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시한부는 이혼하고 싶다: Bab 21 - Bab 30

35 Bab

제21화

조민준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하고 말했다.“대표님, 오늘 안 팀장님 안 올라오셨어요.”그러니까, 아예 도시락을 가져오지도 않았다는 뜻이었다.강한결은 의미심장하게 눈을 가늘게 떴다.조민준은 못 참고 덧붙였다.“홍보팀에도 물어봤는데요, 오늘 아예 출근도 안 했다고 합니다. 정식으로 퇴사 처리됐다고 하더라고요. 대표님, 안 팀장님이 지금 삐지신 거 아닐까요?”예전엔 안희서가 매일같이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듯 도시락을 들고 올라오곤 했다. 하지만 정작 강한결은 거의 손도 대지 않았고 가끔은 조민준에게 처리하라고 했다.‘퇴사라고?’강한결은 사실 안희서가 퇴사하겠다고 말했던 걸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녀가 이 고연봉에 체면도 살릴 수 있는 자리를 얼마나 절실히 여기는지 그는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강한결은 얼마 안 가 그녀가 이성을 찾고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며 무심하게 웃더니 핸드폰을 켜 아래로 내렸다.안희서와의 메시지를 찾으려 화면을 내리다가 겨우 일주일 전 그녀가 보낸 ‘오늘 집에서 식사하실래요?’라는 메시지에 손이 멈췄다.그날은 병원에 같이 가주지 않았던 날이자 자신이 서지아 생일을 챙겨준 날 이후였다.그 뒤로 안희서는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았다.“제 생각에 안 팀장님은 지금 밀당 중입니다.”조민준은 비웃듯 말했다.“여자들이 흔히 쓰는 수법이잖아요. 참신한 것도 없어요. 아마 오래 못 버티고 아무 일 없던 척 슬그머니 돌아올걸요.”‘결국은 대표님의 관심을 끌고 싶다는 거 아냐? 근데 대표님이 그런 거에 관심이나 둘까?’강한결은 한동안 안희서의 프로필 사진을 바라보다가 무표정하게 핸드폰을 집어넣었다.그녀에게 무슨 일 있냐는 말 한마디조차 보낼 생각이 없었는지라 강한결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식당 예약해. 지아랑 저녁 먹을 거야.”그러고는 또 덧붙였다.“해원이랑 진우, 오늘 진 대표님 만난다고 하지 않았나?”조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 지시하실 게 있으신가요?”강한결은 성큼성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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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안희서는 하도현과 나란히 서 있었다. 둘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목에 두른 목도리만 봐도 커플용이라는 걸 눈 달린 사람은 다 알아챌 수 있었다.성인 남녀 사이에 어떤 관계면 커플 목도리를 같이 두를까?강한결이 고개를 들어 그쪽을 바라봤다.마침 안희서가 하도현의 등을 툭툭 두드렸고 둘은 꽤 친밀해 보였다.성해원이 코웃음을 쳤다.“내가 희서 씨를 너무 얕봤네. 제대로 된 실력은 없으면서 남자 휘어잡는 데는 일가견이 있구나.”차진우도 인상을 찌푸리며 안희서를 한 번 더 바라봤다.그날 안희서에게서 차가운 혐오의 눈빛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고 지금 하도현을 바라보는 눈빛과 비교해보니 확실히 달랐다.그 눈빛엔 미묘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아닌데? 희서 씨가 하도현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성해원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하도현의 비엔 테크는 이제 막 기반을 다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의 배경은 탄탄했고 실력도 국내 최상위권에 속했다.안희서처럼 평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하도현과 인연을 만들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한결아?”성해원이 강한결을 바라봤다.강한결은 무표정하게 손목시계를 한 번 보고는 그쪽에 별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난 먼저 지아부터 데려다줄게.”서지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오늘 강한결이 그녀를 데리고 업계 인사들과의 자리로 데려간 날이었는데 하필 그 자리에 안희서가 나타났고 심지어 하도현과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그걸 또 공교롭게도 자신들이 보게 된 상황이고 말이다.이 정도로 겹치면 그건 우연이 아니었다.“어쩐지 오늘 하 대표님이 날 안 만나주더라.”서지아가 조용히 말했다.성해원과 차진우가 동시에 그녀를 바라봤다.“무슨 말이에요?”“희서 씨가 하 대표님이랑 안면이 있다면 설명이 되잖아요.”서지아는 담담하게 말했다.“희서 씨가 사적인 감정으로 복수하는 거 아니에요?”성해원이 서지아가 하지 않은 말을 바로 짚어냈다.“지아 씨한테 원한 있어서 하도현한테 뭐라고 귀에 속삭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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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다음 날.