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후의 두 눈이 충혈될 정도로 붉게 물들었다. 떨리는 두 주먹을 꽉 쥐며, 예성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왜 하필 그 사람이어야 해? 난 인정 못 해! 나리야,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널 데리고 도망칠게! 해외로 가도 좋고, H 시로 돌아가도 좋아.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 하지만 예성은 은후의 주먹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저 고개를 약간 돌리는 것으로 끝냈다. 은후의 주먹은 예성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심각한 부상이 아니었지만, 예성의 뺨엔 붉은 흔적이 남았다. “아...!” 예성은 살짝 다친 뺨을 손으로 감싸며 숨을 들이쉬었다. 얼굴은 고통으로 찡그려졌지만, 그럼에도 예성의 잘생긴 외모는 여전했다. 나리는 예성의 상처를 보자마자 마음이 아파서, 다급히 그의 손을 붙잡고 상처를 확인하려 했다. “괜찮아요. 안 다쳤어요. 안 아파요.” 예성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은 척했다. 그런 예성을 보자 나리는 더욱 초조해졌다. 예성이 끝까지 손을 풀어주지 않자, 나리는 은후를 향해 차갑게 말했다. “지은후! 왜 이 사람한테 손찌검한 거야? 너, 언제부터 이렇게 충동적이고 화를 못 참는 사람이 됐어?” 그런 나리의 책망은 은후의 멘탈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내가 한 말은 전혀 신경도 안 쓰는 거야? 구예성만 걱정하는 거냐고!?’ 방금 자기 주먹에 힘이 얼마나 들어갔는지, 은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성이 이렇게까지 과장하며 자신을 몰아세울 줄은 몰랐다. 은후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난 제대로 때리지도 않았어! 저 사람, 안 다쳤어! 송나리, 나랑 가자! 저 자식은 믿을 만한 놈이 아니야.” 그는 나리의 손목을 붙잡으려 했지만, 나리는 단호하게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지은후, 이게 지금 네가 나에게 할 만한 행동이야?” 그 순간, 은후의 머릿속은 하얘졌다. ‘...왜 항상 나만 나쁜놈이 되는 거지?’“여긴 우리 집이야.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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