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은은 분위기가 안 좋은 쪽으로 흐르려 하자 얼른 말했다.“만약에 믿지들 않으신다면 제가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돈을 뽑아 올게요!”“네가 은행을 가는지 도망을 가는지 모르는데 우리가 어떻게 너를 믿어?”주환은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화가 난 소채은은 이렇게 대답했다.“그러면 다들 저랑 같이 은행을 가지쇼!”“허참! 우린 안가! 우리는 여기서 현금만 기다릴 거야! 만약에 오늘 돈을 주지 않는다면 여기서 한 발짝도 떠날 생각을 하지 마!”주환은 직원들을 바라보면서 외쳤다.“다들 잘 들으세요! 오늘에는 절대 이들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주환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직원들은 또다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소청하와 천희수도 이러는 직원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했고 그들을 자극시켰다간 더 감당 못할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소청하는 급한 어조로 말했다.“여보 빨리 집에 전화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돈을 다 꺼내놓으라고 해!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손을 좀 빌려봐!”천희수는 소청하의 말을 듣고 눈시울을 붉히면서 전화를 걸었다.소채은은 블랙카드로 직원들의 월급을 지불하려고 했으나 주환의 부추김으로 직원들이 전혀 기회를 주지 않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한편 소천홍부자는 옆에서 간사하게 웃고 있었다.“어떻게 이걸 해결하는지 한번 보자!”...소씨 저택에서.“구주야, 너랑 채은이도 서로 알게 된 지 얼마 안 되네!”완전히 몸을 회복한 소진웅은 거실에서 윤구주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네.”“그럼 둘이 연인사이는 진짜 아닌 거야?”소진웅이 다시 묻자 윤구주는 그냥 웃었다.“아니에요. 저희 그냥 보통 친구사이예요.”“아이고!”“그럼 너무 아쉬운데!”“구주야, 우리 채은이는 진짜 좋은 애야! 어릴 적부터 마음 씀씀이도 착하고 인품도 훌륭했어! 그래서 만약에 둘이 같이 있게 된다면 할아버지가 너무 기쁠 것 같은데 말이야!”소진웅과 윤구주가 담화를 나누고 있는 순간 하인이 달려오면서 말했다.“어떡해요! 어떡해!”하인이 당황하면
“지금 당장 채은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세요!”하지만 하인은 어리둥절해하면서 말했다.“그런데 대표님이랑 사모님은 저한테 돈을 마련해라고 하셨어요. 만약에 오늘 직원들의 월급을 지불하지 못하게 되면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셔서!”“돈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저를 채은이가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면 제가 다 알아서 해결할게요!”윤구주가 이렇게 말하자 하인은 망설이였다. 하인은 윤구주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그의 말을 믿어야 할지를 고민했다.이때 소진웅이 말했다.“안 가고 뭐 해! 빨리 우리 손녀사위를 데리고 가!”하인은 손녀사위라는 단어를 듣고 흠칫 놀라더니 다시 윤구주를 쳐다봤다.“네. 네!”“손녀사위, 우리 채은이을 자네에게 맡기겠네. 털 끝하나 다치게 하지 말고 안전하게 데리고 와!”윤구주는 웃으면서 대답했다.“안심하세요. 제가 꼭 무사히 데려오겠습니다!”윤구주는 하인을 따라 차를 타고 출발했다.길에서.윤구주는 하인의 전화를 빌려 주세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세호 씨, 지난번에 가지고 왔던 현금이 아직도 있어요?”맞은편 DH빌딩에 있던 주세호는 대답했다.“네. 있습니다!”“좋아요!”“지금 당장 그 돈이 필요하니 SK제약으로 보내 주세요!”그리고 윤구주는 전화를 끊었다. ...SK제약 공장에서.철방망이를 든 100여 명의 직원들은 소청하와 천희수 그리고 소채은을 둘러싸고 있었다.소청하와 천희수가 목이 쉴 정도로 해명을 해보았지만 직원들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소채은은 처음 겪는 상황에 화가 너무 난 나머지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몇십억 가까이 되는 임금 체불상황에 그들의 해석을 들으려 하는 직원이 없는 게 당연하기도 했다.오직 한쪽 편에 앉아 있는 소천홍 부자 두 명만이 지금 상황에서 웃고 있었다.“외삼촌, 맘에 드시나요?”주환은 소천홍에게 담배 한 대를 건네주면서 물었다.소천홍은 담배를 받고 한 모금 피더니 말했다.“아주 좋아!”칭찬을 받은 주환은 피씩 웃었다.“잘
