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기괴한 문신을 새기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이 남자는 장씨를 죽인 후 시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몸을 가볍게 움직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성안사 대전으로 들어갔다.대전에는 어린이 시신 8구가 놓아져 있었다. 다만 그 시체들은 이미 피와 정기를 빨린 상태였다. 그리고 시체 양쪽에는 시커먼 관 2구가 놓여 있었다.“비슷하게 마무리된 것 같아.”괴이한 남자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이상한 말을 했다.“그래. 이미 다 된 것 같아. 서울에서 벌써 재촉하기 시작했어.”마찬가지로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관에서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들리자 우르릉 우르릉 소리가 두 번 들리더니 검은 관 두 개가 동시에 폭발했다. 그리고 비슷한 생김새의 괴물 같은 사람 두 명이 나타났다.이 세 사람은 모두 얼굴에 이상한 문신을 새기고 있었고 검은 두루마기를 입었다. 그리고 하늘을 찌르는 듯한 사악하고 음산한 기운을 지녔다.그들은 바로 악행으로 유명한 군형 삼마이다. 이 세 악마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유명했다. 화진 수배록중 10위안에 드는 범인이었다.화진 수배록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한곳을 뒤흔들었던 악랄한 캐릭터들이다. 그들은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 수많은 사람을 죽였을 뿐만 아니라 모두 대가 이상의 실력을 갖춘 자들이다.그러기에 화진 수배록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군형 삼마는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배후에는 서남 군형 5대 가족이 있었다.5대 가족은 군형의 기둥이다. 그들은 독을 잘 만들었고 오랫동안 전해지지 않은 무서운 주술에 능했다.서남 군형에서 그들의 이름만 들어도 사람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소문에 의하면 군형 가문은 사람이 적었지만 매우 단결했다. 특히 군형 5대 가족은 자기편을 무지하게 아꼈다.군형 삼마는 바로 군형 5대 가족의 사람이기에 오랜 시간 동안 수배당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잘살고 있다.“서울에 있는 그 여자가 전보로 재촉했어요?”얼굴에 이상한 문신을 새긴 군형 삼마 둘째 방지찬이 방언으로
“어떤 원한이 있던 우리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 임무가 내려졌으니 최선을 다하자.”방지형이 말했다.“네. 형님!”“그래. 떠나자.”방지형의 말이 끝나자 그는 갑자기 피안개로 변하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방지찬과 방지헌도 방지형이 떠난 것을 보자 몸 주위에 점차 기괴한 피안개가 피어올랐고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은 서서히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안사에서 사라졌다....또 하루가 지났다.윤구주와 소채은의 결혼식은 이제 2날 남았다.소씨 저택.요 며칠 동안 많은 먼 친척들이 소씨 저택으로 왔다. 소청하가 일일이 그들에게 소식을 전했다. 그는 강성 모든 시민이 자기 딸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는 자기 딸이 어떤 대단한 인물과 결혼할 건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소씨 저택 대문 앞.아침 일찍 먼 친척 몇 명이 도착했다. 그중 한 명은 소채은의 먼 삼촌인 것 같고 다른 두 사람은 그녀의 사촌 오빠와 그의 가족인 것 같았다. 소청하는 소채은을 데리고 서둘러 마중을 나갔다.대문 앞에는 민규혁과 암부 부원들이 최선을 다해 소씨 일가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윤구주가 무조건 소씨 일가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이때 거리 건너편에서 갑자기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이 구석에 나타났다. 그는 몸뿐만 아니라 머리까지 검은색 천으로 덮었고 유일하게 보이는 건 눈동자였다. 하지만 그의 섬뜩한 눈동자는 보는 이들이 오싹하게 만들었다.그는 소채은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괴이한 미소를 지었다.“쟤야? 꽤 이쁘네.”그는 바로 군형 삼마 셋째 방지헌이였다.“뭐지? 이 강한 기운은.”방지헌은 갑자기 강한 기운이 소채은 곁에 맴돌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더니 그의 눈빛은 갑자기 차갑게 변했다.“서울 암부 3대 지휘사, 호존 민규혁!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민규혁을 발견하자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사악해졌다.“하하, 참 재밌네. 이거! 서울 3대 지휘사 중 한 명이 여기에 있을
