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채은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세요!”하지만 하인은 어리둥절해하면서 말했다.“그런데 대표님이랑 사모님은 저한테 돈을 마련해라고 하셨어요. 만약에 오늘 직원들의 월급을 지불하지 못하게 되면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셔서!”“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를 채은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면 제가 다 알아서 해결할게요!”윤구주가 이렇게 말하자 하인은 망설이였다. 하인은 윤구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를 고민했다.이때 소진웅이 말했다.“안 가고 뭐 해! 빨리 우리 손녀사위를 데리고 가!”하인은 손녀사위라는 단어를 듣고 흠칫 놀라더니 다시 윤구주를 쳐다봤다.“네. 네!”“손녀사위, 우리 채은이을 자네에게 맡기겠네. 털 끝하나 다치게 하지 말고 안전하게 데리고 와!”윤구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안심하세요. 제가 꼭 무사히 데려오겠습니다!”윤구주는 하인을 따라 차를 타고 출발했다.길에서.윤구주는 하인의 전화를 빌려 주세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세호 씨, 지난번에 가지고 왔던 현금이 아직도 있어요?”맞은편 DH빌딩에 있던 주세호는 대답했다.“네. 있습니다!”“좋아요!”“지금 당장 그 돈이 필요하니 SK제약으로 보내 주세요!”그리고 윤구주는 전화를 끊었다. ...SK제약 공장에서.철방망이를 든 100여 명의 직원들은 소청하와 천희수 그리고 소채은을 둘러싸고 있었다.소청하와 천희수가 목이 쉴 정도로 해명을 해보았지만 직원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소채은은 처음 겪는 상황에 화가 너무 난 나머지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몇십억 가까이 되는 임금 체불상황에 그들의 해석을 들으려 하는 직원이 없는 게 당연하기도 했다.오직 한쪽 편에 앉아 있는 소천홍 부자 두 명만이 지금 상황에서 웃고 있었다.“외삼촌, 맘에 드시나요?”주환은 소천홍에게 담배 한 대를 건네주면서 물었다.소천홍은 담배를 받고 한 모금 피더니 말했다.“아주 좋아!”칭찬을 받은 주환은 피씩 웃었다.“잘
“제 카드에 진짜 돈이 있다니깐요!”소채은이 아무리 해석하여도 주환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어이 소씨! 만약에 오늘 돈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가만 두지 않을 거야!”“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피와 땀을 흘려가며 SK그룹에서 일을 했는데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해? 여러분이 말해보세요! 우리가 이 돈을 받아야 하는 게 맞잖아요! 안 그래요?”직원들은 다 같이 큰소리로 말했다.“그래!”그러자 주환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 있던 철방망이로 소채은을 가리키며 사납게 말했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돈을 내놔!”소채은은 놀라움에 그만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 많은 돈을 어떻게 현금으로 지불할지 그녀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없지? 그러면 나를 원망하지 마!”주환이 철방망이를 들고 소채은에게로 걸어가려는 순간 소청하가 다급히 달려와서 말렸다. 하지만 주환은 소청하를 발로 차 던지고 그 아픔으로 인해 소청하는 기절하였다.소청하가 드러눕는 걸 보자 소채은은 외쳤다.“아빠!”그리고 철방망이를 들어 소채은에게 휘둘려고 하는 순간.팍!누군가가 큼직한 손으로 내리치는 철방망이를 막아냈다.“이 개자식이 미쳤나!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소채은은 이 말을 듣고 감았던 두 눈을 뜨자 키 크고 듬직한 어떤 남자가 그녀 앞에 서있었다.윤구주였다!윤구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주환은 어리둥절해졌다!소천홍부자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 새끼가 어떻게 여기를 왔지?”소채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야?”윤구주는 뒤돌아 서서 소채은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지금부터 너는 저기 앉아있기만 해. 내가 다 처리해 줄게!”그리고 윤구주는 주환을 째려봤다.“네가 내 여자한테 손을 대려고 했던 거야?”주환은 흠칫 놀라면서 누구냐고 물으려 하는 순간 윤구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주환을 발로 차 던졌다.퍽! 쿵!그 충격으로 인해 날아가던 주환은 벽
