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녀의 환생, 섭정왕의 후회: Bab 1 - Bab 10

40 Bab

제1화

운청서(雲清絮)는 아들을 안은 채 초라하게 왕부(王府)의 어멈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제발, 우리 연이(淵兒)를 위해 의원을 찾아주십시오."눈물을 흘리며 연신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는 그녀의 이마에서 흘러내린 새빨간 피가 볼을 타고 옷깃까지 스며들었지만 운청서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기어서 어멈에게 다가간 그녀가 어멈의 옷자락을 잡더니 어멈을 바라보며 흐느꼈다."어멈, 어멈에게도 아이가 있지 않습니까. 손주도 있으시고요. 원이는 이제 겨우 다섯 살입니다. 그러니 제발 너른 아량을 베풀어-""에잇! 퉷!"하지만 어멈은 더럽다는 듯 홱 하고 운청서의 손을 뿌리치더니 표독스럽게 그녀의 몸 위로 가래를 뱉었다."네까짓 게 낳은 천것을 가지고 감히 나를 협박하려는 것이냐? 섭정왕께서 말씀하셨다. 대혼이 치러지는 날, 그 어떤 이도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특히 너는 원(院)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밖으로 나와 왕비의 눈 앞에서 알짱거려선 안 된다!" 그 말을 끝으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원문(院門)이 닫혔다. 밖에서 들려오는 문 걸리는 소리는 꼭 날카로운 비수처럼 운청서의 심장에 꽂혔다.5년이었다, 그녀가 가마를 타고 섭정왕부(攝政王府)로 들어온 지가 벌써 5년이었다.이곳에는 그 누구도 운청서를 사람으로 대하지 않았다.모두 그녀를 섭정왕의 침대에 기어오른 천한 녀라고 하면서 쉰 밥과 구멍 난 옷을 던져줬다. 겨울에는 눈이 날리는 날에도 삼경(三更)까지 빨래를 해야 했고 여름에는 햇빛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에도 변소를 청소해야 했다. 툭하면 욕지거리가 쏟아졌고 매를 맞을 때도 있었다.하지만 운청서는 연이를 위해 모두 참아냈다. 그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연이가 잘 자라서 이 고독한 집에서 나가 바깥세상을 볼 수 있으면 했다.그런데 왜 하늘은 이리도 무심하게 그녀에게 살길조차 남겨주지 않으려고 하는 건지!그때, 운청서의 품 안에 안겨있던 어린아이가 힘겹게 눈을 떴다.똘망똘망한 눈동자에 아이의 순진무구함이 서려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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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뺨 위로 내려앉은 호된 손길에 운청서는 귀까지 아파왔다.왼쪽 뺨을 감싼 그녀는 힘겹게 눈을 뜨자마자 조금 젊어진 오라버니를 발견했다. 침상 옆에 선 그는 오른손을 든 채 비통하고도 화가 난 얼굴로 운청서를 바라보고 있었다."운청서! 너 이렇게 비천한 계집이었어?!"이 장면,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장면이었다.전생의 운청서는 조실부모하고 오라버니와 함께 의지하며 살았다.오라버니가 경성으로 가서 과거 시험을 보던 날, 운청서는 저잣거리로 나가 꽃을 팔아 집안 살림에 보탰다.그날, 비가 내려서 운청서는 조금 늦은 시간에 집으로 가게 됐다. 그리고 골목으로 들어섰을 때, 술에 취한 남정네들이 그녀를 끌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이튿날, 운청서의 오라버니가 순결을 잃은 그녀를 찾아냈다. 그리고 답답한 마음에 그녀의 뺨을 내려치곤 연을 끊었다.그날 그녀의 순결을 빼앗아 간 사내가 바로 다른 이에게 모함당해서 미약을 먹게 된 섭정왕 현익이었다.그때, 현익은 운청서에게 두 가지 선택을 줬다.오천 냥의 은자(銀子)를 받거나 왕부의 계집종으로 들어오는 거였다.운청서는 후자를 선택했다.순결을 잃고 돌아갈 집도 없는 여인이 이 험난한 세도(世道)에서 돈을 가진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왕부에 남으면 살길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생각은 그녀를 죽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연이까지 죽게 만들었다.