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호의 말은 또 한 번 소청하 부부의 뺨을 때린 격이었다.그의 이상한 모습에 소채은과 소청하, 천희수 모두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기억상실증에 걸린 하찮은 녀석한테 왜 우리 강성의 제일 갑부인 주세호가 저렇게도 공손하게 구는 거지?’한 끼 식사는 이렇게 끝났다.주세호는 그들보다 먼저 자리를 떴고 남겨진 자리에 남겨진 소천홍 등 사람들도 그제야 구주 대호텔을 떠날 채비를 했다.오늘은 소채은에게 있어 매우 즐거운 날이다.비록 그녀는 주세호가 왜 윤구주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소채은의 마음속에 있던 큰 바위가 사라진 셈이었다!적어도 자신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으니 말이다!반면 소청하 부부는 화가 치밀어올랐다.룸을 나서자 소청하는 입으로 욕을 퍼부었다.“기억상실증에 걸린 쓸데없는 놈이 무슨 여기에 와서 식사할 자격이 있다고! 딱 기다려!”주차장에 도착하자 더욱 기막힌 장면이 소청하의 눈에 들어왔다.랭글러 한 대가 소청하의 벤츠 차량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하필 자리도 많은 데 이 랭글러 차량은 콕 짚어 벤츠 차량의 앞을 막고 있었다. 소청하는 갑자기 화가 났다.“어떤 자식이야, 누가 차를 이따위로 세워?!”그러나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개자식이 사람 엿먹이는거야 뭐야?!”소청하는 욕을 하며 랭글러를 발로 걷어찼다.그 모습에 소채은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이내 차 앞으로 가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바로 그 순간, 한 소리가 들려왔다.“누가 내 차를 걷어찼어?!”소리와 함께 구주 대호텔 쪽에서 도복을 입은 다섯 명의 건장한 사내 모습이 보였다.선두에는 키가 크고 근육질 몸매의 남성이 걸어오고 있었다.가슴에는 “진성 도관”이 쓰여 있었다.그의 뒤를 따라오는 네 명의 남자들도 똑같은 도복을 입고 있었다.여기서 알 수 있다시피, 그들은 모두 도관 출신들이었다.차주가 온 것을 보고 소청하는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대체 주차를 어떻게 하는 겁니까? 주차 공간이 이렇게 남아도는데
‘신고?’“그러게 왜 이렇게까지 나와요? 신고하겠습니다!”소채은은 무뢰한들을 보고 화가 난 나머지, 핸드폰을 들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때, 갑자기 도복을 입은 남자가 뛰어들어 그녀의 핸드폰을 빼앗았다.그러자 소채은의 분노는 더욱 극에 달했다.“핸드폰 돌려주세요!”도복을 입은 남자가 피식 냉소했다.“갖고 싶으면 직접 가져가!”상황이 이렇게 되자 윤구주가 갑자기 나섰다.“당신들에게 3초의 시간을 주겠습니다. 당장 핸드폰을 돌려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만들겠습니다.”윤구주의 말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그의 모습에 도복을 입은 남자가 순간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야, 네가 뭔데? 뭐라도 돼? 어디서 감히 무게를 잡고 있어?”하지만 윤구주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이내 “하나!”라고 외쳤다.윤구주가 숫자를 세기 시작하자 웃음소리는 더욱 커졌다.“이 자식이 끝까지? 그래! 네가 언제까지 그 주둥이를 놀릴 수 있는지 한번 보자!”“둘!”윤구주가 둘을 외쳤지만, 도복을 입은 남자는 여전히 웃으며 제자리에 서 있었다.“셋!”그가 마지막 글자를 내뱉었을 때, 도복을 입은 남자는 때를 노려 윤구주를 손 봐주려 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건 윤구주의 손바닥이 하늘 위로 올랐다 내려오는 것뿐이었다.아주 느린 것 같았지만, 사실 빛보다 빠른 속도였다.짝!힘을 실은 손바닥이 도복을 입은 남자의 얼굴에 떨어졌고, 이내 그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남자의 몸은 큰 포물선을 그리며 7-8m 떨어진 땅바닥에 심하게 내동댕이쳐져 꼼짝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기절해 죽고 만 것이다.‘어?’조금 전까지 날뛰던 남자가 이렇게 윤구주의 뺨을 맞고 기절하는 것을 보고 나머지 네 사람은 멍해졌다.“일곱째!”우두머리인 최 선배가 외쳤다.하지만 그 재수 없는 남자는 저만치서 입에 피를 토하며 기절해 죽고 말았다.이 광경을 본 남자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일제히 윤구주를 쳐다보았다.“이 자식이, 너 도대체 뭐야? 뭔데 감히 우리 진성 도관 사람을
