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은의 방 안. 소채은은 여전히 윤구주를 그리워하고 있었다.그녀는 매일 윤구주가 당부했던 대로 먼저 윤구주가 그녀를 위해 제작했던 경체단을 먹은 뒤 홀로 묵묵히 그를 그리워했다.이때 누군가 방문을 똑똑 두드렸다.“누구예요?”소채은이 물었다.“나야!”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소채은은 흠칫했다.그녀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윤구주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구주야?”방문을 벌컥 열어보니 문 앞에 준수한 외모의 윤구주가 서 있었다.“채은아, 나 돌아왔어!”윤구주가 말을 마치자마자 소채은은 곧바로 그를 와락 끌어안았다.갑작스러운 포옹에 윤구주는 웃는 얼굴로 그녀의 가는 허리를 끌어안았다.“구주야, 드디어 돌아왔구나!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한 줄 알아?”소채은은 윤구주를 꼭 안은 채 원망스레 말했다.윤구주는 그녀를 위로했다.“미안해. 일이 좀 있어서 시간이 좀 지체됐어.”“그래? 앞으로는 절대 날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 내버려둬서는 안 돼. 널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다면 난 어떡해?”소채은의 바보 같은 말에 윤구주는 미소 띤 얼굴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바보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다른 여자에게 빼앗긴다니, 그럴 리가 있겠어?”“그럴 수도 있지! 우리 구주, 얼굴도 잘생기고 성격도 좋아서 다른 여자들이 분명 눈독을 들일 거란 말이야!”소채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를 잃을까 봐 두렵다는 얼굴로 윤구주의 팔짱을 꼈다.소채은의 모습에 윤구주는 웃었다.“구주야, 얼른 얘기해 봐. 그동안 뭘 했던 거야?”소채은은 윤구주를 잡고서 오랜만에 만난 사이처럼 물었다.윤구주는 그녀에게 간단히 봉안보리구슬을 찾은 과정을 얘기했다.그리고 어떻게 고씨 일가를 상대했는지, 어떻게 서남을 주름잡았는지에 대해서는 한 글자도 언급하지 않았다.소채은은 그의 얘기를 듣더니 의아해하면서 말했다.“응? 그 봉안보리구슬이 그렇게 중요한 거야?”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아주 중요해.”소채은은 그렇냐고 짧게 대꾸했다.“나한테 보여줄 수 있어
천시 고충!가장 무시무시한 건 그것의 시독이었다.시독이 심장을 공격하게 되면 오장육부가 괴사하고 사지가 마비된다.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사람은 안에서부터 천천히 썩어 들어가기 시작하고 결국에는 몸 전체가 썩는다.그런 생각에 윤구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구주야, 나 상태가 많이 심각해?”윤구주의 표정이 확 어두워지자 소채은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아냐, 아냐. 채은이 너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이것만 기억해. 내가 있으니까 넌 무조건 나을 거야!”소채은은 별말 하지 않고 윤구주의 품에 고개를 기댄 채 말했다.“구주야, 사실 난 내 병이 무섭지 않아. 내가 두려운 건 내 인생에서 네가 사라지는 거야. 네가 없으면 난 어떡해?”소채은의 말에 윤구주는 마음이 저렸다. 그녀는 다시금 소채은을 품에 안았다.“채은아, 걱정하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반드시 널 치료할 거야. 내가 깨끗이 낫게 해줄게!”소채은은 말없이 윤구주의 품에 안긴 채로 이 순간을 즐겼다.한참 뒤에야 윤구주가 입을 열었다.“참, 채은아. 내 지인 두 명이 왔는데 나랑 같이 나가서 인사 나누자!”“응? 지인?”“응. 지금 밖에 있어. 가자, 내가 소개해 줄게.”윤구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채은의 손을 잡고 정태웅과 남궁서준을 만나러 갔다.커다란 백화궁 대전 안, 가장 먼저 들려온 건 정태웅의 목소리였다.“세상에, 연규비 씨. 몇 년 못 본 사이에 더 아름다워지셨네요.”이내 아름다운 연규비가 안에서 걸어 나왔다.흰색 원피스를 입은 연규비는 여신처럼 안에서 나왔고, 정태웅의 목소리를 들었다.“정태웅, 너도 서남에 온 거야?”연규비는 살찌다 못해 공처럼 보이는 정태웅을 보며 말했다.“연규비 씨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죠!”정태웅이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딴 소리 한 번만 더하면 가만 안 둘 줄 알아.”연규비가 말했다.말을 마친 뒤 연규비는 곁눈질로 옆을 보았다. 갑자기 엄청난 한기를 띤 검의가 느껴졌기 때문이다.아주 놀라운 검의였다.연규비는 그것을 느끼고
