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한 차수현은 왠지 모르게 제정신을 못 차리고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한창 자신이 왜 이러는지 생각하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옛 직장동료였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던 관계로 차수현은 약간 의아한 기분으로 전화를 받았다."수현 씨, 잘 지냈어요 다름이 아니라 예전에 당직을 끝내고 제가 수현 씨 대신 방 하나 청소해 준 적 있잖아요. 요즘에 그때 누가 당직을 섰는지 조사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요?"유예린은 그날 아침에 차수현의 업무를 이어받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날 방 안에서 시계 하나를 발견했다. 일시적인 탐욕에 눈이 먼 유예린은 시계를 자신의 집으로 가지고 갔다.그리고 그 시계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 시계는 세계적으로도 몇 없는 한정판이었고 대단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시계를 바로 팔아버리려고 했던 유예린은 함부로 팔 수가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라 그녀는 시계를 다시 돌려줄 용기도 없었다. 혹시라도 도둑으로 몰려 잡혀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시계를 집에 숨겨놓은 채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갑자기 그날 일을 조사하는 사람이 생기자 유예린은 아주 무서웠다. 만약 시계를 훔친 일을 들키게 된다면 그녀는 어떻게 변명해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이번 일과 관련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 차수현이었기에 그녀는 이렇게 전화를 해서 상황을 물었다.하지만 유예린은 몰랐다. 그녀의 얘기를 들은 차수현은 머리 속엔 텅 비워진 것처럼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일은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절대 열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차수현은 다시는 이 일을 언급하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유예린의 말 한마디에 다시 절망적인 그날 밤으로 돌아가고 말았다.차수현은 잠깐 멈칫하다가 애써 진정하며 이렇게 말했다."저…… 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제가 갔을 때는 그 방이 계속 잠겨 있었거든요. 물론 청소도 할 수 없었어요
차수현은 온은수가 무조건 무언가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다행히도 유예린이 전화를 준 덕분에 그녀는 미리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안 그랬다면 무조건 꼬리를 밟혔을 것이다.차수현은 명단을 훑어보면서 이렇게 말했다."이건 제가 아니에요. 저는 낮에는 출근을 하고 밤에는 엄마를 보러 병원으로 가야 해서 호텔에서 일할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무슨 분실 술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그래서 이 사람은 네가 아니다? 그냥 우연히 너랑 같은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거야?""S시에는 수천만명의 사람이 있어요. 같은 이름은 갖고 쓰는 게 무슨 대수라고 그래요? 만약 못 믿겠으면 이 사람에 대해 더 조사해 보면 될 거 아니에요."차수현은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온은수는 그녀를 한참 쳐다봤지만 아무런 빈틈도 찾지 못하고 윤찬한테 전화를 걸었다. ‘차수현'이라는 여자에 대해 더 깊이 조사를 하도록 말이다.차수현은 옆에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결과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의 등은 이미 식은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윤찬의 속도는 늘 그랬듯이 빨랐다. 그는 순식간에 자세한 자료를 찾아서 보내왔다.자료를 확인한 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료 위에는 차수현이 40대 중년 부인이라고 나왔다. 그녀는 확실히 서재에 있는 차수현과 동일 인물이 아니었다.‘내가 잘못 생각한 건가?'온은수는 말 못 할 찝찝함을 느꼈다. 하지만 명확한 증거까지 있으니 그는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네가 아니라면 됐어. 앞으로는 언행에 조심하도록 해.""알겠어요, 은수 씨. 그럼 저는 이만 가봐도 되죠? 방금 퇴근을 하고 나니 온몸이 찐득거려서 빨리 샤워하고 싶어요."차수현의 말을 들은 온은수는 손을 휘적대며 나가라고 했다.겨우 빠져 나온 차수현은 서재에서 나오고 나서야 꼭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녀의 손바닥에는 손톱자국이 깊게 패어있었다.상처를 보아하니 엄청 아팠을 것 같기는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차수현은 굳게 닫
