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가 누구냐고 묻자 은설아는 황급히 말했다.“제 친구예요.”친구라는 말에 민머리 남자는 싸늘한 눈길로 윤구주를 힐끗 본 뒤 말했다.“은설아 씨, 저희 도련님께서는 은설아 씨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가 난처해집니다.”민머리 남자가 협박하듯 말하자 은설아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그래요, 알겠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서둘러 품 안에서 금빛을 반짝이는 명함을 꺼내 윤구주에게 건넸다.“제 명함 가져가서 제 경호원이랑 얘기하면 들어올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잠시 뒤에 찾아갈게요.”윤구주는 명함을 받은 뒤 인사했다.“고마워요..”그리고 은설아는 민머리 남자를 따라갔다.민머리 남자를 보며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미향각 문 앞.이때 그곳은 팬들로 붐비고 있었다.문 앞에 서 있던 십여 명의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은 바짝 경계했다. 혹시라도 팬들이 미향각 안으로 쳐들어올까 봐서 말이다.소채은은 여전히 원래 자리에 서서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채은아!”윤구주는 어느샌가 그녀의 뒤에 도착했다.“구주야, 어디 갔다 온 거야?”소채은이 물었다.“그냥 한 번 둘러봤어. 참, 채은아. 아까 여기 들어가서 밥 먹고 싶다고 했지? 그리고 은설아 씨도 보고 싶다고 했었고.”윤구주가 물었다.“그랬지.”“그렇다면 날 따라 와!”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채은의 손을 잡고 미향각 문 앞으로 걸어갔다.윤구주가 정말로 자신을 데리고 미향각으로 향하자 소채은은 당황스러웠다.“구주야, 뭐 하는 거야?”윤구주가 말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식사하려고 그러지.”소채은은 그가 어떻게 들어가려고 하는지 의문이었다.윤구주는 어느샌가 그녀를 데리고 문 앞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가의 경호원이 그들을 막아섰다.“멈추세요. 오늘 이곳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그 경호원이 그렇게 말하자 윤구주는 금빛 명함 한 장을 꺼냈다.“이게
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채은아, 네가 주문해!”윤구주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소채은은 무척 기뻤다.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더니 메뉴판을 들고 주문하기 시작했다.주문을 마친 뒤 소채은은 그제야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구주야, 대스타 은설아 씨 왜 우리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너 뭘 했길래 저 사람들이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낸 거야?”윤구주가 말했다.“내가 은설아 씨랑 아는 사이라고 하면 믿을 거야?”“뭐? 은설아 씨를 안다고? 말도 안 돼! 기억을 잃은 네가 언제 은설아 씨를 알게 된 거야?”소채은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윤구주가 말했다.“믿지 않는다면 그냥 흘려들어.”소채은은 확실히 믿지 않았다.그녀가 보기에 윤구주는 기억을 잃은, 자동차 정비와 싸움을 할 줄 아는 것 외엔 다른 건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그런데 갑자기 그가 대스타를 안다고 하니 쉽게 믿을 수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잠시 뒤, 종업원이 맛있는 음식들을 들고 왔다.그것 외에도 직원은 몇천만 원짜리 와인 라피트를 두 병 가져왔다.“천천히 드세요.”직원이 와인을 들고 와서 말했다.“네? 전 이렇게 비싼 와인을 시킨 적이 없는데요?”몇천만 원짜리 와인을 본 소채은은 서둘러 말했다.직원이 말했다.“이건 위층에 계시는 은설아 씨께서 특별히 선물로 드리는 겁니다. 공짜예요!”‘뭐라고?’소채은은 입을 떡 벌렸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또 은설아 씨가 사주는 거라니? 대체 무엇 때문에? 설마 정말로 구주가 은설아 씨를 아는 걸까?’소채은은 고개를 들어 턱을 괸 채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윤구주는 소채은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걸 보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채은아, 왜 그렇게 쳐다봐?”“헤헤, 내 남자가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은설아 씨가 우리에게 이렇게 잘해주는지 궁금해서 말이야.”윤구주는 웃었다.널따란 2층에는 윤구주와 소채은만이 조용히, 편하게 점심을 먹고 있었다.식사를
