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입을 열자마자 소진웅이 버럭 화를 내며 욕을 할 줄.“흥! 난 너 같은 미련탱이에게 물어본 게 아니야! 다만 한 가지 물을 게 있다. 너 정말 소씨 가문을 위한답시고 내 보배 같은 손녀를 중해그룹 아들과 혼인시키려 들었니?”그 말에 소청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아버지, 저는...”“닥쳐! 이 쓸모없는 놈아! 회사 관리도 못 하면서 딸을 팔아? 그러고도 나를 아버지라 부를 면목이 아직 남아있는 거야?”면전에서 한바탕 욕을 먹은 소청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윤구주는 내 손녀사위로 들일 거야, 무조건! 누구도 내 의견을 막을 수 없다!”그런 뒤 소진웅은 패기 있게 윤구주를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채은아, 너도 이리 오렴!”그리하여 소채은도 그곳으로 걸어갔다.이윽고 소진웅은 두 사람의 손을 각각 하나씩 잡은 뒤, 그 두 손을 한데 놓으며 말했다.“비록 내가 병상에 2년간 누워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직 눈이 먼 게 아니야! 이 할아버지가 보기에 너희 둘은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러니 내 말 듣고 너희 두 사람 연말에 결혼할 수 있도록 잘 얘기해보아라,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얼른 나에게 건강하고 통통한 손자를 안겨줬으면 좋겠구나!”“할아버지...”소채은의 얼굴은 시뻘겋다 못해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옆에 있던 윤구주도 쓴웃음을 지었다.“됐어, 이 할아버지는 할 말 다 했다! 이제 집으로 가자꾸나!”이렇게 소진웅은 한 손으로 윤구주를, 한 손으로 소채은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그 장면을 본 소청하는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파래졌다!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소청하는 천희수에게 말했다.“빌어먹을! 아버지는 왜 그 더러운 자식을 손녀사위로 여기시는 거야, 이제 어떡하지?”“여보, 제 생각에 그 남자 채은이한테 잘해주는 것 같던데요?”천희수가 중얼거렸다.“닥쳐! 그게 무슨 소리야? 어디서 왔는지 근본도 모를 애한테 우리 딸을 시집보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 그런 소리 하기만 해 봐!” 한바탕
드디어, 소씨 가문 가족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소청하 부부와 소채은 등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소씨 가문의 지계 옆 친척도 함께 있었다.소진웅은 가장 중간 자리에 앉았는데, 얼굴이 불그스름한 게 기운이 넘쳐나 보였다.그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쓱 훑어보고는 비로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오늘 나는 가족회의를 하려고 한다. 한 가지 선포할 일이 있거든!”“무슨 일이신데요?”소청하가 궁금해하며 묻자, 소진웅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2년 동안의 소씨 가문 상황에 대해 나는 이미 전부 알고 있어! 따라서 이번 회의를 모집한 것은 바로 소씨 가문 가주의 자리를 물려주기 위함이다. 나도 이제 많이 늙었으니...”“가주의 자리를요?”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했다.“그래!”소진웅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나는 소씨 가문 가주의 자리를 채은이에게 정식으로 맡기려 한다. 다들 의견 있는가?”그 말에 온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채은이한테 가주의 자리를 넘겨준다고?’“회장님, 도리대로라면 채은이한테 가주의 자리를 넘겨주는 건 옳지 않습니다! 큰 형님도, 둘째 형님도 아직 있으시잖아요!”한 지계의 친척이 입을 열었다. “천홍이 그 빌어먹을 자식은 내가 이미 가문에서 쫓아냈어. 이제부터는 소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 때문에 그 자식은 전혀 고려할 필요 없어.”곧이어 현장에 있던 모든 소씨 가문 가족들이 멍해졌다.그러나 그들도 모두 소천홍이 파렴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둘째로 말하자면, 너무 고분고분해서 큰일을 도맡을 성격이 아니야. 그래서 나는 채은이에게 가주의 자리를 넘겨주려는 것이다.”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뒤이어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소청하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러자 소청하가 탄식하며 말했다.“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이 집안의 가주가 될 자격이 없어요... 채은이한테 맡기는 게 좋겠습니다!”“좋아! 그렇다면 오늘부터 이 소씨 가문의 가주는 바로 내 손녀, 채은이다!”
