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가 보기에 지현우는 케이시의 연적이었다. 근데 그런 사람한테 자신의 딸을 8개월 동안이나 보낸다고? 이게 말이 돼?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머뭇거리다가 끝내 입을 열었다.“아이들은 오랜 시간 함께 있으면 정이 든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왜 8개월이라는 기한을 정한 거예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생각 안 해봤어요?”그는 그녀가 이렇게 물을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이렇게 긴 기한을 정한 건 솔직히 사심이 있어서입니다. 난 연이가 지현우와 많은 시간을 보내길 바랐거든요. 초희가 이 세상에 남겨둔 딸이 있다고 그한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연이를 봐서라도 초희와 관련된 모든 것을 그리고 그 자신을 놓아주기를 바랐죠. 그럼 다시는 나와 연이를 방해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서유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연이와 오랜 시간 함께 지내다가 정이라도 들어서 연이를 돌려보내지 않으면요?”그가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초희의 유언 때문이라도 그는 반드시 연이를 돌려줄 겁니다.”그 말을 듣고 서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가 유언을 남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지난번에 자살 시도를 했던 걸까?언니에 대한 지현우의 집착으로 봐서는 언니의 유언을 위해서라도 그는 악착같이 살려고 했을 것이다. 이승하에게 쫓기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을 텐데 지난번에는 스스로 그들을 찾아왔었다. 그가 자살하기 전, 끝내 말하지 않았던 답을 생각하며 서유는 점점 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김초희인지 서유인지 구분할 수 있어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구분할 수 없어서 자살을 선택한 것일까?답을 찾지 못한 서유는 고개를 들어 케이시를 쳐다보았다.“언니의 유언이 뭔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나요?”케이시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미안하지만 초희가 신신당부했거든요. 그 영상은 지현우에게만 보여줄 수 있다고.”유언이 몇 마디가 아니라 동영상이라고?동영상이라면 그건 분명 언니의 영상일 것이다. 그녀는
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을 비난하기 위해 그가 이런 옛날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자세히 케이시를 훑어보았다. 겉으로는 쿨하고 태연한 사람인 것 같아 보여도사실은 지현우보다 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았다. 케이시의 속마음을 간파하지 못한 그녀는 그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그의 말 속에 담긴 메시지를 근거로 케이시에게 되물었다.“현우 씨밖에 모르던 언니가 왜 갑자기 당신을 선택한 건가요? 그리고 현우 씨는 왜 감옥에 갇히게 된 거죠?”서유가 이렇게 지현우의 편을 들 줄 몰랐던 케이시는 경계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미안하지만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렸다.“왜죠?”그가 커피를 내려놓고는 손을 맞대고 진지하게 대답했다.“당신은 지현우의 사람이니까요. 미안합니다.”말을 마친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 쪽으로 걸어갔고 그녀는 급히 그를 불러세웠다.“잠깐만요.”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서유를 돌아보는데 경계에 가득 찼던 그의 눈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그저 담담한 모습이었다. “또 무슨 일입니까?”서유는 그에게 다가가 우뚝 솟은 케이시를 올려다보며 해명했다.“난 현우 씨의 사람이 아니에요. 언니의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많지 않아서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를 뿐이에요.”지현우도 김초희가 10년 동안 그를 쫓아다녔다고 했고 케이시도 김초희한테는 지현우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런 그녀가 케이시를 선택했다는 게 서유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사람만 바라본 여자가 그렇게 쉽게 마음이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현우가 그전에 언니한테 상처 준 것이 아니라면 쉽게 사랑했던 사람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 이유와 속사정에 대해서 서유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래서 누구의 말 한마디 때문에 쉽게 누구를 믿거나 믿지 않는 일은 안 하기로 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케이시는 눈빛이 점차 부드러워졌다.“서유 씨, 언니가 날 선택한 건 지현우
