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가 누구냐고 묻자 은설아는 황급히 말했다.“제 친구예요.”친구라는 말에 민머리 남자는 싸늘한 눈길로 윤구주를 힐끗 본 뒤 말했다.“은설아 씨, 저희 도련님께서는 은설아 씨를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 당장 그곳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가 난처해집니다.”민머리 남자가 협박하듯 말하자 은설아는 어쩔 수 없이 말했다.“그래요, 알겠어요.”말을 마친 뒤 그녀는 서둘러 품 안에서 금빛을 반짝이는 명함을 꺼내 윤구주에게 건넸다.“제 명함 가져가서 제 경호원이랑 얘기하면 들어올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잠시 뒤에 찾아갈게요.”윤구주는 명함을 받은 뒤 인사했다.“고마워요..”그리고 은설아는 민머리 남자를 따라갔다.민머리 남자를 보며 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미향각 문 앞.이때 그곳은 팬들로 붐비고 있었다.문 앞에 서 있던 십여 명의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은 바짝 경계했다. 혹시라도 팬들이 미향각 안으로 쳐들어올까 봐서 말이다.소채은은 여전히 원래 자리에 서서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다.“채은아!”윤구주는 어느샌가 그녀의 뒤에 도착했다.“구주야, 어디 갔다 온 거야?”소채은이 물었다.“그냥 한 번 둘러봤어. 참, 채은아. 아까 여기 들어가서 밥 먹고 싶다고 했지? 그리고 은설아 씨도 보고 싶다고 했었고.”윤구주가 물었다.“그랬지.”“그렇다면 날 따라 와!”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채은의 손을 잡고 미향각 문 앞으로 걸어갔다.윤구주가 정말로 자신을 데리고 미향각으로 향하자 소채은은 당황스러웠다.“구주야, 뭐 하는 거야?”윤구주가 말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식사하려고 그러지.”소채은은 그가 어떻게 들어가려고 하는지 의문이었다.윤구주는 어느샌가 그녀를 데리고 문 앞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문가의 경호원이 그들을 막아섰다.“멈추세요. 오늘 이곳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그 경호원이 그렇게 말하자 윤구주는 금빛 명함 한 장을 꺼냈다.“이게
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마치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채은아, 네가 주문해!”윤구주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소채은은 무척 기뻤다.그녀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더니 메뉴판을 들고 주문하기 시작했다.주문을 마친 뒤 소채은은 그제야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구주야, 대스타 은설아 씨 왜 우리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너 뭘 했길래 저 사람들이 우리를 안으로 들여보낸 거야?”윤구주가 말했다.“내가 은설아 씨랑 아는 사이라고 하면 믿을 거야?”“뭐? 은설아 씨를 안다고? 말도 안 돼! 기억을 잃은 네가 언제 은설아 씨를 알게 된 거야?”소채은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였다.윤구주가 말했다.“믿지 않는다면 그냥 흘려들어.”소채은은 확실히 믿지 않았다.그녀가 보기에 윤구주는 기억을 잃은, 자동차 정비와 싸움을 할 줄 아는 것 외엔 다른 건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그런데 갑자기 그가 대스타를 안다고 하니 쉽게 믿을 수 없었다.그러나 윤구주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잠시 뒤, 종업원이 맛있는 음식들을 들고 왔다.그것 외에도 직원은 몇천만 원짜리 와인 라피트를 두 병 가져왔다.“천천히 드세요.”직원이 와인을 들고 와서 말했다.“네? 전 이렇게 비싼 와인을 시킨 적이 없는데요?”몇천만 원짜리 와인을 본 소채은은 서둘러 말했다.직원이 말했다.“이건 위층에 계시는 은설아 씨께서 특별히 선물로 드리는 겁니다. 공짜예요!”‘뭐라고?’소채은은 입을 떡 벌렸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또 은설아 씨가 사주는 거라니? 대체 무엇 때문에? 설마 정말로 구주가 은설아 씨를 아는 걸까?’소채은은 고개를 들어 턱을 괸 채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윤구주는 소채은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걸 보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채은아, 왜 그렇게 쳐다봐?”“헤헤, 내 남자가 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길래 은설아 씨가 우리에게 이렇게 잘해주는지 궁금해서 말이야.”윤구주는 웃었다.널따란 2층에는 윤구주와 소채은만이 조용히, 편하게 점심을 먹고 있었다.식사를