소청하는 DH그룹 표태훈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고 소채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표태훈은 걸어오더니 소채은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채은 아가씨, 저희 또 뵙네요!”“어르신... 어... 어르신이 여기 웬 일로 오셨어요?”소채은은 멍하니 서있었다.표태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저희 세호 대표님이 채은 아가씨가 돈이 조금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저더러 심부름을 다녀오라고 했습니다.”‘돈을 가져다줬다고?’이 말을 들은 소청하와 천희수는 더 이해가 안 갔다. 특히 소채은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파악이 안 갔다.그때 표태훈의 사인과 함께 현금 수송차 네대가 앞으로 한 발짝 이동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정차하였다.진짜 총을 든 수송 경찰 10 몇 명이 차에서 내려와 현금이 있는 차문을 와르르 열었다.그러더니 수많은 현금이 가지런히 쌓여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현금 수송차 네대!20조 현금!금액이 주는 충격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직원들도 소채은의 부모님도 소채은도 그리고 소천홍 부자도!20조 현금을 바라보면서 다리에 힘이 풀린 소천홍은 뒤로 쓰러질뻔했다.윤구주만 덤덤하게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채은 아가씨, 여기에는 20조 현금이 들어있습니다. 먼저 가져다 쓰세요!”“만약에 부족하신다면 세호 대표님이 인차 20조를 더 보낼 수 있다고 당부했어요.”이 말을 들은 소채은은 앵두 같은 입술을 크게 벌린 채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한참 고민했다.소청하와 천희수도 마찬가지 였다.비록 소씨 가문도 돈걱정없이 살아왔지만 실제로 20조라는 현금을 보았을때 머리가 띵해나는 기분이 들었다.“채은 아가씨?”“채은 아가씨!”표태훈은 멍 때리고 있는 소채은을 두번 불렀다.그러자 의식이 돌아온 소채은은 이렇게 대답했다.“어르신...아까 뭐라고 하셨죠? 죄송해요.”“20조면 되겠냐고 물었습니다.”표태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소채은에게 말했다.“충...충분합니다!”소채은은 이 말은 했던
DH그룹의 도움으로 소란을 진정시킨 뒤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다.SK제약 직원들은 월급을 받고 소씨 가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소채은은 아름다운 두 눈을 반짝이면서 DH그룹에서 몰고 온 네대 현금 소송차와 차 안에 있는 현금을 보면서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표태훈이 걸어와 소채은을 부르자 이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채은 아가씨, 그럼 이 일은 일단 해결되었고 혹시 제가 또 도와드릴 것이 없나요?”소채은은 어리둥절해있다고 빠르게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표태훈이 떠나려고 하자 소채은이 갑자기 물었다.“잠시만요!”“네. 채은 아가씨 말씀하세요.”표태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소채은은 네대 현금 운송차를 가리키면서 물었다.“DH그룹에서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그쪽분들이랑은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말이죠“저희 주 회장님이 채은 아가씨를 알면 되는 거죠.”‘주 회장님?’“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 말씀하시는 거죠?”표태훈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소채은은 더 어리둥절해졌다. 소채은은 주세호를 만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주세호가 자기를 알 수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하지만 표태훈은 더 길게 말하지 않고 소채은을 향하여 손을 저으면서 인사를 건네고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멀어져 가는 DH그룹 사람들을 보면서 소청하는 소채은 곁으로 달려와 말했다.“우리 딸. 우리 가문이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강성 제일 갑부가 우리를 한 번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번 도와주는 걸 봐서. 이게 웬 복이야!”“그래 우리 딸! 꼭 한번 시간 내서 고맙다고 인사하러 가!”천희수도 한마디 곁들어 말했다.하지만 소채은은 이 모든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 소채은은 진짜 주세호와 만난 적이 없었다!한참 멍을 때린 소채은은 갑자기 윤구주가 생각나면서 달려가 그를 찾았다.공장문 앞에 서있는 윤구주를 발견했다. 소채은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물