그런데 다시 눈을 떴을 때, 운청서는 5년 전으로 돌아왔다."오라버니-"운청서는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운청천의 소매를 붙잡았다.그녀의 오라버니는 허무하게 순결을 잃어버린 동생이 미웠지만 어쨌든 그는 운청서의 가족이었다.전생의 운청천은 진사(進士)에 합격한 뒤, 제일 먼저 섭정왕부를 찾아가서 현익에게 운청서를 첩으로 맞이해 달라고 구걸하려고 했다.하지만 왕부에 발을 들이기도 전, 그 문 앞에서 왕부의 안하무인적인 호위(護衛)에게 맞아 죽고 말았다."오라버니, 저와 함께 그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왔으니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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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운청서는 객잔에서 나오자마자 익숙한 난가(鑾駕)를 발견했다.금과 옥으로 된 화려한 가마를 말 여섯 마리가 이끌었고 열 두명의 금난위(金鑾衛)가 그 곁을 지켰다.대신들의 마차는 선무문 밖에서 기다려야 했지만 섭정왕 현익의 난가는 금난전(金鑾殿)에 직접 들 수 있었다.지금의 폐하는 태어나자마자 제위에 올라 이제 겨우 열두 살이었다.섭정왕 현익은 조정을 관리하고 대신들을 다스리며 임금에 버금가는 지위를 가졌다.운청서는 그런 의장(儀仗)을 가까이하기도 전에 몽둥이로 등을 맞았다.그리고 살의 가득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섭정왕의 난가다. 더 움직였다가 네 목이 날아갈 것이야.""왕야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운청서는 등에서 전해오는 고통을 참으며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몽둥이를 들고 있던 금난위는 그 말을 듣자마자 콧방귀를 뀌었다."네가 뭔데 왕야를 뵐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금난위의 말투에 비웃음이 가득했다.사람을 얕잡아보는 자태에 비웃음 섞인 말투까지 전부 똑같았다. 전생의 운청서가 왕부에서 수도 없이 겪었던 것들이었다.그들은 천박한 몸으로 왕야의 침상에 기어 올라간 운청서를 미워했지만 감히 그녀를 죽이지 못해 늘 그녀를 능욕하고 괴롭혔다.운청서는 억울함에 주먹을 쥐었고 그녀의 눈에 서늘함이 자리 잡았다.운청서와 섭정왕부의 애증, 그리고 그녀의 비통함과 절망은 모두 연이의 쓸쓸한 무덤에 묻어뒀다.운청서는 당당하게 요구를 하러 온 것이다. 그녀는 잘못한 것이 없었기에 겁을 낼 필요가 없었다.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의 눈빛이 점차 확고해졌다.이번 생에는 다른 길을 선택할 생각이었다.운청서는 품 안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금난위에게 건네줬다."왕야의 목숨을 살려준 그자를 알고 있습니다."금난위는 그 옥패를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갑자기 멈칫했다.그동안 왕야는 옥패 하나를 찾아 헤맸다. 어릴 적 그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에게 건네준 것이라고 했다. 왕야의 이름이 점점 알려지자 수많은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옥패를 들고 왕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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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현익의 가느다란 눈이 찌푸려지더니 눈동자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운청서가 찾아올 줄 몰랐다.'어제 조금 부드럽게 대했어야 하는데.'현익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운청서를 부축해 일으키려던 그때, 그녀가 입을 뗐다."어릴 때,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오라버니와 함께 배를 채우기도 힘들고 지낼 곳도 마땅치 않아 이리저리 떠돌다가 절로 갔었는데 그곳에서 옥패를 주웠습니다."