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비단옷 한 벌을 걸친 남자가 차분한 발걸음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기세로 넘쳐흘렀다.부진환은 피로 흠뻑 젖어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낙청연을 바라보더니 미간은 더욱 쪼그라들었다.방금 부모와 인연을 끊겠다고 확고하게 말한 낙청연의 말을 듣고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경도에서 그 어떤 처자가 감히 부모와 인연을 끊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요즘 낙청연의 성격은 변화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말까지 그토록 확고하게 할 거라는 것은 생각 밖이었다. 그녀의 기개 있는 모습은 그로 하여금 그녀를 다시 보게끔 하였다.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문으로 들어갔다.“왕야께서 왕림하실 줄 몰랐습니다. ”낙해평은 두 손을 맞잡아 왕야를 반겼습니다. “오늘 가훈으로 여식을 훈육하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부끄럽습니다.”필경 자신의 여식이 대신 혼인하는 부끄러운 일을 저질렀기에 낙해평은 이치가 서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겸손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하지만 부진환의 낯빛은 차가웠다. 그는 담담하게 낙청연을 쳐다보더니 말했다:”무슨 죄를 지었기에 승상 대감께서 직접 가법으로 이 지경이 되도록 때린 겁니까?”낙해평의 얼굴은 약간 어두워졌다. 그는 민망해서 말했다:”듣기에 제 여식이 섭정왕부에서 적지 않은 말썽을 일으켰다고 들었습니다. 이게 모두 제가 여식을 가르치는 방법이 서툴렀기 때문입니다. 왕야께서 걔를 내쫓지 않았으니 제가 똑바로 가르쳐서 다시는 민폐를 끼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부진환의 차가운 낯빛을 본 낙월영은 손에 땀을 쥐었다. 혹여 낙청연을 뒷받침해주려고 오신 건 아니겠지?하지만 뒤이어 부진환의 말은 그녀를 철저하게 시름 놓게 했다.“알고 보니 왕부 내의 일 때문이었군요. 그럼 낙청연은 확실히 혼나야 합니다. 본왕이 보기에 승상 대감께서 더 세게 혼내도 될 것 같습니다.” 부진환의 표정은 평온했고 차가운 어투는 칼날 같았다.지초가 어렵게 부축해서 막 앉은 낙청연은 부진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쇠약했지만 불굴의 의지와 강인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는 이마를 찌푸리더니, 유품? 낙청연이 그토록 집착하고 갖고 싶은 유품은 대체 무엇인가?이를 본 낙월영은 달려가서 낙청연의 손을 떼어놓고 싶었지만 낙청연은 의식 불명 상태였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부진환의 옷을 잡아당겼고 죽어도 놓지 않을 모양이었으며 계속 중얼거렸다: “제 어머니의 유품을 돌려주십시오! 돌려주세요!”“언니 어서 일어나봐요, 왕야의 옷을 더럽히지 마세요!” 낙월영은 다급했다.하지만 낙청연은 죽어도 놓지 않았고 마지막 남은 한 줄기의 희망으로 생각했다.부진환은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싫은 표정으로 한번 쳐다봤다. 하지만 끝내 타협하고 말았다: “됐다, 본왕이 방으로 데려가겠다!”그는 허리를 굽히더니 낙청연을 안아 올렸다. 하지만 이 무거운 무게는 일 년 내내 무예를 익히는 섭정왕마저 순간 비틀거리게 했다.힘겹게 낙청연을 안고 계집종의 안내에 따라 청계원에 도착했다.그는 낙청연을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전혀 핏기가 없었다. 부진환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손가락 관절은 더욱 창백했다.“제 어머니의 유품을 돌려주세요…”낙청연은 의식이 불명해서도 중얼거렸다.부진환의 눈에는 그윽한 빛이 돌더니 약간 몸을 기울였다. “너의 어머니 유품은 무엇이냐?”“제 어머니의 유품을 돌려주세요…”하지만 낙청연은 무의식중에 이 말만 반복하여 중얼거렸다.그는 그녀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엄청 뜨거웠고 상태가 심각하였다.“소유, 어서 가서 가내 고 신의를 모셔오거라.” 부진환은 분부했다.“네.”침대 위의 낙청연을 보면서 부진환은 이마를 찌푸리더니 생각했다. 유품? 도대체 어떤 유품이길래 그녀가 연을 끊고서라도 가지고 싶어 하는 걸까?고 신의가 도착하고 나서야 부진환은 방을 나왔다.낙해평은 하인에게 분부하여 연회를 마련하였다.본채에서 낙해평은 부진환에게 차를 올렸다. 그리고 낙청연의 책벌에 대해 다시 한번 해명했다.부진환은 이 일에 그다지 얽매여 있지 않았다. 오