소진웅은 미소를 지으며 가운데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그러자 윤구주가 고개를 지었다.“이미 둘쨰한테서 들었다. 네가 기억을 잃었다고 말이야, 자신이 누구인지, 심지어 어디서 살았는지조차 전부 까먹었다면서?”소진웅은 이렇게 말하며 윤구주의 곁으로 다가갔다.그러나 윤구주는 아무런 소리 없이 그의 말을 경청할 뿐이었다.“그러니 이제부터 이곳이 자네 집이라고 생각해!”그 말에 윤구주는 마음이 조금 흠칫 떨렸다.“자네와 채은이의 관계가 어느 정도로 발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 손녀가 정말 좋은 남자의 보살핌을 받았으면 좋겠네, 그래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아. 자네, 내가 인생의 선배로서 한마디만 묻겠네, 정말 우리 채은이를 잘 보살필 수 있겠나?”뒤이어 윤구주가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꼭 그럴 테니까요.”“그래! 이러면 나야 마음이 놓이지!”소진웅은 윤구주의 어깨를 토닥였다.“SK가 이 정도로 발전하기까지 정말 쉽지 않았네, 그래서 나는 두 사람이 우리 SK그룹을 잘 이어나갔으면 좋겠어! 둘째에 관해서는 너무 개의치 말게, 평생 고분고분하게 산 자식이라 나쁜 마음은 절대 품지 않을 거야!”그의 말에 윤구주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됐어, 할 말은 다 했으니 이만 내려가 봐도 좋아.”소진웅이 마지막 말을 끝마치자, 윤구주도 이에 작별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그리고 그가 떠나는 것을 소진웅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유심히 지켜보았다.윤구주가 거실에서 나오자, 소채은은 기다렸다는 듯 곧장 그에게 달려갔다.“윤구주! 대체 할아버지께서 너한테 무슨 말씀을 하신 거야?”그녀의 물음에 윤구주는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그냥 두어 마디 대화를 나눴을 뿐, 아무것도 아니야!”“흥! 내가 그걸 믿을 줄 알고? 솔직히 말해봐, 대체 우리 할아버지를 어떻게 치료한 거야? 그리고, 할아버지는 왜 또 너한테 잘해주시는 거고?”소채은이 계속해서 질문을 퍼붓자, 윤구주도 골똘히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아마 할아버지가 보시기에 우
“구주야, 내가 널 왜 여기로 데려왔는지 알아?”소채은이 갑자기 화초 한가운데로 가서 묻자, 윤구주가 고개를 저었다.“왜냐하면 여기는 내 비밀 정원이니까!”그녀는 자신이 직접 심은 화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거 알아? 여기는 우리 부모님도 모르는 곳이야! 어렸을 때부터 나는 억울하거나, 마음이 괴로우면 혼자 여기로 오곤 했었어. 그리고 지금까지 내 비밀 정원에 들어온 사람은 누구도 없었어, 구주 네가 처음이야!”그제야 윤구주는 이 작은 방을 빙 둘러보기 시작했다.“이 꽃 이름이 뭔지 알아?”소채은이 아름답고 고귀한 캐롤라인 장미꽃을 가리키며 말했다.이에 윤구주는 애써 모르는 척 고개를 저었다.“이 꽃은 캐롤라인 장미꽃이라고 해. 원산지는 프랑스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미꽃이지! 게다가 의미도 아주 좋아, 꽃에 자신이 제일 간절히 바라는 소원을 빌 수 있거든. 듣기로는 프랑스의 많은 왕족들이 이 장미를 매우 좋아했다 하더라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장미는 워낙 비싸고 희귀해서...”소채은은 캐롤라인 장미 꽃잎을 조심스럽게 만지면서 천천히 말했다.“자, 구주야, 나랑 얼른 무릎 꿇자!”“어? 무릎을 꿇으라고?”윤구주는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과 스승님 외에, 그에게 무릎을 꿇으라는 요구를 받았다!“그래, 이리와, 나랑 무릎 꿇고 소원 빌자.”소채은이 다시 한번 거듭해 말했다.소원을 빌자는 말에 윤구주는 그제야 눈살을 찌푸리고, 그녀를 따라 함께 무릎을 꿇었다!캐롤라인 장미꽃을 앞에 두고 말이다!무릎을 꿇은 후, 소채은은 두 손을 모아 장미꽃에 대고 말했다.“구주야, 두 눈 꼭 감고 이 장미꽃에 소원을 빌면 네 마음속의 소망이 반드시 이루어질 거야.”말을 끝낸 후, 이 멍청한 계집애는 정말로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하늘이 보우하사, 저는 구주가 얼른 기억을 회복하기를 바랍니다. 그가 영원히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희망합니다! 또 그가 평생 근심 걱정 없이 자유로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그녀의 소원