화진은 예로부터 무예를 숭상해 왔다.특히 10개국 간의 전쟁 이후, 국민들은 더욱 무예를 연마하는 데 공을 들였다.그렇게 옛 무술은 화진에서 유행처럼 번져 남북을 휩쓸었다.강성만 해도 도관이 20개는 있었으니 말이다.무술 연마자는 무려 10만에 달한다.그리고 바로 이 눈앞의 녀석들이 “진성 도관”의 무술 연마자들이다.다만 이 몇몇 남자들이 생각지 못한 것은, 아무리 수년 동안 도관에서 실력을 연마했다 해도, 윤구주의 앞에서는 개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분노에 가득 찼지만, 그들은 기절해 거의 죽어가는 “일곱째”를 부축해 자신들의 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그들이 떠나는 것을 바라보고, 윤구주는 그제서야 핸드폰을 소채은에게 돌려주었다.핸드폰을 건네받은 소채은은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망했네, 망했어! 윤씨 이 자식아, 누가 너더러 사람 때리라고 했어? 방금 저 사람들 진성 도관 출신이라 하는 거 못 들었어?”소청하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구주는 분명 저희를 위해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거잖아요, 왜 욕은 하고 그래요?”소채은은 소청하가 또 윤구주를 꾸짖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네가 뭘 알아? 방금 그 패거리들은 무려 진성 도관 사람들이라고! 무술을 연마한 자들은 결코 우습게 볼 게 아니야! 작년에 한 회사 CEO가 무술꾼의 미움을 산 일이 있었는데, 결국에 그 기업은 부도가 났고, 심지어는 마누라까지 목을 매 자살했단 말이다!”그 말을 들은 소채은이 버들가지 같은 눈썹을 찌푸렸다.소청하가 거짓말 한 것이 아니다. 당시 이 일은 강성에서 크게 떠들썩했기 때문에 소채은도 언뜻 기억나는 듯했다.‘그래, 무술 연마자는 건드리면 안 되지! 이건 누구나 다 아는 도리잖아.’“야, 윤구주 이 자식아. 너 우리 죽이려고 작정했어? 만약 진성 도관 걔들이 나중에 우리 소씨 가문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면, 너 어떡할래?!”“아빠, 적당히 좀 하세요. 어쨌든 구주는 우리를
양진성이 이렇게 말하자 도관의 제자들은 더욱 심혈을 기울여 무술을 연마하기 시작했다.“무술은 낮은 것부터 높은 것까지, 먼저 근골격을 연습하고, 다시 피, 막, 살을 연습하고, 마지막에는 몸 안에서부터 나오는 기를 연습해야 한다!”“내력을 닦은 후에야 비로소 무인이라 칭할 수 있다!”양진성은 계속 천천히 말했다.“스승님, 무인 위에 무슨 경지가 있겠습니까?”갓 입문한 제자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자 양진성이 담담하게 웃었다.“무인 위에는 무사가 있다. 무사의 힘은 한 번에 백을 쓰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무사에도 등급이 있지. 369등급, 초급, 중급, 고급으로 말이다.”“하지만 아무리 초보적인 무사라 하더라도 손쉽게 맨손으로 비석을 갈라놓을 수 있을 만큼 보통 사람과는 다른 비범한 힘을 갖고 있지!”“높은 등급의 무사들은 아주 날렵한 몸놀림으로 낙엽 한 장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지! 실력은 말할 것도 없어!”말을 끝내고, 양진성은 갑자기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앞에 있는 돌 탁자를 향해 살짝 눌렀다!그러자 이윽고 굵은 돌 탁자의 중간이 갈라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부님! 대단하십니다!”“너무 강하세요!”여러 제자들은 스승이 솜씨를 드러내는 것을 보고, 저마다 박수의 갈채를 금치 못했다.그 모습에 양진성은 득의양양해 웃기 시작했다.“사부님, 그 무사 위에는 또 어떤 경지가 있겠습니까? 말씀 좀 해주세요!”“맞아요! 제발 알려주세요, 사부님!”제자들이 말했다.양진성이 담담하게 미소를 띠었다.“좋다, 그렇다면 오늘 내 친히 알려주도록 하지!”뒤이어 그는 목을 가다듬기 시작했다.“무사의 관을 전부 통과한다면 대무사의 지경에 오를 수 있다. 이 대무사는 고수 중의 고수라고 할 수 있지! 그들은 선천적인 내력을 닦고, 기화형, 즉 사람 본래의 기로 사람을 죽일 수 있어”이 말을 들은 제자들의 눈동자가 벌겋게 달아올랐다.“만약 누군가 대무사의 경지에 오르게 된다면, 그는 진정한 제1대 대가의 반열에 오를 수
진성 도관의 제자들이 저마다 실력을 연마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한바탕 떠들썩한 소리가 들려왔다. 양진성은 왁자지껄한 소리에 굵은 눈썹을 찡그렸다.“밖에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한 제자가 재빨리 뛰어 들어와 말했다.“사부님, 최 선배님 무리가 누군가한테 맞았다고 합니다...”“응?”양진성은 그 말을 듣고 바로 안색이 변했다.곧이어. 몇 명의 제자들이 부축하는 가운데 코가 파랗고 얼굴이 퉁퉁 부은 녀석들이 밖에서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았다. 바로 윤구주에게 단단히 혼쭐이 난 녀석들이었다.그들은 들어오자마자 양진성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어앉았다.“사부님, 저희를 도와주세요!”하지만 양진성은 두들겨 맞은 몇 명의 녀석들을 보며 냉담하게 말했다.“못난 놈들아! 너희들이 평소에 잘 연마하라고 몇 번을 말했어, 맨날 빈둥대기만 하더니 결국 이런 사달이 났지?”“사부님, 그건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 우리를 욕했을 뿐만 아니라 진성 도관을 욕했어요. 정말 도저히 참을 수 없었습니다!”최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말했다.“누가 이렇게 감히 내 도관을 욕해?” “모릅니다! 단지 20대밖에 안 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자식이라는 것만 압니다!”상대방이 이렇게 젊다는 말을 듣고, 양진성은 갑자기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쓰레기 같은 것들! 너희 다섯이 20대의 애송이도 못 때렸단 말이야? 그러고도 이곳에 돌아올 체면이 남아있는 거야?”양진성은 노발대발했다. 바로 이때, 그의 곁에 있던 한 우람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사부님, 제가 듣기로 그 자식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무술 연마자인 것 같아요!”그러자 양진성이 콧방귀를 뀌었다.“그럼 이 일은 너한테 맡기마. 명심해라, 강성에서는 누구도 우리 진성 도관 사람을 업신여길 수 없다! 이번에 반드시 우리 도관의 체면을 되찾아야 해, 그렇지 못하면 내가 네놈의 다리를 부러뜨리겠어.”“네! 사부님!” ...구주 대호텔에서 돌아온 후, 윤구주는 혼