부진환은 온몸이 굳어버렸다.낙해평은 듣더니 격노했다. 섭정왕의 가족은 누구인가? 그건 황족이다, 무려 황족이다!그는 성난 목소리로 꾸짖었다: “낙청연, 무슨 허튼소리를 하는 거야! 황상을 저주하고 황실을 공경하지 않으면 얼마나 큰 죄인 줄 아느냐? 너 일부러 승상부를 몰락시키려고 그러는 거지!”낙청연은 냉소를 지었고, 눈물과 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그녀는 곧 죽게 되었는데 승상부의 생사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또 승상부가 어떻게 되던 그녀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승상 아버지가 그녀에게 가법을 쓰지만 않았더라도 그녀가 기절해 있는 동안 강한 독을 당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고 신의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왕야, 왕비는 상처를 치료하는 약을 드셨으나 상처가 너무 엄중한 탓에 갑작스레 질병이 도져 아마도 몇 시진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부진환은 듣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피투성이로 얼룩진 낙청연을 보더니 순간 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상처가 엄중한 탓에 질병이 도져 죽는다고? 낙청연은 반박하려고 했으나 복부가 꼬이듯이 아파와서 말을 잇지 못했다.고 신의가 그녀에게 먹인 약은 분명 강한 독이었다! 부진환은 참으로 계략 적인 사람이다. 섭정왕부에서 그녀를 처형하지 않더니 처가에 오는 이 날 남에게 맞은 틈을 이용하여 독을 먹이다니! 그녀를 승상부에서 죽게 하다니!그녀의 죽음을 가법을 쓴 낙해평에게 넘기면 섭정왕은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된다.그의 명성은 훼손되지 않고 승상부도 그를 나무라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낙청연을 해결했으며 또한 만족스럽게 낙월영과 혼인할 수 있다.좋은 수단이다! 아주 좋은 수단이다.천궐국의 섭정왕, 소문만 들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왕야. 과연 명불허전이다!그녀는 죽도록 그의 옷소매를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억울했다. 이렇게 죽는 게 억울했다!부진환은 안타깝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낙청연의 눈에는 너무나 가소로웠다.“고 신의, 정말 방법이 없습니까?” 부진환은 다시 한번 고 신의한테 물어보았다.고
모두 가고 정원에는 구 어멈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벽을 짚고 천천히 방으로 향했다. 걸으면서 눈물을 훔치곤 했다. 중얼거리는 소리는 듣는 사람 마음을 아프게 했다.낙청연은 지초의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고통스러운 얼굴로 힘겹게 소리를 내었다: “권… 권용란(卷龍蘭)…”“권용란? 왕비, 권용란입니까? 권용란이 무엇입니까?” 지초는 똑똑히 들었다. 순간 매우 긴장했다.낙청연은 입을 열더니: “정원… 신수… 석등 뒤에…”지초는 영리했다. 그녀는 즉시 차분해졌다. “정원에 있는 신수 석등 뒤에?”“바로 가보겠습니다!”지초는 왕비가 얘기한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하지만 들어올 때 기이한 수상 석등을 기억했다. 그녀는 즉시 석등 뒤의 풀밭에 달려가서 가지각색의 화초들을 한 묶음 한 묶음 뽑았다. 그녀는 한 무더기의 풀을 안고 청계원으로 달려갔다.낙청연의 앞에 가져다주면서, “왕비, 여기 찾으시는 권용란이 있습니까? 없으면 또 찾아오겠습니다!”라고 말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지금 유일하게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것을.낙청연은 손으로 한 무더기의 화초들을 헤쳐보더니 다행히 그중에서 한 그루를 찾아냈다. 권용란의 잎 모양은 용의 형태를 하고 있는 아주 보기 드문 해독제이다. 씨앗을 뿌려야만 자라고 재배율이 아주 낮았다.오늘 가옥에 들어올 때 그녀는 신상 석등을 주의해서 봤는데 우연히 권용란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물건은 그녀에게 특이함이 전혀 없는 평범한 것이기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시각 그를 이용하여 목숨을 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녀는 한입에 권용란을 씹어 먹어 버렸다.“왕비, 어떠신가요? 효과가 있으신가요? 지초는 급하게 물었다.낙청연의 복통은 조금 완화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잠시 죽지 않을 거라는 것을 느꼈다.“아씨, 버티셔야 합니다. 대인보고 의사를 불러오라고 하겠습니다.” 구 어멈은 침대에 앉아서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저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씨를 살려내겠습니다.”낙청연은 감사