그 말을 듣자마자 운청서를 일으켜 세우려던 현익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왕야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이 옥패를 가지고 온 자의 소원을 하나 들어주시겠다고요."운청서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현익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억누르기 힘든 살의를 간신히 참아냈다.날카로운 그 눈빛은 운청서를 아프게 후벼팠다."이 옥패가 맞다. 하지만 요구를 말하기 전에 네 주제를 제대로 알고 말하는 것이 좋을 것이야."그 말을 들은 운청서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이를 빌미로 섭정왕부로 시집가서 명분을 달라고 하려 한다고 생각하는 건가?'하지만 그런 역겨운 곳에 운청서는 다시 발을 들일 생각이 없었다."왕야, 걱정하지 마십시오. 민녀(民女)는 제 주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운청서는 입꼬리를 살짝 올려 조소를 흘렸다."방금 왕야께서 민녀에게 두 가지 선택을 주지 않으셨습니까. 하나는 은자 오천 냥을 받는 것이고 하나는 왕부의 계집종으로 들어가는 거였습니다. 제가 방금 잘못 선택했는데 지금 이 옥패로 오천 냥 은자를 바꾸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왕야."운청서는 말을 마치자마자 융단 위에 엎드렸다. 전생에 수도 없이 했던 것처럼, 왕부의 모든 이가 그랬던 것처럼 비천하게 현익의 발 아래에 엎드렸다.현익은 그녀의 등에 남은 몽둥이 자국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천천히 입을 뗐다."내 너를 첩으로 들일 수 있다."가벼운 그 말에 운청서의 심장은 쪼그라들었다.첩... 만약 전생의 그녀에게 이런 명분이 하나 있었다면 연이는 아프지 않았을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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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운청서는 익숙한 대나무 향기 속에서 깨어났다.그녀의 오라버니가 대나무를 좋아해서 운청서는 마른 대나무 잎을 갈아 가루로 만들어 봉랍과 섞어 향환(香丸)을 만들어 오라버니가 몸에 지니고 다니게 했다.흔들거림에 천천히 깨어난 운청서는 운청천의 듬직한 등 위에 엎드려있는 자신을 발견했다.운청천은 그녀를 업은 채 작아 골목(雀兒胡同)으로 가고 있었다.정신을 잃은 운청서가 떨어질까 봐 그녀의 손목에 줄을 걸어 놓고 반대쪽은 자신의 목에 걸어놓았다.걸을 때마다 살이 줄에 졸려서 빨간 흔적을 남겼다.운청천도 목 사이의 숨을 느낀 건지 입을 뗐다."깼느냐?"운청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릴 적,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운청천은 운청서를 데리고 학당에 다닐 때, 늘 험난하고 가파른 길을 걸어야 했다.운청천은 운청서의 발이 아플까 봐 늘 그녀를 업고 다녔다. 살을 에이는 바람이 부는 겨울이나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 상관할 것 없이...그 누구도 가난한 서생이 부모님도 없이 여동생을 데리고 과거 시험을 통해 경성으로 오는 길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전생의 운청서가 왕부를 선택한 것도 자신이 왕부에서 안정되면 오라버니를 도와 고생을 덜 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다.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해쳤을 뿐만 아니라 오라버니까지 죽게 했다.갓 스물을 넘긴 진사가, 창창한 미래를 앞둔 운청천이 운청서의 얼굴을 한 번 보기 위해 왕부 문 앞에서 맞아 죽었다.운청서가 달려 나갔을 때, 피로 물든 오라버니의 청색 도포 자락과 바닥에 널브러진 계화떡이 보였다.그녀는 어렸을 때, 성기(盛記)의 계화떡을 제일 좋아했다......."오라버니, 이제 그만 화 푸십시오."운청서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자 순간, 운청천의 발걸음이 조금 무거워졌다.의관으로 달려가 동생을 데리러 갔을 때, 의원의 침통한 말이 생각난 운청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어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내에게 당했길래 이 지경이 된 겁니까? 