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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작가: 재인
강하리가 주먹을 꽉 쥐었다.

가슴속에서 모든 감정이 북받쳐올라 뒤엉켰다.

하지만 그녀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 구승훈이 물러났다.

그러더니, 강하리를 이끌고 호텔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 들어갔다.

이윽고 구승훈이 멈춰선 한 방 앞, 강하리가 움찔했다.

그건 다름아닌 그녀가 묵고있는 방이었다.

“설마 프런트 직원과 짜고친 거예요?”

구승훈이 웃으며 카드키를 가져다 댔다.

띠리릭!

경쾌한 울림과 함께 문이 그대로 열렸고, 구승훈이 굳어진 강하리를 이끌고 방 안에 들어섰다.

강하리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 내 방에서 나가요!”

“왜 이래. 네가 들어와서 자라고 했잖아.”

물고 늘어지기를 시전하는 구승훈.

대답 대신, 침대 머리맡에 놓였던 베개가 날아왔다.

웃으며 베개를 받아쥔 구승훈이 도로 침대에 놓으며 말했다.

“소파에서 잘게.”

“아닙니다. 내가 나갈게요 내가 나가.”

돌아서서 나가려는 강하리를 구승훈이 다시 잡았다.

“급하긴. 털끝 하나 안 건드린단 약속, 아직 유효하다고.”

차라리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라.

강하리가 불신과 분노로 찬 눈길로 구승훈을 노려보았다.

“그냥 옆에만 있고 싶을 뿐이야. 물론-.”

길게 말을 늘여뜨린 구승훈이 반 박자 쉬었다가 은근한 말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원한다면 오늘 밤 이 몸을 너한테 줄 수도 있고.”

얼굴이 확 달아오른 강하리. 애꿎은 베개가 다시 허공을 가로질러 구승훈에게 날아갔다.

“이 변태가! 꺼져!”

“농담이야 농담.”

가볍게 다시 베개를 받아쥔 구승훈.

“나 이 옆 방이야. 열두 시까지만 여기 있으면서 너랑 보름달 보다가 사라져 줄게. 응?”

강하리의 의심의 눈초리가 잔뜩 치켜올랐다.

“정말 방 예약한 거예요?”

증명이라도 하듯, 구승훈이 카드키 하나를 또 꺼내들었다.

“씻고 올게. 기다려.”

강하리의 대답이 나오기도 전, 구승훈이 방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그 통에 강하리의 목구멍까지 차 올랐던 “아니 됐어요”가 갈 길을 잃고 입가에서 맴돌았다.

벙찐 얼굴로 구승훈이 사라진 문을 바라보던 강하리가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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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고 말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신경이 쓰였다.강하리는 살짝 한숨을 쉬었다.“꼭 해야 하는 건 없어. 이미 했으면 후회하지 마.”손연지는 갑자기 눈물이 나 강하리를 껴안고 울었다.“그냥 그 아이한테 너무 미안해.”강하리는 손연지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너무도 잘 알기에 부드럽게 토닥여주었다.뭐라 해도 그녀의 아이였다.자신이 어쩔 수 없이 첫 아이를 지웠을 때처럼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를 잊을 수 없었다.“앞으로 또 낳을 수 있어. 하지만 그러려면 적어도 지금은 감정을 추슬러야 해. 아니면 어른도 아이도 고통스러울 거야.”강하리가 조용히 한마디 하자 손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닦았다.무슨 말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휴지가 그녀의 손에 건네졌고 연정이는 손연지를 잡고 일어서더니 휴지를 들고 얼굴에 마구 문질렀다.손연지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방으로 돌아온 강하리가 침대에 리시안셔스가 가득한 걸 보고 걸음을 멈칫했고 연정이는 침대의 꽃밭에 신나게 몸을 던졌다.구승훈이 문 앞에 서서 혀를 찼다.“밤새워 준비한 건데.”말은 그렇게 해도 목소리에 애정이 가득했고 말을 마친 그도 꽃밭에 뛰어들어 연정이와 장난을 쳤다.한동안 방 안에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고 잠시 후 연정이는 마침내 지쳐서 졸기 시작했다.강하리가 아이를 씻겨주고 달래서 재우는데 잠든 연정이를 본 구승훈은 강하리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고 강하리는 깜짝 놀랐다.“그만해! 연정이 깨겠어.”하지만 구승훈은 그녀를 문에 바짝 밀착시켰다.“사모님, 오늘이 우리 첫날밤인데.”남자의 숨결이 순식간에 그녀를 감쌌고 강하리의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발끝으로 서서 구승훈의 입술에 키스를 했지만 그저 키스만 하고 바로 떠날 생각이었는데 구승훈은 그녀가 입술을 떼기도 전에 갑자기 큰 손으로 그녀의 목뒤 쪽을 잡고 격렬하게 키스를 퍼부었다.잠깐 욕실에는 거친 숨소리와 강하리의 귀에 요란하게 들리는 심장 박동 소리만 남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9화

