디 있어요?"유여향의 뒤에는 열 명이 되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다들 제대한 군인 같아 보였다. 탄탄한 근육에 키도 엄청 컸다.누가 보면 의장대를 데리고 온 줄 알 것이다.주작은 상황을 보고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표정도 여전히 가소롭다는 듯 건방졌다."어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계집애잖아? 왜? 복수하러 왔어?"머리에 피도 안 마른 계집애? 유여향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미 상대에게 비웃음을 당한 것도 눈치챌 새가 없었다.주위 사람들이 참지 못해 웃음을 터뜨리자 그제야 상대가 욕한 것을 눈치챘다."허허, 이 상황에 도망치지 않고 내 앞에서 날뛰는 거야? 잠시 후면 웃음기 사라질 거야. 심지어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네 주제에, 허풍이 심하네! 설마 낮에 어떻게 당해서 울기까지 했는지 잊었어?"음식을 먹고 있던 진옥용도 들이닥친 유여향을 알아보고 다급히 일어나 말했다."여향아, 소란 피우지 말고 이리 와!""웃기지 마. 권세에 들러 먹는 주제에, 내가 당신이랑 만났다는 건 정말 모욕이야!""유여향, 그만해. 계속하면 나도 너 못 지켜!"진옥용도 화가 났다. 애인 주제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망언을 내뱉다니.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잡혀 사는 줄 알 것이다."날 지켜준다고? 언제 지켜줬는데? 이익 앞에서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잖아?"진옥용은 묵묵부답이었다. 낮에 한 행동은 확실히 그랬다. 그는 직설적인 말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묵묵히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염구준은 그녀 뒤에 서 있는 사람들을 보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염구준이 이렇게 침착하자 앨리스도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엘 가문 사람들에게 유여향을 신경 쓰지 말고 식사를 계속하라고 했다."전신, 주작 안 도와도 되는 겁니까? 다들 제대한 군인들이잖아요. 실력이 강하진 않아도 열 명이면 주작 혼자 상대하기 어렵습니다!"청용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염구준을 보았지만 그는 움직이
같은 시각에 설씨 가문 주둔지는 모닥불 파티를 연 탓에 매우 떠들썩했다.이 자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당연히 설씨 가문의 은인인 주작과 백호였다."이 술을 빌어 은인님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청목의 앞잡이들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이건 남극 빙원의 특산물인 크릴새우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설웅이 여러분들같은 고수를 만난 건 저희 가문의 복입니다."설씨 가문 사람들도 매우 맛나게 먹었다. 이 음식들은 평소에 감독관들이나 먹는 것들이었다.사람들은 불을 에워싸고 춤을 추며 오랫동안 억눌려왔던 감정을 풀고 한껏 웃었다.설씨 가문 사람들의 열정에 주작과 백호는 적응이 되지 않아 염구준에게 도움을 청하는 눈길을 보냈으나 염구준은 웃으며 술잔을 들었을 뿐, 딱히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해야한다는 것을 그도 잘 알고있었다. 너무 성급하게 굴었다간 허점이 많아지게 될 테고 그럼 신분이 들키게 될 테니까 말이다.'그쪽에서 놀라서 도망치면 이 모든게 헛수고가 되버리니까 천천히 해야 해.'모두가 기뻐하고 있을 때, 오직 설씨 가문의 장로, 설구만이 염구준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 슬픈 눈빛을 하고서 눈썹을 찌푸리고 있었다."장로님, 나쁜 녀석들이 도망갔는데 왜 안 기뻐하세요?" 그의 이상함을 눈치 챈 설웅이 그의 옆으로 다가가서 물었다."에휴, 다시 돌아올 겁니다.""청목존주를 처리하지 않는 이상 다시 돌아올 거예요. 무엇보다 청목존주는 반보천인의 강자입니다. 누가 이길 수 있겠어요?"설구는 장로답게 다른 사람들보다 안목이 더 좋고 생각이 더 깊었다."가문 전체가 남극 빙원이 아닌 바깥으로 옮기는 건 어떨까요?" 그의 말을 들은 설웅은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바깥으로 갈 수 있었다면 이미 이사를 갔을 겁니다. 하지만 외부에는 강적이 있어요. 만나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죠."상대방의 질문에 설구는 천천히