오라버니라는 사람이 도대체 뭘 한 겁니까!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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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운청서의 온몸은 차갑게 식었다.임... 완여?현익의 왕비?전생에 임완여는 경성 전체에서 이름을 날렸다.어렸을 때부터 몸이 약해 경성 교외에서 십육 년을 지내다가 경성으로 돌아오자마자 모든 이를 놀라게 한 장본인이었다.임완여는 비누도 만들 줄 알고 그림도 그릴 줄 알고 탄필(炭筆)도 발명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에게 기적이라 불리는 활자 인쇄술까지 창조했다.조정의 문무들은 그녀를 재능을 타고난 천재하고 칭찬했다.임완여가 사내였다면 제후(諸侯)로 봉해 섬겼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하지만 여인이라는 신분은 임완여가 주목을 받는 데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그녀는 심지어 자유롭게 황궁을 드나들며 황자, 대신들과 담소를 나누기까지 했다.임완여와 운청서는 하나는 하늘의 꽃구름이었고 하나는 바닥의 진흙이었다.두 사람이 유일하게 얽힌 것도 연이 덕분이었다.그날, 현익은 왕부의 후원에서 손님을 접대했다. 술잔을 기울이고 시까지 읊으면서 시끌벅적하게 굴었다.그 소리를 들은 연이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몰래 벽을 타고 그 너머의 광경을 구경했다.그리고 그때, 임완여가 떨어지는 벽돌에 맞을 뻔한 연이를 구해줬다.그녀는 연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열심히 책을 읽고 천지를 위해 마음의 뜻을 세우고 백성들이 함께할 바른길을 제시하라고 말해줬다.이런 위대한 말은 운청서가 감히 생각도 못 할 말이었다.운청서에게 돌아온 연이는 그날의 광경을 수도 없이 곱씹었다."어머니, 선녀 누나는 정말 향기롭습니다...""어머니, 그분의 눈은 밤하늘의 별보다도 더 빛났습니다.""어머니, 제가 어머니를 두 분 가지는 건 안 되겠습니까? 하나는 어머니이고 하나는 그 선녀 누나..."......아이의 말에 어찌 대답해야 할지 몰랐던 운청서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미약한 촛불의 빛을 빌려 연이의 해진 바지를 수선했다......."오라버니..."운청서가 운청천의 소매를 잡아당겼다."됐습니다. 은자도 받았으니 다른 곳을 알아봅시다."운청서는 자신이 후작부의 그 소저와 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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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운청천이 말하지 않아도 운청서는 현익을 멀리할 생각이었다.이튿날은 맑게 개었다. 두 남매는 성남의 운하 옆에서 집을 하나 얻었다.평소라면 이런 곳은 은자 석 냥이면 한 달을 살 수 있었다.하지만 추시가 가까워 오자 집주인 부부는 천정부지로 집세를 다섯 냥까지 올렸다. 그것도 운청천의 진사 신분을 봐서였다.한참 실랑이를 벌였지만 반 냥밖에 깎지 못했다. 두 남매도 지금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그곳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새집 정리를 마친 운청서는 남은 은자 열 냥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은자 열 냥으로는 운청천이 추시에 참가할 수도 없었기에 두 사람이 경성에서 살아갈 밑천이 되기는 더욱 힘들었다.운청천은 은자를 꼭 쥐고 고민에 잠긴 운청서를 보더니 웃으며 그녀를 위안했다."은전 문제를 고민할 필요 없다. 오라버니가 책을 몇 권 더 베끼면 된다."운청천은 훌륭한 서법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경성에서 책 한 권을 베끼면 은자 석 냥을 벌 수 있었다."그건 안 됩니다!"운청서가 은자를 꼭 잡고 무섭게 운청천을 바라봤다."이제 곧 추시가 아닙니까. 오라버니의 귀중한 시간을 이런 곳에 쓸 수 없습니다. 은자 일은 걱정하지 마십시오."운청서가 그렇게 말하며 은자를 들고 집을 나섰다.