“연규비 씨는 저하를 이미 만나셨죠?”정태웅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연규비에게 물었다.“그럼, 당연하지.”연규비가 대답했다.“저하를 만났군요. 우리 저하 더 멋있어지고 훤칠해지지 않았어요?”연규비가 말했다.“이 자식,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정태웅은 실실 웃으면서 얄밉게 말했다.“저하와 오랜만에 만나신 거잖아요. 게다가 연규비 씨는 예전에 전하를 아주 사랑했죠.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번 기회에 조금 더 진도를 나가야지 않겠어요?”정태웅의 말을 들은 연규비는 표정이 차갑게 굳으면서 화를 냈다.“이 자식,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혀를 잘라버릴 줄 알아. 내가 못 할 것 같아?”정태웅은 서둘러 뒷걸음질 치면서 말했다.“전 그저 솔직히 말한 것뿐이에요.”콜록콜록.정태웅과 연규비가 장난을 치고 있을 때 콜록거리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정태웅은 기침 소리를 듣더니 멈칫하며 고개를 돌렸고, 곧 윤구주가 소채은을 데리고 나오는 걸 보았다.“저하!”윤구주를 본 그는 서둘러 외쳤다.그리고 곧 불손한 시선이 소채은에게 닿았다.“왕비님, 드디어 깨셨군요!”갑자기 형수님이라고 불린 소채은은 어리둥절해졌다.“구주야, 저 사람은 누구야? 왜 날 왕비라고 부르는 거야?”윤구주는 정태웅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정태웅은 자신이 말실수했다는 걸 깨닫고 서둘러 말을 고쳤다.“퉤퉤퉤, 형수님! 죄송해요, 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절대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이번에는 형수님이라니, 소채은은 의아한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내 지인이야. 정태웅이라고 부르면 돼.”소채은은 그 말을 듣더니 그제야 정태웅에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전 소채은이라고 해요.”“형수님, 저한테는 반말하셔도 돼요. 앞으로는 태웅이라고 부르시면 돼요.”정태웅이 서둘러 말했고 소채은은 미소를 지었다.“꼬맹아, 이리 와봐!”윤구주는 소채은을 소개한 뒤 옆에 서 있던 남궁서준을 불렀다.흰옷을 입은 소녀는 빠른 걸
“다행이네.”윤구주가 소채은을 데리고 나와서 그녀에게 정태웅과 남궁서준을 간단히 소개해 준 뒤 소채은이 과로할까 봐 걱정되어 곧바로 그녀를 방으로 돌아갔다.방에 도착한 뒤 소채은이 갑자기 물었다.“구주야, 요즘에도 많이 바빠?”윤구주는 그 말을 듣더니 흠칫하며 말했다.“아니, 왜?”“헤헤, 안 바쁘면 나랑 같이 우리 친척 집에 갔다 오면 안 돼?”소채은은 윤구주의 팔을 잡고 말했다.“어? 친척?”“응, 우리 외당숙이 서남 고대 도시에 있거든. 내가 찾아봤는데 여기서 20km 정도 떨어져 있어. 그래서 네가 바쁘지 않다면 너랑 같이 우리 외당숙을 보러 가고 싶어.”소채은은 외당숙의 일을 간단히 얘기했다.윤구주는 소채은이 천시 고충에 당한 뒤로 줄곧 백화궁에만 있어서 무척 심심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친척 집에 가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곧바로 동의했다.“그래, 그러면 내일 나랑 같이 가자.”“진짜? 동의한 거야?”“그럼.”“헤헤, 고마워.”소채은은 기쁜 얼굴로 윤구주의 품에 머리를 기대었다.다음 날, 윤구주는 정말로 소채은과 그녀의 외당숙 집에 방문할 준비를 했다.소채은은 아침 일찍 일어나 꾸몄다.예쁜 플라워 패턴의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자연스럽게 풀어 헤쳐서 더욱더 아름다웠다.윤구주는 캐주얼한 차림으로 정태웅과 남궁서준 등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저하, 저희가 가지 않아도 괜찮나요?”정태웅은 윤구주가 소채은의 친척 집에 가려 한다는 걸 알고 물었다.“응. 너희는 일단 백화궁에 머물러. 아무래도 채은이 친척들은 일반인이라서 말이야.”윤구주가 말했다.그의 말에 정태웅과 남궁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채은아, 가자!”윤구주는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난 뒤 소채은을 데리고 그녀의 외당숙 집으로 향하려고 했다.사람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 윤구주는 백화궁의 차를 타지 않고 큰길로 나가서 택시를 잡았다.그들이 차에 오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구주 오빠, 잠깐만요
가는 길에 소채은은 윤구주에게 자신의 외당숙을 간단히 소개했다.윤구주는 소채은을 통해 그녀의 외당숙이 건축 업계에 종사하고 있으며 작업반장 비스름한 일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그동안 서남에서 꽤 잘 지냈다고 한다.윤구주는 상황을 대충 파악하면서 소채은과 함께 그의 집으로 향했다.차는 막힘없이 달렸다.그러다 소채은이 갑자기 물었다.“구주야, 백화궁의 규비 씨 예전에 널 좋아했었던 거야?”소채은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윤구주는 잠깐 당황했다가 황급히 대답했다.“아니...”“나한테 거짓말하는 거야? 널 바라보는 규비 씨의 눈빛과 널 대하는 규비 씨의 태도에서부터 난 이미 느꼈어. 규비 씨는 틀림없이 널 좋아해! 심지어 오늘 우리 외당숙 집으로 가는데 널 챙겼잖아.”소채은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서둘러 해명했다.“채은아, 네가 착각한 거야. 난...”“구주야, 괜찮아. 사실 난 규비 씨가 널 좋아해서 오히려 기쁜걸?”“기쁘다니?”“당연한 일 아니야? 생각해 봐. 규비 씨 얼마나 예쁘고 아름다워? 규비 씨 같은 여자도 널 좋아한다는 건 그만큼 네가 훌륭하다는 의미잖아!”소채은이 웃으며 말했다.윤구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그는 예상과는 다른 소채은의 반응이 참신하게 느껴졌다.“하지만 절대 나한테 미안할 짓을 해서는 안 돼. 혹시라도 나한테 미안할 짓을 한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소채은은 그렇게 말하면서 윤구주의 팔뚝을 꼬집었다.윤구주는 다정하게 소채은의 작은 손을 잡았다.“바보야, 걱정하지 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평생 너뿐이야.”소채은은 윤구주의 품에 기대어서 말했다.“구주야, 나 엄청 속 좁아 보이지?”“아니!”“사실 난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해. 널 사랑하는 사람이 한 명 더 있다면 내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견디기가 힘들 것 같아.”소채은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바보야, 괜한 생각 하지 마. 내가 그랬잖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평생 너뿐이라고.
