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공격을 윤구주가 쉽게 막아내자 천암사의 홍진후는 표정이 점차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윤구주를 죽어라 노려보았다.“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더니, 30년 동안 산에서 내려오지 않았더니 화진에 이런 천재가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군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음이 불안정하고 살심이 너무 강하군요. 오늘 전 함부로 살생하지 말라는 하늘의 뜻에 따라 당신의 살심을 없애버리겠습니다.”홍진후는 그렇게 말한 뒤 합장하면서 소리 없이 주술을 읊었다.기괴한 주문과 함께 주위에 순식간에 음산한 바람이 일었다.그리고 바람과 함께 쿵 소리가 나면서 거대한 나찰의 현신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그것은 천암사가 신봉하는 인간, 신, 귀신 중 악귀 수라의 현신이었다.악귀 수라는 키가 구 척에 달했고 머리는 해골 같고 몸은 뱀 비늘 같았다.그리고 네 손에는 피가 가득 묻은 도끼를 들고 있었다.그것이 바로 용호산에서 가장 유명한 악귀 나찰이었다.홍진후가 나찰 현신을 불러냈을 때 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내 살심을 없애겠다고? 오늘 누가 누구를 없앨지는 두고보자고!”윤구주가 그렇게 말하고 있을 때 그의 앞에 있던 금빛이 더욱더 눈부셔졌다.같은 시각, 거대한 악귀 나찰의 현신은 윤구주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윤구주가 몸을 움직였다.놀라운 몸짓이었다.속도가 너무 빨라서 눈으로 좇을 수 없을 정도였다.“엄청 빨라...”“저 자식... 도깨비인가?”고준형을 포함한 주위에 있던 고씨 일가의 강자들은 윤구주의 움직임을 본 순간 전부 아연실색했다.고시연은 이를 악물고 두 손으로 옷깃을 꼭 잡고 있었다. 그녀는 찍소리하지 못하고 앞을 바라봤다.윤구주가 몸을 움직이자 용호산의 홍진후가 소환한 약귀 나찰은 그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나찰의 도끼는 허공을 베었다.“젠장! 그렇게 피한다면 피할 수 있을 것 같나요? 음양천뇌, 음귀뇌, 나와!”홍진후가 오른손을 쥐었다. 그의 손바닥에 모여 있던 흰색 천둥이 순간 검은색이 되었다.검은색 뇌전이 나타나자 귀신들이
그것들이 동시에 습격하는 순간, 윤구주는 냉소를 지었다.“겨우 이 정도인가?”오른손으로 수인을 맺자 그의 앞에 모여 있던 수많은 금빛이 순간 금색의 거대한 검으로 변했다.거대한 검으로 악귀 나찰을 베자 악귀 나찰은 비명을 질렀고, 그의 거대한 몸은 윤구주의 검에 베여 흐릿해졌다.홍진후는 자신이 소환한 악귀 나찰 현신조차 윤구주를 막지 못한다는 걸 발견했다. 그의 음귀천뇌가 순간 그물처럼 하늘에서 내려와 윤구주를 속박하려 했다.“음귀뇌 아래서도 죽지 않을 수 있을까?”홍진후는 두 손으로 수인을 맺더니 윤구주를 손가락질했다.하늘을 가득 메운 검은색의 음귀뇌가 하늘에서 내려왔다.무시무시한 검은색 뇌전은 바닥에 닿는 순간 바닥을 전부 부숴버렸다.검은색 뇌전들은 윤구주의 발밑에 있는 모든 걸 파괴할 것 같았다.수많은 검은색 음귀뇌가 나타났을 때 그물에 뒤덮였던 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뇌법으로 놀고 싶은 거야? 좋아! 그렇다면 진짜 뇌법이란 어떤 것인지 내가 한 번 보여주도록 하지! 팔기지, 뇌왕인! 열려라!”그 목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번개가 번쩍거리면서 이루 형언하기 어려운 엄청난 뇌전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어? 뇌전?”“이 자식... 뇌전을 쓸 줄 알아?”하늘에 나타난 거대한 천둥 무리를 본 홍진후는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윤구주는 마치 신처럼 그곳에 서서 차갑게 웃었다.“화진이 얼마나 큰데 천암사의 음양오뇌만 뇌법인 줄 알았던 건가? 오늘 내가 진정한 뇌법이 뭔지 한 번 보여주도록 하지! 뇌왕인, 멸하라!”윤구주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수많은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졌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뇌전들로 인해 고씨 일가의 마당이 폭발했다.윤구주의 뇌왕인 때문에 마당뿐만 아니라 널따란 고씨 일가 장원의 반 이상이 전부 벼락을 맞고 초토화되었다.윤구주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었다.쿵, 쿵, 쿵!여전히 수많은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홍진후는 윤구주의 뇌왕인을 보는 순간 동공이 급격히 떨리면서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 그는