“누구를... 찾으십니까?”최씨 성을 가진 남자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쓸데없는 자식들은 꺼져!”그 말에 하인들은 깜짝 놀랐다. 바로 그때, 소청하 부부와 소채은이 마침 안뜰에서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한 무리 사람들이 정원에 있는 것을 보고 소청하가 눈썹을 찌푸렸다.“무슨 일입니까?”그는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소채은도 뭔가 찜찜해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아버지를 쫓아갔다.“주인님!”소청하가 모습을 드러내자 이쪽 하인들이 얼른 소리를 질렀다.뒤따라 진성 도관의 무리도 일제히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젠장! 저놈이야! 선배님, 이 사람들이 우리를 다치게 했습니다!”최씨 성을 가진 남자는 소채은을 보자마자 바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그 소리에 소청하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망했다! 이 사람들 진성 도관 사람들이잖아?!”그러자 소채은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상대방은 원수를 갚으러 온 것은 분명했으니 말이다.진성 도관의 원지훈은 소청하 부부와 소채은을 본 후 안색이 차가워졌다.“고작 이것들이 너희를 그렇게 다치게 했다고?”“아니요, 선배님! 우리를 다치게 한 건 저자들과 함께 있던 한 젊은 녀석입니다!”최 선배라는 사람이 서둘러 말했다.“그래? 그럼 그자는 지금 어디 있지?”이윽고 최씨 성을 가진 제자가 나서서 성난 목소리로 소청하를 향해 말했다.“그 자식, 그 짐승같이 자식 빨리 내놔! 안 그러면 엄청난 후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그 말에 소청하는 지레 겁을 먹고 말았다.그때, 소채은이 직접 나섰다.“뭘 하시려는 거죠?”“뭘 할 거냐고?”원지훈은 그녀를 보며 살짝 비웃었다.“너희들이 우리 진성 도관 사람들을 때리고 또 우리 도관을 모욕했는데,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겠어? 굳이 물어봐야 아나?”그러자 소채은이 말했다.“헛소리! 분명 진성 도관 그쪽 사람들이 먼저 저희한테 시비를 건 겁니다. 그런데도 감히 와서 따져요? 이게 도리에 맞나요?”“도리? 미안하지만 우리 무인들은
소채은이 윤구주를 내놓으려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원지훈은 어두운 눈빛으로 말했다.“이쁜이, 충고하겠는데 순순히 사람 내놓는 게 좋을 거야. 때가 돼서 우리가 안 봐줬다고 탓하지 말고.”소청하는 상대방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재빨리 소채은을 끌어당기면서 말했다.“채은아, 빨리 그 윤씨 자식 넘겨줘!”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소채은은 소청하를 밀치며 화가 난 듯 눈시울을 붉혔다.“아빠, 도대체 양심이 있으세요? 구주가 우리 집을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어떻게 아빠는 이렇게 대하실 수 있어요?”“내가 걔를 어떻게 대했다고 그래? 걔가 먼저 사람 때린 걸 왜 내 탓을 하냐고!”소청하는 뻔뻔스럽게 말했다.그 모습에 소채은은 풀이 죽어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두려워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진성 도관의 제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다시 말하지만 오늘 당신들이 나를 때려죽인다 해도, 나는 구주를 내놓지 않을 겁니다.”“허! 입만 살아가지고는! 대체 그 배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자고! 넷째야, 저년 뺨부터 때려라!”원지훈의 말이 떨어지자, 진성 도관의 한 제자가 직접 성큼성큼 걸어 나와 손바닥을 들어 보이며 소채은의 예쁘장한 얼굴을 향해 날렸다.그렇게 그의 손이 소채은의 얼굴에 떨어지려는 찰나에 갑자기 뼈를 에는 듯 한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다.“누가 감히 죽고 싶어서 내 여자를 건드려?”고함과 함께 검은 그림자가 마치 귀신처럼 소채은의 몸 앞에 나타났다.윤구주가 돌아온 것이다.그가 나타나자, 소채은을 향해 손을 내밀던 진정 도관의 제자가 어리둥절해졌다. 이윽고 남자가 손을 거두기도 전에 그의 얼굴 위로 손바닥이 날아왔다.짝!처량한 비명 속에서, 조금 전 손찌검을 하려던 그 진성 도관의 제자가 사방에서 피를 뿜어내며 공중으로 날아갔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다.어? 그 장면을 본 원지훈과 다른 제자들은 전부 한기를 느꼈다.윤구주는 단 한방에 진성 도관 제자를 쓰러뜨린 다음, 고개를 돌려