“제 카드에 진짜 돈이 있다니깐요!”소채은이 아무리 해석하여도 주환은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어이 소씨! 만약에 오늘 돈을 주지 않으면 우리는 가만 두지 않을 거야!”“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피와 땀을 흘려가며 SK그룹에서 일을 했는데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해? 여러분이 말해보세요! 우리가 이 돈을 받아야 하는 게 맞잖아요! 안 그래요?”직원들은 다 같이 큰소리로 말했다.“그래!”그러자 주환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에 있던 철방망이로 소채은을 가리키며 사납게 말했다.“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돈을 내놔!”소채은은 놀라움에 그만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 많은 돈을 어떻게 현금으로 지불할지 그녀도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없지? 그러면 나를 원망하지 마!”주환이 철방망이를 들고 소채은에게로 걸어가려는 순간 소청하가 다급히 달려와서 말렸다. 하지만 주환은 소청하를 발로 차 던지고 그 아픔으로 인해 소청하는 기절하였다.소청하가 드러눕는 걸 보자 소채은은 외쳤다.“아빠!”그리고 철방망이를 들어 소채은에게 휘둘려고 하는 순간.팍!누군가가 큼직한 손으로 내리치는 철방망이를 막아냈다.“이 개자식이 미쳤나!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소채은은 이 말을 듣고 감았던 두 눈을 뜨자 키 크고 듬직한 어떤 남자가 그녀 앞에 서있었다.윤구주였다!윤구주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주환은 어리둥절해졌다!소천홍부자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 새끼가 어떻게 여기를 왔지?”소채은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눈동자를 깜빡이면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야?”윤구주는 뒤돌아 서서 소채은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 지금부터 너는 저기 앉아있기만 해. 내가 다 처리해 줄게!”그리고 윤구주는 주환을 째려봤다.“네가 내 여자한테 손을 대려고 했던 거야?”주환은 흠칫 놀라면서 누구냐고 물으려 하는 순간 윤구주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주환을 발로 차 던졌다.퍽! 쿵!그 충격으로 인해 날아가던 주환은 벽
소청하는 DH그룹 표태훈을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고 소채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 해졌다.표태훈은 걸어오더니 소채은을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채은 아가씨, 저희 또 뵙네요!”“어르신... 어... 어르신이 여기 웬 일로 오셨어요?”소채은은 멍하니 서있었다.표태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저희 세호 대표님이 채은 아가씨가 돈이 조금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고 저더러 심부름을 다녀오라고 했습니다.”‘돈을 가져다줬다고?’이 말을 들은 소청하와 천희수는 더 이해가 안 갔다. 특히 소채은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파악이 안 갔다.그때 표태훈의 사인과 함께 현금 수송차 네대가 앞으로 한 발짝 이동하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정차하였다.진짜 총을 든 수송 경찰 10 몇 명이 차에서 내려와 현금이 있는 차문을 와르르 열었다.그러더니 수많은 현금이 가지런히 쌓여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현금 수송차 네대!20조 현금!금액이 주는 충격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직원들도 소채은의 부모님도 소채은도 그리고 소천홍 부자도!20조 현금을 바라보면서 다리에 힘이 풀린 소천홍은 뒤로 쓰러질뻔했다.윤구주만 덤덤하게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채은 아가씨, 여기에는 20조 현금이 들어있습니다. 먼저 가져다 쓰세요!”“만약에 부족하신다면 세호 대표님이 인차 20조를 더 보낼 수 있다고 당부했어요.”이 말을 들은 소채은은 앵두 같은 입술을 크게 벌린 채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한참 고민했다.소청하와 천희수도 마찬가지 였다.비록 소씨 가문도 돈걱정없이 살아왔지만 실제로 20조라는 현금을 보았을때 머리가 띵해나는 기분이 들었다.“채은 아가씨?”“채은 아가씨!”표태훈은 멍 때리고 있는 소채은을 두번 불렀다.그러자 의식이 돌아온 소채은은 이렇게 대답했다.“어르신...아까 뭐라고 하셨죠? 죄송해요.”“20조면 되겠냐고 물었습니다.”표태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소채은에게 말했다.“충...충분합니다!”소채은은 이 말은 했던
