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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말을 마친 이승하는 자리를 떴다.

화가 잔뜩 난 이태석은 온몸을 떨고 있었고 지팡이를 짚은 채 이를 갈았다.

“이승하, 내 말 듣지 않으면 언젠가는 후회하게 될 거다.”

남자는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이태석을 힐끗 쳐다보았다.

“진작부터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그 여자랑 일찍 결혼하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편, 옆에 있던 이지민은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말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고는 응원의 손짓을 보냈다.

“오빠, 난 오빠 응원해요.”

그러나 그녀한테 돌아온 건 이승하의 눈빛이 아니라 이태석의 싸늘한 눈빛이었다.

“다섯째야, 딸아이 관리 좀 잘하거라.”

다섯째 아들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딸아이의 손을 잡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애들 일에 더 이상 상관하지 마세요.”

나이가 들어도 왜 이리 이것저것 다 참견하는 건지? 예전에 자식들의 결혼에 대해 그리 간섭하더니만 이젠 하다 하다 손자의 결혼까지 간섭하려고 하다니...

정을 주지 말라고 그리도 입에 달고 사시더니 그동안 정 하나 없는 노친네가 손주보다 더 잘한 게 뭐가 있다고? 어쩌면 손주보다도 뒤떨어졌을지도 모른다.

다섯째 아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보고 이태석은 그 충격에 기절할 뻔했다.

보자 보자 하니까 이것들이 나한테 반항을 해?

이태석은 가슴을 움켜쥐고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다.

그가 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승연의 아버지만이 그 옆에서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이태석은 그래도 둘째 아들이 효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것들은 모두 불효자라고 생각했다.

이승연의 아버지, 그의 이름은 이석훈이다. 그가 병상 앞에 앉아 눈살을 찌푸린 채 이태석을 쳐다보았다.

“아버지, 제가 이리 남은 건 아버지한테 진심으로 드릴 말씀이 있어서입니다.”

침대 머리맡에 기대 앉아 물 한 모금 마시던 이태석은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날 설득할 생각이라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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