소채은은 계속 욕을 했다.그러자 소천홍이 눈을 가늘게 뜨며 피식 냉소했다.“이 년아, 네가 뭔데 나를 교육해? 비록 DH그룹이 네 뒤를 봐준다고 한들, 이 가문에서는 내가 왕이야! 게다가 너는 지금 소씨 가문 족보에서도 쫓겨났잖니? 소씨 가문 가족도 아니라고 이제!”“왕? 큰아버지가 뭔데요? 아직 할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저를 족보에서 내쫓더라도, 그건 할아버지만 하실 수 있어요!”소채은이 분노하며 얘기했으나, 소천홍은 오히려 웃기만 했다.“아버지? 아버지는 2년 동안 병상에 누워 계시는데, 네가 감히 아버지를 핑계로 나를 압박해? 머리가 좀 잘못된 거 아니야?”누가 알았겠는가, 소천홍이 말을 끝내자마자 뒤에서 분노의 외침이 들려올 줄.“내가 병상에서 못 일어난다니, 누구야! 이딴 소리를 한 게!”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천홍은 멍한 눈빛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왜냐하면 사람들 속에 낯익은 얼굴의 한 노인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소진웅이었다.“아버지!”“할아버지!”소진웅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나자, 소청하 부부와 소채은 역시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의 등장에 무엇보다 놀란 사람은 바로 소천홍 부자였다.눈을 부릅뜨고 걸어오는 소진웅을 보자, 그들은 순간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아버지? 아버지가 깨어나시다니?’“아버지... 언제 깨어나신 거예요? 줄곧 병... 병상에 누워계신 거 아니셨어요?”소청하는 소진웅을 보자 감격의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소진웅의 험궂고 차가운 목소리뿐이었다.“내가 더 병상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소씨 가문은 너희 두 사람에 때문에 망하고 말 거다!”이 말에 소청하는 단번에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그렇다. SK제약이 소진웅의 관리하에 있었을 때는 제법 잘 나갔었다.하지만 그의 병이 위중해진 후부터, SK제약의 경영상황은 하루하루 나날이 나빠져 반년도 안되는 사이에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은 물론 직원들의 월급까지 미납하고 있다.자신은 가장 아
소천홍은 무릎을 꿇고 연신 잘못을 빌었다.“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한 마디 사과면 되는 거니? 그게? 내가 소씨 가문을 대표해서 말하마, 오늘부로 너는 영원히 소씨 가문에서 추방당한다! 다시는 우리 집에 발을 들일 수 없어!”소천홍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들어 말했다.“아버지, 정말 이렇게 연을 끊으실 겁니까? 부자의 정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으시고요?”“너 같이 인간성 없는 자식한테 이만하면 충분히 인자하게 대해준 것 같은데.”“하하하하!”소천홍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좋습니다! 그렇게 저와 소진이를 이 소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싶으시다면,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셔야 해요, 전 오늘의 수모를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소채은 너 이 망할 년, 딱 기다려!”매서운 눈빛으로 소채은을 노려보며 소천홍은 말을 끝마쳤다.“소진아, 가자.”그렇게 그들은 떠났다.소씨 가문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이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소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그러나 야비하고 비겁한 이 두 부자가 인과응보로 떠나게 된 것을 보고, 소채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문득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늘 자상한 소진웅을 바라보며 재빨리 외쳤다.“할아버지, 몸 편찮으신 거 아니셨어요? 깨어나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깨신 거예요?”흥분한 소청하 부부도 서둘러 다가와 소진웅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이 모든 게 윤씨 덕분이지!”“윤씨가 누구예요?”소채은과 부모님은 모두 의아한 표정이었다.곧이어 소진웅이 옆에 있는 윤구주를 가리키며 외쳤다.“이 사람! 윤구주 말이야! 너희들, 이 자를 모르는 거냐?”‘어?’소진웅이 한쪽에 서 있는 윤구주를 가리키자, 소채은은 어이없었을 뿐만 아니라, 소청하와 천희수조차 의심에 가득 찬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구주요? 맙소사, 할아버지, 혹시 구주가 할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입을 열자마자 소진웅이 버럭 화를 내며 욕을 할 줄.“흥! 난 너 같은 미련탱이에게 물어본 게 아니야! 다만 한 가지 물을 게 있다. 너 정말 소씨 가문을 위한답시고 내 보배 같은 손녀를 중해그룹 아들과 혼인시키려 들었니?”그 말에 소청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아버지, 저는...”“닥쳐! 이 쓸모없는 놈아! 회사 관리도 못 하면서 딸을 팔아? 그러고도 나를 아버지라 부를 면목이 아직 남아있는 거야?”면전에서 한바탕 욕을 먹은 소청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윤구주는 내 손녀사위로 들일 거야, 무조건! 누구도 내 의견을 막을 수 없다!”그런 뒤 소진웅은 패기 있게 윤구주를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채은아, 너도 이리 오렴!”그리하여 소채은도 그곳으로 걸어갔다.이윽고 소진웅은 두 사람의 손을 각각 하나씩 잡은 뒤, 그 두 손을 한데 놓으며 말했다.