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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eur: 꽃도령
두 사람이 떠난 후에야 옆방에서 비로소 움직임이 일었다.한 남성이 앉아 있었는데 자세는 무척이나 편안하고 거침없었다.

피부가 어두운색이었고, 짙은 검은 머리와 넓은 이마가 강인하면서도 날카로운 인상을 풍겼다.

눈썹뼈 위에는 희미한 흉터가 자리했는데, 용모를 해치지도 않았고 추하지도 않았지만 오히려 그에게 살짝 불량한 기운을 더해주었다.

그는 발을 들어 옆에 있는 사람을 툭 차며 말했다.

“하균, 말해 보아라. 이번 겨울은 추울 것 같으냐?”

하균은 부채를 들고 매우 열심히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다.

“전하, 지금 이 더위를 보십시오. 추울 것으로 보이시옵니까? 저는 지금 미칠 것 같사옵니다.”

소연준은 손가락을 살짝 굽혀 탁자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이렇게나 더운 날씨인데, 노씨 집안 딸이 갑자기 목면 옷과 숯을 대량으로 사들이려 하다니, 참으로 기이한 일이로구나.”

하균은 헛웃음을 지으며 대충 말했다.

“여자들이란 게 다 그렇사옵죠. 머리만 길고 식견은 짧사옵니다.”

그는 다시 하윤의 다리를 걷어찼다.

“왜, 여인을 얕보는 것이냐? 네가 누구 배에서 나온 줄 아느냐? 네 목숨을 누가 구했는지 기억나지 않느냐?”

두 사람은 이번 행차에서 운이 없어 목숨을 거의 잃을 뻔했으나 마침 석기준의 상단에 발견되어 한경까지 올 수 있었다.

정말 따지자면 노지연은 그들의 생명의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윤은 즉시 입을 막으며 말했다.

“제가 입이 거칠었사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그런데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태창 상인의 주인장이 젊은 여자일 줄은...

소연준이 물었다.

“네게는 은전이 얼마나 있느냐?”

하윤은 몸을 더듬어 초라한 주머니를 꺼내더니 안타까울 정도로 적은 은 조각들을 쏟아냈다.

소연준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거지 같구나.“

하윤은 울상을 짓고 대답했다.

“...그건 다 전하 탓이옵니다.”

전하께선 타고난 재물복이 없어 값진 물건이 손에 들어가도 한 시진을 못 버티시는데

하윤이 돈을 맡아도 어김없이 사라지곤 했으니 아마도 조정에서 둘도 없이 가장 가난한 황자일 것이다.

소연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성큼성큼 나가자, 하윤이 황급히 따라가며 물었다.

“전하, 어디로 가시는 것이옵니까?”

소연준이 대답했다.

“궁에 들어가서 그 늙은이에게 돈 좀 타내야겠다.”

그는 말로 할 수 없는 예감이 들었다.

노씨 집안 큰딸과 손을 잡으면 크게 딸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어차피 자기 돈이 아니니 잃어도 상관없었다.

석기준과 일을 모두 논의한 뒤, 노지연과 하인들은 거리를 한 바퀴 더 돌았고, 저택에 돌아왔을 땐 이미 해가 질 무렵이었다.

기분 좋게 옥류각으로 돌아왔는데 예상치 못한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익만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예전에도 집에서 이렇게 일찍 나갔다 늦게 들어오며 밖에서 마음대로 놀았소?”

큰 오명을 씌우는 거였다.

노지연은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와 더는 말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던 노지연은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습니까?”

최익만은 이 옥류각에서 거의 종일 기다렸기에 이미 속으로 불만이 가득 차 있었는데 이 여인이 자신의 잘못을 전혀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렇게 냉담하게 대하자 가슴 속 분노가 극에 달해 순식간에 폭발했다.

“이게 부인이 서방님을 대하는 태도요?”

노지연은 속으로 곧 아니게 될 거로 생각했다.

“할 말 없으면 돌아가십시오. 저는 쉬어야겠습니다.”