거나하게 취한 은설아는 룸 안으로 들어와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음식은 입맛에 잘 맞으세요?”소채은은 당황했다.윤구주는 곧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그러면 다행이네요. 혹시라도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저한테 예기해 주세요! 혹시 제가 술 한 잔 권해도 될까요? 그래도 제 목숨을 구해주신 은인이신데.”얼굴이 빨갛게 된 은설아는 술잔을 들고 윤구주에게 말했다.윤구주는 거절하지 않고 테이블 위 와인잔을 들어 은설아와 한잔했다.옆에 있던 소채은은 완전히 넋이 나갔다.대스타 은설아가 윤구주를 찾아와서 그에게 술을 권하다니, 게다가 그를 은인이라고 불렀다.이게 무슨 상황인 걸까?술을 다 마신 뒤 윤구주는 그제야 은설아에게 말했다.“은설아 씨, 이쪽은 제 여자 친구 소채은이에요. 은설아 씨 팬이라서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네요. 그리고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은설아는 그 말을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그럼요!”그녀는 그렇게 대답한 뒤 고개를 돌려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처음으로 대스타를 가까이서 보게 된 소채은은 은설아가 자신을 바라보자 너무 기뻤다.“은설아 씨... 안녕하세요! 전 소채은이라고 해요. 전 은설아 씨 팬이에요. 전 은설아 씨를 첫 작품 때부터 좋아했어요!”소채은은 은설아 앞에 서자 말도 더듬었다.은설아가 말했다.“소채은 씨라고요? 반가워요! 소채은 씨, 정말 아름다우시네요.”은설아는 참지 못하고 칭찬했다.은설아의 말대로 비록 소채은은 은설아 만큼 꾸미지는 않았지만 외모만 보면 전혀 그녀에게 꿀리지 않았다.대스타에게 칭찬을 받은 소채은은 무척 신났다.그렇게 은설아는 윤구주가 있는 룸에 앉아서 소채은과 수다를 떨었다.소채은은 팬이라서 은설아에게 이것저것 물었고 가끔은 언제 새 영화를 찍냐고 묻기도 했다.대스타인 은설아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폼을 잡지 않았고 오히려 진지한 얼굴로 소채은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했다.윤구주는 그런 그녀의 점이 마음에 들었다.그렇게 약 30분 뒤, 사람 몇 명이 위층에서 내려와 윤
“감히 은설아 씨에게 손을 댄다면 그 손을 없애버릴 줄 알아.”그 말을 한 사람은 옆에 앉아 있던 윤구주였다.갑작스레 튀어나온 윤구주 때문에 민머리 남자는 흠칫하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이 자식, 날 위협하는 거야?”“그렇다면?”윤구주는 덤덤히 시선을 들었다.“감히 날 위협해? 죽고 싶어?”민머리 남자는 성격이 난폭했다. 그는 곧바로 윤구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그의 주먹이 윤구주의 코에 닿기 직전, 윤구주가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고 그 순간 기운 한 줄기가 날카로운 칼날처럼 민머리 남자의 팔을 베었다.푹 소리와 함께 피가 흐르는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그 광경에 옆에 있던 은설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눈앞의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민머리 남자의 팔을 자른 뒤 말을 이어갔다.“이제 믿겠어?”민머리 남자는 잘린 팔을 쥐고 비명을 지르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이 자식을 죽여버려! 이 빌어먹을 놈!”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에 있던 부하 여러 명이 무기를 들고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윤구주는 그들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오른손을 가볍게 흔들었다.쿠구궁!난폭한 기운이 마치 트럭처럼 그를 향해 돌진하던 남자들을 강타했다.퍽! 퍽!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전부 충격을 받고 날아가서 바닥에 쓰러졌다. 죽은 건지 다들 꼼짝하지 않았다.그 광경에 대스타 은설아는 얼이 빠졌다.액션 영화도, SF 영화도 찍어봤지만 이렇게 리얼한 장면은 처음 봤다. 그러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윤구주는 그들을 처리한 뒤 미소 띤 얼굴로 은설아에게 말했다.“은서아 씨, 위층에 가서 술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돼요. 은설아 씨는 여기서 채은이랑 수다 떨면 돼요.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어요.”은설아는 술을 마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윤구주의 말을 듣자 저도 모르게 안전감이 느껴졌다.그녀는 힘껏 고개를 끄덕인 뒤 계속 그곳에 남아있었다.잠시 뒤 위층에서 발소리가 연달