강성.방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뭐? 암부의 민도살이 여기에 있다고?”군형 삼마 둘째 방지찬이 물었다. 웬일인지 방지찬은 민규혁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화가 치밀어 오른 것 같았다.“네. 제가 직접 봤어요. 틀림없이 민규혁입니다.”셋째 방지헌이 대답했다. 그러자 첫째 방지형이 차갑게 웃기 시작했다.“어쩐지 서울의 그 여자가 우리 삼형제를 보냈더라니, 알고 보니 대가 경지 9급인 암부 미친개가 이곳을 지키고 있었군.”“빌어먹을 민도살. 여기서 그를 만나다니! 3년, 꼬박 3년입니다. 이 피맺힌 원한을 이번에 끝냅시다.”방지찬이 화를 내며 말했다.“둘째야, 흥분하지 마! 민도살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대가 경지 9급이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실력이야.”방지형이 말했다.“하지만 형님, 제 원수는 갚지 않으시겠어요?”방지찬은 노호하며 입고 있던 검은 가운을 찢었다. 그러자 빼곡한 문신 사이로 섬뜩한 칼자국이 보였다. 알고 보니 당시 방지찬이 암부 사람들에게 행방을 들키자 민규혁이 직접 그를 체포했다. 서울역에서 그는 민규혁과 맞서게 되었다. 해가 뜰 때까지 겨루며 온 힘을 다했지만 그는 민규혁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결국 그는 민규혁의 칼에 가슴을 찔리고 오장육부가 터지는 듯한 상처를 입었다. 방치찬은 살기 위해 군형에서 가장 독한 시체 주술을 사용했고 그 독은 순식간에 서울역 전체에 퍼졌다. 민규혁은 결국 무고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를 풀어주었다.그런데 지금 강성에서 예전의 원수를 만나게 될 줄이야!“둘째야, 네 원수는 우리가 반드시 갚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해. 네가 많이 이해해 줘. 너도 알다시피 지금 우리 군형 5대 가족의 생사는 모두 서울 그 여자의 손에 달려 있어.”방지형은 흥분한 방지찬을 타이르면서 말했다.“맞습니다. 형님. 형님의 원수는 우리가 반드시 갚을 거예요. 하지만 암부 제일의 미치광이가 여기에 있으니 우리는 반드시 조심해야 합니다. 민규혁
저녁 20시, 소채은은 천희수를 따라 밖으로 나왔다. 원피스를 입은 소채은은 옅은 붉은색 코트를 걸치고 흰색 운동화를 신고 청순하면서도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소채은이 외출하려는 듯 하자 대문을 지키던 민규현은 재빨리 달려왔다.“형수님, 늦음 밤에 어딜 가려는지요?”소채은은 웃으면서 대답했다.“어머니를 모시고 기차역에 가서 친척 마중을 하려고요.”“하지만 너무 늦어서 이렇게 외출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습니다.”민규현이 걱정스레 말했다. 그는 윤구주의 명을 받아 그녀의 안전을 지켜야 하니 불안하기 마련이었다.“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8시인데요. 게다가 기차역은 차로 30분 거리에 있으니 괜찮습니다.”소채은의 말을 듣자 민규현은 고민에 빠졌다. 어두컴컴한 길거리를 살피더니 마침내 민규현은 입을 열었다.“형수님이 굳이 마중 나가시겠다면 제가 사람을 데리고 함께 가시죠.”“네? 함께요?”천희수가 말했다.“네!”민규현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러자 천희수는 어이가 없어 소채은을 바라보았다. 소채은도 민규현이 윤구주의 명을 받아 선의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를 받아들였다.“엄마, 그럼 함께 가요.”천희수는 뭔가 찜찜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이었다. 그렇게 민규현은 두 사람과 함께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갔다. 8명의 암부 부하를 데리고 밴에 탑승했다. 소채은와 천희수는 미니 쿠퍼에 타고 민규현은 8명의 암부 부하를 데리고 밴에 탑승했다.민규현의 차는 소채은 차 뒤에 있었고 앞뒤로 강성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채은아, 하루 종일 우리 집 앞에만 있는 저 덩치 큰 놈은 대체 누구야?”천희수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엄마, 저 사람들은 윤구주의 친구들이에요.”소채은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친구? 분명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친구가 이렇게 많아? 게다가 저 사람은 분명 높은 직위에 있는 군부대 사람인 것 같은데. 그때 소룡이가 그랬잖아. 자기 상사라고. 기억을 잃은 구주에게 이
