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실력이 부족한 걸 누굴 탓해.”염구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설마 그럼 아까 그 희미한 그림자?’라모의 머리속에 한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온다, 다시 공격해!”“빨리 대진을 꾸려!”라모의 부하들은 모두 전투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기에 알아서 반격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만난 건 전신전 전주, 수많은 전투를 단 하나의 패배도 없이 승리한 자, 어떤 반격을 해도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염구준의 손바닥에서 무형의 기운이 마치 파도처럼 그들을 덮쳤다. 몇 차례의 공격이 오가고 결국 대다수 죽어 라모와 무성 경지 부하 두 명만 남게 되었다. “이게… 설마, 전신 경지…?”염구준의 공격에 놀란 라모가 중얼거렸다. 눈 깜빡할 사이, 수많은 정예 부하들이 죽었고,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알아차렸다면, 얌전히 사람을 넘겨라.”염구준은 길게 설명하기 귀찮아 대충 말했다.“넘기라고? 내 부하들을 이렇게 많이 죽여놓고, 쉽게 네 뜻대로 될 것 같으냐?”라모가 미친 사람 보듯 염구준을 바라보며 다시 공격태세에 들어갔다.“분명 경고했다. 듣지 않은 건 너야.”염구준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헌납!”라모의 외침에 남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본명충을 라모의 본명충에게 먹히도록 했다. 그러자 라모의 본명충이 와구와구 그것들을 씹어먹으며 기력을 보충했다. 라모의 본명충 몸이 점점 커지더니 전신 경지에 있는 강자만큼 강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와라, 네가 설령 전신 경지라 할지라도 소용없다.”자신의 본명충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며 라모는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펑하고 허공에 두 사람의 공격이 맞닿았다. 그 순간, 라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으윽, 너 전신 경지 이상이구나!가슴이 뻥하고 뚫리며 피가 철철하고 흘러나왔다. 라모는 그제야 염구준의 강함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이제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부하들의 헌신에도
염구준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저 놈 붙잡아 다리 부러뜨려! 어디서 감히!”염구준이 대답이 없자 경비원들은 그가 겁먹은 줄 알고 더 기세등등해서 말했다. 하지만 강자에겐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이들은 모르고 있는 듯했다.염구준은 덤덤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경비원들은 순식간에 그 힘에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날아갔다. 그에겐 이들은 개미보다도 연약한 존재, 걸림돌조차 되지 못했다.“악!”경비원들이 바닥을 뒹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한 번만에 이들은 치명적이 부상을 입었다.“아이고,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누굴 찾는지 알려주시면, 바로 연락 넣겠습니다.”멀리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경비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용필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다. 아는 거 있나?”염구준이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살려줘! 그, 그 사람이다!”그 말을 들은 경비원들이 부상자들을 포함해 모두 기겁한 표정을 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염구준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은 별로 없었으나, 용필을 찾고 있는 악마의 소식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왜 저렇게 겁먹었지?”염구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별장 내부에 라모와 비슷한 기운을 뿜는 자들이 기척에 잡혔는데, 유달리 한 기척이 신경이 쓰였다. 휘이익! 이때, 양옆 우거진 숲 속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어마어마한 양의 독전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표는 단 하나, 염구준이었다!“어리석긴!”염구준이 가볍게 웃으며 몸을 말렸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마치 순간이동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표물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자, 피리 불던 사람이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 찾아?”그런데 이때, 뒤에서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악!”얇은 비명소리가 수풀 사이에 울려퍼졌다. 피리를 불던 사람은 여자였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초록빛을 띠고 있던 피리가 바닥에 떨어지
