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2화

Author: 고능비
last update Last Updated: 2023-01-04 14:56:35
연회가 열리는 곳은 관성 호텔, 이 도시에서 가장 고급 호텔 중 하나이며, 7성급 호텔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예정은 이 호텔이 도대체 7성급 호텔이 옳은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온 적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예정네보다 먼저 호텔에 도착한 효진 고모는 구면인 부인들과 인사를 나눈 뒤 아들딸을 먼저 호텔로 보내놓고 호텔 입구에 남아 친정 조카가 오기를 기다렸다.

조카딸을 태우러 가기로 한 자신의 차가 다른 차량 뒤를 따라 천천히 오는 것을 보고 효진 고모는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고모."

"효진 고모."

예정은 친구를 따라 효진 고모에게 인사를 드렸다.

효진 고모는 조카딸이 예정을 데리고 온 것을 알고, 원래는 좀 심기가 불편했었다.

전에 예정을 본 적이 있는데, 부모 없는 이 아이가 자기 조카딸보다 더 이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히 보통 집안 딸인데, 온몸에서 모두 명문가의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예정이 조카딸의 인기를 빼앗을까 봐 걱정되었던 효진 고모는 예정이 시집갔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마음이 놓였다.

드레스가 아닌 평범한 옷을 입고 눈에 띄지 않는 옅은 화장을 하고 악세서리도 착용하지 않은 예정이 예쁘고 화사하게 단장한 조카딸에게 타고난 미모가 가려진 것을 보고 효진 고모는 속으로 예정이 눈치가 빠르고 철이 든 아이구나 하며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자,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들어갈게. 효진아, 초대장을 꺼내, 들어가려면 초대장을 검사 맞히고 등록해야 해."

"이제 들어가면 너희 둘은 많이 보고 적게 얘기해 알았지? 적당한 때 내가 다시 사람들을 소개해 줄게. 예정아, 넌 항상 효진보다 더 침착하니까 잘 지켜보고 있어, 얘가 사고를 치지 못하게 해. 관성 호텔은 전씨 가문의 많은 호텔 중 하나인데 그 집 도련님들도 오늘 밤 연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어.”

효진 고모는 조카딸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

"효진아, 네가 재벌 집 도련님 눈에 든다면 정말 우리 심씨 집안의 큰 복이 될 거야. 다른 재벌 집보다 조용할 뿐만 아니라, 가풍도 아주 좋고, 권력 다툼 그런 것도 거의 없다고 보면 돼. 주로 그 집 남자들 모두 밖에서 애인을 만드는 일에 거의 관심이 없어 믿을 만한 사람들이고 말이야.”

"네 사촌 여동생은 아직 어려서 아쉽지 뭐. 그렇지 않으면 이런 좋은 일이 너한테 차려지겠어?”

조카가 아무리 이뻐도 딸보다 못한 건 사실이고....

그녀의 딸은 이제 막 열일곱 살이고, 아직 성년이 되지 않아서 혼담은 너무 일렀다.

"….고모, 관성 재벌 집 문턱이 저희보다 너무 높아서 그런 헛된 꿈을 꾸진 않을래요.”

심효진은 원래 그냥 먹고 마시러 온 거였다.

예정은 옆에서 듣기만 하고 말참견하지 않았다.

자기는 원래 구경하러 온 것뿐이고, 목적은 먹고 마시는 것이고....

관성 호텔의 음식은 특히 맛있다고 소문났다.

“금방 재벌가 성이 뭐라 하셨어요?

"전 씨."

"전 씨라....아주 특별한 성이네요."

효진이 친구를 살짝 건드렸다.

‘예정이와 결혼을 한 그 남자도 전 씨 성이였는데....’

친구의 뜻을 알아챈 예정은 그냥 웃기만 하고 말을 하지 않았다.

자기 남편도 비록 성은 같은 전 씨이지만, 재벌 집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늘 아래 같은 성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동성동명인 사람들도 적지 않다.

"전 씨가 재벌이긴 하지만 그 집의 문턱은 그리 높지 않아. 인품만 좋으면 그 집 사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어른들도 까다롭게 굴지 않을 거야.”

조카딸은 생김새도 괜찮고 인품도 좋고, 친정 집안 형편도 괜찮아서 재벌 집들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다른 수많은 집보다는 조건이 좋아서 기회가 없지는 않다고 효진 고모는 생각했다.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러버리는 심효진 때문에 화난 효진 고모는 조카의 귀를 잡아당기면서 말한다.

"둘이 먼저 들어가 봐, 고모는 아는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러 가야겠어."

"고모, 그럼, 먼저 들어갈게요."

심효진은 서둘러 예정을 끌고 들어갔다.

‘이젠 더 이상 고모의 잔소리를 안 들어도 되겠지? 정말 엄마랑 똑같아, 어쩐지 고모가 엄마랑 사이가 좋다고 했어. 같은 사람들인 거야.’

관성 호텔에 이미 여러 번 와보앗던 심효진은 친구를 데리고 익숙한 솜씨로 두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고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우리가 여기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인사하러 가도 우리를 상대도 안 해줄 거야. 우선 먹기나 해, 상류사회의 연회가 어떤 건지, 우린 그냥 구경만 하고 가자."

"너 고모가 네가 여길 먹으러 온 걸 알면 화나 돌아가시겠어."

비록 예정도 먹으러 온 것이지만 말이다.

"예정아, 나 같은 조건에 오늘 밤 이곳에 나타난 젊은 남자들을 감히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해? 고모는 왜 내가 재벌 집 도련님들의 눈에 들 거라고 꿈이나 꾸냔 말이야? 내가 뭐 절세미인도 아니고, 나 같은 조건에 최고의 부잣집 도련님의 눈에 들 수나 있겠어? 허허, 우리 고모도 참....상관하지 말고 빨리 먹기나 해, 전에 여기 와서 먹은 적이 있었는데, 어떤 음식들은 너무 비싸 감히 시킬 엄두도 못했어, 이 기회에 다 맛봐야겠어.”