“혹시 이경 아저씨 집에 계셔?”천이경의 이름이 언급되자 소녀는 멈칫했다가 고개를 뒤로 돌리며 외쳤다.“아빠, 아빠 찾는데요?”그러자 집 안에서 휠체어에 앉은 남자가 나왔다.그가 나오자 소채은은 단번에 그를 알아보았다.“아저씨!”휠체어에 앉아 있는 푸근한 인상의 남자는 소채은을 보고 흠칫했다.“채은이니?”“네, 저예요.”“채은아, 우리 채은이가 웬일로 갑자기 서남에 왔대? 미리 나한테 얘기하지. 그랬으면 내가 마중 나갔을 텐데!”천이경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소채은이 대답했다.“저도 갑자기 오게 된 거라서 실례될까 봐 연락드리지 못했어요. 아저씨, 다리는 어떻게 된 거예요?”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에 소채은이 서둘러 물었다.천이경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얼마 전에 현장에서 떨어지는 바위에 맞아서 그래. 별거 아니야.”천이경은 그렇게 간단히 대답했고 소채은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채은아, 어서 와. 못 본 사이에 아주 아가씨가 다 됐네!”천이경은 열정적으로 소채은과 윤구주를 맞이해줬다.“해윤아, 어서 채은 언니한테 인사해야지!”휠체어에 앉아 있는 천이경이 조금 전 문을 연 소녀에게 말했다.소녀는 소채은을 힐끗 보더니 덤덤한 말투로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채은 언니.”말을 마친 뒤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쟤도 참, 아직 철이 안 들었어. 채은아, 신경 쓰지 마.”천이경이 황급히 말했다.소채은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아요.”“채은아, 너희 부모님은 다 잘 지내셔? 그동안 강성에 너희 보러 가고 싶었는데 너무 바빴어.”천이경이 감개하며 말했다.소채은이 대답했다.“저희 부모님 다 잘 지내세요. 아저씨 얘기도 자주 하셨어요.”“그래? 고맙네. 참, 채은아. 이쪽은 누구야?”천이경의 시선이 갑자기 윤구주에게로 옮겨졌다.소채은은 서둘러 소개했다.“제 남자 친구예요. 이름은 윤구주예요.”“안녕하세요, 아저씨!”윤구주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넸다.“괜찮네. 인물도 훤칠하고 아주 점잖아 보여. 채은이가
주세영의 냉담한 태도에 천이경은 서둘러 말했다.“채은아, 신경 쓰지 마. 원래 저런 성격이거든. 그것보다 아저씨 집에 오는데 무슨 선물을 챙겨 오니?”“아저씨, 당연히 챙겨와야죠.”소채은이 서둘러 말했다.옆에 있던 윤구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처음 집 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는 천이경이 아주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그러나 주세영과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그의 딸은 소채은을 깔보고 있었다.“채은아, 너희 회사 경영은 잘되고 있는 거지?”천이경이 화제를 돌렸다.“네.”“그러면 다행이네. 참, 채은아. 네 남자 친구는 직업이 뭐니?”천이경이 다시 물었다.그가 윤구주의 직업을 묻자 소채은은 조금 난감했다. 그러나 그녀는 잠깐 고민한 뒤 솔직히 대답했다.“지금은 무직이에요.”“그래. 젊어서 괜찮아. 일자리를 꼭 찾을 수 있을 거야.”“아저씨는요? 아직도 현장에서 일하세요?”소채은이 물었다.“그래. 그런데 요즘은 불경기라서 상황이 좋지는 않아.”천이경은 탄식하며 말했다.“다리는 괜찮으세요?”소채은은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를 걱정스레 바라보며 물었다.“괜찮아. 살짝 다친 것뿐이거든. 경험 많은 의사 선생님에게 몇 번 진료를 받았었는데 곧 나을 거야.”천이경이 말했다.소채은이 외당숙인 천이경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방 안에서 주세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 무슨 얘기 하고 있어? 여기 와서 내 머리 좀 만져줘!”안에서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자 천이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래, 지금 갈게.”말을 마친 뒤 그는 서둘러 소채은과 윤구주에게 말했다.“채은아, 구주야. 먼저 앉아 있어. 금방 갔다 올게.”착한 천이경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힘겹게 안으로 들어갔다.안에서 주세영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대? 별 볼 일 없는 친척일 뿐인데. 뭐 귀한 손님이라고.”안에서 들리는 경멸 어린 목소리에 소채은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구주야, 우리 이만 가자.”