최익만은 솜에 주먹질한 것처럼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 온 목적을 생각하며 최익만은 가슴 속 분노를 억누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니께서 부르시오. 지금 바로 따라오오.”

노지연은 눈을 흘기며 전생의 한 일을 떠올렸다.

“옷을 갈아입고 바로 가겠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며 노지연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후부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김 어멈이 대답했다.

“여의각의 집사가 아씨께 머리 장신구를 가져왔습니다.”

‘역시 똑같아.’

그녀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이 사람들은 정말 재미있군. 나를 마음대로 부르고 쫓아낼 수 있는 돈주머니로 생각하다니.’

거의 반 시진을 기다린 최익만은 이미 극도의 불편함에 도달해 있었다.

마침내, 노지연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녀는 산뜻한 흰색 비단 소재에 구름 문양이 수 놓인 평상복으로 갈아입었고, 원래 화장도 깨끗이 지워서 민낯 상태였다. 머리에 꽂은 해당화 모양의 비취 구슬 비녀만이 유일하게 눈에 띄는 것이었다.

매우 담백하고 밋밋한 차림새였지만 최익만은 무언가에 가볍게 부딪힌 듯 눈빛이 그윽해졌다.

기억은 순간 수년 전으로 돌아가 묘법사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이 떠올랐다.

소녀는 솔솔 떨어지는 배꽃 아래 서 있었고, 그림 같은 눈매에 소심한 미소를 머금고 있어 나약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을 주었는데 강한 보호 본능이 일게 했다.

심장이 뛴 건 한순간이었다.

그녀가 자신과 어렸을 때 약혼한 색시라는 걸 알았을 때, 그는 마음속에 끝없는 부드러움과 기쁨이 피어올랐고, 하루빨리 그녀를 맞아들이길 바랐다.

그녀가 오늘 또 이런 차림을 한 건, 자신의 동정심을 끌려는 건가?

최익만의 마음속 감정이 요동쳤고 노지연을 바라보는 눈빛도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한결같은 마음을 품고 있었는데 자신은 이미 서녕을 데려왔으니 그녀가 투정을 부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녀가 자신을 3년이나 기다린 것을 생각하며, 조금 더 아량을 베풀기로 마음먹었다.

최익만은 말투를 부드럽게 낮추며 말했다.

“조금 있으면 어머니 앞에 가게 될 텐데, 말을 잘 듣고 고집부리지 마오.”

“내가 부인을 위해 청원해서 집안일 관리권을 다시 찾아줄 것이오.”

노지연은 어리둥절해졌다.

“필요 없습니다.”

이 엉망진창인 집안, 맡고 싶은 사람이면 맡으라. 그녀는 더는 손대지 않을 생각이었다.

최익만은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며 말했다.

“내 앞에서 굳이 이렇게 억지로 참지 않아도 되오. 부인 마음속에 무슨 억울한 일이 있으면 모두 털어놓아도 좋소.”

갑작스러운 한기가 오장육부로 퍼지며 역겨워 토할 것 같았다.

‘이 남자 머리가 이상한 건가? 이제 와서 무슨 감정 깊은 척하는 거지?’

그녀는 비웃듯 최익만을 바라보았다.

“지금 그런 말을 하면서도 스스로 위선적이라는 생각에 구역질 나지 않습니까?”

최익만의 얼굴이 움찔거리더니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

“부인, 나는 그냥 부인과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왜 항상 이렇게 독설을 퍼부으려 드는 것이오?”

노지연이 따져 물었다.

“제 억울함을 말한다고 해도 서방님의 값싼 위로 몇 마디 외에 뭘 더 해 줄 수 있겠습니까?”

최익만은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노지연이 계속 차갑게 말을 이었다.

“이미 저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다면 그런 척하는 건 그만두시지요.”

말을 마치자 그녀는 발걸음을 옮겨 남자를 더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전생에는 확실히 그의 이런 태법에 속아 넘어가 매번 그의 달콤한 말에 휘둘려 끝없이 양보하고 물러섰다.

하지만 이번 생에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을 것이다.