민규현은 직접 소채은의 안전을 지키기로 했다. 소채은과 천희수는 대낮에 위험할 것이 뭐가 있냐는 듯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민규현에게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기차역 출구에서 대략 10여 분을 기다린 후 KTX 한 대가 도착했다. 안내방송으로 도착 소식을 들은 천희수는 격동되는 어조로 말했다.“왔네! 채은아, 고모할머니를 본지 오래되지 않았어? 그거 알아? 어릴 때 고모할머니가 너를 엄청나게 이뻐해 주셨어. 너를 시골에 자주 데려가 미꾸라지도 잡고 그랬었는데...”천희수는 소채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말했다.그러자 소채은은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기억하죠. 고모할머니 집에 연못도 있었잖아요. 제가 어렸을 때 한 번 떨어진 기억도 있는데. 고모할머니가 저를 구해주셨어요.”“하하. 기억하는구나!”두 사람이 잡담을 나누고 있을 때 승객들은 캐리어를 끌고 출구에서 계속 나오고 있었다. 소채은과 천희수는 까치발을 하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출구에서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모할머니를 찾고 있었다.이순자는 이미 70여 세의 고령이었다. 일 년 내내 시골에 있었기 때문에 피부는 거칠고 까무잡잡했다. 곁에는 6~ 7세의 어린 여자아이가 함께 있었다. 어린 여자아이의 머리는 오랫동안 씻지 않은 것처럼 지저분했지만 눈은 맑고 또렷했다.“채은아, 고모할머니 나오신다!”천희수는 멀리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본 후 소채은에게 말했다. 소채은도 얼른 반갑게 손을 흔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고모할머니!”출구에서 나오던 고모할머니는 소채은의 목소리를 듣자 활짝 웃었다.“아이고. 우리 채은아!”이순자는 사투리로 반갑게 소채은을 부르고 여자아이를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달려왔다. 소채은도 얼른 가서 마중하며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순자를 꼭 껴안고 기뻐하며 말했다.“고모할머니, 드디어 오셨군요! 거의 10년 동안 고모할머니를 보지 못했어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그래, 그래. 나도 우리 채은이가 엄청 그리웠어.”고모할머니는 너무 기쁜
꾀죄죄한 소녀가 자신에게 갑자기 돈봉투를 건네는 것을 보자 소채은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소채은은 소라를 덥석 껴안고 그녀의 통통한 볼에 뽀뽀했다.“아이, 착해라! 너무 고맙지만 이모는 소라의 돈은 받을 수 없어.”그러자 소라가 말했다.“하지만 할머니가 그랬어요. 이모가 이걸 꼭 받아야 한다고. 이모 결혼식이니깐요.”소채은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이순자는 봉투를 다시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채은아, 얼른 넣어 둬. 할매가 비록 돈은 별로 없지만 이 정도는 해줄 수 있어!”소채은은 손에 든 봉투를 보며 마음이 울컥했다. 그녀는 소라를 안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이모가 감사히 받을게. 고마워, 소라야! 소라가 놀라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모한테 말해. 아니면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이모랑 함께 놀고먹고 신나게 즐겨보자!”그러자 소라는 쭈뼛쭈뼛하며 말했다.“저... 저는... 자동차를 타고 싶어요. 하늘로 막 올라가는 그런 자동차요...”응?“롤러코스터?”소채은이 웃으면서 말했다.“맞아, 롤러코스터. 소라가 TV에서 롤러코스터를 보고 나서부터 타고 싶다고 난리야. 그래서 대도시 구경도 시킬 겸 데리고 왔지 뭐야.”이순자는 웃으면서 말했다.소채은은 이순자의 말을 듣자 소라의 볼을 꼬집으며 사랑스럽게 바라봤다.“그럼 이모랑 내일 롤러코스터 타러 가자! 이모가 하루 종일 함께 놀아줄게.”“고마워요. 이모.”소라는 퐁퐁 뛰며 좋아했다.옆에 서있던 민규현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집생각이 났는지 마음이 울컥했다. 그들은 출구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에야 차를 타고 떠날 준비를 했다.주차장에 도착해서 이순자와 소라는 소채은의 차에 탑승했다.그리고 민규현과 암부 부원들은 밴에 탑승했다.집으로 가는 길 내내 소채은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이순자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었다.날은 갈수록 어두워졌다.기차역을 나온 후, 그들은 오래된 상가가 가득한 거리를 지나야 했다. 이곳은 아직 재개발되지 않아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가