DH그룹의 도움으로 소란을 진정시킨 뒤 이 일은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다.SK제약 직원들은 월급을 받고 소씨 가문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었다.소채은은 아름다운 두 눈을 반짝이면서 DH그룹에서 몰고 온 네대 현금 소송차와 차 안에 있는 현금을 보면서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표태훈이 걸어와 소채은을 부르자 이 꿈에서 깨어난 것 같았다.“채은 아가씨, 그럼 이 일은 일단 해결되었고 혹시 제가 또 도와드릴 것이 없나요?”소채은은 어리둥절해있다고 빠르게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표태훈이 떠나려고 하자 소채은이 갑자기 물었다.“잠시만요!”“네. 채은 아가씨 말씀하세요.”표태훈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소채은은 네대 현금 운송차를 가리키면서 물었다.“DH그룹에서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는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저는 그쪽분들이랑은 전혀 모르는 사이인데 말이죠“저희 주 회장님이 채은 아가씨를 알면 되는 거죠.”‘주 회장님?’“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 말씀하시는 거죠?”표태훈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소채은은 더 어리둥절해졌다. 소채은은 주세호를 만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주세호가 자기를 알 수 있는지 너무 궁금했다.하지만 표태훈은 더 길게 말하지 않고 소채은을 향하여 손을 저으면서 인사를 건네고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멀어져 가는 DH그룹 사람들을 보면서 소청하는 소채은 곁으로 달려와 말했다.“우리 딸. 우리 가문이 아마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봐! 강성 제일 갑부가 우리를 한 번도 아니고 이렇게 여러 번 도와주는 걸 봐서. 이게 웬 복이야!”“그래 우리 딸! 꼭 한번 시간 내서 고맙다고 인사하러 가!”천희수도 한마디 곁들어 말했다.하지만 소채은은 이 모든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강성 제일 갑부 주세호? 소채은은 진짜 주세호와 만난 적이 없었다!한참 멍을 때린 소채은은 갑자기 윤구주가 생각나면서 달려가 그를 찾았다.공장문 앞에 서있는 윤구주를 발견했다. 소채은은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물
소채은은 계속 욕을 했다.그러자 소천홍이 눈을 가늘게 뜨며 피식 냉소했다.“이 년아, 네가 뭔데 나를 교육해? 비록 DH그룹이 네 뒤를 봐준다고 한들, 이 가문에서는 내가 왕이야! 게다가 너는 지금 소씨 가문 족보에서도 쫓겨났잖니? 소씨 가문 가족도 아니라고 이제!”“왕? 큰아버지가 뭔데요? 아직 할아버지가 살아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저를 족보에서 내쫓더라도, 그건 할아버지만 하실 수 있어요!”소채은이 분노하며 얘기했으나, 소천홍은 오히려 웃기만 했다.“아버지? 아버지는 2년 동안 병상에 누워 계시는데, 네가 감히 아버지를 핑계로 나를 압박해? 머리가 좀 잘못된 거 아니야?”누가 알았겠는가, 소천홍이 말을 끝내자마자 뒤에서 분노의 외침이 들려올 줄.“내가 병상에서 못 일어난다니, 누구야! 이딴 소리를 한 게!”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천홍은 멍한 눈빛으로 그곳을 바라보았다.왜냐하면 사람들 속에 낯익은 얼굴의 한 노인이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소진웅이었다.“아버지!”“할아버지!”소진웅이 갑자기 이곳에 나타나자, 소청하 부부와 소채은 역시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의 등장에 무엇보다 놀란 사람은 바로 소천홍 부자였다.눈을 부릅뜨고 걸어오는 소진웅을 보자, 그들은 순간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아버지? 아버지가 깨어나시다니?’“아버지... 언제 깨어나신 거예요? 줄곧 병... 병상에 누워계신 거 아니셨어요?”소청하는 소진웅을 보자 감격의 눈물이 마구 흘러내렸다.그러나 들려오는 건 소진웅의 험궂고 차가운 목소리뿐이었다.“내가 더 병상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우리 소씨 가문은 너희 두 사람에 때문에 망하고 말 거다!”이 말에 소청하는 단번에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그렇다. SK제약이 소진웅의 관리하에 있었을 때는 제법 잘 나갔었다.하지만 그의 병이 위중해진 후부터, SK제약의 경영상황은 하루하루 나날이 나빠져 반년도 안되는 사이에 막대한 손실을 본 것은 물론 직원들의 월급까지 미납하고 있다.자신은 가장 아
소천홍은 무릎을 꿇고 연신 잘못을 빌었다.“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한 마디 사과면 되는 거니? 그게? 내가 소씨 가문을 대표해서 말하마, 오늘부로 너는 영원히 소씨 가문에서 추방당한다! 다시는 우리 집에 발을 들일 수 없어!”소천홍은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들어 말했다.“아버지, 정말 이렇게 연을 끊으실 겁니까? 부자의 정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으시고요?”“너 같이 인간성 없는 자식한테 이만하면 충분히 인자하게 대해준 것 같은데.”“하하하하!”소천홍은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좋습니다! 그렇게 저와 소진이를 이 소씨 가문에서 쫓아내고 싶으시다면, 원하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기억하셔야 해요, 전 오늘의 수모를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소채은 너 이 망할 년, 딱 기다려!”