순간 낙월영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 급히 부진환의 품속에 숨었다. “너… 사람이냐? 귀신이냐?”“네가 보기에는 내가 사람으로 보이냐? 귀신으로 보이냐?” 낙청연은 차갑게 웃었다.낙해평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낙청연은 정말로 괜찮아진 건가? 고 신의는 방법이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피를 그토록 토하고도 살아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낙청연은 지금 멀쩡하게 그들 앞에 나타났다.“언니, 무섭게 왜 그러십니까!” 낙월영은 무서운 척하면서 부진환의 품속으로 숨었다.부진환은 복잡한 표정으로 낙청연을 쳐다보았다. 고 신의도 살릴 수가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걸까? 회광반조(迴光返照)란 말인가?낙월영의 놀란 모습을 보니 부진환은 살짝 화가 났다. 그는 불쑥 일어서더니 매서운 눈으로 낙청연을 보면서 말했다: “살아남았으니 네 운이 좋았다. 푹 쉬지 않고 여기까지 와서 귀신 놀이로 네 동생을 놀라게 해야 하냐? 너처럼 언니 노릇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말이냐?”어떤 일이 생겨도 추궁당하는 쪽은 늘 낙청연이다.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모두 제가 죽길 바라지 않았습니까? 실망시켜 드리려고 달려왔습니다.”낙해평은 화난 얼굴로 말했다: “이런 꼴을 해가 지고 어디를 그렇게 싸돌아다니냐? 왕비답지 않게! 낙가의 체면을 잃는 건 큰일이 아니다. 어차피 너 때문에 나의 체면은 말이 아니니까. 하지만 섭정왕부의 체면을 구긴다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하하하…”낙청연은 머리를 쳐들더니 크게 웃었다. 그녀의 쟁쟁한 웃음소리는 은방울처럼 울려 퍼져 고용한 밤에 공포스런 분위기를 만들었다.“저를 이 모양 이 꼴로 만든 게 누구인데요?” 그녀는 눈물이 나도록 웃었다.가법을 쓰고 또 독을 써서 그녀를 죽게 하더니!대체 전생에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렇게 비참하게 살아가야 하는가?낙해평은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다. 낙청연의 변화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 공공연히 대꾸하는 것도 모자라 이젠 왕야 앞에서까지 그들을 풍자하다니!“아파서 머리가 잘못
낙청연은 방문을 힘껏 찼다. 낙해평은 그녀 어머니에 관한 일을 피하려는 눈치였다. 이 속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낙해평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걸까?“왕비, 어떻게 왕비를 가둘 수가 있습니까?” 지초가 힘들게 먹을 것을 구해왔는데 방문은 잠겨있었다.“괜찮다, 걱정하지 말거라.” 낙청연은 힘없이 의자에 앉아서 어떻게 조사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고요하니 배속의 꼬르륵 소리는 더욱 잘 들렸다. 하지만 문은 모두 잠겨 있었기에 지초는 음식을 들여다 줄 방법이 없었다. 낙청연은 배고픔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잠들면 배고픔을 모르기 때문이다.다음날 날이 밝아오자 낙청연은 아직 잠에서 깨지도 않았는데 밖에서 자물쇠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흐리멍덩하게 두 눈을 뜨자 황색 도포를 입은 도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도목검을 들고 방울을 흔들면서 입에서 무언가를 중얼거리면서 들어왔다.낙청연은 몸을 일으키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도사?“이곳은 확실히 음살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도사는 정색해서 방을 둘러보더니 시선을 낙청연에게 옮겼다. “음살 기운이 모인 곳은 바로 이 처자의 몸입니다.”이어서 낙해평이 방으로 들어오더니 두 손을 맞잡고 인사를 건네면서 말했다: “도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제 여식입니다만 요즘 행위가 이상하고 귀신에 홀린 거 같은 느낌이 듭니다. 만약 정말로 더러운 물건이 붙었다면 도장께서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낙청연은 듣더니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더러운 물건? 귀신에 홀렸다고?“대인,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이건 저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제단을 열어 방법을 하여 반드시 천금을 위해 악을 물리치고 병을 치료해 드려 관저의 평온을 찾아 드리겠습니다.”그녀는 도장을 훑어보았다. 도포 아래에는 가격이 비싼 금실 구름무늬 장화를 신고 있었다. 또 눈과 눈썹을 보니 눈빛은 바르지 않았고 번득거림이 많으며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간사한 용모를 갖고 있었다. 특히