“깜짝이야, 저거 뭐야?”차에 있던 천희수가 이 광경을 보고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소채은도 어리둥절해졌다.이렇게 괴이한 상황을 본 적이 없는 소채은은 겁에 질려 얼굴이 하얗게 되었다. 피안개가 나타나자 8명의 암부 부원들은 일제히 소채은의 미니 쿠퍼를 보호했다.그러다 갑자기 사방이 뿌옇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피안개 사이로 피범벅이 된 손발이 암부 부원들을 향해 튀어나왔다. 그리고 소채은의 차량마저도 공중에 붕 뜨면서 날아왔다.귀신같은 물체들이 공격해 오는 순간, 듬직하고 웅장한 그림자가 쿵 소리를 내며 소채은의 차 앞에 나타났다.민도살, 민규현이였다!그는 오른 주먹을 힘껏 휘두르며 말했다.“어디서 온 자식들이야? 감히 내 앞에서 제기랄이야. 좋은 말 할 때 빨리 나와!”그의 주먹은 천근도 넘는 물체를 쉽게 깨부술 수 있었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자 길 양쪽의 유리까지 모두 산산조각이 났다.쨍그랑!무적의 권법!민규현의 권법은 공기를 갈기갈기 찢었을 뿐만 아니라 함께 공격해 오는 괴이한 형태의 손발들도 모두 산산조각 냈다.“하하! 역시 암부의 민도살! 실력이 죽지 않았네.”피안개 속에서 갑자기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얼굴까지 검은 두루마기를 쓰고 있어 도저히 그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사악한 기운만큼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민규현은 두 눈을 부릅뜨고 그 남자를 노려보며 엄하게 말했다.“누구야? 이 새끼가 내 이름까지 아네.”“서울 암부 3대 지휘사, 대가 9급 경지의 광인 민도살, 내가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그 남자는 차갑게 대답했다. 자기의 정체를 알고서도 날뛰는 그 남자를 보고 민규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누군지 알면서 이 난리야?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그래! 대가 9급 경지의 민 지휘사님을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 하지만 내 몸의 상처를 볼 때마다 너를 잊을 수가 없어. 아직도 아프거든. 꼭 너를 찾아 복수해달라고 나한테 말하는 것처럼
군형 삼마의 실력은 당연히 허풍이 아니었다. 이 세 사람은 어릴 때부터 군형의 술법과 요술을 수련했다. 그리고 모두 귀선 경지에까지 이른 최강의 인물들이다.심지어 첫째 방지형은 수년 전에 최고 경지인 태허까지 이르렀다는 소문도 있었다.민규현이 돌진하는 순간 방지찬의 눈동자에는 초록빛이 스쳤다“오늘 내가 끝장을 내겠어!”방지찬은 두 손을 모아 주문을 외치자 순간 검은 부적들이 하늘에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손가락으로 부적을 가리키더니 부적들은 마치 화살처럼 민규형을 향해 날아갔다.휙휙휙!민규현은 소리를 지르며 내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짙은 자주색 빛이 그를 감싸면서 날아오는 부적들을 모두 깨뜨렸다. 그러자 방지찬은 맹호같이 몸을 날려 민규현을 공격하였다.그는 수법을 연마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민규현와 같은 대가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는 몸을 빠르게 움직이더니 피안개 속으로 숨어들어 갔다. 그러자 민규현의 주먹은 그를 명중하지 못하고 오히려 뒤에 있던 집 한 채를 부숴버렸다.두 사람이 싸울 때 8명의 암부 부원들은 고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차 안에 있는 소채은과 천희수 등인을 보호하고 있었다.차 안에는 소채은, 천희수 그리고 방금 강성에 도착한 이순자와 소라가 있었다. 이들은 이런 광경을 본 적이 없어 모두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특히 천희수는 민규현이 주먹으로 집 한 채를 부수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소채은에게 물었다.“채은아...이건... 무슨 상황이야?”소채은도 놀라긴 마찬가지이다. 그녀도 지금 무슨 상황인지 전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소라는 오래전부터 겁에 질려 엉엉 울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의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었다.지금까지 민규현과 방지찬은 서로 10번의 공격을 시도했다.“주화술! 민규현 이 자식식, 오늘 내 진짜 실력을 보여 주마!”방지찬은 이를 갈며 말했다. 당시 서울 전투에서 그는 민규현의 손에 죽을 뻔했다. 그래서 이 피맺힌 원한을 잊
윤구주는 즉시 서울로 돌아왔다.아니나 다를까 윤구주가 종문을 몰살시킨 사실을 서울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윤구주가 서울에 도착했을 때, 국상인 육도진이 영접을 나왔다.이들이 함께 왕궁으로 향하는 도중 육도진이 축하 인사를 건넸다.“종문이 흔들리고 있어서 큰 전투가 불가피한데 이것이 과연 축하받을 일이란 말이냐?”육도진을 흘끗 쳐다보며 윤구주가 물었다.“하하! 당연하죠. 종문 때문에 화진은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었어요. 사실 국주께서 이 전투를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어요. 이번 전투를 통해 종문을 평정하여 화진의 내란 사태를 해결하려 하니 당연히 축하받을 일이죠.”육도진이 웃으며 말하자, 윤구주도 약간 미소를 지었다.‘좀 흥미로운데? 국주가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면서 왜 하필 내가 왔을 때 싸우려는가 말이야.’