    심씨 가문에서 나왔을 때 하늘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강하리는 연정이를 안은 채 다소 넋이 나가 있었다.엄마가 살아 계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그녀가 결혼하는 모습을 엄마가 봤다면 얼마나 좋을까.강하리는 마음이 아팠다.심미현은 그토록 이 관계를 지켜주려 했지만 결실을 맺는 걸 보지 못했다.“무슨 생각해?” 구승훈이 갑자기 물었다.“아무것도 아니야.”이렇게 말하면서도 강하리는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고 구승훈은 황급히 차를 옆에 세웠다.그는 휴지를 꺼내 그녀의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주면서 아무 것도 묻지 않고 그저 울게 내버려뒀다.마침내 강하리는 구승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연정이는 강하리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작은 입을 삐쭉거리더니 덩달아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한동안 어른과 아이의 울음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고 구승훈이 강하리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만 집중하자 강하리가 알아서 휴지를 뽑았다.“연정이 좀 달래줘.”구승훈은 혀를 찼다.“얘 남편이 아니라 나보고 달래라고? 우리 아내가 질투할까 봐 무서운데.”“좀 진지할 수는 없어?”그래도 구승훈의 말 덕분에 무거웠던 마음이 가벼워졌고 그녀는 눈물을 닦은 후 연정이를 꼭 안았다.연정이도 여전히 눈물이 맺혀 있었지만 강하리에게 안기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강하리의 눈물을 집요하게 닦아주었다.강하리는 순간 마음이 시큰거렸다.울어선 안 된다.이젠 엄마가 없지만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엄마, 나에겐 가족이 생겼어.”엄마가 마음속으로 속삭이며 손을 들어 연정이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행복할 거다.손연지는 연정이를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했고 연정이도 낯을 가리지도 않는지 그녀를 보며 뭐라고 옹알이를 했다.하얀 얼굴에 큰 눈이 환하게 빛나고 작은 코는 차 안에서 울어서인지 아직 약간 분홍빛을 띠며 말할 때는 입안의 작은 이빨 몇 개가 슬쩍 보였다.손연지는 사랑스러움에 녹아내릴 것 같았다.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있지?아이가 이렇게 예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8화

    개자식, 항상 중요한 것만 말하지 않는다.하지만 강하리도 더 묻지 않았다.구승훈이 뭘 하든 그녀를 해칠 일은 없다고 믿었으니까.강하리는 휴대폰 속 영상 아래 적힌 글을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난 후 이렇게 말했다.“구승훈, 난 두렵지 않아.”멈칫한 구승훈은 그 말의 의미를 너무 잘 이해했다.그녀는 두렵지 않다고 했다. 영상이 폭로되는 것도, 남들이 수군거리는 것도.그러니 진시연의 한 마디 협박 때문에 물러서지 말라는 뜻이었다.“우리는 당당하게 서로 사랑하는데 왜 그 여자를 무서워하겠어?”강하리는 구승훈을 바라보았고 그 아름다운 눈동자엔 온통 남자의 모습만 비치고 있었다.구승훈은 마음속이 타들어 가는 듯 뜨거운 고통을 느꼈다.분명 그를 선택하지 않았다면 누구와 결혼했든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녀는 자신을 위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여기서 어떻게 물러서겠나.진시연이 앞으로 또 어떤 수작을 부리든 그저 강하리만 지키면 그만이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구승훈이 무기력한 웃음을 내뱉었다.“그럼 지금 혼인신고 하러 갈까?”필요한 서류는 일찌감치 준비해 놓았다.사진을 찍고, 서류를 작성하며 10분 만에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마쳤고 구청을 나오는 강하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강 대표님, 그렇게 행복해?”강하리가 그를 흘겨보았다.“앞으로 얌전히 살아. 유부남이라는 것 잊지 말고.”구승훈은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네, 사모님.”문득 강하리의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한때는 영원히 가질 수 없는 호칭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이제 진짜로 구승훈의 아내, 사모님이 되었다.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을 때 강하리의 휴대폰이 울렸고 전화기 너머 심준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리야, 오늘 집으로 와.”강하리는 막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다. 연정이를 본 지 이틀이 지났기 때문에 정말 보고 싶었는데 심준호가 특별히 당부하자 문득 마음이 조금은 불안해졌다.“삼촌, 무슨 일 있어요?”심준호는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7화