강유라는 점심시간에 평소처럼 신혼집에 들렀다.배가 너무 고팠던 터라 그녀는 들어서자마자 불렀다.“새언니?”하지만 나온 건 가정부였다.가정부는 다가와 강유라의 가방을 받아들며 말했다.“아가씨, 사모님은 안 계세요.”강유라는 뜻밖이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평소 이 시간엔 밥 다 해놓고 있는 거 아니었어요?”안희서가 매일 점심마다 강한결에게 도시락을 챙겨다 준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이 집은 블루베이와 아주 가까워서 안희서는 출근 전에 미리 재료를 준비해두고 점심시간에 번개처럼 집에 돌아와 식사를 준비한 다음 조민준에게 맡겨 강한결에게 전달하곤 했다.강한결이 안희서를 보기 싫어했지만 안희서는 그걸 아랑곳하지 않았다.오늘 강유라가 들른 것도 안희서가 해놓은 밥을 먹고 싶어서였다.다른 건 몰라도 요리 하나만큼은 정말 잘해서 그녀 입맛에 딱 맞았다.그런데 지금 부엌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조리대도 손댄 흔적이 없었다.강유라는 괜히 기분이 상했다.‘요즘 왜 이렇게 점점 자기 할 일을 안 하는 거지?’가정부도 이해하지 못했다.항상 따뜻하고 정갈하던 사모님이 집에 아예 들어오질 않는 것도 이상했다.예전엔 강한결 때문에 출장도 자제하던 사람이었는데 말이다.사실 강유라는 오늘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전날 서지아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났다는 얘기를 들었고 오늘은 조퇴를 내고 병문안을 갈까 생각하고 있었다.빈손으로 가는 건 그렇고 환자는 위에 부담 없는 영양식을 먹는 게 좋다는데 본인이 요리를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시중에서 사는 건 성의 없어 보였다.그래서 떠올린 게 안희서였다.요리를 잘하니 부탁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강유라는 소파에 털썩 앉아 안희서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그 시각 안희서는 하도현과 회의를 막 끝낸 참이었다.요즘 드론 분야에서 끝없는 가능성을 느끼고 있었고 새롭게 구상한 시스템 콘셉트도 생겼다.시스템 최적화에 직접 손대보기로 마음먹은 터였다.점심시간이라 식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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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안희서는 고급 주택가를 빠져나와 시간을 확인했다.벌써 두 시였다.이곳에서 병원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걸리니 지금 출발하면 딱 맞는 시간이었다.차에 올라탄 뒤, 또 다른 약을 하나 더 먹었다.이 약은 부작용이 심했다.최근 들어 안희서는 극심한 어지럼증과 무기력감을 자주 느꼈다.치료 방식을 다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정도였다.잠시 숨을 고른 뒤, 그녀는 천천히 차를 몰고 병원을 향해 떠났다.안희서가 떠나자마자 강유라는 시간을 맞춰 2층에서 내려왔다.일부러 마주칠 생각은 없었다.안희서는 예전부터 강유라에게 강한결의 취향이나 습관을 묻곤 했고 겨울에 맨다리로 치마를 입지 말라는 잔소리나 성적까지 챙기려 들었다.대체 무슨 자격으로 자기한테 공부 조언을 한다는 건지 참견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늘 귀찮았던 강유라는 될 수 있으면 안희서를 피했다.어차피 본인이 필요로 할 때 안희서가 거절할 사람은 아니기도 하고 말이다.그 시각, 가정부 진나희는 보온 도시락을 챙겨 들고 강씨 가문의 본가로 향하려던 참이었다.기분이 좋아진 강유라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가갔다.“그거 제가 가져갈게요. 제가 직접 가져다드릴게요.”어차피 강유라도 오늘 본가에 들를 예정이었기에 진나희는 별생각 없이 도시락을 강유라에게 맡겼다....안희서가 선택한 병원은 강주시에서 가장 수준 높은 사립병원이었다.진료 서비스도 훨씬 나았고 삼촌인 안해진도 이 병원의 요양 병동에 입원해 있는 만큼 의료진의 신뢰도도 높았다.물론 비용도 그만큼 비쌌다.강한결과 결혼한 지난 3년 동안, 그녀가 얻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유일하게 이룬 성과는 홍보팀에서 온 힘을 다해 올라가 얻은 ‘팀장’ 자리였다.그 덕에 연봉은 꽤 괜찮은 편이었고 지금까지도 잘 버텨왔다.현재는 비엔에 들어와 하도현과 심예은 덕분에 훨씬 나은 대우를 받고 있었다.지분도 받았고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연간 최소 7, 8억 정도의 배당이 예정돼 있었다.그래서 설령 병을 다 고치지 못하더라도 외할머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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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안희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라 여겨지는 ‘출산’조차 이제 그녀에겐 의미 없었다.할 수 있는 만큼 해보고 그다음은 운에 맡기자는 마음뿐이었다.앞으로 얼마나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느냐는 더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전문의는 안희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기에 조심스레 물었다.