해가 떴다. 햇살은 방안의 의자에 묶여있는 낙청연을 비추었고, 그녀는 잠들었다 깼다를 수차례 반복했다.도사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 햇살을 가리기 전까지 말이다.“아씨, 이 약을 복용하시면 요사한 기운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도사는 정색해서 말했다. 그는 손을 펴더니 환약을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낙청연은 실눈을 뜨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것을 먹으면 사악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는 것이 확실합니까?”“아씨 같은 상황을 빈도(貧道)는 많이 봐왔습니다. 이 약을 복용하면 반드시 백 가지 사악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래야 빈도가 이 사악한 것을 승상부에서 쫓아낼 수 있습니다! 아씨도 잘 협조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도사는 설명하며 약을 먹으라고 달랬다.하지만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낙청연은 분명히 환약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그녀는 도사를 쳐다보더니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악귀를 내쫓는다고요? 아닐 건데요, 이 약을 먹으면 사유가 혼란스러워지면서 미치거나, 기억 상실이 생길 텐데요!”순간 그녀는 도사가 굳어 버렸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반들거리고 혼탁한 두 눈을 크게 뜨더니 깜짝 놀란 기색이었다.하지만 그는 바로 웃으며 말했다: “아씨 농담하지 마십시오, 제가 어떻게 그토록 독한 약을 쓰겠습니까? 또한 그런 약은 저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습니다.”하지만 지금 도사는 찔려서 말하는 것조차 자신감이 없었다.“유익한 점은 당연히 많지요, 저를 미치게 하여 요사(妖邪)가 다루기 힘들다는 핑계를 대어 승상부에 오래도록 남아서 허세 부리고 사기 치면 더 많은 은표를 벌 수 있지요! 그 다음 약효가 기억을 상실하게 만들면 요사를 내쫓았다고 말하겠지요. 그럼 저는 기억을 잃었으니 당연히 얌전하게 말을 잘 듣고 아버지를 화나게 하지도 않겠군요. 당신도 자연스레 대단한 대사가 되는 거 아닙니까?”낙청연은 입가에 냉소를 지으며 한 글자 한 구절씩 그를 폭로했다.이처럼 허세 부리고 사기치는 수법은 그녀도 오래전에 들은 적 있다. 하지만 이런
낙청연은 어깨를 움직이더니 도사에게 눈빛을 보냈다.그러자 사기꾼 도사는 황급히 그녀 몸에 묶인 밧줄을 풀면서 얘기했다: “아씨? 아닙니다, 대사! 제가 요즘 진짜 운수가 안 좋은데 방도가 없을까요?”도사의 땀 범벅으로 된 얼굴에 다급한 기색이 역력한 걸 보니 낙청연은 그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그녀는 어깨를 움직이고 일어나서 기지개를 쭉 켜더니 느긋하게 말했다: “방도는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도사는 얼굴색이 확 바뀌더니 낙청연 앞으로 무릎을 꿇고 다급하게 얘기했다: “잘못했습니다, 제가 대사를 건드리는 게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재주가 뛰어나시면 제발 저 좀 살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도사는 품에서 돈을 한 뭉치씩 꺼내면서 간절하게 빌었다: “이 사기 쳐 온 돈들은 다 돌려드리겠습니다! 대사,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낙청연은 은표를 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전에는 돈이 귀한 줄 몰랐다. 하지만 섭정왕부의 돈은 그녀 손에 들어오는 일이 없었고, 낙가와 인연을 끊으려면 돈을 좀 가지고 있어야 했다. 주머니에 한 푼도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녀는 은표를 받고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얘기했다: “당신의 흉재는 없애기 어렵습니다. 나쁜 일을 많이 했으니 인과응보지요. 하지만 최근에 있을 흉재는 한 번 막아줄 수 있습니다. 미륵사(彌勒寺)에 가서 약을 구해 해를 입혔던 사람에게 전하세요. 그리고 미륵사에서 반년 동안 수행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겁니다.”“알겠습니다!” 사기꾼 도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낙청연은 은표를 넣어두고 느긋하게 얘기했다: “강호에 사기꾼은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작은 꼼수로 돈만 챙겼다면 이런 흉재도 없었을 겁니다. 그 사람을 해하는 약이 재앙의 근원이지요.”사기꾼 도사는 그녀의 모든 걸 꿰뚫은 듯한 심오한 눈빛을 보면서 내심 감탄했다. 이번에는 진짜 대사를 만났다!“예예예, 약은 곧바로 버리고 다시는 쓰지 않겠습니다!’“알면 됐습니다.