아무도 그의 움직임을 보지 못했다.또한, 아무도 그의 손놀림을 보지 못했다.유일하게 보이는 것은 그의 번쩍이는 그림자뿐이었고, 이후 연이은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윤구주를 공격하려던 진성 도관 제자들이 하나같이 거꾸로 날아간 것이다.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숨 쉴 틈도 없었다.그렇게 끝나고 만 것이다.원지훈이 데리고 온 십여 명의 진성 도관 제자들은 저마다 슬프게 울부짖으며 땅에 쓰러져 있었다.바닥에 누워있는 자신의 후배들을 바라보던 원지훈의 눈동자는 갑자기 움츠러들었고 머릿속은 더욱 하얗게 되었다.유일하게 드는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다.‘이게 대체 뭐야... 우리가 무슨 괴물한테 미움을 산 거야?!’윤구주는 제자들을 전부 쓰러트린 후에야 원지훈을 바라보았다.“이제 네 차례야.”원지훈은 어쩔 수 없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서기 시작했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 채로 말이다.그는 마치 귀신을 본 듯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너... 너... 너는 대체 누구냐? 우리 진성 도관하고 무슨 원한 맺은 일이 있다고, 넌 왜...”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번쩍하더니 곧 원지훈의 앞에 나타났다.그러고는 마치 독수리가 병아리를 조르듯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쥐어 공중에 띄웠다. “잘 들어, 나는 너희들이 어느 도관 출신이던, 너희들이 누구든 상관하지 않아. 한마디만 할게, 만약 다시 한번 감히 채은이를 괴롭힌다면, 그때는 정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이만 꺼져!”차갑게 내뱉은 뒤 윤구주는 오른손을 휘저었다.이윽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진성 도관의 수제자 원지훈은 이렇게 날아가 땅바닥에 세게 부딪히고 말았고, 청석판 바닥에는 십여 줄기의 균열이 났다!다름 아닌 진성 도관의 수제자가 당했는데, 다른 사람이라고야 어찌 더 이곳에 머무를 수 있겠는가?그들은 얼른 원지훈을 부축하더니 상갓집 개처럼 서둘러 달아났다.진성 도관 사람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윤구주는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이 순간, 소청하 부부는 그가 돌아서는 것을
문제가 생겼다는 말 한마디에 식사를 하던 윤구주가 멈칫했다.그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 세 장수를 바라보았다.“서울에 무슨 문제가 생겼다는 거야?”윤구주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박창용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에서는 얘기하기가 적절치 않다는 뜻이었다.“여기서 얘기해도 괜찮아.”윤구주가 명령을 내렸다.“저하, 조금 전 서울 황성에서의 비밀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들이 말하기 국주님께서 폐황령을 내리셨고 이미 폐관에 돌입한 상태라고 합니다.”박창용이 말했다.폐황령?그 세 글자에 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렸다.화진의 구주왕으로서 윤구주는 폐황령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당연히 알고 있었다.폐황령을 내렸다는 것은 국주가 당분간은 천하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게다가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이 비밀리에 전한 소식에 따르면 종문의 사람들이 서울에 하나둘씩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 저하를 상대하려는 것 같습니다.”박창용이 다시 말했다.종문이라는 두 글자에 연규비와 백경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무인으로서 그들은 종문의 저력과 무시무시함을 알고 있었다.조금 전 박창용은 종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가 윤구주를 상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다들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오직 윤구주만이 평온한 얼굴로 테이블 위 잔을 들어 단번에 순을 삼키며 말했다.“종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구주야,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소채은은 화진의 무도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박창용 등 사람들의 얘기를 들은 그녀는 서둘러 걱정스러운 얼굴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큰일 아니야. 내가 잘 처리할게.”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소청하 부부에게 얘기했다.“아버님, 어머님. 일단 식사하세요. 저는 나가서 얘기 나눌게요.”말을 마친 뒤 윤구주는 박창용, 염수천, 박천후를 데리고 몸을 돌려 거실에서 나갔다.정자 쪽에서 박창용은 윤구주를 향해 상황을 보고했다.“저하
