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지 않고 돌아서는 그녀의 모습에 이승하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덥석 안았다.그녀를 꼭 안고는 턱을 그녀의 어깨에 얹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진짜 당신을 어찌하면 좋을까?”등지고 서 있던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이승하 씨, 그러니까 앞으로 나랑 밀당하지 말아요. 나한테는 그런 거 안 통하니까.”그 말을 들은 남자는 짙은 눈썹을 살짝 치켜세웠다.“이제 보니 우리 와이프는 직설적인 걸 좋아하나 봐?”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귓불을 살짝 깨물며 민감한 그녀의 피부를 위아래로 쓰다듬었다.”“당신 안고 싶어서 미치겠어.”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전해지자 짜릿한 느낌에 그녀는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발버둥 쳤지만 남자는 오히려 그녀를 반쯤 안아 올려 그녀를 벽에다 밀쳤다.“걱정하지 마. 여기서는 안 해. 키스만 할 거야.”노골적인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더니 그가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는 머리 위에 얹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허리를 덥석 껴안고 연약한 그녀의 몸에 연기가 날 정도로 뜨거운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벽에 기댄 채 그의 키스를 받아내고 있던 그녀는 남자의 욕망에 빨려 들어갈 뻔했다. 이성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기에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이미...힘이 빠진 몸을 억지로 지탱하며 그녀는 남자가 입술을 떼는 순간 바로 그를 밀어냈다.“승하 씨, 얼른 놔줘요.”그녀의 목덜미에 미친 듯이 키스하고 귓불을 살짝 깨물고 있던 남자가 잠시 멈추더니 이내 옅은 미소를 지었다.“여보라고 부르면 놔줄게.”가뜩이나 빨개진 그녀의 볼은 그 말을 듣고 더 빨개졌다.“안 돼요. 입이 안 떨어진단 말이에요.”욕망으로 눈시울이 붉어진 남자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왜? 왜 못 불러?”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듯 대답했다.“아직 결혼하지 않았잖아요.”“곧 할 건데 뭐. 미리 연습한단 셈 치고 불러봐.”그의 입가에 웃음이 더 깊어졌다. 그녀가 그의 탄탄한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는 이태석이 떠난 후, 이승하는 그녀를 데리고 세계 각지로 가서 웨딩 촬영을 했다.그는 그녀를 위해 수없이 많은 웨딩드레스를 맞춤 제작했고 사진 몇 장을 찍기 위해 반지까지 세계적인 디자이너에게 부탁해 디자인을 고치고 또 고쳤다. 메이크업부터 스타일링까지 그는 유명한 팀들을 직접 섭외하여 결혼식 당일 그녀의 메이크업을 책임지게 하였다. 그리고 결혼식 장소도 직접 섭외하고 꾸몄다. 이 모든 일을 하면서 그는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그녀한테 미리 말하지 않았다. 한편, 서유는 이에 대해 묻지 않고 신혼집 설계에만 몰두했다. 디자인이 끝나면 인테리어 회사에 맡겨 신혼집을 꾸미려고 했었다. 근데 그걸 이승하가 알고 나서는 이런 일에 신경 쓰지 말라며 그녀의 디자인을 빼앗아 갔다. 어쩔 수 없었던 서유는 정가혜 별장의 인테리어에 따라 꾸미라고 인테리어 회사에 지시했다. 그 후, 그녀는 주서희가 보내준 한약을 챙겨 먹으며 언니가 남긴 프로젝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았다. 혼수값을 벌기 위해 그녀는 필사적으로 일을 시작했고 밤낮으로 설계도를 그렸다. 이승하가 몇 번 그녀를 찾아왔지만 그녀는 그를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문밖에 서 있던 남자는 몇 마디하고 돌아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점차 표정이 쓸쓸해졌다. 별장으로 돌아온 그는 서재로 들어가 개인 핸드폰을 꺼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 도착했어.]평소 같았으면 진작에 그에게 답장을 보냈을 텐데 오늘은 한참을 기다려도 그녀는 답장이 없었고 남자는 마음이 울적해졌다. 그는 핸드폰을 잡고는 소파에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괴고 핸드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음속으로 그녀가 빨리 답장을 해주기를 바랐지만 밤이 늦도록 그녀는 답장이 없었다. 요즘 그녀는 마음이 딴 데 있는 것 같았고 이제는 그의 안부조차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왜 이러는 거지?몇 번이고 그녀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결혼을 후회한다는 말이 나올까 봐 겁이 났다. 불안한 느낌이 그
