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희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가 김명화와 접촉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한 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그녀도 김명화에게 죄를 뒤집어씌울 수 없다!“주 사장님 방으로 데려가!” 김신걸이 명령했다.문가에 서 있던 보디가드가 다가왔다.원유희는 놀라서 몸을 떨었다. 저기 김명화가 와서 막으려 했지만, 다른 경호원이 막아서는 바람에 막지 못했다.경호원이 원유희의 팔을 잡았다.“아, 건드리지 마, 안 갈 거야…….” 원유희는 너무 무서워서 당황한 나머지 보디가드의 무릎을 힘껏 걷어찼다.경호원은 그녀가 발을 찰 줄은 몰랐고 무방비 상태로 차여 손을 뗐다.원유희의 몸은 관성으로 김신걸의 팔에 부딪혔다!김신걸의 손에 들린 술잔은 단숨에 술을 쏟아냈고, 술은 길고 굳은 남성의 손가락을 적시고 아래로 떨어졌다.룸 안의 분위기가 확 굳어지면서 뚝뚝 떨어지는 물이 얼음이 될 정도의 온도로 변했다.원유희는 놀라서 목소리가 떨렸다. “내…… 내가 닦을게!” 급히 테이블에 있는 수건을 가지고 가서 김신걸의 손을 닦았다.그러나 손을 피했다.원유희는 어쩔 줄 몰라 두려워했다. 이어 김신걸의 음산한 목소리가 울렸다. “깨끗하게 핥아!”“뭐…… 뭐?” 원유희는 어이가 없었다.“두 번 말 할까?” 김신걸의 목소리는 더 차가워졌다. 위협적이다!“형! 왜 이렇게 굴욕감을 주는거야? 옛날 일로 충분하지 않아?” 김명화가 화를 참지 못하고 반문했다. 경호원을 밀치고 원유희를 구하러 가려고 했다.김신걸의 경호원은 호락호락한 게 아니였다, 그들은 프로였다!김명화가 주먹을 날리는 동안 경호원은 몸을 뒤로 젖히면서 허벅지 쪽을 쓸었다.김명화는 즉시 민첩하게 몸을 피하여, 주먹을 경호원의 얼굴을 향해 날렸다!경호원은 복싱하는 것처럼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고, 주먹을 틀어 몸을 앞으로 내딛었다. 주먹은 김명화의 위장 부분에 적중했다.“윽!” 김명화는 신음 소리를 내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위장은 심하게 뒤틀렸고 온 힘을 다해 그 아픔을
김명화는 목이 쉴 정도로 말했다. “너에게 그렇게 당하는 걸 차마 볼 수 없어. 유희가 너무 억울해”“내겐 무고한 사람 따윈 없어!” 김신걸의 차가운 목소리는 무정했다.원유희가 방으로 밀려 들어가자 문이 닫혔고, 아무리 당겨도 열리지 않았다.뒤에서 인기척이 나서 뒤를 돌아보니 머릿 속엔 쓰레기로 가득 찬 남자가 욕실에서 나와 몸에 목욕 타월을 두르고 비계를 드러내고 있었다.주 사장은 인간계 이상의 아름다운 미인을 보고는 두 눈을 빛냈다. 특히 그녀는 그가 좋아하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연회장에 이런 미인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나의 5천만원 회원비가 헛되지 않았군!”원유희는 놀라서 문에 바싹 달라붙었다. “나는 연회 사람이 아니예요. 나는…… 나는 누군가에게 잡혀온 거예요. 제발 저를 건들이지 말아주세요, 제가 사례 해 드릴게요.”“사례는 필요 없어. 자…… 나를 즐겁게 해봐…….” 주 사장이 허둥지둥 달려들었다.“아!” 원유희는 몸을 피했다.주 사장은 원유희가 침대 쪽으로 숨는 것을 보고 마음이 더욱 흥분했다. “걱정하지 마, 네가 원하는 만큼 다 줄 거야. 네가 말만 잘 들으면, 앞으로 네가 다 쓸 수 없는 돈을 주마…….”말을 마치자, 원유희가 방심한 틈을 타 덤벼들더니, 바로 침대에 쓰러졌다.“아! 놔줘!”“아이고, 가까이서 보니까 더 예쁘네. 안심해, 난 친절해. 이런 미인은 놓치면 섭섭해.” 주 사장은 그녀의 고운 살갗이 부드러운 작은 얼굴을 만졌다.원유희는 놀라서 그의 손을 막았다. 그때 꾀가 생각나 웃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주 사장님, 저 샤워 좀 하고 올게요, 네?”“괜찮아, 샤워하지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이야.” 주 사장은 곱창 같은 입으로 뽀뽀를 하려 했다.원유희는 징그러워서 못 참 겠었다. 침대 옆 테이블 램프를 손에 쥐고 주 사장의 이마를 세게 내리쳤다.“아!” 주 사장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원유희는 혐오감을 느끼며 몸을 밀치고 서둘러 침대에서 내려왔다.침대 위의 사람이 꼼짝도 하지
원유희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억해. 고마워. 나도 나 스스로를 지킬게. 그리고 하나 더, 퍼펙트 성형외과를 산 사람…… 김신걸이야.”김명화의 표정은 굳어졌다. “……김신걸이라고?”“그러니까 오지 마.” 원유희는 시선을 거두고 안으로 들어갔다.김명화는 그곳에 서서 충격을 받았다. 김신걸이 퍼펙트 성형외과를 샀다면, 드래곤 그룹의 권력자는 김신걸…….그 사람이 그 사람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김신걸이 어떻게 드래곤 그룹의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자가 됐는지…….원유희는 김명화에게 진실을 말했다. 첫째, 김신걸의 감시가 있는 성형외과에 다시는 오지 말라고 했다. 둘째, 괜한 싸움을 하고 싶지 않다. 