“비록 내가 병상에 2년간 누워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직 눈이 먼 게 아니야! 이 할아버지가 보기에 너희 둘은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러니 내 말 듣고 너희 두 사람 연말에 결혼할 수 있도록 잘 얘기해보아라,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얼른 나에게 건강하고 통통한 손자를 안겨줬으면 좋겠구나!”“할아버지...”소채은의 얼굴은 시뻘겋다 못해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옆에 있던 윤구주도 쓴웃음을 지었다.“됐어, 이 할아버지는 할 말 다 했다! 이제 집으로 가자꾸나!”이렇게 소진웅은 한 손으로 윤구주를, 한 손으로 소채은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그 장면을 본 소청하는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파래졌다!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소청하는 천희수에게 말했다.“빌어먹을! 아버지는 왜 그 더러운 자식을 손녀사위로 여기시는 거야, 이제 어떡하지?”“여보, 제 생각에 그 남자 채은이한테 잘해주는 것 같던데요?”천희수가 중얼거렸다.“닥쳐! 그게 무슨 소리야? 어디서 왔는지 근본도 모를 애한테 우리 딸을 시집보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 그런 소리 하기만 해 봐!” 한바탕
드디어, 소씨 가문 가족이 모두 모이게 되었다.소청하 부부와 소채은 등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소씨 가문의 지계 옆 친척도 함께 있었다.소진웅은 가장 중간 자리에 앉았는데, 얼굴이 불그스름한 게 기운이 넘쳐나 보였다.그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쓱 훑어보고는 비로소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오늘 나는 가족회의를 하려고 한다. 한 가지 선포할 일이 있거든!”“무슨 일이신데요?”소청하가 궁금해하며 묻자, 소진웅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2년 동안의 소씨 가문 상황에 대해 나는 이미 전부 알고 있어! 따라서 이번 회의를 모집한 것은 바로 소씨 가문 가주의 자리를 물려주기 위함이다. 나도 이제 많이 늙었으니...”“가주의 자리를요?”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했다.“그래!”소진웅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나는 소씨 가문 가주의 자리를 채은이에게 정식으로 맡기려 한다. 다들 의견 있는가?”그 말에 온 장내가 떠들썩해졌다!‘채은이한테 가주의 자리를 넘겨준다고?’“회장님, 도리대로라면 채은이한테 가주의 자리를 넘겨주는 건 옳지 않습니다! 큰 형님도, 둘째 형님도 아직 있으시잖아요!”한 지계의 친척이 입을 열었다. “천홍이 그 빌어먹을 자식은 내가 이미 가문에서 쫓아냈어. 이제부터는 소씨 가문 사람이 아니야! 때문에 그 자식은 전혀 고려할 필요 없어.”곧이어 현장에 있던 모든 소씨 가문 가족들이 멍해졌다.그러나 그들도 모두 소천홍이 파렴치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둘째로 말하자면, 너무 고분고분해서 큰일을 도맡을 성격이 아니야. 그래서 나는 채은이에게 가주의 자리를 넘겨주려는 것이다.”그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뒤이어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소청하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러자 소청하가 탄식하며 말했다.“아버지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이 집안의 가주가 될 자격이 없어요... 채은이한테 맡기는 게 좋겠습니다!”“좋아! 그렇다면 오늘부터 이 소씨 가문의 가주는 바로 내 손녀, 채은이다!”
세 사람의 모습이 진동왕의 눈에 담겼다. 하지만 후배들이니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이때 진동왕이 말했다.“음, 두 가지 이유가 있어. 계획에 따르면 나는 종문 동맹과의 전쟁을 책임져야 했지만 당시 윤신우가 날 위해서 시간을 마련해 주었지. 그리고 내가 더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중요한 시기에 구주왕이 나타났어. 덕분에 나는 더 높은 경지에 다다를 수 있었지. 윤씨 일가가 아니라면 나는 구오 지존이 될 수 없었을 거야.”진동왕의 말에는 큰 의의가 있었다. 한 나라의 우상인 육도진은 곤륜에 관한 소문을 조금 알고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진동왕은 윤구주 덕분에 곤륜에서 진정한 강자의 가르침을 받게 되었고 그 덕분에 경지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한다.육도진은 민규현 등 세 사람을 힐끗 바라보면서 말했다.“구주왕의 부하가 된 것은 여러분들에게 복입니다.”“당연한 말을 쓸데없이 하시네요.”정태웅은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진동왕은 선배라서 존경했지만 육도진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전에 그는 암부를 상대로 적지 않은 일을 했었고 그 때문에 정태웅은 그를 아니꼽게 여겼다.육도진은 고개를 저었다. 