윤구주가 서울로 돌아온 이유와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를 육도진은 잘 알고 있었다.“암부는 저하가 설립한 것이에요. 설립한 목적이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잖아요. 물론 이 중에 저하가 알면 안 되는 정보도 있긴 하지만. 사실 저하가 선 넘을 걸 국주는 눈감아주었어요.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저하도 잘 아시잖아요.”육도진의 말에 윤구주는 입을 삐죽거렸다.“네놈과 말하는 게 힘이 드는구나. 이렇게까지 암시 안 해도 돼. 옛날에는 몰랐다만, 지금은 다 알고 있어.”“그러면 되었어요. 국주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으니, 저하가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실 거예요.”중요한 일에 관해 이야기한 후에 육도진은 다른 것도 물으려고 했지만, 윤구주가 관심 가질만한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윤씨 일가의 얘기를 꺼냈다.그러자 윤구주의 눈동자에서는 바로 날카롭고 차가운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을 본 육도진은 바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윤씨 일가의 행방을 찾지 못해 윤구주는 매우 초조했다.“초조해하지 마세요. 저하가 문무에 두루 능하다고는 하나 지략은 문아름이 한 수 위에요. 게다가 그녀가 저하를 잘 알고 있으니 윤씨 일가의 행방을 알기가
“종문이 언제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단 말입니까? 그 노인들 주제 파악을 전혀 못 하네요.”정태웅의 말을 듣던 윤구주는 짜증 난 목소리로 말했다.“말 다 했어?”‘윽...’정태웅은 윤구주를 힐끗 본 뒤 곧바로 깨달았다. 윤구주는 아마 종문의 제자들에게서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다.정태웅은 곧바로 진지하게 보고했다.“저하, 저하께서 오신 뒤로 저는 암부와 각 군사 구역과 협력했습니다. 심지어 국주님께서도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소득이 없었습니다. 문씨 일가에서는 우리에게 아무런 단서도 남겨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부러 우리가 종문의 움직임을 알 수 있게 해준 것 같아요.”“은용위? 국주님께서 은용위를 파견했다고?”윤구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국주는 큰 결심을 한 듯했다.은용위는 화진의 가장 비밀스러운 부대로서 그들이 언제 만들어졌고 어디서 주둔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국주의 명령에만 따르며 왕실의 일을 책임진다는 것만 알았다. 그들이 마지막으로 움직였던 곳은 외국이었다. 당시 그들은 어려움을 겪고 큰 피해를 보았고 그 뒤로는 움직인 적이 없던 걸로 전해진다.국주가 은용위를 파견하여 윤씨 일가 사람들의 행방을 조사하게 한 것은 은용위가 존재하는 의도를 벗어난 일이었다. 그만큼 국주는 윤구주는 중요시했다.“네. 은용위는 왕실 일만 책임졌는데 이번에 우리와 함께 움직였습니다. 놀라운 일이에요. 저하, 그리고 공씨 가문에서 공수이를 불러들인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서요산 쪽은 어떻게 된 걸까요? 설마...”정태웅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평소에는 비록 점잖지 못했지만 큰일 앞에서는 절대 사적인 감정을 섞지 않았다.“괜찮아. 이 일은 그만큼 심각한 사안이니 서요산에서 함지우를 부른 것도 이해할 수 있어. 난 이런 결과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어. 문씨 일가에서는 내가 종문과 적이 되기를 바라. 그래야 종문 동맹이 날 죽이겠다고 나설 테니까. 물론 그건 내가 원하는
살기가 흘러넘쳤다.구주왕인 윤구주는 사람들의 목숨줄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천뇌를 이용하여 종문 자제들을 전부 죽였다.잠시 뒤 주위가 고요해졌고 구용산에는 검은 재만 남았다.“잘 죽였어요! 정말 속이 시원하네요. 저 노인들 모두 죽어 마땅했어요!”공수이는 당연히 통쾌했다. 칠수방의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다들 겁을 먹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단번에 죽이다니, 너무 단호했다.“세상에, 현문, 자운각, 만불종 세 종문의 사람들 전부 구주왕 한 명이 처리했어요.”“세 종문의 사람들을 거의 다 죽인 것과 다름없지 않아요? 구주왕은 두렵지 않은 걸까요? 이렇게 충격적인 일이라면 구주왕과 원한이 없는 종문들도 힘을 합쳐서 구주왕에게 대적하려고 할지도 모르는데요.”차비연은 대충 앞으로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제 모든 종문이 손을 잡고 윤구주를 상대하려고 할지도 몰랐다.윤구주는 화진 무도를 적으로 돌렸다고 할 수 있었다.윤구주가 구용산에서 세 종문의 자제들을 죽인 지 얼마 되지 않아 함지우는 서요산에서 전한 소식을 얻게 되었다.