한바탕 추궁을 당한 차수현은 슬슬 두렵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아서 그냥 넘어갔지만 다음에도 운이 좋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그녀는 두려운 마음로 계속 온씨 집안에 남아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빨리 돈을 모아 어머니랑 함께 이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수현아, 요즘 회사 사정이 좋지 못해서 나도 돈이 별로 없어..."차수현이 돈 얘기를 꺼내자 차한명은 바로 불쌍한 척 연기를 했다.하지만 그를 잘 알고 있는 차수현은 바로 말을 끊으며 이렇게 말했다."잘 좀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제가 온씨 집안이랑 사이좋게 지내서 얻은 이익이랑 댁 모녀가 사치품을 사면서 얻는 이익 중에서요."차수현의 말을 들은 차한명은 주저하기 시작했다.차수현을 시집보낸 후, 온씨 집안은 차씨 집안에 아주 잘 해줬다. 벌써 여러 프로젝트에 투자까지 하고 말이다.만약 차수현이 예쁨을 받지 못한다면 많은 손실을 볼게 뻔했다.이렇게 생각하며 차한명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 그럼 내가 돈을 보내줄게. 아껴서 써. 그리고 그 돈은 대표님이랑 회장님한테 써야 하는 돈이라는 걸 잊지 마!"차수현은 콧방귀를 뀌며 전화를 끊었다. 곧 돈이 들어온다는 생각을 하자 그녀의 답답한 마음도 훨씬 편해졌다.……통화를 마친 차한명은 한창 차예진과 쇼핑을 하고 있을 이미애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바로 차수현에게 돈을 보내줘.차수현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말을 들은 이미애는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차한명이 강하게 밀어붙이는 바람에 반발을 할 수가 없었던 그녀는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엄마, 왜 그래요? 아빠가 뭐라고 했어요?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졌어요?""아주머니, 무슨 일 있었어요? 빨리 말씀해 보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안수지도 옆에서 적극적으로 말했다. 그녀는 오늘 차수현의 소식을 듣기 위해 특별히 차예진 모녀를 함께 불러냈다.이미애가 기분이 나빠진 것을 보고 그녀는 이때다 싶어서 질문을 던졌던 것이다."별거 아니야. 그냥 차수현 그
샤워를 하고 나온 차수현은 기분이 훨씬 진정되었다. 그녀는 욕실 밖으로 나왔다.이때 차현명이 또 전화를 걸어왔다. 차수현은 휴대폰을 힐끔 보고 바로 전화를 받았다."돈은 보냈어요?"차한명은 차가운 말투으로 이렇게 말했다."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와. 돈은 수표로 줄 테니까."차수현은 약간 의아했다. 하지만 곧 차한명이 돈이 아까워서 또 설득 시키려고 그러나 보다 하고 대답했다."네, 지금 바로 출발할게요."차수현은 돈을 봐서라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전화를 끊고는 도우미에게 집에서 저녁을 먹지 않는다고 말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수현은 금방 차씨 저택에 도착했다.익숙하고도 낯 선 건물을 보고 차수현은 크게 숨을 돌리면서 초인종을 눌렀다.도우미가 와서 문을 열자 차수현은 안으로 들어갔다. 차한명이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곧장 걸어갔다."저 왔어요. 수표는요?""이 미친년이 감히 내 앞에서 수표 얘기를 꺼내? 네가 한 미친 짓은 이미 전부 들통났어!"차수현은 차한명이 갑자기 화를 낼 줄은 몰랐다. 크리스털로 만든 재떨이는 빠르게 날아와 그녀의 이마에 부딪쳤다. 차수현의 하얀 이마에는 커다란 상처가 났고 피가 얼굴을 따라 주르륵 흘러내렸다.차수현은 손을 들어 얼굴을 슥 닦았다. 그러자 손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났다."이건 또 무슨 짓이에요? 돈을 주기 싫어 물건까지 던져서 피를 볼 것까지없지 않나요? 온씨 집안에서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몰라요?""네가 무슨 염치로 온씨 집안을 언급해? 우리가 네가 한 짓을 아직도 모를 것 같아? 만약 온씨 집안에서도 알게 된다면 너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할 거야!"영문도 모른 채 맞고 나서 화가 잔뜩 나있던 차수현은 차한명의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고서는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요즘 온씨 집안에서 얼마나 얌전히 있었는데... 도대체 무슨 짓을 했다고 이러는 거야?'차수현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차예진 모녀와 안수지가 걸어 나왔다.안수지는 차수현의 처참
