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시한부는 이혼하고 싶다: Chapter 11 - Chapter 20

35 Chapters

제11화

서지아가 강한결의 사무실에서 나왔고 비서팀의 다른 비서가 정중하게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었다.“서지아 씨, 강 대표님께서 서지아 씨와 함께 점심을 드시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서지아 씨께서 휴식을 마치시면 그곳으로 안내하라고 하셨습니다. 이건 강 대표님께서 서지아 씨를 위해 준비한 커피입니다. 가는 길에 드시면 됩니다.”서지아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의 극진한 대접을 여유로운 태도로 받아들였다.그녀는 자신감이 넘치고 태연했다. 그것들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는 듯이 말이다.모든 이들이 그녀를 사모님처럼 대했다.안희서는 꽤 놀랐다.강한결의 사무실에는 기밀문서가 가득했고 또 그의 개인적인 영역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서지아가 그곳을 휴게실처럼 쓸 수 있게 했고 세심하게 그녀를 챙겼다.그러나 정작 안희서는 지난 3년 동안 그의 서재에 들어갈 권한조차 없었다.강한결이 누구를 사랑하는지 굳이 확인해 볼 이유가 없었다.“안 팀장님, 잠깐 비켜주시겠어요? 서지아 씨 길을 막고 계셔서요.”조민준은 안희서가 눈치 없다고 생각하며 말했다.안희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젠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엄청난 차별 대우를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과거 자신의 희생이 안타깝게 느껴졌다.그녀는 고개를 숙이면서 길을 내준 뒤 조민준을 향해서 말했다.“만약 한결 씨가 바쁘지 않다면 저와 이...”“한결 씨?”엘리베이터 입구까지 걸어간 서지아는 안희서의 말을 듣고 그제야 그녀의 존재를 발견했다.그녀는 덤덤한 표정을 지으면서 생각에 잠긴 얼굴로 물었다.“혹시 이 회사 직원인가요?”안희서는 미간을 찌푸렸다. 서지아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블루베이에서 일한다는 건 모를 수도 있었다.조민준이 앞으로 나섰다.“네. 홍보팀 안 팀장입니다.”서지아는 시선을 거두어들이면서 덤덤히 말했다.“어쩐지.”홍보팀에서 그녀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을 거절했다는 말을 들었었는데 안희서가 홍보팀 팀장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이해가 갔다.서지아는
Read more

제12화

“미안해요...”안희서는 갑자기 눈시울이 빨개졌다.하도현은 그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지만 동시에 그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나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어? 3년 동안 재능을 썩혔으니 너 자신한테 미안해해야지.”안희서는 울고 싶기도, 웃고 싶기도 했다.사실 하도현은 안희서가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입이 가벼운 심예은이 이미 일찌감치 그에게 그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안 늦었어.”하도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면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제라도 깨달았으면 됐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아. 네 능력이라면 어떤 회사든 갈 수 있을 거야. 네가 비엔으로 온다면 우리한테는 좋은 일이지. 비엔의 영광이야.”안희서는 당시 뛰어난 재능으로 연구소에 특별 임용되었었다.안희서는 결코 묻혀선 안 되는 사람이었다.그동안 사람들은 엔유 2 드론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그러나 다들 엔유 2를 하도현의 연구 성과라고 생각했고 적지 않은 이들이 엔유 2를 위해 비엔을 끊임없이 찾았다. 그러나 사실 엔유 2는 안희서가 겨우 스무 살 때 만들어낸 것이었고 지금까지도 그것을 뛰어넘은 사람이 없었다.안희서는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많은 시간을 주었다. 그러나 여태 사람들은 그녀의 앞선 사고력과 기술을 넘어서지 못했다.“내가 비엔에서 일하는 걸 동의하는 거예요?”안희서의 마음속에서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쳤다.하도현은 차갑게 웃었다.“심예은은 너의 기술 출자를 일방적으로 동의했어. 난 네가 비엔을 얼마나 높은 곳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지 지켜볼 거야. 월요일부터 출근해.”하도현은 겉으로는 매정해 보여도 사실은 마음 약한 사람이었다. 안희서는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안희서는 방긋 웃었다.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진심에서 우러나온 미소를 지었다.“고마워요. 도현 오빠.”하도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친 뒤 몸을 돌려 다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러 갔다.안희서는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듯한 홀가분한 기분을 느꼈다.조금 전까지는 몸
Read more