윤구주는 중얼대며 말하더니 갑자기 얘기를 꺼냈다.“채은아, 나와 같이 서울로 가줄 수 있어?”“서울로 가자고?”갑작스러운 질문에 소채은은 잠깐 당황했다.“응. 난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아. 가장 좋은 방법은 네가 나와 함께 서울로 가는 거야. 그곳에 있으면 나도 널 보살필 수 있어.”윤구주는 자신의 진짜 생각을 솔직히 얘기했다.윤구주가 함께 서울로 가겠냐고 묻자 소채은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말했다.“하지만 내가 서울로 가면 우리 집은 어떡해? 내 직장은?”윤구주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걱정하지 마. 네가 정말 나와 함께 서울로 간다면 내가 새로운 회사를 세워줄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해도 돼.”윤구주는 화진의 구주왕이었으니 돈이나 직장 같은 건 그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그러나 소채은은 여전히 걱정이 되는 듯했다.“하지만 우리 부모님에게 자식은 나 하나뿐인걸. 내가 떠나면 우리 부모님은 누가 돌봐줘?”“그건 걱정하지 마. 네가 나와 같이 서울에 간다면 너희 부모님도 당연히 서울로 모실 거야.”윤구주가 말했다.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침묵했다.“구주야, 나 조금만 더 고민하고 대답해도 될까?”윤구주는 강성이 소채은의 고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갑자기 강성을 떠나야 한다면 당연히 미련이 남을 것이다.그녀는 소채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당연하지. 잘 고민해 봐.”소채은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윤구주의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두 사람이 알콩달콩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밖에서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콜록콜록.”“채은아, 구주야. 음식 다 됐으니까 와서 밥 먹어.”말을 꺼낸 사람은 천희수였다.엄마가 들어오자 소채은은 얼굴을 붉히면서 서둘러 윤구주의 품에서 벗어나며 말했다.“네, 네!”그러고 나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구주야, 다들 우리가 가서 밥을 먹길 기다리는 것 같으니 같이 나가자.”“그래!”두 사람은 거실로 향했다.널따란 거실 안, 원형의 크리
윤신우는 진실을 얘기했고 이홍연은 당황했다.“삼촌 말씀은 아버지께서 일부러 폐관하셨다는 건가요?”윤신우가 말했다.“그래요.”“그게 정말이에요? 아버지께서는 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어요. 게다가 구주를 우리 화진의 호국군신으로 임명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걸까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순간 어이가 없었다.“공주님, 괜한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국주님이었어도 그렇게 했을 거예요.”이홍연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짓자 윤신우가 그녀를 설득했다.“왜요? 대체 무엇 때문에요?”이홍연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듯했다.“우리 화진은 원래 무도로 나라를 세웠기 때문이죠. 우리 아들 한 명을 위해 천하 무도를 적으로 돌리는 건 현실적이지 않잖아요.”윤신우는 잔혹한 진실을 천천히 얘기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깊고 또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국주가 윤구주 한 명을 위해 화진을 내란에 빠뜨릴 일은 없었다.이홍연은 결국 침묵을 선택했다.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윤신우는 뒷짐을 지고 자신 있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아들 일은 제 일이기도 합니다. 누구든 제 아들을 건드린다면 죽일 겁니다.”윤신우가 패기 넘치게 말하자 이홍연은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성.윤구주가 돌아온 뒤로 가장 기뻐하는 사람은 소채은과 소채은의 부모님이었다.그들이 매일 그리워하던 윤구주가 드디어 돌아왔으니 당연히 기분이 좋았다.용인 빌리지는 매우 떠들썩했다.소씨 일가 사람들과 백경재, DH 그룹의 주세호, 백화궁의 연규비, 박창용, 박천후, 염수천 등 사람들을 모두 그곳에 모여 있었다.그들은 모두 화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윤구주를 따르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평범한 인물일 수는 없었다.“저하, 민규현 지휘사님과 정태웅 지휘사님은요? 두 사람 모두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한 것 같아요.”백경재는 눈을 가늘게 뜨면