그는 깊은숨을 들이쉬며 답답한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택이를 향해 손짓했다. 그 모습을 본 택이는 바로 자료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그가 자료를 뒤적이는 동안 택이는 옆에서 간략하게 보고를 했다.“김초희가 다섯 살 때 Y국에서 구걸을 하다가 하마터면 맞아죽을 뻔했었습니다. 바로 그때 지현우를 만나게 되었고 지현우는 김초희를 구해주고 그녀한테 학비까지 내주었다고 합니다.”“그러다가 김초희는 지현우를 사랑하게 되었고 10년 동안 지현우를 미친 듯이 쫓아다녔다고 합니다. 처음에 지현우는 전혀 그녀한테 마음이 없었고 그녀를 안중에 두지 않았습니다. 근데 어떻게 된 일인지 결국은 그녀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고 두 사람은 6년 동안 사귀었다고 합니다.”“두 사람의 사랑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지현우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간 그때부터였습니다. 그 당시 지현우는 1년 동안 감옥에 갇혀있게 되었고 그동안 계속 김초희를 기다렸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마음에 걸렸던 지현우는 감옥에서 나와 김초희를 찾아갔고 뜻밖에도 그녀는 Y국 왕실에 입양된 지씨 가문 사생아 지현우의 형과 결혼해 한 살배기 딸까지 있었다고 합니다.”“처음에 지현우는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김초희가 그 남자와 함께 자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완전히 미쳐버리게 된 거죠. 그녀한테 복수하기 위해 지현우는 가문의 세력을 이용해 그녀를 이혼하게 만들었고 그 후 그녀를 자신의 곁에 가두어두었다고 합니다.”“그동안 지현우는 루게릭병에 걸린 그녀를 잔인하게 대했습니다. 그 후,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고통받던 그녀는 지현우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그러나 그 사실을 믿을 수 없었던 지현우는 배 속에 있던 아이를 발로 차 버렸습니다. 아마도 그 일이 있고 난 뒤부터 김초희는 그에게서 완전히 벗어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그래서 지현우를 기만하고 그의 경계심을 푼 뒤 왕실의 그 남자와 다시 도망쳤다고 합니다. 지현우는 미친 듯이 그녀를 찾아 헤맸습니다. 듣기로는 그 당시 Y국
그는 결과 보고서를 만지작거리더니 종이를 살짝 튕키며 깊은 생각에 빠진 듯했다.잠시 고민하던 남자는 결과 보고서를 집어들고 입을 열었다.“이거 언제 검사한 거야?”“아주 오래전에 한 겁니다. 조지가 직접 한 검사고요.”택이가 그의 물음에 공손하게 대답했다. 이 검사 결과 보고서는 오래된 것이기 때문에 백 퍼센트 믿을 수 없다.이승하는 그 결과 보고서를 내던지고 택이에게 명했다.“이 일은 일단 서유한테 말하지 마. 지현우와 연이의 머리카락을 구해서 유전자 검사 다시 해봐. 검사 결과 나오면 그때 다시 보고해.”서유는 김초희가 지현우를 배신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아낸 자료를 봐서는 김초희가 지현우를 배신한 것이 틀림없었다. 언니에 대한 그녀의 믿음을 위해서라도 이 일은 철저히 조사한 후에 그녀에게 알려주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한편, 택이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보스, 지현우는 태권도 검은 띠 9단입니다. 가까이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이승하는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빛으로 택이를 쳐다보았다.“강세은의 오빠가 지현우의 친구야. 그 사람한테 부탁해 봐.”강세은의 오빠라...얼음장같이 차가운 그의 얼굴을 떠올리니 택이는 저도 모르게 몸이 벌벌 떨렸다. 그러나 그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보스가 강세은의 오빠보다 더 무서운 존재니까.택이가 서재를 떠난 후, 이승하는 핸드폰을 다시 주워 문자를 확인해 보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그는 핸드폰을 꽉 쥐고는 심호흡했다.분명 잠이 들었을 거야. 그래서 내 문자를 확인하지 못한 거고.속으로 그렇게 자신을 위로할수록 그는 마음이 더 초조해졌고 결국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핸드폰을 침실에 두고 서재에서 설계도를 그리고 있던 그녀는 그한테서 전화가 걸려 온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자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재빨리 차를 몰고 그녀가 있는 별장으로 향했다.초인종 소리에 잠이 깬 노현정은 인터폰 화면을 확인해