“그럼 항암 치료는 언제부터 시작하실 생각이세요? 제 개인적인 권유로는 3개월 이상은 미루지 마세요.”안희서는 손가락을 살짝 움켜쥐었다.“네. 최대한 빨리해야 할 일들 정리하겠습니다.”결국 안희서는 의사와 함께 당장 수술에 들어가기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중심으로 한 임시 방안을 논의했다.우선 방사선 치료부터 시작하고 특수 수입산 항암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면서 암세포 확산을 최대한 억제하기로 한 것이다.처방전을 들고나온 안희서는 곧장 약국으로 가지 않았다.대신 병원 뒤편에 있는 요양 병동으로 방향을 틀었다.아무리 평소에 침착하고 냉정한 사람이라 해도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결국 어린아이처럼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그녀는 문득 삼촌 안해진이 보고 싶어졌다.안해진이 머무는 병실은 12층에 있었다.하지만 도착해보니 병실은 비어 있었다.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니 안해진은 지금 항암 치료를 받으러 갔다는 것이었다.안희서는 다시 항암 치료 전용 병동으로 향했다.안해진을 간병하던 간호사에게 말을 건네던 찰나 안에서 고통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차츰차츰 절제되지 않는 비명이 되어 귓가에 날카롭게 박혔다.그렇게나 단정하고 조용했던 안해진이 그 순간만큼은 너무도 무력하고 약해 보였다.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에 안희서는 그 자리를 벗어나듯 급히 뛰쳐나왔다.한참이 지나고서야 그녀는 안해진이 침대에 실려 병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봤다.얼굴에는 핏기가 없었고 항암 부작용으로 속이 뒤집혀 위산을 쏟아내는 지경이었다.안희서는 병실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고 조용히 복도에 앉아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앞으로 항암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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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안희서는 고개를 돌려 강한결의 어두운 눈빛과 마주쳤다. 강한결은 길고 단정한 손가락 사이에 반으로 접힌 보고서를 들고 있었다.그걸 보자 안희서의 심장이 조여들 듯 아파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보고서를 확 낚아챘다.“봤어요?”강한결은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뭘 그렇게 긴장해?”다가왔을 때 강한결은 그녀 주머니에서 그 종이가 떨어지는 걸 보고 습관처럼 집었을 뿐 아직 펼쳐보지도 못했다.“오해했네요, 강 대표님.”안희서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차분함을 되찾았다.강한결은 뭔가 떠오른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안희서, 요즘 왜 자꾸 나를 강 대표님이라고 불러?”안희서는 아무 말 없이 보고서를 가방 안쪽 칸에 다시 넣으며 물었다.“무슨 일로 오셨어요?”예전 서지아가 이 호칭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서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혼을 앞둔 사이에 ‘강 대표님’이라 부르는 게 더 맞다고 생각했다.“어디 아픈 거야?”강한결은 이 부분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훑어보며 웬일로 안부를 물었다.하지만 안희서는 알았다. 그것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관심은 아니라는 걸.조금 전, 단순한 감기에도 불구하고 서지아에게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를 직접 본 이상 지금 이 한마디는 단지 형식적인 예의일 뿐이라는 걸 더더욱 느낄 수 있었다.강한결은 원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 사람이지만 겉치레는 놓치지 않았다.그 가짜 따뜻함에 안희서는 한때 바보같이 마음이 흔들렸던 적이 있었다.“별거 아니에요. 겸사겸사 삼촌 병문안 왔어요.”안희서는 예의를 차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러자 강한결이 갑자기 말했다.“지아 감기 걸렸어.”안희서는 그의 말을 듣고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강한결은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얼굴이었다. 본처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연녀의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태도에 안희서는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그날 지아가 비엔에서 하도현 기다리다가 한 시간 넘게 바람 맞았어.