소양 없는 사람을 상대할 땐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육도진은 비단함을 들고 계속해 앞으로 걸어갔다. 진동왕을 지나치고 윤씨 일가 조당 계단을 올라 조당 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그는 멈춰 섰다. 곧이어 그는 몸을 돌려 장수들을 마주 보고 섰다.그곳에 있는 사람들 중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그가 국주 대신 왔다는 걸 알았다.다들 비단함 안에 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해했다.바로 이때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정원에 도착했다.그들은 전 사람들과 달리 날아서 들어왔다.십여 명의 사람들 모두 검은색 갑옷에 검은색 가면을 쓰고 있었고 눈빛이 섬뜩했으며 허리춤에 황제가 하사한 금패를 차고 있었다.그들이 도착하자마자 사람들은 미간을 찌푸렸다. 수많은 이들이 그들에게 엄청난 적대감을 지니고 있었고 적지 않은 장수들이 욕지거리를 했다.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은 왕실을 위해
윤씨 일가 저택에는 고급 장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었다.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각 지역에서 이름을 떨친 거물급 인사들이었다.한 노장과 젊은 장교가 도착했다.노장은 서울을 수비하는 어느 군단의 군단장이었고, 30대 초반의 젊은 장교는 이제 막 승진한 동승 사령관이었다.둘 다 높은 지위에 있었지만, 입구에서 본인들 지위보다 더 높은 거물들에게 길을 비켜주며 예의를 차려야 했다.서울 사령부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던지라 서로 지내던 사이었던 노장과 젊은 장군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어르신,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화진의 각 지역을 지키는 책임자들이에요. 대부분이 구주왕의 부하들이죠.”“그렇네. 안 사령관, 저 중장은 예전에 흑봉군의 군단장이었어. 구주왕 휘하의 장군이었지. 하지만 구주왕이 바다에서 사고를 당한 직후에 그가 새 왕에게 숙청당했다고 들었는데 왜 멀쩡해 보이지?”“그러게 말이에요. 전해진 소식에 따르면 새 왕이 구주왕의 부하들을 숙청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처형했다던데 다들 멀쩡하네요. 귀신이 곡할 노릇이 아니고서야 어찌 이런 일이…”도착한 변방의 수장 중에는 예전 윤구주의 부하들이 많았다.반역을 저지르고 처형당했다고 군부가 공표까지 했는데 역시 멀쩡히 살아있었다.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세상에 알리려는 듯 그들은 당당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장교들이 구름처럼 모여들고 있을 때 원수도 몇 명 도착했다.원수들이 도착하자, 모든 사람이 일제히 경례했다.구주왕 휘하의 장교들은 미리 소식을 들었던 터라 별 반응이 없었지만, 윤구주와 연관이 없는 사람들은 넋을 놓고 있었다.화진의 군부 원로급 인사들이 도착한 것이었다.나이가 들어 제대로 서 있기 힘든 사람들은 휠체어를 타고 왔다.“이 원로님이 도착했어요.”그때, 왕실 차 한 대가 도착하자, 화진의 봉왕이 차에서 내렸다.90세 가까운 노인이었지만 여전히 팔팔했다.“이분은 전 국방부 부장인 진동왕이 아니신가요? 국주의 친삼촌이 맞으시죠?”이 노인이 윤씨 일가에 도
윤구주를 조롱하고 있는데 육도진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오더니 낮은 소리로 물었다.“국주님, 윤구주가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하고 떠나던데 혹시 소통이 순조롭지 않았나요?”“아니야. 구주의 살기 가득한 눈빛은 종문 동맹 때문이야. 곧 그가 행동을 취할 것이니 넌 나를 대신해 조서를 내려.”국주가 미리 준비해 둔 금색 함을 꺼내 육도진에게 건네자, 함에 감겨있던 오조금룡을 본 육도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건 용부가 아닌가요?”“그래. 이 용부를 가진 자는 군사를 동원할 수 있어.”국주가 고개를 끄덕였다.“저… 국주님, 화진의 병권을 모두 내놓으시려고요? 이건 우리 이조에 있었던 적이 없는데.”역대 왕조를 놓고 봐도 병권을 외인에게 넘기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었다.“나가봐. 은용위 쪽은 이미 움직였겠지? 그리고 문제는 왕실 내부가 아니라 구주 휘하 네 명의 군신이야. 문씨 가문이 경계를 늦추려 하지 않을 것이니 상황 봐서 안 되면 구주에게 도움을 청해. 어차피 자기 사람을 구하는 일이니 기꺼이 나설 거야.”“빨리 가! 내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서 서둘러야 해. 이조의 후계자가 없으면 안 되지.”한편, 왕궁을 떠난 윤구주는 곧장 윤씨 일가로 돌아갔다.한때 화려했으나 이제 텅텅 비어 있던 윤씨 일가의 뜰을 걷고 있으니, 지난날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올랐다.그 아픔은 오직 윤구주만의 몫이었다.자신이 윤씨 일가란 사실을 그는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아버지, 당시 부득이하게 어머니와 저를 내쫓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문제가 어머니에게 있다고 해도 아버지를 위해서 사망했으니, 아버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셔야 해요. 저 또한 마음의 장벽을 넘지 못하겠으나 이 모든 것의 근원은 종문 동맹에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종문 동맹을 반드시 없애버릴 거예요.”말을 마치고 윤구주는 뒤에 있던 몇 명의 흑영들을 향해 눈짓을 보냈다.“전투가 곧 시작되니 사람들을 모두 이곳으로