열어 보니 안에 당근만큼 굵은 영지버섯 세 개가 들어있었다.박스 안에 다른 건 없고 당근처럼 생긴 영지버섯 세 개만 들어있는 걸 본 주세영은 버럭 화를 냈다.“여보, 이것 좀 봐. 소채은이 뭘 가지고 왔는지! 이게 뭐래? 당근도 아니고 나무뿌리도 아니고, 이걸 어디에다 쓴다고.”주세영은 화를 내면서 영지를 전부 바닥에 던졌다. 그러더니 발을 들어 영지를 힘껏 밟았다.순간 영지버섯 세 개가 짓이겨져서 토막 났다.컹!이때 천이경이 기르는 강아지가 달려와서 바닥에 있는 영지를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봤지? 이런 건 개들이나 먹는 거야.”주세영은 그렇게 말하더니 씩씩대면서 소파에 앉았다.주세영의 모습에 천이경은 한숨을 쉬었다.이때 또 한 번 벨 소리가 울렸다.“누구세요?”단단히 화가 난 주세영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소리를 꽥 질렀다.“접니다.”문밖에서 나이 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목소리를 들은 주세영은 서둘러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 점잖은 차림에 약상자를 등에 지고 있는 노인이 안으로 들어왔다.“황 선생님이셨군요. 얼른 들어오세요!”주세영은 그 노인을 정중하게 맞이했다.눈앞의 그 노인은 서남의 유명한 한의사였다.이번에 그는 천이경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그의 집에 방문한 것이었다.황석훈은 미소를 지으며 주세영에게 인사한 뒤 집 안으로 들어왔다가 강아지가 바닥에 떨어진 영지버섯을 먹고 있는 걸 보았다.“정말 귀여운 강아지네요!”황석훈은 그렇게 말하면서 천이경을 치료해 주려고 그에게 다가가려 했다가 갑자기 눈을 빛냈다.“아니, 이건?”그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더니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강아지가 먹고 있는 영지버섯을 바라보았다.“왜 그러세요, 황 선생님?”주세영과 천이경은 황석훈이 바닥에 쭈그리고 앉자 궁금한 듯 물었다.황석훈은 영지를 주우면서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세상에, 이런 귀한 것을 왜 강아지에게 먹이는 겁니까?”“귀한 거라고요? 황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황석훈의 말에 주세영은 이해가
“저하!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길 서요산은 칠수방과 연합하여 자운각을 멸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운각의 시조가 서요산 검종 종주의 검에 목숨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희 서부 대군이 현문을 함락했습니다. 하지만 현문 시조가 너무 막강했습니다. 현문 시조는 홀로 서부 대군의 포위를 뚫고 도망쳤고 은용위와 암부 쪽에서 사람을 보내 현문 시조를 추격하고 있다고 합니다.”밖에 있던 암부 구성원이 보고했다.“알겠어. 각 종문의 시조들은 대부분 최소 반폭 지존 경지니까 이해해. 은용위와 암부에 추격하러 간 부하들을 철수시키라고 해. 그들로는 그 늙은 괴물들을 잡을 수가 없어.”윤구주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저하, 그리고 은용위 지휘사 견배영이 천옥을 공격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그쪽은 곤륜과 인연이 있기 때문에 저하께서 명령을 내리셔야 움직일 수 있다고 합니다.”암부 구성원이 또 물었다.“조급해할 것 없어. 내가 직접 나설 테니까. 언제 움직여야 하는지 미리 통지할 거야.”윤구주가 대답했다.윤씨 일가의 저택. 윤구주는 선조들의 위패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조금 전 그것이 우연이었을지 아니면 암시였을지 알 수 없었다.“윤상, 우리 윤씨 일가의 시조로 천 년 전 화진 무도의 최강자였지. 심지어 몇 년 연속 무도 도주였어. 윤씨 일가의 기록에 따르면 조상님께서 화진의 무도를 주름잡았을 때 종문 동맹은 무척이나 얌전했다고 했어. 하지만 조상님께서는 도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 종문 동맹을 감화시킬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을 귀순시킬 수 있을 거로 생각하셨지.”“조상님, 어떤 이들은 영원히 개과천선할 수 없어요. 죽이는 게 답이에요.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뒤에 다시 손을 쓴다면 너무 늦어요.”윤구주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당시 손을 썼더라면 지금 같은 일들이 없었을 것이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당시 윤상이 무도 도주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홀로 성전을 찾으러 서역으로 향했다가 행방불명이 되었다.윤상의 실종으로 윤씨 일가는 큰