"덕분에 나도 맛볼 수 있게 되었어!"

둘은 구석진 곳에 숨어서 통쾌하게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갑자기!

온 호텔 사람들이 모두 호텔 입구를 바라보더니 순식간에 떠들썩하던 현장도 조용해졌다.

한창 맛있게 먹던 두 사람은 뭔가 무슨 일이 있음을 알았다.

"효진아, 왜 모두 조용해졌지? 누가 온거야?"

"나도 몰라."

효진이 일어서자 예정도 따라와 까치발을 하고 호텔 입구를 바라보았지만, 현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누가 호텔에 들어왔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태윤은 양복 차림으로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자기 집 호텔로 들어섰다.

오늘 밤 연회를 연 사람은 상업계의 우두머리인데, 태윤은 그 상업계의 우두머리와 친분이 꽤 있었다.

전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게다가 자신의 호텔에서 열리는 연회이니만큼 당연히 그 사람에게 체면을 세워줘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요한 일을 마저 처리한 후 연회장에 나타난 것이다.

키가 훤칠하고 생김새가 뛰어난 태윤은 늘 얼굴에 웃음기 없이 차갑고 도도해 보이지만 여전히 큰 자석처럼, 그가 어디를 가든 순식간에 사람들의 초점이 되곤 한다.

"전 사장님."

"전 사장님."

태윤이가 들어서자 모두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태윤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Comments (5)
goodnovel comment avatar
서현연
배경이 비슷하니 스토리도 비슷비슷 해요 그러나 재미는 있네요
goodnovel comment avatar
ᄒᄉ
업데이트 좀 많이 해주세요
goodnovel comment avatar
b리나
장편소설책보다도 비싸서 볼수가 없네요~~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3화

    태윤은 구석에 숨어있는 아내를 발견하지 못한 채 많은 사람한테 둘러싸여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예정도 시선이 겹겹이 쌓인 사람들한테 막혀 태윤을 볼 수가 없었다.한참을 까치발을 하고 쳐다보았지만, 주인공을 보지 못하자 흥미를 잃고 다시 자리에 앉으며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사람이 너무 많아 하나도 안 보여. 안 봐도 되니까 먹기나 하자." 오늘 저녁 예정의 가장 큰 목적은 바로 마음껏 먹는 것이다."예정아, 여기서 기다려, 내가 고모한테 물어보고 올게....방금 누가 왔길래 상감마마 왕림처럼 이렇게 요란인지? “호기심 많은 효진이 혼자서 떠나자 예정은 빈 접시를 들고 일어섰다. 모두가 큰 인물을 구경하는 틈을 타서,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가 있었다.태윤이 들어와서 먼저 오늘 저녁 연회를 안배한 사장과 얘기를 나누는 사이, 그의 주변의 경호원들은 하나같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큰 도련님은 여자가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들이 매번 큰 도련님을 따라 연회에 참석하는 주요 임무는 큰 도련님한테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들이 접근하는 것을 막아내는 것이다.현장을 둘러보던 경호원 중 가장 키가 큰 경호원이 큰 사모님의 모습을 발견했다.전씨 할머니 외에 예정을 아는 사람은 바로 태윤의 경호원들이었다. 태윤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예정과 혼인신고를 하였지만, 태윤의 경호원으로서 큰 사모님을 모를 수가 없었다.그 경호원은 자기의 눈을 의심하며 정신을 가다듬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틀림없이 큰 사모님이었다.큰 사모님은 양손에 접시를 들고 좋아하는 음식을 고르고 있었다. 접시 두 개가 가득 차자,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태윤이 몇몇 사장과 이야기를 마치자 그 경호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큰 도련님, 방금 사모님을 보았습니다." 태윤

    Last Updated : 2023-01-0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4화

    효진은 와인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말했다."넌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어. 세상에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같은 성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어느 재벌 집의 성이 이씨면, 세상의 모든 이씨는 모두 그의 가족인 거니? 우리 집 그 사람, 그냥 사무직이야. 그가 운전하는 차도 겨우 3천만 정도의 상무용 차고....전씨 집 도련님이 이런 차를 운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예정은 종래로 자기가 신데렐라가 되는 현실과 동떨어진 그런 꿈을 꾼 적이 없었다."그건 그렇고, 젊고 예쁜 여자애한테 관심 없는걸 보면, 전씨 도련님 혹시 게이 아니야? 그것도 아니면 품절남?""그의 결혼 소식을 아무도 들은 사람이 없어. 전씨 가문 후계자인 전씨 큰 도련님이 결혼하게 되면 결혼식 소식은 틀림없이 온 관성을 뒤흔들 텐데....인터넷과 신문에도 온통 그의 결혼 소식으로 뒤덮일 거야. 아무리 우리가 밑바닥이라고 해도 그걸 모를 수가 있겠니? 아무리 봐도 미혼이야.”효진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네 말 들으니 나도 그가 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렇게 훌륭한 남자가 여자친구도 없다는 것이 정상 아니지." "부자들의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누가 알겠어? 상관 말고 얼른 먹고 가자."말을 마친 두 여자애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윈 전혀 신경 쓰고 않고 폭풍 흡입하기 시작했다.처녀애들이 교양 없이 이렇게 게걸스레 먹다니? 한 800년 굶고 온 사람처럼 말이야. 아마도 어느 집 아가씨가 데리고 온 하녀들이겠지....많은 사람이 그들 둘을 보면서 비웃었다. "효진 누나."효진 고모의 아들 김진우가 다가왔다. 효진보다 세 살 어린데 어려서부터 사촌 남매 사이가 각별했다.파티장을 한 바퀴 돌아보다가 문득 효진 생각이 난 고모가 누나를 찾아보라고 보낸 것이었다.“진우야, 여기 앉아.”효진은 의자를 당겨 사촌 동생을 자리에 앉혔다.예정이 진우를 보며 미소를 짓자 진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채, 예정을 향해 잔을 들