드래곤 그룹과 맞선다면 분명 처참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그리고 원유희는 김명화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기회를 찾아 제성을 떠날 기회가 오면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왜 굳이 위험한 곳에…….원유희는 점심시간에 점심을 사러 밖에 나가 큰길가로 걸어갔다.“유희야!”원유희는 그 소리에 몸이 굳어 몸을 돌렸다. 차 옆에 서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원수정을 보았다.원유희는 자신의 유일한 가족을 보고 울고 싶었지만 눈물을 참았다. “고모…….”원수정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너 돌아가지 않았어? 어제 명화가 네 고모부랑 이야기하는 것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네가 아직 제성에 있는 줄도 몰랐을 거야!”“미안해, 고모, 내가…….”“김신걸 때문이지? 그날 연회에서 떠난 것도 김신걸 때문이었고, 돌아온 것도 그 때문이지? 맞지?”원유희는 눈을 내리 깔았다. 이젠 비밀도 아니겠지…….“아직도 여기서 일해? 고모랑 가자! 그 놈이 너를 어떻게 괴롭히는지 보자!” 원수정은 화가 나서 원유희를 차 안으로 끌어당겼다.“고모, 저 안 가요…….”“왜 안 가? 원가는 그와 아무 상관이 없는데, 무슨 이유로 그렇게 참고있어!”“고모, 안돼요…….” 원유희는 눈시울이 붉어져 한 손으
원유희는 김신걸이 죽지 않는 한 절대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유희야 내일 고모 집에서 식사를 할 거니까 같이 가자!”원수정이 말했다.“고모 집에서 밥을요?” “너 정말 부모님 생일도 기억하지 못하는구나, 고모가 몇 년 동안 널 키웠으니 부모나 다름없지, 어쨌든 네 생일은 내가 아주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원수정이 애틋하게 그녀의 볼을 콕 집으며 말했고, 원유희는 그제야 반응이 왔다.하지만 그녀가 갈 수나 있을까?김신걸은 그녀가 김 씨 집안사람과 접촉하지 못하게 했고, 특히나 그녀의 고모는 더욱 주의를 주었다.하지만 고모의 생신인데 그녀가 가지 않는다면 너무 인정이 없지 않은가. “걱정하지 마, 집에서 먹는 거고 너랑 나, 그리고 고모부 세 명 밖에 없을 거야. 저택에 김신걸은 가지 않을 거니 네가 밥만 먹고 돌아간다면 아무도 모를 거다.” 원유희가 그녀의 말에 설득이 되어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그때 갈게요.”그녀는 고모의 말을 거절할 수 없었다.게다가 어차피 한 끼만 먹고 바로 나오는 거니 짧은 시간 안에 김신걸과 마주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원유희의 생일날이 다가왔고,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퇴근했다. 아파트로 돌아온 후, 뒷문으로 나가서 길가에서 택시를 타고 바로 김 씨 집안의 저택으로 향했다. 원유희는 어제 사둔 선물을 원수정에게 건네며 인사했다.“고모 생신 축하드려요!”“아이고, 무슨 선물을 사 와?”원수정이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별거 아니에요.”“네가 무슨 선물을 주든 고모는 다 좋아하지!”집으로 들어서자 낯익은 기억이 덮쳐왔다.원유희는 처음 김신걸을 만났을 때의 장면이 떠올랐고, 스무 살의 그는 계단에 서 있는 채로 그녀를 내려다보았고, 그의 눈빛은 매우 싸늘했다. 그녀의 눈에 그는 매우 위험한 어른이었다. “유희야, 여기 기억나니?”원수정이 물었다.“기억나요, 예전이랑 똑같네요.”그러자 김영이 웃으며 말을 꺼냈다.“유희가 처음 김 씨 집안에 왔을 때가 기
“왜 그래?”김영이 다가가지 부자 관계가 끊긴 뒤 다시는 김 씨 집안에서 볼 수 없었던 김신걸을 보게 되었다.“신걸?”경호원은 집 안으로 곧장 들어갔고, 동작이 너무 거칠고 기세가 너무 강해서 문 옆의 원수정을 거의 칠 뻔했다.하지만 다행히 김영이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다.“신걸, 이게 지금 뭐 하는 짓 이냐?”김영이 불쾌함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고, 김신걸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을 한 채 그들을 무시하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고택의 인테리어는 여전했지만 그가 찾고자 하는 사냥감은 보이지 않았다.다시 주방으로 들어서자, 식탁에는 푸짐한 저녁 식사가 차려져 있지만 그릇과 젓가락은 두 개뿐이었다. 고택을 뒤지던 경호원이 다가오며 말했다.“김 선생님, 없습니다.”김신걸은 차갑고 매서운 눈을 가늘게 떴고, 휴대폰을 꺼내 살펴보더니 입가에는 피에 굶주린 듯한 곡선이 그려졌다.훤칠한 키와 기세등등한 모습을 한 그는 몸을 돌리며 떠나려 했다.“가자!”김신걸은 차에 탔고, 롤스로이스는 그 길로 저택을 떠났다. 원수정과 김영은 주방으로 돌아왔고, 원유희는 물론 식탁 위의 그릇과 젓가락까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원유희는 뒷산 오솔길을 따라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고, 손에 든 수저를 숲으로 던져 증거를 없애버렸다. 심장이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녀가 이상함을 감지하자마자 바로 뒷문으로 도망쳤고, 식탁 위에 그녀가 왔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그릇과 젓가락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악!”