견배영은 흠칫 놀랐다. 그는 윤구주의 눈빛에서 절대 막을 수 없는 의지를 엿보았고 그로 인해 열정이 불타올랐다.“저하!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화진의 좋은 사람들을 해치지 않겠습니다. 만약 제가 또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저하께서 손을 쓸 필요 없이 제가 직접 자결하겠습니다. 제 부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제 부하들 중에 그런 사람이 나온다면 제가 직접 죽이겠습니다!”견배영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울부짖었다.“겨우 그걸로는 안 돼. 능력이 클수록 책임이 큰 법이야. 스스로를 단속하는 동시에 부하를 잘 가르치는 것은 네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야. 그 정도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더는 날 따르지 마.”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견배영은 아주 빠르게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화진을 침략하거나, 화진의 부흥을 막는 사람들을 모조리 죽여버리겠습니다!”윤구주는 그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현문 분문을 공격하기 위해 산까지 올라온 병사들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윤구주 휘하의 사람들은 당연하게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그들은 일찌감치 그 점을 깨닫고 구주왕의 의지를 이어가려고 했다. 은용위도 이제야 구주왕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었다.그리고 그들은 그제야 윤구주의 부하들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필사적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구주왕을 따르는 것은 화진의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기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서울에 있는 종문의 분문들은 전부 끝장났다.같은 시각, 화진 각지에서 장수들이 출동했다. 암부와 은용위에게서 정보를 얻은 그들은 그 정보들을 이용하여 하룻밤 사이 화진의 각 지역에 위치한 분문들을 전부 없애버렸다.다음 날 아침, 각 종문에서는 외부와 연락이 완전히 끊긴 것을 발견했고 그렇게 그들은 홀로 남게 되었다.윤씨 일가.윤구주는 윤씨 일가 선조들의 위패 앞에 앉아 시선을 내려뜨린 채 서요산 검종의 소식을 기다리면서 선조들에게 말을 걸었다.“어르신들, 종문 동맹은 삼천 년이 넘는 시간
“대단한 구주왕도 결국은 우리와 같은 탐욕스러운 인간일 줄은 몰랐어. 하하, 그러면서 감히 우리 종문 동맹을 적으로 돌리려고 해? 구주왕, 네가 날 죽인다면 난 네 마음을 죽일 거야!”추현송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빌어먹을 놈, 닥쳐! 당신같이 사악한 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저하를 평가하는 거야? 당신 정혈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견배영은 추현송이 구주왕을 모욕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추현송을 죽이는 것은 백성들을 위한 일인데 이득을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없었다.“내가 당신 정혈을 삼켜서 내 실력을 키우려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단단히 착각했네. 자기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냐?”윤구주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추현송은 비록 자신을 반폭 구오 지존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팔부 절정에 머물러 있었고 약자의 것을 삼키면 오히려 자신을 더 약하게 만들 뿐이었다.그리고 윤구주는 이런 금지술을 배운 적이 없었다.윤구주는 다시금 봉왕팔기 소생술을 시전했다.혈정은 녹색의 돌멩이가 되었는데 그 돌멩이는 투명하고 향기로우며 상서로운 기운을 내뿜었다. 향기를 한 번 맡으면 정신이 맑아졌다.윤구주가 조종한 대로 녹색의 돌멩이는 산 아래로 내려가서 텐트 위에 멈추었고 수백 개의 녹색 기운이 허약한 소녀들의 체내로 주입되었다.이때 군의관들은 심한 부상 때문에 목숨이 위태로운 소녀들을 위해 수술을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녹색 빛이 소녀들의 몸속으로 들어갔고 곧이어 소녀들의 허약한 몸에 다시 생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눈 깜짝할 사이에 수백 명의 다친 소녀들이 전부 나았다.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세상에!”윤구주가 평생 수련하여 쌓은 그의 힘으로 소녀들을 구하는 걸 보자 추현송은 참지 못했다.“윤구주, 미친 거야? 내 정혈을 삼킨다면 나도 인정하겠지만 그렇게 귀한 것들을 저런 가축들을 위해 써? 귀한 물건을 이렇게 낭비해?”추현송은 큰 충격을 받았다. 윤구주의 행위는 그를 완전히 절망하게 했다.“누구를 보고 가축이래? 저 가련