그가 고개를 돌리고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면서 한참을 망설이더니 끝내 입을 열었다.“요즘 나한테 너무 소홀한 거 아니야?”그 말을 내뱉고 그는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가 이번 기회에 이별을 통보할까 봐 두려웠다. 그러나 이리 말하지 않으면 잡힐 듯 안 잡힐 듯한 고통 때문에 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치켜세웠다.“내가 당신한테 소홀히 했다고요?”일에 집중하느라 이 남자한테 쌀쌀맞게 굴었던 걸 알아차리지 못한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언제 쌀쌀맞게 굴었다고 이러는 건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짬을 내서 만났는데 그래도 부족한 건가?그녀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몰랐던 그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당신... 아직도 나랑 결혼하고 싶은 거지?”그녀의 예쁜 눈썹은 더욱 찡그려졌다.“당신이랑 결혼하지 않으면 내가 누구랑 하겠어요?”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그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 뒤돌아서서 그를 바라보았다.“도대체 왜 그래요?”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그녀를 보며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요즘 그를 소홀히 대했던 건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라 너무 바빠서 저도 모르게 그랬던 것이다.그는 책상 위에 놓여있는 설계도를 쳐다보며 물었다.“그동안 이것 때문에 바빴던 거야?”그의 시선을 따라 그녀는 책상 위의 설계도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매일 이것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어요. 왜요?”그제야 그는 그녀가 너무 바빠서 자신을 소홀히 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한동안 계속 엉뚱한 생각을 했던 남자는 그 이유를 알게 되고 나니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풀리기 시작했다. 지옥에서 다시 하늘로 올라간 기분이 들었고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이 수상하여 이유를 물어보려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몸이 붕 뜨게 되었다. 남자의
그녀는 혼수를 위해 필사적으로 일을 했지만 아무리 서둘러도 빨리 흘러가는 시간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쓰러지기 일보 직전에 겨우 8장의 설계도만 마무리해서 심이준한테 건네줬다.“얼른 가지고 가서 제출해요. 돈 받아오는 거 잊지 말고요.”심이준은 책상에 앉아 사과를 먹으며 돈만 밝히는 서유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혀를 찼다. “엄청 부자인 남자랑 결혼하게 되었는데 왜 이렇게 악착같이 돈을 벌어요?”만약 그가 부잣집 여자한테 장가를 든다면 설계도는 고사하고 황금 펜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여자 덕 보고 잘 먹고 잘살 수 있는데 뭐 하러 설계도를 그려?책상에 엎드려있던 서유는 다음 프로젝트의 자료를 넘겨보며 맥없이 입을 열었다.“이준 씨, 혼수는 준비해야 할 거 아니에요...”가족이 없는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위해 이것들을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그녀를 위해 성대한 결혼식을 준비했으니 그녀 또한 남부럽지 않게 혼수를 준비해 가고 싶었다. 멋지게 시집갈 생각에 서유는 눈빛을 반짝거리며 심이준의 호주머니를 빤히 쳐다보았다.“이준 씨, JS 그룹에서 입금한 200억 말이에요. 이준 씨가 30%의 몫을 가져갔으니 지금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 것 같은데. 좀 빌려 줄 수 있어요?”심이준은 바로 호주머니를 감쌌다.“나한테 돈 빌릴 생각 하지 말아요. 나한테 부족한 건 돈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나처럼 가난한 사람한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건 날 너무 과대평가한 거 아닌가요?”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손에서 사과를 낚아챘다.“싫어요? 그럼 우리 집 사과 먹지 말아요.”사과를 먹지 말라고 하면 귤을 먹으면 되잖아.그의 손이 탁자 위에 놓인 과일 쟁반으로 향하자 그녀는 잽싸게 과일 쟁반을 들어 한쪽에 놓아두었다.최근에 정가혜가 입양한 반려동물 퍼그는 서유한테 달라붙는 걸 좋아했다. 그녀가 과일 한 접시를 내려놓자 퍼그가 달려와 그 위의 과일들을 모조리 핥아버렸다.귤은 껍질만 벗기면 그래도 먹을 수 있을 거야.구역질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먹