사람들이 옆에서 관전하고 있기 때문에 주작은 더 빠르게 공격해 몇 분만에 개조 로봇을 부숴버렸다.이런 공격이 몸에 부담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괜찮아?"한편, 설웅은 감정을 더 이상 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로 달려갔다."도련님, 저희를 구하러 오신 겁니까?"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설웅을 본 후 감동에 겨워 그를 에워싸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설웅이 자신들을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온 걸 보니 그들은 최근에 고생한 게 모두 보람차게만 느껴졌다.곧바로 그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주작과 백호를 소개해주었고, 설씨 가문의 사람들은 소개를 다 들은 후 진심으로 고마워했다.염구준 등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그저 탐험가라고 하며 이곳에 머물러야 할 것 같다고 한 뒤 설씨 가문의 주둔지에 머물렀다.진실한 신분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설씨 가문의 사람들 중 혹여나 스톡홀름 증후군 환자가 고자질을 할까봐서였다. 오랫동안 예속되어 왔으니 그런 사람이 있는 것도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한편, 눈밭에서 풀려난 감독관은 다른 광산까지 미친듯이 달려갔다. "너희 우두머리를 만나야겠으니 빨리 소식을 알려!""백어, 뭘 이렇게 급해해? 도망온 사람처럼 말이야."그를 본 이곳의 감독관이 농담하듯 말했다. 두 광산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평소에 서로 왔다갔다하며 잘 알고 지냈다."백씨 가문의 주둔지에 있던 광산이 침략 당해서 보고해야 해. 너희 우두머리는 어디있지?" 백어는 벌벌 떨면서 큰 소리로 물었다.청목 조직은 등급이 삼엄해서 그의 신분으로는 본부와 연락할 수가 없었다."뭐라고?"이 말을 들은 몇몇 감독관들은 입꼬리가 내려가더니 크게 놀라했다.남극 빙원에서 감히 청목 조직과 맞서는 사람은 아주 적었다. 조직의 사람들을 죽이는 건 더더욱 상상치도 못할 일이었다."얼른 따라와!" 이곳의 감독관은 더 이상 질질 끌지 않고 서둘러 길을 안내했다.이렇게 큰 일을 지체해서는 안되었다.그 후 백어는 우두머리에게 보고했고, 우두머리는 본부에 보고했
펑! 펑!전신지상 고수의 공격은 강력했다.주작은 마치 썩어빠진 나무를 자르듯 개조 로봇들을 하나씩 물리쳤다.이 실력이라면 고철덩어리도 자를 것 같았다.상대방의 실력을 보고 담당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개조 로봇에게 명령을 내렸다.“꺽다리. 저년을 죽여!”꺽다리는 최고 병기였다.“접수.”개조 로봇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고 주작과 주먹다짐을 벌였다.쿵!쌍방의 실력은 비슷해서 한 번 치고 뒤로 물러났다.전신지상의 개조 로봇이었다.개조 로봇은 잠시 부품들을 재정비하더니 다시 공격을 퍼부었다.목표가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기세였다.매서운 공격이 다가올 때마다 주작은 피할 수 없어서 끝까지 맞서는 수밖에 없었다.한동안 쌍방은 치고 박고 해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뭐 하는 거야? 가서 설웅을 죽여.”담당자가 다시 명령을 내렸다.개조 로봇은 맷집이 세고 마모에 강하며 보험도 들어줄 필요가 없어서 좋았지만 딱 한 가지 단점 융통성이 없었다.탁탁!명령이 떨어지자 나머지 개조 로봇들이 설웅을 향해 돌진했다.한 켠에서 주작이 우세를 차지했지만 그를 보호할 여력이 없었다.부릉부릉!위급한 순간, 마침 스노우모빌의 요란한 소리가 울리며 백호가 현장에 나타났다.그는 스노우모빌을 세우기 전에 몸을 날려 개조 로봇을 폐철로 만들었다.또 전신지상의 고수가 나타나자 담당자는 골치가 아팠다.조직에서 전신지상인 로봇을 한 대만 주어서 어떻게 막아내야 할지 속수무책이었다.5분도 안 되어서 개조 로봇들이 모두 부품이 되어 바닥에 흩어졌다.“이봐. 나랑 좀 놀자.”백호가 담당자에게 말을 건넸다.단진 무성의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 싸울만했다.“다들 뛰어!”담장자가 말하는 동시에 부하들이 바로 도망쳤다.“컥!”그런데 얼마 뛰지 못하고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눈앞이 아찔했다.고개를 숙여 보았더니 가슴에 피가 묻은 손바닥이 뚫고 나온 것이다.백호는 손칼 하나로 그를 황천길로 보냈다.휙!그는 손에 묻은 피를 휙휙 털어내고는 다
