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쓰레기 서방님, 관 속에 모셔드릴게요: Chapter 11 - Chapter 20

30 Chapters

제11화

방에 들어서자 송연희는 곧장 문경천이 다리 위에 덮고 있던 옷자락을 걷어 올렸다.그녀는 손가락을 구부려 문경천의 다리를 톡톡 두드리며 눈을 들어 물었다.“느낌이 있으십니까?”문경천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어두운 빛이 스쳐 지나갔고 그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송연희는 안색 변화 없이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다시 문경천의 다리를 한 치 한 치 눌러보았다.“대감, 만약 어느 부위를 눌렀을 때 느낌이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 주시지요.”하지만 문경천의 두 다리를 모두 눌러보았지만 문경천은 조금의 소리도 내지 않았다.보아하니 문경천의 다리는 정말로 조금의 감각도 없는 듯했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약상자를 열었다.그 약상자는 자그마한 자단목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네 단으로 이루어진 구조였다. 각 층마다 은침과 각종 진귀한 약재들, 지혈용 사포 그리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매미 날개처럼 얇고 날카로운 칼들이 정갈하게 정리되어 있었다.송연희는 그중 은침을 꺼내 문경천의 다리 경맥에 찔러넣었다.그러자 그녀의 정교한 미간이 서서히 찌푸려졌다.“대감의 뼈를 이어준 자는 지금 어디에 있사옵니까?”낮에는 미처 자세히 살피지 못했는데 뜻밖에도 문경천의 다리 부상에 다른 이상한 점이 있었다.문경천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죽었소, 지난달 가을 사냥 때 잘못하여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가 시신조차 온전치 못하게 죽었지.”송연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네, 죽어 마땅하옵니다.”문경천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고 방 안은 고요함만이 감돌았다.송연희는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한 듯 마음속으로 정리했다.문경천 역시, 그 자가 치료 중에 수작을 부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송연희는 조용히 문경천의 양다리를 검사한 후 신중하게 입을 열었다.“대감의 다리 부상은 시일이 꽤 지났기에 저도 전부 회복시킬 자신이 있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문경천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나의 다리는 이미 오랫동안 망가졌소. 고칠 수 있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고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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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송연희는 어린 여자아이의 그 모습에 하마터면 웃음이 터질 뻔했다.이 규율이 삼엄한 저택 안에서 저 아이는 도대체 어디서 저런 흉내를 배운 것이란 말인가.그런 생각을 채 굳히기도 전에 연분홍처럼 곱게 단장한 어린 아이가 총총히 밖으로 달아났고 정신을 차린 그녀는 서둘러 그 뒤를 따랐다.이 꼬마 아가씨가 경천군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보아하니 아마도 세간에 떠도는 소문 속, 경천군의 외실 소생 아이들 중 한 명일 것이다.듣자 하니, 그들의 생모는 경천군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며 경천군이 전장에 있을 적에도 줄곧 그의 곁을 지켰다 한다. 허나 요절의 운명을 타고난 여인이었는지 막내딸을 낳고는 세상을 떠났다 하였다.몇몇 아이들은 모두 경천군 혼자서 아비 노릇 어미 노릇 하며 힘들게 키웠고 이 막내딸은 더욱이 저택 전체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존재로 몹시 귀하게 자랐다.아이는 울음소리도 크고 달리는 것도 빨랐다. 짧은 다리로 종종걸음치며 눈 깜짝할 사이에 긴 복도를 돌아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송연희가 황급히 뒤쫓아갔고 막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자취가 사라졌고 달빛 아래 연못 위로 겹겹의 잔물결만 일었다.‘큰일이다! 아이가 빠졌구나!’송연희는 이것저것 따질 겨를 없이 단호하게 뛰어내렸다.차가운 연못물은 사방에서 몰려와 마치 심연의 괴수처럼 그녀를 삼키려 들었다.그녀는 한숨 깊이 들이쉰 뒤, 작디작은 그 몸짓을 찾아 물속으로 파고들었다.멀지 않은 기둥 뒤에선 머리에 두 개의 둥근 떡 모양을 얹은 또 다른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아이는 물가를 손가락질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빠, 빠졌어! 나쁜 아줌마가 빠졌어!”그제야 두려움을 깨달은 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저택 안으로 달려갔다.그리고 달리며 외쳤다. “아버지, 아버지! 사람 살려요!”