흰색 정장을 입은 탁시현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부하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윤구주로 인해 팔이 잘린 민머리 남자를 바라보았다.“도련님... 죄송합니다! 이 빌어먹을 자식이 은설아 씨를 데리고 올라가려는 걸 막았습니다. 게다가 제 팔을 잘랐습니다...”민머리 남자는 피가 뚝뚝 흐르는 팔을 쥔 채로 숨을 헐떡이며 탁시현에게 말했다.탁시현은 음험한 눈빛을 한 채로 말했다.“쓸모없긴!”말을 마친 뒤 그는 은설아와 윤구주, 소채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소채은의 아름다운 외모를 본 순간, 바람둥이인 탁시현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그가 입을 열었다.“그래, 감히 내 부하를 공격했단 말이지? 아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네.”“은설아, 얼른 이쪽으로 와서 나한테 사과해야지! 탁시현 사장님은 널 위해 서남으로 오신 거라고!”이때 탁시현의 곁에 서 있던 뚱뚱한 여자 매니저가 은설아에게 말했다.은설아는 탁시현의 능력과 천음 엔터의 능력을 알고 있었기에 한숨을 쉬며 뚱뚱한 매니저 곁으로 돌아가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윤구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은설아 씨, 제가 그랬죠. 오늘 은설아 씨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무도 은설아 씨를 강요할 수 없어요. 그러니 은설아 씨는 여기 가만히 앉아 있으면 돼요.”윤구주의 말을 들은 은설아는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그녀는 묵묵히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의 잘생긴 얼굴과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기운에 은설아는 안전감을 느꼈다.윤구주는 그녀를 지켜주는 수호신 같았다.은설아가 정말로 윤구주의 룸 안에 앉아 움직이지 않자 뚱뚱한 매니저는 화가 났다.“은설아, 저런 보잘것없는 남자 말을 듣고 여기로 오지 않으려는 거야?”매니저가 그렇게 말하자 탁시현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탁시현은 시선을 살짝 들어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이 자식, 배짱이 좋네. 감히 나와 척지려고 해? 게다가 은설아를 막아? 내가 누군지 알아?”“네가 누구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윤구주가 덤덤히 말했다.“젠장, 감히 우리 도련님
이것이 바로 연예계의 현실이었다.그녀는 탄식한 뒤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왠지 모르게 윤구주를 바라볼 때마다 그가 사람이 아니라 신처럼 느껴졌다.그리고 윤구주의 곁에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았다.은설아가 여전히 망설이고 있자 뚱뚱한 매니저가 말했다.“설아야, 왜 아직도 넋 놓고 있어? 오늘 정말 탁시현 사장님께 밉보이기라도 하려고? 설마 저 남자 말을 들으려는 거야?”뚱뚱한 매니저가 말을 마치자마자 은설아는 갑자기 고개를 들며 말했다.“맞아! 난 분명 얘기했어. 저 사람이랑 술 마시기 싫다고. 위층으로 올라가기도 싫어! 그러니까 이만 돌아가.”거절이었다.은설아가 천음 엔터 사장의 요구를 거절한 것이다.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뚱뚱한 매니저가 곧바로 반박했다.“설아야, 미쳤어? 잊지 마, 널 지금까지 도와준 건 탁시현 사장님이야. 그리고 네가 앞으로 찍을 영화에 투자한 것도 천음 엔터야. 천음 엔터가 없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라고!”은설아가 말했다.“입 닥쳐! 네가 뭔데 날 협박하는 거야? 나도 내가 일개 연예인인 거 알아. 하지만 나한테도 존엄이라는 게 있어! 그러니까 탁시현 씨, 똑똑히 들어요. 내가 당신이랑 같이 술을 마시거나, 존엄 따위 버리고 당신의 수많은 여자 중 한 명이 될 일은 죽었다 깨나도 없을 거예요! 당신이 날 연예계에서 묻어버리겠다고 해도, 나와의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오늘부터 난 내가 원하는 대로 할 거예요. 그러니까 다 돌아가요!”은설아는 몇 년간 참아왔던 말을 전부 쏟아냈다.어쩌면 지금 이 순간부터 은설아가 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할 일은 없을 것이다.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는 인기 많은 대스타가 아닐 수도 있었다.그러나 그녀에게는 존엄과 자유가 더욱 중요했고 지금 이 순간, 그 어느 때보다도 홀가분했다.은설아가 마음속에 묻어뒀던 얘기를 전부 꺼내자 천음 엔터 사장은 웃었다.그러나 그의 미소는 심하게 일그러진, 아주 섬뜩한 미소였다.“좋아, 좋아. 은설아, 배짱 있네!”그는 손