최익만은 속으로 주먹을 꽉 쥐며 다시 한번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

그녀는 정말 변했다. 이제는 저 장터의 싸움닭처럼 속물적으로 변해버려 예전의 배꽃 아래에서 수줍게 웃어 보이던 그 소녀와는 완전히 달라졌다.

최익만은 크게 실망했다.

노지연은 늦게 도착했지만, 강미숙의 얼굴에는 조금도 불쾌한 기색이 없었는데 그녀의 수양이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최운정은 불만으로 얼굴이 가득했지만, 자신의 목적을 생각하며 억지로 참고 트집을 잡지 않았다.

노지연이 강미숙에게 예를 표하자 강미숙은 웃으며 그녀를 불렀다.

“지연이 왔구나. 어머니 곁에 앉으렴.”

노지연은 어색함 없이 순순히 따라 앉았다.

그러자 최운정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형님, 방금 어디 계셨습니까? 우리 모두 종일 기다렸습니다.”

투덜대는 어조를 감추지 못했다.

방금 그녀는 직접 머리 장신구를 살펴보았는데,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워 눈이 부실 정도였다. 당장이라도 머리에 쓰고 싶었다.

하지만 노지연이 돌아오지 않아, 그녀는 까다롭게 트집을 잡으며 여의각 집사에게 머리 장신구를 다시 가져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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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적인 구두쇠 강미숙, 겉보기와 다르게 호락호락하지 않는 조서녕, 이 고부간의 갈등은 조만간 폭발할 것이다.그때 가서 최익만은 강미숙 편에 서서 효자 노릇을 할 것인가, 아니면 조서녕을 지켜주는 좋은 남편인 척할 것인가? 노지연은 벌써 기대하기 시작했다.다음 날, 마침내 폐하를 알현하는 날이 다가왔다.물안개 같은 파란색 비단 치마를 입은 노지연은 걸을 때마다 비녀와 장신구가 한들한들 흔들렸지만 소리는 나지 않았다. 그녀의 단아하고 당당한 걸음걸이는 멀리서 보아도 너무 예뻤다.한 궁전 밖으로 안내된 그녀는 허리를 곧게 펴고 조용히 기다렸다.어서방. 소연준은 태연하게 앉아있었다. 아마 덕종 앞에서 이토록 무례하게 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그뿐일 것이다.덕종은 혐오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짐은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니 넌 그만 물러가거라.”소연준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분은 소자의 목숨을 구한 은인입니다. 소자가 잘 지켜주지 않으면 아바마마께서 홀대할까 봐 걱정되옵니다.”덕종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우리 대헌국의 큰 공신인데 짐이 어찌 홀대할 수 있단 말이냐?”소연준은 대담하게 덕종의 체면을 봐주지도 않았다.“그건 장담할 수 없사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바마마께서는 이 공신의 서방에게 동등처를 정5품 부인으로 봉한다는 교지를 내렸사옵니다. 불쌍한 여인은 서방을 3년이나 기다렸지만 결국 이런 결과를 맞이하다니, 쯧쯧.”덕종은 말문이 막혀 멋쩍어졌다.“네가 뭘 아느냐? 최익만이 일등 공을 세워 짐이 공개적으로 상을 내리겠다고 약속했더니 이런 청을 올렸더구나. 짐이 거절하면 스스로 체면을 깎는 꼴이 되지 않느냐?”소연준은 바로 화살을 돌렸다.“최익만 그 자식이 배은망덕한 망나니가 되려고 작정하면서 아바마마를 악인으로 만든 것이 틀림없사옵니다. 감히 아바마마를 모함하다니, 정말 괘씸합니다.”폐하가 어찌 잘못했을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잘못이 있다고 해도 이건 다른 사람의 탓이다.소연준의 말에 덕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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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30화