길이 울퉁불퉁한 탓에 원유희는 넘어졌고, 산비탈에서 뒹굴다 길가로 떨어졌다.그 순간 자가용 한 대가 지나갔고 그녀는 그 차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앞을 가로막았다. 운전기사가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고, 원유희는 차 문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정말 죄송하지만 저 좀 태워주실 수 있나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차비는 낼게요!”운전기사는 그녀의 말쑥한 생김새를 보고는 속에서 보호본능이 생기며 대답했다.“괜찮습니다,
“……어디 안 갔는데?”원유희가 대꾸했다.“샤워하고 있다가 막 나왔는데 문이 갑자기 열릴 줄 누가 알았나…….”그녀는 확실히 목욕한 지 얼마 안 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잠옷 차림에 머리카락이 젖은 채 물수건으로 대충 싸매고 있었다.“근데 내가 여기 사는 건 어떻게 알았어?”원유희가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김신걸은 그녀의 얼굴빛이 이상할 정도로 음침한 것을 잡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 그녀의 뒤통수를 덥석 잡아당겼다.“꺄악!”원유희는 그의 힘에 짓눌려 머리가 젖혔다.“나 몰래 무슨 수법을 쓴 거야, 응?”“아……아니야…….”원유희는 죽고 싶지 않다면 절대로 인정 해서는 안돼었다..“만약 네가 못 믿겠으면, 무…… 문 앞 CCTV를 확인해 봐. 돌아온 뒤로 난 밖에 나가지 않았어…….”“나랑 장난하자는 거지?”김신걸은 그녀의 턱을 부숴버릴 듯 꽉 쥐었고, 원유희는 아픔을 참으려 이를 악물고 목구멍에서 답답한 소리가 났다.“내가 너를 가만히 두니까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김신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날 벌하려 해도 이유가 있을 거 아냐,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원유희는 대답했고, 김신걸은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바라보다가 잠시 뒤 입을 열였다.“그래, 그럼 재밌게 놀다가 다음에 나한테 잡히면 그땐 갈기갈기 찢어줄게!” 원유희의 몸은 마치 한기가 스며드는 듯한 느낌이 들며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의 손에서 풀려나자 그녀는 정신없이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고개를 들자 김신걸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그녀가 문을 닫으려고 하자 현관 도어록이 고장난 것을 발견했다. 그의 힘은 너무나도 무서웠다! 다행히 그녀는 아파트 옆면에 있는 승강기로 올라왔는데 김신걸이 탄 엘리베이터보다 빠랐고 그녀의 집과 더 가까웠다.그녀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욕실로 가서 옷을 벗고 머리를 적시고 방금 샤워한 것처럼 행동했다.사실 밖에서 쇼핑을 했다고 둘러댈 수도 있었지만, 제성
휴대폰을 막 켜자 벨이 울렸고, 원수정의 전화였다. “고모…….”원유희가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유희야, 괜찮니? 김신걸이 널 잡았어? 너한테 전화 걸기도 겁났어.”“저 이미 집으로 돌아왔어요, 괜찮아요.”“그럼 됐다. 김신걸을 정말 예측할 수가 없구나. 널 잡으려고 저택으로 돌아오다니, 난 신걸이 평생 나타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제성에서 김신걸이 갈 수 없는 곳이 있을까? 그가 김 씨 집안을 상대하는 것은 개미 한 마리를 죽이는 것만큼 쉬운 것 아닌가…….“유희야 안심해, 고모가 반드시 널 구해낼 방법을 찾아낼 테니까!”“고모, 저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어요…….”“네가 혼자 잘할 수 있다고 해도 고모도 방법을 생각해 둬야지, 네가 계속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는 없잖니!”원수정은 전화를 마친 뒤 거실로 돌아왔고, 김영은 자리에 앉아 수심에 잠겨 있었다. “신걸이 아직도 유희를 지켜보고 있을 줄이야. 다 내 탓이야.”김영이 그녀에게 사과했다.“당신과 무슨 상관이있어요? 신걸의 뜻을 누가 바꿀 수 있겠어? 게다가 신걸은 당신 아들인데 그렇게 과분한 짓을 저지르지는 않을 거에요.”원수정은 순간 다른 생각이 들었다.“내 생각에, 신걸에게 여자를 소개해 주면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을까?” “여자?”“손씨 집안의 딸인 손예인 기억해요?”“지금 대 스타가 된 그 여자를 말하는 건가?” “맞아요, 몇 달 전에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신걸의 소식을 나한테 물어봤어요. 그때 신걸은 확실히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모른다고 말했는데 그 여자 얼굴에 실망이 가득했다니까요! 손예인은 신걸에게 마음이 있는 게 분명해요!”“정말이야?”“아직도 내 직감을 못 믿어요?”원수정은 자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손예인은 유희보다 두 살 위인데 전에도 김 씨 집안 저택에 와서 신걸을 찾은 적이 있었어요, 아마 그때부터 마음이 생긴 것 같단 말이죠.”“그게 사실이면, 그것도 정말 괜찮은 생각이야.”김영이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오늘
