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표정이 일그러지며 몇 번씩 바뀌었다. 결국 그의 억지웃음은 차라리 울음에 가까웠다. 입술이 몇 번이나 떨리며 움직였고, 마침내 은후의 입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리야, 이 사람 어디서 데려온 배우야? 연기도 별로다. 이쯤에서 멈추지.” 그는 손가락에 낀 반지와 눈앞의 혼인관계증명서를 똑똑히 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나리는 두 사람의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이미 마음은 단단히 먹고 있었다. ‘이제 이 두 사람과 다시 엮일 일은 없어.’ 그녀는 차분히, 그러나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 “아니야, 배우라니 무슨 말이야? 너희들 예상과는 다르겠지만, 나 정말 결혼했어. 여기 증거도 있어.” 그녀는 손에 든 혼인관계증명서를 펼쳐 보이며, 석진과 은후 앞에 흔들어 보였다. 그 옆에 서 있던 예성은 조용히 나리의 허리를 감싸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나리 씨 남편 구예성입니다. 반갑습니다.” 예성의 눈동자는 옅은 호박색으로, 석진과 은후를 가볍게 훑었다. 그 시선에는 자연스러운 자신감이 담겨 있었고, 마치 은후와 석진을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석진의 흔들리던 동공이 한순간 커지며 가슴 속에서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길이 타올랐다. 하지만 그는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했다. “나리야, 그만해. 너 지금 화난 거 맞지? 질투하는 거지? 괜찮아, 나도 이해해. 근데 너 이거 진심 아니야. 제발 정신 차려. 이건 실수야. 그러니까 들어가서 바로 이혼하든지 결혼 취소하자. 아직 늦지 않았어.” 석진은 그렇게 말하며 나리의 손을 잡아 구청 안으로 다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남자의 손이 나리에게 닿기도 전에, 은후가 예성과 나리 사이로 들어서며 예성을 막아섰다. 은후는 예성을 매섭게 노려보며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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