부소는 깜짝 놀라 다급히 부원뢰를 업으려 했다.“아버지를 데리고 도성에 가서 의술이 더 뛰어난 의원을 찾겠습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부원뢰는 부소의 손을 잡아당겼다.“콜록... 내 몸은 내가 잘 알고 있다. 난 시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사람은 결국 죽을 테니, 그렇게 걱정하지 말거라.”부원뢰는 힘없이 말하며 그를 위로하려 억지 미소를 지으며 부소의 손등을 두드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부소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부원뢰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나도 생각지 못했다.”“네가 장가를 가고 아이를 낳는 것도 보지 못했는데, 아쉬움을 품고 가야 할 것 같구나.”말을 마치고 그는 옆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옥교를 보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하나만 묻겠네. 부소가 마음에 드느냐?”옥교는 멈칫하다 저도 몰래 고개를 돌려 부소를 바라보았다.부원뢰가 말했다.“너에게 물은 것이니, 부소를 보지 말거라.”“내가 곧 죽는다고 해서 듣기 좋은 말로 위로하려 하지 말거라. 난 그저 사실을 듣고 싶을 뿐이다.”옥교는 조금 쑥스러웠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부원뢰는 그녀의 손을 잡고 품에서 피로 물든 옥팔찌 하나를 꺼내 꼼꼼히 닦은 후 옥교에게 건네주었다.“이 팔찌는 부소 어머니의 혼수다. 이번에 이곳으로 온 것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받고 온 것이다. 네가 참 마음에 드는구나.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 있든 아니든 이 팔찌를 받기를 바란다.”“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생각하거라.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도 부소 어머니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될 것이다.”옥교는 그 말을 듣고 놀라기도 했고 난처하기도 했다.그녀는 부소의 마음도 모르는데 어떻게 며느리의 신분을 의미하는 받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 옥팔찌는 너무도 귀하다.부소도 그녀가 난처한 것을 알고 말했다.“그냥 받으시오.”옥교는 그제야 팔찌를 받았다.그녀는 나중에 부소에게 돌려주기로 생각했다. 그녀는 부소가 아버지의 아쉬움을 달래
눈시울을 붉히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송천초의 모습을 보며 초경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못내 기뻤다.그는 참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뽀뽀했다.그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가치가 있다고 하면 가치가 있는 것이오!”초경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그녀를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확고한 눈빛에 송천초는 저도 몰래 팔을 들어 그의 목을 휘감고 더욱 적극적인 대답을 했다....송천초는 날이 밝자마자 깨어났다.그녀는 옆에 누워 있는 초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하지 않았다.“뭘 그렇게 보는 것이오? 그렇게 좋소?”갑자기 눈을 뜬 초경이 입꼬리를 올렸다.“깨어나셨습니까?”“본디 잠이 많지 않소.”초경은 말하면서 얼굴을 쓰다듬고 있던 송천초의 손을 잡고 잡아당겼다.“왜 그러시오? 아침부터 왜 그리 걱정이 많은 것이오?”“다음 생에 당신처럼 잘해 주는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송천초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다음 생에 꼭 일찍 저를 찾아오십시오.”“다음 생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초경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소. 다음 생에도 앞으로도 꼭 일찍 찾아 지켜줄 것이오.”“평생 지켜줄 것이오.”그 말을 듣고 송천초가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수명도 아껴야지 않겠습니까? 수명이 줄면 어찌 저를 평생 지켜줄 수 있습니까?”초경은 멈칫하다 마음이 따뜻해져 그녀를 꼭 안았다.“좋소. 자네의 말을 듣고 소중히 아끼겠소.”“하지만 동하국을 없애는 일은 이미 부진환에게 승낙했으니, 약속을 어길 순 없지 않소?”“걱정하지 마시오. 이 일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오.”“앞으로 뭐든 자네의 말을 듣고 수명을 소중히 여기며 평생 당신을 지켜줄 것이오.”송천초도 그를 꼭 껴안았다.“좋습니다.”-며칠 후, 이한도 쪽에서 고강해를 미끼로 삼아 그를 구하려는 사람을 몇 명 잡았다.심문하자, 그들은 모두 왕자를 구하러
