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연희는 어린 여자아이의 그 모습에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이 규율이 삼엄한 저택 안에서 저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저런 흉내를 배운 것이란 말인가.그런 생각을 채 굳히기도 전에 연분홍처럼 곱게 단장한 어린 아이가 총총히 밖으로 달아났고 정신을 차린 그녀는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이 꼬마 아가씨가 경천군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보아하니 아마도 세간에 떠도는 소문 속, 경천군의 외실 소생 아이들 중 한 명일 것이다.듣자 하니, 그들의 생모는 경천군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며 경천군이 전장에 있을 적에도 줄곧 그의 곁을 지켰다 한다. 허나 요절의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었는지 막내딸을 낳고는 세상을 떠났다 하였다.몇몇 아이들은 모두 경천군 혼자서 아비 노릇 어미 노릇 하며 힘들게 키웠고 이 막내딸은 더욱이 저택 전체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존재로 몹시 귀하게 자랐다.아이는 울음소리도 크고 달리는 것도 빨랐다. 짧은 다리로 종종걸음치며 눈 깜짝할 사이에 긴 복도를 돌아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송연희가 황급히 뒤쫓아갔고 막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자취가 사라졌고 달빛 아래 연못 위로 겹겹의 잔물결만 일었다.‘큰일이다! 아이가 빠졌구나!’송연희는 이것저것 따질 겨를 없이 단호하게 뛰어내렸다.차가운 연못물은 사방에서 몰려와 마치 심연의 괴수처럼 그녀를 삼키려 들었다.그녀는 한숨 깊이 들이쉰 뒤, 작디작은 그 몸짓을 찾아 물속으로 파고들었다.멀지 않은 기둥 뒤에선 머리에 두 개의 둥근 떡 모양을 얹은 또 다른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아이는 물가를 손가락질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빠, 빠졌어! 나쁜 아줌마가 빠졌어!”그제야 두려움을 깨달은 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저택 안으로 달려갔다.그리고 달리며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사람 살려요!”굴레 의자에 앉아 있던 문경천은 막 겉옷을 걸쳤는데 이 말을 듣고 즉시 안색이 변하며 두 손으로 빠르게 바퀴를 밀어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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