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눈 좀 떠봐요! 나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눈을 뜨고 캄캄해진 집안을 둘러보던 세훈이는 내 몸을 흔들며 나를 깨우려 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다급히 달려가 아이를 껴안으려 했지만 내 손은 아이의 몸을 관통하며 지나가 버려 그에게 닿을 수조차 없었다.“엄마, 나 어두운 거 무서워하는데... 불 켜줘요...”아무리 말해봐도 내가 움직이지 않자 아이는 침대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어대기 시작했다.평소에는 자신이 이렇게 울면 내가 뭐든지 들어주니까 오늘도 그런 것 같은데 지금의 나는 아이가 목이 다 쉴 때까지 울어도 뭐 하나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별다른 수가 없게 된 세훈이는 결국 알아서 불을 켠 뒤, 나를 한 번 보더니 주방으로 들어가 먹을 만한 것들을 찾아보았다.하지만 아이가 어릴 때부터 치아가 안 좋아서 간식을 사두지 않았던 터라 주방에는 조금의 과일밖에 없었다.냉장고를 한참 뒤지던 세훈이는 결국 사과 하나는 씻어서 방안으로 들고 들어가더니 내 입가에 가져다 댔다.“엄마, 배고프죠? 내가 사과 씻어왔는데 얼른 먹어봐요!”하지만 내가 계속 아무 반응도 안 해주가 실망한 아이는 내 옆에 누운 채 다리 하나를 내 몸 위로 올렸다.“엄마, 힘들어서 그런 거죠? 내가 시끄럽게 안 굴 테니까 오늘은 푹 자고 내일 다시 나랑 놀아줘요.”말을 마치고 내 볼에 뽀뽀를 하며 손가락까지 거는 아이를 보자 나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아가, 네가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니고 엄마는 이제 다시는 너랑 못 놀아줘...”다시 잠에 든 세훈이는 다음 날 아침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온 집안에 울려 퍼질 때가 돼서야 눈을 떴다.깜짝 놀라서 내 품속을 파고들려던 아이는 내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떠올리고는 바로 달려나가 아빠를 찾았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네 엄마는 시간이 몇 신데 아직도 자는 거야, 밥도 안 하고.”조승연은 들어오자마자 나를 욕하며 주방으로 들어가 우유를 꺼내 마셨다.“아빠, 엄마가 방에서 꼼짝을 안 해요. 나 너무 배고픈데
최신 업데이트 : 2024-12-23 더 보기