이른 아침.소채은은 얇은 허리선을 강조하도록 만든 세련된 검은색 정장을 입었다.검은 스타킹은 가늘고 긴 두 다리를 감쌌고, 게다가 완벽한 미모까지 더해 그녀는 단번에 도시적인 사람으로 변했다.“구주야, 나 회사 다녀올 테니까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인사를 건넨 뒤 소채은은 곧장 차를 몰아 SK제약으로 향했고, 그렇게 윤구주는 홀로 소씨 저택에 남게 되었다.그녀가 떠나는 것을 다 보고 나서야 윤구주는 몸을 돌려 방으로 돌아갔다.그때, 뒤에서 누군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려 보니, 소청하가 눈을 부릅뜨고 윤구주를 노려보고 있었다.“아버지가 자네를 좋아한다고 해서, 자네가 우리 집에서 거들먹거리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게. 그건 어림도 없어! 그리고 채은이, 정말 자네가 우리 딸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내가 자네라면 더 창피해지기 전에 얼른 소씨 저택을 떠났을 거야!”소청하의 이런 태도에, 윤구주는 더 상대하기도 귀찮아 그만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어이, 지금 나 말하고 있는 거 안 보여? 이 자식이 귀가 먹었나, 거기 서지 못해!”윤구주가 자신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소청하는 화가 나서 거의 벌떡 일어날 뻔했다.바로 그때, 천희수가 안쪽에서 걸어 나왔다.“여보, 무슨 일이예요?”그러자 소청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울분을 토했다.“화가 나 죽겠어! 이거, 정말 화병이라도 걸릴 것 같군!” “누가 또 건드렸어요?”천희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누구겠어? 당연히 우리 집에 거저 사는 그놈이지!”“윤구주 군 말이에요?”“그래!”“나는 아무래도 여보가 조금 지나친 것 같아요. 그 아이가 여보한테 뭘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요! 게다가 지난번 공장에서 그 아이가 우리를 도왔고...”그러나 소청하는 오히려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상관없어! 아무튼, 난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으니까! 퉤, 감히 내 사위가 되겠다고? 차라리 나를 때려죽이라 그래!”소청하는 윤구주가 떠난 방향을 향해
오후 무렵, 중형 트럭 한 대가 천천히 소씨 저택 대문에 들어섰다.그리고 트럭의 뒤편에는 캐롤라인 장미꽃이 한가득 실려 있었다.얼마 뒤 차가 도착한 후, 몇 명의 일꾼들이 차에서 뛰어내렸다.마침 그때, 소청하와 천희수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 그들은 눈부신 장미꽃을 가득 실은 트럭 한 대가 대문 앞에 정차해 있는 것을 보고 궁금해하기 시작했다.“이건 뭡니까?...”소청하는 트럭에서 막 뛰어내린 일꾼에게 물었다.“안녕하세요, 꽃 배달하러 왔습니다!”“꽃이요?”“네! 의뢰인의 요구로 저희가 아침 일찍 온 도시에 있는 캐롤라인 장미꽃을 전부 사들인 겁니다. 소채은 씨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요. 실례지만, 소채은 씨는 지금 어디에 계시나요?”‘어? 채은이한테?’그 말에 소청하 부부는 완전히 어리둥절해졌다!게다가 그들은 소채은에게 주기 위해 온 도시의 캐롤라인 장미꽃을 사들였다는 일꾼의 말에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온 도시의 장미꽃을 우리 딸한테요? 대체 누... 누가 보낸 겁니까?”천희수가 물었다.“DH 그룹이요. 혹시 모르십니까?”“DH 그룹이요?”이 네 글자가 귀에 전해지자, 부부는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 이어서 소청하가 단번에 흥분하며 말했다.“맙소사! 또 DH 그룹의 주 회장님이시네! 게다가 온 도시의 장미꽃을 보냈다니? 이건... 이건 정말 클래스가 남다르잖아!”천희수도 덩달아 웃으며 기뻐했다.“봐요, 여보! 내 말이 맞죠? 그 주 회장님이 분명 우리 딸을 좋아하시는 거라니까요!”“확실해, 확실해!”그렇게 트럭을 한가득 채운 캐롤라인 장미꽃이 모두 소씨 저택으로 옮겨졌다.주세호가 보내온 이 장미꽃을 바라보며, 소청하 부부는 그야말로 얼굴에 즐거움이 피어났다. 그들은 모두 소채은이 주세호의 눈에 들었다고 생각했다!그때, 윤구주가 방에서 걸어 나왔다.일꾼들이 아름다운 캐롤라인 장미꽃을 들여오는 것을 보고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채은이도 이제 만족하겠지?’“따르릉!”윤구주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 핸드폰