매서운 눈빛으로 소채은을 노려보며 소천홍은 말을 끝마쳤다.“소진아, 가자.”그렇게 그들은 떠났다.소씨 가문에서 쫓겨나게 된 것이다!이 순간부터, 그들은 더 이상 소씨 가문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그러나 야비하고 비겁한 이 두 부자가 인과응보로 떠나게 된 것을 보고, 소채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문득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늘 자상한 소진웅을 바라보며 재빨리 외쳤다.“할아버지, 몸 편찮으신 거 아니셨어요? 깨어나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어떻게 갑자기... 깨신 거예요?”흥분한 소청하 부부도 서둘러 다가와 소진웅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이 모든 게 윤씨 덕분이지!”“윤씨가 누구예요?”소채은과 부모님은 모두 의아한 표정이었다.곧이어 소진웅이 옆에 있는 윤구주를 가리키며 외쳤다.“이 사람! 윤구주 말이야! 너희들, 이 자를 모르는 거냐?”‘어?’소진웅이 한쪽에 서 있는 윤구주를 가리키자, 소채은은 어이없었을 뿐만 아니라, 소청하와 천희수조차 의심에 가득 찬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구주요? 맙소사, 할아버지, 혹시 구주가 할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가 입을 열자마자 소진웅이 버럭 화를 내며 욕을 할 줄.“흥! 난 너 같은 미련탱이에게 물어본 게 아니야! 다만 한 가지 물을 게 있다. 너 정말 소씨 가문을 위한답시고 내 보배 같은 손녀를 중해그룹 아들과 혼인시키려 들었니?”그 말에 소청하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아버지, 저는...”“닥쳐! 이 쓸모없는 놈아! 회사 관리도 못 하면서 딸을 팔아? 그러고도 나를 아버지라 부를 면목이 아직 남아있는 거야?”면전에서 한바탕 욕을 먹은 소청하는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윤구주는 내 손녀사위로 들일 거야, 무조건! 누구도 내 의견을 막을 수 없다!”그런 뒤 소진웅은 패기 있게 윤구주를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채은아, 너도 이리 오렴!”그리하여 소채은도 그곳으로 걸어갔다.이윽고 소진웅은 두 사람의 손을 각각 하나씩 잡은 뒤, 그 두 손을 한데 놓으며 말했다.“비록 내가 병상에 2년간 누워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직 눈이 먼 게 아니야! 이 할아버지가 보기에 너희 둘은 아주 잘 어울린다! 그러니 내 말 듣고 너희 두 사람 연말에 결혼할 수 있도록 잘 얘기해보아라,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얼른 나에게 건강하고 통통한 손자를 안겨줬으면 좋겠구나!”“할아버지...”소채은의 얼굴은 시뻘겋다 못해 피가 뚝뚝 떨어질 것만 같았다.옆에 있던 윤구주도 쓴웃음을 지었다.“됐어, 이 할아버지는 할 말 다 했다! 이제 집으로 가자꾸나!”이렇게 소진웅은 한 손으로 윤구주를, 한 손으로 소채은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그 장면을 본 소청하는 안색은 무서울 정도로 파래졌다!너무 화가 난 나머지 소청하는 천희수에게 말했다.“빌어먹을! 아버지는 왜 그 더러운 자식을 손녀사위로 여기시는 거야, 이제 어떡하지?”“여보, 제 생각에 그 남자 채은이한테 잘해주는 것 같던데요?”천희수가 중얼거렸다.“닥쳐! 그게 무슨 소리야? 어디서 왔는지 근본도 모를 애한테 우리 딸을 시집보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앞으로 그런 소리 하기만 해 봐!” 한바탕
손형재가 차갑게 웃었다.“무슨 일이 있어도 섣불리 움직이면 안 된다고 이 늙은이는 생각합니다. 또한 6대종문이 의논을 거친 후에 움직이라고 회장님께서 저에게 신신당부도 했고요.”구진철의 말에 손형재는 콧방귀를 뀌었다.“또 6대종문. 천 년이나 더 된 우리 종문은 왜 단독으로 일 처리를 못하고 매번 다른 종문들과 논의해야 하는 겁니까?”구진철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이때, 갑자기 현문 제자가 뛰어왔다.“도자님, 밖에 도자님을 뵈러 온 분이 계세요.”“누군데?”손형재가 물었다.“문씨 세가의 문아름 씨요.”문아름이라는 말에 손형재의 눈이 순간 번뜩였다.“그녀가 나를 찾아왔다고? 어서 들여보내.”“네!”현문 제자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봉황관을 쓴 절세미인 문아름이 들어왔다.마치 천하를 호령하는 고대의 황후 같았지만,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손형재를 향해 예의를 갖췄다.“아름이 도자님을 뵙습니다.”문아름을 보자마자 손형재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아름 씨, 너무 예를 차리실 필요 없어요.”“아니에요. 도자님은 하늘이 내리신 현문의 미래니 당연히 예를 갖춰야죠.”문아름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만하기 짝이 없던 손형재가 이런 말을 들었으니, 입이 귀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아름 씨가 어인 일로 예까지 발걸음하셨는지?”손형재가 물었다.“당연히 그 윤 씨 성을 가진 사람 때문이죠.”문아름은 천천히 말했다.“윤 씨요? 혹시 백성들의 신임을 한 몸에 받은 그 구주왕 말인가요?”손형재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네. 맞아요. 도자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저와 구주는 혼인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여기까지 말했을 때 그녀는 억울한 듯 눈물을 흘렸다.문아름이 눈물 흘리는 것을 본 현문 도자는 서둘러 그녀를 위로했다.“아름 씨, 어서 그 눈물을 거두세요. 혹시 그가 아름 씨를 괴롭혔나요?”“아니요. 저를 괴롭힌 적은 없지만 구주는 오만방자하기 짝이 없는 데다 고집불통이에요. 평생을 그와 함께하고 싶었지만