‘이거야!’국주가 원한 것은 윤구주의 이 말이었다.“너도 암부를 통해 알다시피 우리 화진의 가장 큰 적은 종문이야. 더 정확히 말한다면 진짜 적은 종문 위에 있는 종문 동맹이지. 이를 논의하고자 너를 부른 것이야.”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종문 동맹은 서요산 검종, 현문, 만불종, 칠수방, 천도궁, 자운각 등 6대 종문으로 구성되었다.화진의 정세가 불안정할 때였던 3천 년 전에 종문 동맹이 설립되었다.화진은 당시 오랑캐에게 땅이 점령당했고 백성들이 많은 죽임을 당했다.이 때문에 종문은 나라를 보호하고 외구를 몰아내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동맹을 설립하였다.애초에는 그 의도가 나쁘진 않았으나 이내 변질되고 말았다.“국주님,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종문 동맹은 음지에서 분열을 일으키려 하고 있어요. 조사해 보니 역대 왕조의 쇠락과 멸망을 종문 동맹은 늘 관여했더군요. 심지어 그들은 국주에게 압력을 가해 도를 닦거나 부처님을 모시게 하였지요.”윤구주가 말했다.“맞아. 이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역대 왕조들이 종문 동맹의 영향력을 약화하기 위해 불교를 없앤 사건도 몇 번 있긴 했지. 하지만 어찌 됐든 역대 왕조는 종문 동맹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거나 다름없어. 종문 동맹이 3천 년 동안 화진 무술을 책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국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비록 역대 왕조들이 나름 노력은 했으나 종문 동맹의 세력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것을 윤구주는 알아챘다.“종문 동맹이 왜 우리 화진에 큰 위험이 되는지 알아? 그들은 돈과 권력만 추구한 것이 아니라 화진을 여러 개로 쪼개서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려고 하기 때문이지. 역대 왕조들은 화진의 분열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만약 우리가 종문 동맹의 야욕을 두고만 본다면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야. 종문들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있어서 나라를 세운다면 화진이 완전히 분열되는 것은 물론 다시는 통일되지 못할 거야.”3천 년 동안 수많은 왕조가 해결하지 못했던 이 중대한 문제를 국주가 털어놓
국주를 만났을 때는 자정이 훌쩍 넘은 뒤였다.입궁하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윤구주의 귀에 들려왔다.“채은? 그가 언제 왔지?”윤구주는 의아했다.“저하, 아직도 모르겠어요? 국주가 비록 천하의 호걸이라고는 하나 마음만 먹는다면 국주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니에요. 백만대군이 지킨다 한들 아무 소용이 없어요. 이 경비원들은 모두 채은 아가씨를 위해 경비를 서는 것이니 국주가 채은 아가씨의 경호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하하!”옆에 있던 육도진이 웃으며 말했다.국주가 자신을 부른 이유가 안전 때문이란 사실을 윤구주는 그제야 알았다.이들이 궁전에 들어섰을 때 국주는 소채은에게 차를 끓여주며 윤구주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소채은이 넋을 잃고 듣고 있었지만, 그녀가 궁전을 좋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국주를 대하는 태도도 매우 어색하다는 것을 윤구주는 알아챘다.윤구주를 보고서야 소채은의 긴장이 풀렸다.“구주… 저하를 뵙니다.”윤구주에게 다가가려 했던 소채은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서둘러 윤구주에 대한 호칭을 바꾸었다.그 모습을 보고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당연히 국주도 눈치챘다.“국주님, 두 사람이 얘기 나눌 수 있게 자리를 피해줄까요?”육도진이 다가와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그럴 필요 없다. 그녀가 구주에 대한 사랑이 진심이란 사실을 온 천하가 다 알아. 이런 여자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전혀 신경 쓰지 않지.”국주는 고개를 가로젓더니 육도진에게 차를 권했다.“채은아…”“국주님과 중요한 일을 상의하러 오신 것 같으니, 국사에 전념하도록 하세요. 저는 무탈해요. 저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 말아야죠.”소채은은 차분하게 말하며 애써 괜찮은 척했지만 사실 하나도 안 괜찮았다.“이쪽으로 와서 나와 이야기하자꾸나. 나랏일이든 집안일이든 나에게 물어보렴.”이때, 국주가 윤구주에게 손짓하며 말했다.마음이 혼란스러웠던 소채은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불쑥 튀어나와 윤구주의 정신이 분산될까 봐 그가 대답하기도 전에 서둘러 자리를 떴다.