    Last Updated : 2023-01-0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5화

    배불리 먹고 난 효진은 웃으면서 진우에게 말했다.“난 여기 있는 젊은 남성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어. 그냥 구경하고 음식 맛만 보러 왔어. 역시 칠성급 호텔이야, 음식 진짜 맛있어, 이걸로도 너무 만족해. 시간도 늦었는데 우리 먼저 간다고 고모께 전해줘.”“효진 누나 벌써 가려고? 파티 이제 금방 시작인데 말이야. 열한 시 되야 끝나!” 마음이 조급해 난 진우는 예정을 한 번 쳐다보더니 다시 말했다.“우린 내일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어야 해. 열한 시까진 무리야.”“가게 문 좀 늦게 열면 되잖아?”진우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효진과 예정의 뒤를 부지런히 뒤따르며 어떻게든 만류하려고 애를 썻다.”그건 안돼. 우린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의 손님으로 벌어 먹고사는 장사인데 아침 손님을 놓치면 큰 손해 아니니? 넌 잘 놀다 와, 맘에 드는 여자애가 있는지 잘 여겨보고.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먼저 데이트해 보는 건 괜찮지 않아?”효진은 사촌 동생의 어깨를 토닥이며 농담을 던졌다.예정을 몰래 훔쳐보던 진우는 그 말에 얼굴을 붉히면서 수줍은 어투로 말한다.”나 이제 금방 대학원 마쳤잖아, 일 좀 하다가 몇 년 뒤에 다시 결혼 생각해 보려고.””남자들은 서두르지 않아도 돼, 진우 너 이제 스물둘이었더라? 몇 년 뒤에 다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애송이였던 우리 진우가 언제 이렇게 컸을까?”예정의 말에 연속 고개를 끄덕이던 진우는 뒤에 붙은 말에 또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누나, 차는? 가지고 왔어?’진우는 두 사람을 더는 만류하지 못하고 호텔 밖으로 배웅하러 나갔다.호텔 입구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지만 서로 익숙하지 않은지라 누구도 말 거는 사람이 없었다.”여기 올 땐 너 엄마가 보내주신 차에 앉아 왔어. 택시 부르면 되니까 넌 재미있게 놀아, 그럼 먼저 갈게.” 진우는 택시 타고 떠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호텔로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Last Updated : 2023-01-0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6화

    관성 시의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태윤의 눈빛만 봐도 앞길이 뻥 뚫린 듯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행사에 참석한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을 데리고 왔다. 자식들의 탄탄대로를 위해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을 것이다. “진우가 방금 막…….”“방금 두 누님들 택시 태워 보내고 막 돌아왔어요.”태윤의 말이 끝나기 전에 김진우는 방금 전 자기가 무엇을 하고 왔는지 설명했다. 혹시 태윤이 자신이 이런 모임을 안 좋아하거나 호텔의 서비스가 나빠서 자리를 뜬 것이라고 오해할까 봐였다.관성 호텔은 전씨 가문의 관성그룹 계열사 중 하나 였다.태윤은 짧게 대답 후 김진우 앞을 지나쳐 갔다. 예의상 인사하는 것처럼 보였다.김진우는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무리의 인파가 태윤을 지나쳐갔고, 김진우는 그저 자신이 엑스트라가 되어버렸다는 사실만 인지했을 뿐이다. 태윤은 행사에 참여하면 보통은 얼굴만 비추고 가버렸고, 그런 상황이 사람들은 이미 익숙했다. 방금 태윤과 사업 얘기를 할 기회를 노리던 대표들은 그가 호텔에 잠시 머물러 있자 내심 기뻐했다. 그들은 빠르게 움직여 기회를 잡았다.차량번호가 “XX8888”인 롤스로이스는 경호 차량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관성 호텔을 빠져나갔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기사는 운전하며 물었다.태윤은 손을 돌려 손목시계를 보았다. 겨우 저녁 9시반 밖에 되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직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발렌시아 아파트로 가죠.”“네, 알겠습니다.”태윤은 자신이 하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것에 의아해했다. 온기 하나 없이 텅텅 비어있는 집에 돌아온 태윤은 소파 위에 앉았다. 티비를 보면서 자신보다 일찍 호텔을 나왔으나,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은 아내를 기다렸다.경호원들은 호텔에서 예정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카메라로 찍어 태윤의 핸드폰으로 보냈다. 태윤은 사진을 한장 한장 살펴봤다. 사진 속에는 한 백 년쯤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지 못한 사람처럼 전부 먹는 모습 뿐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구석에