윤구주의 체내에서 거대한 진동이 일었다. 순식간에 순수한 양의 힘이 뿜어져 나오면서 하늘로 치솟아 올라 오조금룡이 되어 서울의 반을 뒤덮었다.용은 모습을 드러냈고 곧 그것의 포효가 세상을 뒤흔들었다.추현송이 만들어낸 핏빛 용은 울부짖고 있었다. 그것은 금룡을 향한 도발이었다. 금룡으로서는 가짜 용인 핏빛 용이 1초라도 더 존재하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게 느껴졌다.순수한 양기가 금룡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핏빛 용은 목숨이 아까운 줄도 모르고 용의 압박을 이겨내려고 했지만 양기에 온몸이 꿰뚫렸다. 뜨거운 양기의 힘이 체내에서 폭발해서 환한 금빛을 만들어냈다.쿠궁!핏빛 용은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용의 힘에 소멸하였다.피의 저주가 뚫리자 가장 먼저 역풍을 맞은 건 추현송이었다. 그는 피를 왈칵 쏟더니 몸 겉면이 갈라지면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피투성이가 되어 매우 처참한 꼴이 되었다.“견뎌. 견디라고! 정혈, 더 많은 정혈이 필요해!”추현송은 몸을 날려 핏빛의 구름 위로 날아가더니 그 속의 정기를 마구 삼키면서 겨우 버텼다.“젠장, 내 금지술을 파괴해서 내 백 년의 수명을 깎았어. 윤구주, 두고 봐. 가만두지 않겠어!”추현송은 욕지거리를 했다. 이렇게 된 이상 더 싸울 이유가 없었다.그와 윤구주의 실력 차이는 너무 컸다. 어쩌면 서울에 오지 말아야 할지도 몰랐다.이내 추현송은 구름을 조종하더니 구름을 타고 멀리 도망치려고 했다.“어디로 도망치려고? 거기 서! 봉왕팔기, 천주 금술, 신마소멸!”윙!구름을 타고 도망치고 있던 추현송은 순간 보이지 않는 큰 손에 잡힌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곧이어 엄청난 기운이 사방에서 몰려들어 핏빛 구름을 순식간에 없애버렸다.퍽!핏빛 구름이 사라지자 추현송은 수백 미터 고공에서 추락하여 처참한 몰골이 되었다.현재 추현송은 마치 가죽이 한 겹 벗겨진 것처럼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그의 살은 마치 벌레처럼 미친 듯이 꿈틀대면서 추락하여 생긴 상처를 회복시키고 있었다.“좋은 수단이야.
“나 정도 실력이면 상대가 구오 지존이 아닌 이상 무적이야. 구주왕, 죽을 각오나 해! 당신을 죽이는 건 시작에 불과해. 난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 천도궁이야말로 화진의 주인이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어! 화진 사람들은 모두 우리 천도궁을 진짜 신으로 모셔야 해!”우렛소리가 울리며 핏빛의 벼락으로 이루어진 핏빛 용이 구름을 뚫고 윤구주를 향해 덮쳐 들었다.“흥, 악령이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자가 감히 신과 어깨를 나란히 하려고 해? 겨우 반폭 구오 지존이면서 감히 내 앞에서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하는 거야?”윤구주가 다시 한 걸음 내밀었다. 그가 손을 들자 멈추었던 빗방울들이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하늘로 올라가는 빗방울들은 예리한 검들이 되었다. 빗방울에서 엄청난 검의 위력이 느껴졌다.솩, 솩!눈 깜짝할 사이에 핏빛 용은 빗방울에 꿰뚫려서 만신창이가 되었다.“뭐야? 구주왕! 이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이건 금지술이라고. 내가 백 년 동안 수련해서 겨우 시전한 것인데 그렇게 쉽게 막을 수 없을 거야!”추현송은 크게 외치면서 두 손으로 수인을 맺었다.“응집하라!”핏빛 용이 다시 만들어졌고 그것의 혈기는 전보다 더 강해졌다.붉은색 빛이 산 전체를 환히 밝혔고 붉게 물들어진 하늘은 충격적이었다.“약하면 약한 건지, 쓸데없는 말이 많네.”쿠구궁!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더니 손바닥이 핏빛 용과 붉은색의 구름을 내리쳐서 흩어지게 했다.곧 세계가 다시 조용해졌고 추현송은 넋이 나갔다.그의 금지술이 이렇게 사라지다니.이것이 바로 구주왕의 실력인 걸까?“하하하, 역시 구주왕은 남달라. 하지만 난 서울로 올 때 이미 너와 싸울 거라는 걸 알았어. 나는 너 때문에 서울로 온 거야.”추현송은 이를 악물고 법기를 하나 꺼내며 수인을 맺었고, 이내 핏빛 안개가 법기에서 뿜어져 나왔다.“이건 천도궁 서울 분문에서 추출한 정혈이야. 서남 재벌의 목숨을 연장하는 데 쓰려고 했던 것이지. 이 정혈은 무려 20조에 달하는 거래였다고. 하지만 내 상대가 구주왕이니
