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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그러자 전한빈이 웃으며 안경을 고쳐 썼다.

“너무 예의 차릴 것 없어. 부장님이라 부르지 말고 그냥 형이라고 해.”

“근데 난 술 알레르기가 있어서 마음껏 같이 못 마실 것 같아.”

그러더니 그는 윤슬기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형수님은 술 잘 마시니까 저녁에 형수님한테나 따라줘. 나 대신 집사람이 마셔줄 거야.”

이 말에 윤슬기는 그에게 가볍게 핀잔을 주며 말했다.

“무슨 술 알레르기 타령이야. 우리 셋 중에 내가 제일 못 마시는데.”

우리 세 사람은 동시에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시간은 어느새 저녁이 되었고 부서 사람들 열몇 명이 식탁에 둘러앉아 즐겁게 술잔을 주고받았다.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을 때쯤, 나는 볼일이 생겨 화장실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에 새로 온 인턴인 이재휘를 우연히 마주쳤다. 이재휘는 나를 보더니 약간 놀란 얼굴이었다.

“어, 팀장님, 뭐 사셨어요? 아까 보니까 부장님께서 직접 가져다주시더라고요.”

“내가 뭘 샀다고?”

나는 어리둥절했다.

“모르세요? 아까 부장님께서 팀장이 물건이 왔다고 문 쪽으로 가지러 나가셨는데?”

배달을 주문한 적이 없었기에 속으로는 의아했지만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에, 며칠 동안 이어진 이상한 일들 때문인지 내 촉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빠르게 출입문으로 가서 배달원이 있는지 확인해봤지만 주변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쓰레기통을 살펴보던 나는 내 이름이 적힌 배달 봉투가 위쪽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내가 예전에 주문받았던 성인용품 가게의 포장지였다.

순간 술이 절반은 깬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부장님께서 왜 내 이름으로 이런 걸 주문했지?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거야?’

봉투는 비어 있어 더 이상의 증거가 없었지만 별 의심을 사지 않도록 봉투를 내려놓고 다시 술자리로 돌아갔다.

내가 돌아오자 전한빈이 반가운 듯 말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려? 설마 화장실에서 토한 건 아니지? 젊은 사람이 치사하게 그러면 안 되지. 자, 계속 마셔!”

“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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