“이모...”연이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서유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며 물었다.“연이, 이모 안 보고 싶었어?”“보고 싶었어요.”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휴대폰을 위로 들어 뒤쪽을 돌았다.그러고는 얼굴을 화면 가까이에 대고 앙증맞은 손가락을 입 쪽으로 가져다 대며 낮게 속삭였다.“이모, 현우 삼촌이 나 데리고 묘원으로 왔는데요 여기서 이모 사진을 봤어요. 그런데 삼촌은 그게 이모가 아니라 엄마래요. 이모, 땅속에 있는 사람 정말 우리 엄마예요?”연이는 큰 눈을 깜빡거리며 화면 속에 있는 서유를 바라보았다.순진무구한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서유는 순간 심장이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연이를 안쓰러워하는 마음에서 이런 것인지, 아니면 이 심장 주인인 언니가 딸 얼굴을 보고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가슴이 무척이나 아팠다.그녀는 손을 들어 심장 쪽을 꾹 누르며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에게 말했다.“삼촌이 거짓말 하는 거야. 믿지 마.”연이는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안심한 듯 입꼬리를 위로 올렸다.“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는 지금 천국에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연이가 5살이 되는 해에 엄마가 나 보러온다고도 했고요. 물론 5살 생일 때 안 왔지만... 언젠가는 연이 보러 올 거라고 믿어요.”서유는 애써 웃음을 지으며 연이에게 물었다.“연이야, 혹시 천국이 어떤 곳인지 알아?”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게 말했다.“그럼요. 아빠가 말해줬어요. 천국은 천사처럼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고요. 또 예뻐야만 갈 수 있다고 했어요.”연이는 예쁜 것을 떠올리다 문득 얼마 전에 봤던 영화배우보다 더 예쁘고 잘생긴 아저씨의 얼굴이 떠올랐다.아이는 조지에게서 그 멋있는 아저씨가 이모의 남자친구라는 얘기를 들었던 터라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서유를 바라보았다.“이모, 이모 곧 있으면 이모 남자친구랑 결혼할 거죠? 그러면 이모도 나중에 이모 남자친구처럼 잘생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거예요?”연이는 잔뜩 흥분했는지
서유는 꾹 참았던 눈물을 결국 떨구고야 말았다.아무것도 모르는, 그저 순진무구한 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이 아이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연이는 서유가 눈물을 흘리자 얼른 휴대폰을 가까이하며 입술을 화면에 가져다 댔다.“이모 울지 마세요. 다음부터 절대 이모 속상하게 하는 말 안 할게요...”서유는 아직 어린 주제에 다른 사람 기분부터 생각하는 아이를 보며 가슴이 미어질 지경이었다.그녀 역시 부모가 없었기에 어릴 때부터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예민하고 항상 사람들의 기분부터 살피고 행동했다.그런데 설마 연이도 그녀와 똑같이 그 어린 나이에 눈치부터 볼 줄이야...서유는 연이가 커서 자신처럼 담도 작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는 그런 아이로 자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연이야, 앞으로 이모 앞에서는 하고 싶은 말 절대 숨기지 말고 다 해. 눈치 볼 필요 없어. 알겠지?”연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에게 말했다.“그럼 이모도 이제 울지 마세요.”“그래 알겠어.”서유는 손으로 눈물을 전부 닦아냈다.“연이야, 지금 어디 있어?”연이는 휴대폰을 들고 카메라를 전환해 정확하게 묘원 아래의 집을 가리켰다.“저기 작은 집에 있어요.”그 작은 오두막집은 지현우가 이곳에서 살겠다며 특별히 현지인에게 지으라고 한 집이었다.연이는 이곳이 싫었다. 매일 밤 귀신 우는 소리 같은 것이 들려 놀라서 깬 횟수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만약 조지마저 없었더라면 진작에 탈출을 시도했을 것이다.서유는 지현우가 아이를 데리고 묘원 아래서 산다는 것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연이야, 이모가 조지 삼촌이랑 얘기하고 싶은데 휴대폰 좀 가져다줄래?”연이는 손으로 잔디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종종걸음으로 나무 아래에 있는 조지 앞으로 다가갔다.“할아버지, 이모가 얘기하고 싶대요.”조지는 두 눈을 천천히 뜨고 한 손으로 휴대폰을 건네받더니 다른 한 손으로 연이의 빵빵한 배를 콕 찔렀다.“이제 40세밖에 안 됐다니까 자꾸 할아버지래. 아
