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만과 조서녕이 가장 앞줄에 꿇어앉았고, 나머지 사람들도 차례로 무릎을 꿇었다. 태감은 환히 웃으며, 낭랑한 목소리로 어명을 선포하기 시작했다.“천명을 받들어 폐하께서 칙령을 내리노라. 조씨의 따님 서녕은 의술이 뛰어나며, 덕행과 재주를 겸비하였고, 서창 전란 중엔 약방을 아낌없이 내어 군사와 백성을 구하였으니, 그 공로가 크도다. 이에 의녀의 품계를 내리고, 별궁 어의록에 이름을 올리게 하며, 상으로 옥으로 빚은 여의 한 쌍, 야명주 한 쌍, 마노 한 상자, 촉금 열 필을 하사하노라!” 하사품 목록이 이어지자, 후원에 모인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조서녕의 얼굴엔 자부심이 어린 빛이 떠올랐다.“참장 최익만은 선평후의 후예로 용맹이 드높으며 전공이 두드러지니, 조씨와의 인연은 하늘이 맺은 바요, 백년을 기약할 만하도다. 이에 조씨를 고명부인으로 책봉하고, 봉작에 맞는 의복과 인장을 하사하며, 병부 전적에 그 공을 기록하게 하노라!”어지가 모두 내려지자, 의식은 마무리되었다.최익만과 조서녕은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고, 두 사람의 눈빛엔 더는 다른 누구도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다.태감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한 걸음 앞으로 나와 말했다.“조의녀, 어지를 받드십시오.”조서녕은 그제야 고개를 들고,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하였다.“의녀 조서녕, 삼가 어지를 받듭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한 줄기 강렬한 햇살이 쏟아져 그녀의 몸 위로 희미한 광채가 드리워졌다. 얼굴에는 뜻을 이루고 만족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녀는 노지연이 있는 쪽을 흘끗 바라보며 눈 속에 드러난 경멸과 무시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선평후 최학수는 황급히 시종들에게 무겁게 채워진 은전 주머니를 태감에게 건네게 했고, 몸소 그를 밖까지 배웅하며 매우 정중히 대했다.최익만의 누이 최운정이 앞으로 다가와 조서녕의 팔을 친근하게 잡았다.“서녕 언니, 정말 대단해요. 우리 여자들은 모두 언니를 본보기 삼아 배워야 해요.”최익만이 정색해서 말했다.“형님이라고 불러야 한다.”최운정이 노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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