“네 말이 틀리지는 않아. 하지만 종문이 우리 편에 서지 않을지도 몰라. 특히 만불종과 서요산 검종.”문창정은 자신의 걱정을 털어놓았다.만불종은 영리하여 주도적으로 전쟁에 개입하는 일이 없었고, 화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서요산 검종은 베일에 싸여있어서 문씨 세가조차도 그들의 신임을 얻지 못했다.문아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안심하세요. 화진에는 6대종문이 있어서 이 두 종문이 아니더라도 4개의 종문이 남아있어요. 특히 역사가 유구한 현문 회장인 창현진인은 이미 백 년 전에 절정 경지에 오른 인물이에요. 그래서 현문을 선봉으로 내세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문아름의 말을 들은 문창정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현문을 인간 방패로 쓰겠다는 말이냐?”“바로 그거예요. 할아버지께서도 현문 도자의 본성을 잘 알잖아요. 그를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죠.”현문 도자에 대해 말할 때 문아름의 얼굴에는 요염한 미소가 번졌다.손녀의 생각을 잘 알고 있던 문창정이 말했다.“한 번 시도해 볼만한 방법이긴 한데 현문에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 특히 구씨 성을 가진 늙은 장로는 문무를 겸비하여 얕잡아보면 안 돼.”“제가 다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문아름이 말했다.“그래. 그러면 현문의 일은 너에게 맡길게.”문창정이 결론을 내렸다.…서울에 온 이후로 현문의 사람들은 문씨 세가의 지하 궁전에 머물고 있었다.이 순간, 십여 명 현문의 제자들이 화려한 거실 양쪽에 서 있었고, 가운데 벽화 앞에는 현문 도자인 손형재가 서 있었다.벽화에 그려진 인물은 다름 아닌 절세미인인 문아름이었다.선녀 같은 문아름을 바라보며 이 도자가 혼자서 중얼거렸다.“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인이 여기 있었네.”“콜록콜록.”이때 그의 옆에서 갑자기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형재 씨, 이 늙은이가 할 말이 있는데 말해도 될지 모르겠네요.”말을 꺼낸 사람은 손형재와 함께 산에서 내려온 현문 장로인 구진철이었다.“어서 말해보세요. 구 장로님.”시선을
한참 지나서야 민규현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내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종문이 움직인 것은 분명 저하 때문일 거야.”그 말에 천현수도 한마디 했다.“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의 실력 차가 분명하다고 해도 어찌 됐든 같은 줄기에서 뻗어져 나온 것이잖아요. 종문이 움직인 것은 저하가 전에 노룡산에서 세가를 학살한 것이 누설되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현수야. 3개 종문의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라고 암부에 전해.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보고하라 하고.”민규현이 지시를 내렸다.“네!”…서울의 어느 숨겨진 지하 궁전, 절세미인인 문아름이 봉황관을 쓴 채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문창정이었다.“할아버지.”“현문, 만불종, 칠수방 사람들이 모두 서울에 도착했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문아름이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으로 문창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서두를 것 없어. 6대종문이 모두 모인 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아.”문창정이 차분하게 답했다.“하지만 서요산은 물론 천도궁과 자운각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어요. 이들을 계속 기다려야 한단 말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구주가 설국을 수복한 이후 국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요. 그리고 육도진도 태산에 갔고요. 아마 곧 큰 일이 터질 것 같아요.”문아름의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육도진이 태산에 갔다고?”“네.”“무슨 연유로?”문창정이 차가운 목소리로 묻자, 문아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황성 사람들이 비밀로 하고 있어서 무엇 때문에 갔는지는 모르겠어요. 그들 말로는 조만간 국주의 움직임이 있을 거래요.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국주가 움직인 것은 확실해요.”‘그’라는 말에 문창정의 안색이 아까보다 더 어두워졌다.“할아버지. 만약 국주가 정말로 구주의 편을 든다면 저의 왕위가 온전치 못할 것 같아요.”문아름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다.‘하긴 화진의 왕으로서 위대한 업적이 없다면 이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긴 하