이윽고 윤구주의 머릿속에 손에 군도를 들고, 만천의 시체 앞에 서서, 자신을 위해 돌격 전진하는 부창용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는 윤구주의 가장 좋은 “형제” 중 한 사람이었다!또한 그는 예전 윤구주의 휘하에서 가장 맹렬했던 장군이었다!다만,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는 부창용을 서부전선 전장에 보냈다. 때문에 윤구주가 “순국”했을 때 부창용은 그의 곁에 없었다!자신이 그렇게도 아끼던 친한 형제, 부창용이 모레 열리는 연회에 참석할지 모른다는 소식에, 윤구주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부창용 장군이 온다니, 저도 한번 가보겠습니다!”“좋습니다! 그럼 모레 제가 저하를 모셔 올 사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윤구주는 더는 말하지 않고 이내 통화를 끊어버렸다.고개를 들어 먼 곳의 흐린 창공을 바라보자, 윤구주의 눈동자가 두 번 반짝였다.바로 그때였다.소청하 부부가 캐롤라인 장미꽃을 운반하는 일꾼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자, 이리로 천천히 오세요! 꽃들은 전부 이곳에 놓으면 됩니다!”“조심해요! 캐롤라인은 우리 딸이 가장 좋아하는 꽃이란 말이에요, 천천히!”소청하는 앞에서 일꾼들을 안내하고 있었다.“아니, 그런데, 주 회장님은 어떻게 우리 채은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캐롤라인 장미꽃이라는 걸 아셨대요?”소청하는 갑자기 궁금해했다.그러나 일꾼들은 꽃을 옮길 뿐이니 뭘 알겠는가?그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곧이어 윤구주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그리고 그를 보자마자 소청하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봐, 윤 씨, 두 눈 크게 뜨고 똑바로 좀 보지, 그래? DH 그룹 주 회장님께서 우리 채은이한테 또 캐롤라인 장미꽃을 선물하셨다고. 뭐가 낭만인지 조금 알겠어? 진짜 여자를 쫓아다닌다는 게 뭔지 알겠냐는 말이야.”하지만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웃으며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웃어? 정말 뻔뻔하군.”한바탕 욕설을 퍼부은 뒤, 소청하는 더 이상 윤구주를 신경 쓰지 않기도 했다.‘아버님... 혹시 주세호 씨가
“채은아, 우리 딸 돌아왔구나!”소청하 부부는 그녀가 돌아온 것을 보고 서둘러 맞이해주었다.“엄마, 아빠, 이 꽃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소채은은 의아한 표정으로 마당에 가득 찬 캐롤라인 장미꽃을 가리키며 물었다.“바보야, 이건 DH 그룹의 주 회장님이 너에게 주는 거야!”소청하가 웃으며 말했다.“네? 주 회장님이요?”소채은은 그만할 말을 잃었다.“그래! 채은아, 봐봐, DH 그룹의 주 회장님이 너에게 얼마나 잘해주시는지!”옆에 있던 천희수도 말을 거들었다.하지만 소채은은 마당을 가득 메운 캐롤라인 장미꽃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전혀 즐거워하지 않았다.‘DH 그룹이 나한테 장미꽃이 이렇게 많이 보냈다고? 미친 거 아니야?’“미치겠네, 정말! 주 회장님은 왜 이렇게 많은 꽃을 보낸 거야!”그녀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로 서 있자, 소청하가 서둘러 말했다.“바보야, 아직도 모르겠어?”“뭘요?”“주 회장님이 너를 좋아하시는 거잖아!”“네?! 풉!”너무 놀란 나머지 소채은은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아빠, 무슨 소리예요? 저는 주 회장님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저를 좋아할 수 있어요?”그러자 소청하가 빙긋 웃었다.“너는 못 봤겠지만, 주 회장님은 너를 봤을 수 있잖아! 게다가, 한 남자가 여자에게 장미꽃을 선물한다는 게 뭘 뜻하는지, 너도 알고 있지?”소채은은 온몸이 굳어졌다.‘그래, 장미꽃을 선물하는 건 연애할 때만 가능한 건데... 지금 주 회장님께서 무려 9만 9천 9999송이의 장미꽃을 선물했다는 거야? 설마... 진짜 나를 좋아하시는 건가?’“안돼! 그럴 리가 없어!”그녀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그게 왜 불가능해? 이 바보야, 생각 좀 해봐, 우리 소씨 가문이 기사회생하기 전까지 매번 넘었던 난관 중에, 주 회장님께서 안 도와주신 적이 언제가 있는지. 그런데도 아직 못 알아보겠어?”소청하가 다시 한번 말하자, 소채은은 가슴이 '쿵' 하고 울렸다.그의 말대로, 그동안 DH 그룹이 줄곧 소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