이번에 가족을 구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어야 할 것이다.“우리 목적지 근처에 도착했어요.”주작이 보고했다.“알았어.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우리도 곧 도착해.”뒤에서 염구준이 지시를 내리고 위치를 파악했다.10 킬로미터도 안 되는 거리를 전속으로 달린다면 금방이면 도착한다.“일단 가서 보자.”주작도 스노우모빌에서 내렸다.두 사람은 눈 위에 엎드려 포복으로 가장 높은 곳으로 기어갔다.그리고 고개를 쏙 내밀어 전방을 살펴봤다.설웅이 말한 주둔지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라 광산 같았다.그가 집이 맞다고 우기지 않았다면 잘못 왔다고 착각했을 것이다.광활한 광산에서 욕소리가 유난히 똑똑히 들렸다.퍽!“당장 일어나, 아니면 때려죽인다.”“흑흑. 제발 그만하세요. 할아버지가 버티지 못해요.”한 소녀가 노인을 보호하며 애원했다.바닥에 엎드린 노인은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방한복이 피에 흠뻑 젖었다.“차라리 잘 됐지. 버티지 못하면 바로 뒷산에 던져.”현장 감독 담당자가 채찍을 흔들며 쏘아붙였다.그들은 사람이 죽어도 신경 쓰지 않았다.“안 돼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소녀는 흐느끼면서 애원했다.퍽!“하하하. 꺼져! 일하는 데 방해하지 마.”담당자는 소녀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미친듯이 웃었다.그래도 소녀는 노인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멀리서 그 장면을 보던 설웅이 이를 갈며 눈물을 글썽이더니 벌떡 일어서서 소리질렀다.“때리지 마! 나한테 덤벼!”얻어 맞던 소녀는 바로 설웅의 친여동생이었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주작은 욕을 퍼붓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았다.“우리 들통났어요. 전방에서 몰려오고 있는데 어떡할까요?”주작이 바로 보고했다.“그럼 싸우는 수밖에 없지.”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백호 가서 지원해. 나머지는 나한테로 와.”전신지상 고수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하니 반천인 고수가 나설 필요가 없었다.염구준은 일찍 정체가 드러나는 게 싫어서 모든 사람에게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설씨 가문 개똥에도 쓸모없는 도련
“…”우두머리는 너무 아파 소리도 못내고 두 손으로 소중이를 감쌌다. 어엿한 무성지상 고수가 이렇게 망가지다니 정말 안타깝지 그지없었다.그것도 여자에게 홀려서 소중이까지 망가져버렸다.“저년을 쳐라!”나머지 부하들은 그제야 반응하고 우르르 쓸어왔다.방심한 탓에 이런 꼴을 당한 것이다.“하. 다 쓸어와도 소용없어.”주작은 가볍게 웃음을 치며 전력으로 맞섰다.“젠장, 저년 실력을 감추고 있었어. 적어도 전신 경지야. 얼른 튀어!”누가 소리를 지르자 일행들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이미 늦었다.주작은 그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전에 전부 쓰러트렸다.염구준이 한 놈이라도 살려두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전부 죽였을 것이다.“말해. 누가 너희들을 보냈어? 본거지는 어디야?”주작은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고 은밀하게 말을 돌렸다.첫 번째 질문은 가짜이고 두 번째가 진짜 목적이었다.“청…”펑펑!잔뜩 겁을 먹은 부하가 말하려고 할 때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다.총소리가 연달아 울리더니 미행하던 일행이 전부 죽었다.주작은 경계심을 놓치지 않고 설웅 곁으로 다가가 전신 영역으로 총알을 받아냈다.이 정도 공격으로 그녀의 방어를 뚫을 수 없었다.“저격수가 1킬로미터 밖에 있습니다.”설웅을 보호해야 해서 그녀는 움직일 수 없었다.“도착했어.”마침 염구준이 저격수 뒤에 나타났다.첫 총성을 들었을 때 상대방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곳에 간 것이다.“언제 왔어?”저격수는 뒤에서 말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퍽!염구준은 기운으로 저격수를 밀쳐내고 평가를 내렸다.“방금 도착했지. 사격은 봐줄만했는데 자아 보호 실력은 엉망이네.”“아악!”저격수는 중상을 입고 피를 토하더니 비틀거리면서 비수를 꺼냈다.“넌 뭐야?”염구준이 사악하게 웃으면서 천천히 다가갔다.“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네 목숨을 앗아갈 사람이지.”“꿈 깨!”저격수는 비수를 들고 죽을 각오로 공격했다.“죽고 싶어서 환장했네.”염구준은 허공에 주먹을 날려 그 자리에서
