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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서유는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한 끝에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런 불안한 상태에서는 대개로 틀린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컸기에 일단 냉정해지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볼 생각이었다.

서유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돌아가려는 그때 1m 90 정도 되는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검은색 외투 안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단추가 세 개 정도 풀어 헤쳐져 있어 섹시한 쇄골이 여실히 드러났다.

검은색 하의는 그의 탄탄한 엉덩이와 적당히 근육 잡힌 다리를 찰싹 감싸고 있었다.

빛을 등지고 있는 탓에 남자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온몸으로 뿜어내는 한기 때문에 실내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심슨’을 안고 우유 적적하게 귤을 까먹던 심이준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추워?”

그는 강아지의 온기를 느끼려고 심슨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그러자 심슨이 발버둥을 치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짧은 다리로 금세 부엌 쪽으로 달려갔다.

심이준은 빵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아지를 보더니 혀를 찼다.

“제대로 안아보게도 못하게 하지 아주. 나랑 같은 성을 가졌으면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이내 누군가의 실루엣이 책상 유리면에 비쳤다.

심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실루엣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이, 이 대표님?!”

그는 빛을 등진 채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어색하게 굳은 입꼬리를 애써 위로 올렸다.

“이 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 남자가 대체 왜 여기 있는 걸까?!

이승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그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건 내가 해야 하는 말 아닌가요?”

“...”

심이준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야 정가혜의 집에서 며칠을 무단 취식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모양이다.

“하하, 이것 참. 이곳 역시 이 대표님 구역이었죠? 바로 물러나겠습니다. 그럼 이만!”

심이준이 과일이 든 접시를 들고 문밖으로 도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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