두 대무사 수준의 고수가 공격해 오는데 윤구주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가 오른손을 슬쩍 흔들자 귀신 같은 잔영이 나타났고, 퍽퍽 소리와 함께 두 명의 대무사가 멀리 날아갔다.털썩, 털썩.한 명은 기둥에 부딪혔고 다른 한 명은 10m 밖에 있는 테이블에 부딪혀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너무 빨라서 다들 윤구주가 어떻게 움직였는지조차 보지 못했다.천음 엔터의 탁시현은 자신의 두 부하가 눈 깜짝할 사이에 맞아서 날아가자 당황했다.“그래, 너도 무인이다, 이거지? 그런데 네가 오늘 과연 여기서 살아 나갈 수 있을까? 장윤식 어르신, 이 자식을 죽여버려요!”탁시현이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자 키가 작은 노인이 사람들 틈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그 노인은 한눈에 봐도 법사였다.그의 얼굴에는 이상한 검은 점이 있었고 동공은 독사 같았다.노인은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눈앞의 윤구주를 빤히 바라보았다.“이 자식, 실력이 대가 수준인가 봐? 겨우 그 정도 실력으로 여기서 잘난 척을 한 거야?”노인의 말투를 들어 보니 향문 사람인 듯했다.윤구주는 그들이 내려올 때 이미 그 법사 노인의 존재를 눈치챘다.그 노인은 귀선 최고 경지였다. 그러나 그의 내공은 화진의 각 문파와는 달랐다. 잘 살펴보니 노인에게서 진법 기운이 느껴졌다.노인이 목숨 아까운 줄 모르고 걸어 나오자 윤구주는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말했다.“쓸데없는 말이 많네. 술법을 시전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그러는 건가?”그 말을 들은 키 작은 노인은 몸을 흠칫 떨면서 동공이 심하게 떨렸다.키 작은 노인은 윤구주를 무대 대가 수준의 강자라고 생각해 순간 불안해졌다. 그는 겉으로는 침착한 척하며 사실은 두 손을 등 뒤에 감춘 채로 빠르게 수인을 맺어서 법력을 동원하여 대형 술법으로 윤구주를 상대하려 했다.법사와 무인의 가장 큰 구별점은, 법사는 법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술법을 시전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윤구주처럼 대가 수준의 강자를 상대하게 되면 상
음산한 기운이 휘몰아치는 순간, 레스토랑 전체가 한기에 감싸였다.엄청난 한기를 띤 살기가 나타나자 은설아와 소채은은 냉동실에 들어선 듯 추웠다.두 여자는 너무 추워서 온몸을 덜덜 떨었다. 심지어 테이블 중앙에 놓여 있던 식물들도 살기가 나타나는 순간 곧바로 시들기 시작했다.“오극음살주!”노인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웃더니 두 손으로 기괴한 수인을 맺으며 윤구주를 짚었다.다섯 개의 음산한 살기가 무섭게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넌 너무 거만했어. 나한테 이렇게 긴 시간을 주지 말았어야지!”다섯 개의 음산한 살기는 노인의 비장의 무기였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술법을 시전하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윤구주는 그에게 시간을 충분히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오극음살주를 전부 방출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노인은 득의양양했다.윤구주는 노인이 향문의 법사일 거라고 추측했다.향문은 술법 도시라고 불렸고 그곳의 술법은 이곳과 전혀 달랐다.북파 향문은 주술과 진법 위주였다.그리고 노인이 시전한 것은 향문의 유명한 주술이었다.오극음살주를 시전하자 다섯 개의 음산한 살기가 뱀처럼 윤구주를 향해 날아들었다.주술사인 노인은 자신의 오극음살주에 자신감이 넘쳤다.그는 과거 오극음살주를 이용하여 살아있던 북극곰을 그대로 얼려버렸었다. 그러니 사람을 상대하는 건 더욱 쉬울 거라고 생각되었다.노인이 자신의 주술로 손쉽게 윤구주를 해치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때, 윤구주가 갑자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겨우 이 정도야? 겨우 이 정도 살기라면 군형 5대 가문의 발톱에도 미치지 못할 텐데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를 쳐?”윤구주는 그렇게 말한 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훅!”다섯 개의 독사 같은 살기가 윤구주에게 삼켜졌다.윤구주가 살기를 전부 삼켜버린 것이다.“이... 이... 이럴 수가.”윤구주가 자신이 시전한 오극음살주를 삼켜버리자 노인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윤구주의 말대로 노인이 시전한 살기는 너무 약했다.전에 윤구주가 군형 5대 가족