“말씀해 보세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누가 여러분들을 공격한 거죠?”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으로 민규현과 천현수를 바라보았다.“공주님, 사실 저희를 공격한 건 종문 사람이었습니다.”민규현이 사실대로 얘기했다.종문이라는 말에 이홍연은 안색이 살짝 달라졌고 심지어 뒤에 있던 주도의 미간도 찌푸려졌다.“화진 무도 3대 서열 중 최강이라고 불리는 종문이요?”이홍연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고 민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젠장, 그동안 줄곧 숨어 지내던 종문이 왜 지금 이때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거죠? 게다가 왜 여러분을 공격한 거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화진의 무인들은 무도 중 최강인 종문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화진의 무도에 크나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걸 의미했다.“그들은 저하를 상대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겁니다.’민규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뭐?’“구주를 상대하려고요?”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펄쩍 뛰었다.“네.”민규현이 대답했다.이홍연은 그 말을 듣고 분노했다.“종문 사람들 미친 거 아니에요? 구주를 상대한다니요? 빌어먹을 놈들, 구주는 얼마 전 설국을 속국으로 만든 우리 화진의 공신이라고요!”이홍연은 씩씩대면서 말했다.민규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제 추측에 의하면 종문 사람들이 저하를 상대하려고 하는 이유는 저하께서 문벌과 세가들을 처단하여 그들의 불만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일 거예요. 무도 3대 서열은 그 뿌리가 같고 또 아주 깊다고 할 수 있으니까요.”이홍연은 그런 것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그녀는 얼굴이 빨개진 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젠장! 구주가 우리 화진을 위해 문벌과 세가들을 정리한 이유는 암세포 같은 자들을 뿌리뽑기 위해서였어요. 그런데 종문 사람들이 그들의 편을 들면서 뛰쳐나오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네요! 민규현 지휘사님, 신우 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바로 돌아가서 아버지께 이 사실을
말을 마친 뒤 이홍연은 앞에서 안내했고 주도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윤씨 일가 저택에 발을 들이는 순간, 주도는 아주 강한 기운들이 그곳에 숨어있다는 걸 느꼈다.윤씨 일가 저택은 비로 겉보기에는 텅 비어 있는 것 같고 사람도 많지 않은 것 같지만 숨겨진 기운들이 수십 개는 될 듯했다.게다가 그 기운들은 모두 절정 수준이었다.“역시 한때 천하제일 윤씨 일가라고 불릴 만했어. 이 정도 힘이라니.”주도는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기운 하나가 빠르게 접근했다.“누가 감히 윤씨 일가에 멋대로 발을 들인 것이지?”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이홍연의 앞에 나타났다.“창현 삼촌, 절 기억하지 못하시는 거예요?”이홍연은 아름다운 눈을 깜빡이면서 눈앞의 건장 체구를 가진 남자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바로 윤씨 일가 삼 형제 중 한 명인 윤창현이었다.“공주님이었군요. 윤창현, 공주님을 뵙습니다.”윤창현은 이홍연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정중하게 말했다.“그렇게 예를 갖추실 필요는 없어요. 삼촌, 어서 일어나세요.”이홍연이 말했다.“공주님, 여긴 어쩐 일로 오신 겁니까? 미리 저희에게 얘기하셨으면 저희가 마중 나갔을 텐데요.”윤창현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실 필요 없죠. 참, 신우 삼촌은 계시나요?”이홍연은 곧바로 물었다.윤창현은 이홍연이 윤씨 일가의 가주 윤신우를 찾는다는 걸 알았다.널찍한 거실 안.윤신우는 민규현, 천현수 등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그들을 제외하고 용민과 재이, 철영도 있었는데 그들은 양쪽으로 나뉘어 서 있었다.바로 이때, 윤창현의 목소리가 밖에서 들려왔다.“형님, 공주님께서 오셨습니다.”그의 목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이홍연이 주도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윤신우는 비록 윤씨 일가의 가주지만 공주를 만나면 그녀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거실에 있던 민규현, 천현수는 이홍연이 이때 윤씨 일가 저택을 방문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공주님