“홍진후 대사님!”홍진후가 윤구주의 일격에 맞아 바닥에 쓰러지자 고준형은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빠르게 그에게 다가갔다.바닥에 쓰러진 홍진후는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고 단전도 파괴된 상태였다.숨만 겨우 붙어있는 홍진후는 입을 벌렸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대사님, 괜찮으십니까?”홍진후의 모습에 고준형은 큰 충격을 받았다.“걱정하지 마. 아직은 죽지 않을 거니까. 난 그저 단전만 파괴했을 뿐이야.”윤구주가 신처럼 입을 열었다.‘뭐라고?’“홍진후 대사님이 수십 년간 수련한 것을 파괴했다고?”고준형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깜짝 놀라 말했다.“맞아. 이 노인이 제 무덤을 판 거지. 왜 굳이 자기가 나서려고 했는지, 참나.”윤구주는 대수롭지 않은 듯 얘기했다.그 말에 그곳에 있던 무인들은 전부 넋이 나갔다.그들은 윤구주가 이렇게 쉽게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문파인 용호산의 대사 홍진후의 단전을 파괴할 줄은 몰랐다.겨우 숨만 붙어 있는 홍진후를 바라본 사람들은 전부 겁을 먹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젠 당신 차례야, 고준형 가주.”윤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고준형을 바라보았다.“내가 말했지. 오늘 고씨 일가의 봉안보리구슬을 내놓는다면 그냥 넘어가 주겠다고.”윤구주의 마귀 같은 목소리에 고준형은 불안한 눈빛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제가 내놓지 않겠다면요?”윤구주는 차갑게 웃더니 손바닥을 휘둘렀다.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마당에 있는 인공 산이 가루가 되었다.“내놓지 않는다면 고씨 일가는 저 꼴이 될 거야.”윤구주는 그저 손을 휘둘렀을 뿐인데 인공 산 하나가 박살 났다. 그 광경에 고준형의 눈가가 심하게 떨렸다.그는 두려웠다.홍진후 같은 태허 경지 최고 수준에 다다른 대사조차 윤구주의 상대가 되지 않으니... 윤구주를 상대할 수 있는 건 오직 고씨 일가의 어르신뿐이었다.고준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천천히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당신의 실력이 강한 건 인정하겠습니다. 정말 대단하군요. 하지만 이곳은 서남이
무도천방이든 수법지방이든, 윤구주는 명실상부한 제일이었다!이 순간, 고준형이 팔왕창을 휘두르며 일격을 가해오자, 윤구주는 손을 들어 막았다. 철컥 소리와 함께 180근에 달하는 긴 창이 떨리며 방향을 잃고 말았다.고준형의 첫 공격이 빗나가자 그는 몸을 솟구치며 각기 다른 방향에서 연속 세 번 윤구주를 향해 공격했다.하지만 윤구주는 신처럼 우뚝 서 있었다. 그는 고준형의 긴 창을 마주하며 차갑게 말했다.“오늘 너는 육신으로 무도를 연마했기에 나도 무도로 너와 겨뤄주지. 만약 네가 내 세 번의 공격에서 버틸 수 있다면 오늘 고씨 집안을 살려줄 거다.”세 번의 공격이라니? 순수 육체를 단련한 8품 무도 대가를 쓰러뜨리겠다는 것인가? 이 말이 나오자 고준형뿐만 아니라 모든 고씨 집안의 강자들도 윤구주가 허풍을 떠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좋다!”“그럼 지금 시작하지! 첫 번째 공격이다!”윤구주는 말한 대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상대가 순수 육신 무부임을 고려해 무도로 그와 겨루기로 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몸이 번개처럼 공중으로 솟구쳤고 번개 같은 속도로 고준형에게 돌진했다.고준형은 신처럼 날아오는 윤구주를 보고는 크게 외치며 창으로 자신의 앞을 휘둘렀다. 창의 그림자가 그의 앞에서 파동을 이루며 보호막을 형성했다.그러나 윤구주의 눈에는 그 창의 그림자 보호막이 아무런 가치가 없었다. 윤구주가 손을 아래로 내리치자, 거대한 손자국이 하늘에서 떨어지면서 고준형의 창 그림자에 내려앉았다.순간, 고준형 앞을 둘러싼 창 그림자가 모두 부서졌고, 그뿐만 아니라 엄청난 손의 힘이 고준형 발 아래 일장을 완전히 부숴버렸다.고준형은 이 일격을 맞고 피를 뿜어냈는데 크게 다친 듯했다.아직 서 있었지만 몸은 떨고 있음이 보였다.한 번의 공격으로 고준형을 이렇게 만들다니! 주변 고씨 집안 무도자들은 이 광경을 보고 모두 얼이 빠져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고시연은 입술을 깨물어 피가 났고, 눈에는 눈물이 맺힌 채 아버지와 윤구주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