정태웅은 얼른 핸드폰에서 세나미의 사진을 찾아내 공수이에게 넘겨주었다.“어때? 몸매가 S급이고 이쁘지?”대머리 스님은 눈을 똑바로 하고 핸드폰을 바라보며 흥분돼서 말했다.“너무 아름다워요. 소승은 특별히 이국적인 것을 좋아합니다.”“하하하!”정태웅은 큰소리로 웃었다.“태웅 형, 이 이국적인 절세 미녀를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공수이는 순간 또 연애하는 기분이 들었다.붉은 머리에 짙은 파란색 요정 눈동자를 매치해 한층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세나미는몸매도 비주얼도 일품이라 정말 아름다웠다.“수이 동생, 이 여자는 가질 수가 없어.”정태웅은 핸드폰을 치우고 말했다.“왜요?”공수이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현재 설국 국주이기 때문이야.”이 말을 들은 공수이는 슬펐다.그래!나는 비록 세상에 무서운 거 하나 없지만 남의 국주를 빼앗아서 자기의 여자로 삼을수는 없었다.무엇보다도 공수이가 원하는 건 평등한 사랑이었다.예를 들면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만큼 상대방도 나를 똑같이 좋아해 주기를 바랐다.뺏기만 한다면 강도와 다를 게 없었다.대머리를 긁적이며 공수이는 말했다.“제가 이 아름다운 국주랑 결혼 할 수 없지만 설국의 다른 여인을 찾을 수 있어요.”“뭐? 설국에 가겠다고?”정태웅은 의아해하며 공수이를 바라보았다.“네, 지금 구주형이 설국에 있잖아요. 우리가 할 일도 없는데 이 기회에 설국에 가서 이쁜 여인도 찾아보고 우리 구주형도 만나면 얼마나 좋아요!”옆에 있던 공수이가 말했다.불현듯 설국으로 윤구주를 찾으러 간다는 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망설였다.“그런데 왕이 떠날 때 우리보고 여기 남아서 서울을 지키라고 했어.”“지킬 게 뭐가 있어요. 누가 감히 우리를 괴롭히겠어요,태웅 형.”공수이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지금의 서울은 노룡사 전투를 거치면서 문벌들이 자취를 감춘 지 한참이나 되었고 제자백가의 가문들도 모두 몸을 사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게다가
“진짜야?”믿지 못한 정태웅은 말했다.“당연히 진짜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서준 동생은 진짜 보기 힘든 검도 귀재예요. 곤륜지역을 놓고 말해도 그는 양보할 틈도 없는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어요. 이 몇 년 동안 저는 구주형님 외에 그보다 검을 더 잘 쓰는 변태를 한 명 밖에 못 봤어요.”공수이는 회상 하듯 입으로 중얼거렸다.“그래? 꼬맹이보다 검을 더 잘 쓰는 사람이 있어?”정태웅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세상에서 보기 드문 남궁서준의 검법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던 정태웅은 공수이의 말을 듣고 꼬맹이보다 검을 더 잘 쓰는 자가 있다고 하니 의아하기만 했다.“그럼요. 그 변태는 정말 강해요!”마음속에서 그자가 떠오른 공수이는 참지 못하고 말을 이었다.“그게 누구야?”정태웅은 얼른 물었다.“그 변태의 이름은 말하기도 귀찮아요. 저는 단지 그자가 서요산 검종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요.”공수이가 대답했다.서요산 검종?이 몇 글자를 들은 정태웅은 갑자기 가슴이 쿵쾅거리며 떨리기 시작했다.전설이 너무도 많은 서요산은 줄곧 화진무도의 전설이었다.그런데 지금 이 시각 공수이는 남궁서준보다 더 강한 변태가 서요산 검종에서 왔다고 한다.깜짝 놀란 정태웅을 본 공수이는 또다시 중얼거렸다.“됐어요, 그 변태는 그만 말해요. 태웅 형, 저를 왜 찾아오셨어요?”생각을 거둔 정태웅이 말했다.“우리 왕의 소식이 전해졌어.”뭐요?“진짜요? 우리 구주형님이 돌아온다고 하나요?”공수이는 흥분해서 물었다.정태웅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아직은 아니야. 그러나 설국은 국주까지 우리 왕에게 살해당하면서 완전히 무너져 버렸어.”정태웅은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쳇! 뭔 일인가 했더니, 고작 설국국주의 머리를 자른 거요? 재미없어요.”공수이는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나 참! 한 나라의 국주야. 너는 놀랍지도 않아?”공수이의 표정을 본 정태웅은 의아해했다.“우리 구주형이 곤륜지역에 있을 때 외부 구역 역주의 친아들도 죽였는데 그까짓
공수이의 앞에 금빛 큰 종에 일곱 개의 검이 떨어졌다.대지가 진동하고 거대한 종이 요란하게 울렸다.진동에 흔들려 뒤에 있는 산봉우리에서 하나하나의 거대한 바위가 굴러떨어졌다.칠 검에 잘린 부적을 달고 빙글빙글 돌던 금색 큰종은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꼬맹이의 북두칠성 오의는 막아냈다.“나쁘지 않네! 꼬맹이야. 지난번보다 칠성오의가 또 돌파한 것 같으니 다시 해봐.”공수이는 가부좌를 틀고 금빛 종 안에 앉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꼬맹이 남궁서준을 향해 말했다.금지술 북두칠성 오의를 시전해도 금강종을 깰 수 없자 오직 15살밖에 안 된 꼬맹이는 눈을 부릅뜨고 꼬마 스님을 노려보며 말했다.“오늘 반드시 당신의 쓰레기 같은 종을 깨고 말 거야!”“하하! 얼른 덤벼봐!”“솔직히 말하면 본이 세상에 나의 금감종을 깰 수 있는 사람은 구주형밖에 없었어. 만약 네가 나의 금강종을 깰 수 있다면 앞으로 곤륜지역에서 그 교만한 자들과 허풍을 떨 수 있어!”공수이의 말을 들은 꼬맹이 남궁서준은 검의 기운를 모아 다시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갑자기 이때 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자식들아, 그만 싸워!”