굴레 의자에 앉아 있던 문경천은 막 겉옷을 걸쳤는데 이 말을 듣고 즉시 안색이 변하며 두 손으로 빠르게 바퀴를 밀어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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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송연희가 옷을 갈아입고 저택을 나설 때 하늘은 이미 동이 트고 있었다.마차는 덜컹이며 나아가고, 그녀는 부드러운 비단 이불을 켜켜이 덮은 작은 평상에 반쯤 기대듯 누워있었다.겉으로는 단잠을 취하는 듯 보였지만, 마음은 문경천의 다리 병환으로 인해 내내 무거웠다.약탕 뒤엔 본디 찬바람을 맞아선 아니 될 몸인데 그녀를 구하려 달려온 탓에 은침이 제자리를 벗어났고 비록 그녀가 서둘러 응급조치를 하였으나 며칠은 고생을 면치 못할 터였다.그때, 귓가로 가벼운 한숨이 들려오자 그녀는 눈을 떴다.“아씨, 혹시 제가 시끄럽게 한 건 아니지요?”초희가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송연희는 고개를 저으며 창가에 비친 찬란한 금빛에 시선을 두었다.초희 또한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감탄을 터뜨렸다.“경천군께서 참으로 손이 크십니다. 저리도 귀한 비단을 창살 장막으로 쓰시다니요.”이 천하에 아씨 외조부보다 더한 부자가 또 있겠냐만, 그조차도 세상천지를 뒤져 얻은 조각만 한 비단으로 속갑 하나 지어, 아씨의 계례 예물로 내렸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 저 창가에 드리운 천은 실로 가치를 따질 수조차 없는 보물이었다.검에 찔려도 뚫리지 않는 내피였다. 그런 물건을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인지.경천군은 참으로 아씨에게 통이 컸다. 만약 아씨가 처음에 경천군과 혼인했더라면...이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초희는 황급히 고개를 젓고 속으로 연신 퉤퉤 침을 뱉었다.경천군이 비록 품행이 뛰어난 좋은 사람이나 몸에 장애가 있고 마음속에는 잊지 못하는 정인이 있으니 실로 좋은 배필은 아니었다.아씨처럼 좋은 분은 설령 재혼하더라도 마땅히 온 마음과 눈에 아씨만을 담는 좋은 낭군을 찾아야 한다.이처럼 낭군의 총애도 받지 못하고 의붓자식까지 돌봐야 하는 집안은 설령 왕족이라 할지라도 안 된다.이때 평온하게 달리던 마차가 갑자기 멈추었고 마부의 목소리가 뒤따라 들려왔다.“감히 누구가 우리 주인님의 마차를 가로막느냐.”선두에 선 자가 손을 들었다.“하나도 남기지 마라.”마차 발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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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오래도록 아무 소식이 들리지 않자, 임씨 노부인은 점차 인내심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손에 쥔 찻잔을 번쩍 들어 바닥에 사정없이 내던졌다.문틀에 기대 졸고 있던 장 상여가 벌떡 놀라 깨어 외쳤다.“돌아왔사옵니까?”“개소리 말거라.”임씨 노부인은 어두운 얼굴로 벌떡 일어섰고 명했다.“주씨 댁을 불러라, 나를 따라 영서각으로 가자꾸나.”“이 계집이 과연 아홉 개의 목숨이라도 지녔는지 두고 보자!”앞뒤로 자그마치 두 무리의 사람을 보냈으니 설령 경천군의 사람이 호송한다 해도 멀쩡히 살아 돌아올 수는 없는 일이었다.어제 아들이 막 무덤으로 들어갔는데 그날 밤 바로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집을 나가 사내와 놀아나다니, 이토록 음탕하고 천박한 것은 입을 틀어막고 끌어내려 때려죽여야 마땅했다.집안의 며느리가 이런 풍기 문란한 일을 저질렀으니 예물을 달라고 입을 열기는커녕 영천후 댁에 따지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야 했다.임씨 노부인은 한창 의기양양해 하고 있었다.제 분에 겨워 입꼬리를 올리고 있던 그녀는 막 문을 나서다 송연희를 마주 본 순간, 웃음을 거두고 굳어버렸다.“이 이른 아침부터 방에 머물지 않고 어딜 싸돌아다니느냐?”송연희는 몸을 비켜 초희가 들고 있는 쟁반을 노임씨 노부인이 똑똑히 볼 수 있도록 했다. “어머님께서 밤새 통잠 못 이루시고 근심이 깊으시다 하여 아침부터 제가 부엌에서 몸에 좋은 미음 한 그릇을 정성껏 끓였습니다. 부디 기력을 보존하시고 건강을 잃지 마시옵소서”임씨 노부인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미심쩍은 듯 물었다.“그 미음이 네가 끓였다는 것이냐?”송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간절히 말했다.“어머님께서 요 며칠 서방님의 일로 상심하시어 음식도 제대로 드시지 못하여 수척해 지셨사옵니다. 아무쪼록 기력 회복을 먼저 하셔야지요.”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초희가 사려 깊게 쟁반을 앞으로 살짝 내밀었다.미음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고 담긴 사발은 겉보기엔 참으로 수수하고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임씨 노부인은 어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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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임씨 노부인은 정말 병이 들었다. 그것도 아주 깊고 심하게.송연희는 문안을 핑계로 맥을 짚었다. 한순간의 분노가 가슴에 응어리로 맺혀 기운이 온몸에 막히고 겨우 약탕 하나에 의지하여 숨을 붙이고 있는 형국이었다.하물며 장 상여가 매질로 중상을 입고 자리에 눕고 말았으며 남은 시중들은 몸을 사리기에 바빠 봉양이라 할 것도 없는 지경이었다. 의사 몇을 번갈아 불러 보았으나 차도는커녕 병세만 깊어질 뿐이었다.초운의 말에 따르면 이러했다.“노비도 사람입니다. 