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결은 시선을 거둬들이고는 곧 젓가락을 내려두며 일어섰다.“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요. 먼저 식사하세요.”그는 안희서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긴 다리를 내딛어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안희서는 조금 전 그가 보낸 애매한 시선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그 표정이 어떤 의미였는지 정확히 짚을 수는 없었지만 어쩐지 속이 타들어 갔다.‘도대체 언제쯤 할머니께 말할 셈이지?’강유라는 옆에서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오빠도 입맛 없는데 나도 안 먹을래요.”그러고는 게임하러 방으로 가버렸다.안희서는 조용히 밥을 계속 먹었다.타인의 시선은 어디까지나 타인의 것, 그걸로 스스로를 갉아먹을 필요는 없었다.식사가 끝나고 할머니가 안희서를 붙잡고 조용히 탄식했다.“우리 착한 희서, 한결이 성격이 원래 그렇다지만 너 많이 힘들었지? 할미가 다 안다. 걱정 마, 무슨 일이 있어도 할미는 네 편이야. 절대로 네가 헛되게 희생하게 두지 않을 거야.”안희서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할머니의 그 걱정 어린 눈빛이 괜히 마음을 찌릿하게 만들었다.할머니는 그동안 줄곧 안희서를 아껴줬고 둘 사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온갖 정성을 쏟아줬다.하지만 이제는 정말 더는 갈 수 없는 길이었다.강한결의 마음도, 몸도 이미 다른 여자의 것이었다.그리고 자신 역시 더는 이런 식의 관계를 이어갈 자신이 없었다.게다가 그녀의 병,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그것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다.“할머니, 저 오늘 사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안희서는 숨을 깊이 들이쉰 후, 조용히 말했다.“한결 씨랑 같이 말씀드리려고요.”더 이상 할머니의 눈을 마주보기 어려웠는지라 그녀는 마치 도망치듯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그들의 방, 한때 안희서가 가장 많은 밤을 함께했던 곳, 그 앞에 서서 안희서는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다.두 사람이 함께 할머니께 이혼 이야기를 해야 했고 이젠 피할 수 없었다.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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