제13화

서지아는 드론 자격증이 있었기에 드론을 조종하는 건 그녀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사람들은 그녀를 위해 환호했다.서지아는 능력이 있고 자신감도 있었다.강한결이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게 이해가 되었다.서지아 같은 여자는 원래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안희서는 객관적으로 서지아가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부드러우면서도 당당한 성격에 어렸을 때부터 좋은 교육을 받은 티가 났으며 똑똑한 데다가 예쁘기까지 하니 말이다.서지아는 어딜 가든 화제의 인물이 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서지아가 가진 것들은 전부 훔쳐 온 것이었다.서지아의 어머니와 안희서의 어머니는 한때 친한 친구 사이였다. 서지아의 어머니는 몸이 좋지 않았고 당시 안희서의 어머니는 서지아의 어머니가 대학원에 다닐 수 있게 그녀를 위해 학비를 대주었다.그러나 결국...서지아의 어머니는 안희서의 어머니가 2년 동안 고생하며 쓴 논문을 표절해서 발표했다.안희서의 어머니가 심혈을 쏟아부은 논문에 본인의 이름을 적은 것이다.서지아의 어머니는 안희서의 어머니를 짓밟고 신분 상승을 했고, 임신한 뒤 해외로 떠나 해외 재벌과 결혼했다.서지아는 화려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안희서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안희서의 눈빛이 살짝 차가워졌다. 그녀는 이 상황이 우습게 느껴졌다.서지아는 좋은 성적으로 퇴장했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은 그녀와 강한결을 취재하기 위해 그들에게 우르르 달려들었다.안희서는 중간쯤에 서 있었기 때문에 지나가는 기자들과 몇 번이나 부딪쳤다.안희서처럼 유명하지 않은 사람은 그들을 피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녀는 발목에서 통증을 느끼며 비틀거리다가 겨우 중심을 잡았다.한 기자가 질문을 했다.“두 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곧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안희서가 고개를 들었다.강한결은 기자들이 서지아에게 닿지 않도록 그녀를 품 안에 감쌌다. 그의 차가운 눈빛은 위압감이 넘쳤다.“닿지 않게 조심해 주세요.”여성 기자들은 그들의
Read more

제14화

“너 모르고 있었니?”강한결의 할머니는 곧바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화를 냈다.“내가 이틀 전에 너희 둘이 율청산에서 이틀 동안 휴가를 보낼 수 있게 티켓을 예약했어. 어제 한결이한테 물으니까 너한테 티켓을 줬다고 하던데.”안희서는 의아했다. 강한결은 그녀에게 그 사실을 얘기해주지 않았다.그녀와 함께 휴가를 보내고 싶지 않아서 할머니에게 거짓말한 게 틀림없었다.“할머니, 사실 제가 갑자기 일이 생겨서...”“오늘은 주말인데 무슨 일이 있겠어? 한결이 그 자식 편 들어주려고 하지 마. 희서야, 지금 바로 율청산으로 가. 할머니가 너희 둘을 위해서 다 준비해 뒀어. 내가 한결이 그 자식에게 얘기하마.”안희서는 막으려고 했다.“할머니, 사실 저 한결 씨랑...”“한결이랑 뭐?”강한결의 할머니는 다시 온화해진 말투로 안희서에게 말했다.상황을 보니 그녀는 안희서가 강한결에게 이혼하자고 한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강한결은 무엇 때문에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걸까?알렸다면 할머니가 두 사람을 위해 데이트를 계획했을 리도 없었다.안희서는 강한결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강한결의 할머니는 혈압도 불안정했고 심장도 좋지 않았다. 설마 적당한 시기에 차차 할머니에게 이혼 얘기를 꺼낼 생각인 걸까?만약 그녀가 지금 할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큰일이었다. 그녀는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이혼합의서에 사인을 하면 그 뒤로 이혼 신고만 하면 되었다. 강한결의 할머니가 그 사실을 천천히 받아들이기엔 시간이 충분했다.안희서는 심사숙고한 뒤 말했다.“괜찮아요. 할머니, 저 지금 바로 갈게요. 한결 씨가 저한테 얘기해줬어요.”안희서는 단지 그녀를 달랠 생각이었을 뿐, 진짜로 갈 생각은 없었다.그런데 할머니가 말했다.“그러면 지금 바로 차 보내줄게. 운전기사가 그곳을 잘 알고 있어. 너희는 부부라서 가끔은 새로운 걸 즐겨야 해. 둘이서 이틀 동안 잘 지내봐. 올해 말까지는 나한테 손주를 안겨줘야지!”
Read more