수년을 곁에서 모신 장 상여를 가차 없이 내치시니 복수당 사람들 모두가 다음은 자기 차례가 아닐까 두려워 몸을 움츠리고 있다지요.”복수당이 뒤죽박죽이 된 것은 물론, 임정현의 난헌원 또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하인들은 날마다 꾸중과 매질에 시달려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송연희는 밤에는 경천군 댁에 가서 문경천의 병을 치료해야 했고 낮에는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했다.겨우 틈을 내어 의서를 뒤적이며 오래된 처방을 찾았고 결국 병든 척 문을 굳게 닫고 사람을 받지 않았다.그리하여 열흘 내내 영희각의 문은 오직 새벽과 해 질 무렵, 장보러 나갈 때에만 잠깐씩 열렸다.주씨가 열흘간 집안 살림을 맡아 관리했는데 삼백 냥을 보태고도 원망을 들어야 했던 터라 끝내 참지 못하고 말았다.그녀는 병석에 반쯤 기대 앉은 송연희 곁에 걸상을 끌어와 앉았다. 바람만 스쳐도 날아갈 듯 창백한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자신의 얼굴이 다 뜨겁게 달아오르는 듯했다.송연희는 기운 없는 웃음을 지으며 나직이 말했다.“형님께서 집안일로 힘드실 텐데 이렇게 저를 보러 와 주시기까지 하시니, 저는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 헛기침이 두어 차례 터져 나왔고 핏기 없는 낯빛은 더욱 새하얗게 질렸다.그 모양을 보고서야 주씨는 차마 다시 가사 일을 맡아달라는 말은 꺼낼 수 없었다. 다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다 한 식구인데 뭘 그리 서먹하게 구세요, 몸이 좋지 않으니 제때 약 드시는 것 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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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장군댁 문밖에서 문지기는 말에서 뛰어내리는 임정훈을 보며 감격하여 눈시울을 붉히더니 몸을 돌려 안뜰을 향해 소리쳤다.“어서, 어서 노부인께 아뢰오... 우리 댁 장군나리께서 돌아오셨소!”임정훈은 등을 꼿꼿이 폈는데 잘생긴 얼굴에는 오만함이 서려 있었다. 동년배들이 아직 독서와 과거 시험에 바쁜 나이에 천재인 그는 이미 일군 통수의 자리에 앉아 혁혁한 전공을 세웠기에 당연히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있었다.젊은 장군은 부드러운 눈빛을 지은 채 몸을 돌려 말 위에 앉은 푸른 옷을 입은 여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부인, 말에서 내리오.”정시현은 두 뺨이 붉어지더니 수줍은 듯 그를 흘겨본 후 스스럼없이 그의 손바닥에 손을 얹었다.임정훈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긴 팔을 휘둘러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 말에서 내려주었다.“앗!”정시현은 놀라 소리치며 급히 두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껴안으며 떨어질까 두려워했다.두 사람의 시선을 마주치는 순간, 눈빛 속의 깊은 애정은 마치 꿀이라도 떨어질 듯했는데 그 모습은 한 쌍의 선남선녀가 다름없었다.“대장군께서 저 여인을 부인이라 부르시는데 그럼 원래 마님은 어찌 되는 건가요?”때아닌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순식간에 두 사람 사이의 이름다운 분위기를 깨뜨렸다.얼굴을 잔뜩 굳힌 임정훈의 눈빛에는 노골적인 혐오감이 서려 있었다.이 좋은 날에 그 재수 없는 죽은 이를 뭐 하러 들먹인단 말인가.정시현의 안색 역시 좋지 않아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정훈 오라버님, 우선 저를 내려주십시오. 이건... 이건 예에 어긋납니다.”그녀는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눈에는 이미 눈물이 글썽거렸지만 꿋꿋이 참아냈다.사랑하는 사람이 억울해하는 것을 볼 수 없었던 임정훈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주위로 갑자기 살기가 감돌았고 목소리마저 싸늘해졌다.“부인과 나는 천지신명께 절을 올린 부부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이오? 이의가 있는 자가 있다면 먼저 내 손에 들린 장검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오.”주위에 몰렸던 사람들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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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송연희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었는데 그녀가 아직 살아있는 것을 보고 임정훈은 매우 실망했을 것이다.그의 예상대로라면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이미 그와 함께 임씨 가문의 선산에 묻혀 있어야 했다.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자 송연희는 손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가볍게 두어 번 기침했으나 하얗고 깨끗한 작은 얼굴에는 슬픈 기색이 역력했다.“장군께서 무사히 돌아오신 것은 기쁜 일입니다.”그녀의 고개를 숙여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장시현을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밖에서 바람이 크게 붑니다. 