원유희는 자신이 그녀를 여기에 멈추게 한 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결국 문을 열고 차에 올랐고, 그들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원유희는 들어가자마자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매우 고급진 옷을 입고 있었고, 손예인은 하이힐과 명품 치마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원유희를 보자, 플랫슈즈에 하얀 청바지, 헐렁한 반팔 티셔츠, 온몸을 합쳐도 2만 원도 되지 않았다. 레스토랑에 들어갈 때조차도 지배인에게 한참 동안 주시당했고, 손예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쫓겨났을 것이다.자리를 골라 앉자 원유희가 물었다.“여긴 왜 온 거야?”“당연히 밥 먹으러 왔지. 이곳은 프라이버시가 좋아서 나 같은 인기 스타에게 적합한 곳이야.”손예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녀의 말투와 억양에 개의치 않았고, 이 사람은 예전에도 이런 모습이었다. “주문하자!”손예인은 앞에 놓인 메뉴를 집어 들었다.“너 밥 안 먹었지! 같이 먹자.” 원유희는 방금 퇴근했기 때문에 밥을 먹지 않았고, 집에 가서 라면을 끓여 먹을까 생각 중이었다. 이곳의 메뉴를 그녀는 볼 필요도 없이, 얼마나 비싼지 알 수 있었다. “괜찮아.”원유희는 그녀가 할 말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저 식사를 하러 온 거였다니. 손예인은 별말 없이 여러 가지 메뉴를 고르고 와인 한 병도 같이 고른 뒤 메뉴판을 종업원에게 건넸다.종업원이 가자 손예인은 원유희의 얼굴을 주시했다.그녀가 김 씨 저택에서 원유희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고, 몇 년을 보지 않았어도 좋지 않은 감정은 배가 되었다. “언제 돌아온 거야?”손예인이 물었다.“보름 정도 됐어.”“나도 막 촬영을 끝내고 돌아와서 아무것도 몰라. 아직도 신걸 오빠랑 연락해?”원유희의 눈빛이 변했고, 손예인은 김신걸이 돌아온 것을 모르는 눈치였다.게다가 그녀는 손예인이 이전부터 김신걸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손예인은 원유희 앞에 달려들며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는
육성현은 흠칫 놀랐다. 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누구를 죽였다고 그래? 혜정아, 다 오해야. 나 지금 다 고쳤어. 진짜야, 어서 내려와. 물만두가 식겠다.”“오지 마!”엄혜정은 감정이 격해져서 소리쳤다.“다가오면 뛰어내릴 거라고 얘기했어!”“그래, 안 갈게.”육성현은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혜정아, 진짜야. 난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 우선 먼저 내려와. 내려오면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다 오해야.”“사실 처음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어. 그냥 유희의 말이 날 깨닫게 했을 뿐이야.”엄혜정은 눈물이 그렁그렁했지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그녀는 육성현을 바라보면서 얘기했다.“근데 나 지금 다 알게 됐어. 증거는 없지만 넌 김하준이잖아. 난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 네가 달라질 거라 기대했어. 근데, 넌 어떻게 네 아이의 외할머니랑 외할아버지를 죽일 수 있어? 김하준, 넌 도대체 정체가 뭐야? 세상에 어떻게 너 같은 괴물이 다 존재해?”“혜정아, 내려와서 천천히 얘기하자, 응? 거긴 너무 위험해.”“제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기분을 모르지? 너도 한번 느껴봐야 해.”엄혜정은 떨어지는 눈물과 함께 베란다에서 뛰어내렸다.“안돼!”육성현은 고함을 지르며 달려갔다. 하지만 엄혜정의 옷자락도 미처 잡지 못했다.그는 엄혜정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밑에 서 있던 하인 중 그 누구도 엄혜정을 받아내지 못했다.“다 죽일 거야!”육성현은 미친 듯이 달려갔고, 눈에 거슬리는 하인들을 모조리 걷어차 버렸다. 그는 엄혜정 옆으로 기어가 부드럽게 그녀를 품에 안았다.“혜정아, 혜정아. 병원에 데려다줄게. 아무 일도 없을 거야!”엄혜정은 눈을 떴다. 그녀의 머리는 피투성이가 되었고, 초점이 점차 사라지는 눈으로 육성현을 바라보았다.“김하준, 다음 생이 있다면, 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이렇게 한마디만 남기고 엄혜정은 숨을 끊게 되었다.“그래, 만나지 마,