막사로 돌아간 후 부진환은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는 고강해를 미끼로 삼으려고 이한도로 데려갔다.그리고 동하국에 소식을 전해 투항을 권했다.3일도 지나지 않아 동하국 선박이 이한도 부근에 와서 고강해가 정말 이한도에 있는지 알아보려 했다.그와 동시에 송천초와 초경도 청주를 찾아왔다.부진환은 소식을 듣고 직접 맞이하러 가서 열정적으로 접대했다.세 사람은 정원에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부진환은 술을 따르고 말했다.“여제께서 두 사람이 올 것이라 편지를 보냈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소. 왜 며칠 더 놀다 오지 않은 것이오?”송천초가 눈썹을 치켜올렸다.“이젠 여제라 부르는 것입니까? 괜히 낯설어 보이십니다.”부진환은 멈칫하다 웃으며 답했다.“보는 눈도 많은데 마음대로 여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예의가 아니지 않소. 이미 여제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오.”“하긴 여국의 부 태사시니, 여제께 무례를 범하며 안 되시지요. 이렇게 빨리 여국으로 오실 줄 몰랐습니다. 부 태사 같은 분은 정말 흔치 않습니다.”“자, 제가 한 잔 드리지요!”송천초는 술잔을 들고 단숨에 다 마셨고 부진환도 잔을 들어 술을 마셨다.두 사람은 전쟁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지만, 초경이 마음이 급한 듯 먼저 입을 열었다.“동하국과의 전쟁은 어떻게 되었소?”“동하국 위치는 알아낸 것이오? 내가 가서 그들을 죽일 것이오.”“절대 늦어서는 안 되오.”부진환은 살짝 당황했다.“그리 조급해하는 것이오?”초경은 천천히 음식을 먹으며 물었다.“빨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소?”“일찍 끝내야 천초가 매일 같이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웃으며 답했다.“동하국의 위치는 이미 사람을 보내 알아보고 있소. 아마 곧 소식이 있을 것이오.”“하지만 자네는 이제 보통 사람이 아니오. 나라 사이의 전쟁에 끼어들면 수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소?”사실 이 일은 초경이 나설 일이 아니다.평소 송천초를 지키기 위해 사람을 몇 명 죽이는 것은 괜찮지만, 나라 사이의 전쟁은 결코
고강해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소. 그들이 원하는 것은 열쇠요.”“하지만 다들 열쇠가 가짜라는 것을 모르고 있소.”부진환은 곰곰이 생각하다 또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그가 물었다.“당신을 대신한 형제들과 고옥서 남매를 제외하고 몇 명의 성인 형제자매가 있는 것이오?”고강해는 생각하다 답했다.“아홉 명이 더 있소.”이 숫자에 부진환은 살짝 놀랐다.동하국 왕의 자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아홉 명 전부 동하국에 있는 것이오? 왜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우리는 서로 싸우는 사이라 아무도 서로 굴복하고 지휘받는 것을 원하지 않소.”“그래서 따로 병사를 통솔하고 있소. 그래야 공로를 세워도 다른 사람과 나눌 필요가 없소.”“내가 잡히자, 고옥서가 오지 않았는가?”부진환은 그 말을 듣고 가볍게 웃었다.“그렇게 서로 싸우면서 뿔뿔이 흩어져 어찌 여국을 상대하려는 것이오?”고강해가 말했다.“우리에게는 약사가 있소.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지 자네는 모르오.”“여국의 풍수사가 강하다고 하지만, 그녀의 손가락 하나에도 비길 수 없소.”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물었다.“전쟁을 오랫동안 했는데, 그 대단하다는 약사는 왜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오?”“정말 궁지에 몰리지 않은 이상 약사는 동하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오.”“약사는 스무살에 동하국으로 왔고 이미 3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소. 하지만 약사는 아직도 스무살 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소. 어찌 비긴다는 말이오?”“약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여국을 평정할 수 있소.”비록 부진환은 이런 허풍을 믿지 않지만 그렇다고 섣불리 적을 얕볼 순 없다.“약사가 그렇게 대단하면 어찌 이렇게 많은 동하국 사람의 희생이 필요하오? 어차피 약사는 동하국 사람이 아니니, 동하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않을 것이오.”부진환이 단번에 중점을 꼬집어 말하자 고강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부진환이 말을 이었다.“게다가 당신이 잡혀도 아무도 구하지 않을 것이오.”“형제자매들은 자네가 죽기를
“왜 계속 당신을 남겨두었는지 알고 있소?”부진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고강해는 고개를 떨구고 힘없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동하국 왕자이기 때문에 남겨 두면 반드시 쓸모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소.”“하지만 동하국 사람이 당신을 죽이려 할 줄은 생각지 못했소.”고강해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이오?”“자네는 이젠 아무런 가치가 없소.”고강해는 자신의 처지를 비웃듯 입꼬리를 올리고 답했다.“사실 난 잡힌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었소.”“동하국에는 황자가 많으니, 나 하나 없다고 문제 될 것 없소.”“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나를 죽이려 할 줄은 몰랐소. 도망가는 와중에도 나를 쏘려고 했소.”“하지만 우리는 형제 사이의 정이 없었소. 그저 경쟁과 싸움뿐이었소.”부진환은 그가 많은 말을 하자, 계속 물었다.“그저 싸우는 사이라면 어찌 자네를 그렇게 미워하는 것이오? 구하지 않는 것도 망정이지, 왜 죽이려 하는 것이오?”고강해가 답했다.