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살이 손에서 벗어나려던 그때, 현익의 눈앞에 갑자기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온통 빨간색으로 단장한 혼례 대오와 경성 전체에 울려 퍼지는 폭죽 소리까지. 현익은 희주를 들고 장춘호부의 일곱째 소저와 함께 화로를 넘어 왕부로 들어섰다.두 사람이 맞절을 하며 혼례를 올리려던 찰나, 조 집사가 당황한 얼굴로 뛰어 들어왔다."왕야! 큰일 났습니다. 서원에 있던 그분이 몸에 불을 붙여서 서원 전체에 불이 났습니다! 왕야, 그리고 불을 끌 때, 처소에서 이 옥패를 찾아냈는데 왕야께서 어릴 적 선물한 것과 똑같았습니다. 왕야, 얼른 가보십시오." 그 말을 들은 현익은 넋을 잃은 사람처럼 들고 있던 희파를 버리고 조 집사를 따라 서원으로 향했다.서원은 이미 불에 타서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서남쪽에 피가 묻은 묘 하나만이 재가 되어버린 그곳에 우뚝 솟아있었다.현익이 사람을 명해 묘를 파헤쳤을 때, 그가 눈엣가시로 여기던 아들이 나왔다.그 작은 몸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랐다. 입가에는 검은 핏자국까지 있어 죽는 순간마저도 깨끗하지 못했다.이 아이는 죽을 때까지도 현익에게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현익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늘 소홀히 대했지만 무척 중요한 무언가 이 순간, 영원히 그의 곁을 떠난 것 같았다.그때, 조 집사가 옥패를 들고 왔다."왕야, 보십시오. 청서 처자의 방에서 찾아낸 겁니다."옥패를 받아드는 현익의 손은 떨고 있었다.이럴 리가... 이럴 리가!화면은 바뀌어 밤이 되었다.지방으로 내려가 관리를 이어가던 진사 운청천이 다급하게 다가와 빨개진 두 눈으로 왕부 안으로 들어왔다."현익! 이 사람만도 못한 놈아! 내가 경성을 떠나 당파 싸움에 참여하지 않으면 내 동생과 조카를 잘 돌봐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나만 사라지면 두 사람의 목숨은 살려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그런데 왜 죽은 것이냐! 내 너를 죽일 것이다!"운청천은 비수를 들고 현익을 죽일 것처럼 달려들었다.하지만 고작 서생인 그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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