퇴원한 후, 엄혜정은 방에 혼자 남았을 때 원유희에게 연락했다.“유희야, 괜찮아? 김명화가 널 납치했다고 들었는데, 구출됐다고?”“응, 괜찮아. 지금은 집에 도착했어.”“다행이다.”원유희는 그녀의 정서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부모님이 돌아가신 일 말이야. 나 다 알게 됐어.”원유희는 순간 멈칫했다.‘다 알았다고?’“미안해 혜정아, 숨기는 게 아니었는데.”“괜찮아, 나랑 아이를 생각해서 숨긴 거잖아.”엄혜정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네가 김명화를 죽였어?”“아니. 그날에 크루즈에서 김명화가 도망쳤거든. 우리가 김명화를 찾았을 땐 이미 주검으로 됐어. 그 주검도 바다에서 건져낸 거야.”“육성현도 있었지?”“응, 얘기해줬어?”엄혜정은 덤덤하게 물었다.“육성현을 의심해 보지 않았어?”원유희는 흠칫했고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었다.“김명화를 죽인 사람, 그리고 우리 부모님을 죽인 사람 말이야…….”“그럴 리가?”원유희는 당황했다. 그녀는 엄혜정이 왜 육성현을 의심하게 됐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무슨 단서라도 발견한 거야? 아니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유희야, 저 사람 진짜 육성현이 아니잖아. 김하준이라고. 나 그 사람 잘 알아.”엄혜정은 목이 메였지만 울먹이면서 끝까지 말했다.“난 그 사람 고칠 줄 알았어, 적어도 아이를 위해서…….”“혜정아, 아직 조사하고 있어.”“그럼 너희들도 육성현을 의심하고 있다는 얘기잖아, 맞지?”“오해일 수도 있어.”“오해일 리가 없어.”엄혜정은 말을 마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원유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오자 그녀는 아예 핸드폰을 꺼버렸다.그리고 시체처럼 무기력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엄혜정은 서재에서 나온 육성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 물만두 먹고 싶은데, 사다 줄래? 예전에 빈민가에서 자주 사주던 물만두 말이야.”“그래.”육성현은 엄혜정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먼저 우유 좀 마시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육성현은 엄혜정을 끌어안았다.“김명화가 죽었대. 복수한 셈이나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네가 무사히 지내야 장인어른 장모님이 안심하시지 않겠어? 침착해.”엄혜정은 울면서 그의 품에 쓰러졌다.그러고는 배가 간간이 쑤시자, 엄혜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렀다.육성현은 그녀의 상황을 바로 눈치채고 기사에게 소리쳤다.“얼른 병원으로 가!”“얼른!”염민우도 재촉했다. 그는 얼른 엄혜정의 손을 잡았는데, 그녀의 손이 얼음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누나, 아직 나도 있잖아. 그러니까 아무 일도 생기면 안 돼. 누나, 꼭 버텨줘.”엄혜정은 눈에 눈물을 머금고 그를 보고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몹시 괴로웠고,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다.‘난 부모님을 가질 자격이 없는 걸까……?’엄혜정이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미 병원에 있었다. 깨어나자마자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졌다.육성현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지금 안정을 취해야 한대.”엄혜정은 주위를 둘러보았다.“민우는?”“밖에 있어. 너무 걱정되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어.”엄혜정은 육성현의 손에서 자기 손을 뺐다.“두 사람 너무해. 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숨길 수가 있어? 평생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육성현, 우리 부모님의 목소리를 합성해서 나랑 통화하게 했어? 네 아이디어지? 넌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잖아!”“혜정아, 어차피 일은 벌어졌고, 너한테 알려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어. 네 옆에는 나랑 아이가 있고, 민우에게 남은 가족이라곤 너밖에 없어. 너한테도 무슨 일이 생기면, 민우는 더 고통스러워질 거야.”엄혜정은 말을 하지 않았고,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엄혜정도 염민우가 더 고통스러워질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때 엄혜정은 염민우가 갑자기 엄청나게 말라갔던 것이 생각이났다. 엄혜정은 염민우의 일이 바쁜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그때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염민우는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고 있었다.“울지 마. 의사가 지금은 안정을 찾아야 한다고 했어.”