칭찬을 받은 은설아는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웃더니 윤하율의 통통한 손을 잡고 말했다.“그럼. 당연히 그럴 거야.”윤하율은 기쁜 얼굴로 웃었다.“할머니, 할머니!”이때 윤하율은 하미연이 안쪽에서 나오는 걸 발견했다.윤하율은 서둘러 하미연에게 달려가서 그녀의 품에 안기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할머니, 언니가 그랬어요. 앞으로 저도 크면 언니처럼 예쁠 거라고요!”하미연은 윤하율의 얼굴을 꼬집으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우리 하율이는 앞으로 가장 예쁜 사람이 될 거야!”“헤헤!”“하율아, 넌 저기 가서 놀고 있어. 할머니는 손님과 잠깐 얘기를 나눌게.”하미연이 그렇게 얘기하자 윤하율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네!”윤하율은 그렇게 말한 뒤 혼자 그네 쪽으로 달려가서 놀았다.윤하율이 떠나자 은설아는 서둘러 하미연을 향해 예를 갖추었다.“안녕하세요, 어르신.”윤씨 일가의 저택에서 지내게 된 뒤로 은설아는 이곳이 한때 윤구주가 살았던 집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리고 그녀의 앞에 있는 하미연은 윤구주가 가장 사랑하는 할머니였다.“그렇게 예를 갖출 필요는 없단다.”하미연은 웃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말을 들어 보니 구주의 친구라도 하던데 그게 사실이니?”하미연의 질문에 은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래. 구주는 어렸을 때 집을 떠났어. 구주의 친구를 보게 됐으니 정말 여한이 없어.”하미연은 감개하며 말했다.“참, 우리 구주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니? 왜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 거니?”하미연이 윤구주에 대해 묻자 은설아는 고개를 저었다.“민규현 씨 말을 들어 보니 강성에 볼일을 보러 간 것 같아요.”“강성?”그 말을 듣는 순간 하미연의 하나뿐인 동공이 살짝 빛났다.“설마 우리 손주며느리를 데리러 간 건가?”하미연은 중얼대며 말했다.‘뭐라고?’은설아는 손주며느리라는 말에 살짝 당황했다.“구주가 나한테 그랬었거든. 강성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게다가 그 아이가 우리 구주를 구한 적이 있대. 내 생각에
“공주님, 얼른 여기 와보세요!”이때 밖에서 갑자기 주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목소리를 들은 이홍연은 서둘러 그에게로 걸어갔다.“무슨 일이에요?”주도가 기묘한 표정으로 주변 바닥을 살피면서 말했다.“제 판단이 맞다면 이곳에서 한차례 전투가 있었을 겁니다.”“전투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이홍연은 서둘러 물었다.“여기 바닥에 생긴 균열을 보세요. 뭔가 떠오르지 않나요?”주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닥을 가리켰다.바닥에는 팔뚝만큼 굵은 균열이 아주 촘촘히 분포되어 있었고 그밖에 왼쪽에는 부러진 나무도 있었다.그 흔적들을 본 이홍연이 말했다.“마치... 검흔 같아요.”“맞아요! 이렇게 강한 검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절정 강자일 거예요!”그 말을 들은 순간 이홍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절정 강자라고요? 민규현 씨 일행이 절정 강자에게 공격당했다는 말인가요?”주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전 최근 들어 서울에 절정 강자들이 아주 많이 나타났다는 걸 느꼈어요.”주도의 말을 들은 이홍연은 다시금 충격을 받았다.눈앞의 주도는 수십 년 전 무시무시한 육도 절정에 다다른 사람이었다.게다가 지금의 그는 칠살에 발을 들인 상태였다.그래서 이홍연은 주도의 말을 절대 의심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그가 절정 강자가 민규현 일행을 공격했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이홍연은 저도 모르게 걱정이 되었다.“큰일이에요. 지금 구주는 서울에 없는데, 만약 정말로 절정 강자가 민규현 씨 일행을 공격했다면 그들은 분명 크게 다쳤을 거예요.”이홍연이 근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어떡하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금 민규현 씨 일행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이홍연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참! 하마터면 신우 삼촌을 잊을 뻔했네요.”이홍연은 갑자기 이마를 탁 치면서 말했다.“신우 삼촌이요?”이홍연이 갑자기 신우 삼촌이라고 하자 주도는 당황했다.“네. 구주 아버지이자 윤씨 일가의 가주 말이에요! 아버지 말씀에