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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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안희서의 가슴이 순간 조여들었다.놀랍고 믿기지 않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그럼 언제쯤 저랑 같이 가서...”이혼서류.끝 네 글자는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그때 강한결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는 안희서를 한 번 흘깃 보고는 몸을 돌려 전화를 받더니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한층 부드러워졌다.“응, 금방 갈게.”안희서가 아직 말을 채 다 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전혀 미련 없이 등을 돌려 긴 다리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마치 예전처럼 익숙하게 그녀를 무시하며 그렇게 떠났다.안희서는 본래 그 틈을 타 할머니 병문안 얘기를 다시 꺼낼 생각이었다.언제 시간 낼 수 있느냐고, 이 일부터 확실히 정리하자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강한결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서지아에게로 향하는 모습을 보고 안희서는 조용히 차에 올랐다.‘그만두자. 다음 기회에 하자.’몸도 마음도 지쳐 있는 상태에서 지금은 더 이상 그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병원에서 받은 약을 꺼내 포장을 뜯고 투명한 약병에 하나하나 옮겨 담았다.그리고 포장지는 버린 뒤 다시 비엔으로 돌아갔다.안희서가 진료를 받으러 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은 탓에 심예은은 그저 삼촌 안해진을 보러 간 줄 알고 안부를 물었다.그 말에 안희서는 병상에서 고통스러워하던 삼촌의 얼굴이 떠올라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그대로야.”심예은은 슬퍼 보이는 얼굴로 안희서를 꼭 안아줬다.안희서도 살짝 안아주며 말했다.“괜찮아.”퇴근 후, 안희서는 집에 돌아와 혼자 생각을 정리했다.드론은 미래 기술의 핵심 사업이고 비엔도 앞으로 정책과 긴밀히 협력하게 될 것이었다.그녀는 이미 전체적인 기획을 세워둔 상태였고 이제 하도현 팀과 회의하며 세부적인 논의를 할 필요가 있었다.어느새 밤 10시 가까이 되자 설정해둔 약 복용 알람이 울렸고 안희서는 메스꺼움을 참으며 약을 삼켰다.바로 그때, 하도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희서야, 네가 알아야 할 일이 있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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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차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성해원의 말에 은근히 동의하는 기색이었다.성해원은 강한결을 바라보며 단언했다.“내가 보기에 희서 씨는 그냥 지아 씨랑 경쟁하고 싶은 거야. 지아 씨가 드론에 관심 있다니까 갑자기 흉내 내고 지아 씨가 하도현한테 관심 보이니까 비엔에 입사하고. 결국 핵심은 하나지. 너한테 관심 끌려고 그러는 거야.”여자들의 그런 심리는 성해원 입장에서 너무 익숙하고 뻔했다.사랑받지 못하는 여자들은 괜히 애써보고 괜히 시끄럽게 굴게 마련이다.강한결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는데 그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전화는 할머니에게서 걸려온 것이었다.강한결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전화를 받으며 밖으로 나갔다.“많이 늦었는데 아직 안 주무셨어요?”할머니는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넌? 지금 희서랑 같이 안 있는 거야?”강한결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일이 많아서요.”“거짓말 마! 내가 들은 얘기가 한두 개가 아니야! 요즘 네가 누구랑 자주 붙어 다니는지 다 들리는데 그게 말이 돼?”할머니는 격분해 있었고 강한결은 시선을 들며 조용히 물었다.“누가 그랬는데요?”“진짜 그런 사람이 있어?!”할머니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연달아 ‘아이고 아이고’ 하더니 바로 고함쳤다.“강한결! 희서가 얼마나 괜찮은 앤데! 그런 애를 네가 저버리면 하늘이 너한테 벌 줄 알아!”하지만 강한결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그 정도까지는 아니잖아요.”그 대답에 할머니는 불같이 화를 냈다.“나 화나게 하기 싫으면 내일 희서 데리고 집에 와! 명령이야. 부탁이 아니라.”이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어버렸다.강한결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한참 그대로 서 있다가 안희서와의 카톡 메시지 창을 열었다.그렇게 잠깐 들여다보다가 아무 말 없이 다시 나와 바로 전화를 걸었다.이미 밤 11시가 되는 시간이라 안희서는 막 잠들려던 참이었다.