서유는 경호원들에게 케이시를 놓아주라고 한 뒤 그를 거실로 안내했고 노현정에게커피 한 잔을 부탁했다.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동작과 표정이 모두 지현우와 비슷했지만 유일하게 다른 점은 한 쌍의 눈이었다. 지현우의 눈은 어둡고 날카로웠지만 케이시의 눈은 근심 걱정이 없는 사람처럼 담담하고 여유가 있어 보였다.두 사람은 모두 쿨한 면이 있어 보였지만 말투가 완전히 달랐고 지현우보다 케이시가 더 젠틀한 것 같았다.그녀는 그를 자세히 훑어본 뒤 자리에 앉아 그에게 물었다.“무슨 일로 날 찾아온 건가요?”케이시는 대답을 서두르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녀의 뒤에 서 있는 수십 명의 여자 경호원들을 쳐다보았다.그러고는 식탁에 앉아 사과를 들고 맛있게 먹으며 자신을 훑어보고 있는 이상한 남자도 한번 쳐다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서유에게로 향했다. 긴장한 듯한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온화한 그의 얼굴에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 “서유 씨, 긴장하지 말아요. 난 그저 우리 딸 연이의 행방에 대해 물어보려고 온 겁니다.”그의 딸이라니... 정말 그의 딸이란 말인가? 궁금한 게 많았지만 서유는 꾹 참고 사실대로 대답했다.“연이는 현우 씨가 데리고 있어요.”지현우가 그의 손에서 연이를 빼앗아 갔는데 그가 연이의 행방을 모른다고? 나한테 그걸 물어보려고 왔다니?케이시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서유를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은색 안경을 살짝 건드리며 입을 열었다.“지현우가 딸아이를 데려가기 전에 8개월 후에 딸아이를 돌려주겠다고 나랑 약속했었어요.”“이제 그 약속 기한이 다 되었는데 난 지현우를 찾을 수 없게 되었죠. 그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나요?”그 말에 서유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현우가 연이를 해칠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던 건지? 아니면 지현우가 연이를 해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리 기한을 정한 것인지? 그녀는 궁금증 투성이었지만 젠틀해 보이면서도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이 남자를 믿을 수가 없었다. “왜 나한테
서유가 보기에 지현우는 케이시의 연적이었다. 근데 그런 사람한테 자신의 딸을 8개월 동안이나 보낸다고? 이게 말이 돼?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머뭇거리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아이들은 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 정이 든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왜 8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한 거예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 안 해봤어요?”그는 그녀가 이렇게 물을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이렇게 긴 기한을 정한 건 솔직히 사심이 있어서입니다. 난 연이가 지현우와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랐거든요. 초희가 이 세상에 남겨둔 딸이 있다고 그한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연이를 봐서라도 초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그리고 그 자신을 놓아주기를 바랐죠. 그럼 다시는 나와 연이를 방해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서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연이와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가 정이라도 들어서 연이를 돌려보내지 않으면요?”그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초희의 유언 때문이라도 그는 반드시 연이를 돌려줄 겁니다.”그 말을 듣고 서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가 유언을 남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지난번에 자살 시도를 했던 걸까?언니에 대한 지현우의 집착으로 봐서는 언니의 유언을 위해서라도 그는 악착같이 살려고 했을 것이다. 이승하에게 쫓기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지난번에는 스스로 그들을 찾아왔었다. 그가 자살하기 전, 끝내 말하지 않았던 답을 생각하며 서유는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김초희인지 서유인지 구분할 수 있어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구분할 수 없어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답을 찾지 못한 서유는 고개를 들어 케이시를 쳐다보았다.“언니의 유언이 뭔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나요?”케이시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미안하지만 초희가 신신당부했거든요. 그 영상은 지현우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고.”유언이 몇 마디가 아니라 동영상이라고?동영상이라면 그건 분명 언니의 영상일 것이다.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