    최학수는 말문이 막혔다.그는 열 번 다시 태어난대도 감히 폐하 앞에서 대질하려고 달려들 수 있는 담양은 없었다.노지연은 이 점을 확신했기에 이렇게나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순간적으로 그들은 그녀를 조금도 제압할 수 없었다.최학수가 엄중한 어조로 경고하며 입을 열었다.“너와 익만은 부부다. 너도 알다시피 너희는 영광과 굴욕을 함께하는 관계다. 만약 네가 사사로운 이익 때문에 후부와 익만이의 앞날을 돌보지 않는다면 후부는 결코 너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최익만도 냉랭하게 협박했다.“부인이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걸 내가 알게 된다면 부인을 내칠 것이오.”최지연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노지연에게 경고의 말을 퍼부은 뒤, 그들은 겨우 자비를 베풀듯 그녀에게 물러나라고 했다.돌아서는 순간 노지연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불쾌함이 어렸다.영복당 안의 분위기도 썩 좋지 못했다.최학수가 강미숙을 바라보며 말했다.“부인이 노지연은 성품이 순종적이고 매우 얌전하다고 하지 않았소? 오늘 보니 완고하고 제멋대로에 눈에 뵈는 것이 없더군.”강미숙 역시 화가 난 듯했다.“제가 눈썰미가 부족했습니다. 예전의 순종적인 모습은 분명히 꾸민 거였습니다.”최익만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얼굴로는 정말 속일 수가 있습니다. 아무도 그런 사람인 줄 몰랐으니 어머니께서 속으셨더라도 당연한 일이죠.”조서녕은 이 말을 듣고 묘한 불편함을 느꼈다.“언니의 얼굴을 말하는 겁니까? 정말 사람의 마음을 현혹할 만한 자본은 있더군요.”이 말은 신랄할 뿐만 아니라 악의에 찬 추측이 담겨 있었다.최익만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눈빛이 더욱 깊어진 채 냉랭하게 말했다.“부인은 현숙한 사람을 맞이해야 하오. 천한 시첩이나 거짓으로 사람을 유혹하는 법이오.”강미숙도 따라 말했다.“애초에 지연이를 며느리로 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며칠 동안 걔 때문에 속이 상해 몇 년은 덜 살 것 같구나.”최학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얼굴에는 알 수 없는 표정이 떠올랐다.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9화

    최학수는 생각에 잠겼는데 이마의 주름은 계속 깊게 패 있었다.“그럼 이건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노지연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부군께서는 비범한 공을 세우셨지만, 그 공은 이미 다른 데 쓰였습니다.”이간질이라면 그녀도 할 수 있다.그녀의 말은 조서녕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는 것과 다름없었다.조서녕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다.“그게 무슨 뜻이에요?”노지연의 눈빛은 차분했다.“다른 뜻은 없네. 단지 아버님과 함께 이 일을 분석하고 있을 뿐이라네. 한 번 쓰인 공은 다시 쓸 수 없고 다 써버리면 끝인 거라네. 폐하께서는 밝으신 분이시니 공적부에 따로 장부가 있을 걸세.”여러 사람의 얼굴에 다양한 표정이 스치며 마음속에도 수많은 생각과 추측이 떠올랐다.조서녕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언니가 화제를 돌리려는 게 틀림없어요!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왜 폐하께서 면담하련다는 거예요?”모두의 관심이 다시 이 문제로 쏠렸다.그녀가 이 일과 무관하다고 부인한다면 대체 무슨 이유로 면성을 하게 된 걸까? 그녀는 후부의 며느리인데, 후부의 미래에 불리한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최학수가 눈살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낮추었다.“네가 내실 부인일 뿐인데 무슨 일로 성상께서 면담을 요청하셨다는 거냐?”노지연이 되물었다.“동생 또한 내실 부인이잖습니까. 동생은 면성을 하실 수 있는데, 저는 왜 안 된다는 겁니까?”조서녕이 모욕당한 표정으로 경멸 어린 어조로 말했다.“언니가 감히 나와 자신을 비교하다니요? 저는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있는 의술이 있지만 언니에게는 뭐가 있어요?”노지연은 담담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며 말했다.“이 세상에 의술에 모두 정통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네. 그렇다고 모두 동생보다 못하다는 것도 아니지. 사람 위에 사람 있고, 하늘 위에 하늘 있는 법인데 동생이 이렇게 도량이 좁은 걸 밖에 알려지면 웃음거리가 될 걸세.”노지연의 말에 조서녕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 반박하려는 순간, 최익만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녕이 틀린 말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8화