원래 수면 패턴이 규칙적인 편이라 늦게까지 깨어 있는 일이 거의 없었고 강한결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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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넌 출신도 별로고 학벌도 평범하지. 나중에 한결이가 밖에 나가서 자기 아내는 전업주부라고 소개하게 하고 싶어?”유옥자는 말을 아끼지 않았고 목소리에는 은근한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며느리 안희서가 마음에 안 든 지 오래였다.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하지만 당시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그냥 받아들였을 뿐이었다.그러나 요즘 강한결과 자주 연락하는 서지아는 적어도 사람들 앞에 내세울 만했다.물론 강씨 가문 기준에서 보면 출신이야 다소 아쉽지만 학벌은 우수했고 적어도 안희서보다는 훨씬 나았다.안희서는 유옥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걱정 곧 안 하셔도 될 거예요.”그러자 유옥자는 찡그린 얼굴로 물었다.“그게 무슨 뜻이야?”안희서가 대답하기도 전에 현관 밖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곧 길고 곧은 실루엣이 현관문을 지나 거실에 들어섰다.강한결이었다.그의 차가운 눈동자가 거실 분위기를 가볍게 훑었다.지난 3년간, 어머니 유옥자가 안희서를 곤란하게 만든 장면을 그는 수없이 봐왔다.그럴 때마다 안희서는 감정 한 번 표출하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그녀가 스스로도 억울하다고 느끼지 않는 듯했기에 강한결은 굳이 나서지 않았다.그럴 필요도 없다고 여겼다.“좀 일이 있어서 늦었습니다.”강한결은 안희서를 스치듯 바라보다 그녀 옆에 조용히 섰다.“할머니,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그가 옆에 섰을 때 안희서는 그의 몸에서 은은히 퍼지는 익숙한 향을 느꼈다.여성용 향수였다.그중에서도 백머스크의 잔향,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향이었다.바로 서지아가 자주 쓰는 향이었던 것이다.그가 이 향을 이 정도로 짙게 묻히고 있다는 건 둘이 오랜 시간 가까이 있었단 뜻이었다.아무리 부정해도 이건 우연일 수 없다.할머니는 강한결의 탄탄한 팔뚝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왜 이제야 오는 거야? 뭐 그렇게 급한 일이 있다고!”강한결은 의미 없는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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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강한결은 시선을 거둬들이고는 곧 젓가락을 내려두며 일어섰다.“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 먼저 식사하세요.”그는 안희서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긴 다리를 내딛어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안희서는 조금 전 그가 보낸 애매한 시선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그 표정이 어떤 의미였는지 정확히 짚을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속이 타들어 갔다.‘도대체 언제쯤 할머니께 말할 셈이지?’강유라는 옆에서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오빠도 입맛 없는데 나도 안 먹을래요.”그러고는 게임하러 방으로 가버렸다.안희서는 조용히 밥을 계속 먹었다.타인의 시선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것, 그걸로 스스로를 갉아먹을 필요는 없었다.식사가 끝나고 할머니가 안희서를 붙잡고 조용히 탄식했다.“우리 착한 희서, 한결이 성격이 원래 그렇다지만 너 많이 힘들었지? 할미가 다 안다. 걱정 마, 무슨 일이 있어도 할미는 네 편이야. 절대로 네가 헛되게 희생하게 두지 않을 거야.”안희서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할머니의 그 걱정 어린 눈빛이 괜히 마음을 찌릿하게 만들었다.할머니는 그동안 줄곧 안희서를 아껴줬고 둘 사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쏟아줬다.하지만 이제는 정말 더는 갈 수 없는 길이었다.강한결의 마음도, 몸도 이미 다른 여자의 것이었다.그리고 자신 역시 더는 이런 식의 관계를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병,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할머니, 저 오늘 사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안희서는 숨을 깊이 들이쉰 후, 조용히 말했다.“한결 씨랑 같이 말씀드리려고요.”더 이상 할머니의 눈을 마주보기 어려웠는지라 그녀는 마치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그들의 방, 한때 안희서가 가장 많은 밤을 함께했던 곳, 그 앞에 서서 안희서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두 사람이 함께 할머니께 이혼 이야기를 해야 했고 이젠 피할 수 없었다.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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