“고객님, 안목이 있으시네. 우리 가게에서 성능이 최고로 좋은 놈이라 1억만 주세요.”사장은 두 손바닥을 비비며 교활하게 웃었다.‘돈에 환장했나.’염구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사장이 계속 설명했다.“비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저희들도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 운비만 해도 꽤 돈이 들었어요. 우리 집 물건은 이 바닥에서 제일 싼 편이라고 장담할 수 있어요.”염구준은 개떡 같은 이유를 듣지 않고 스노우모빌에 올라타 연료 탱크를 점검했다.그리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마디 던졌다.“이체할게요.”휘발유는 그래도 얼지 않는 것으로 사용했다.“네.”거래가 성사되자 사장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은행 계좌를 알려줬다.이것만 팔아도 이번 달은 장사를 접어도 되었다.염구준은 추가로 휘발유 두 통을 샀다.“고객님, 어디 멀리 가십니까?”사장은 염구준이 산 물건들을 보며 물었다.휘발유 두 통에 연료 탱크에 있는 휘발유까지 하면 수백 킬로는 족히 달릴 수 있다.“여행하러 왔으니 멀리는 못 가고 주변만 돌아보려고요.”염구준은 그럴싸하게 대답했다.사장의 손등에 있는 나뭇잎 문신을 보고 이미 신분을 알아챈 것이다.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남극 빙원에서 청목 조직의 세력은 각 업계로 뻗은 것 같았다.“그렇군요.”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는 묻지 않았다.그때 이어폰에서 주작의 목소리가 들렸다.“부두 3시 방향 설산 뒤에서 미행자들이 공격할 것 같습니다.”염구준은 고개를 돌려 5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바라봤다.잡것들이 고새를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부릉부릉!염구준은 스노우모빌 시동을 걸고 주작이 알려준 방향으로 달렸다.부두를 나서며 그가 주작에게 지시를 내렸다.“한 명 정도는 살려둬, 물어볼 게 있어.”남은 일행도 스노우모빌을 사고 각자 출발했다.부두 근처에는 워낙 스노우모밀을 대여하는 유람객들이 많아서 이상한 티가 나지 않았다.설산 반대편에서 주작과 설웅은 각자 스노우모빌을 타고 천천히 달렸다.그때 뒤에서 모터가 몇 대 따라오
“알았어. 함께 청목을 처단하자.”“작전에 참여한 걸 환영해. 그럼 너와 청목 사이의 원한과 그놈의 행방을 말해 봐.”염구준이 이어폰을 하나 건넸다.이번 작전에서 조력자 한 명이 늘었다.설웅은 유골을 품에 안고 가족들의 사연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우리 설씨 가문은 적을 피하려고 남극 빙원에 도피했어. 그곳에서 일찍 정착한 편이었어. 빙원에서 생활은 무료했지만 가족들은 서로 아끼고 보살펴서 그럭저럭 살만했는데 청목이 나타난 거야. 우리를 자신의 노예로 삼겠다고 해서 아버지가 따르지 않자 바로 주먹을 휘두르더라고. 참지 못한 사람들은 반항하다가 죽고 나머지 가족과 노비들은 끌려가서 생체실험을 당했어. 그놈은 완전히 미친놈이야!”설웅은 서러움에 북받쳐 마지막에 고함을 질렀다.“청목의 전력과 부하들의 실력, 그리고 본거지가 어딘지 알아?”설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 아버지는 전신 경지에 도달한 고수지만 한 주먹도 받아내지 못했어.”반천인 경지는 전신 경지 고수를 한 주먹에 죽일 수 있지만 반대로 전신 경지는 그럴 수 없다.“됐어. 쉬고 있어. 함부로 밖에 나가지 마.”염구준은 본인들 객실로 돌아가 짧게 회의를 열었다.지금 흑풍이 청목과 손을 잡아 반천인 경지 고수가 두 명이나 되어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았다.그동안 염구준이 옥패의 무술비법을 베껴서 전신전의 부하들에게 보여준 덕에 전체적으로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했다.백호, 주작, 현무는 전신지상 경지에 도달하고 나머지 전왕들은 전신 경지에 도달해 반천인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다.이어서 며칠은 의외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다.유람선을 내릴 때 설웅은 주작과 한 팀으로 움직이고 나머지 일행은 신분을 감추려고 캐리어를 든 유람객으로 분장했다.주작은 여자라 염구준을 연상시키지 못하게 일부러 안배한 것이다.“존경하는 유람객들 주의하십시오. 남극 빙원에 도착했으니 여기서 이틀 정착하겠습니다. 이곳의 치안이 복잡하여 가이드가 없거나 강력한 실력이