어머님께서 아직 장군님을 기다리고 계시니 우선 이 아가씨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십시오.”한 여자는 서 있고 다른 여자는 안겨 있으니 임정훈의 마음속에서 누가 더 중요한지는 뻔한 일이었다.정시현은 상황이 좋지 않음을 눈치채고 임정훈의 품에서 몸을 일으켰다. 당황 눈빛으로 송연희를 바라보는 그녀의 살구처럼 예쁜 두 눈에는 후회하는 눈빛이 스쳤는데 마치 사전에 알지 못했고 또 그녀와 일부러 남자를 빼앗은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송연희의 화려하고 단아한 외모와 달리 정시현은 영특한 모습을 보였다. 머리카락을 정수리에 간단히 묶고 그곳에 서 있는 그녀는 시원스럽고 늠름한 자태를 드러냈다. 송연희는 물론, 경성의 명문가 아가씨와도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멋있고 깔끔해 보이는 그녀는 미간에 교만이 서려 있어 마치 이 세상 만물이 그녀 앞에서 빛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소탈한 성격에 과감한 행동까지 갖추어 대안국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뿜어냈다.만약 정시현이 정말로 언행이 일치한 여자라면 송연희도 그녀의 품격에 감탄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시현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전생에 그녀는 한편으로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외치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어릴 때부터 각종 규율에 얽매인 명문가 아가씨를 은근히 무시했다.화양 장공주의 꽃구경 잔치에서 정시현은 방금 혼약을 맺은 아가씨를 대놓고 고리타분하고 따분하기 그지없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정시현은 그때 이미 장군 부인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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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파혼서라는 말에 송연희의 양쪽에 서 있던 초희와 초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두 사람은 하마터면 화를 참지 못하고 임정훈에게 달려들 뻔했다.인간이 어찌 그런 파렴치한 말을 입에 담을 수 있단 말인가?구경하던 사람들은 수군댔다.평범한 집안이라 할지라도 아내가 칠거지악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절대 쫓아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송연희는 혼례 당일 남편이 출정하여 무려 2년간 홀로 집안 살림을 돌봐야 했고 심지어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사품과 집안의 모든 재물을 내놓고 남편을 따라 죽으려고 했다.이토록 의롭고 현명하며 지고지순한 여인이 냉대를 받는 상황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주먹을 꽉 쥐었다.배은망덕하고 박정한 자는 보았어도 이토록 뻔뻔하고 후안무치한 자는 임정훈이 처음이었다.송연희 또한 임정훈의 파렴치함에 놀랐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그녀는 헛웃음을 치며 말했다.“장군님께서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군요. 장군님과 저는 혼례를 치르긴 했으나 진짜 부부라고 할 수는 없지요. 장군님께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셨다고 하니 저와 장군님은 갈라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갈라선 이후엔 서로의 일에 절대 간섭하지 않고 사는 게 맞지요.”“꿈도 꾸지 마십시오!”임정훈은 고민할 틈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는 자신이 기억하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진 송연희를 빤히 노려보았다. 마치 가슴속에서 불덩이가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시현의 짐작대로 송연희는 2년이란 긴 시간 동안 외로움을 참지 못하고 다른 사내와 사통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를 만나자마자 서둘러 나와 갈라서려고 하는 거겠지.’저택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송연희와 사통한 자가 고용한 자들일지도 몰랐다.‘감히 남몰래 다른 사내와 사통하다니, 죽고 싶어 환장한 모양이로군!’송연희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뭐라고 말하려는데 문 앞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훈아, 절대 연희를 쫓아내면 안 된다!”“어머니,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임정훈은 안색이 좋지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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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임씨 노부인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지만 도저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그녀는 본래 송연희의 문제를 해결한 뒤 임정훈이 시현 옹주를 데려오게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때가 되어 궁에서 상을 내리겠다고 했을 때 명령에 따라 임정훈과 시현 옹주를 혼인시킬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집안에 겹경사가 생기게 된다.