“서요산에서는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어. 소식이 정말 빠르네. 누가 벌써 소식을 전한 거지?”함지우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칠수방의 여자들이 전한 걸까?“알면 뭐 어때요? 차라리 잘 됐죠. 그 어르신들도 이젠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요? 괜히 나대면서 행패를 부리는 것보다는 낫죠.”공수이는 입을 비죽이면서 말했다. 그는 차라리 일이 크게 번지길 바랐다.“넌 네 사부님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칠수방에서 소식을 전한 게 아니라면 누군가 이곳 상황을 지켜보다가 일부러 소식을 전했다는 걸 의미하잖아.”함지우가 괘씸한 듯 말했다.윤구주가 돌아오자 함지우는 서둘러 그에게 다각서 물었다.“괜찮아. 문창정 그 노인네의 뜻대로 된 거네. 하지만 이곳을 지켜보던 사람은 분신을 이용했어. 분신이 아니었다면 그 사람까지 같이 처단했을 텐데.”윤구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헉!”함지우는 헛숨을 들이켰다. 그의 예상대
“구오가 왜 정점으로 여겨지는지 알아? 그것은 천지가 만물을 통제하고 천도가 최고라고 여겨지지만 그것이 완벽할 수는 없기 때문에 구가 극치인 거야.”용 아홉 마리와 코끼리 아홉 마리가 합쳐져서 진정한 영체가 형성되었다.영물은 종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마치 윤회를 초월한 미지의 존재 같았다.이루 형언할 수 없는 엄청난 힘이 사방을 휩쓸었다. 창현진인과 자운각의 노인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경계 밖으로 쫓겨났다.그들 모두 몸이 멀리 날아갔지만 그들의 힘은 경계 안쪽에 남아서 소멸하였다.쿵!순간 먹구름이 사라지면서 하늘이 다시 맑아졌고 구용산은 다시 빛을 되찾았다.아래에 있던 사람들 모두 넋을 놓았다. 윤구주는 그들의 보기에 신과 같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들 모두 윤구주와 비교할 수 없었다.종문 사람들뿐만 아니라 함지우까지 넋이 나갔고 공수이는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참 뒤에야 욕했다.“세상에, 또 실력이 향상된 걸까? 설마 마지막 경지까지 깨버린 걸까? 하하하, 곤륜의 그 어르신들이 알게 된다면 또 화를 내겠네. 아니다. 이미 육신이 부패한 늙은 괴물들도 깜짝 놀라서 깨어나겠어.”공수이는 웃음을 멈추지 못했고 반대로 종문의 제자들은 표정이 다들 좋지 않았다.충격 때문에 멀리 날아갔던 창현진인은 간신히 일어나서 한동안 넋을 놓고 있다가 다시 바닥에 엎어졌다.“구주왕, 자운각은 저와 상관없습니다. 자운각에서 오려고 한 건지, 저는 당신과 적이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저는 그저 종문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뿐입니다. 그러니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앞으로 우리 현문은 더 이상 무도 3대 서열 일에 간섭하지 않겠습니다. 구주왕께서 종문을 대표하여 화진의 무도를 이끈다면 저희 현문은 최선을 다해 지지할 것입니다!”창현진인은 혹시라도 정운 등 사람들에게 선수를 빼앗길까 봐 서둘러 말했다.그는 아주 공손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체면 따위는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 보였다.죽게 생겼는데 체면 따위는 얼마든지
‘힘이 남아있다고?’창현진인은 순간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수많은 절정 강자들이 윤구주를 에워싸고 공격하고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인데, 윤구주는 아직도 자신의 수단을 다 보여주지 않은 걸까?그는 누구를 위해 수단을 남긴 걸까?“창현진인, 두려울 게 뭐가 있습니까? 큰소리치게 놔두세요. 그렇게 강하다면 아까는 왜 가만히 있었겠어요? 우리에게 겁을 줄 생각으로 큰소리치는 게 틀림없어요. 우리는 수백 년간 수련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보았죠. 구주왕은 무적이 아니에요. 화진의 가장 강한 왕도 아니고요!”정운은 윤구주 이전에도 왕이 몇 명 존재했고 그들 모두 결국 종문을 적으로 돌리는 길로 들어섰다는 걸 얘기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종문은 여전히 화진의 무도를 이끌고 있었다. 과거 세상을 휩쓸었던 대단한 왕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고 이젠 아무도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정운의 말에 창현진인도 잡생각을 하지 않고 윤구주를 상대했다.“윤구주,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 감히 혼자서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을 향해 도전장을 내밀어? 종문은 삼천 년 동안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어. 우리 종문은 네가 멋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야!”