“알았어요…….”염민우는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가 입구에 서 있는 엄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누…… 누나. 여긴 어쩐 일이야?”엄혜정은 멍하니 거기에 서서 염민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방금 얘기하고 있던 사람을 봤다.“하늘나라라뇨? 저희 부모님이 왜 하늘나라에 계셔요?”“아니야, 다른 사람의 얘기를 하고 있었어.”엄혜정은 두 사람의 얼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것을 발견했다.그녀는 똑똑히 들었다. 엄혜정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다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핸드폰을 못 찾자 바로 차로 뛰어갔다.“누나!”염민우는 엄혜정을 쫓아갔다.“뭐 하려고 그래?”“엄마 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지금 여행 중이시니까, 방해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엄혜정은 그를 보면서 물었다.“사실대로 얘기해줘. 엄마 아빠 왜 아직도 돌아오시지 않은 거야? 거짓말하지 마! 사실 줄곧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임신했는데 엄마랑 아빠가 계속 안 오시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두 분 무슨 일이 생긴 거 맞지? 정말로…… 무슨 일이 생긴 거야?”염민우는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꾹 참고 말했다.“더 이상 묻지 마…….”“염민우! 계속 우물쭈물 얘기 안 하면, 나 이젠 널 안 봐!”염민우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집에 오는 게 아니었어, 그나저나 아저씨는 왜 또 그런 허튼소리를 해서 참…….’“맞아, 누나 임신 3개월쯤 되었을 때,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셨어.”엄혜정은 몸이 휘청거렸다. 염민우는 바로 그녀를 부축했다.“침착해요! 엄마랑 아빠는 누나가 무사하기를 원하셨을 거야. 난 누나가 못 받아들일 것 같아서 장례식 때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어.”엄혜정의 눈에서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염민우를 바라보았다.“너 이러고도 내 친동생이 맞아? 어떻게 안 알려줄 수가 있어! 아기만 중요하고 부모님은 안 중요할 것 같아? 너…….”너무 충격 받은 엄혜정은 눈앞이 점점 캄캄해지더니 기절을 하고 말았다.“누나!”
육성현이 다가와 물었다.“유희야, 괜찮아?”원유희는 고개를 저었다.“너 안색이 안 좋은데, 왜 그래?”“김명화가 죽었어요.”김신걸이 얘기했다.“해독제는 찾았어요?”원유희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아쉽네. 그럼 감염된 사람들은 우선 좀 참아야겠어.”원유희는 갑자기 뭐가 생각나 바로 김신걸을 밀쳤다.“날 만지지 마!”육성현은 그제야 원유희의 볼 아래의 병변 부위를 발견했다.“유희야, 김명화가 너한테도 독을 썼어?”김신걸은 미간을 찌푸렸다.“상관없어.”“안돼. 우리 둘다 아이들하고 접촉하지 않으려 한다면 애들이 걱정할 거야.”원유희는 거절했다.김신걸은 줄곧 원유희와 스킨쉽이 있었다. 원유희는 그도 감염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방금도 널 안았는데, 감염되면 진작에 감염됐어.”김신걸이 말했다.원유희는 그래도 싫었다.“아니, 그래도 만지지 마.”해독제도 못 가진 상황에 김명화는 의문스럽게 죽었다. ‘여기 김명화를 죽이려고 한 사람이 있었단 말이지?’김신걸은 김명화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의 시체를 바다에 던질 일은 더더욱 없었다.그럼 분명 다른 사람이 한 짓이었다.‘무슨 목적으로? 김신걸도 감염되면 배후의 사람을 어떻게 잡아내지?’‘다른 조직의 사람도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원유희는 말을 하지 않았다.“내려가자.”김신걸은 원유희의 말대로 몸에 손을 대지 않았다. 원유희가 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을 떠날까 봐서 걱정이었다. 김신걸은 더 이상 그런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원유희는 김신걸을 따라 떠났다.육성현은 먼 곳에 있는 김명화의 시체를 봤다. 그리고 그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떠났다.이제 아무도 김명화를 죽인 사람이 육성현이라는 것을 모를 것이다.엄혜정은 이미 임신 5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금 어떠한 사고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육성현은 잠깐 해독제가 없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다시 생각하려 했다.엄혜정은 소파에 앉아 과일을 먹고 있었다.배는 이미 많이 나