그러나 임정훈은 서신을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시현 옹주를 데리고 돌아왔다.이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니 잘못한 쪽은 그들이 되었다.임정훈이 이대로 송연희를 내쫓는다면 그들은 송연희의 혼수를 얻지 못할 것이고 사람들은 임정훈을 박정하고 의리 없는 사람이라고 욕할 것이다.‘내 아들이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며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도 내 아들의 앞길을 망칠 수는 없어!’임씨 노부인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웃으며 말했다.“수고가 많으십니다. 다만 훈이는 오는 길에 먼지를 뒤집어썼을 테니 폐하께 누가 되지 않게 가능하다면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입궁하여도 괜찮겠습니까?”내관은 표정이 굳더니 차갑게 말했다.“폐하께서는 장군과 장군 부인께 지금 당장 입궁하라고 명하셨습니다.”말을 마친 뒤 내관은 고개를 돌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정시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옹주마마,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폐하께서는 며칠 전까지 옹주마마께서 만드신 요리를 오랫동안 맛보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정시현은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제 요리 솜씨는 보잘것없습니다만 폐하께서 좋아해 주시니 차라리 오늘...”내관이 웃으면서 그녀의 말을 끊었다.“옹주마마께서 떠나신 뒤로 국공 나리와 부인께서 마마를 몹시 그리워하셨습니다. 별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어서 댁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래야 두 분께서도 더는 걱정하지 않으실 테니 말입니다.”내관이 한 말은 사실상 폐하의 뜻이었다.안색이 어두워진 정시현은 복잡한 눈빛으로 임정훈을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국공 댁 사람들을 따라서 떠났다....궁에서는 총 두 대의 마차가 왔는데 황명을 전하는 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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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임정훈은 갑자기 손에 힘을 풀더니 혐오 가득한 눈빛으로 송연희를 바라보며 경멸스럽다는 듯이 말했다.“부인처럼 악랄한 여인은 시현의 이름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습니다. 부인이 시현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은 시현의 이름을 더럽히는 일입니다.”임씨 노부인의 말에 따르면 송연희는 그가 전사했다는 소식을 알고 슬퍼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대신하여 황제가 하사한 것들을 전부 거절했다고 한다.심지어 장군 댁에서 어렵게 모아둔 재물도 전부 너그러운 척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었고 그로 인해 현재 장군 댁에서는 오백 냥도 꺼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게다가 송연희는 자신의 혼수를 전혀 내놓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가 목숨을 걸고 얻은 재물로 영안군주라는 봉호를 얻고 백성들에게 인자하고 의로운 사람이라고 칭송받기까지 했다.영안이라는 엄청난 의미가 있는 봉호를 송연희가 무슨 자격으로 얻는단 말인가?송연희는 손을 들어 흐트러진 옷깃을 정리하며 덤덤히 말했다.“장군님, 제가 악랄한 사람이라는 걸 아신다면 차라리 오늘 폐하를 뵐 때 폐하께 저를 내쫓을 수 있게 윤허해 달라고 청을 드리는 게 어떻습니까? 그래야 저 같은 사람이 장군님의 정실부인이라는 신분으로 장군님의 덕을 볼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송연희는 매우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 마치 오늘 점심에 뭘 먹었냐고 묻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그러나 임정훈에게 그녀의 말은 그 어떤 욕설보다도 귀에 거슬렸다.송연희는 대체 그와 얼마나 갈라서고 싶은 것일까?서둘러 그 사내를 찾아가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 틀림없었다.임정훈의 표독스러운 시선을 본 송연희는 뭔가를 떠올리고는 웃으며 물었다.“시현 옹주께서 첩이 되어도 상관없다고 하시던가요?”“시현은 제 부인이니 그런 말로 시현을 모욕하지 마십시오.”송연희의 시선 때문에 임정훈은 끝내 시현이 자신의 떳떳한 정실부인이라는 말은 하지 못했다. 양심 때문이 아니라 감히 그런 말을 할 배짱이 없었기 때문이다.당시 두 사람은 폐하의 명령으로 혼인한 것은 아니지만 궁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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