    구승훈은 눈앞에 나타난 강하리를 바라보며 문득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가 밤낮으로 결혼하길 고대하던 여자가 지금은 마치 그에게 최후통첩을 내리는 것 같았다.감히 거절하기만 하면 평생 후회하게 만들겠다는 듯이.강하리는 책상 뒤에 앉아 미소를 짓는 남자를 바라보면서 가슴이 아릿할 정도로 화가 나서 무심코 책상 위에 있던 물건을 집어 들어 구승훈에게 내리쳤다.구승훈은 깜짝 놀라 황급히 피했고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강하리의 눈은 이미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날 이렇게 가지고 노는 게 재밌어?”구승훈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굳어지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미안해.”그가 손을 뻗어 강하리를 끌어당기려고 했지만 강하리는 한 발짝 물러섰다.자신과 구승훈 사이엔 너무도 많은 우여곡절과 아쉬움이 있었기에 하루빨리 그들 관계를 확정 짓고 남은 날들은 그저 아름답게만 보내고 싶었는데 늘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강하리가 피식 웃었다.“이젠 강요 안 해.”말을 마친 그녀가 돌아서서 문밖으로 걸어 나가자 구승훈은 관자놀이가 지끈거리며 서둘러 다가가 강하리의 손을 잡아끌었다.“가지 마, 내가 설명할게.” 남자는 무력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고 강하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아니에요. 강요하지 않을게요, 구 대표님. 억지로 가져봤자 좋을 것 없으니까.”구승훈의 입꼬리가 파들 떨리며 몸을 굽혀 그녀를 안고 사무실 의자에 앉힌 뒤 두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잡아 품 안에 가두었다.“일부러 약속 어긴 건 아니야. 먼저 처리할 일이 있었어.”강하리는 다음 말을 기다리는 듯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고 구승훈은 약간 복잡한 표정이었다.“문자를 하나 받았어.”강하리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그래서?”구승훈은 곧장 강하리에게 휴대폰을 건넸고 영상이 눈앞에서 재생되자 휴대폰을 잡은 그녀의 손이 떨렸다.이런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영상에서 그녀가 주해찬에게 한 말은 진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강하리는 피식 웃음이 났다.그토록 애정이 담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6화

    진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뭐라고요?”구승훈이 비웃었다.“진시연, 계속 그런 식으로 해. 빈털터리로 만들어 줄 테니까.”말을 마친 구승훈은 뒤돌아 떠났고 다시 JM 건물로 왔지만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휴대폰에는 강하리가 보낸 답장이 와 있었다.[알았어, 기다릴게.]구승훈은 피식 웃으며 갑자기 주먹으로 차를 내리쳤고 차의 경보음이 순식간에 도심 전체로 울려 퍼졌다.구승재는 정안 그룹 건물에서 황급히 내려와 구승훈의 곁에 다가간 뒤 그의 손에 주사를 건넸고 차에 돌아와 주사를 놓으며 구승훈은 미간을 꾹 눌렀다.“형수님이랑 혼인신고 하러 간다며? 왜 안 갔어?”구승훈은 묵묵부답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우선 영상을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낸 다음 마음 놓고 강하리와 혼인신고를 할 수 있었다.그 영상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았다.당시 강하리는 제정신이 아니었고 설령 그녀가 주해찬을 정말 사랑한다고 해도 그는 그녀를 곁에 두고 싶었다.하지만 강하리의 평판은 고려해야 했기에 남자의 눈이 섬뜩하게 번뜩였다.잠시 후 그는 나문빈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휴대폰 해킹 좀 해줘요.”강하리는 온라인에서 구승훈의 프러포즈를 본 순간부터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회사 직원들도 그녀를 보고 농담을 건네지 않을 수 없었다.그러던 중 구승훈이 보낸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입가에 번지던 미소가 조금 옅어졌다.강하리는 한참 동안 휴대폰을 바라보다가 구승훈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기다리겠다고 했지만 문득 그를 기다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적어도 오늘은 아니었다.강하리는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고 고개를 숙여 일을 처리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는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혼인신고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묻고 싶었지만 끝내 전화를 걸지는 못했다.아래층에 있는 남자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고 강하리는 씁쓸한 웃음을 터뜨리며 가슴이 답답했다.남자는 아래층에 있으면서 그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5화

