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임 장군이 혼례를 치르던 날 바로 출정길에 올았고, 이 2년간 너도 장군댁에서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 만약 네가 원치 않는다면 오늘은 짝을 갈라놓는 못된 임금이 되더라도 기꺼이 그리 하겠다.”이 말이 나오자 임정훈은 즉시 송연희를 돌아보았고 그의 눈빛에는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다.송연희는 그가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았는데 그는 그녀가 선덕제의 비호를 등에 업고 자신을 압박하여 정시현을 포기하게 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어다. 더 나아가, 지금 이 자리에서 황제 앞에 나서 이혼을 청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막 전장에서 살아 돌아온 그가, 두 해 동안 궂은일을 도맡으며 안팎으로 명망을 얻은 부인과 곧장 결별한다고 하면 조정의 신료들과 백성들이 어찌 그를 보겠는가? 그가 아끼는 명성과 평판은 한순간에 무너지리라.하지만 그녀 또한 선덕제가 임정훈과 정시현의 일을 성사시켜 줄 뜻이 있음을 알아차렸다.하물며 애당초 송연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혼을 청할 생각이 없었다. 설령 그러한 뜻이 있었더라도, 지금은 아니다.황제의 은혜는 쓸수록 줄어드는 법이기에 그녀가 분수를 모르고 행동할 수는 없었다.송연희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마치 무언가 사정이 있어도 말하지 못하는 듯 보이자, 선덕제의 음성은 저도 모르게 차가워졌다. “연희야, 오늘 짐이 여기 있으니 다른 이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네 생각대로 말해 보거라.”만약 이 말을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들었다면 송연희는 필시 즉시 눈시울을 붉히며 자신의 억울함을 속 시원히 털어놓아 시비를 가려 달라고 했을 터.하지만 이 말을 꺼낸 사람은 나라의 임금이었다. 제왕의 술수에 능한 분이므로 이 말은 표면적으로는 무조건 그녀를 지지하는 듯했으나 실제로는 경고의 뜻도 내포하고 있었다.송연희가 무릎을 꿇고 황제를 향해 공손히 절을 올렸다.그녀의 목소리는 차갑고 맑았으나 힘이 있었다.“폐하, 시현 옹주께서는 신분이 존귀하시옵니다.”“저는 기꺼이 첩이 되어 두 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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