운청천은 그런 운청서의 등을 보며 웃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오늘 밤을 새워 책 두 권을 베껴야겠다고 생각했다.......운청서는 저잣거리로 나섰다.조정이 평화로운 덕분에 경성의 낮은 무척 시끌벅적했다.한 갈래 운하가 경성의 남쪽을 갈라놓았다. 남쪽은 주루와 먹을 것이 즐비했고 북쪽은 서방과 옷방, 자수방이 있었다.운청서는 다리를 건너 북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삼 층으로 된 화려한 자수방을 보게 됐다. 그곳에는 밖에 걸린 팻말을 둘러싼 열몇 명의 아주머니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양면 자수는 소항(蘇杭) 쪽에서만 전해져 내려오던 기술이잖아. 그런데 어떻게 사람을 구하겠다는 거야?""주수(主繡)가 있어서 조금만 알면 된다고 썼잖아.""하루에 열 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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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섭정왕부라는 말을 듣자마자 운청서의 안색은 창백해졌다."섭정왕부에 간다고요?"운청서는 분명 양면 자수를 하러 온 거였다.우 장궤는 운청서가 양반집에 가본 적이 없어 섭정왕부의 이름에 놀란 거라고 생각하고 그녀를 다독였다."걱정하지 말거라, 기껏해야 반 달 있을 것이다. 시간은 긴박하고 일이 많아서 왔다 갔다 하기엔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서 그런다. 밤에는 왕부에서 자고 낮에는 왕부의 수낭(绣娘)들과 자수품을 만들면 된다. 원래 하루에 열 냥을 주기로 하지 않았느냐, 내가 다섯 냥을 더 주마. 열다섯 냥에 하루, 일단 삼 일 치를 먼저 주마."우 장궤가 그렇게 말하며 등 뒤에서 돈주머니를 꺼내 은정(銀錠) 반 개를 운청서의 손에 쥐여줬다."내일 나와 함께 왕부로 갈 수 있겠느냐?"운청서의 온몸은 이를 거부하고 있었다.할 수만 있다면 그녀는 평생 그 지옥과도 같은 감옥에 다시는 발 들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곧 오라버니의 추시가 코앞이었다. 그녀는 도저히, 도저히...운청서의 손에 쥐어진 은정이 그녀의 손을 무겁게 눌렀다.결국 운청서가 처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언제 가면 됩니까?"......운청서가 여지항(荔枝巷)으로 돌아왔을 때, 운청천은 이미 점심을 다 차렸다.청색의 서생 장삼(長衫)은 키가 큰 그를 더욱 말끔해 보이게 만들었다. 긴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 올리고 하얀색 내금(内襟)을 드러낸 운청천은 일거수일투족이 우아했다.운청서를 발견한 그가 그녀에게 손짓했다."만두를 만들었다. 네가 제일 좋아하는 속으로 했으니 얼른 와서 맛보거라."허름한 집은 운청천이 있어 꿈처럼 아늑했다.운청서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른 고개를 젖혀 눈물을 감춘 그녀는 웃으며 손을 씻곤 운청천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이는 운청서가 먹었던 밥 중에 제일 맛있는 한 끼였다.그녀는 밥상을 치우다가 입을 뗐다."저 일 할 자리를 찾았습니다. 운하 맞은편에 있는 자수방에서 자수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석 냥을 받고 궁의 귀인이 입을 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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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섭정왕부는 황궁의 북쪽에 자리잡고 있었다.삼백여 리나 되는 땅을 차지하고 있는 왕부는 무척 높았다. 그리고 수많은 정자와 누각을 가지고 있었다.고요한 복도에는 은은한 꽃향이가 맴돌았다.운청서는 우씨의 등 뒤에서 그녀를 따라갔다. 그녀가 왕부의 하인에게 아부를 떠는 모습을 보니 왕부의 정원이 무척이나 서늘하게 느껴졌다.경성에서 꽤 유명해서 존경을 받는 우 장궤도 왕부에 오니 무릎을 꿇고 아부를 떨 수밖에 없었다."수원(繡院)으로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합니까? 왕부의 점포를 관리하는 집사인데 수원에서 사람이 필요하다고 해서 오늘 서둘러 이 수녀를 데리고 왔습니다."