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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방 안에 다른 사람 있어?”

내 눈동자가 흔들렸다.

도유나는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강수빈, 당신 그 눈빛 뭐야? 혹시 내가 남자를 집에 끌어들였다고 의심하는 거야?”

“그런 뜻이 아니야. 하지만 방금 남자가 재채기하는 소리가 들려서...”

“그게 바로 그 뜻이잖아!”

도유나는 갑자기 격양된 목소리로 외쳤다.

“당신 내가 모를 줄 알아?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 의심했지? 안 그랬으면 방안을 샅샅이 뒤졌겠어?”

“안 뒤져본 곳이 없잖아. 어디에 더 숨길 수 있겠어?”

“옷장? 침대 밑? 아니면 커튼 뒤?”

“가서 봐, 내가 도와줄게!”

곧 도유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장을 열고 커튼을 힘껏 당기며 눈물을 머금고 나를 바라봤다.

“있어? 있냐고!”

도유나가 나와 함께한 후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당황한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게다가 실제로 아무도 찾지 못했으니 내 마음도 점점 흔들렸다.

“여보, 나...”

나는 도유나를 바라보며 죄책감에 가득 찬 표정으로 말했다.

“멈추지 마! 계속 찾아봐! 창문이라도 열어볼까?”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도유나는 계속 말했고 나는 급히 사과했다.

“여보, 내가 잘못했어. 내가 괜한 생각을 했어. 방금 전에 건 환청이었나 봐.”

하지만 도유나는 계속 나를 노려보며 눈물을 흘렸다.

“내가 결혼하고 나서 당신에게 미안한 짓이라도 한 적 있어? 그런데 날 의심해? 이게 남자야?”

눈물에 젖은 도유나의 모습을 보며 남아 있던 의심을 억누르고 달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엔 진짜 화가 난 듯, 도유나는 이불을 내던지고 문을 닫아 버렸다.

나는 이불을 안고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오해했으니 어쩔 수 없지.’

다음 날, 눈을 떴을 때 도유나는 이미 출근한 상태였고 거실 테이블 위에는 한 쪽지가 붙어 있었다.

[밥은 식탁 위에 있으니 알아서 먹어.]

나는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날 사랑해주고 있구나.’

동시에 마음속의 의심도 완전히 지우기로 했다.

도유나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의심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도유나가 준비한 아침밥을 먹고 헬스장으로 출근했다.

헬스장에 도착해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중, 옆 칸에서 두 남자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대충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은 우리 헬스장에 새로 온 흑인 트레이너들이었고 여자 회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내가 아는 것만 해도 적어도 열 명의 여성들이 그들과 시간을 보냈다는 소문이 있었다.

본래 그들의 대화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 했는데 그중 한 흑인의 자랑 섞인 말에 순간 멍해졌다.

“마크, 그 여자 정말 그렇게 좋았어?”

“당연하지, 정말 대단했어! 결혼기념일에 날 자기 집으로 불렀다니까. 남편한테 들킬 뻔했지만.”

“하하, 조심해라. 괜히 맞아 죽지 말고!”

“흥! 내가 창문 밖에 매달려 있어서 남편이 눈치도 못 챘어. 마지막엔 어쩌게 됐는지 알아? 그 남편은 소파로 쫓겨났고 난 침실에서 그 여자랑 아침까지...”

나는 차마 그 말을 더 들을 수 없었다.

“하하하! 마크, 너 좀 하는데?!”

텅 빈 듯 공허한 눈빛을 한 채 나는 단단히 주먹을 쥐었다.

‘왜 저 상황이 어젯밤 나한테 일어난 일이랑 똑같지?! 설마 어젯밤 우리 집에 정말 사람이 있었던 건가? 그것도 흑인?’

콧구멍으로 뜨거운 숨을 내뿜으며 나는 곧장 옆 탈의실로 가서 따지려 했다.

그때 마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카이, 오늘 밤 나랑 같이 가서 놀아볼래?”

“좋지!”

카이는 즉각 동의했다.

내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좋아,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충동이 이는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나는 그들이 오늘 밤 2인 1여로 놀 작정이라면 현장에서 꼼짝 못 하게 잡아주겠다고 다짐했다.

두 사람은 옷을 갈아입고 나간 뒤, 나는 문을 열고 어두운 표정으로 그들을 따라나섰다.

하루 종일 불편한 마음으로 나는 마크라는 흑인 트레이너를 계속해서 주시했다.

그는 여회원들에게 개인 지도를 해주는 척하면서 교묘히 그들의 몸을 더듬거렸고 그 손이 거의 요가복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은 그를 둘러싸며 즐거워했다.

나는 저녁 8시까지 헬스장에서 마크를 지켜보았고 그제야 마크와 카이는 헬스장을 떠났다.

그렇게 그들을 재빨리 따라가다 보니 어느덧 메리어트 호텔까지 쫓아왔다.

나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왜 우리 집이 아니라 호텔로 가는 거지?’

더 생각할 틈도 없이 마크와 카이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나도 급히 따라가려 했다.

하지만 보안요원에게 가로막히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 호텔에서는 입실 등록을 해주셔야 합니다.”

얼굴이 굳어졌다.

“방금 그 두 흑인은 왜 들어갈 수 있었는데요?”

보안요원은 태연하게 말했다.

“저분들은 예약을 했습니다.”

안색이 어두워진 채 내가 다시 물었다.

“혹시 몇 층으로 갔는지 알려줄 수 있나요?”

“죄송합니다. 고객님의 사생활이라 저희가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보안요원은 냉랭하게 날 쳐다보며 말했다.

“고객님, 숙박하실 계획이 아니면 이곳을 떠나 주시기 바랍니다.”

이 불공평한 보안요원에게 한 방 날리고 싶었지만 나는 애써 분노를 삼켰다.

그를 때린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마크가 어느 층, 어느 방에 있는지 모르는 건 마찬가지니 말이다.

나는 어두운 얼굴로 차에 돌아와 연거푸 담배를 피웠다.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화가 치밀어 올라 핸들을 세게 내리치며 나는 핸드폰을 꺼내 도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

내 마음은 순식간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몇 번이나 전화를 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거의 포기하려던 순간, 도유나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여... 여보... 무슨... 무슨 일이야...”

도유나의 목소리는 뚝뚝 끊기고 사이사이에 푹푹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 얼굴은 순식간에 새까매졌다.

머릿속에 바로 떠오른 장면은 하나였다. 도유나가 마크와 놀고 있으면서 내 전화를 받는 모습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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