서유는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한 끝에 결국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이런 불안한 상태에서는 대개로 틀린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컸기에 일단 냉정해지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볼 생각이었다.서유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돌아가려는 그때 1m 90 정도 되는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남자는 검은색 외투 안에 흰 셔츠를 입고 있었고 단추가 세 개 정도 풀어 헤쳐져 있어 섹시한 쇄골이 여실히 드러났다.검은색 하의는 그의 탄탄한 엉덩이와 적당히 근육 잡힌 다리를 찰싹 감싸고 있었다.빛을 등지고 있는 탓에 남자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온몸으로 뿜어내는 한기 때문에 실내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심슨’을 안고 우유 적적하게 귤을 까먹던 심이준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추워?”그는 강아지의 온기를 느끼려고 심슨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그러자 심슨이 발버둥을 치며 그의 품에서 벗어나더니 짧은 다리로 금세 부엌 쪽으로 달려갔다.심이준은 빵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아지를 보더니 혀를 찼다.“제대로 안아보게도 못하게 하지 아주. 나랑 같은 성을 가졌으면서.”팔짱을 끼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던 그때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더니 이내 누군가의 실루엣이 책상 유리면에 비쳤다.심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 실루엣의 주인을 바라보았다.“이, 이 대표님?!”그는 빛을 등진 채 있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저도 모르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어색하게 굳은 입꼬리를 애써 위로 올렸다.“이 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이 남자가 대체 왜 여기 있는 걸까?!이승하는 시선을 아래로 내려 그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그건 내가 해야 하는 말 아닌가요?”“...”심이준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이제야 정가혜의 집에서 며칠을 무단 취식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모양이다.“하하, 이것 참. 이곳 역시 이 대표님 구역이었죠? 바로 물러나겠습니다. 그럼 이만!”심이준이 과일이 든 접시를 들고 문밖으로 도망가
서유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은근하게 물었다.“내가 어떻게 해야 기분이 풀리려나?”잔뜩 삐진 이승하는 고개를 위로 들면서 흥하고 말했다.“그런 건 풀어주는 쪽이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서유는 그의 모습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런 이승하의 모습도 그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서유는 두 손을 들어 그의 목 뒤에 걸었다. 그러고는 발꿈치를 들어 그의 입가에 가볍게 뽀뽀했다.“풀렸어요?”이승하의 눈이 잠깐 흔들렸지만 다시 정신을 다잡고 이 정도로는 안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니.”서유는 그의 목을 감싸던 손을 풀고 서서히 그의 어깨를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이승하의 셔츠를 지나 벨트 쪽에서 손을 멈췄다.그녀는 몇 초간 가만히 있더니 곧바로 벨트를 풀어버렸다. 그러고는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려는데 이승하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뭐 하는 거야?”서유는 다시 한번 발꿈치를 들어 그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더니 나지막이 되물었다.“뭐 하는 것 같은데요?”뜨거운 입김이 귓가에 퍼지자 남자의 몸이 긴장하더니 줄곧 도도하던 그 눈이 점차 예쁘게 풀어졌다.이 여자는 여우가 따로 없었다.이승하는 시선을 내려 서유가 핑크빛 입술을 달싹이는 모습을 보더니 완전히 두손 두발을 들었다.그는 두 손을 그녀의 허리에 가져가고 단숨에 자신의 몸 가까이 그녀를 끌어안았다.제대로 건드려진 남자를 당해낼 여자는 없었다. 서유는 지금 그의 거친 키스를 받으며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그만 놓아달라고 흐느끼는 소리에 이승하는 그제야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건드릴 땐 언제고 왜 그만하래?”이 말을 건넬 때 그의 입술은 아직 서유의 입술 위에 있었다. 그는 그녀의 입술을 살살 깨물며 애간장을 태웠다.서유는 그와 닿은 모든 곳이 전류가 흐르듯 찌릿찌릿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그녀는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져서 자신을 벽에 몰아세우는 남자를 향해 힘겹게 말을 뱉었다.“나, 나 요즘 몸이 피곤해서 못 할 것 같아요.”