은설아는 마음속으로 윤구주를 존경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모하는 마음이 더 컸다.무예가 출중하다면 윤구주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그녀가 그와의 실력 차를 줄이기 위해 열심히 수련한 것이었다.붉은 치마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던 재이가 열심히 수련하는 은설아의 모습을 보고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설아 씨, 실력이 많이 늘었으니 인제 그만 쉬도록 하세요.”윤설아가 말했다.“괜찮아요. 아직 할만해요.”윤설아의 말에 재이는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설아가 열심히도 수련하네. 내가 어렸을 때보다 더 열심히 하는 것 같아.”수련하는 윤설아를 바라보며 용민이 혼자서 중얼거리자, 강철 몸을 가진 철영도 한마디 했다.“사랑 때문에 저 짓거리 하고 있는 거예요.”“뭣이라?”철영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용민은 어리둥절했다.한마디만 내뱉고 철영은 정원 밖을 빠져나왔다.“야! 이 자식아. 말하다 말고 어디 가? 사랑 때문이라니?”용민이 그를 뒤쫓아가며 물었다.은설아가 한창 수련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민규현과 천현수가 얘기를 나누며 방 안에서 나왔다.“이놈아, 수이 소식이 아직 없다고?”말을 꺼낸 사람은 민규현이었다.“없어요. 형님.”천현수가 답했다.“수이 때문에 내가 미쳐버릴 것 같아.”민규현이 계속 말했다.“흑여산맥 쪽의 저하 소식은 없고?”“그쪽에서 보내온 소식통에 따르면 저하는 이미 그곳에서 떠났대요.”“그렇다면 서울로 돌아온다는 말이냐?”민규현이 서둘러 묻자, 천현수는 고개를 저었다.“그들의 말로는 서울 아니고 강성으로 갔대요.”“강성?”강성이란 말에 민규현은 어리둥절했다.“형님, 잊으셨어요? 형수님이 강성에 있잖아요.”천현수가 그에게 상기시켜 주자, 민규현은 자기 머리를 툭 치며 말했다.“내가 이렇게 멍청하다니까. 맞아. 저하가 서울에 온 이후로 형수님을 본지가 꽤 되었으니, 강성에 가는 것도 이해는 되지.”“그건 그렇고 형님, 암부가 최근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대요.”천현수가 갑자기 화제를 돌
“채은아, 널 보러 왔어.”현관 입구에 있던 윤구주가 웃음 띤 얼굴로 눈물범벅이 된 소채은을 바라보자, 소채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두 손으로 윤구주를 껴안았다.손을 놓으면 그가 사라질 것만 같아서 꽉 잡고 있었다.“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윤구주도 자기 앞에 있는 소채은을 껴안으며 말했다.그가 기억하고 있던 소채은은 순수하고 착해서 나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었다.비록 연규비, 이홍연, 그리고 연예인인 은설아와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지만, 윤구주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자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이 소채은이란 사실이 추호도 변함이 없었다.그들 옆에 있던 까망이가 이 모습을 보더니 마치 윤구주의 귀환을 환영이라도 하듯 ‘멍멍’하며 짖어댔다.“드디어 돌아왔네! 난 또… 네가 다시는 안 올 줄 알았는데.”소채은이 흐느끼며 말했다.그녀도 사랑과 증오, 그리고 걱정과 두려움을 가진 평범한 여자인지라 윤구주의 정체를 알았을 때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윤구주가 너무 훌륭하고 완벽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처지를 원망했었다.“이 등신아. 내가 왜 안 올 거로 생각한 거야? 서울에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이제야 오게 된 거야.”윤구주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다정하게 말했다.그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소채은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그나저나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흐르는 눈물을 닦은 소채은이 윤구주를 바라보며 묻자, 윤구주는 미소를 지었다.“여기가 우리 둘이 함께 살았던 곳이잖아.”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방긋 웃었다.‘구주의 마음속에 여전히 내가 있나 보다.’“서울에서 무슨 일을 겪은 거야? 왜 이렇게 몰라보게 변했어?”소채은은 눈을 깜빡이며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내가 변했다고? 어떻게 변했는데?”윤구주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전보다 더 멋있어진 것 같아.”소채은은 솔직하게 답했다.그녀의 말대로 전성기를 되찾은 윤구주