    구승훈의 프러포즈는 온라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소란스러운 동시에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돌아간 기자가 JM 건물 아래에서 찍은 영상을 전부 인터넷에 올렸고 동시에 주해찬으로부터 받은 진시연과의 채팅 기록과 진시연이 주해찬을 찾아와 손을 잡자고 제안하는 녹취록도 있었다.영상과 채팅 기록이 공개되자마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고 여자에게 약을 먹이는 나쁜 행위에 원래도 치를 떨던 네티즌들은 진씨 가문 양딸이 친딸에게 그러한 짓을 했다는 것에 분노했다.진시연은 머리 검은 짐승이라며 양심이 없다고 욕하는 댓글을 보며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대체 왜?대체 왜 강하리는 프러포즈로 화제가 되는데 그녀는 욕이나 먹고 있는 걸까.대체 왜!진시연의 눈가에 잘 숨겨져 있던 증오가 터져 나왔다.구승훈이 정말 강하리와 주해찬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리가 없었다....가을바람이 점점 거세지고 있었고 리시안셔스도 바람과 함께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바스락거리는 단풍잎 사이로 한 남자가 꽃다발을 손에 들고 시선을 내린 채 길거리에 서 있었다.그가 강하리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갑자기 휴대폰에 메시지가 도착했고 여전히 가상 번호였다.구승훈의 얼굴에 가득했던 미소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내용을 클릭하니 안에는 강하리가 주해찬에게 나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있었다.그 아래에는 한 마디가 덧붙여져 있었다.[이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강하리와 결혼하지 마.]휴대폰을 쥔 구승훈의 손 마디가 하얗게 질렸고 짙고 검은 눈동자에는 무거운 분노와... 살기가 일렁거렸다.그는 나문빈에게 번호를 보낸 뒤 강하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일이 생겨서 혼인신고는 다음에 하자.]그렇게 말한 뒤 그는 포장된 꽃을 차에 던지고 시동을 걸어 진씨 가문을 향해 차를 몰았다.구승훈이 찾아오자 진시연의 눈에 놀랍고도 기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구승훈 씨, 무슨 일이에요?”구승훈은 굳은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와 목을 움켜쥐었다.“진시연,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4화

    “말도 안 돼. 우리 시연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해? 시연이는...”“주해찬 씨로부터 이미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습니다.”말을 마친 기자는 두 어르신을 향해 입술을 삐죽이며 자리를 떠났고 노부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무슨 말이야? 당신들 이 영상을 어디에 내보내려는 거야? 당신들...”이정숙이 기자를 따라잡기도 전에 기자와 카메라맨은 함께 차를 몰고 떠났다.이정숙은 화가 나서 발을 굴렀다. 만약 이 일이 알려지거나 인터넷에 영상이 공개되면 이시연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나.“태형이한테 전화해. 이 일이 알려지면 태형이도 망신당할 거야.”진강석이 서둘러 말하자 이정숙은 망설이지 않고 서둘러 진태형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진태형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전화를 받은 강하리가 서둘러 회사로 달려가는데 그녀가 도착하기도 전에 기자들이 먼저 와 있었고 기자 앞에서 말문이 막힌 진강석 내외를 보며 한참 후 그녀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누가 시킨 건지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구승훈 말고는 이렇게 할 사람이 있을까.강하리는 문득 이제 정말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걸 느꼈다.여전히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의 모든 안정감은 이 남자로부터 온다는 것을.마치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 앞에 굳건히 버티고 서 있어 줄 것 같았고 두 사람이 함께 있는 한 어떤 고통과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강하리는 운전대를 꽉 움켜쥐고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휴대폰을 꺼내 구승훈에게 전화를 걸었다.“강 대표님, 시키실 일이라도 있나?”시선을 떨군 강하리가 결심한 듯 말했다.“구승훈, 혼인신고 하러 가자.”전화기 너머 구승훈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그래.”그가 웃으며 답했다.“내가 데리러 갈 테니 기다려.”강하리는 구승훈과 통화를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문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하리야, SNS 봐!”강하리의 발걸음이 멈칫했다.“왜 그래? 또 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3화