“여러분, 종문을 수호하기 위해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합시다!”창현진인이 낮은 목소리로 외치면서 먼저 윤구주를 공격했다. 그는 정혈로 금지술을 시전했고 이내 거센 바람이 그들을 덮쳤으며 음산한 살기가 엄청난 기세로 윤구주의 목숨을 노렸다.자운각의 노인들은 빠르게 창현진인의 뒤를 따르면서 일제히 법기를 꺼냈다. 그 법기들은 아주 요사스러운 물건들이었는데 그들이 법기를 꺼내 드는 순간 구용산이 귀신으로 가득 차면서 요기가 하늘과 땅을 집어삼킬 정도로 거침없이 치솟았고, 이내 하늘이 먹구름으로 가득 뒤덮였다.그것이 바로 종문 선조들의 진짜 실력이었다. 삼천 년의 역사를 가진 그들의 저력을 사람 한 명이 막아낼 수는 없었다.사람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윤구주는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젠장,
그들 일곱 명은 자신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홀로 윤구주와 싸우면 어떻게 될지는 창현진인을 보면 알 수 있었다.“정말 양심도 없네요. 저러면서 명문 출신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다니, 부끄럽지도 않은가 봐요. 그쪽 종문의 선조들이 그렇게 가르쳤나 보죠? 진짜 수치를 모르는 사람들이네요.”공수이는 현지욱을 욕하다가 별안간 자운각의 선조 일곱 명을 욕했다.심지어 윤구주마저 공수이의 욕을 듣고 잠깐 멈칫했다.“이 자식, 이제는 말을 꽤 잘하네.”윤구주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이 대머리 자식, 잠시 뒤에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다들 같이 공격합시다. 반드시 저놈을 죽여야 해요! 역사는 승자가 써 내려가는 겁니다. 오늘 전투에서 우리는 반드시 구주왕을 죽여 화진의 무인들에게 누가 최강인지를 보여줘야 합니다!”창현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맞아요. 우리 종문은 삼천 년 동안 화진의 무도를 이끌었어요. 그동안 수많은 걸출한 인물이 나왔지만 그들 모두 우리 종문의 근간을 뒤흔들지 못했어요. 그런데 겨우 십여 년 정도 수련한 자식이 감히 우리 종문의 근간을 뒤흔들려고 하다니, 말도 안 되죠.”자운각의 선조 일곱 명은 양심 없이 함께 윤구주를 공격했다. 게다가 모두 치명적인 공격들이었다.음산한 바람이 불면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그들은 마치 악귀처럼 윤구주에게 달려들었다.“문벌에서는 조정의 질서를 어지럽혔고 세가에서는 외국 세력과 결탁했지. 그런데 종문은 더 대단해. 감히 화진의 땅을 호시탐탐 노리면서 나라를 세우려고 했으니 말이야. 중요한 건 지금이야. 반역을 꾀한 사람은 당신들이 처음이 아니야. 마지막도 아닐 거고. 예로부터 화진은 하나였어. 지난 삼천 년 동안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이건 하늘의 뜻이야. 그런데 당신들은 감히 하늘의 뜻을 거스르려고 했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사람은 결국 천벌을 받게 돼 있어. 나는 오늘 하늘을 대신하여 당신들을 죽여 정의를 실현하겠어. 당신들 같은 역적들에게 남은 건 오직 죽음뿐이야.”윤구주는 입술
팔부 동천 수준에 다다랐고 곧 교룡이 될 수 있었던 검은 뱀이 벼락을 맞고 죽었다.사실 그곳에 있는 많은 노인들도 검은 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그런데 그들 중에서 가장 강하던 존재가 윤구주의 일격에 죽어버렸다.검은 뱀은 벼락을 맞고 뼈만 남았다. 금뇌가 사라지자 뱀의 뼈도 재가 되었다. 그 재는 지표면으로 떠올랐고 곧 아주 강한 피비린내가 났다.피비린내가 사방으로 퍼지자 그 자극적인 냄새에 종문의 제자들은 참지 못하고 구역질을 했다.“이건 저 짐승이 집어삼킨 육체들의 정기야. 사람은 정기로 살아가지.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의 정기라니, 저 짐승은 그동안 수십만 명의 사람들을 죽였을 거야.”윤구주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살기에 사람들은 섬뜩함을 느껴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아니, 수가 적었네. 평범한 사람들은 정기가 많지 않아. 무인이 그나마 혈기가 왕성한 편이지. 특히 절정 강자들의 혈기는 형태를 갖출 수 있고 세상 만물을 윤택하게 할 수 있어. 이 짐승은 적어도 400년을 살았을 거야. 300년이면 이무기가 될 수 있고 500년이면 교룡이 될 수 있지. 그렇게 오래 살려면 혈기를 집어삼켜서 수명을 늘려야 해. 그러니까 이 짐승은 수백 년간 적어도 수백만 명의 사람을 잡아먹었을 거야.”함지우가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서요산은 검은 뱀과 같은 나쁜 것들을 처단하여 세상의 정도를 지키는 것을 사명으로 여겼다. 서요산은 요물과 완전히 대립하는 처지였기에 함지우는 갑자기 사람이 달라져서는 엄청난 살기를 내뿜었다.“걱정하지 마. 오늘 난 한 명도 살려두지 않을 거니까. 오늘 전부 죽여버릴 거야.”함지우의 살기가 강한 편이라면 윤구주는 무시무시한 정도였다.윤구주는 이 세상의 유일한 신처럼 느껴졌다. 그가 하는 말은 신의 말씀 같았고 아무도 감히 그를 의심할 수 없었다.“헉!”정운은 안색이 좋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당황하지 마세요. 그 정도로 강한 건 아닐 테니까요. 구오 지존도 저렇게 강할 수는 없어요. 구주