    노지연은 혼수가 많고 친정아버지도 종3품 호조참의였는데 이 모든 것은 고아 출신인 조서녕이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아들이 두 명의 정실을 두고 또 양쪽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왜 굳이 하나만 선택하며 밑지는 장사를 한단 말인가?최학수는 탁자를 크게 내리쳤다.“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로다! 지연이는 우리 최씨네 며느리인데 이렇게나 분수를 모르고 시집을 배신하는 거냐! 정말 화근이 따로 없구나! 여봐라, 며느리 노지연을 내 앞으로 데려오거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후부는 이런 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최익만은 아버지가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지켜볼 뿐 말리지 않았다.‘저 여인은 제대로 혼내줘야 해. 그래야 자기가 이젠 최씨네 며느리라는 걸 깨달을 테니까.’옥류각.노지연은 하인의 전갈을 받았다. 외출금지령을 받아 나갈 수 없다고 말했으나 하인은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마님, 소인은 선평후의 명을 받들고 왔습니다. 저를 따라오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노지연은 의아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두 번의 인생을 살았지만 그녀는 이 시아버지와 거의 교류가 없었는데 왜 갑자기 그녀를 불렀을까?노지연이 안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 틈을 타 김 어멈은 묵직한 주머니를 꺼내 말을 전달하러 온 어멈에게 건넸다.“언니, 수고하셔요. 얼마 안 되니 술 한 잔 사드세요.”이 어멈은 일부러 사양하는 척하다가 결국 소매 속에 넣으며 누그러든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마님께서 집안을 맡으셨을 때 우리 같은 하인들을 항상 너그럽게 대해주셨어요. 오늘 선평후 외에 도련님과 작은 사모님도 있어요. 아마 도련님의 발령 때문에 말다툼이 일었나 봐요.”노지연이 준비를 마치자 김 어멈은 조용히 방금 알아낸 정보를 귀속말로 전하며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김 어멈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아마도 대 공자님께서 배정받은 관직이 좋지 않아 후작님과 부인님께서 불만을 품으셨고, 영부인께서 곁에서 부채질하시며, 아씨께서 황상 앞에서 고언(告言)을 하셨다고 점점 더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7화

    기분이 우울해서 후부에 돌아온 최익만은 곧바로 영복당에 불려갔다.모처럼 오늘은 선평후 최학수도 함께 있었고 조서녕이 옆에서 시중을 들었는데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좋은 소식이 있다. 이씨 집안에서 마침내 후부의 청첩을 받아들였단다. 이제 이 대인과 마님께서 직접 후부에 와서 너희 혼인을 축복해줄 것이다.”강미숙이 말한 이 대인과 마님은 이 귀빈의 오라버니와 형님으로서 이씨 가문의 가주이기도 했다. 이명원은 2품인 대제학이었고 이 부인은 명문가인 정씨 가문 출신이었다.이 귀빈이 낳은 여섯번째 황자는 유력한 태자 후보였다. 그러니 이씨 가문은 진정한 권문세가로서 선평후부에서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집안이었다.이제야 비로소 이씨 가문과 연줄을 맺게 되자 최학수와 강미숙은 자연히 기뻐했다.이 좋은 소식에 최익만의 우울했던 기분도 조금 나아졌다.그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조서녕을 바라보았다.“이 모든 건 부인의 공로였소.”최학수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조서녕을 칭찬했다.“네가 이번에 후부를 위해 공을 세웠구나. 익만이가 너와 혼인하는 건 정말 잘한 일이다.”강미숙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습니다. 제가 서녕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집안을 흥성하게 할 수 있는 상이 보였는데 역시 우리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강미숙은 진심 어린 말이었다. 조서녕이 궁에서 일하며 귀인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앞으로 더 많은 공을 세울 수 있을 텐데, 그럼 후부가 출세하는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최학수도 강미숙과 같은 생각을 하며 더없이 만족했다. 자신이 일찍이 조서녕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아들이 동등처 교지를 청하는 것을 묵인했었는데 지금 보니 이 결정이 옳았다.두 사람의 태도에 조서녕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녀의 자부심이 절정에 달했다.“아버님, 어머님, 저는 그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후부의 영광이 바로 저의 영광입니다.”“정말 착한 아이구나. 너를 더 일찍 맞아들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 말에는 숨겨진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6화