온 세상이 고요해졌다.시간이 멈춘 것처럼 빗방울들이 허공에 멈춰 있었다.추현송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인간의 수준을 벗어난 신의 경지였다.“당신이 진짜 배후였네. 견배영이 목숨을 걸고 싸운 이유가 있었어. 말해! 너 정체가 뭐야?”추현송은 쓰레기를 버리듯 견배영을 내팽개친 뒤 온 신경을 갑자기 나타난 그에게 집중했다.쿵!그 사람이 움직였다. 그는 구름 위를 거니는 듯했고 동시에 걸음걸음마다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는 것 같았다.강렬한 압박감 때문에 추현송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가 힘들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가 가까워졌고 그의 그림자는 마치 하늘까지 닿을 듯했다.엄청난 압박감 때문에 추현송은 저도 모르게 몸이 떨렸고 두 다리에 힘이 풀려서 무릎을 꿇을 뻔했다.콱!추현송은 혀를 꽉 깨물었다. 그는 고통으로 정신을 붙잡으려고 했다.다시 상대방을 마주하게 된 추현송은 순간 표정이 심각해졌다.“저 자식 온몸에서 치명적인 기운을 내뿜고 있어. 운이 좋지 않다면 오늘 이곳이 내 무덤이 될지도 모르겠어. 너 이 자식! 네 정체가 뭐든 상관없어. 천도궁은 네가 상대할 수 있는 곳이 아냐. 내 배후에 있는 종문 동맹이 널 처참히 죽일 거다!”윙!그러나 상대방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살기가 더욱 강해졌다.그의 목적은 아주 간단했다. 바로 추현송을 죽이는 것이었다.협박해도 소용없자 추현송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다.더 얘기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상대방은 그를 죽이러 온 것이기 때문이다.“젠장, 날 죽이는 건 쉽지 않을 거야. 난 팔부 동천 절정이니까! 구오와는 겨우 한 걸음 차이라고. 난 이미 천인합일의 도리를 깨쳤어. 천도술 뇌연, 천벌행주!”추현송은 정혈을 토했고 이마에는 핏발이 섰다. 그의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고 핏자국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핏자국에서 빛이 번쩍이자 하늘에 핏빛 구름이 모여들었다. 구름 사이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면서 우렛소리가 들렸다.바닥에 쓰러진 견배영은 문득 머리털이 쭈뼛 서
상대를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본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겨우 버티고 있었다.“견배영, 넌 은용위 지휘사이자 임정설 휘하의 유능한 부하라지? 사람들은 너의 현공을 따라갈 사람이 없다고 하던데 왜 이렇게 힘을 못 쓰는 거야? 나랑 두 시간 넘게 싸웠으면서 내 옷자락도 건드리지 못했잖아.”맞은편의 노인이 웃으면서 비아냥댔다.“쳇!”견배영은 이를 꽉 깨물었다. 천도궁의 부궁주가 서울 분문에 왔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추현송은 백 년을 산 팔부 절정 강자였다.견배영은 이제 막 팔부 경지에 다다랐기에 추현송과 싸운다는 것은 그에게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 평소라면 두 사람의 엄청난 실력 차이 때문에 빠르게 물러났을 것이다.그러나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국방부 사람들이 아래서 구경하고 있으니 말이다.은용위는 이젠 구주왕의 부하가 되었다. 국주는 그들의 충성심을 생각해서 그들이 한 짓을 못본 척해주었지만 구주왕은 달랐다. 그가 알고 있는 구주왕이라면 은용위가 저질렀던 짓 때문에 그들을 산 채로 찢어발길지 몰랐다.살고 싶다면 반드시 구주왕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이 악물고 싸울 수밖에 없겠어. 싸우다가 죽으면 적어도 명성은 챙길 수 있잖아. 만약 실력 차이 때문에 도망친다면 구주왕에게 바로 살해당할 거야!”구주왕의 수단을 떠올린 견배영은 온몸을 덜덜 떨었다.화진의 백성이 보기에 구주왕은 백성의 편이 되어주는 좋은 사람이자 화진의 평화를 지켜주는 영웅이었지만 일부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마귀나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였다.“하하! 겁이 나서 그렇게 덜덜 떠는 거야? 싸우지 않는 건 어때? 이젠 임정설에게 충성하지 말라고. 대단한 분의 곁에 있으면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법이야. 임정설에게 충성해 봤자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야. 차라리 우리 천도궁에 가입해. 실컷 즐기면서 살라고. 얼마나 좋아?”추현송이 웃으면서 말했다.그건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견배영을 영입하고 싶었다.은용위는 화진의 권세가들의