“백 년 전 오늘, 윤씨 일가는 우리 자운각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자운각의 주인을 죽였어. 당시 자운각의 주인은 화진에서 보기 드문 귀재였어. 이미 백 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때 그 복수를 하지 못했는데 윤구주 네가 나타난 거야!”정운은 매우 화가 났다.윤구주는 자운각의 여섯 사람이 왜 자신을 이토록 미워하는지를 그제야 깨달았다.창현진인은 눈을 빛냈다. 그에게는 잘된 일이었다.자운각에게는 다른 의도가 있었으니 그들은 분명 최선을 다해 윤구주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자운각과 윤씨 일가 사이에 그런 원한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윤구주! 나는 조금 전 너에게 기회를 주었어. 넌 우리 화진의 구주왕이고 많은 업적을 쌓았지. 그러니 당연히 최대한 살생을 하지 않고 넓은 아량을 베풀어야 마땅한데 오히려 우리 종문 사람들을 죽이려고 했어. 세상 일이 다 네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아? 오늘 나는 자운각과 합심하여 널 죽이겠어. 얌전히 죽어. 그러면 덜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렇지 않으면 시체조차 온전히 남겨주지 않을 줄 알아.”창현진인은 자운각의 여섯 사람, 그리고 뱀 한 마리와 협력할 생각이었다. 절정 강자 여덟 명이 함께 싸운다면 그 힘은 대단할 것이다.“아까부터 자꾸 헛소리만 지껄이네요. 당신들 중에 좋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군요. 지우 씨, 저 사람들이 먼저 양심 없이 나왔으니 지우 씨도 이제 그만 쉬고 어서 저 마귀 같은 노인들을 죽여야죠!”공수이는 한참을 토하다가 함지우를 재촉했다. 그는 종문 사람들의 행태를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당연하지!”함지우는 나서려고 했다가 다시 한번 윤구주의 눈빛에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났다.고개를 돌린 윤구주는 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종문 사람들은 헛소리를 지껄이면서 남 탓하는 재주가 정말 뛰어나네. 그래도 진실은 변하지 않아. 당신들은 문창정 그 노인네와 결탁하여 화진의 땅을 나눠 가지려고 했어. 그건 죽을죄야. 오늘 나는 내 가문의 복수와 화진의 복수를 동시에 할 거야. 쓸데없는 얘기는
자운각의 선조들이 도착했다.여섯 사람은 하늘을 뒤덮을 듯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그들의 살기가 사방을 휩쓸었고 구용산 사람들은 불안에 떨었다.멀리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칠수방의 여자들은 모두 당황한 표정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그들의 살기는 사람을 죽일 듯했다.“심상치 않아요. 자운각의 선조들이 도착했어요.”“저 오빠 혼자서 괜찮을까요?”“넷째 언니!”질문을 받은 차비연은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여섯 사람은 창현진인 등과 실력이 비슷했다. 특히 검은 뱀을 타고 있는 노인은 창현 진인보다 실력이 뛰어났다. 만약 일곱 명이 연합한다면 윤구주도 잠깐 물러서야 할 것이다.구용산이 뒤흔들렸다. 종문의 제자들은 살기 때문에 꿈쩍할 수가 없었고 실력이 약한 사람들은 얼굴이 창백해져서는 서늘한 숨을 뱉었다.멀리 떨어져 있는 칠수방의 사람들도 겁을 먹었고 종문의 자제들도 다들 얼굴에 핏기 하나 없었다.아군조차 겁을 먹었으니 여섯 사람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또 왔네? 자운각의 노인들이었군.”그들을 알아본 함지우는 잠깐 물러났다가 다시 나서려고 했다.“지우야.”윤구주의 눈빛에 함지우는 다시 물러났다. 그는 고개를 돌려 여섯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들은 자운각의 선조들이었다. 윤구주는 그들을 쭉 둘러보았다. 여섯 명 중 한 명은 칠살에 다다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나머지 다섯 명은 팔부 동천 수준이었다. 특히 얼굴이 흉측한 노인은 창현진인보다 실력이 강한 듯 보였다.“저 검은 뱀은 비늘과 날개까지 생겼군. 이제 곧 교룡이 되겠어.”검은 뱀은 절대 좋은 생물이 아니었다. 만약 그것이 구오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면 세상에 큰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자운각의 선조들이 갑자기 나타나자 창현진인은 당황했다.그는 사실 투항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빨리 상황이 뒤집어질 줄은 몰랐다.그러나 창현진인은 바로 입을 열지 않았다. 사람은 나이를 많이 먹을수록 교활해지는 법이다. 그는 일곱 명의 사람과 뱀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