공처럼 뚱뚱한 정태웅이 소리를 치며 달려왔다.정태웅이 온 것을 본 공수이는 눈을 요리조리 굴리며 말했다.“태웅 형, 이곳에는 어떤 일로 오셨나요?”두 사람에 의해 사방이 모두 부서지고 뒷산에 굴러떨어져 뒹구는 거대 바위를 바라보며 정태웅은 말했다.“이 자식들아, 내가 만약 오지 않았다면 너희들이 여기를 아주 파괴해 버릴 생각이었던 거야?”“태웅 형, 염려하지 마세요. 저는 단지 동생이랑 겨루고 있었을 뿐이에요. 맞지, 동생?””남궁서준을 향하여 곁눈질하며 공수이는 대답했다.남궁서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헛소리 그만하고 계속 싸울래요? 싸우지 않을래요?”공수이는 대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됐어, 동생. 겨루고 싶다면 내일 계속하고 오늘은 그만해.”말을 마친 공수이가 두 손을 벌리자, 그의 앞에 드리워졌던 금강종이 흔적도 없이 사
“이 자식들이 또 무슨 소동을 일으킬지 모르니 제가 얼른 가봐야겠어요.”허물어진 작은 장원을 지나면 곧 교외 뒷산으로 이어졌다.이때 한줄기의 검기가 구름을 가르고 날아갔다!맑은 하늘에 하얀 빛줄기가 나타났다.찬란하고 아름다운 검기가 나타나자 허공에는 갑자기 일곱 갈래의 북두성망이 나타났다.그 성망들은 검기가 나타남에 따라 전부 반짝반짝 빛났다.“금지술, 북두칠성 오의!”음산한 소리가 뒷산에서 들려오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칠성이 반짝이더니 푸른 하늘이 갑자기 어둡게 변했다.이 어둠은 주변 수백 장내 공간을 모두 암흑으로 뒤덮었다.그 뒤로 그림자 하나가 날아 올랐다.그는 나이도 많지 않고 키도 크지 않았으나 온몸을 거스르는듯한 검의 기운이 하늘을 찔렀다.그는 두 손에 금빛 찬란한 대검을 안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순간 사람과 검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그가 바로 남궁 가문 천년에 한 번 있을법한 무도 귀재, 꼬맹이, 소년후 남궁서준이었다!그 꼬맹이가 검과 하나로 되어 금지술 북두칠성 오의를 사용했다.아래쪽 바위 중앙에서는 대머리 꼬마 스님이 닭 다리를 뜯으며 꼬맹이를 힐끗 보며 말했다.“와! 훌륭한 검법이네. 곤륜지역밖에서 너 같은 무도 귀재를 만나다니 이 검 하나로 곤륜지역 몇몇 고대 종문과 실력자들과 겨룰 수 있겠는데!”이 말을 한 사람이 바로 꼬마 스님 공수이였다.그는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가 세자인데 누구도 그의 진정한 실력을 모른다.유일하게 알려진 것은 그는 곤륜지역에 미친스님이라는 스승이 있다는 것뿐이다.곤륜지역, 심지어 몇몇 지역에서도 감히 그를 건드릴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그리고 공수이는 미친 스님의 유일한 제자였다.“헛소리 그만하고 제 검을 받아봐요!”남궁서준은 비록 열다섯 살이지만 공중에서 사람과 검이 하나가 되어 온몸을 거스르는듯한 검기는 이미 탁월했다.(사람과 검이 하나로 된 남궁서준은 겨우 15세 였다. 그러나 그 검기 실력은 매우 막강했다.)이 시각 남궁서준이 북두칠성을 시전하자
서울, 교외.허물어진 장원 내.이 허물어진 장원은 당시 윤구주와 어머니가 서로 의지하며 살던 곳이다.서울에 돌아온 후 윤구주가 줄곧 살던 곳에서 지금은 형제들이 살고 있다.윤신우의 명령을 받고 줄곧 윤구주를 따르던 용민, 철영, 재이 세 명이 장원 밖에서 지키고 있었다.이때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하! 우리 왕은 너무 멋있어! 설국 국주의 머리를 또 자르다니!”말하는 모습만 봐도 암부 3대 지휘사,백곰 정태웅이었다.공처럼 비대한 몸을 가진 그는 태블릿 PC를 들고 헤드라인을 장식한 국제 뉴스를 보고 크게 웃었다.“형님, 얼른 보세요. 설국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새 국주가 되었다고 하네요.”정태웅은 말하면서 민규현 옆으로 달려가 손에 든 태블릿 PC를 민규현에게 건네주었다.민규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왕에게 미움을 샀으니 대가는 치러야지.”“형님 말씀 맞아요. 감히 우리 화진의 무학 보물을 훔친 작은 오랑캐 나라 설국은 왕이 그들을 참수하여도 죄가 마땅합니다.” 이때 천현수도 말했다.“새로운 설국국주는 런디클럽 명기보다도 기막히게 아름다워. 쯧쯧! 저 몸매, 가슴,엉덩이 봐봐!”옹졸한 표정을 지은 정태웅은 국제 뉴스에 나온 세나미의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경멸하듯 그를 노려보며 천현수가 말했다.“설국의 여자 군신이자 미래의 설국 황후였던 세나미가 설국의 국주가 될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이 여자 따위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고요?”정태웅은 승인하지 않는 얼굴이었다.“승인해, 세나미는 진짜 설국에서 유명해.”천현수가 말했다.“여자 군신 같은 웃기는 소리를 하지 말고 이쁜 여자는 붙잡아서 왕의 첩으로 만들어야 해.”정태웅은 중얼거리며 갑자기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수이는 어디 있어? 이 자식이 또 클럽에 여자 찾으러 간 건 아니겠지?”정태웅이 말한 이는 바로 곤륜지역에서 몰래 도망쳐 나온 공수이었다.윤구주가 설국으로 떠난 후 완전히 자아를 놓아버린 그는 매일 저녁 정태웅을 붙잡고 클럽에 방문하여