고준형은 고씨 집안의 재능이 뛰어난 대가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의 명왕 공법은 첫 번째 단계인 검은 보호막만 겨우 수련한 상태였다.이 순간, 고준형은 고씨 집안의 절학인 ‘명왕 공법’을 펼치며 온몸에 물고기 비늘 같은 검은 보호막을 드러냈다. 이 강철 같은 검은 보호막이 나타나자, 고준형은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자신의 모든 내공을 보호막 방어에 집중했다.한편, 윤구주는 고준형의 몸에 이 괴이한 보호막이 생겨나는 것을 보고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이게 바로 고씨 집안의 절학인가? 좋아! 그럼 고씨 집안의 불사 육신이 내 이 주먹을 받아낼 수 있는지 한번 보지!”그는 말을 끝낸 후, 주먹을 날렸다. 형언할 수 없는 속도로 날아간 주먹은 포탄처럼 고준형의 방어막에 부딪쳤다.쾅!엄청난 파괴력이 순간적으로 공간을 뒤흔들었고, 주변에 있던 고씨 집안의 무도자들도 윤구주의 주먹의 기세에 밀려 몸이 뒤로 날아갔다. 내공이 약한 자들은 현장에서 코와 입에서 피를 흘리며 중상을 입었다.고준형은 윤구주의 강력한 주먹이 떨어지는 순간, 두 발이 땅에 박혔다. 더욱 끔찍한 것은 그의 몸에 덮인 보호막이 윤구주의 주먹의 힘에 의해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보호막이 갈라지는 것을 보고 고준형은 충격에 빠져 말을 잃었다. “어떻게... 가능하지?”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보호막은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고준형은 윤구주의 한 주먹에 의해 피를 뿜어내며 쓰러졌다.주변에 있던 고씨 집안의 무도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모두 경악했고, 옆에서 지켜보던 고시연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아버지!”윤구주는 두 번째 주먹을 날린 후,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세 번째 공격이다!” 그리고 손을 들어 고준형과의 전투를 끝내려 했다.그 순간, 한 여인이 윤구주 앞으로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제발...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부탁드려요!”그녀는 다름 아닌 고시연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부탁하는 고시연을 윤구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
고씨 집안이 큰 재난을 당하던 그때, 서남 천산!세계에서 일곱 대 산맥 중 하나로 꼽히는 천산은 유라시아 대륙을 2,000km 이상 가로지른다.천산은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으로, 해발이 너무 높아 연중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어 ‘설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지금 이 순간, 천산의 한 매우 가파른 봉우리 위로 한 대의 개인 헬리콥터가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거대한 로터가 수만 척의 눈과 얼음을 날렸다.헬리콥터 안에서 두툼한 패딩을 입은 몇 명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그들은 헬리콥터를 타고 가장 가파른 봉우리인 ‘표설봉'으로 향하고 있었다.봉우리 정상은 수십 척의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거대한 빙산은 얼음과 눈의 세계에서 마치 거대한 괴물처럼 서 있는 듯했다.“형, 저기가 할아버지가 폐관 수련 중인 곳이야?”헬리콥터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말하는 이는 남릉 고씨 집안의 둘째 아들, 고해식이었다.옆에 있는 사람은 고씨 집안의 장남, 고해진이었다.“맞아, 저기야.” 고해진은 이렇게 말하며 손가락으로 산봉우리를 가리켰다.“그럼 빨리 가서 할아버지를 모셔야겠어!” 고해식은 헬리콥터 조종사에게 표설봉으로 가라고 지시했다.거대한 표설봉에는 사람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조류와 짐승조차 얼어 죽을 만큼 험한 절정에는 눈과 얼음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헬리콥터가 천천히 착륙하자, 고씨 집안 형제는 세 명의 무도 고수와 함께 헬리콥터에서 내려왔다.휘몰아치는 찬바람 속에서, 고씨 집안의 대가는 보이지 않았다.“형, 할아버지는 어디 계셔?” 고해식이 묻자, 고해진도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저었다.그도 할아버지가 어디서 폐관 수련 중인지 알지 못했다.모두가 고씨 집안의 대가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갑자기 거대한 진동 소리가 빙산 전체에서 울려 퍼졌다.얼음층이 중앙에서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다.고해식은 놀라 외쳤다. “형, 얼음층이 무너지고 있어! 빨리 피해!”“안 돼! 오늘 할아버지를 뵙지 못하면 난 떠날 수 없어!” 고해진