    Last Updated : 2023-01-0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7화

    “응.”태윤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집으로 들어온 예정의 손에는 검은 봉지가 들려있었다.“들어오는 길에 청국장을 좀 포장했는데, 먹어볼래요?”태윤은 어두운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았다.호텔에서 그렇게 먹어놓고 또 먹는단 말이야? 진짜 먹보 아냐?“청국장은 냄새가 좀 고약하긴 해도 먹을수록 맛있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 남자분은 청국장을 아주 좋아했데요.”예정은 태윤 옆에 앉아 비닐을 열었다. 청국장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태윤은 슬쩍 자리를 옆으로 피했다. 거리를 좀 두고 싶었다.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일부러 맡을 필요는 없으니까.“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남자?”“아, 만 원짜리에 있는 그 남자요.”“…….”태윤이 돈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은행카드의 일련번호뿐이다.“한 입맛 좀 봐요. 맛있다니까. 진짜로, 보기랑 달라요. 먹으면 맛있어요.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거예요.”“당신이나 먹어, 그리고 말이야, 베란다에 가서 먹으면 안 돼? 냄새 못 참겠어.”예정은 태윤의 토할 것 같은 표정을 보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돈 잘 버는 사람들은 좀 까다롭고 예민하게 사는 것 같아.’ 예정은 베란다에서 맛있게 청국장을 먹어 치웠다.태윤은 방에서도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잘생긴 얼굴이 다 일그러졌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은 모두 다 다른 법이니까.“태윤씨, 오늘 저녁에 야근할 필요 없으면 내일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날 수 있나요?”예정은 베란다에서 물었다.태윤은 잠시 침묵했다가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아마 선천적으로 타고난 차가운 사람인 것 같아.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차갑잖아.’예정은 속으로 투덜거렸다.그런데 이런 사람과 같이 살아가야 한다. 어느 날 더 이상 못 참겠으면, 이혼하면 그만이다.“내일 꽃가게까지 좀 태워다 줘요. 화분 몇 개 좀 사서 베란다에 두고 키우려고요. 당신이 차가 있으니까 편하잖아요.”태윤은 말이 없었다.“일찍 못 일어나겠으

    Last Updated : 2023-01-0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8화

    “오늘 저녁에 가게 안 나갔어요. 친구가 저녁 행사에 나간데서 저보고 같이 가자고 하더라고요. 아 맞다! 태윤씨,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물어봐도 괜찮은지 모르겠네요.”예정은 태윤 맞은편에 앉아 예쁘고 큰 눈으로 자신 앞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태윤이 좀 냉정하고 예정을 대하는 태도가 별로인 것은 그의 마음속에 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경계하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만 그렇다는 것.그러나 태윤은 너무 잘생겨서 마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듯 눈이 아주 즐거웠다. “저녁 행사는 관성 호텔에서 열린 거예요. 관성 호텔이 대기업 꺼 라던데, 근데 그 대기업 손자가 늦게 다녀갔어요. 성도 전 씨라고 하던데. 당신이랑 그 대기업이랑 무슨 관계있는 거 아니죠?”태윤은 태연하고 냉랭하게 대답했다.“조상은 같겠지 뭐.”예정은 큰 숨을 내쉬며 웃었다.“당신과 그 대기업이 상관없다는 거 알고 있어요.”예정이 한숨 돌리며 기뻐하는 듯한 모습을 본 태윤은 황당해하며 물었다.“내가 그 집안사람들과 엮기는 게 싫은 거야?”예정은 웃으면서 말했다.“지금 저녁이에요. 헛된 꿈 꾸지 마요. 만약 관성 그룹 전씨 가문이랑 무슨 관계가 있다면 당신이 나랑 결혼했겠어요?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알 수 있겠다. 전씨 가문의 문턱이 아무리 낮아도 나랑은 비교도 안 되잖아요. 설령 당신이 전씨 가문과 진짜로 눈곱만큼이라도 관계가 있다면 난 좀 불편할 것 같아요. 당신만 그쪽과 관련 없으면 나는 우리가 비슷한 상황이라 생각해요. 그럼, 딱히 신경쓰이는 것도 없고요.”태윤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할머니 말을 들어보니 당신도 대기업에 다닌다면서요. 그럼, 그 관성 그룹 손자 얘기 못 들어봤어요? 그 사람이 오늘 행사장에 왔는데 아주 왕이 행차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 나랑 효진이는 그 사람 뒤꽁무니도 못 봤어요.”태윤은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저 더욱 차갑게 변하고 있는 예정의 눈빛만 쳐다보았다.

    Last Updated : 2023-01-0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19화

    “주말인데, 당신 어머니 아버지 뵙고 나면 나는 친정 좀 다녀올게요. 대나무 두어 개 베어 오려고요.”“됐어, 내일 내가 사람 불러서 설치할게.”태윤은 담담히 말했다.전씨 가문 손자며느리가 당당하게 그 먼 시골까지 가서 대나무를 베어 오려 하다니. 고작 빨래를 널기 위해 그녀가 생각해낸 방법이다.“그래요. 그럼 부탁할게요.”“아냐, 내 집 일인데 뭐.”예정은 짧게 대답한 후 자신의 옷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연 후 고개를 돌려 태윤에게 말했다.“당신이 괜찮다면, 씻고 나서 벗은 옷을 나에게 줘요. 내 옷 빨 때 같이 빨아줄게요.”“고맙지만 괜찮아. 내일 세탁기 두 대가 도착할 거야. 방 욕실에 하나씩 세탁기를 설치하려고. 그래야 편하지.”“그것도 좋네요. 당신이 산 세탁기도 얼만지 알려줘요. 내가 반 낼게요.”태윤은 예정에게 이미 체크카드 한 장을 주었다. 생활비로 쓰라고 준 건데, 태윤이 또 세탁기를 사겠다고 하니, 당연히 그에게 모든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었다.태윤은 담담히 말했다. “세탁기 두 대 얼마 하지도 않아. 겨우 이백 얼마야. 내가 감당할 수 있어. 더구나 우리 집을 위해서 사는 가구잖아.”태윤은 예정이 자신이 너무 대충 대충 살았다고 생각할까 봐 한마디 더 추가했다. “평소에 난 너무 바쁘잖아. 새벽에 나가서 밤에 들어오니까. 옷도 전부 세탁소로 보냈었어. 그래서 세탁기를 안 산 거야.”사실 그가 대충대충 산 것은 아니다. 그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고, 생활하는데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잘 몰랐을 뿐이다. 지난 30년 동안 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풍요롭게 살았다. 그래도 간단한 일들은 다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빨래를 손수 하는 일은 그가 정말로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네, 이해해요.”예정도 이런 고위급 회사원들이 너무 바빠서 그럭저럭 참고 살 거나, 하루 종일 집안일 같은 사소한 일들은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태윤씨, 일찍 주무세요.”예정은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닫