황성, 공주저.“뭐라고? 우리 아버지께서 폐관하신다고? 그게 정말이야?”아버지를 찾아가서 윤구주의 상황을 물을 생각이었던 이홍연은 폐황령이 반포됐고 국주가 폐관에 들어갔다는 걸 알고서는 비명을 질렀다.“네, 사실입니다. 조금 전 육도진 우상의 말을 들어 보니 국주님께서 이미 폐관에 들어가셨답니다. 조정의 일은 모두 육도진 우상에게 맡겼답니다.”한 하인이 대답했다.이홍연은 진정할 수가 없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난 금방 금란 대전에 갔다 왔었는데. 아버지께서 벌써 폐관에 들어가셨다고?”왠지 모르게 이홍연은 아주 큰 일이 일어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안 돼. 아버지를 찾아가서 똑똑히 물어봐야겠어.”’말을 마친 뒤 여섯째 공주는 다시금 금란 대전으로 향했다.이홍연이 금란 대전에 도착했을 때, 금란 대전의 오래된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게다가 밖에는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가득했고 그들 외에도 황성의 최고 절정 강자 한진모이 있었다.굳게 닫힌 금란 대전의 대문을 바라보던 이홍연은 미간을 한껏 찌푸리면서 빠르게 걸어갔다.“한진모 씨,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우리 아버지는요?”내시 옷을 입은 한진모가 웃으며 대답했다.“공주님, 국주님께서는 폐관에 들어가셨습니다.”“폐관이요? 우리 아버지가 왜 난데없이 갑자기 폐관을 한단 말이죠?”이홍연이 물었다.한진모는 웃으며 대답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한진모의 대답을 들은 이홍연은 속이 타들어 갔다.결국 그녀는 다시 공주저로 돌아왔다.“우리 아버지께서는 왜 갑자기 폐관에 들어가셨지? 설마 당분간 정무도 보지 않으실 생각인 건가? 그리고 태산봉선을 할 거라고, 윤구주를 진국왕으로 책봉할 거라고 하셨었는데! 대체 그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이홍연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했다.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답답해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폐관에 들어간 국주를 방해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에라 모르겠다. 일단 구주부터 찾아가야겠어.’이홍연은 속으로 생각했다.‘그런데 구주는 대체
“결국 올 게 왔어.”국주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나는 종문이 구주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 거로 생각했었어. 내가 종문을 너무 얕봤던 것 같아.”국주가 갑자기 다시 말했다.육도진이 대답했다.“국주님, 괜한 걱정하시는 겁니다. 전 구주왕의 실력이라면 종문의 난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국주는 손을 내저으면서 금빛 왕좌에서 일어났다.“내가 걱정하는 건 구주의 실력이 아니야. 난 구주가 종문과 싸우게 되면 우리 화진의 무도까지 그 영향을 받을까 봐 걱정돼. 만약 우리 화진의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은 엄청난 위기에 빠질 거야. 게다가 현재 조정에는 자신의 실력을 높이기 위해 알게 모르게 종문과 결탁한 내각 대신들이 아주 많아. 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조정 또한 혼란에 빠질 거야.”육도진은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랐다.그는 국주의 말이 옳다는 걸 알고 있었다.화진은 무도로 나라를 세웠고 화진의 무도 3대 서열은 오랜 역사가 있었다.만약 무도가 혼란에 빠진다면 화진 또한 혼란에 빠질 것이다.그렇게 되면 세력들은 서로 다툴 것이고 난세가 펼쳐질 것이니 화진의 국주로서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렇다면 국주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육도진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국주는 대답하지 않고 뒷짐을 진 채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참 뒤에야 대답했다.“난 폐황령을 가동할 생각이야.”‘뭐라고?’“폐황령이요?”폐황령이라는 세 글자에 육도진은 깜짝 놀랐다.폐황령이란 무엇인가?폐황령이란 국주가 당분간 나랏일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했다.그것이 바로 폐황령이었다.쉽게 말하자면 폐황령이 가동되는 순간 종문, 문벌, 세가 모두 마음껏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물론 그들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반대로 전쟁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황성 쪽에서는 그들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다.“국주님 말씀은 구주왕 홀로 무도 3대 서열을 상대하게 할 거란 뜻입니까? 이제 막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종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