이 말을 들은 차수현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안수지가 본 남자는 다름 아닌 온은수 본인이었다. 그녀의 말 대로라면 차수현은 온은수와 바람을 피운 것이다."그 사람을 말하는 거였어? 내가 그냥 알려줄게, 그 사람은..."차수현이 온은수의 정체를 밝히려고 할 때 그와 계약이 문뜩 떠올랐다.온은수가 깨어난 사실을 아직 외부에 알려서는 안 된다. 만약 말해버린 다면 그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고 또 여러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이렇게 생각하며 차수현은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을 다시 삼켜버렸다.이 모습을 본 안수지는 바로 비아냥거리면서 말했다."말해, 그 사람이 누군데?"차수현은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아직은 말할 수 없지만 그 사람도 온씨 집안사람이에요.""온씨 집안사람이라면 왜 말을 못 하는 거야?"차한명은 취조하는 말투로 물었다. 차수현은 말을 할 수도 없었고, 안 할 수도 없어서아주 난감했다. 그저 침묵만을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차수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차한명은 분명히 속이 찔려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수현이 한 짓에 차씨 집안도 연루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는 화가 나기 시작했다."아직도 그 외간 남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 속셈인 거냐? 네가 말을 하기 전까지는 이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할 줄 알아."차한명은 이렇게 말하며 손을 휘휘 저었다."차수현이 말을 할 때까지 지하실에 가둬두고 있어!"이 말을 들은 차수현은 바로 몸을 돌려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를 강하게 맞은 그녀는 어질어질한 상태로 쉽게 잡혀버리고 말았다. 차수현은 병아리처럼 맥없이 들려 지하실로 보내졌다.쾅 소리와 함께 차수현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떨어졌다. 지하실 문이 밖에서 잠겼다.어두컴컴 한 데다가 찬바람까지 불고 있는 지하실에서 차수현은 몸이 떨리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문을 두드리면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이 미친놈들아! 당장 나를 풀어줘요. 당신들 이거 감금죄야!"문밖에는 점점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만 있을 뿐,
온은수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차수현이 이곳에 남아있도록 허락한 것은 절대 그녀를 정식 아내로 인정했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는 차수현이 자신한테 삐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온은수는 윤찬한테 전화를 걸어 차수현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했다.윤찬은 빠르게 보고를 했다."위치 추적을 해본 결과 차수현 씨는 처가로 돌아간 다음 지금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차수현이 처가로 돌아갔다는 소리를 들은 온 회장은 온은수를 노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네 자식이 또 무슨 짓을 했길래 우리 며느리가 기분이 상한 거야? 얼른 찾아가서 달래 와야 할 것 아니냐."온은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 온 회장이 책상을 내리치며 이어서 말했다."너희 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현이는 내가 고른 며느리야. 지금 당장 집으로 데려오지 않는다면 네가 나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마."이렇게 말한 온 회장은 화가 잔뜩 난 채로 서재에서 나갔다.온은수는 어두운 안색으로 온 회장의 화난 뒷모습을 보다가는 결국은 타협을 선택했다.차에 올라탄 온은수는 안색이 극도로 어두웠다.차수현이 요즘 조용히 지내는 것을 보고 그는 쫓아내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온 회장은 그녀를 지나칠 정도로 아꼈다. 귀찮은 존재는 하루빨리 처리하는 게 이득이었다.온은수는 이렇게 생각하며 엑셀을 밟았다. 차는 쏜 살 같이 앞으로 나아갔다.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차씨 저택에 도착했다.온은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차에서 내려와 초인종을 눌렀다.차씨 집안의 도우미가 문을 열러 나왔다. 도우미는 온은수와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비범한 기품을 통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실례지만 누구세요?""차수현을 불러줘요."온은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상대가 차수현을 찾는 것을 보고 도우미는 잠깐 멈칫하다가 바로 돌아가서 안수지와 수다를 떨고 있는 차예진한테 알렸다."젊은 남자가 차수현을 찾고