    이 소식은 옥류각에도 전해졌다.부영과 단연은 질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운이 좋았을 뿐입니다.”“그럼요. 젊은 계집애가 의술이 얼마나 뛰어나겠습니까? 그저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지요.”노지연은 오히려 조서녕을 위해 변호했다.“다른 건 몰라도 의술은 좋은 편이다.”하지만 이 세상에 의술이 뛰어난 의녀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생각이 미치자, 노지연은 김 어멈을 불렀다.“어멈, 우쇠에게 분부할 일이 있습니다.”김 어멈은 즉시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김 어멈은 즉시 진지한 표정을 지시를 기다렸다.“창고에 있는 인삼을 꺼내 단필무 아저씨에게 전해주세요. 만약 이조판서 현씨네 가문에서 오면 평소 가격의 3할에 되는 가격으로 파세요. 만약 5일 안으로 오지 않으면 아저씨더러 그 사람들이 오게끔 방법을 찾으라고 하세요.”“그리고 현씨 가문의 사람이 오면 한경의 서쪽에 있는 국자 거리에 의원이 한 명 있는데 중풍 치료에 능하다고 해요. 심지어 제때 치료를 하면은 완쾌할 수도 있다고 했어요.”전생에 현씨 가문의 어르신은 갑자기 중풍으로 위급한 상황이 되었다. 현씨 가문에서는 조서녕을 불러 치료했지만 시간을 지체한 탓에 목숨을 건졌어도 입이 비뚤어진 반신불수가 되었다.부친상 때문에 아들이 관직에서 3년간 물러나 있어야 할까 봐 어르신은 존엄 없이 몇 년을 비참하게 버텼다.노지연이 현씨 가문에 국자 거리의 의원을 추천한 것은 조서녕의 공을 빼앗을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더러 자신의 추천 덕분이라는 것을 알게 하고 또 어르신이 더 나은 치료를 받게 하기 위해서였다.이 외에도 그녀는 또 다른 계획이 있었다.이 현 판서는 성격이 강직하고 사심이 없었다. 하지만 관리들의 승진을 주관했던 터라 많은 이들이 그에게 접근하려고 갖은 방법을 다 썼지만 거절당했다.아버지 노성현은 정3품 호조참의 자리에 오래 머물렀는데 현 판서를 통해 올라가려고 했어도 번번이 실패했다.노지연의 이 행동은 노성현을 위해 발판을 깔아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그녀가 이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5화

    노지연은 가슴이 철렁했다.우람진 체격을 가진 그가 다가오자 그녀는 불안해졌고 혐오감이 밀려왔다.그녀는 잠시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들은 아직 부부이기 때문에 만약 그가 정말로 원한다면 그녀는 거절할 권리조차 없었다.‘내 몸에 손을 댄다면 난 정말 구역질 나서 죽을 것 같아.’하지만 노지연은 당황한 기색이 없이 오히려 담담한 표정이다.“좋습니다. 제가 바라던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조서녕 동생이 이 일을 알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요. 아마 질투로 미쳐버릴지도 모릅니다. 만약 제가 적장자를 낳게 된다면 다시는 저를 억누를 수 없을 겁니다.”이 말은 마치 머리 위로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그의 욕망이 순식간에 사라지게 했다.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역겨운 듯 두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내 자식을 낳는다고 했소? 꿈도 꾸지 마오.”노지연이 소매 속에서 몰래 움켜쥐었던 주먹이 살짝 풀렸지만 마음은 여전히 긴장했다.최익만은 그녀를 차갑게 노려보았다.“평생 부인은 내 자식을 낳을 수 없을 것이오. 내 아이를 낳을 자격이 없소.”그렇게 말하고는 화가 난 듯 소매를 휘저으며 자리를 떠났다.독설을 내뱉었음에도 그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분노의 불길이 이글거렸다.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방금 노지연의 비웃음 섞인 말들을 잊을 수 없었다.‘이 여자는 분명 나를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이런 말을 내뱉었을 것이야.’최익만이 씩씩거리며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노지연은 그제야 긴장한 마음을 풀 수 있었다.마침 부영은 곁방에서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고 단연은 부엌에서 다과를 만들었다.며칠 전부터 그녀는 뜰 안에 있던 작은 부엌을 정리해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이젠 원하는 음식을 마음껏 만들고 먹어야지.’식탐이 많았던 그녀는 요리 실력도 뛰어났다. 하지만 다과가 완성됐어도 좋은 기분이 사라져 입맛이 없어 하는 그녀를 보며 부영과 단연은 즉시 사과했다.“아씨, 용서해주십시오. 모두 하인들이 정신을 놓고 있어 도련님이 오신 것을 알아채지 못한 탓입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4화