“그들은 나한테서 무언가를 얻으려 하오.”“만약 그것을 얻는다면 새로운 왕자가 될 수 있소.”부진환은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옥서가 고옥언을 구할 때, 그는 옆 방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고 고강해 시체에서 뭔가를 갖고 가겠다는 것을 들었다.“그게 무엇이오?”고강해는 대답하지 않고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우리 동하국에는 존경받는 약사가 있소.”“하지만 과거 그녀는 동하국의 제압을 받던 일반 의원이었소. 독을 만들 줄 알기에 우리의 핍박을 받고 독을 만들었소.”“그녀는 여국인이지만 진법으로 인해 밖으로 나와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소. 그렇게 떠돌다 그녀는 동하국으로 왔고 늘 여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소.”“그녀의 계획은 줄곧 실패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홀로 바다에 갔소. 그날 그녀는 파도 때문에 배가 뒤집혔지만, 마침 바다 밑에서 보물을 발견했소.”“오래된 침몰선이 해저에서 거대한 궁전이 된 듯한 모습이었고, 그녀는 그 안에서 많은 보물을 얻었고 특
고강해는 절망에 휩싸여 눈을 감고 죽음을 맞이했다.하지만 이때, 옆에서 화살이 날아가 정확히 고옥서가 쏜 화살을 떨구었다.고옥서는 그 모습을 보고 화를 내며 활을 내던지고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그곳을 떠났다.이내 그 마차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났다.병사들도 신속히 그들의 뒤를 쫓았고 성문에 걸린 고강해도 내려져 감옥으로 데려갔다.고옥서와 고옥언은 바닷가로 도망쳐 작은 배를 찾아 먼저 숨을 곳을 찾기로 했다.하지만 너무 빨리 쫓아온 병사들 때문에 두 사람은 숨을 곳 없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두 사람은 힘껏 노를 저어 떠나려 했다.바다에서 힘에 부쳐 곧 쫓기려는 그때, 눈앞에 동하국의 배 한 척이 나타났다.그리고 배 위에는 동하국 깃발이 달려 있었다. 고옥서는 미리 계획한 배가 마침 인근에 왔다고 추측했다.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본 듯이 배 위에 있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고 곧 배에 올랐다.“어서 돌아가거라! 병사가 쫓아왔다!”고옥서가 다급히 명을 내렸다.하지만 배는 바다에 멈춰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옥서는 눈살을 찌푸리고 배 위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무엇들 하는 게냐? 귀가 먹은 것이냐?”비록 배 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동하국 병사였지만 이상하게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녀의 말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옥서는 병사들이 곧 쫓아올 것 같아 조바심을 내며 그들에게 한바탕 욕설을 퍼부었다.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하지 않았으며 배도 움직이지 않았다.고옥서는 어딘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끼고 고옥언을 끌고 배에서 뛰어내리려 했다.하지만 그때, 선실에서 청주군 병사들이 뛰어나와 단번에 그들을 포위했다.배에서 뛰어 내리려 해도 이젠 뛸 수 없었다.그리고 추격하던 병사들도 가까이 도착해 그들의 배를 겹겹이 에워쌌다. 그리고 배 위에는 부소가 서 있었다!그녀는 놀란 나머지 절망스러웠다. 고옥서는 화를 내며 동하국 사람을 붙잡았다.“적들을 도와 우리에게 함정을 파놓은 것이냐?”상대는 울먹이는 말
결국 다들 시선을 부소에게로 옮겼다.부소는 멍하니 자기를 가리키며 물었다.“나한테 가라는 것이오?”“그것도 아니지 않소?”부진환이 말했다.“주락과 계진 둘 다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미인계에 넘어가게 생겼소?”“자네의 연기가 비슷할 것 같소.”부소가 다급히 말했다.“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지 않소?”“다른 사람은 마음이 놓이지 않소.”부소는 한참 고민하다 잔에 담긴 차를 단숨에 다 마셨다.“가면 될 것 아니오!”“좋은 소식 기다리시오!”부소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부진환이 그를 불러 세웠다.“오늘 이미 심문을 받았으니, 지금 가는 것은 너무 티가 날 것이오. 급할 것 없이, 내일 다시 가시오.”-다음 날 저녁.부소는 부진환이 말한 대로 고옥서를 심문하러 갔다.부 태사가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고옥서는 전쟁 때문에 그가 오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역시 부진환의 추측대로 고옥서의 계략 중 하나가 바로 미인계였다.부 태사에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부소는 다르다.한바탕 유혹하고 난 후, 고옥서는 기회를 잡아 부소와 단둘이 있게 되었다. 그녀는 고옥언이 갇힌 위치를 알아내고 부소가 방심한 틈을 타서 독 가루를 뿌려 그를 쓰러트렸고 감옥 문 열쇠를 훔쳐냈다.그리고 그녀는 독으로 감옥을 지키고 있던 옥졸을 쓰러트리고 고옥언이 갇힏 곳을 찾아 고옥언을 구출했다.“누나!”고옥언은 감격에 겨웠다.“어찌 온 것입니까? 동하국이 청주성을 뚫은 것입니까?”고옥서는 사방을 경계하며 말했다.“아니다. 홀로 너를 구하려 들어온 것이다.”“일단 이곳을 떠날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두 사람은 조용히 감옥을 떠나려 했다. 하지만 감옥 끝에 있는 철문을 보고 고옥언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누나. 고강해가 저곳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데리고 가실 겁니까?”고옥서는 바로 거절했다.“안 된다. 너무 위험한 상황이라, 우리도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누나. 저는 그저 고강해가 지니고 있는 열쇠를 말한 것입니다.”그 말을 듣고