“6년 전 구주의 재능은 너무 뛰어났지.”한마디로 국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음을 말하였다.“어떤 재능이 뛰어났단 거예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곤륜지역에서 온 스님이 구주가 태어난 해에 사주를 본 적이 있는데 천생 황도의 운명이라고 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과인은 구주를 견제하기 시작했었지.”국주는 한마디로 자신의 모든 걱정을 말했다.당시 윤씨 일가와 윤구주를 벌하여 죽이려고 한 것과 문아름이랑 혼인을 맺게 한 것 또한 모두 지금의 국주였다.이 모든 것을 생각한 이홍연은 멍하니 서 있었다.“6년 전 구주의 권력을 견제하기 위하여 그를 문아름과 혼인시키기로 한 과인의 잘못이야.”끝으로 국주는 6년 전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진실을 들은 이홍연은 눈물이 방울방울 뚝뚝 떨어졌다.그녀는 윤구주와 문아름의 혼인을 주도한 사람이 자신의 아바마마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홍연아, 아바마마를 탓하지 마. 과인도 나라의 운영과 우리 화진의 평화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어.”눈물을 흘리는 딸을 본 국주는 달래려고 손을 내밀자, 홍연은 그 손길을 피해버렸다.“저는 왜 망할X이 아바마마를 뵙기 싫어하고 저랑 궁에 오려고 하지 않는지 이제야 알았어요. 아바마마가 미워요!”눈물을 흘리며 말을 마친 이홍연은 울면서 금란전을 뛰쳐나갔다.슬퍼하며 떠나는 이홍연의 모습을 본 국주는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과인이 잘못한 건가?”그는 고개를 들고 중얼중얼 말했다.한쪽에 있던 우상은 못 들은 척 얌전히 서 있었다.“우상, 문씨 가문은 지금 어떤 움직임이 있는가?”국주는 불쑥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현재 문씨 가문은 큰 움직임이 없습니다. 그런데 첩보에 의하면 무도 3대 서열 쪽에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육도진이 대답했다.“말해. 무슨 움직임이 있다는 거야?”국주가 물었다.“폐하께 아뢰옵니다. 지난번 인왕이 노룡산 전쟁에서 가문 절정의 수십 명 잔당을 죽인 후 현재 종문에서 복귀의 조짐을 보입니다.”종문?이 두 글자를
태산봉선!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한다!진국왕이란 무엇인가?바로 예전의 구주왕보다도 더 센 화진의 국주 외에 두 번째로 하늘을 찌를듯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다.바로 한 사람 아래, 만 사람 위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이다.“망할X이 만약 아바마마께서 책봉하려고 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반드시 기뻐할 거예요.”이홍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이것은 과인이 구주에게 빚진 것이므로 반드시 갚아야 해.”국주는 조용히 말했다.국가와 가정의 안정을 위하여 천하를 평정한 윤구주와 같은 인재를 국주가 책봉하지 않는다면 그의 공적이 어찌 떳떳할 수 있단 말인가?“우상, 작성하라고 하던 천자령은 다 한 건가?”그렇게 말한 국주는 고개를 돌려 한쪽의 육도진을 바라보았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께 아뢰옵니다. 신은 이미 모두 작성하였습니다.”“그래. 그럼, 시간은 11월 8일로 정하지. 과인은 그날 직접 태산의 정상에 올라 구주를 책봉할 거야.”패기 넘치는 목소리로 국주는 말했다.“국주님, 신이 한 말씀 드려도 될지 모르겠습니다.”이때 갑자기 육도진이 한마디를 하였다.국주는 고개를 끄덕였다.“말해봐.”육도진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이번에 폐하께서 태산 봉선 하시면 나라 전체가 인왕의 귀환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다만 문씨 가문 그쪽은...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문씨 한마디가 금란전의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어 버렸다.문씨 가문은 화진4대 고대 무술 가문의 수령일뿐만 아니라 조정을 강점하고 있었고 현재 국방부 24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황왕 문아름이다.이 외에도 문씨 가문은 천년 대족으로서 종족의 내력은 종문과 겨룰 만했다.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가문의 깊은 지지를 받는 문씨 가문과 출세하지 않은 종문 거물 사이에도 얽히고설킨 인연이 많았다.문씨 가문은 화진의 무궁무진한 암흑의 힘을 가지고 있는 복잡하게 얽힌 한 그루의 하늘을 찌르는듯한 나무라 할 수 있었다.문씨 가문이라는 말을 들은 국주도 눈살을 찌푸렸다.“하...