잠시 고민하던 수안이 사람들을 향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대장로님, 몇몇을 데려가 뒷산에 폐관 수련 중이신 전 문주님을 모셔와요. 이장로님, 사람들을 시켜 그 용필이라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찾는 즉시 데리고 와요. 저는 그동안 여기서 시간을 끌도록 할게요. 전갈문 운명이 걸린 일이니,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동하길 바라요.”꽤나 그럴싸한 명목이었지만, 사실 수안은 속으로 자신만의 계산을 하고 있었다. “네, 문주님!”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가 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염구준은 별장 깊은 속으로 들어가며 점점 더 강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거의 저항할 틈도 없이 당하거나 도망치기 일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기어이 전갈문 고위층들이 모여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하지만 모두 떠난 듯, 그 사이에 모두들 떠나 보이지 않았다. 염구준은 눈을 감고 서서히 기운을 주변으로 퍼트렸다. 그러자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진 강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그 중에서 녹지대 쪽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금색 빛을 띤 한 독총이었다. 저들도 염구준이 최소 전신 경지에 있다는 것을 알 텐데, 독충을 꺼내 들다니, 의아했다. 그는 더 가까이로 다가가 확인하기로 했다. 그러자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독충, 아니 독전갈이 어딘가로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느껴졌다. “재밌네. 날 유인하려 들어?”염구준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독전갈을 따라갔다. 전갈이 향한 방향은 바로 뒷산, 전 문주가 폐관 중인 곳이었다. 수안은 시간을 벌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염구준을 유인해 전 문주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잠시 후, 염구준은 전갈의 안내에 따라 뒷산, 대나무가 우거진 숲에 도착했다. 그 숲 가장 깊은 곳, 대장로는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돌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저희 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적이 왔습니다. 전 문주님, 부디 도와주십시오.”사람들이 간절히 외쳤지만, 돌문
연달아 주먹이 세번 내리쳐지자, 돌문이 쩌저적 갈라지며 사방으로 파편들이 튀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예상했던 대로 아수라였다. 뒤섞인 사람과 짐승들의 시체, 사방을 돌아다니는 벌레들, 토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역겨운 냄새, 그리고 살기… 동굴 속 노인은 산 사람과 짐승들을 이용해 벌레들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을. “큭큭, 그렇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들어주지.”전 문주가 뼈만 남은 듯한 기괴한 몸을 들어내며 섬뜩하게 웃었다.“겨우 자기 자신을 강하게 만들려고 다른 사람을 희생하다니, 정신 나갔군.”염구준이 살기어린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정의를 지키고 싶다면, 그럴만한 능력부터 갖춰야지. 어디 한번 네 실력을 보여봐라!”전 문주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쏘아진 일격!쾅하고 주먹과 주먹이 부딪혔다. 전 문주가 아무리 빨라도 결코 염구준과 비교할 수는 없는 법! 그의 공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염구준은 그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발목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연달아 쾅쾅쾅, 포대를 내리치듯 전 무준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전 문주는 반격하고 싶었지만, 염구준은 전혀 그에게 기력을 모을 틈을 주지 않았다. 전신 경지에 있는 고수가 이토록 허무하게 당하기만 하다니, 전 문주는 이 상황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상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대가였다. 염구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 문주를 허공으로 던졌다. 그리고 동시에 높이 뛰어올라 양손을 굳세게 마주잡으며 전 문주의 등을 강하게 내리쳤다. 전 문주는 바닥에 깊은 구덩이가 생길 정도로 처박히며 온 몸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쿨럭!”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대장로가 놀라 얼굴에 경련을 일으켰다. 비록 지금 자리에 물러난 상태였지만, 전 문주는 오랫동안 무리안을 휘어잡고 있던 강자였다. 그런데 이토록 허무하고도 처참하게 당하다니, 믿기지 않았다. ‘