......우씨가 하인에게 말을 건 그때, 복도 끝에서 하인이 다가오며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왕야께서 돌아오셨습니다!"그러자 거만한 표정을 하고 있던 왕부의 하인이 얼른 우씨와 운청서를 보며 황급하게 말했다."얼른, 얼른 비키시오. 요즘 왕야의 기분이 좋지 않으니 괜히 심기를 건드리지 마시오."그 말을 들은 운청서와 우씨는 얼른 하인을 따라 구석 자리에 엎드리곤 등만 보였다.머지않아 여러 사람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한 사람을 중간에 에워싸고 걸어오고 있었다.그이의 발걸음은 무척 침착했다. 매번 발을 들 때마다 도포 자락이 살짝 휘날려 서늘한 바람이 일었다.그가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운청서는 두 손으로 바닥의 벽돌 사이를 꼭 잡고 요동치는 심장박동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숨 쉬는 법도 잊어버렸다.전생의 절망과 현재의 두려움이 뒤섞여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때, 풀 사이에서 기어다니던 지네 한 마리가 그녀의 손끝을 타고 소매 안으로 들어갔다.끈적한 촉감에 운청서는 전생의 절망적인 그날 밤이 생각났다.......그날 밤, 연이는 문지기 어멈의 미움을 사고 말았다. 어멈은 두 사람을 혼내준답시고 한밤중에 교외까지 가서 독이 없는 뱀 두 광주리를 가져왔다.비몽사몽한 사이, 연이가 울며 운청서의 품 안에 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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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운청서는 감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그때, 옆에 있던 우씨가 이를 물더니 먼저 나섰다."노비는 방화각의 장궤입니다. 수낭을 데리고 일을 하러 왔습니다. 그 양면 자수를 하기 위해 온 겁니다."태후의 생신 축하연 때, 섭정왕부는 양명 자수를 바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금실과 은실을 이용해 정면에는 만리강산도를 수놓고 뒷면에는 저잣거리 백성들의 평범한 생활을 수놓을 예정이었다.양면 자수를 위해 섭정왕부는 반년 전부터 준비했다.하지만 자수가 끝나갈 때쯤, 몇 명의 수녀가 눈병에 걸려 임시로 일할 사람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양면 자수를 할 줄 아는 이는 흔치 않아 사람을 찾기도 힘들었고 자수법을 배우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서 수원에서 여러 번 우씨를 찾아갔었다는 얘기를 집사도 들은 적이 있었다.그런데 소란을 피운 사람이 수원에서 급히 찾던 사람이었다니.조 집사(趙管家)는 난감해졌다."무슨 일이냐?"현익의 목소리는 싸늘했다.조 집사는 얼른 양면 자수의 일을 그에게 말해줬다.현익은 말없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아무 감정 없는 눈으로 우씨와 운청서, 문을 지키고 있던 호위를 바라봤다. 결국 그의 시선은 운청서의 등에 머물렀다.운청서는 날카로운 검이 머리를 겨누고 있는 것 같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궁의 일이 중요하지."옆에 있던 우씨는 그 말을 듣자마자 몰래 한시름 놓았다.하지만 옆에 있던 운청서는 그러지 못했다.아니나 다를까 잠시 말을 멈췄던 현익이 다시 입을 뗐다."손을 써야 하니 일 하는 손은 두고 곤장 열 대를 때린 뒤, 수원으로 데려가거라."그 말을 들은 우씨의 안색이 바뀌었지만 운청서는 한시름 놓았다.그녀는 섭정왕부에 발을 들이는 순간, 좋은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하루에 열다섯 냥의 은자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하지만 전생보다 나았다.전생에는 곤장을 맞고도 상처도 치료받지 못하고 냉원에 가둬져 삼 일을 굶어야 했기 때문이다.조 집사의 눈짓에 운청서는 얼른 바닥에 엎드렸다."은혜를 베풀어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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