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서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지만 동시에 그리 놀랍지도 않았다.이토록 중요한 만찬에서 강한결이 서지아를 떠받들어 줄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다만...“미안해요, 도현 오빠. 괜히 신경만 쓰게 했네요.”안희서는 자신과 강한결, 그리고 서지아 사이의 얽힌 감정 때문에 하도현을 괜히 번거롭게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쓰였다.그가 자신을 이 자리에 데려온 것도 결국은 비엔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강한결은 그 기회를 가차 없이 빼앗아갔다.하도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괜찮아. 우리 자리 국장님 바로 옆이거든. 아직 이야기 나눌 기회 있어. 그리고 다른 인맥은 오늘 말고도 또 생길 테니까.”그러나 막 자리에 앉으려던 순간 한 직원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안희서 씨. 귀빈 인원 변동으로 인해 희서 씨 자리만 임시로 2번 테이블로 조정되었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안희서는 고개를 들어 테이블 쪽을 바라봤다.분명 자신이 앉기로 되어 있던 맨 앞줄 자리였다.그런데 그 자리에 지금은 서지아가 앉아 있었다.그 옆에는 강한결이 여유롭게 차를 음미하고 있었고 안희서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았다.자신에게 배정됐던 그 자리를 그는 아무런 부담도, 미안함도 없이 서지아에게 넘겨버렸다.직원의 미안함이 담긴 시선을 마주한 안희서는 조용히 입술을 다물었다.“네, 알겠습니다.”하도현은 여전히 앞자리에서 몇몇 주요 인사들에게 붙들려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었고 안희서도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진 않았다.게다가 하도현이 앞자리에 앉는 건 그의 실력과 배경이 있기 때문이었다.그의 아버지 하정빈 원사는 항공우주 분야의 권위 있는 원사이고 그 자신도 업계에서 충분한 입지를 쌓은 인물이었다.하지만 안희서는?하도현이 데려온, 이름도 생소한 듣보잡 기술자일 뿐이었다.강한결이 서지아를 앞자리에 앉히기로 마음먹었다면 그의 위상과 영향력 앞에서 누가 감히 반대할 수 있을까.그가 서지아를 밀어주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이상 그 누구도 강한결의 의사를 무시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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