제15화

“됐어요. 그냥 지금 바로 떠날게요.”안희서는 이곳에 남아 그들의 걸림돌이 되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움직이자마자 큰 손이 그녀를 붙잡았다. 안희서는 강한결의 무심한 눈빛을 마주했다.“네가 여기 써. 내가 방을 바꿀게.”안희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그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그런데 강한결이 먼저 그녀의 손을 놓으면서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네가 지금 가버리면 할머니한테 설명하기 힘들어.”안희서는 그의 의도를 이해했다. 그녀는 믿기 어렵다는 듯이 말했다.“한결 씨랑 지아 씨를 위해서 연막이 되어달라고요?”‘그래야 할머니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까?’강한결은 그녀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강한결은 그녀를 응시하면서 소매를 정리했다.“네가 여기에 오지 않았다면 이런 귀찮은 일은 없었을 거야.”안희서는 순간 가슴이 꽉 막힌 기분이 들었다.그녀가 자초했다는 말인가?안희서는 조건을 걸었다.“그래요. 대신 사표 바로 수리해 줘요.”강한결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안희서는 그 미소가 뭘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다.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강한결이 그녀에게 율청산 일을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그는 서지아와 함께 데이트하고 싶었던 것이다.이럴 줄 알았다면 이곳에 오지 않았을 것이다.안희서는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이젠 상관없었지만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캐리어 속 옷을 정리했다.검색해 보니 그들이 묵고 있는 곳에는 승마장이 있었다. 직원이 옆에서 말을 끌어주는 것인데 꽤 재밌어 보였다.안희서는 곧장 승마장으로 향했다.그런데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여자의 앙탈을 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찬영 오빠, 뒤에서 그만 찔러요! 진짜 변태 같아!”“뭐야? 또 날 탓하는 거야?”남자는 양아치처럼 굴었다.안희서는 걸음을 멈췄다.그녀의 눈동자가 함께 말을 타고 있는 남자와 여자에게로 향했다. 남자는 여자를 뒤에서 끌어안고 한 손에는 고삐를, 다른 한 손으로는 여자의 턱을 쥐면서 그녀와 키스하고
Read more

제16화

강한결은 정말로 방을 바꾸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서지아와 함께 방에서 나왔으니 아마 어젯밤 둘이 같은 방에서 묵었을 것이다.안희서는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그녀는 두 사람을 피해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로 달려간 그녀는 뭐라고 게워 내려고 했지만 결국 아무것도 게워 내지 못했다.요즘 식욕이 많이 줄어들었다. 어쩌면 몸 상태가 그녀의 생각보다 훨씬 더 안 좋은 걸지도 몰랐다.안희서는 거울 속 초췌한 몰골의 자신을 바라보자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인간은 너무나도 나약했다.그녀는 그래도 완전히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나서야 깨달은 건 아니라고 자신을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그녀에게는 다시 안희서로 돌아갈 시간이 남아 있었다.안희서는 다시 화장을 수정하여 얼굴에 생기가 감도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그녀는 호텔 측에 얘기하여 율청산에서 떠나는 차를 부탁한 뒤 외할머니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외할머니는 사실 말수도 많지 않고 웃음도 적은 사람이었다. 외할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뜬 뒤 외할머니는 자식들을 키우는데 모든 정력을 쏟았다.그리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외할머니는 더욱 말수가 줄어들었다. 그녀는 오직 안희서의 일에만 유독 마음을 쏟았다.“외할머니?”안희서는 외할머니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않게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아침은 먹었니?”엄혜원이 걱정스레 묻자 안희서는 마음이 따뜻해졌다.“지금 먹고 있어요. 외할머니, 저 보고 싶어서 전화하셨어요?”엄혜원은 웃으면서 말했다.“사실 별일은 아니고 요즘 너랑 한결이를 위해서 목도리를 두 개 떴거든. 날씨가 점점 추워지고 있잖아. 손으로 뜬 게 훨씬 따뜻해서 떠봤어. 너희 언제쯤 가지러 올 거니? 같이 집으로 와서 밥도 먹고 가. 우리 희서가 좋아하는 갈비찜도 해줄게.”안희서는 시선을 내려뜨렸다.“외할머니, 그런 건 안 해주셔도 돼요. 힘들잖아요.”“이게 다 뭐라고. 네가 그런 집안에 시집가서 힘들었을 거라는 거 할머니는 다 알아. 그런데 내가 해줄 수 있는
Read more