그렇게 마지막 한방과 함께 전 문주는 온몸이 넝마가 된 채 멀리 날아갔다. 하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피를 토해내며 말도 안 된다며 끊임없이 중얼거렸다.“당신, 반보천인이었군요.”이때, 한 연인이 나타났다. 바로 자취를 감췄던 현 문주, 수안이었다. “스승님,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좋다. 너와 내가 힘을 합친다면 반드시 저 놈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전 문주가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하지만 속으론 아무리 둘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반보천인에겐 안 될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말한 건 수안을 방패삼아 도망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정말 교활하기 짝이 없는 계략이었다.염구준은 수안 어깨에 올려져 있는 벌레는 보고 곧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수안이 바로 그를 이쪽으로 이끈 그 전갈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그는 티 내지 않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수안은 몇 번 신호흡한 뒤, 천천 전 문주에게 다가가 손을 뻗었다. “스승님, 괜찮으세요?”“괜찮….”전 문주가 하던 말을 멈추고 허리춤을 바라봤다. 어느 사이 그의 허리에 비수가 깊게 꽂혀 있었다. 범인은 수안이었다. 이어서 그녀는 연달아 몇 번 더 그에게 칼침을 놓았다. 전 문주는 뜻밖에 상황에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수안을 바라봤다. 이제 그에겐 반격할 기력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이때, 장도들도 상황을 눈치채곤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문주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복수다!”수안이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는 오직 이 날을 위해 모든 치욕을 견디고 또 견뎠다. “설마, 기억난 거야?”전 문주가 곧 끊어질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기억나냐니? 나는 처음부터 기억 잃은 적 없어. 그저 네 놈한테 속아넘어가는 척 연기한 것뿐이지.”수안이 후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어린 나이에 감쪽같이 날 속이다니, 대단하구나.”전 문주가 감탄하는 듯하더니, 이내 비꼬았다. “그럼 나랑 잘 때도 꽤 고통스러웠겠네?”“죽어!”수
수안이 모질게 행동한 것은 일부러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널 죽일 이유는 없다. 난 그저 사람을 찾으려는 것이다."염구준은 손을 쓰지 않았다.그는 용하국의 수호신였기에 무리안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나에게는 손을 쓰기조차 더럽다는 건가요?"수안은 자신의 몸이 싫어질 때가 종종 있었다."살아남았으면 새롭게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잘 살도록 해."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렸다.이토록 협박을 받으면서도 전갈문이 사람을 내놓지 않는 것을 보니 용필은 여기에 없는 듯했다."선생, 제가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수안이 깍듯하게 물었다."염구준이다!""염 선생, 만약 제가 용필에 대해 알게 된다면 즉시 알릴 겁니다."염구준의 한마디에 살 용기를 얻은 수안은 감격했다.-"거봐! 크게 배팅하라고 했는데 고집 부리더니 졌구먼!""하하, 오늘은 좀 되는 날인가 보네. 많이 땄어!""이 봐! 동생! 돈 필요하지 않아? 50만 원 혹은 100만 원이라도 뒤집을 수 있어."여기는 ‘필승’, 무리안에서 큰 규모를 자랑하는 도박장이었다.장 내에는 다양한 사람들로 섞여 있어 정보 수집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염구준은 바로 이점을 노렸다."거슬리게 굴지 말고 게임 하지 않을 거면 빨리 꺼져." 한 건달이 욕설을 퍼부으며 염구준에게 다가왔다.건달은 한 시간 동안 그를 관찰하고 있었다. 염구준은 한 푼도 쓰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기만 했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그를 무시하며 대꾸하지 않았다.무시당했다!화가 난 건달은 손에 든 막대기를 들어 염구준의 머리를 향해 세게 내리쳤다.분명히 살의를 담은 한방이었다.현장의 다른 사람들은 태연하게 바라보면서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이런 상황은 ‘필승’에서 너무나 흔했고 한 사람 정도 시체가 되어 나가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았다.쾅!막대기가 내려꽂히는 순간, 하나의 실루엣이 휙- 하고 내동댕이쳐졌다. 그것은 벽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누군가를 죽이려 했다면, 똑같이 당할 각오도 했어야지