    Last Updated : 2023-01-0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0화

    “나가자.”태윤은 나가면서 무덤덤히 말했다.예정은 짧게 대답 후 그를 따라나섰다.부부가 같이 걷는데 말 한마디 없다니. 예정은 원래 화젯거리를 찾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태윤의 엄숙한 굳어있는 표정,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에 그만 말하고 싶은 흥미도 사라져버렸다.이런 사람은 학교 선생님을 하면 딱이다. 한 반 학생들쯤이야 거뜬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잠시 후 시장에 도착했다. 예정은 주차장 빈자리를 알려주었다. 차에서 내린 후 예정은 말했다. “아침 먹으러 가죠?”태윤은 말없이 조용히 예정을 따라갔다.처음으로 시장 구경을 하는 부잣집 태윤은 너무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태윤은 예정에게 잘 맞춰주어 처음 온 티가 나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침으로 국수를 한 그릇씩 먹었다. 예정은 찐만두를 추가했다.이 여자 진짜 잘 먹네. 국수 한 그릇으로 모자라단 말이야?태윤은 느리게 먹었다. 예정은 태윤의 먹는 모습이 아주 멋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먹는 모습을 보면 그녀의 입맛은 더욱더 좋아졌다. 이렇게 많이 먹는 나를 싫어할까 걱정되는 마음만 없었다면, 만둣국 하나랑 찐빵도 하나 더 시켰을 것이다.“배 안 부르면 더 시켜 먹어.”태윤은 예정이 더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눈치챘다.‘저 여자 먹성으로는 국수 한 그릇이랑 찐만두로도 부족할 거야.’어제 저녁 행사에서 그녀는 계속 먹기만 했다. 거의 한 시간 넘게 먹기만 한 것 같다. 그렇게 먹고도 청국장을 포장해서 가져온 사람이다.그녀의 날씬한 몸매는 표준 모델 몸매 같았다. 그렇게 잘 먹는데 영양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저는 배불러요. 근데 당신 먹는 것을 보니 또 배가 고파지네요.”태윤은 미간을 찌푸렸다.“하하, 화내지 마요. 내 말은 당신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런 거니까. 당신 먹는 걸 보니 마치 산해진미 먹는 것 같아서 나도 먹고 싶게 만들잖아요.”태윤은 예정의 두 눈을 쳐다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시 머리를 숙이고 국수를 먹었다.태윤은 이런 국수를 먹는 것

    Last Updated : 2023-01-04

Latest chapter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13화

    그 말에 정일호는 잔뜩 겁을 먹은 채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조심스레 물었다.“들은 사람이 없겠지?”문득 자기 집인데도 큰 소리로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정일호는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점점 이씨 가문의 규칙들이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다른 가문의 후계자라면 보통 다 남자인데 이씨 가문만 여자였다.또한 이씨 가문에서 남자보다 여자의 지위가 더 높았다. 아무리 이씨 가문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저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가주 자리는 꿈도 못 꾸는 신세였다.“이미 우리랑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마 듣지는 못했을 거야. 근데 오늘 이렇게 말이 나왔으니까 하는 건데 아무리 지금 밖에 묶어둔 여자들이 그리워도 혹시나 새언니들한테 들키지 않게 조심해. 아무리 엄마가 오빠들 편을 든다고 해도 새언니네 집에서 찾아오면 혼나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까.” “그러다가 혹시나 이혼하라고 하면 어떻게 해?”정일범이 답했다.“그 여자들은 그저 심심풀이로 데리고 노는 거지, 미쳤다고 집까지 데리고 오겠어? 그리고 하나같이 집안 형편이나 신분을 봐도 우리 가문이랑 수준이 안 맞아.”그가 지금 데리고 있는 내연녀는 집이 너무 가난해서 매달 몇십만 원씩 용돈을 줘도 엄청 고마워했다.또한 정일범의 아내는 명문가 딸은 아니었지만 작은 사업을 하는 집안이라 어느 정도 그에게 도움 주고 있는 건 사실이었다.정일범은 야망이 있는 사람이라 진작에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는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돈을 벌려고 했다. 이씨 그룹에서 자신은 그래도 꽤 높은 자리에 있고 거기에 처가의 도움을 빌려 밖에서 공동 사업을 하게 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그러면 그 돈은 전부 정일범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된다.하지만 처가 쪽에서 그의 불법행위에 대한 증거들을 아직 손에 쥐고 있어서 만약 아내와 이혼이라도 하게 된다면 그들은 곧바로 그 증거들을 이은화한테 넘겨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일범의 인생은 여기서 끝났다고 봐야 한다. 게다가 지금은 아이까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12화