윤구주는 즉시 서울로 돌아왔다.아니나 다를까 윤구주가 종문을 몰살시킨 사실을 서울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국상인 육도진이 영접을 나왔다.이들이 함께 왕궁으로 향하는 도중 육도진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종문이 흔들리고 있어서 큰 전투가 불가피한데 이것이 과연 축하받을 일이란 말이냐?”육도진을 흘끗 쳐다보며 윤구주가 물었다.“하하! 당연하죠. 종문 때문에 화진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어요. 사실 국주께서 이 전투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어요. 이번 전투를 통해 종문을 평정하여 화진의 내란 사태를 해결하려 하니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죠.”육도진이 웃으며 말하자, 윤구주도 약간 미소를 지었다.‘좀 흥미로운데? 국주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면서 왜 하필 내가 왔을 때 싸우려는가 말이야.’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온 이유와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를 육도진은 잘 알고 있었다.“암부는 저하가 설립한 것이에요. 설립한 목적이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잖아요. 물론 이 중에 저하가 알면 안 되는 정보도 있긴 하지만. 사실 저하가 선 넘을 걸 국주는 눈감아주었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저하도 잘 아시잖아요.”육도진의 말에 윤구주는 입을 삐죽거렸다.“네놈과 말하는 게 힘이 드는구나. 이렇게까지 암시 안 해도 돼. 옛날에는 몰랐다만, 지금은 다 알고 있어.”“그러면 되었어요. 국주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으니, 저하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실 거예요.”중요한 일에 관해 이야기한 후에 육도진은 다른 것도 물으려고 했지만, 윤구주가 관심 가질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윤씨 일가의 얘기를 꺼냈다.그러자 윤구주의 눈동자에서는 바로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을 본 육도진은 바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씨 일가의 행방을 찾지 못해 윤구주는 매우 초조했다.“초조해하지 마세요. 저하가 문무에 두루 능하다고는 하나 지략은 문아름이 한 수 위에요. 게다가 그녀가 저하를 잘 알고 있으니 윤씨 일가의 행방을 알기가
“종문이 언제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단 말입니까? 그 노인들 주제 파악을 전혀 못 하네요.”정태웅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말 다 했어?”‘윽...’정태웅은 윤구주를 힐끗 본 뒤 곧바로 깨달았다. 윤구주는 아마 종문의 제자들에게서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정태웅은 곧바로 진지하게 보고했다.“저하, 저하께서 오신 뒤로 저는 암부와 각 군사 구역과 협력했습니다. 심지어 국주님께서도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문씨 일가에서는 우리에게 아무런 단서도 남겨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부러 우리가 종문의 움직임을 알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은용위? 국주님께서 은용위를 파견했다고?”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국주는 큰 결심을 한 듯했다.은용위는 화진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대로서 그들이 언제 만들어졌고 어디서 주둔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국주의 명령에만 따르며 왕실의 일을 책임진다는 것만 알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움직였던 곳은 외국이었다. 당시 그들은 어려움을 겪고 큰 피해를 보았고 그 뒤로는 움직인 적이 없던 걸로 전해진다.국주가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조사하게 한 것은 은용위가 존재하는 의도를 벗어난 일이었다. 그만큼 국주는 윤구주는 중요시했다.“네. 은용위는 왕실 일만 책임졌는데 이번에 우리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놀라운 일이에요. 저하, 그리고 공씨 가문에서 공수이를 불러들인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서요산 쪽은 어떻게 된 걸까요? 설마...”정태웅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평소에는 비록 점잖지 못했지만 큰일 앞에서는 절대 사적인 감정을 섞지 않았다.“괜찮아. 이 일은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니 서요산에서 함지우를 부른 것도 이해할 수 있어. 난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문씨 일가에서는 내가 종문과 적이 되기를 바라. 그래야 종문 동맹이 날 죽이겠다고 나설 테니까. 물론 그건 내가 원하는