"당신 혹시 용하국 사람인가?"염구준이 한 번 더 확인했다."용하, 청해 사람입니다."익숙한 고향 말투에 여자는 재빨리 대답했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자비를 베풀어 그녀를 고향으로 데려가 주기를 바랐다.염구준이 뱉은 차가운 두 글자에 그녀는 희망을 가졌다."놔라!"건달은 염구준의 말을 곧잘 따랐다. 전갈문 전 문주를 죽인 사람이다. 그들이 감히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저기 선생, 저 여자가 내 돈을 빚졌어. 서로 지켜야 할 선은 지키자고."도규환의 얼굴이 어두웠다."선을 넘겠다면?"염구준은 도규환을 바라보며 도발했다."후!"숨이 가빠지고 온몸이 떨릴 정도로 화가 난 도규환이지만 손을 쓸 엄두는 내지 못했다.도규환이 움직이지 않자 염구준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이 여자가 얼마를 빚졌는지 말해봐. 내가 갚아줄게."그의 말에 분위기는 많이 부드러워졌다."20억, 네가 나섰으니, 한자리는 지워줄게. 2억만 주면 돼."도규환은 미소를 지으며 가격을 불렀다.돈만 받을 수 있다면 체면은 상관없었다.그들의 뻔한 수법을 잘 알고 있었던 염구준은 허를 찔렀다."원금을 말하는 거야.""800만 원이에요."여자는 급히 대답했다.이건 사채라고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약탈이었다.염구준은 500만 원을 건네며 모욕했다."여기 500만 원. 남는 건 팁이다."피를 빨아먹는 인간도 아닌 것들에겐 예의를 갖출 필요 없다."그래, 데려가. 그리고 다시는 내 구역에 오지 마."도규환은 꾹 참았다.오늘, 그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졌다.염구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고 떠날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는 오히려 옆에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또 다른 용하국 사람들도 여기에 갇혔나요?""네. 약 오십 명 정도이고 모두 지하실에 있어요."여자는 작은 철문을 가리켰다.큰일이다!안 좋은 예감에 도규환은 부하에게 사람을 더 불러오도록 했다.한 명 정도는 별거 아니지만, 전부를 놓아주면 큰 손해였다.이들은 모두 돈줄이었기 때문이다."쳐다보고
실력은 부족했지만, 용기는 가상했다!염구준의 마음속으로 내린 평가였다.왜냐하면 이미 문밖에는 강한 기운을 뿜고 있는 두 사람이 가까워지고 있었고, 제만과 그 일행을 전멸시킬 수 있는 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어라, 제만이네? 이제는 검을 빼 들고 사람을 베려 하는구나."한 남자가 음산한 기운을 풍기며 비꼬았다."흥, 대염무관 같은 이상한 생명체는 일찍 뿌리째 뽑아버렸어야 했어."그 남자 옆에는 마치 철탑처럼 큰 키를 자랑하는 또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사람의 힘줄을 끊는 자, 소지.사람을 분해하는 자, 게이츠.두 사람은 여기에서 강력한 실력을 가진 악인이었다. 소지는 속도가 매우 빨라 순식간에 사람 손발의 힘줄을 끊을 수 있었고, 엄청난 힘을 진 게이츠는 사람을 두 동강 낼 수 있었다.상황이 불리하다는 것을 깨달은 제만은 급히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빨리, 무관 강자들에게 연락해!""이미 늦었어."소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제만의 목을 향해 손톱을 세웠다.전혀 징조가 없었던 공격이었다.제만도 빠르게 반응하며, 검을 휘둘러 소지의 얼굴을 향해 내리쳤다. 그를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었다.그러나 경험이 풍부했던 소지는 몸을 살짝 젖히면서 손쉽게 피했다. 그리고는 계속 공격을 이어갔다.가까이 붙으면 제만은 승산이 없었다.젠장!이 점을 알고 있었던 제만은 낮게 욕설을 뱉으며 장검을 버렸다. 단검으로 방어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소지의 움직임은 놀라울 정도로 단단하여, 병기와 맞부딪히고도 제만을 찍어 누르고 있었다.기선 제압에 실패한 제만이라 패배는 시간문제였다."문주님!"함께 온 사람들이 위기를 감지하고 도와주려 했으나, 게이츠가 그들을 막아섰다. 그는 혼자서 모든 사람을 막아섰다.한쪽이 우세를 차지하자, 도규환이 더욱 거만해졌다."실력도 없으면서 영웅 행세나 하고 있으니 자살 행위밖에 더 돼?"슬그머니 도발하고 있는 그의 눈이 염구준을 향하고 있었다.염구준에 대한 것들은 전설일 뿐이라서 아무도 그의 얼굴을 본
염구준이 수압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베르는 당황했다.이제 손에 무기도 없어서 어떻게 막아야 할지 막막했다.“멈춰!”“당장 공격을 멈춰!”“부성주님, 조심하세요!”그 장면을 보던 반보천인 세 명은 막을 겨를도 없이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공격을 멈추고 지하를 내려다보았다.푸!두 사람 사이에 있는 두터운 진흙 속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모래를 사방에 뿌리면서 올라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재빨리 진흙의 가운데를 잘라버리자 생물체가 죽었는지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마침 검기도 기운을 소진하여 공격을 멈추고 돌아서서 살펴보았다.“젠장, 그냥 지하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뭐 하러 죽으러 나왔어?”