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 아침, 운청서가 깼을 때, 운청천은 또 나가고 없었다.운청서는 주자 강집을 보며 고뇌했다.어젯밤 그녀는 하루 종일 바빴던 터라 일찍이 잠에 들었고 운청천은 늦게 돌아왔다. 결국 운청서는 강집을 전해주는 걸 또 잊고 말았다.같은 지붕 아래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이렇게 얼굴 한 번 보기 힘들 줄이야.고개를 저은 운청서는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보다 얼른 침상에서 일어났다.오늘, 그녀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어제 하루 종일 바삐 돌아친 운청서는 서른 개의 탄필(炭筆)을 만들었다.제일 검은 목탄을 가루로 갈아 송진과 섞어 긴 모양으로 만든 뒤, 종이로 감쌌다. 풀이 마른 뒤, 필 끝을 깎아 종이에 써보니 막힘이 없고 편리했다.탄필은 붓처럼 시원스러운 글을 쓸 수는 없었지만 먹을 갈지 않아도 됐기에 편리했다.그리고 제일 싼 붓이라고 해도 육십 문했다. 그리고 백 문의 묵석까지 사야 했지만 운청서의 탄필은 삼십 문이었기에 살 사람이 많을 것이다.운청서는 간단하게 전을 하나 먹은 뒤, 탄필을 바구니 안에 넣고 점심에 먹을 계란 두 개를 챙겼다.집을 나서기 전, 갑자기 걸음을 멈춘 운청서는 무언가 생각난 듯 다시 방으로 들어가 운청천의 탁자에서 종이 두 장을 꺼내 바구니에 넣었다.탄필을 팔 때, 손님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운청서는 집을 나서자마자 밖에 세워진 새까만 마차를 보곤 놀랐다.여지항은 골목이 좁고 집마다 문도 작아 마차가 들어올 수 없었다.그리고 일반적인 집안은 마차를 가질 수 없었다.마차를 사려면 적어도 몇십 냥이 있어야 했고 말이 먹을 것과 그것을 관리하는 돈만 해도 한 달에 십 냥을 써야 했다.마차가 있으면 마부도 있어야 했다. 마부는 한 달에 이, 삼십 냥을 받았다. 이렇게 따진다면 마차를 타는 것이 아니라 돈을 태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운청서는 역시나 황 아주머니의 말대로 옆집에 이사 온 사람이 돈 많은 집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정말 이곳의 풍수가 좋은 건가? 그럼 오라버니께서 올해 꼭 과거에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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