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끝나자, 석진과 은후는 호연을 데리고 나리가 앉은 테이블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호연에게 음식을 챙겨주며, 호연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애정과 배려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설아는 속이 뒤집히는 듯했다. 설아는 손에 든 포크로 스테이크를 쿡쿡 찔러대더니, 결국 고기를 으깨버렸다. 하지만 나리는 여전히 태연한 모습이었다. ‘늘 그랬듯이, 신경 쓰지 않겠다는 거지.’ 설아는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연과 함께 레스토랑을 떠났다. 나리는 설아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석진과 은후는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오든지 말든지, 이제 나한텐 중요하지 않아.’ 그녀는 마지막 짐을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다음 날 아침, 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나리는 석진과 은후가 돌아왔음을 알았다. ‘오늘은 이사하는 날이니까, 이제야 돌아왔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밖을 바라보지 않았다. ‘하지만 둘이 모르는 건, 그 새집엔 내가 없다는 거지.’ 밖에서는 짐을 옮기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분주하네. 나와 상관없지만.’ 나리는 무심하게 자신의 짐을 마지막으로 점검했다. 바로 그때, 장혜정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기를 들어 통화를 받자, 어머니의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딸, 비행기 도착시간 몇 시야? 엄마가 마중 나갈게.]나리는 잠시 앱을 열어 항공권 정보를 확인한 뒤 조용히 대답했다. “아마 저녁 7시쯤 도착할 것 같아요.” 그 순간, 방문이 불쑥 열렸다. 나리는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봤다. 석진과 은후가 문 앞에 서 있었다. 은후가 무심하게 물었다. “누구랑 통화하고 있어?” 나리는 바로 전화를 끊고 차갑게 대답했다. “아무도 아니야.” 그녀의 냉랭한 목소리가 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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