염구준이 불청객에게 짜증을 부렸다.만약 생물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 검에 죽을 사람은 베르였다.진흙과 모래가 가라앉자 다들 생물의 정체를 주시했다.굵기가 2미터나 되고 꼭대기에 날카로운 이빨이 수두룩하게 생긴 심해의 모래벌레였다.이 벌레는 성체가 되면 길이가 30미터에 달하고 풍부한 광물을 함유한 화산암을 먹고 살기에 이 구역에서 텃세가 특히 강했다.그리고 공격성은 형태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방어해! 이것들이 떼로 공격할 거야!”염구준은 통신기에 주의를 주고 잠시 베르를 살해하는 것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위험한 상황에 닥쳤으니 자기들끼리 싸운다면 사기를 떨어트리기 때문이었다.푸푸!말이 채 끝나기 전에 수많은 모래벌레들이 땅속에서 나와 무차별한 공격을 퍼부었다.일반 무술인이 한 입에 먹힌다면 바로 두 동강이 났다.반보천인 무술인들은 잠수 장비가 망가지면 심해의 수압을 견뎌야 하기에 역시 방심할 수 없었다.그러니 아무도 죽음을 무릅쓰고 공격하지 않았다.심해 모래벌레들이 신출귀몰하며 공격하자, 다들 혼란에 빠져 허둥지둥했다.그들에 비해 염구준은 다가오는 놈들을 가볍게 잘라냈다.이 벌레들은 사납지 않은데 갑자기 땅속에서 튀어나올 때 당황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염구준은 감지
싸움은 잠시 한 단락 끝났다.베르가 씩씩거리며 통신기에 대고 고막이 터질 듯 소리를 질렀다. “염구준, 왜 우릴 도와주지 않아?!”“당신들도 날 도와주지 않았잖아요.”염구준은 어처구니없는 가스라이팅을 무시하고 반문했다.베르는 이런 말로서 염구준을 각 세력의 반대편에 세워 고립시키려는 수작이었다.이제 막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임시 사령관을 담당하게 되었으니 위세를 떨칠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웃기지 마. 우리는 반보천인 무술인이라 다른 무술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어. 그런데 넌 한심하게 지켜만 보고 있었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아?”베르는 정의로운 척 그의 영혼까지 고문하며 계속 나무랐다.눈치가 없는 무술인들은 정말 베르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하하하. 방금 수십 명이 넘게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도 당신은 구하러 가지 않고 도망가느라 바쁘던데요? 그 말을 하고도 양심에 찔리지 않습니까?”염구준은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이기적인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지,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또 염구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이렇게 분석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에 휘둘리기 십상이었다.“흥, 따박따박 말대꾸는. 누가 너 같은 놈을 낳았는지 그 어미가 궁금하다.”베르는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말로도 밀리게 되자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했다.“죽고 싶어?”그러자 염구준이 버럭 화를 내며 베르에게 검을 겨주었다.상대방이 시비를 건다면 원하는 대로 한바탕 싸워줄 기세였다.“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베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커다란 방패를 들고 맞섰다.이번 행차에 스텔라성에서 실력이 있는 반보천인 네 명을 파견했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다.쿵!염구준의 검이 방패에 닿은 순간 둔탁한 소리가 나며 베르가 뒤로 몇 발치 물러갔다.“물에서 방패를 쓰다니, 죽으려고 작정했군.”물속에서 방패의 부력이 커서 오히려 싸움에 방해가 되었다.그는 계속 검으로 공격하며 가볍게 제압했고, 뒤로
그 생물의 정체는 대왕 오징어였다.이 생물은 빛을 두려워해서 항상 심연에 숨어 있기에 과학자들은 파도에 밀려온 시체들만 주워서 연구했었다.대왕 오징어는 가장 긴 것은 40미터 이상에 달했다.염구준은 지금 상황을 보고 속으로 탄성이 흘러나왔다.“젠장, 오징어 소굴을 건드렸나?”심지어 그중에서 덩치가 큰 오징어는 전신 경지에 도달했다.마침 수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와서 다행이지, 염구준이 혼자 싸운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염 선생님, 이제 어떡해요?”통신기에서 초조한 노신기의 목소리가 들렸다.그 말 뜻은 그가 나서서 천기문의 부하들을 지켜달라는 의미였다.솔직히 그들 실력으로 이렇게 많은 대왕 오징어를 상대하기 버거웠다.“살아남아서 바다 밑 끝까지 오세요.”염구준은 한마디만 남기고 검을 휘두르며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지금은 사방이 어두워서 대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모두 자원해서 온 거라 그들을 책임질 의무가 없었다.“다들 최선을 다해 바다 밑으로 내려가자!”노신기는 목숨을 걸 각오로 모두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순식간에 각 세력은 대왕 오징어와 무차별적인 싸움을 벌였다.