    JM회사 아래층에서 늘 정교하게 치장하던 석미란은 지금 전혀 화장하지 않은 상태였다.창백한 안색에 피곤함을 감추기 어려웠지만 눈빛에는 증오가 가득했다.불과 며칠 만에 아들은 유치장에 들어갔고 남편은 해당 부문에서 조사받고 있다.멀쩡하던 가정이 여자 하나 때문에 파괴되었는데 이젠 그 여자에게 사과까지 해야 한다.석미란은 내키지 않았고 여전히 강하리가 미웠다.어디선가 튀어나온 잡종이 어느새 그녀의 머리 위로 기어오르고 있었다.석미란의 뒤에 서 있던 석연란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석미란과 석연란 외에도 진씨 가문 어르신 내외가 경호원 몇 명까지 대동하고 찾아와 열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함께 JM회사 입구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왜 아직도 안 와?”이정숙이 다소 짜증스럽게 물었다.원래는 곧장 심씨 가문으로 가서 강하리를 만나고 싶었지만 놀랍게도 강하리가 심씨 가문에 없어서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회사까지 찾아왔다.하지만 한 시간 넘게 기다렸지만 여전히 강하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이정숙의 말애 석씨 자매의 표정도 한층 더 일그러졌다.누가 봐도 강하리가 일부러 나타나지 않는 게 분명했다.“누구 앞에서 텃세를 부리는 거야!”이정숙의 얼굴이 차가워지면서 당장이라도 화를 낼 기세였고 진강석이 막 말을 하려는 순간 앞에 차 한 대가 멈춰 섰다.다들 강하리가 오는 줄 알았지만 차에서 내린 사람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다가올 줄이야.그들의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기자가 일행의 앞으로 다가왔다.“여러분들은 인터넷에서 강하리 씨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여기 계신 건가요?”그 말에 석미란의 표정이 확 바뀌었고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기자가 다시 물었다.“게다가 얼마 전에 강하리 씨 출신에 대한 루머를 퍼뜨려서 고소당해 법원까지 갔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석미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무, 무슨 헛소리에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 망할...”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석연란이 옆에서 끌어당겼고 석미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892화

    다시 입을 연 구승훈의 목소리가 살짝 갈라져 있었다.“자기야, 한 번만 더 불러봐. 응?”강하리의 표정이 어색함으로 물들었다.조금 전에는 몰랐는데 이제야 얼굴에 열기가 치솟는 게 느껴졌다.“내 남편이라고.”그녀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했고 구승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네 남편은 나잖아?”강하리가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를 바라보았다.“누가 나랑 결혼하면 그 사람이 내 남편이지.”구승훈은 홧김에 그녀를 콱 끌어안았다.“우리 강 대표님이 주방에서 하고 싶나 봐?”남자가 말하며 그녀의 옷 속으로 손을 뻗자 놀란 강하리가 순간적으로 몸부림을 쳤다.두 사람은 부엌을 난장판으로 만들었고 손연지가 내려와서 그 광경을 목격했다.그녀는 부엌에 있는 두 사람을 조용히 바라보며 말로 표현 못할 감정을 느꼈다.부러움?아마도 부러운 거겠지.하지만 사실 그녀는 강하리의 결단이 더 부러웠다.구승훈을 떠나기로 마음먹었을 때도 강하리는 망설임이 없었다.매번 노민우와 깨끗이 손절하려고 마음먹었어도 몇 번이나 다시 엮이고 타협하는 자신과 달리.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다.손연지는 마음이 답답했다. 사실 누구도 탓할 수가 없었고 탓하려면 결단력이 부족했던 자신을 원망할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심호흡한 뒤 마음을 추스르며 아래로 내려갔고 강하리는 손연지가 내려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구승훈에게서 떨어졌다.“연지야, 아침 뭐 먹을래?”손연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애정 행각에 이미 배가 불러.”강하리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밥 먹고 연정이 데리러 갈 거야.”손연지의 눈빛이 순식간에 밝아졌다.“좋아. 내가 연정이 선물도 챙겨왔어.”하지만 그다음 순간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그녀의 얼굴에 머금은 미소엔 씁쓸함이 섞여 있었다.강하리는 그걸 분명히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때론 본인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것들이 있다.지금 손연지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손연지를 돌봐주는 것뿐이고 손연지가 몸을 추스르고 나면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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