    하여 하예진이 이 가주 자리를 탐내든 말든, 그들의 차례는 멀었다고 볼 수 있다.반드시 이씨 가문에 여자 씨가 말랐다고 해야만 그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윤미가 하예진 씨를 아주 친절하게 대해주던데? 마치 친자매처럼 말이야.”비록 두 사람 사이에 촌수가 많이 차이 나지만 이윤미는 마치 친자매처럼 그녀를 살갑게 대해줬다.하예진도 이윤미의 체면을 고려해 똑같이 친절하게 맞이했다. 이 모든 순간을 지켜보고 있던 이윤정은 또다시 이윤미에 대한 질투심이 마구 피어올랐다. 지금 그녀가 누리고 있는 권력, 지위, 신분 모든 게 원래 자기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이윤미만 아니었다면 아마 이윤정이 이씨 가문에서 이은화 다음으로 지위가 있는 사람이었을 것이다.지금처럼 밖에서 무시당하는 게 아닌, 모두가 그녀를 우러러보고 깍듯이 대해줬을 텐데.예전에 친했던 친구들도 그녀의 신분 변화로 인해 점점 연락이 뜸해지면서 그제야 그 사람들도 전부 자신의 신분적 지위를 노리고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이은화의 양딸이 된 후, 아무리 이씨 성으로 바뀌어도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굴러들어 온 가짜 딸로 보였다.사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전부 괜찮은 가문의 딸들이었기에 이윤정이 수준도 안 맞고 지위도 다르다고 생각해 그녀와 거리를 점점 두게 되었다.또한 그녀를 그리워하던 2세 조상도 이제는 이윤미한테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솔직히 외모는 이윤정이 더욱 뛰어났지만 이 사회는 아주 냉정했다.“윤미는 예전부터 연기력이 뛰어나 우리도 자주 속았잖아. 그만 들어가자. 엄마 말대로 일찍부터 손님을 맞이했고 이제 도착했으니 우리도 들어가야지. 우리가 자리에 없다고 엄마 앞에서 우리에 대해 함부로 말할지 누가 알아?”“아버지는 보이지도 않네. 이따 설득하러 가야겠다.”정일범은 한숨을 한 번 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어차피 요즘 다 몸을 사려야 하니 더 이상 실수하면 안 돼. 아니면 엄마가 우리를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정일군이 조심스레 말했다.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11화

    정일범은 동생들을 데리고 하예진에게 다가가 친절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예진 씨, 저는 이씨 가문의 맏이, 정일범이라고 합니다. 촌수로 따지면 제가 큰외삼촌이 된다고 저희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그리고 여기는 둘째, 셋째 동생들이에요. 윤정아, 너와는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일 거야.”정일범은 자기 동생들을 한 명씩 소개해 줬다.하지만 하예진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 그를 큰외삼촌이라고 부르지 않았다.이은화와 만났을 때도 제대로 예의를 갖춰 부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여태껏 단 한 번도 이경혜와 하예진의 어머니가 그녀의 조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또한 지난번에 이은화가 성씨 가문에 가서 이경혜를 만났을 때도 너무 티가 나게 불쾌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족애가 생길 리 있나.지금 그들 사이에는 오직 원한만 남아있다. 이때, 이윤정이 더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어른을 보고도 인사 한마디 안 하다니. 이래서 가정교육을 못 받은 사람들은 어딜 가나 티 나는가 봅니다.”그녀의 말에 하예진이 되물었다.“무슨 근거로 그쪽이 어른이에요? 이모도 제 앞에서는 아무런 불만이 없었는데 당신이 뭐라고 제가 예의를 갖춰야 하죠? 더구나 진짜 이씨 가문의 사람도 아닌 주제에 왜 끼어들어요?”몇 마디의 독설로 단번에 이윤정의 입을 닫게 했다.하예진에게 어른 대접을 받고 싶었으나 역시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이다. “예진 씨, 이만 들어가서 이야기 나눕시다. 엄마가 아까부터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이윤미는 그런 이윤정을 못 본 척하더니 하예진을 데리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이씨 가문 저택에 대해 하나하나 친절하게 안내했다.정일범과 같이 온 동생들은 그들을 곧바로 따라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그러다가 두 사람이 어느새 멀어진 걸 확인한 뒤에야 이윤정은 불같이 화를 내며 정일범에게 말했다.“오빠, 언니는 날이 지날수록 우리를 무시하는 것 같아!”“그리고 저 하예진, 저 계집애는 고아에 이혼까지 당한 주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10화

    이은숙의 남편은 그녀를 일편단심으로 대했고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러나 정군호는 늘 사심을 품고 있었기에 이은화에 대한 감정이 순수하지 않았다.역시 너무 잘생긴 남자는 믿을 수 없다.“그래요? 편찮으시다고요? 그럼 푹 쉬어야죠.”이연호는 이은화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은화의 말을 이어가면서 더는 정군호에 관해 묻지 않았다.다른 사람들도 재빨리 다른 화제를 찾아서 이은화에게 말을 걸었다.이때 집사는 황급히 들어와 이은화 곁으로 다가가 공손하게 말했다.“가주님, 하예진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집안은 또다시 조용해졌다.이은화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이윤정과 세 아들을 향해 말했다.“너희들이 예진이를 마중하러 나가. 너희들이 예진의 선배지만 멀리서 오신 손님이기 때문에 우리도 예의를 갖추어 손님을 대접해야 해.”따져보면 하예진은 정일범 형제들을 외삼촌이라고 불러야 했다.“알았어요.”정일범은 대답하면서 동생들을 데리고 화려한 집안을 나서서 별장 대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들이 별장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윤미의 차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고 그녀의 뒤에는 검은색 승용차 몇 대가 따라 들어왔다.이윤미는 차를 세우고 바로 차에서 내려 그 승용차들이 잘 주차하도록 도와주었다.그리고 그녀는 곧장 벤츠 차로 향했다.차에서 내린 사람은 하예진이었다.이윤미는 미소를 지으며 하예진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예진 씨.”하예진도 그녀와 악수하면서 인사했다.“귀찮게 했는지 모르겠네요.”“귀찮긴요. 우리 엄마가 오늘 저녁에 가족 연회에 초대한 것은 예진 씨를 한 가족으로 생각하시기 때문이에요. 어색해할 필요 없이 자기 집에 있는 것처럼 편히 계시면 돼요.”하예진은 웃고 있었을 뿐 말을 잇지 못했다.정일범은 동생들을 데리고 다가갔다.하예진은 이윤미 앞에 서 있었고 그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았다.이윤미도 고개를 돌려 정일범 형제와 이윤정을 보더니 그들을 하예진에게 소개해 주었다.“가장 앞에서 걷고 있는 회색 양복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09화