“정말인 것이냐? 동하국에는 나를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없다.”그 말을 듣고 부진환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동하국 사람들이 워낙 적으니, 그럴만하다.”고옥서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정말 단호하구나.”말을 마치고 고옥서는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옷을 입었다.부 태사에게 미인계가 통하지 않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인내심이 없으니,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거라.”부진환이 천천히 몸을 돌려 불쾌한 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고옥서는 어쩔 수 없이 답했다.“내 동생을 구하러 왔다.”“동하국 왕자, 고강해.”“너에게 잡힌 지 오래되었는데, 아직 살아 있는 것이냐?”부진환은 놀라지 않았다.“얼마 전에 그를 구하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다들 실패했는데, 너라고 성공할 거라 생각한 것이냐?”고옥서가 가볍게 웃었다.“확신이 없다면 어찌 왔겠느냐? 청주성에서 순찰하는 청주군도 많지 않은 듯한데, 다들 바닷가로 갔나 보구나.”“동하국의 배가 부담을 준 것이냐?”부진환이 담담하게 그녀를 힐긋 보고 답했다.“쓸데없는 걱정이구나.”말을 마치고 부진환은 몸을 돌려 떠났다.부진환의 반응을 본 고옥서는 전쟁의 상황이 부 태사에게 큰 부담이 되었고 막사마저 사라졌을 것이라 추측했다.그렇지 않으면 부 태사가 어찌 안색을 바꾸었겠는가?그렇게 생각한 고옥서는 자신감에 찬 미소를 지으며 철문을 바라보았다.감옥에서 나간 부진환은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부소가 와서 그를 부른 것도 듣지 못할 정도였다.부소는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왜 그리 넋을 놓고 있소? 여러 번 불러도 도통 반응이 없었소.”“심문하러 간 동하국 여인은 어떻게 되었소? 안색이 좋지 않소.”부진환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청주성에 들어와 동하국 왕자이자 그녀의 동생 고강해를 구하러 왔다고 순순히 말했소.”부소가 깜짝 놀랐다.“고강해 말이오?”“그런 뜻으로 말했소. 하지만 고옥서라는 이름을 들으니, 고옥언과의 관계가 궁금해졌소.”“나이를 보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회복될 것입니다.”차강남은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황량한 이한도의 모습을 바라보며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다 잘될 것이다.”그는 이한도를 예전의 모습으로 만드는 것이 시간문제일 것이라 믿는다.마음만 먹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것이다.-저녁이 되자 바닷가의 막사는 고요함을 되찾았다. 전쟁의 흔적은 온데간데없이 깨끗이 청소되었다.옥에 갇힌 고옥서는 아직도 동하국의 병사들이 매복을 당해 전쟁에서 지고 도망친 것을 모르고 있다.그녀는 옥에 끌려간 후 동생의 모습을 보고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계속 그를 찾지 못했다.지하 감옥의 가장 깊은 곳에는 철문이 하나 있었다. 엄격하게 지키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죄수를 수감하는 곳 같았다.그녀는 철문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옥에 갇혀 있었다.위치가 적합하니, 기회만 생기면 동생을 구출할 수 있을 것이다.그녀는 늦게까지 누군가 오기를 기다렸다.하지만 감옥에 온 사람은 부진환이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다.“부 태사?”부진환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바로 동하국의 공주구나.”“몇 번 교전할 때, 네가 지휘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용기에 비해 계략이 부족하더구나.”“홀로 청주성에 들어오다니. 정말 청주군의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고옥서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 문 앞까지 걸어가 웃으며 말했다.“부 태사는 역시 대단하구먼.”“중독된 사람들과 달리 아직도 멀쩡하게 기운이 남아도는구먼.”“바깥 상황은 어떠하냐? 부 태사의 막사는 지켜낸 것이냐?”고옥서는 일부러 그를 비웃으려 득의양양하게 비꼬았다.하지만 부진환은 표정 변화 없이 그냥 싸늘하게 그녀를 보고 있었다.하지만 고옥서는 그의 뜻을 지키지 못했다고 이해했다.하지만 청주성은 아직 뚫리지 않은듯하다.“이름이 무엇이냐? 동하국에 내세울 사람이 없는 것이냐? 어찌 여인을 보내 전쟁을 지휘하게 하는 것이냐?”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고옥서는 입꼬리를 올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