    최익만이 본 것은 바로 그런 광경이었다. 가슴이 무엇에라도 강하게 부딪힌 것처럼 떨렸고 묘한 감정이 파도처럼 일었다.불쾌한 시선을 느낀 노지연이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바라보았다.최익만을 보자마자 그녀의 편안했던 자세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최익만의 눈빛이 흔들렸다.“부인을 보러 왔소.”노지연은 속으로 오늘은 재수 없는 날이라고 푸념했다.“이제 보셨으니 더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마음 한구석에서 조금이나마 피어올랐던 죄책감이 그녀의 냉담한 태도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졌다.“여긴 후부이고 내 구역이니 난 가고 싶은 곳에 마음대로 다닐 수 있소. 오히려 부인은 자신의 자리를 잘 알아야 하오.”노지연은 표정을 다잡더니 공손한 태도로 바꿔 말했다.“제가 실수했습니다. 서방님, 무슨 분부가 있습니까?”그녀의 의도적인 거리감을 두며 공손하게 말하자 최익만은 또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부인, 말을 제대로 하시오.”노지연은 의아한 듯 물었다.“저의 태도가 아직도 공손하지 않습니까?”최익만은 깊게 숨을 들이 마셨다.“나한테 삐졌다고 해도 정도껏 해야 하오. 계속 이렇게 비꼬는 태도로 말한다면 얼마 남지 않은 부부의 정도 다 없어질 거요.”노지연의 얼굴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일었다. 정이라고? 그들 사이에 정이 있단 말인가?그녀가 잠자코 말이 없자 최익만은 그녀가 고개를 숙인 것으로 착각하고는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말했다.“부인이 나를 위해 상단을 만들고 정성껏 물건을 골라준 마음은 다 알고 있소. 나도 마음이 모진 사람이 아니오. 부인이 성질을 부리지 않고 대범하게 행동한다면 나도 부인의 체면을 세워줄 것이오. 다만 서녕이는 내가 아끼는 사람이니 절대 넘어서려고 하지 마오.”노지연은 말문이 막혔다.“아마 오해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제가 그런 일들을 한 건 서방님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최익만은 그녀의 속마음을 간파하려는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상단을 만든 것이 나를 위한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3화