    그와 동시에 이씨 가문에서 이은화는 하예진에게 음식을 대접하려고 가족 연회를 준비하고 있었다.이씨 가문 댁 사람들은 점심부터 바삐 돌아쳤다.이씨 가문의 친척들도 도와주러 왔다.이은화가 집에서 연회를 마련할 거라고 했기 때문에 오늘 저녁 연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이씨 가문에서 약간의 지위가 있는 사람들은 전부 이 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평범한 친척이거나 이은화와의 관계가 멀어진 사람은 참석할 수 없다.이 때문에 많은 이씨 가문 친척들의 마음은 불편하기만 했다. 이씨 가문의 가족 연회라고 했으면 평범한 친척들도 참석하도록 허락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설령 그들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이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왜 그들이 가족 연회에 참석할 수 없단 말인가!그들은 이은화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그러나 마음속에 불만을 품고 있었지만, 이은화가 알면 보복할까 봐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이은화는 평범한 친척들에게 낯선 사람보다 더 푸대접했기에 그들은 이은숙을 더 그리워했다.이은숙은 돌아가기 전에 누구에게나 등급을 매기지 않고 평등하게 대했다.가족 연회를 거행할 때면 이은숙은 이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전부 참석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이은숙과 이은화는 같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났지만 일 처리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현저하게 나타났다.이은숙의 두 딸을 찾았다고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사적으로 이씨 가문에 큰 이변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화려한 집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물론 전부 이씨 가문의 신분 있는 사람들이다.그들은 이은화의 곁을 맴돌며 그녀에게 아첨하고 비위를 맞추어 주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대표님, 군호 아저씨는 어디 가셨어요?”이때 이씨 가문의 친척 이연호가 무심결에 물어보았다.그는 들어와서 지금까지 한참 동안 앉아 있었는데도 정군호를 보지 못해 이은화에게 물었다.이연호의 물음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그를 쳐다보았다.모든 사람이 자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08화

    “고빈 씨가 너무 한가해 보이는데 그에게 일을 많이 시키세요.”“맡길 수 있으면 진작에 맡겼어요. 고빈에게 못 맡기고 있는 건 그의 능력이 안 된다는 의미죠. 아직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에 회사를 넘기지 못하는 거예요.”고빈의 능력은 꽤 좋았다.그러나 고현에 비하면 그래도 좀 못했다.게다가 몇 년 동안 고씨 그룹을 고현에게 맡겼기 때문에 고현은 고빈보다 경험이 더 많았다.고현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었다.“호영 씨가 고빈에게 일을 더 많이 주라고 한 사실을 고빈이가 알면 아마 미치고 팔짝 뛸걸요.”“제가 고빈 씨를 걱정할 때에요? 현이 씨가 매일 이렇게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너무 가슴이 아파요. 반면 고빈 씨는 매일 여성 지인들과 쇼핑하고 회식하면서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데요.”고현이 말을 건넸다.“저는 이미 익숙해졌어요. 언젠가 정말 제가 멈춰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습관이 안 될걸요. 저는 아마도 고생하는 팔자를 타고났나 봐요.”“예진 언니는 어디 있어요?”고현이 물었다.“하루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가 누나를 찾아갈까요? 아니면 누나를 먼저 이씨 가문으로 가라고 할까요? 우리가 여기에서 이씨 가문으로 떠날까요?”고현이 물었다.“언니와 약속된 거 아니었어요?”“약속했죠.”“그럼 약속한 대로 해요. 예진 언니가 호텔에서 괜히 기다리게 하지 말고요. 호영 씨가 진작에 갈라져서 떠나자고 했으면 언니도 그토록 오래 기다릴 필요 없었잖아요.”전호영은 빙그레 웃었다.“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우리가 함께 가면 예진 누나가 더 안전할 거로 생각했거든요.”“예진 언니가 감히 여기까지 오신 것으로 보면 아마도 마음의 준비를 다 했을 거예요. 언니를 구속할 필요는 없어요.”전호영이 말을 이었다.“구속하지 않았거든요. 이곳으로 처음 발을 들여놓으셨기에 저는 누나의 버팀목으로 되어주고 싶을 뿐이에요. 누나가 걱정하시지 않도록 말이죠. 그 늙은 여자는 마음이 모질고 손끝이 매서워서 누나가 그 늙은 여자를 건드리게 될까봐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07화

    고빈은 웃으며 자리를 떠나더니 다시 돌아와 잘생긴 전호영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더니 조심스레 물었다.“호영 씨, 정말 우리 엄마께 제 고자질 하실 생각은 아니죠?”“고빈 씨가 저의 험담을 하지 않는다면 저도 그럴 리가 없죠.”두 사람은 서로를 견제하고 있었다.전호영은 고현이 화낼까 봐 걱정했고 고빈은 그의 부모님이 결혼을 재촉할까 봐 걱정했다.고진호 부부가 고빈에게 결혼을 재촉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잔소리만으로도 고빈은 충분히 고통받을 것이다.지금 고진호 부부에게는 전호영이 보물이고 심지어 친아들인 고빈보다 더 귀한 존재였다.고빈은 고현 앞에서 자주 자신이 부모의 자식이 아니라고 투덜거렸다. 그의 부모님이 전호영을 그토록 좋아하시는 것으로 보면 그와 전호영이 뒤바뀌었을지도 모른다고 여겼다.그리고 고현에게 한 대 얻어맞곤 한다.고빈은 자신의 집에서 그의 지위가 가장 낮다고 생각했다.만약 고빈이 여자 친구를 집에 데려온다면 고진호 부부 앞에서 그의 지위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다.그러다가 또 고빈은 자신이 여자 친구를 데려온다고 해도 집에서 여전히 지위가 가장 낮다고 생각했다.고진호 부부의 주의력은 전호영으로부터 그들의 며느리에게로 옮겨갈 거니까.아무리 귀한 사위라도, 사위는 모두 다른 집 아들이 그들 고씨 가문의 딸을 데려가기 때문이다.하지만 아들 고빈이 데려온 여자 친구는 앞으로 고씨 가문으로 시집갈 것이기 때문에 고진호 부부는 당연히 미래의 며느리를 더 중시하게 될 것이다.고빈은 중얼거렸다.“너무 자만하지 마세요. 어쩌면 제가 여자 친구를 찾아 집에 데려가게 되면 우리 부모님은 호영 씨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물론 그럴 리가 없다.그는 아직 자신을 설레게 하고 독신 생활을 끝내고 싶은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인연이 아직 닿지 않았을 뿐이다.급하지 않다.조급해해도 소용없다.고현은 모든 사람이 떠난 후에야 회의실에서 나왔다.“자기야.”전호영이 돈과 꽃을 들고 마중 나가면서 그의 멋진 얼굴로 활짝 웃었다.“자기라고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06화