거나하게 취한 은설아는 룸 안으로 들어와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음식은 입맛에 잘 맞으세요?”소채은은 당황했다.윤구주는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그러면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저한테 예기해 주세요! 혹시 제가 술 한 잔 권해도 될까요? 그래도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인이신데.”얼굴이 빨갛게 된 은설아는 술잔을 들고 윤구주에게 말했다.윤구주는 거절하지 않고 테이블 위 와인잔을 들어 은설아와 한잔했다.옆에 있던 소채은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대스타 은설아가 윤구주를 찾아와서 그에게 술을 권하다니, 게다가 그를 은인이라고 불렀다.이게 무슨 상황인 걸까?술을 다 마신 뒤 윤구주는 그제야 은설아에게 말했다.“은설아 씨, 이쪽은 제 여자 친구 소채은이에요. 은설아 씨 팬이라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네요. 그리고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은설아는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럼요!”그녀는 그렇게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려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처음으로 대스타를 가까이서 보게 된 소채은은 은설아가 자신을 바라보자 너무 기뻤다.“은설아 씨... 안녕하세요! 전 소채은이라고 해요. 전 은설아 씨 팬이에요. 전 은설아 씨를 첫 작품 때부터 좋아했어요!”소채은은 은설아 앞에 서자 말도 더듬었다.은설아가 말했다.“소채은 씨라고요? 반가워요! 소채은 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은설아는 참지 못하고 칭찬했다.은설아의 말대로 비록 소채은은 은설아 만큼 꾸미지는 않았지만 외모만 보면 전혀 그녀에게 꿀리지 않았다.대스타에게 칭찬을 받은 소채은은 무척 신났다.그렇게 은설아는 윤구주가 있는 룸에 앉아서 소채은과 수다를 떨었다.소채은은 팬이라서 은설아에게 이것저것 물었고 가끔은 언제 새 영화를 찍냐고 묻기도 했다.대스타인 은설아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폼을 잡지 않았고 오히려 진지한 얼굴로 소채은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했다.윤구주는 그런 그녀의 점이 마음에 들었다.그렇게 약 30분 뒤, 사람 몇 명이 위층에서 내려와 윤
“감히 은설아 씨에게 손을 댄다면 그 손을 없애버릴 줄 알아.”그 말을 한 사람은 옆에 앉아 있던 윤구주였다.갑작스레 튀어나온 윤구주 때문에 민머리 남자는 흠칫하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이 자식, 날 위협하는 거야?”“그렇다면?”윤구주는 덤덤히 시선을 들었다.“감히 날 위협해? 죽고 싶어?”민머리 남자는 성격이 난폭했다. 그는 곧바로 윤구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그의 주먹이 윤구주의 코에 닿기 직전, 윤구주가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한 줄기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민머리 남자의 팔을 베었다.푹 소리와 함께 피가 흐르는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그 광경에 옆에 있던 은설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민머리 남자의 팔을 자른 뒤 말을 이어갔다.“이제 믿겠어?”민머리 남자는 잘린 팔을 쥐고 비명을 지르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 자식을 죽여버려! 이 빌어먹을 놈!”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에 있던 부하 여러 명이 무기를 들고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오른손을 가볍게 흔들었다.쿠구궁!난폭한 기운이 마치 트럭처럼 그를 향해 돌진하던 남자들을 강타했다.퍽! 퍽!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전부 충격을 받고 날아가서 바닥에 쓰러졌다. 죽은 건지 다들 꼼짝하지 않았다.그 광경에 대스타 은설아는 얼이 빠졌다.액션 영화도, SF 영화도 찍어봤지만 이렇게 리얼한 장면은 처음 봤다. 그러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윤구주는 그들을 처리한 뒤 미소 띤 얼굴로 은설아에게 말했다.“은서아 씨, 위층에 가서 술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돼요. 은설아 씨는 여기서 채은이랑 수다 떨면 돼요.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어요.”은설아는 술을 마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윤구주의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안전감이 느껴졌다.그녀는 힘껏 고개를 끄덕인 뒤 계속 그곳에 남아있었다.잠시 뒤 위층에서 발소리가 연달