하지만 캄캄한 물속은 대왕 오징어들에게 유리한 곳이라 인간들은 1대1 싸움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고 참담한 희생을 치러야 했다.위기가 닥치자 베르가 긴급 공공 통신 채널을 열고 이런 제안을 했다.“이러다 다 죽습니다. 우리 모두 협력하여 살길을 열어야 합니다. 바다 밑에 도착하면 지금처럼 힘들지 않을 겁니다.”솔직히 베르도 염구준처럼 대놓고 아래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런 실력이 되지 못했다.“찬성합니다.”“협공합시다!”각자 싸우다가 자칫하면 전멸할 수 있으니 다른 세력들도 이 제안에 동의했다.“반보천인이 앞장서고 전신 경지, 전신지상 무술인이 그 다음, 나머지는 뒤를 따라갑니다!”베르는 정예병을 살리고 나머지는 죽든 살든 상관하지 않을 생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공격합시다!”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다른 사람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모두가 슬픔과 공포에 빠져 있을 때 염구준이 두터운 잠수복을 입고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간밤에 가볍게 생물을 절단하면서 그의 단전은 이미 기운으로 꽉 찼다.“염 선생이 바다에 들어갔어요.”모든 사람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으니 작은 동작이라도 이내 알아챘다.그가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바람에 노신기 일행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대체 왜 저러는 거야?”“내가 앞장 설게요. 촉각이 있는 생물일 뿐, 두렵지 않습니다.”일부 반보천인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서둘러 잠수복을 입고 바다에 뛰어들었다.염구준의 손에 완벽한 해도가 있으니 그가 정보를 어느 정도 장악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그래서 먼저 보물을 찾아낼까 봐 조바심이 났던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말로는 보물을 찾으러 왔다고 하지만 솔직히 고대 옥패를 노리고 왔다.일단 옥패에 있는 무공을 연마하면 자신의 실력을 제고할 수 있으니 나중에 재물을 손에 넣어도 늦지 않거니와 그때는 더 쉬울 거라 생각했다.염구준은 바다 밑에 있는 균열을 향해 가다가 가끔씩 방향을 조절했다.아직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으니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을 사용했다.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물고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점점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았다.염구준은 길이가 석 자가 되는 청봉을 잡고는 언제든 적을 무찌를 준비를 했다.방금 잘린 촉각의 길이를 볼 때, 본체에 비해 너무 짧아서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만약 덩치가 어마어마한 팔조괴물이라면 아직도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게 틀림없다.촤아아! 촤아아!그때 물살이 바뀌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수백 개의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각 세력의 정예병이 움직인 것이다.어떤 무술인은 일정한 거리에 도착한 후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속도로 염구준의 뒤를 따랐다.그가 앞장서서 길을 터달라는 뜻이었다.염구준은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아래 균열이 빨아들이는 대로 끌려갔다.‘얼마든지 따라와 봐.’지금 상황으로 말하자면 누가 누구의 총받이가 될지
선박 위의 사람들이 절박하게 울부짖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자 각 세력들이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했다.분위기를 보아 곧 위험이 닥칠 것 같았다.촤아아악!“엄청난 것이 몰려오고 있어! 빨리 위로 올라가!”나중에 물에 들어간 무술인들이 제일 먼저 해수면으로 올라와 보고했다.이어서 대다수 무술인들은 통신기에 비명소리만 남기고 사라졌다.각 세력이 어쩔 바를 몰라 혼란에 빠졌을 때, 노신기는 염구준의 옆얼굴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그의 말이 옳았다.“다들 맞서서 싸웁시다!”염구준은 어마어마한 기운이 몰려오는 것을 감지하고 우렁차게 소리쳤다.그게 무엇이든 이미 상대방을 건드린 이상 맞서서 싸워야 했다.정신을 차린 각 세력들은 갑자기 조상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무기를 집어 들었다.촤아아!다시 몇몇 사람이 수면위로 올라오더니 놀라운 속도로 선박을 행해 헤엄쳤다.“저게 다 뭐야?”누군가 겁에 질려 비명소리를 질렀다.“나도 몰… 악!”같이 헤엄치던 일행이 말하다 바다 밑에 있는 물건에 잡혀 끌려가고 말았다.그리고 밧줄처럼 생긴 것들이 수면 위로 올라와 선박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악!”“살려줘!”순식간에 비명소리와 경악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체에 다들 지레 겁을 먹었다.윙!그때 누군가 열 줄기 검기를 발사해 밧줄처럼 생긴 생물을 잘라버렸다.“저건 또 뭐야? 엄청 단단하네.”제일 처음으로 공격한 사람은 역시 염구준이었다.“끼익!”바다 밑에서 공격을 당한 생물은 날카로운 이명소리를 내며 위로 올라왔다.생각보다 쉽게 잘리자 각 세력들은 용기를 내서 공격을 퍼부었다.“별거 아니네. 단번에 잘려지잖아.”자신감이 생긴 그들은 필사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본래 각 세력의 실력으로 쉽게 생물을 잘라낼 수 있는데, 이 생물이 모두가 혼란에 빠진 틈을 이용해 습격할까 봐 진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물론 염구준도 모든 사람을 책임질 의무가 없으니 주변에