남릉.한때 번화했던 고씨 집안 대문이 지금은 매우 황량하게 보였다. 중앙에는 거대한 칼자국이 고씨 집안 저택의 절반을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그 자국의 길이는 십 장에 달했고, 대문에서부터 고씨 집안 내원까지 이어졌다. 이 칼자국은 당연히 윤구주의 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씨 집안 내원의 절반은 이미 무너지고 파손되어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것은 바로 윤구주와 고씨 집안의 대결이었다. 지금 이 순간, 고씨 집안 중앙 대전 바깥에 거대한 인물이 서 있었는데 무표정한 얼굴에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바로 윤구주의 옆에서 항상 함께하는 시괴 거인, 동산이었다.고씨 집안과의 대결에서 윤구주는 동산을 데리고 오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고씨 집안을 완전히 장악한 윤구주는 동산을 자신의 문지기로 삼았다. 동산이 지키는 내전 안에서 윤구주는 차를 마시며 손에 든 봉안보리구슬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이 봉안 보리 구슬은 이전에 고시연의 몸에서 떼어낸 것이다. 옆에는 고시연이 하인처럼 서서 윤구주에게 차를 따르고 있었다. “네 할아버지가 언제 돌아온다고 했지?” 갑자기 윤구주가 물었다.고시연은 이 질문에 몸을 떨며 두려워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오늘이나 내일쯤 돌아오실 겁니다.”이를 들은 윤구주는 밖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좋아, 빨리 돌아오기를 바래.” 그렇게 말하며 윤구주는 찻잔을 내려놓고 옆에 서 있는 고시연을 바라보았다.“고씨 집안을 파괴하고 너를 노예로 삼았는데, 내가 밉지 않아?” 윤구주가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던지자, 고시연은 당황하며 입을 떼었다. “저는...”“두려워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봐.”고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미워합니다. 하지만 또 미워하지 않아요.”윤구주는 고개를 돌려 왜냐고 물었다.고시연은 다시 한번 생각하고, 용기를 내어 윤구주를 마주 보았다. “당신이 사람이라기보다는 악마 같았기 때문이에요. 만약 오늘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을 알았다면, 차라리 죽는 게
고시연은 봉안보리구슬을 내놓는다면 윤구주가 고씨 일가를 용서해 줄 거란 걸 알게 되자 곧바로 내원으로 가서 아빠와 고씨 일가 사람들과 의논하려고 했다.윤구주와 싸웠을 때 고준형은 죽을 뻔했었다.만약 고시연이 사정하지 않았더라면 고준형의 시체는 이미 차게 식었을 것이다.이때 내원에서는 고준형이 침대에 누워서 보살핌을 받고 있었다.고시연이 안으로 들어오자 고씨 일가 사람들의 시선이 전부 고시연에게로 집중되었다.“시연아, 괜찮아? 그 빌어먹을 자식... 널 괴롭히지는 않았어?”한 고씨 일가의 중년 남성이 고시연이 안으로 들어오자 곧바로 물었다.고시연이 외모가 아름답고 몸매가 좋다는 건 다들 알고 있는 일이었다.윤구주가 대놓고 그녀를 잡아갔고 심지어 그녀를 종으로 부려 먹겠다고 했으니 고씨 일가는 당연히 그런 쪽으로 생각했다.그들은 윤구주가 틀림없이 고시연을 농락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고시연은 이렇게 말했다.“삼촌, 무슨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런 일은 없었어요!”“진짜야? 그런 빌어먹을 놈이 왜 너한테 잘해주는 거래?”고씨 일가 남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정말이에요. 그는 제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주위에 있던 고씨 일가 사람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고시연은 그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고준형의 곁으로 다가갔다.“아빠, 어떠세요? 몸은 좀 나아졌어요?”침대에 누워있는 고준형은 안색이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지만 그래도 조금 나아진 듯 보였다.“난 괜찮아...”“아빠랑 상의할 게 있는데 얘기해도 되나요?”고시연은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무슨 일인데? 얘기해 봐.”“전... 할아버지께서 고씨 일가의 봉안보리구슬로 만들어진 팔찌를 윤구주 씨에게 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희 집안은 괜찮을 거예요.”고시연은 자신이 생각했던 바를 얘기했다.그 말에 고준형의 안색이 달라졌다. 심지어 옆에 있던 고씨 일가 사람들 안색도 달라졌다.“시연아,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 봉안보리구슬은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