차예진은 자신이 온은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온은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당연히 차예진의 꿍꿍이를 알아차렸다. 밖으로는 착한 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의 말 사이사이에 차수현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었다."그래요? 그런 사람이라는 건 또 무슨 뜻이죠?"온은수가 자신의 말을 듣고 있는 것을 보고 차예진은 기쁜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다."그게…… 제가 동생으로서 언니의 나쁜 말을 하면 안 되기는 하지만..."안 그래도 옆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안수지는 차예진이 머뭇거리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이렇게 말했다."예진아, 네가 못 말하겠으면 내가 대신 말할게. 사실 차수현은 보이는 것처럼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걔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를 하고 일진들이랑 같이 놀았어요. 성적이 나쁜 건 둘째 치고 건전하지 못한 일 때문에 유산을 한 적도 있대요... 지금이야 운 좋게 온씨 집안에 시집가기는 했지만 그쪽한테 사기를 치면서 온씨 집안의 셋째 도련님을 욕 보일 줄은 몰랐네요."안수지는 득의 양양하게 말을 했다. 하지만 남자는 그녀의 예상처럼 화를 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저한테 사기를 치고 셋째 도련님을... 욕 보였다고요?"온은수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제가 온은수에요. 즉 당신들이 말하고 있는 온씨 집안의 셋째 도련님이죠."온은수는 더 이상 그들과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도우미 한 명을 잡아 세우며 이렇게 말했다."지금 당장 차수현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줘."온은수의 기세에 겁을 먹은 도우미는 반항도 하지 못하고 바로 그를 데리고 지하실로 내려갔다.온은수는 머리도 돌리지 않고 떠나갔다. 두 젊은 여인은 넋이 나간 채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정신을 차린 차예진은 온은수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꽉 쥐었다.차수현이 자신을 대신해 식물인간한테 시집을 가자 차예진은 속으로 내심 통쾌했다. 하지만 온은수가 깨어났다는 것을 알고 나자 그녀는 모든 여자가 부러워할 만한 자리를 차수
아무리 가짜 계약으로 만들어진 집이라고 해도 차수현은 오래간만에 따듯함이라는 것을 느꼈다.온은수는 차수현을 반쯤 안은 채로 지하실에서 나왔다. 그는 밖으로 나오자마자 차수현의 하얀 이마에 생긴 커다란 상처를 발견했다.비록 피가 멎기는 했지만 상처에 남은 붉은 핏자국은 아주 선명했다.온은수는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이때 소란을 들은 차한명과 이미애가 빠르게 달려왔다.사람이 대충 모인 것을 보고 온은수는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이 상처는 누가 낸 겁니까?"그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온은수의 시선은 안수지를 향했다."그쪽이 수현이한테 불만이 꽤 많아 보이던데 혹시 그쪽이 한 짓인가요?"온은수의 살기를 느낀 안수지는 깜짝 놀랐다. 다리가 떨리면서 힘이 풀려버린 그녀는 자칫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아니에요! 이건 차씨 집안의 일이에요. 저는 제3자일 뿐이라고요!"안수지는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온은수의 눈빛은 마치 야수와 같아서 잠깐만 방심하면 갈기갈기 찢길 것만 같았다. 이렇게 생각하며 그녀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안수지의 말을 들은 온은수는 차한명을 바라봤다."차씨 집안의 일이라면 가장인 당신이 책임져야겠죠?"차한명은 온은수와 처음 만났다. 비록 무섭기는 했지만 체면을 구길 수 없었던 그는 이렇게 말했다."그래, 내가 한 일일세. 어찌 됐든 차수현도 차씨 집안사람인데 아버지로서 훈육을 하는 게 뭐가 잘못됐다고 그러는가?""차수현은 제 아내이자 온씨 집안사람이에요. 설사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남편인 제가 해결해야지 출가외인 수현이에게개입할 필요가 없죠. 아니면 혹시 저희 온씨 집안이 이 정도로 무시할 정도로 눈에 차지 않았던 건가요?"이 말을 들은 차한명은 몸을 흠칫 떨었다.차씨 집안은 온씨 집안의 도움을 받은 덕분에 고비에서 벗어났다. 만약 온은수가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다면 아주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그건... 오해일세. 수현아, 아빠가 오해를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