제17화

안희서는 주먹을 쥐면서 평온하게 말했다.“그런 장면을 보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거예요.”안희서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강한결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억지 부리지 말아요. 나한테 들키지 않았으면 절대 인정하지 않았을 거잖아요.”강유라는 안희서를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진짜 짜증 나게 하네요. 여긴 호텔이에요. 먹는 거, 입는 거 다 여기서 해결할 수 있다고요. 그런데 당신은 왜 따라왔어요? 여긴 당신이 필요 없다고요.”지난 3년간, 강유라는 주말이나 방학 때면 엄마의 잔소리를 피하고자 자주 강한결의 집에 갔고 그때마다 안희서는 엄마처럼 그녀를 보살펴 주었다.그런 것에 익숙했던 강유라는 본능적으로 안희서가 그녀를 보살펴준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언짢게 하러 왔다고 생각했다.“무슨 일이에요?”장하윤과 주찬영이 모습을 드러냈다.주찬영은 그들에게 괴롭힘당하는 안희서를 바라보며 웃었다.“강 대표님, 무슨 일이길래 분위기가 이렇게 심각해요?”강유라는 비록 어리긴 하지만 눈치가 있었다. 주찬영이 안희서의 오빠라는 걸 알고 있던 그녀는 입을 비죽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나 안희서는 주찬영이 그냥 넘어갈 수 있도록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알았다.서지아는 그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장하윤을 바라보며 말했다.“우리는 밥 먹으러 가자.”장하윤도 남의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고 싶지 않았기에 서지아와 함께 떠났다.주찬영은 나른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난감해하는 안희서의 상황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굴었다.“강 대표님은 집안일을 처리하고 계세요. 전 제 여자 친구한테 가볼게요.”그는 심지어 강한결이 내연녀를 데리고 다니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옆에서 방관했다.강유라는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듯했지만 강한결의 눈빛에 겁을 먹고 목을 움츠리더니 곧바로 도망쳤다.안희서는 주찬영의 뒷모습을 몇 초간 지켜보았다.“뭘 보는 거야?”강한결의 차가운 목소리에 안희서는 그제야
Read more

제18화

그것이 주찬영이 신경 쓰는 점이었다.그는 옛정 때문에 안희서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이제 곧 블루베이와 협력하는데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것이었다.주찬영의 눈에 안희서는 강한결의 아내였다. 아내인 안희서가 뭔가 잘못을 하여 그에게까지 불똥이 튄다면 골치 아팠다.안희서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며 말했다.“하고 싶은 말은 그것뿐이에요?”“아니.”주찬영은 담배를 끄고 그녀를 바라보았다.“하윤이는 우리 옛일을 몰라. 하윤이랑 잘 지내도록 해.”헛소리하지 말라는 뜻이었다.안희서는 갑자기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오늘 있었던 일 때문에 그녀는 자꾸만 코끝이 찡했다.“오빠.”안희서는 덤덤히 그를 불렀다.“만약 하윤 씨가 오빠가 어쩌다가 내 오빠가 됐는지 궁금해한다면 그것에 관해 가르쳐줄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걸 제외하고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가요?”주찬영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러나 그는 이내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우리 희서 많이 컸네. 예전에는 자기 감정 하나 못 숨겨서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알게 만들더니 이제는 감정을 숨길 줄도 아네.”주씨 가문 사람들은 안희서가 그를 얼마나 좋아했었는지 모두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제 안희서는 그를 향한 감정을 숨길 줄 알았다. 그는 철든 그녀의 모습이 흡족했다.“그리고 강한결 씨 말이야.”주찬영이 말했다.“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건 정상적인 일이야. 하윤이는 네가 한결 씨 아내라는 걸 모르니까 티 내지 마. 서지아 씨 불편하게 만들면 안 되니까.”“그건 한결 씨 뜻인가요?”안희서는 시선을 들었고 주찬영은 설명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안희서는 복도에 남아 차가운 바람을 느꼈다. 그녀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더니 웃음을 터뜨렸다.한때 그녀가 다른 남자들에게 괴롭힘당하는 건 절대 두고 볼 수 없다던 주찬영이 이제는 수렁에 빠진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자기 여자 친구와 서지아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주찬영이 돌아왔을 때 강한결 일행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금 전
Read more