서유는 그가 신경 쓰는 포인트가 지현우라는 사실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저기요, 이승하 씨, 아무나 다 질투하면 어떡해요?”소파에 앉은 남자는 여전히 잔뜩 굳은 얼굴로 조금도 표정이 풀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맑고 투명했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조금 서려 있었다.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그를 보더니 맞은편에 앉은 서유도 서서히 입가의 웃음을 거두어들였다.“지현우와 연락한 적은 없어요. 아까 조지랑 통화할 때 갑자기 끼어들어서 케이시한테 자신들이 지금 묘원에 있다는 것을 얘기해주라고 한 마디 한 게 다예요.”솔직하게 얘기하면 이승하도 표정을 푸리라 생각했지만 그는 여전히 복잡미묘한 표정이었다.서유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가더니 손을 들어 그의 얼굴을 매만졌다.“승하 씨, 왜 그래요?”조심스럽게 다가오는 그녀의 손길에 이승하의 표정이 점차 풀어져 갔다.“아무것도 아니야.”그는 서유를 자신의 옆에 앉힌 다음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네가 누군지 제대로 구분했어, 지현우가?”만약 지현우가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다면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김초희인 것이 된다.그런데 만약 지현우가 제대로 구분했다면 그때는... “아직은 잘 구분하지 못하지 않을까요?”서유도 지현우가 어떤 상태인 건지 몰라 아무것도 확신하지 못하는 눈치였다.그 모습에 이승하는 어쩐지 마음이 조금 놓이는 것 같았다.차라리 이대로 계속 모르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이승하는 케이시의 명함을 다시 서유에게 건네주었다.“검사 결과 받아보고 나서 결정해.”서유는 명함을 받아들고 고개를 갸웃했다.“무슨 검사 결과요?”“지현우와 연이의 친자확인검사 결과.”서유가 그 말에 어리둥절한 그때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멀지 않은 곳에 대기 중이던 경호원 한 명이 휴대폰을 꺼내 들고 이승하에게 다가와 건네주었다.“대표님, 택이 씨 전화입니다.”이승하가 통화버튼을 누르자 전화기 너머로 택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결과 나왔습니다.”“얘기해 봐.”택이는 옆에 있는 남자를
서유는 결과를 확인하고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처음부터 연이가 지현우의 아이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었으니까.이제 검사 결과가 확실히 눈앞에 놓였으니 역시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생각만 강렬하게 들 뿐이었다.연이는 지현우의 딸이다. 그 말은 언니는 애초부터 지현우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지현우는 줄곧 애꿎은 상대를 원망해왔던 것이다.그리고 케이시는 연이가 지현우의 딸인 것을 뻔히 알면서 그에게 알리지 않았고 연이는 자기 딸이라고 거짓말까지 했다.언니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언니가 남기고 간 딸이라도 소유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니면 지현우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유가 한창 고민하고 있을 때 이승하가 경호원에게 손짓했다.“자료.”경호원은 빠르게 별장을 나가 차에서 자료 파일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이승하는 그 파일을 받지 않고 서유에게 시선을 주었다. 경호원은 곧바로 그 뜻을 알아채고 서류를 서유에게 건넸다.“사모님, 이건 지현우와 김초희 씨 관련 자료입니다.”“네, 고마워요.”서유는 파일을 건네받고 안에 있는 자료를 꺼내 자세히 바라보았다.“사실 이 자료, 며칠 전부터 이미 가지고 있었던 건데 유전자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아서 여태 얘기 못 했어.”이승하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들려왔다.서유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고마워요, 승하 씨.”이승하는 지현우 때문에 그토록 상처를 받고도 그녀가 원하는 일이라 개인적인 감정은 뒤로하고 바로 조사를 해주었다.게다가 이렇게 자료를 받아놓고 또 사람을 시켜 지현우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다시 한번 친자 확인 검사를 하게 했다. 자신의 언니는 절대 지현우를 배신할 리가 없다는 서유의 말 하나 때문에. 그리고 그녀의 그 믿음에 어떠한 의미가 담겨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이승하는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고맙다는 인사는 됐어. 저녁에 배로 갚아주기만 하면 되니까.”그의 행동에 감동받았던 서유는 그 말 한마디에 금세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어떻게 감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