이렇게 설국에는 새로운 국주가 탄생했다.그가 바로 세나미였고 이 사실은 곧 설국 전 지역에 퍼졌고 더 나아가서 전 세계에도 알려졌다.설국에서 왜 군신의 후손을 설국 국주의 자리에 올렸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세나미가 설국의 여자 군신이라는 걸 누구나 잘 알기에 설국 군을 포함해 불복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화진!서울, 도성!금란전에 있던 국주는 설국의 방송국에서 새로운 국주의 탄생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 먼저 소식을 접했다.“하하하! 구주가 계획대로 아주 절묘하게 진행을 잘했어.”국주는 호탕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세나미가 설국의 국주라면 아마 백 년 동안에 설국은 우리 화진과 전쟁을 일으키지않을 거야!”옆에 있던 여섯째 공주 이홍연은 국주의 말을 듣고 불쑥 물었다.“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신 여자가 바로 망할 X이 납치했다던 설국의 제일 미녀인가요?”“맞아, 바로 그녀야!”뭐라고요?“망할X은 어떻게 납치한 여자를 설국국주로 만들 수 있단 말인가요?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이 늑대 같은 자식이 혹시 세나미를 진짜 좋아하는 건 아닌가요?”이홍연은 갑자기 질투하기 시작했다.“공주전하의 말씀은 틀렸습니다. 인왕은 국주의 말대로 설국이 앞으로 백 년 동안 늑대 같은 야망을 품지 못하도록 밧줄을 묶어두었을 뿐입니다.”이때 참지 못한 화진 우상 육도진은 웃음을 터뜨렸다.“무슨 뜻이야? 왜 들으면 들을수록 헷갈리는 거야?”이홍연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공주의 모습을 본 국주가 말했다.“구주가 언제 세나미를 납치하였던지 홍연이는 아직도 기억해?”“네. 그가 설국에 발을 막 들여놓을 때였어요.”이홍연은 국주의 물음에 대답했다.“근데 구주가 왜 세나미를 붙잡아두고 있었는지는 알고 있는 거야?”국주가 다시 물었다.이홍연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과인의 추측이 맞다면 구주가 이미 미래의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설태현의 머리를 단칼에 잘라버리고 설국의 여자 군신인 세나미를 붙잡아 두었던 거야.”국주는 실눈을 뜨고
유니스가 그렇게 얘기하자 다른 설국 대신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습니다. 여성이 어떻게 우리 설국의 국주가 된단 말입니까?”“비록 세나미 씨는 세나스 각하의 딸이긴 하지만 국주가 된다는 건 어림없는 일입니다.”설국 대신들이 불만을 토로하자 윤구주는 단호히 말했다.“다들 똑똑히 들어. 난 오늘 당신들에게 통보하러 온 거야. 의논하러 온 게 아니라고. 알겟어?”그의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입을 다물었다.“구주왕, 선 넘지 마세요! 우리 설국에서 감히 행패를 부리는 겁니까? 우리나라의 위엄과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습니까?”대학사 유니스가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위엄? 금전에도 감히 들어오지 못하는 쓸모없는 것들이 감히 나라의 위엄을 입에 담아?”윤구주가 유니스를 바라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전, 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전 설국을 대표하여 항의합니다. 세나미 씨가 국주가 된다면 전 차라리 죽겠습니다.”유니스는 죽겠다면 위협했다.그런데 뜻밖에도 윤구주는 피식 웃었다.“죽겠다고? 그러면 내가 그 소망을 들어주지.”윤구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지현이 마치 총알과도 같이 날아가서 대학사의 가슴팍을 꿰뚫었다.피가 금전에 흩뿌려지면서 유니스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유니스가 윤구주의 손에 죽자 금전에 있던 설국 대신들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다.세나미는 앞으로 나서더니 윤구주를 향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왜, 왜 또 사람을 죽인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다시는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저자가 스스로 죽음을 자초했는데 왜 날 원망하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고집불통인 노인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설국의 미래에 방해만 될 뿐이야.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남은 설국 대신들을 바라보았다.“이젠 당신들 차례야. 얘기해 봐. 내 말대로 할 의향이 있는지.”윤구주가 그렇게 얘기하자 설국 대신들은 모두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