제19화

안희서는 본능적으로 긴장하며 젓가락을 꽉 쥐었다.“아뇨. 저 건강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 끼니를 자주 걸러서 그런가 봐요.”그녀는 아프면서 살이 많이 빠졌다. 입맛도 없거니와 먹어도 영양소가 흡수가 안 되는 탓이었다. 강한결도, 주찬영도 발견하지 못했는데 오로지 그녀를 사랑하는 외할머니만이 단번에 그 점을 알아보았다.그러나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었다.외할머니는 연세가 많으셨고 어머니가 떠난 뒤로는 충격을 받아서는 안 됐다. 그리고 그녀의 삼촌 안해진은 간암 때문에 계속 요양센터에서 지내고 있었다. 만약 안희서까지 쓰러진다면 그들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희서야, 요즘 많이 우울하니?”엄혜원은 안희서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껴서 불안해졌다.“혹시 한결이랑 싸운 거야?”그렇지 않으면 강한결이 왜 안희서와 함께 오지 않았겠는가?안희서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외할머니를 안았다.“아뇨. 잘 지내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다음에 꼭 같이 오도록 할게요.”이혼한다면 그들 모두 각자의 삶을 살 것이다.엄혜원이 할 수 있는 것은 안희서를 위해 끊임없이 음식을 집어주는 것뿐이었다. 안희서는 입맛이 없고 속이 울렁거렸지만 웃으면서 전부 먹었다.떠나기 전, 안희서는 외할머니가 손수 만든 목도리를 챙겨서 떠났다.월요일, 안희서는 블루베이로 가지 않고 곧장 비엔으로 향했다.강한결은 그녀의 사표를 수리해 주겠다고 약속해 주었고 인수인계도 마쳤으니 이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다.그녀는 남성용 목도리를 차에 놓고 본인은 여성용 목도리를 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심예은과 하도현은 아침 일찍부터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비엔의 임원은 두 사람뿐이었는데 안희서가 기술 출자로 세 번째 대주주가 되었다. 사실 많은 직원들이 안희서의 실력을 의심했다.비엔에 입사한 자들은 국내외 최상위 학력을 가진 자들이었다.그러나 안희서는 학력이 그들만큼 화려하지는 않았고 유일한 경력도 홍보팀 운영 경험이었다.비엔에는 실력 없는 이들이 필요 없었다.“여기 최소 석사라면서.
Read more

제20화

남자를 본 심예은은 얼굴이 팍 구겨졌다.“오빠, 갑자기 왜 지랄이야?”심재형은 미간을 찌푸리며 경고하는 눈빛으로 심예은을 바라보았다.“서지아 씨가 먼저 찾아와줬는데 문전박대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그는 안희서를 보는 순간 잠깐 놀랐다.안희서는 키가 크고 늘씬했으며 어깨와 목이 가늘고 여렸다. 게다가 어렸을 때부터 잘 교육받은 건지 자세가 굉장히 우아했다.검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긴 안희서는 피부가 매우 하얬고 화장을 연하게 했는데도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했으며 날카로운 눈매에서는 도도함이 느껴졌다.너무 아름다워서 도저히 못 본 척할 수가 없었다.“설마 귀한 손님이 쟤야?”심재형은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터뜨렸다.“집안일만 할 줄 아는 가정주부가 뭐가 그리 중요해서 서지아 씨를 문전박대하는 거야?”심재형은 안희서를 알고 있었다.안희서가 그의 여동생 심예은의 가장 친한 친구였기 때문이다.그는 안희서가 결혼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누구와 결혼했는지는 몰랐다. 예전에 그는 안희서의 미모 때문에 그녀에 관해 살짝 알아봤었는데 얼굴만 예쁘고 할 줄 아는 게 전혀 없었다.안희서는 서지아와 달랐다.서지아처럼 훌륭한 여자는 매우 보기 드물었다.“오빠, 미치기라도 한 거야? 오빠가 무슨 자격으로 비엔의 일에 간섭하는 건데?”심예은은 심재형을 매우 무시했다. 심재형이 굉장히 멍청했기 때문이다.게다가 며칠 전 그녀는 심재형이 그동안 서지아를 좋아했는데 서지아와 강한결의 열애설이 난 뒤로 실연에 빠져 알코올 중독이 될 때까지 술을 퍼마신 걸 알게 되었다.심재형은 안희서를 힐끔 바라보면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비엔이 뭐가 그렇게 잘나서 건방지게 구는 건데? 꼴 보기 싫게 말이야. 서지아 씨는 줄곧 엔유 2를 높이 평가했어. 그래서 하 대표님과 한 번 만나보려고 한 거야. 뛰어난 사람들이 만나서 같이 얘기를 나누는 건 좋은 일이잖아. 그런데 겨우 가정주부 한 명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는 거야? 여기 겨우 그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아?”“서지아가 뭐
Read more
PREV
123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