김명화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진선우는 킬러들과 격투하고 있었고, 매번 그들의 치명적인 곳을 공격했다.진선우가 실력이 없었다면, 킬러들은 진작에 그를 해결했을 것이다.김명화는 무엇을 깨닫고 손을 돌려 원유희를 잡으려 했다.원유희는 후퇴하는 동시에 다른 힘에 의해 품에 안겼다.“이거 놔!”원유희는 낯선 남자인 줄 알고 발버둥 치려 했다.“유희야.”원유희는 멍하니 고개를 돌렸고, 익숙한 얼굴을 보자 아주 기뻤다.“김신걸?”“나야.”김명화는 서로 애틋한 두 사람을 보자 화가 더 났다.“원유희, 역시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긴 사람, 너였어.”김명화는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그쪽이 너무 방심한 탓이죠.”‘내가 예전에 김신걸의 곁에서 도망치려고 했던 일이 김명화에게 착각을 준 거야?’“왜, 날 죽이려고? 네까짓 게?”김명화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다른 출구로 달려갔다.하지만 경호원들은 이미 그곳에 서서 그를 막았다.김명화는 총을 꺼내 쏘자, 한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졌고, 다른 경호원은 얼른 옆으로 비켜 숨었다.일반인들은 그 출구를 포기했을 것이다. 김신걸의 사람들이 숨어있었기에, 그 출구는 아주 위험했다.하지만 김명화는 기어코 사격을 하면서 길을 텄다.안에 숨어 있던 경호원들은 피하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들의 반격에 김명화는 하마터면 맞을 뻔했다. 그러다가 몇발 더 쏘고는 바로 달렸다.김명화는 크루즈에 오래 있었다. 하여 갓 크루즈에 올라온 김신걸의 사람들보다 이곳을 훨씬 더 잘 알았다.몇 개의 모퉁이를 돌면 은폐하기 적합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명화는 다시 부하들에게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그제야 김명화는 김신걸의 사람들이 진작에 올라왔고, 자기 쪽 부하들은 아마 얼마 남지 않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도망치지 못한다면 김신걸에게 잡힐 것이 뻔했다.김명화는 죽어도 김신걸에게 잡히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갑자기 한 사람의 인기척이 났다. 김명화는 본능적으로 총을 들었다
원유희는 지금 약 때문에 힘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고, 크루즈 곳곳에는 CCTV가 있었다. 방에 들어올 때, 그 윗부분에 CCTV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한밤중에 몰래 뭔가를 찾아보는 건 아예 불가능했다.김명화는 일찌감치 그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원유희는 떠나기 전에 김신걸에게 단서를 남겨주었기에 그가 곧 이곳을 찾아올 거라 믿었다.다만 김신걸의 속도가 이렇게 빠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날이 밝는 무렵, 원유희는 헬리콥터 소리를 들었다.이어 문이 펑 하고 열렸고, 원유희는 반응하기도 전에 멱살이 잡혔다.“연락을 어떻게 한 거야?”말을 마치고 원유희의 몸을 수색하려 했다.“아! 미쳤어요? 나 핸드폰 없어요!”“김신걸이 왔다고 널 데려갈 수 있다고 생각해? 죽어서 지옥에 내려가더라도 널 끌고 갈 거야. 가자!”“아니…….”원유희는 힘 없이 밖으로 끌려 나갔다.김명화는 원유희를 다른 방으로 보냈다.“우린 여기서 김신걸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 돼.”원유희는 고개를 들어봤다. 입구에는 많은 폭탄이 놓여있었다.그걸로 부족한지 김명화는 원유희의 몸에 폭탄을 묶었다.“미쳤어요?”김명화는 원유희의 얼굴을 꽉 쥐었다.“김신걸이 널 어떻게 구할지 구경이나 하려고 그런다.”원유희는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김신걸이 왜 이렇게 왔을까? 너무 눈에 띄잖아.’다시 들어보니 이미 헬리콥터 소리가 나지 않았고, 밖에는 다른 인기척도 없었다.한 남자가 와서 말했다.“헬리콥터가 지나갔어요. 그냥 순찰하다가 지난 것 같아요.”김명화는 멍하니 서 있었다.원유희는 그를 비웃었다.“저 소리에 이렇게까지 놀랐단 말이에요?”“닥쳐!”김명화의 표정은 엄청나게 나빴다.“난 신걸이랑 아이들이 감염되는 거 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을 거고요. 배고픈데 이 폭탄들이나 좀 뜯어줄래요?”김명화가 경각심을 낮추었을 때, 크루즈 밑에서 잠수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10명 좌우로 보이는 사람들은 갈고리를 가드레일에 던지고 밧