“깨어났네.”그때 청년의 손가락이 움직였다.방금 그를 구할 때 반항할까 봐 염구준이 손으로 기절시켰다.“윽!”청년은 몸을 비틀며 일어서더니 뒷목을 문지르며 눈을 떴다.“당신들 뭐야?”정신이 들자마자 일행을 본 그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계했다.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해서 신경질적으로 예민해졌다.“널 구한 사람이다.”염구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청년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얼굴을 본 기억이 없었다.“왜 나를 구했어?”“난 청목의 적이니까. 아까 보니까 너도 청목한테 원한이 있는 거 같은데 우리 손을 잡는 게 어때?”“그런 당신은 무슨 원한이 있지?”그 말에 염구준은 인상을 찌푸렸다.“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질문이 끊기지 않아 짜증이 밀려왔다.“알았어. 묻지 않을게.”청년은 흠칫 놀랐다.그가 묻지 않으니 이번에 염구준이 질문했다.“이름이 뭐야?”“설웅이야. 남극 빙원 설씨 가문의 소주다.”설웅은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하지만 염구준이 원하는 정보는 아니었다.“난 청목을 죽이려고 남극에 가는 중이야. 나랑 같이 가지 않겠나?”만약 상대방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얘기를 해도 의미가 없었다.“그건…”설웅은 망설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솔직하게 말해서 꿈에서도 청목을 죽이고 싶었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염구준의 말에 구미가 당겼지만 현실적이지 못해서 허풍이라 여겼다.“참, 아저씨는 어디 있어?”설웅이 흥분하며 물었다.사람은 죽었지만 여태 그를 돌보았으니 제사라도 치러주고 싶었다.“책상 위 함에 있어. 내가 이미 화장하고 유골을 유골함에 넣었어.”염구준이 대답했다.사람도 구했는데 시신을 거두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고마워. 이 은혜는 죽지 않는 한 꼭 갚을게.”설웅은 유골함을 끌어안고 슬픈 표정으로 객실에서 나갔다.그동안 온갖 고초를 겪었더니 사람을 쉽게 믿지 못했다.“이 문을 나서면 더는 널 도와주지 않겠다. 너도 곧 죽음을 당하겠지.”염구준은 의자에 앉으면서 말했다.그는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잔뜩 겁에 질린 매니저는 찍 소리도 못하고 부랴부랴 도망쳤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사람이 죽은 것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그때 청년이 일어서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너희들 저주할 거야. 청목 존주도 저주할 것이다.”청목 존주의 적이라는 것을 확인한 염구준은 가슴이 벌렁거리고 뇌가 빠르게 돌아가더니 계략을 짜기 시작했다.친구의 친구는 반드시 친구가 될 수 없지만 적의 적은 또 말이 달랐다.염구준 일행은 남극 빙원에 있는 청목의 행적을 모르고 있으니 안내자가 있다면 일이 수월하게 될 것이다.그가 작은 소리로 부하들에게 임무를 맡겼다.“시간 됐다. 죽어!”우두머리는 1초도 지체하지 않고 칼을 높이 들었다.바로 그때 모든 전등이 꺼졌다.갑자기 어두워지자 홀에 비명이 쏟아지고 서로 밀치고 도망치느라 난장판이 되었다.“도망쳐! 살인이야!”누가 고함을 지르자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아아악!”여러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피바다에 쓰러졌다.그들은 죽을 때까지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몰랐다.옆 사람들도 모두 자신을 보호하느라 정신없어서 누가 죽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염구준 일행은 야간 투시경을 끼고 혼란스러운 틈을 타 홀에서 나왔다.계획은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백호는 어깨에 청년을 메고 도망쳤다.“CCTV를 피해서 객실로 돌아가자.”염구준이 지시를 내렸다.사람을 구한 것을 반드시 비밀로 해야 했다.아니면 저들이 쫓아오는 날에 일이 더 귀찮아질 것이다.“네.”백호는 혹시나 들통날까 봐 커다란 캐리어를 찾아 젊은이를 집어넣었다.객실에 돌아온 후, 염구준은 잠든 청년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이 녀석이 있으면 남극 빙원에서 길을 헤매고 다니지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