“가서 건져 와. 살아있으면 좋고, 죽었으면 하는 수 없지.”그 한마디를 남기고 메노스는 계속 시끄럽게 구는 꽃무늬 셔츠남을 뒤로한 채 조용히 선실 안으로 들어갔다.메노스가 이 후계자를 아끼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자기 목숨까지 걸 정도는 아니었다.한편, 잠수함을 타고 온 대어당, 안설홍, 레온 가문의 세 세력은 자연스레 한데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다른 세력에 대항할 방비를 했다.그에 비해 염구준의 일행은, 아까 그의 압도적인 전투력을 목격한 덕분에 분위기가 다시 끓어올랐다.“염 선생님은 진짜 강하시네요! 한두 번 만에 반보천인 한 명을 처리하시다니!”“염 선생님만 계시면 스텔라성도 별 것 아니에요!”“전 마음 정했어요. 이번 일만 끝나면 무조건 염 선생님을 제 스승님으로 삼을 거예요.”세 척의 어선 위의 사람들은 불과 며칠 만에 염구준의 팬이 되어버렸다.하지만 정작 염구준 본인은 사람들의 찬사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고, 아타와 노신기를 향해 입을 열었다.“계획대로 시작하죠.”“네!”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수색 인원들을 바다에 투입했다.다른 세력들도 질세라 각자 인원을 내보냈지만, 서로 자기 일을 하느라 별로 큰 충돌은 없었다.이 바다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피를 흘릴 이유는 없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주변을 둘러보고 모든 세력이 각자 행동 중인 걸 확인하곤,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운 회복에 집중했다.방금 전의 싸움에서 그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속전속결로 싸움을 끝내기 위해 일부러 몸에 무리를 주는 권법을 강제로 사용했었다.하지만 실제로는, 그 한 방의 주먹과 한 번의 검격으로 무려 30%의 기운이 빠져나간 상태였다.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열 시간이 필요했다.그의 모든 행동은 타 세력들에게 낱낱이 관찰되고 있었지만, 감히 함부로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그리고 날은 조용히 어두워졌다.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엔 무수한 별빛이 바다에 반사되어, 마치 두 개의 은하수가 펼쳐진 듯한
“하하하! 겉멋만 든 자식이, 결국은 허세였구나!”로브는 이 약한 일격에 박장대소하며 자신감이 들었다.‘어쩌면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말한 것처럼 아직 몸을 채 회복하지 못한 것일 수 있겠어.’그 모습을 지켜보던 베르 일행은 눈에 띄지 않게 기운을 운용하며 적당한 타이밍에 염구준을 제거할 기회를 노렸다.하지만 뭔가 이상했다.사람들은 곧 염구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기운의 강도로 보아 그들을 속이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특히, 왼주먹에 모인 에너지는 숨이 멎을 만큼 강렬했다.“이런 허세에 난 안 속아!”로브는 상대방이 그저 겁을 주려는 연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고는 기세등등하게 구자검을 뿌리치고, 단검을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그는 원래 지는 척하려고 했었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아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이에 염구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두 자루의 단검을 향해 왼팔을 휘둘렀다.쾅!주먹이 단검에 닿는 순간, 두 자루의 단검은 그대로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이 공포스러운 주먹을 그가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안 돼!”로브는 이번 주먹이 진짜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공포에 사로잡혀 피하려 했지만, 이미 공격 태세로 몸이 나간 상태라 도망칠 수가 없었다.쾅!염구준의 일격은 그대로 로브의 가슴을 강타했고, 로브는 힘없이 밀려났다.그러나 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곧바로 검으로 로브의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복부까지 갈라 길고도 흉측한 상처를 남겼다.풍덩!로브는 이 어마어마한 충격에 바다로 떨어졌고, 생사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염구준은 그를 돌아볼 생각이 없었다.애초에, 이건 남들에게 자신이 초입 반보천인을 상대할 여유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 싸움은 승부가 명확했지만, 너무 빨리 끝난 탓에, 진짜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게다가 로브는 제대로 싸운 것도 아니고, 허점투성이였기에 평가 기준도 되지 못했다.관중들은 모두 멍한 표정이었지만,