흰색 정장을 입은 탁시현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부하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민머리 남자를 바라보았다.“도련님... 죄송합니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은설아 씨를 데리고 올라가려는 걸 막았습니다. 게다가 제 팔을 잘랐습니다...”민머리 남자는 피가 뚝뚝 흐르는 팔을 쥔 채로 숨을 헐떡이며 탁시현에게 말했다.탁시현은 음험한 눈빛을 한 채로 말했다.“쓸모없긴!”말을 마친 뒤 그는 은설아와 윤구주, 소채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소채은의 아름다운 외모를 본 순간, 바람둥이인 탁시현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그가 입을 열었다.“그래, 감히 내 부하를 공격했단 말이지?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네.”“은설아, 얼른 이쪽으로 와서 나한테 사과해야지! 탁시현 사장님은 널 위해 서남으로 오신 거라고!”이때 탁시현의 곁에 서 있던 뚱뚱한 여자 매니저가 은설아에게 말했다.은설아는 탁시현의 능력과 천음 엔터의 능력을 알고 있었기에 한숨을 쉬며 뚱뚱한 매니저 곁으로 돌아가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은설아 씨, 제가 그랬죠. 오늘 은설아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은설아 씨를 강요할 수 없어요. 그러니 은설아 씨는 여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돼요.”윤구주의 말을 들은 은설아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묵묵히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의 잘생긴 얼굴과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에 은설아는 안전감을 느꼈다.윤구주는 그녀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았다.은설아가 정말로 윤구주의 룸 안에 앉아 움직이지 않자 뚱뚱한 매니저는 화가 났다.“은설아, 저런 보잘것없는 남자 말을 듣고 여기로 오지 않으려는 거야?”매니저가 그렇게 말하자 탁시현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탁시현은 시선을 살짝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이 자식, 배짱이 좋네. 감히 나와 척지려고 해? 게다가 은설아를 막아? 내가 누군지 알아?”“네가 누구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윤구주가 덤덤히 말했다.“젠장, 감히 우리 도련님
이것이 바로 연예계의 현실이었다.그녀는 탄식한 뒤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윤구주를 바라볼 때마다 그가 사람이 아니라 신처럼 느껴졌다.그리고 윤구주의 곁에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은설아가 여전히 망설이고 있자 뚱뚱한 매니저가 말했다.“설아야, 왜 아직도 넋 놓고 있어? 오늘 정말 탁시현 사장님께 밉보이기라도 하려고? 설마 저 남자 말을 들으려는 거야?”뚱뚱한 매니저가 말을 마치자마자 은설아는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맞아! 난 분명 얘기했어. 저 사람이랑 술 마시기 싫다고. 위층으로 올라가기도 싫어! 그러니까 이만 돌아가.”거절이었다.은설아가 천음 엔터 사장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뚱뚱한 매니저가 곧바로 반박했다.“설아야, 미쳤어? 잊지 마, 널 지금까지 도와준 건 탁시현 사장님이야. 그리고 네가 앞으로 찍을 영화에 투자한 것도 천음 엔터야. 천음 엔터가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라고!”은설아가 말했다.“입 닥쳐! 네가 뭔데 날 협박하는 거야? 나도 내가 일개 연예인인 거 알아. 하지만 나한테도 존엄이라는 게 있어! 그러니까 탁시현 씨, 똑똑히 들어요. 내가 당신이랑 같이 술을 마시거나, 존엄 따위 버리고 당신의 수많은 여자 중 한 명이 될 일은 죽었다 깨나도 없을 거예요! 당신이 날 연예계에서 묻어버리겠다고 해도, 나와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오늘부터 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거예요. 그러니까 다 돌아가요!”은설아는 몇 년간 참아왔던 말을 전부 쏟아냈다.어쩌면 지금 이 순간부터 은설아가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할 일은 없을 것이다.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는 인기 많은 대스타가 아닐 수도 있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존엄과 자유가 더욱 중요했고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도 홀가분했다.은설아가 마음속에 묻어뒀던 얘기를 전부 꺼내자 천음 엔터 사장은 웃었다.그러나 그의 미소는 심하게 일그러진, 아주 섬뜩한 미소였다.“좋아, 좋아. 은설아, 배짱 있네!”그는 손