원유희는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김명화가 갑자기 뒤에서 무슨 짓을 할까 봐, 원유희는 그를 등지고 누울 수가 없었다.“너 기억나? 어릴 때 김신걸이 널 괴롭히면 넌 우리 집에 달려와서 내 침대에서 잤잖아.”“기억 안 나요.”“기억하는 거 다 알아. 난 그때 정말 널 도와주고 싶었어.”원유희는 그가 한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천장을 쳐다보며 말했다.“이전의 김명화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해요.”김명화의 표정은 어두워졌다.“우리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거야?”“내가 제일 아끼는 사람을 죽이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죠? 죽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원유희는 지금의 김명화를 조금도 동정하지 않았다.“아무리 유년 시절이 불행해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낙으로 삼으면 안 되죠!”“정말 고상한 척하네. 김신걸은 사람은 죽인 적이 없대? 육성현은 없대? 왜 걔네들이 사람을 죽인건 용서하면서, 난 용서하지 못하는 건데? 그 사람은 네 남편이고 네 가족이니까? 비겁하고 이기적인 건 너도 마찬가지야.”“참, 너도 사람을 죽였잖아. 네가 죽인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고, 누군가의 아들이야.”원유희는 기분이 착잡해졌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김명화는 원유희의 반응을 보고 가볍게 웃었다.“그러니까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쉽게, 편하게 살자.”“이렇게 예전의 저질렀던 일을 합리화하려는 거예요? 그리고 그 명분으로 더 많은 사람을 죽이려고요?”원유희는 김명화를 바라보면서 물었다.“당신을 용서하기 싫은 거 아니에요. 근데 지금까지 자기의 잘못도 모르는 사람을 어떻게 용서해요? 차라리 해독제를 그냥 줘요. 시장에 유통하지 말고요. 그러면 예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할게요.”“정말?”김명화는 원유희를 보면서 물었다.“물론이죠.”원유희는 김명화의 말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을 했다.미래의 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그래. 해독제를 줄 수 있어. 근데 대신 넌 나랑 평생 같이
“밥 안 먹으면 너만 손해야.”김명화는 그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맞네, 아무 것도 먹지 않으면 무슨 힘으로 김명화를 상대하겠어?’잠시 후, 납득이 간 원유희는 젓가락을 들고 생선을 먹기 시작했다.김명화는 그녀가 고기를 입에 넣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때?”“설마 그쪽이 한 거예요?”원유희는 귀찮다는 듯이 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맞아, 내가 직접 했어.”‘이게 뭐 자랑할 일인가?’“수고했네요,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니.”“내가 힘들 것 같으면 같이 할까?”“할 줄 모르는데요.”“정말 상전 팔자구먼.”김명화는 원유희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원유희는 김명화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원유희는 김명화가 자신을 괴롭히고, 김신걸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이곳에 데려온 줄로 알았다.근데 직접 밥도 해줄 거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설마 요리에 무슨 수작을 부린 거 아니죠?”원유희는 젓가락을 멈추었다.김명화는 손에 있는 젓가락을 흔들었다.“나도 먹고 있잖아.”“먼저 해독제를 먹었겠죠.”“그런 거 아니야.”“그럼 내가 묻힌 진물은? 그건 어떻게 해결한 거죠?”원유희가 물었다.“해독제가 있으니까 괜찮은 거잖아요.”“해독제 가지고 싶어?”“줄 생각은 있고요?”“착하면 줄게.”원유희는 의심스러웠지만 말하지 않았다.어차피 금방 왔으니 당장 해독제를 받을 수는 없었다. 하여 원유희는 일단 참고 해독제를 발견하면 김명화를 바로 제압하는 것을 선택했다.밥을 다 먹고 나머지는 부하가 다 치웠다.“같이 샤워할까?”김명화가 물었다.원유희는 그를 차갑게 보며 말했다.“아니요. 먼저 씻어요.”원유희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욕실로 들어갔다.원유희는 자신의 감정을 가라앉히고 침착하자고 했다. ‘근데 자는 건 어떡하지? 정말로 같이 자야 해?’원유희는 침대를 봤다. 두 사람이 자고도 넉넉한 침대였고, 중간에 뭘 놓을 수도 있었다.김명화가 만약 자기 몸에 손을 대면 원유희는 같이 죽을 각오도 했다.10여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