불쌍하게도 그는 꿍꿍이가 많은 여우같은 사람들에게 이용당했다.그러나 금발에 금색 수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구부정한 몸매에 하얀 로브를 입은 메노스는 순진한 그와는 달리, 더욱 노련했다.“이번 일은 중요하고 사방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않는 게 좋아.”겨우 이정도 이간질로는 그를 속일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민폐 팀원이 있었다.꽃무늬 셔츠남은 거대한 아기처럼 징징대며, 눈물까지 찔끔 흘렸다.“메노스 할아버지, 전 할아버지가 키워주신 아이잖아요! 설마 저한테 무관심 해지신 거예요?”“그만. 복수해줄게, 그러니 그만해.”메노스는 꽃무늬 셔츠남이 우는 걸 보자, 마음이 사르르 녹아서 옆사람을 향해 물었다.“로브, 저 녀석의 실력이 어떻지?”“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싸우는 건 본 적 없습니다. 저쪽 진영엔 반보천인이 둘이 있는데, 제 실력과 맞먹습니다.”로브는 아는 걸 전부 털어놓았지만, 계속 불안한 예감이 들어서 표정이 좋지 않았다.역시나 메노스는 그의 예감처럼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렸다.“그래, 네가 가서 한번 떠봐. 내가 뒤에서 봐줄테니.”“네.”로브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대답한 뒤, 요트에 올라타 염구준이 있는 어선을 향해 달려갔다.메노스는 정말 그의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명령을 내린 거였다. 두 배 사이의 거리가 짧은 것도 아니라 위험한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바로 도와줄 수도 없었다.슉!로브는 어선에 뛰어올라 기세 넘치게 소리쳤다. “염구준, 한 번 붙어보길 원한다!”다소 똑똑한 선택이었다.혹시라도 집단구타를 당할까 걱정이 돼서 먼저 큰소리부터 친 것이다.하지만 염구준을 향해 시비를 거는 로브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레이가 나서서 입을 열었다.“너 따위가 감히?”부두에서 2:1로 이기긴 했지만, 그래도 로브는 패배자였다.게다가 이제 막 반보천인의 문턱에 선 수준이 감히 염구준을 상대로 나서기엔 한참 부족했다.“받아들일 건가?”로브는 그레이와 말싸움을
그는 입을 열자마자 자신은 염구준의 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천기문이든 아타든 그는 애초에 경쟁상대로 생각해두고 있지 않았다. “흥, 비겁한 놈!”노신기는 화를 내며 말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나올지 기다렸다.어선이 잠수함을 상대한다는 건 아예 말도 안 되었다.“예부터 보물은 능력 있는 사람이 가져가는 법이지.”염구준은 꼬리를 밟혔음에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혹여 다툼이 생긴다 해도, 실력으로 누르면 될 일이었다.게다가, 보물을 탐색하는 세력이 많을 수록 고대 옥패를 찾아낼 확률도 커지기 때문에 어쩌면 더 이득이었다.게다가, 정확한 위치 없이 찾아야 한다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와 다를 게 없었다. “고마워. 만약 보물을 찾게 된다면 염 선생도 나눠줄게.”“만약 고대 옥패를 발견한다면, 바로 주고.”대어당의 당주는 크게 기뻐하며 약속했다. 염구준에게 복종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며 말이다.적과 동료는 늘 변하는 법이다. 변하지 않는 건 오직 이익뿐이었다.염구준은 그를 슬쩍 바라보곤,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이런 식의 허울뿐인 약속 따위는 진즉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마지막까지 믿을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검 뿐이었다.“후욱, 후욱.”노신기는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염구준이 나서지 않는 이상 홀로 대어당과 맞붙을 자신이 없었다.철썩철썩!이윽고 바닷물이 또 한 번 요동치더니 이번엔 세 척의 잠수함이 물 위로 떠올랐다.적어도 세 개의 강대한 세력이 더 온 것 같았다.그리고 멀지 않은 곳의 두 방향에서 모두 배가 다가오고 있었는데, 또 다른 두 세력이 오는 것 같았다.보물을 나눠가지려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진 것이다.“염 선생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폐 끼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염 선생님께서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조상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니 저희도 어느정도는 가져가 가문에 보태야죠.”“염구준, 날 기억해?”새로 온 이들 중 대부분이 염구준과 한번쯤 얽혔던 사람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