말을 마친 천희수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소채은에게 전화했지만, 소채은의 휴대폰은 꺼져있었다.“얘가 왜 휴대폰은 끈 거야?”몇 번 전화를 더 해봐도 휴대폰은 여전히 꺼져있었다.천희수가 답답해하자, 그녀 옆에 있던 소청하가 상황 수습에 나섰다.“구주야, 걱정하지 마. 채은이 네가 너무 그리워서 산책하러 나갔나 보다. 아마 곧 돌아올 거야.”소채은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본 윤구주는 조금 서운했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강성의 스카이가든, 이곳은 소채은이 소씨 가문에서 쫓겨 난 후 소채은과 윤구주가 함께 살았던 곳이었다.소채은과 그녀의 곁에 고분고분하게 누워있는 까망이가 지금 이곳에 있었다.윤구주가 혼자서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 전체를 화진의 속국으로 만들었다는 소식을 박창용한테서 들은 후부터 그녀는 기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쓸쓸하기도 했다.기뻤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가 이 세상의 위대한 영웅이라는 사실이었고, 쓸쓸했던 것은 자신이 윤구주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우두커니 소파에 앉아 있던 그녀는 하얀 다리를 껴안은 채 옆에 있던 까망이에게 물었다.“까망아, 그가 이제는 돌아오지 않겠지? 하긴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천하를 뒤흔든 구주왕의 배필로 전혀 어울리지 않긴 해. 사실, 나도 그가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그러면 평생 그와 함께 할 수 있을 텐데…”말하다 말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소채은은 다른 여자들과 달리 부귀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다.순수한 마음을 가진 그녀의 바람은 단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오손도손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그러나 윤구주가 평범한 사람이 아닌지라 당연히 그녀의 바람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그녀가 혼자서 흐느끼며 울고 있을 때 갑자기 ‘똑똑’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소채은은 어리둥절했다.그녀의 옆에 있던 까망이도 극도로 흥분하여 문을 향해 멍멍 짖었다.“누구세요?”소채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스카이가든은 그녀만의 사적인 공간이어서 부모를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그런
고함과 함께 살기 가득한 눈빛을 한 백경재는 즉시 공격 태세를 갖췄다.“백 선생, 날 죽이려고?”익숙한 목소리가 백경재의 귓가에 들려옴과 동시에 윤구주의 모습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이 늙은이가 꿈꾸고 있는 건가? 저하?”갑자기 나타난 예구주를 보더니 백경재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구주가 미소를 지으며 백경재에게 다가갔다.“뭐야? 고작 반년 못 봤는데 날 잊은 거야?”“제가 어찌 저하를 잊을 수 있겠습니까!”백경재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저하가 정말로 강성으로 돌아왔다고요?”백경재는 여전히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당연하지. 나 윤구주 맞아.”윤구주가 싱긋 웃자, 백경재는 자기 얼굴을 꼬집었다.통증이 느껴지고서야 그는 비로소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맙소사! 저하가 돌아오다니! 저하가 정말로 돌아왔네요!”용인 빌리지의 내부를 향해 백경재는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주 회장님, 채은 씨, 규비 여신님, 어서 나와들 보세요. 저하가 돌아왔어요!”백경재의 말에 서둘러 뛰쳐나온 주세호, 연규비, 소청하 부부, 그리고 박창용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했다.“저하!”“내 사위가 정말로 돌아왔다고?”“저하가 돌아왔어!”익숙한 사람들을 바라보던 윤구주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그래. 나야. 이 윤구주가 왔어.”윤구주가 이렇게 갑자기 올 줄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우리 사위가 드디어 돌아왔네. 보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어.”윤구주를 보자마자 소청하는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다.“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천희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물론 다른 사람들도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잠깐, 천후 맞지? 수천도 있네. 너희들이 왜 저하 옆에 있어?”윤구주 뒤에 박천후와 염수천이 있는 것을 박창용은 발견했다.“하하하! 당연히 저하와 함께 창용 씨를 뵈러 왔죠. 그나저나 너무 한 거 아니에요? 저하의 소식을 가장 먼저 알았으면서도 왜 우리에게 알리지 않았어요?”박