살기가 흘러넘쳤다.구주왕인 윤구주는 사람들의 목숨줄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천뇌를 이용하여 종문 자제들을 전부 죽였다.잠시 뒤 주위가 고요해졌고 구용산에는 검은 재만 남았다.“잘 죽였어요! 정말 속이 시원하네요. 저 노인들 모두 죽어 마땅했어요!”공수이는 당연히 통쾌했다. 칠수방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다들 겁을 먹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죽이다니, 너무 단호했다.“세상에, 현문, 자운각, 만불종 세 종문의 사람들 전부 구주왕 한 명이 처리했어요.”“세 종문의 사람들을 거의 다 죽인 것과 다름없지 않아요? 구주왕은 두렵지 않은 걸까요?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라면 구주왕과 원한이 없는 종문들도 힘을 합쳐서 구주왕에게 대적하려고 할지도 모르는데요.”차비연은 대충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종문이 손을 잡고 윤구주를 상대하려고 할지도 몰랐다.윤구주는 화진 무도를 적으로 돌렸다고 할 수 있었다.윤구주가 구용산에서 세 종문의 자제들을 죽인 지 얼마 되지 않아 함지우는 서요산에서 전한 소식을 얻게 되었다.“서요산에서는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어. 소식이 정말 빠르네. 누가 벌써 소식을 전한 거지?”함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칠수방의 여자들이 전한 걸까?“알면 뭐 어때요? 차라리 잘 됐죠. 그 어르신들도 이젠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요? 괜히 나대면서 행패를 부리는 것보다는 낫죠.”공수이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일이 크게 번지길 바랐다.“넌 네 사부님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칠수방에서 소식을 전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이곳 상황을 지켜보다가 일부러 소식을 전했다는 걸 의미하잖아.”함지우가 괘씸한 듯 말했다.윤구주가 돌아오자 함지우는 서둘러 그에게 다각서 물었다.“괜찮아. 문창정 그 노인네의 뜻대로 된 거네. 하지만 이곳을 지켜보던 사람은 분신을 이용했어. 분신이 아니었다면 그 사람까지 같이 처단했을 텐데.”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헉!”함지우는 헛숨을 들이켰다. 그의 예상대
“구오가 왜 정점으로 여겨지는지 알아? 그것은 천지가 만물을 통제하고 천도가 최고라고 여겨지지만 그것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가 극치인 거야.”용 아홉 마리와 코끼리 아홉 마리가 합쳐져서 진정한 영체가 형성되었다.영물은 종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마치 윤회를 초월한 미지의 존재 같았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사방을 휩쓸었다. 창현진인과 자운각의 노인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경계 밖으로 쫓겨났다.그들 모두 몸이 멀리 날아갔지만 그들의 힘은 경계 안쪽에 남아서 소멸하였다.쿵!순간 먹구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다시 맑아졌고 구용산은 다시 빛을 되찾았다.아래에 있던 사람들 모두 넋을 놓았다. 윤구주는 그들의 보기에 신과 같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들 모두 윤구주와 비교할 수 없었다.종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함지우까지 넋이 나갔고 공수이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참 뒤에야 욕했다.“세상에, 또 실력이 향상된 걸까? 설마 마지막 경지까지 깨버린 걸까? 하하하, 곤륜의 그 어르신들이 알게 된다면 또 화를 내겠네. 아니다. 이미 육신이 부패한 늙은 괴물들도 깜짝 놀라서 깨어나겠어.”공수이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반대로 종문의 제자들은 표정이 다들 좋지 않았다.충격 때문에 멀리 날아갔던 창현진인은 간신히 일어나서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바닥에 엎어졌다.“구주왕, 자운각은 저와 상관없습니다. 자운각에서 오려고 한 건지, 저는 당신과 적이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종문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 우리 현문은 더 이상 무도 3대 서열 일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구주왕께서 종문을 대표하여 화진의 무도를 이끈다면 저희 현문은 최선을 다해 지지할 것입니다!”창현진인은 혹시라도 정운 등 사람들에게 선수를 빼앗길까 봐 서둘러 말했다.그는 아주 공손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체면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죽게 생겼는데 체면 따위는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