    전호영은 큰 돈다발을 들고 고씨 그룹의 대형 회의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현은 아직 회의 중이었다.이 여자는 정말 전호영보다도 더 바쁘게 보냈다.그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 고현은 매일 끝없는 회의와 끝없는 서류 처리, 그리고 끝없는 비즈니스를 이어가야만 했다.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밖은 어둠으로 뒤덮였지만, 고현은 여전히 회의 중이었다.저녁 바람은 유난히 쌀쌀했다.전호영이 외출할 때 고현이 그에게 기대게 하여 따뜻함을 느끼게 하려고 특별히 두꺼운 코트를 입었다.고현이 따뜻함이 필요 없는데도 말이다.10분이 지나자 회의실 문이 열렸고 회의에 참석한 고위층 인사들이 회의실 안에서 걸어 나왔다.나오자마자 큰 돈다발을 안고 있는 전호영을 본 사람들은 멈추어 서서 서로 대화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정중하게 전호영에게 안부를 물었다.“전 대표님.”“호영 도련님.”전호영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전태윤이 없는 장소에서는 전호영을 전 대표님으로 불렀다.그들이 멀리 간 후에야 작은 소리로 토론했다.“호영 도련님은 정말 제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성가시고 뻔뻔한 남자예요.”그들 회사의 젊고 냉랭한 고현은 전호영 때문에 삐뚤어지게 되었다.전호영은 들을 필요도 없었다. 그는 사람들이 늘 하던 대로 뒤에서 그의 험담을 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고위층 인사들은 전호영 앞에서는 그에게 공손하게 인사하고 있었지만, 뒤에서는 그를 욕했요.이때 고빈이 사람들 뒤에서 나와 전호영을 보며 웃었다. 그리고 전호영이 들고 있는 것이 큰 돈다발이라는 것을 똑똑히 본 후 재빨리 전호영의 앞으로 걸어가면서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호영 씨, 이렇게 큰 꽃다발을 안고 있다니, 고생이 많으시죠? 자, 제가 그 무게를 덜어드릴게요.”전호영은 옆으로 몸을 돌려 고빈이 내미는 손을 피하며 나머지 손으로 고빈의 손을 밀어냈다.“무겁지 않아요. 고빈 씨 형은요?”“우리 형은 아직도 안에 계세요. 이렇게 큰 돈다발이 안 무거울 리가 없어요. 저한테 주세요. 제가 안아 드릴게요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2705화

    전호영이 말했다.“이따가 고씨 그룹으로 고현 씨를 만나러 가는데 그녀에게 오늘 저녁에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고 우리 두 사람이 누나와 함께 가드릴게요. 오늘 밤 그 늙은 여자가 누나한테 손을 쓸 수 없다고 쳐요. 우리 두 사람이 오늘 따라가게 되면 앞으로 누나 혼자 이씨 가문으로 가게 된다고 해도 그 늙은 여자가 누나 배후에 우리가 서 있다는 사실을 명기하게 될 거에요. 누나를 강성에서 죽이려고 해도 잘 고려하게 될 거니까요. 우리 가문은 말할 것도 없고 고현 씨 강성에서의 세력을 봐서라도 잘 고려해야 할거에요.”“고현 씨를 끌어들이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고씨 가문과 이씨 가문은 평소 서로 비틀림 없이 잘 지내고 있던 사이일 텐데 우리와 이씨 가문의 사적인 때문에 고현 씨를 끌어들일 수는 없어요.”전호영이 말려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하예진의 여동생은 전호영의 큰형수였기 때문에 전호영이 아무 짓을 하지 않아도 이은화의 눈에는 그를 하예진의 편으로 여길 것이다.전호영이 말을 건넸다.“뭐 어때서요? 고현 씨는 앞으로 제 아내로 될 사람이고 우리 전씨 가문의 셋째 사모님이자 우리 큰형수님과 동서지간으로 지낼 사람인데. 고현 씨가 아무 짓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녀가 우리 편에 서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하예진은 그를 비웃었다.“아직 고현 씨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지 못하셨으면서 벌써 호영 씨 아내라고 표현하시는 거예요? 정말 뻔뻔스럽네요. 제가 보기에 고현 씨는 호영 씨의 뻔뻔함에 속아 어쩔 수 없이 당신과 사귀고 있는 것 같아요.”전호영이 바로 그 뻔뻔하고 껌딱지처럼 미래의 아내에게 붙어있는 남자였다.전호영이 입을 열었다.“우리 큰형이 저에게 전수해 준 비결인데 미래 아내의 마음을 훔치려면 뻔뻔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전태윤은 하예정에게 별로 구애하지도 못한 채 사촌 동생들에게 아내 쫓는 경험을 전수해 주었다.“그럼 이렇게 결정해요. 저녁에 저와 고현 씨가 누나와 함께 이씨 가문으로 갈게요.”하예진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고현을 끌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