    최익만도 강미숙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문 앞에 이르렀을 때 최운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라버니가 훈적으로 서녕 형님에게 교지를 청해주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러면 오라버니도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그럼 저도 예쁜 옷과 머리 장신구를 살 수 있었을 겁니다.”탐욕이 가득 담긴 그녀의 얼굴에는 실망이 가득했다.강미숙은 그 말에 가슴이 찔리는 듯 아팠다.‘생각 말아야지. 생각만 하면 가슴이이 피가 맺힐 정도로 아프구나.’최익만이 발걸음을 멈추고 매서운 눈빛으로 최운정을 바라보았다.“언제부터 이렇게 속물적이고 허영심에 찌든 것이냐? 눈에는 돈밖에 보이지 않느냐?”최운정은 당황했지만 꾸지람을 듣는 게 억울해 목소리를 높였다.“그냥 사실대로 말한 것뿐인데 왜 갑자기 저를 속물이라고 합니까?”최익만은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서녕의 교지는 내가 자발적으로 청한 것이다. 이것이 어찌 금은보화와 비교할 수 있겠느냐? 서녕은 너에게 아낌없이 돈을 써주며 정성을 다했는데 네가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속상하겠느냐?”최운정은 꾸중을 듣고 얼굴이 굳어졌지만 속으로는 불만이 가득했다.강미숙은 곁에서 딸의 편을 들어주었다.“운정이 생각없이 한 말이잖느냐.”최익만은 미간을 찌푸린 채 불만스러운 눈빛으로 강미숙을 바라봤다.“어머니, 운정이를 이렇게 감싸주면 점점 더 버릇없어질 겁니다. 이젠 어린아이도 아닌데 철이 들어야 합니다.”최운정은 화가 나서 다시 말대꾸하려고 했지만 강미숙이 그녀의 손을 어루만지며 달래주더니 또 최익만에게 말했다.“운정이는 아직 어린아이 같은 성격이지만 본성은 나쁘지 않다. 오라버니로서 조금 더 너그럽게 대해줘야지 이런 식으로 닦달하는 건 아니란다. 이러다 남매가 멀어질 수도 있어.”최익만은 차갑게 말했다.“저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어줄 수 있지만 이 후부 밖에서도 여전히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겁니다.”최운정은 참지 못하고 날카롭게 맞받아 말했다.“오라버니는 이기적이지 않으십

  • 버림받은 전생 정실, 이번엔 왕비   제22화

    조서녕은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녀가 말하고 싶었던 말은 이미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최익만의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그 여자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기분만 망칠 뿐입니다.”강미숙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익만아, 지연이를 너무 매몰차게 대하지 말아라. 지연이가 너를 위해 상단을 만든 것이다. 정말 정이 깊고 의리가 있는 행동이지. 지금 이런 소심한 행동도 다 너를 너무 신경 쓰기 때문이란다.”최익만의 표정이 굳었다.“어머니 무슨 말씀입니까? 저를 위해 상단을 만들었다고요?”강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서창은 가난한 곳이라 상단을 만들어봤자 돈을 벌지 못한다. 네게 물건을 보내주려는 목적이 아니었다면 어찌 상단을 꾸리고 3년 동안 유지했겠느냐? 번마다 너에게 보낸 물건은 모두 지연이가 직접 골라낸 것들이라 하나하나가 다 최상품이었다.”이 이야기를 처음 들은 최익만의 얼굴은 충격에 휩싸였다.지난 3년 동안 그는 매년 후부에서 보낸 물건을 받았었다. 단순히 두세 가지가 아니라 수레 몇 개에 가득 실린 물품들인데 그의 것뿐만 아니라 동료들을 위한 물건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그의 몫은 항상 가장 좋은 것이었다.어머니의 길고 정성스러운 서신과 달리 노지연의 서신은 항상 간결했고 내용은 항상 간단하고 담백했다.그래서 그는 그 모든 물건이 어머니가 준비한 후 상단을 통해 보낸 것이라고만 생각해왔다.개선해서 한경으로 돌아온 후 노지연과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던 그는 이 사실을 알 기회조차 없었다.이제야 갑작스럽게 이 사실을 알게 되자 그의 얼굴에는 충격적인 표정이 드러났고 가슴 속에는 묘하게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조서녕은 갑자기 멍해진 최익만의 모습을 바라보며 답답한 감정이 넝쿨처럼 가슴 속에 퍼졌고 저도 모르게 소매 속에 감춰진 손을 꽉 쥐었다.작년 겨울, 그녀는 상단이 보낸 수레에 가득 실린 물건을 보았었다. 먹을 것, 입을 것 쓸 것 등 종류별로 빠짐없이 준비되어 있었다.최익만은 그때 매우 자랑스러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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