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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송사월은 수중의 계약서를 내려놓고 담담하게 웃었다.

서유는 그런 그의 얼굴에서 문득 어린 시절 교실 제일 뒤편에 앉아 한 손을 책상 위에 올린 채 창밖으로 지나는 그녀를 바라봤던 소년이 떠올랐다.

그 시절 그는 꼭 지금처럼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으며 어린 나이치고는 언뜻 진중한 느낌도 있었다.

두 사람은 어릴 적의 아쉬움을 달래듯 한참을 더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시간이 얼마간 지났을 무렵 송사월이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 손목시계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린 그의 눈에 더 이상의 미련은 없어 보였다.

“이따 4시 15분 비행기로 나는 이곳을 떠나 부산으로 돌아갈 거야.”

서유는 여전히 죄책감 가득한 표정을 짓다가 그의 초연한 얼굴을 보고는 하고 싶은 말을 삼켜버렸다.

그녀는 마치 그 시절 경기하는 그를 보내듯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조심히 가.”

송사월은 계약서를 쥔 손에 힘을 주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서유야, 혹시 4시 15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기억해?”

서유는 잠시 고민하다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송사월은 꽉 쥔 손을 풀고 쓸쓸한 얼굴로 몸을 돌려버렸다.

서유는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휠체어 바퀴 소리가 병실 문 쪽까지 도달했을 때쯤에야 17살이었던 그 시절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송사월은 꽃을 들고 그녀에게 고백했었다.

“서유야, 내가 너한테 고백한 시간은 4시 15분이야. 이 시간 꼭 기억해.”

“응, 영원히 안 잊을게.”

4시 15분은 17살의 송사월이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시간이었다...

서유는 고통을 참으며 병상에서 몸을 일으켜 송사월을 향해 외쳤다.

“미안해. 내가 다 잊어버려서 미안해...!”

그 말에 송사월은 휠체어를 멈추었다. 하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

“괜찮아. 나만 기억하고 있으면 돼.”

서유의 눈물이 다시금 떨어지기 시작했고 등이 찢기는 듯한 고통에 식은땀도 미친 듯이 흘렀다.

“사월아, 우리 다시 만날 수 있는 거지?”

이제껏 잘 참아왔던 눈물이 이 순간 그의 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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