박창용이 말했다.“저도 잘 몰라요. 북방군과 황성 금위군이 흑여산맥에서 철수했다는 사실 외에 저하에 대해서 저도 아는 것이 없어요. 지금까지 감가 무소식이에요.”대청마루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모두 윤구주를 만나고 싶었지만, 박창용처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조차도 윤구주의 행방을 모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어휴. 언제면 저하를 만날 수 있을는지.”백경재가 탄식했다.다른 사람들도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허탈한 표정만큼은 감추지 못했다.…이때, 강성의 숨겨진 공항에 군용 헬기가 천천히 착륙하더니 군인들이 공항 외곽을 철저히 봉쇄하기 시작했다.그리고 공항 활주로에는 수십 명의 중무장한 군인들로 채워졌다.헬기의 문이 열리자, 3명의 영웅인 박천후, 염수천, 그리고 윤구주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박 총사령관님! 염 통령님!”소령으로 보이는 한 장교가 박천후와 염수천이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보더니 즉시 차려 자세를 취했다.하지만, 이 장교는 윤구주를 알아보지 못했다.박천후가 이 장교를 힐끗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너희들은 이만 가봐.”“네!”그러자 두 줄의 군인들이 물러났다.“저하, 강성에 도착했어요.”윤구주를 향해 고개를 돌린 박천후가 공손하게 말했다.윤구주는 자리에 멈춰선 후, 강성의 하늘을 바라보며 심호흡을 한 번 했다.“드디어 그녀를 만나게 되는가? 용인 빌리지로 갈 테니 차 준비해.”“네!”차를 준비하라고 박천후가 서둘러 부하들에게 명령했다.박천후와 염수천을 데리고 용인 빌리지로 향하는 도중에 윤구주는 소채은과의 기이한 만남에 대한 에피소드와 강성에서 보냈던 날들을 두 사람에게 말했다.그러자 박천후가 감격에 찬 어조로 말했다.“저하의 얘기를 들어보니 채은 씨는 엄청 착하신 분이네. 그녀를 만난다면 감사 인사를 제대로 드려야겠어.”“그래. 나도 그렇게 해야겠다.”염수천도 찬성했다.윤구주는 창밖의 익숙한 풍경을 바라보며 소채은을 처음 만났던 때를 떠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알 리 없는 사람들은 박창용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설국의 선대 국주가 갑자기 붕어한 탓에 다른 새 국주를 임명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새 국주가 여성이라던데.”주세호가 말했다.“주 회장의 말이 맞아. 그렇다면 설국의 젊은 국주가 왜 갑자기 붕어했는지는 알고 있나?”박창용이 또 묻자, 주세호가 이번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주세호는 사업가인지라 국정에 대해 알 리 없었다.“참수당했어!”박창용은 큰 소리로 말했다.“네? 설국의 선대 국주가 참수당했다고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네. 10국의 성원이었던 설국의 야심은 하늘을 찔렀어요. 특히 요 몇 년 동안에 우리 화진의 국경을 밥 먹듯이 침범한 탓에 그 대가를 치른 셈이죠. 이뿐만이 아니에요. 설국은 군신, 광명 신전 등 거물급 인사들까지 잃었어요. 당연히 이 모든 것은 한 화진 사람의 소행이고요.”이 말을 내뱉는 박창용의 목소리는 격앙된 상태였다.“그것이 정녕 사실이란 말인가요? 그렇다면 대체 누구의 소행이에요?”소청하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화진 사람 한 명이 설국을 상대로 싸워 설국의 국주를 참수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소청하의 질문에 박창용은 오히려 껄껄 웃으며 사람들에게 되물었다.“하하! 누가 이렇게 대단한 능력을 갖췄는지 여러분은 짐작이 가시나요?”“박 사령관님, 혹시 구주를 말씀하시는 건가요?”총명한 연규비가 물었다.“네? 저하라고요?”백경재가 외치자, 소채은은 물론 그 자리에 있던 주세호와 다른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박창용을 바라보았다.“저하를 잘 아는 사람은 역시 규비 여신님밖에 없네요. 맞아요. 설국의 국주를 참수하고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에게 굴복시키게 한 인물이 바로 저하에요.”박창용이 진실을 말하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홀로 한 나라와 맞선 데다 설국 국주의 목까지 베었다니!”“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설국을 백 년 동안 우리 화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