사람들을 구했다는 말에 윤구주는 뭔가를 떠올렸다.소문에 따르면 천도궁은 대외적으로 선인이 될 수 있다며 홍보했지만 사실은 사람들의 정혈을 빨아먹었다. 소녀의 정혈을 먹고 살았기에 천도궁 사람들은 모두 동안으로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게다가 그들은 그 점을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도를 닦고 도술을 배우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고 속이며 돈을 뜯어냈다.“구출한 사람들은 어디 있어? 그곳으로 안내해 줘.”윤구주가 말했다.민규현이 윤구주를 데리고 조금 전 은용위에 구출된 소녀들을 찾으러 갔다.임시로 설치된 텐트 안에서는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소녀들은 그곳에 모여 있었다.그들 모두 눈빛이 공허하고 몸이 여위었으며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다들 심각하게 학대를 당했는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피가 심각하게 부족해요. 그래서 조금 전에 군의관이 수혈해 주었어요.”민규현이 소개했다.그들을 치료하던 군의관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검사해 봤는데 다들 몸 곳곳에 멍을 달고 있었습니다. 폭력적으로 할퀴거나 물어뜯은 것 같아요. 특히 하반신 상태가 심각해서 수술을 해야 합니다. 수술을 받는다고 해도 평생 소변 주머니를 사용해야 하고 다른 사람의 돌봄 없이는 혼자 살 수 없습니다. 사실 몸의 상처는 그나마 나은 편이에요. 가장 중요한 건 다들 엄청난 충격으로 정신이 많이 망가졌다는 거예요.”텐트 안에 있던 군의관들은 고개를 저었고 간호사들은 소녀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안타까워하면서 눈물을 흘렸다.윤구주는 침묵했다. 그는 종문을 너무 얕보았다.화진을 분열시키려고 한 것만으로도 죽을죄인데 그들의 악행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이때 정태웅이 마침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정태웅은 무섭게 생긴 편이었기에 소녀들은 겁을 먹고 비명을 질렀다. 어떤 소녀들은 본능적으로 입고 있던 옷을 벗으면서 온순하게 굴었다. 장기간 학대를 당한 탓인 듯했다.“어?”짝!정태웅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윤구주에게 뺨을 맞았다.“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민규현, 네 사람들
“우리 서요산이 지우를 불러들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우리 서요산의 거자가 공격을 당했었거든.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속수무책이었어. 문씨 일가는 네가 이럴 것이라는 걸 미리 알았던 것 같아. 그래서 종문 동맹에 우선 서요산을 공격하라고 했겠지. 그래야 우리에게 여력이 없을 테니까 말이야. 구주야. 우리 서요산은 이번에 윤씨 일가를 돕지 못할 것 같다. 홀로 종문 동맹과 싸울 각오를 하는 게 좋을 거야.”서요산의 거자가 공격을 당했다니!그 소식에 서요산 분문의 제자들은 모두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충격도 잠시, 이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서요산 거자는 다음 검종 종주가 될 사람으로 아주 중요했다. 그런데 누군가 서요산의 거자를 공격했다니, 서요산의 명맥을 끊으려는 의도가 분명했다.“종문 동맹! 이 자식들 정말 극악무도하네요!”분문의 제자가 화를 내면서 욕을 했다.갑작스러운 얘기에 윤구주도 더는 책을 읽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요? 서요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나요? 서요산의 거자는 이미 죽었으니 함지우까지 죽게 할 수는 없죠. 정 어려우면 저한테 보내요.”“아주 심각해. 너도 알다시피 서요산 검탑에는 마귀가 봉인되어 있어. 만약 그 사람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면 화진에는 엄청난 재앙이 찾아올 거야. 그 때문에 나도 예정보다 일찍 출관했어. 곤륜 쪽도 평화롭지는 않아. 됐다. 너는 일단 종문 동맹을 평정해. 우리도 최대한 너의 발목을 붙잡지 않게 노력할게. 너는 마음 놓고 싸워. 종문 동맹은 화진의 질서를 삼천 년간 어지럽혔어. 이제는 뿌리를 뽑아야지.”푸른 빛이 서서히 사라졌다. 마지막 장면은 노인이 산에서 벗어나며 산이 뒤흔들리는 광경이었다.“문씨 일가는 대체 얼마나 일을 더 크게 키울 생각인 거지? 내가 손을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가만히 있지 못하다니. 벌써 위협을 느낀 건가? 천도궁은? 꽤 오래됐는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거야? 내가 직접 가봐야겠군.”윤구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