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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바람났다
아내가 바람났다
Author: 허스키

제1화

처음 도유나를 봤을 때, 나는 그녀에게 강하게 이끌렸다.

그녀는 온몸에 딱 맞는 하얀 운동복을 입고 내 앞에서 스쿼트를 하며 그녀만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헬스장에 있는 모든 남자들이 도유나를 보고 있었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이 헬스장의 트레이너인데 도유나가 이곳에 오고 나서 모든 남자 트레이너들이 그녀의 개인 트레이너가 되기 위해 경쟁했다.

하지만 운 좋게도 그 기회는 내게 주어졌다.

개인 트레이너로서 가까워지면서 도유나와의 연락이 점점 잦아졌고 결국 친구들의 부추김을 받아 도유나에게 강력한 구애를 시작했다.

그렇게 몇 개월의 노력 끝에 나는 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

오늘은 도유나와 나의 결혼 1주년 기념이었는지라 회사에 특별히 휴가까지 내고 일찍 퇴근하여 그녀를 위한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려고 했다.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내 주차 공간에 큰 SUV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화해서 차를 빼달라고 하려 했지만 옆에 임시 주차 공간이 비어 있어 굳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임시 주차 공간에 차를 세우고 99송이 장미와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들고 나는 집으로 올라갔다.

“여보, 나 왔어!”

문을 열고 집 안으로 인사를 건넸지만 도유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 거지?’

그때, 도유나가 땀에 젖은 상태로 방에서 나왔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어 매혹적으로 보였다.

도유나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여보, 왜 벌써 왔어? 오늘 야근한다고 하지 않았어?”

나는 장미와 선물을 들고 그녀를 바라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

‘일찍 올 거라 예상 못 했을 수 있지만... 뭘 이렇게 놀라지?’

게다가 그녀의 모습은 마치 방금 격한 운동이라도 한 듯 보였다.

“오늘 우리 결혼 1주년이잖아. 그래서 일부러 일찍 왔어.”

나는 장미와 선물을 그녀에게 내밀며 말했다.

“어때? 놀랐어? 마음에 들어?”

그러자 도유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응. 놀랐어... 정말 고마워, 여보.”

“마음에 든다니까 다행이네. 그럼 나 잠깐 샤워 좀 하고 이따가 맛있는 거 먹으러 나가자.”

말을 마치고 곧장 나는 방으로 향했다.

그러자 도유나가 급히 나를 막으며 말했다.

“여보, 그냥 바로 샤워해. 옷은 내가 갖다 줄게.”

수상쩍은 행동에 나는 그녀를 지나쳐 방으로 들어갔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방을 몇 번 훑어보며 사람을 숨길만 한 곳을 특히 주의 깊게 살펴보았지만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의심스러운 마음을 잠시 접고 옷장을 열어 잠옷을 꺼냈다. 다행히 옷장 속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괜히 의심했나 보네...’

“강수빈, 당신 혹시 나 의심하는 거야?”

도유나가 문가에 서서 약간 불쾌한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급히 그녀를 달래며 웃었다.

“말도 안 돼! 우리 와이프가 나한테 얼마나 잘 해주는데!”

내가 웃으며 어깨를 가볍게 주물러주자 도유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욕실에 밀어 넣었다.

욕실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를 마친 후, 잠시 화장실을 이용했다.

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쓰레기통에 담배꽁초가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 담배꽁초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것은 말보로 담배였다.

순간 멍해졌다.

나는 늘 던힐 담배만 피워 왔고 말보로 담배는 한 번도 피운 적이 없었다.

‘이 담배꽁초는 어디서 온 거지? 혹시 내 생각이 맞는 걸까? 유나가 정말 다른 남자를 집에 들였고 바람이라도 피운 걸까?’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화장실에서 한참 동안 머물다 나왔을 때는 표정을 최대한 평온하게 가다듬고 나왔다.

“여보, 우리 외식하러 갈까?”

나는 도유나에게 말했다. 그런데 도유나는 주방에서 두 접시의 스테이크를 내놓으며 말했다.

“나가서 먹지 말고 집에서 먹자. 당신 오기 전에 미리 스테이크 준비해 놨어.”

나는 잠시 멍해졌다. 도유나가 미리 준비했다는 사실에 살짝 감동이 밀려왔지만 그녀가 바람을 피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미소는 금세 사라졌다.

식사 중에 도유나가 갑자기 말했다.

“맞다, 당신 화장실 사용 후에 휴지 변기에 버리지 마. 오늘 변기가 막히는 바람에 수리 기사 아저씨 불러서 겨우 고쳤어.”

나는 눈을 반짝이며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 기억할게.”

그 담배꽁초, 알고 보니 변기 수리하러 온 기사님이 남긴 것이었다.

‘역시 유나가 바람을 피울 리가 없지! 내가 괜히 쓸데없는 생각을 한 거야.’

이렇게 생각하며 나는 속으로 나 자신을 탓했다.

스테이크를 다 먹고 난 뒤, 나는 도유나를 안고 침실로 향했다.

며칠간 계속 야근을 하느라 오랜만에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였다.

결혼한 지 1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도유나의 몸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

역시 운동의 효과는 대단하구나 싶었다.

그러나 평소라면 도유나도 적극적으로 반응했을 텐데 오늘은 조금 무기력한 듯했다.

결국 우리는 금방 끝내게 되었다.

“여보, 오늘 어디 아픈 거야?”

나는 도유나를 껴안으며 물었다.

그러자 도유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후에 집에서 운동을 너무 심하게 했더니 좀 피곤해.”

“그래? 그럼 내가 마사지해 줄게.”

그렇게 내가 막 손을 움직이려는 순간, 방 안에서 두 번의 급한 재채기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손을 멈칫하며 나는 앞에 있는 도유나를 바라봤다.

‘이 방 안에는 우리 둘뿐이잖아? 내가 재채기를 한 것도 아니고 유나도 하지 않았는데 그럼... 누가 재채기를 한 거지? 혹시 이 방 안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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