두 대무사 수준의 고수가 공격해 오는데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가 오른손을 슬쩍 흔들자 귀신 같은 잔영이 나타났고, 퍽퍽 소리와 함께 두 명의 대무사가 멀리 날아갔다.털썩, 털썩.한 명은 기둥에 부딪혔고 다른 한 명은 10m 밖에 있는 테이블에 부딪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너무 빨라서 다들 윤구주가 어떻게 움직였는지조차 보지 못했다.천음 엔터의 탁시현은 자신의 두 부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맞아서 날아가자 당황했다.“그래, 너도 무인이다, 이거지? 그런데 네가 오늘 과연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장윤식 어르신, 이 자식을 죽여버려요!”탁시현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자 키가 작은 노인이 사람들 틈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그 노인은 한눈에 봐도 법사였다.그의 얼굴에는 이상한 검은 점이 있었고 동공은 독사 같았다.노인은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눈앞의 윤구주를 빤히 바라보았다.“이 자식, 실력이 대가 수준인가 봐?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여기서 잘난 척을 한 거야?”노인의 말투를 들어 보니 향문 사람인 듯했다.윤구주는 그들이 내려올 때 이미 그 법사 노인의 존재를 눈치챘다.그 노인은 귀선 최고 경지였다. 그러나 그의 내공은 화진의 각 문파와는 달랐다. 잘 살펴보니 노인에게서 진법 기운이 느껴졌다.노인이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걸어 나오자 윤구주는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쓸데없는 말이 많네. 술법을 시전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러는 건가?”그 말을 들은 키 작은 노인은 몸을 흠칫 떨면서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키 작은 노인은 윤구주를 무대 대가 수준의 강자라고 생각해 순간 불안해졌다. 그는 겉으로는 침착한 척하며 사실은 두 손을 등 뒤에 감춘 채로 빠르게 수인을 맺어서 법력을 동원하여 대형 술법으로 윤구주를 상대하려 했다.법사와 무인의 가장 큰 구별점은, 법사는 법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술법을 시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윤구주처럼 대가 수준의 강자를 상대하게 되면 상
음산한 기운이 휘몰아치는 순간, 레스토랑 전체가 한기에 감싸였다.엄청난 한기를 띤 살기가 나타나자 은설아와 소채은은 냉동실에 들어선 듯 추웠다.두 여자는 너무 추워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심지어 테이블 중앙에 놓여 있던 식물들도 살기가 나타나는 순간 곧바로 시들기 시작했다.“오극음살주!”노인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더니 두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으며 윤구주를 짚었다.다섯 개의 음산한 살기가 무섭게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넌 너무 거만했어. 나한테 이렇게 긴 시간을 주지 말았어야지!”다섯 개의 음산한 살기는 노인의 비장의 무기였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술법을 시전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윤구주는 그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오극음살주를 전부 방출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노인은 득의양양했다.윤구주는 노인이 향문의 법사일 거라고 추측했다.향문은 술법 도시라고 불렸고 그곳의 술법은 이곳과 전혀 달랐다.북파 향문은 주술과 진법 위주였다.그리고 노인이 시전한 것은 향문의 유명한 주술이었다.오극음살주를 시전하자 다섯 개의 음산한 살기가 뱀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주술사인 노인은 자신의 오극음살주에 자신감이 넘쳤다.그는 과거 오극음살주를 이용하여 살아있던 북극곰을 그대로 얼려버렸었다. 그러니 사람을 상대하는 건 더욱 쉬울 거라고 생각되었다.노인이 자신의 주술로 손쉽게 윤구주를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때, 윤구주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겨우 이 정도야? 겨우 이 정도 살기라면 군형 5대 가문의 발톱에도 미치지 못할 텐데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쳐?”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훅!”다섯 개의 독사 같은 살기가 윤구주에게 삼켜졌다.윤구주가 살기를 전부 삼켜버린 것이다.“이... 이... 이럴 수가.”윤구주가 자신이 시전한 오극음살주를 삼켜버리자 노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윤구주의 말대로 노인이 시전한 살기는 너무 약했다.전에 윤구주가 군형 5대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